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7 - 악명높은 황제들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7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8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카이사르, 옥타비아누스(아우구스투스)를 지나면서 로마는 이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확실히 넘어간다.

 

제정에서 공화정,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로마의 정체는 그렇게 바뀌었다. 로마가 점점 커져가면서 통치체제가 바뀔 필요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현대는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보다는 여러 사람에게 권력이 분산되는 정치체제를 택하고 있는 나라가 많다.

 

절대권력은 부패할 수밖에 없는가라는 질문. 또 그런 절대권력을 쥐게 되는 사람을 어떻게 고를 것인가가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거를 통해서 뽑는다고 해도, 그 사람에게 절대권력을 주면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오로지 그 사람의 행동에 맡길 수밖에 없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절대권력을 한 사람에게 주었을 때 생기는 문제다.

 

로마 역시 제정이 되면서 뛰어난 정치감각이 있던 아우구스투스가 죽은 뒤 이런 문제를 겪는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되었을 때 그 사람이 능력이 뛰어나다면 나름대로 정치체제가 유지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그것이 세습이든, 선출이든 한 사람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다.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며 어떤 정치체제가 바람직한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7권에서는 제정이 확립되고 무너지지 않는 정치체제가 되는 때를 다루고 있다. 아우구스투스가 죽은 뒤 뒤를 이은 티베리우스, 칼리굴라, 클라우디우스, 네로를 다루고 있다. 이들을 묶어 놓은 제목이 '악명 높은 황제들'인데, 둘은 몰라도 나머지 둘은 확실히 악명 높은 황제들로 알려져 있다.

 

칼리굴라와 네로.

 

둘의 공통점은 젊은 나이에 황제가 되었고, 젊은 나이에 죽임을 당하거나 쫓겨날 위기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

 

그럼에도 이들을 없애기만 했지 제정이라는 정치체제를 바꿀 생각은 하지 않았다는 것. 이때쯤 되면 이제는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이 책임을 지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정치하게 하는, 간접 정치가 더 어울리는 나라가 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한 사람에게 집중된 권력을 그 사람이 잘못 행사하면 그 사람만 바꾸면 된다는 생각을 지니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

 

이것은 자신의 권력을 나누어 주되, 너를 단죄할 권리는 지니겠지만 내가 책임지는 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 직접 민주주의를 이루기 힘든 인구수와 영토를 가진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대리 정치를 황제라는 이름을 지닌 사람에게 위임한 꼴이고, 그 사람이 잘못했을 때는 힘으로 다른 사람을 내세우는 그런 일을 반복하게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동양의 제정과 다른 점이 바로 로마의 이런 제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이 바람직한 정치 체제인가는 계속 생각하게 된다. (동양의 제정에서도 환관정치, 또 황제나 왕들의 암살, 반란 등이 지속되었으니.. 별로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너무도 광대하기 때문에 일관성을 지니기 위해서 한 사람에게 권력을 주고 그를 보좌하는 역할로 만족하는 그런 정치체제.

 

티베리우스는 나름 능력도 인정받고 로마를 안정시키는데 공헌도 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가 겪께 되는 가족간의 불화. 다른 사람에 대한 불신 등은 그를 나중에 악명 높은 황제로 여기게 하는 요인이 되게도 하고...

 

칼리굴라는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단지 핏줄이라는 이유로 황제가 되지만 정치 감각은 떨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자신의 측근에게 살해당하고, 이런 일은 로마 황제들에게 숱하게 일어나게 되는 단초를 만든 황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꼭 칼리굴라에게서 그 단초를 찾을 필요는 없다. 초기 로마가 제정이었을 때도 황제들이 암살 당했다. 절대권력이 한 사람에게 있을 때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공화정을 거쳐 다시 제정으로 돌아온 로마에서, 그것도 초기에 칼리굴라 황제에게서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클라우디우스 황제는 굳이 악명 높은 황제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 역시 가족사는 불행하다고 할 수 있다. 제 아내에게 살해를 당하게 되니, 정치에 무능력한 황제의 최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 황제가 되어서는 안 되는 사람, 네로가 등장한다. 아마 네로는 예술가가 되었으면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을지라도 불행하게 최후를 맞이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는 더 심하게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 시오노 나나미의 판단이다.

 

나는 한때 네로가 로마를 불태우고, 불을 보면서 노래를 불렀다고 알고 있었는데... 그냥 사람을 죽이는 것을 취미로 삼고 있는 폭군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그것이 아니었다.

