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는 모퉁이 집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55
도 판 란스트 지음, 김영진 옮김 / 비룡소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황량한 길이 끝없이 펼쳐지다가, 갑자기 바뀐 환경에 운전자는 주위를 둘러본다. 그렇게 일정한 속도로 차를 몰고 가다가, 길은 어느새 90도로 꺾이고,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 자동차는 그대로 앞에있는 집을 들이박아 버린다. 그렇게 7번의 충돌사고가 있었고, 그 집에서는 한 가족이 살고 있었다.

 

이 소녀는 열여섯이 되면서, 정말 독특한 자신만의 상상의 나래를 펼쳐나가고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B로 시작하는 이름을 가진 소년, 벤자민이 어느 날 자신의 집을 차로 박는다. 그리고 자신은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그 다친 운전자를 치료하면서 사랑을 싹틔워 나가고 그대로 그 남자와 결혼하게 된다. 그리고 어쩌다 운전자들이 집을 들이박을지도 모르겠지만, 계속 그곳에 살면서 단란한 가정 생활을 꾸려나간다.

 

이하 한 소녀의 상상이 펼쳐졌지만, 현실은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아버지는 자동차 사고때의 충격으로 다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해 일을 하지 못하고, 어머니는 이런 지긋지긋한 환경에서 벗어나고 싶어한다. 할아버지는 강가에서 떨어져 익사했고, 할머니는 아버지가 집을 박았을 때에 다쳐서 하체가 마비된데다가 할아버지의 죽음을 겪자 입까지 다물어 버린다. 이런 환경에서 소녀는 어떠한 감정을 느낄까? 비록 별 문제 없이 자랐다지만, 그녀가 조우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레즈비언인 친구와 매일 밤 집 근처에서 펼쳐지는 마약 중독자들의 환각 파티였을 뿐이다.

 

저런 환경에서 산다면, 아마 대부분의 아이들은 답답함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지 않을까? 아무것도 없는 척박한 환경, 집 앞에서는 만들다 만 반쪽짜리 다리에서 마약 중독자들이 자신의 가장 기초적인 욕구를 채우기 위해 모여든다. 그리고 제대로 사귄 친구는 동성애자다. 자기 자신은 동성애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것은 극히 일반인이 겪어보지 못하는 환경이다.

 

어느 날 이런 소녀에게 극적인 변화가 찾아왔다면? 정말 자신이 원했던대로 집을 누군가 차로 들이박고, 이 소녀는 그 다친 운전자와 새로운 사랑을 꾸려나가게 된다면? 이 다친 운전자들을 보살피고 구하던 집에서, 소녀가 앞으로 겪을 일들은 과도한 성적 스트레스로 겪는 문제와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하여 갈등하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현실은 조금 다르다. 이 사회는 약 90%의 양성애자와 9%의 동성애자, 그리고 1%의 이성애자가 있다고 한다. 즉, 전 인류의 90%는 동성도, 이성도 사랑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 사실이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떠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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