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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랩소디 1 (반양장) - 제국의 공적 제1호 ㅣ 폴라리스 랩소디
이영도 지음 / 황금가지 / 2000년 12월
평점 :
품절
키 드레이번 노스윈드, 해적왕이라 불리며 자유호라는 배에 탑승해 7척의 배와 함께 최고의 해적들만을 모아서 해적질을 한다. 이들은 다양한 사건과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다림 항구에서 폴라리스라는 작은 해상왕국을 건설하게 된다.
한 해적왕의 해상왕국 건설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는 그것이 주제가 아니다. 이영도 작가의 개성있는 생각들이 잔뜩 묻어난 이야기들은, 색다른 인물들을 등장시켰고 그들을 통해서 자신의 독특한 사고방식을 전개해 나갔다. 먼저, 해적왕 키 노스윈드 드레이번을 살펴보자.
이 남자는 매우 독특하다. 그의 컨셉은, 그가 받은 것은 그대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누구도 그의 성격을 제대로 짐작해내지 못한다. 그는 '복수'라는 칼을 들고서, 그에게 어떤 일을 하던지 그대로 되돌려 주는 것이다. 한 해적이 그가 왕이 되기를 바랬을 때에, 그는 그 해적을 그대로 왕으로 만들어주었고, 세상이 그에게 준 것이 파멸과 멸시 뿐이자 해적왕은 세상에게 파멸과 멸시를 가져다 주기 위한 일을 해낸다.
사실 이 책은 매우 난해하다. 지옥에서 7개의 존재가 몰려나와서 인간 세상에 대한 '복수'와 '자유' 중 두 가지를 선택한다는 설정도 그러하고, 또한 이들이 펼처나가는 이야기도 화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기 때문에 정신이 없을 정도이다. 너무 많은 사건들이 펼쳐지기 때문에, 무엇부터 설명해야될지 모를 그런 책인 것이다.
읽은 지가 꽤 되었지만, 아직까지도 내 기억에 남아있는 것은 바로 교회의 논리에 대한 이야기였다. 교회에서는 한 공주의 살해를 명령하는데, 그 이유가 교회의 존속과 세계의 평화 유지였다. 하지만, 교회의 율법 중 십계명에서 살인하지 말라는 것이 분명하게 제시되어 있음에도 이들은 그것을 어긴다. 여기서 교회는 어떤 선택을 해야 옳았을까? 살인을 하지 않고서 세계가 위험에 빠지는 것? 아니면, 교회가 직접적으로 살인을 함으로써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것?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그것은 예수가 추구하던 그런 생각이었다고 나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은 결국 신이라는 완전한 존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우리 인간의 부족한 사고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즐거움을 느끼면서 동시에 많은 것들을 알아갈 수 있었던 책. 판타지 책이라 함은, 보통 자신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냄으로써 독자들을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하지만, 이영도 작가의 판타지는 다르다. 그에게는 새로운 세계관을 창조할 능력이 있으며, 그 세계관 속에서 우리 인간의 이념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집어넣을 줄 아는 그런 작가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읽으면서 판타지답지 않다. 라는 느낌을 주는 그런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