 

로마는 우연한 화재가 대화재로 번진 것이었으며, 반란 기도를 신고받고 사형에 처한 것. 그가 기괴한 짓을 하기는 했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무지막지한 폭군이라고 단정하기에는 조금 망설여지는 면이 있다.

 

그럼에도 그는 죽어야 했다. 로마인들을, 특히 권력욕이 있는 사람들을 만족시켜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절대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이 주변 사람이나 또는 군사력을 지니고, 또 나름 귀족적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사람을 제대로 대우해 주지 않았을 때, 그는 또다른 절대권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이렇듯 현재 쥐고 있는 권력이 영구한 것이 아님을 제정 로마에서 인식하게 된다. 오히려 권력이 한 사람에게 독점될수록 제거될 가능성도 높아짐을, 그것도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서 그 가능성은 더 놓아짐을 제정 초기 황제들이 보여주고 있다.

 

그렇다면 다음에는 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알고 그것을 실행하는 황제들이 오래갈 수밖에 없음을, 그렇지 못한 황제들은 쫓겨날 수밖에 없음을 로마 황제들의 이야기에서 찾을 수 있다. (실력 우선주의로 황제를 선출하는 방식은 이렇게 쫓겨날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세습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하는데..그것이 해결책은 되지 않음을 동서양 역사 모두에서 볼 수 있다)

 

그때는 목숨으로, 지금은 표로 그것을 실현하고 있는 차이가 있지만, 정치를 하는 사람들,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모두 로마인 이야기를 읽으면 어떤 정치체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바람직한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붙은 '로마인 이야기'라는 제목을 사람이야기만으로 읽지 않고 우리 삶을 규정하는 정치체제에 대한 생각으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지 않을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산처럼 생각하라 - 지구와 공존하는 방법
아르네 네스.존 시드 외 지음, 이한중 옮김, 데일런 퓨 삽화 / 소동 / 201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구가 늘지 않고 자연 감소로 갈 것을 걱정하는 보도는 많은데, 이미 감소를 넘어 멸종 단계까지 간 생물들이 많음에는 눈 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모든 생물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 어느 한 종이 멸종하면 다른 종들도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고 주장하면서도, 유독 인간에게만은 이 순환 법칙을 적용하지 않으려 한다.

 

미세먼지가 우리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는 이야기하면서, 그 미세먼지가 다른 생물들에게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분명 인간에게 좋지 않은 것은 다른 생물에게도 좋지 않을텐데. 미세먼지가 마치 인간만의 문제인듯이 이야기하고 있다.

 

어디 생물뿐이랴. 무생물이라고 분류되는 것들 역시 인간들이 저지른 일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지 않은가. 흙들을 보라. 요즘 흙을 밟기가 얼마나 힘든가? 산에나 가야 흙을 밟아 볼까 하지 집에서는 마당도 없고, 있더라도 콘크리트로 덮어버려 흙은 구경도 하기 힘들다.

 

학교에서도 예전에는 그나마 모래가 깔린 흙운동장이었는데, 요즘은 우레탄-이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해 철거되고 있지만-이나 인조 잔디로 덮인 운동장들이 대다수다.

 

이렇게 흙조차도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하게 온통 인공물로 덮어버리고 마는데, 자연이 어찌 멀쩡할 수가 있겠는가? 온갖 기상이변부터 자연재해라고 하는 것들은 인간이 초래한 결과라고 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으리라.

 

인간이 살기 위한 고층 아파트를 짓기 위해 땅을 얼마나 파헤치는지 공사현장에 가보면 그 아득함에 놀라게 된다. 이렇게 땅을 파헤치고도 지구가 견뎌낸다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저런 문제들을 종합해 이 책은 생태감수성을 일깨우는 책이다. 뒤에 만물협의회라고 해서 다른 존재의 처지에서 이야기를 하고, 인간이 되어 그 말을 듣고 다시 또 말을 하는, 그런 과정도 소개되어 있는데, 자연을 지금처럼 대했다가는 우리 인간도 생존이 힘들어질 거라는 위기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자연보호, 환경보호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우리 생활은 반(反)자연, 반(反)환경인 경우가 많다. 살아가면서 만들어내는 온갖 쓰레기들을 생각하면... 순환고리를 인간이 개입해서 끊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자연에 못된 짓을 많이 하고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우주 나이로 치면 이제 갓 태어난 상태에도 못 미치는 인간이 45억년이 된다는 지구를 멸망으로 몰아가고 있으니...

 

하루빨리 생태적 감수성을 회복해야 하는데, 인간 홀로 지구에서, 우주에서 존재할 수 없음을, 환경, 자연을 보호하는 것은 인간 자신을 위한 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이미 자연에서 너무도 멀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에 나와 있는 이 구절이 가슴에 와 닿는다.

 

  제 요지는 우리가 환경문제에 관하여 사람들에게 우선은 도덕보다는 각자의 성향에 따라 행동할 방법을 찾아줌으로써 미적인 행위를 하도록 영향을 끼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생태운동 내의 광범위한 도덕적 교화는 대중에게 우선 희생을 할 것을, 책임과 우려와 도덕성을 더 보일 것을 요구하는 그릇된 인상을 심어줬습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는 삶의 풍요로움과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키우고 자유로운 자연경관을 더 소중히 여김으로써, 다양하고도 숱한 기쁨의 원천을 활짝 여는 것이 먼저입니다. 우리 모두 그런 일에 개인적으로 기여할 수 있으며, 그것은 지역 또는 세계 차원의 정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런 기쁨은 부분적으로는 우리가 자아보다 큰 무엇과 밀접하게 관련있다는 의식에서 비롯됩니다. 자신이 넓어지고 깊어지면서 자유로운 자연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여겨진다면, 필요한 보살핌은 자연스레 따를 것입니다.

(아르네 네스, '자기실현-이 세상에 살기 위한 하나의 생태적 접근법'에서 37-38쪽)

 

환경을, 자연을 보호하는 일, 그것은 결코 희생이 아니다. 우리가 살기 위한 유일한 길이다. 다른 존재들이 살 수 있어야 인간도 살 수 있게 된다. 그 점, 우리 모두가 연결되어 있다는, 어느 한 곳에서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모든 존재들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바로 너이고, 너는 바로 나라는 것, 이것들이 생명체라고 하는 것에만 해당하지 않고 이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존재에 해당한다는 것, '산처럼 생각하라'라는 제목으로 이 책이 보여주고 있다.

 

늦지 않았다. 자연을 보호하는 일이 우리를 살리는 일이라는 것을 깨닫고 행동하는 것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마인 이야기 6 - 팍스 로마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6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시기.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다루고 있다. 아우구스투스 시대를 다룬다고 하기보다는 아우구스투스(옥타비아누스)라는 사람을 다루고 있다고 하는 편이 더 좋겠다.

 

세계사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사르의 능력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로마제국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으로서 정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데는 카이사르보다 낫다고 할 수 있는 아우구스투스다.

 

옥타비아누스에서 아우구스투스(존엄한 사람)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내전을 승리로 이끈 다음 그는 자신의 원하는 것을 하나하나 획득해 간다. 결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카이사르가 암살당한 다음에 옥타비아누스는 어린 나이에 그 뒤를 잇는데, 운도 따랐다고 할 수 있지만 신중한 그 자신의 능력이 그를 아우구스투스로 만들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그의 오른팔과 왼팔 노릇을 하는 아그리파와 마이케나스. 한 사람은 전장에서, 한 사람은 외교 문화에서 아우구스투스를 보필했으니, 그 혼자만의 능력이 아니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쓸 수 있는 능력이 아우구스투스를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그가 오래 살았다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오래 살았기에 자신이 하고자 했던 일을 서두르지 않고 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시간이 촉박함을 느끼면 서두르게 되고, 서두르다보면 엉성하게 일을 처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원로원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도 천천히, 또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것도 천천히, 자신의 후계 작업 역시도 천천히, 참으로 신중한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카이사르가 기초를 닦아놓은 로마 제국을 유지하는 데는 야전 사령관의 능력이 있는 사람보다는 정치적인 능력이 있는 사람이 더 유리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선정한 카이사르의 안목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고.

 

하지만 아우구스투스에게도 약점은 있다. 지나치게 혈연에 집착하는 것. 마치 자수성가한 사람이 자기가 이룬 것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쓴다는 느낌을 주는데... 자기 딸인 율리아를 통해 핏줄을 이어가려는 눈물나는 노력이 결국 헛되게 되는 것.

 

티베리우스에게 절대 권력이 넘어가는데, 핏줄로 대를 이을 생각이었지만, 핏방울 하나 섞이지 않은 티베리우스가 아우구스투스 다음에 로마 권력자가 되니... 참. 아이러니한 결과다.

 

그럼에도 그는 능력있는 사람을 알아보고, 그에게 자기 자리를 넘겨주었다는 데서 아우구스투스라 불릴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저자인 시오노 나나미가 원로원이 중심이 된 공화정보다는 능력있는 황제가 다스리는 제정을 더 우위에 놓는다는 느낌이 들어서, 능력있는 독재자를 인정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지나간 역사를 후대가 평가할 때 지닐 수 있는 관점이라고 넘어가기로 한다.

 

다만, 이런 능력있는 독재자를 견제할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어떻게 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

 

아무리 뛰어난 인물이라고 해도 여러 사람의 능력을 모두 갖출 수는 없기 때문에, 또한 장기 집권을 하다보면 제 권력에 취해 엉뚱한 정책을 펼치기도 하게 되니, 이런 능력있는 독재자를 견제할 집단 지성들이 존재해야 함을 생각하게 된다.

 

600명이 지배하는 과두정이든, 한 사람이 지배하는 제정이든, 잘못하면 수많은 사람들을 어려움에 처하게 할 수 있겠지만, 제정은 그것이 한 사람에게 너무도 많은 권력을 준다는 데 문제가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600명 중에는 잘난 사람, 못난 사람도 나올 수 있지만, 600명이 하나같이 못날 수는 없겠지만, 제정으로 가면 못난 단 한 사람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뛰어난 개인으로 시작했던 제정이 해악을 끼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옥타비아누스, 아우구스투스가 되어 제정을 열어가는 위대한 인물의 이야기에서 위대한 인물이 끌어내는 위험성도 생각해야 함을, 로마인 이야기 6권에서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도, 녹색 이슈 - 미세먼지에서 탈원전까지 우리가 알아야 할 환경 논쟁
김기범 지음 / 다른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늘도 녹색 이슈가 아니라 늘 녹색 이슈여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녹색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는 녹색을 무시하고 또는 생각하지 않고 달려오기만 했는데, 이제는 녹색이 우리에게서 사라져 가면서 녹색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는 중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경제논리에 갇혀서 녹색을 경시하는 경우가 있다. 녹색 성장이라는 이율배반적인 용어를 쓰는 경우도 있고, 여전히 원자력이 가장 싸고 환경적인 에너지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으며, 기후변화가 거의 없다고, 지구 온난화는 몇몇 환경운동가들의 억지 주장이라고 하는 과학자들이 있고, 우리나라 발전을 위해서 갯벌을 메워야 한다는 주장도 심심찮게 들려온다.

 

여기에 온갖 개발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으니, 관광할 수 있는 권리를 내세워 아름다운 자연이 있는 곳에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움직임이 많고, 빠르게 이동한다는 명목으로 산에 구멍을 내는 일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게다가 주택난을 해결한다는 이유로 고층건물들이 곳곳에 들어서고 있으니... 아직도 녹색은 사라지고 있는 중이다.

 

녹색이 점점 늘어나도 인간이 살아가기는 힘들어지는데도 불구하고 녹색을 계속 줄여나가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는 중이니, 이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많은 녹색 이슈들이 여전히 논란거리가 되고 있음에 마음이 편치는 않다.

 

하긴, 녹색당이 국회에 진출하는 것이 여전히 꿈에 머물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참...

 

이 책은 5개 장으로 구분되어 있고, 각 장마다 세 개의 이슈가 제시되어 있다.

일상, 개발과 보존, 기후 변화, 동물과 생태, 자원과 소비라는 각 장에 녹색 이슈들을 제시하고 있는데, 모두가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이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세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이슈들을 가지고 사회적 논쟁이 일어나야 하고, 합의가 이루어지게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그것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태양광 발전이 오히려 환경을 해친다고 주장하면서 태양광을 비롯한 자연 환경을 이용한 발전을 반대하는 집단이 있기도 하고, 온실가스를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경제 논리로 막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이 책에서 제시한 15가지 논제들을 가지고 깊이 생각해 봐야 한다. 이것은 단순한 논쟁 거리가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결정하는, 또 우리 후손들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글자 풍경 - 글자에 아로새긴 스물일곱 가지 세상
유지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글에 담긴 풍경이 아니라 글자 풍경이다. 글자가 풍경이 된다. 타이포그라피라고 할 수 있는데, 컴퓨터를 쓰는 우리는 폰트라는 말을 많이 쓴다. 폰트라고 하면 더 쉽게 이 책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같은 글자라도 형태가 다른데, 그 이유는 그 지방의 풍토, 생활습관 등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유럽에서 로마자의 형태만 살펴보아도 많은 글자체들이 있음을 알 수 있고, 이 글자체들이 나라마다 다른 모습을 보임도 알 수 있다.

 

로마자만 그런 것이 아니다. 컴퓨터에 있는 한글 폰트만 해도 꽤나 많다. 그리고 시대가 달라짐에 따라 글자체도 많이 달라져 왔다.

 

같은 소설이라도 1970-80년대에 출판된 책들의 활자체와 지금 출판되는 활자체는 확연히 다르다. 지금 활자체에 익숙해져 있으면 예전에 나온 책들을 읽을 때 쉽게 눈의 피로를 느낀다. 글자들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아, 한마디로 가독성이 떨어진다.

 

현재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 출판사마다 자기들이 내는 책에 활자체를 달리한다. 어떤 출판사 책의 활자는 오래 읽어도 눈이 피로하지 않고 또 글자들도 눈에 잘 들어오는 반면에, 어떤 출판사 책은 나무들을 솎아주지 않은 숲에 들어온 느낌을 주는 것처럼 너무도 글자들이 빽빽하게 나열되어 있어서 눈이 쉽게 피곤해진다.

 

이렇듯 글자들의 형태는 우리에게 중요하다. 문자가 인간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면, 그 문자들이 더 잘 읽히고 의미 파악이 잘 되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음도 분명하다. 그것들이 글자체로 나타났을테고.

 

우리가 흔히 쓰는 한글 글자체는 명조체라고 한다. 명조체가 궁체에서 나왔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고, 명조체라는 이름에 대한 논란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사용하는 명조체의 형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인물은 한글 디자이너 최정호(1916-1988)다. 최정호는 궁체 중 정체의 필법을 바탕으로 명조체를 설계했다. 즉 한글 글씨체인 궁체를 인쇄용 활자체인 명조체로 연결한 것이다. (166쪽)

 

한글을 창제한 사람은 세종대왕으로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 한글에 대한 글자체를 만들어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최정호라는 인물에 대해서도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접한 것이고, 궁체들이 궁중 궁녀들에 의해서 만들어진 글씨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것이 명조체로 연결이 된다는 것은 알지 못했다.

 

한글 창제과정과 발전과정에 더하여 한글이 어떤 글꼴로 발달해가는지도 배울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때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인식되었던 글꼴도 시대가 흐르면서 불편한 글꼴이 됨을, 글꼴도 생명체와 같이 수명이 있음을 생각하게 된다.

 

'명조체'라는 이름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서구식 근대 인쇄가 일본을 거쳐 유입되면서 당시 일본 가나 문장에 쓰인 본문 기본형 활자체의 일본식 이름이 그대로 흡수된 것 같다. '명조'는 '명나라 왕조'라는 뜻이다. 중국이 한자 글자체 중에는 '명조체'말고도 '송조체'와 '청조체' 등 시대로 구분한 이름이 있다. (168쪽)

 

'명조체'라는 이름은 여러모로 한글 명조체의 특성과 맞지 않아서, 1992년에 문화부(현 문화체육관광부)는 명조체를 순우리말 '바탕'으로 개칭하기도 했다. '바탕'을 이루는 기본형 글자라는 뜻이다. 고딕체는 두드러져 보이게 한다는 의미에서 '돋움'이라고 했다. '바탕'과 '돋움'이라는 이름은 '명조'와 '고딕'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않은 채 지금은 나란히 쓰이고 있다. (169쪽)

 

이렇게 우리 글꼴에 대한 이야기도 알려주고 있어서 우리 글꼴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특히 도로에 쓰여 있는 글자들과 또 길거리에서 흔히 보는 간판 글자들... 이것들이 아무런 생각없이 그냥 쓰이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인식을 가지고 쓰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게 됐고, 독일차 번호판에 있는 글자체가 위조방지와 가독성을 높이는 글자체라고 하는데, 그만큼 실생활에서도, 또 인공지능이 대세가 되는 시대에서도 인간이 할 수 있는 일로 글자체 개발을 들고 있다.

 

글자체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을, 또 지식들을 알게 해주는 책이라서, 그동안 별다른 생각없이 넘어갔던 수많은 폰트들, 또 폰트를 만든 사람, 만드는 사람에게도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다.

 

한글에 대하여 또 다른 언어에 대하여 지식의 확장을 이뤄주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