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시간 - 내촌목공소 김민식의 나무 인문학
김민식 지음 / 브.레드(b.read)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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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함께 한 사람. 나무로 집을 짓는 사람. 내촌 목공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민식의 글이다.


나무에 관한 글. 그냥 나무 종류를 이야기하고, 나무의 특성을 설명하는 글이 아니다. 나무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들을 엮어서 들려주는 글이다.


그래서 나무를 통해서 삶을 만나게 된다. 나무는 바로 우리의 삶과 함께 한다. 많은 나무들이 있지만, 어떤 나무가 좋냐고 물으면 사람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는 말.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를 재료로 삼아 만든 집, 물건들이 좋은 물건이라고 하는 말들이 마음에 와닿는다.


무엇보다 나무들을 등한시 했을 때, 그 나라 경제도 휘청거렸음을, 또한 나무들이 사라져갈 때 우리들의 삶도 황폐해졌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나무, 많은 종류를 알지 못하지만 몇 종류는 구분할 수 있는데, 예전에 읽었던 글에서 남자아이가 태어나면 소나무를 심고, 여자아이가 태어나면 오동나무를 심었다는 내나무 이야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여기에 건축자재로 우리나라 소나무가 좋다고 소나무만을 고집하는 사람이 있는데, 김민식은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나라 소나무는 목재로 사용할 만큼 자란 나무가 그리 많지 않으며, 소나무보다도 더 쉽게 구할 수 있는 나무들도 많고, 가공하기 쉬운 나무들도 많다고 한다.


그러니 어떤 나무가 최고라는 선입견을 버려야 한다고 한다. 목적에 맞는 특성을 지닌 나무를 이용하면 그것이 가장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것.


황무지를 나무를 심어 가꾼 기업인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인도, 장기적으로 나무를 심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생각을 했으니, 나무는 이렇듯 우리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이야기 한편 한편이 읽기에 좋다. 여러 생각을 하게도 한다. 그리고 주변에 있는 나무들 다시 돌아보게 한다. 언제든, 어느 부분이든 펼쳐서 읽어도 좋은 그런 글들이 모여 있다. 


나무들이 모여 숲을 이루듯, 이 책은 이러한 글들이 모여 책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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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상실, 사랑 그리고 숨어 있는 삶의 질서에 관한 이야기
룰루 밀러 지음, 정지인 옮김 / 곰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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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혼란스럽다고 느낄 때, 도무지 어떤 질서를 찾지 못할 때, 우리는 어떤 틀을 원한다. 삶을 설명할 수 있는 어떤 틀. 그런 틀을 인식하고, 인정하게 되면 마음이 편해진다. 틀 속에서 살면 되기 때문이다.


틀을 유형이라고 해도 좋고, 습관이라고 해도 좋다. 패턴이라고 해도 좋고. 이런 패턴 속에 자신을 놓아두면 편안해진다.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 삶이 일정한 방식을 따라 익숙하게 전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연 삶이 그런가? 삶은 혼돈이다. 정해진 길이 없다. 정해진 길이라고 생각했지만 문득 문득 다른 것들이 튀어나온다. 같은 길이라도 늘 다른 길이 된다. 불안해진다. 무언가 확실한 변하지 않는 길을 찾고 싶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런 혼돈에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다. 질서를 부여한다면 자신의 삶을 설명할 수 있고, 자신이 삶을 좀더 안정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안정된 삶. 그런 삶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사람을 발견한다. 생물학 분야에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간 사람. 온갖 어려움에도 굴복하지 않고, 좌절하지 않고 자기가 하고자 하는 일을 끝까지 추구한 사람.


룰루 밀러는 이런 데이비드 조던을 자신의 스승으로 삶아 자기 삶을 살아가려 한다. 그래서 조던의 삶을 추적한다. 그가 쓴 글을 모두 찾아 읽는다. 어떻게 그런 혼란 속에서 질서를 찾으려 했고, 또 어려움을 이겨나갔는가를 찾고 배우려 한다.


이 책은 그렇게 조던의 삶을 추적한다. 마치 조던의 평전과 같은 느낌을 주면서 책은 중반부를 향해 간다. 그러다 길을 달리 한다. 역시 삶에는 온갖 변수들이 작동한다. 조던이 살던 방식에서 하나하나 의문점이 생긴다. 그가 그렇게 물고기를 분류하고, 이름을 붙이는 활동을 했는데, 어째서 그는 우생학 쪽으로 돌아섰는가?


왜 그는 사람들조차도 분류를 하고, 존재해서는 안 될 인간이 있는 것처럼 이야기했는가? 아니, 이야기뿐만이 아니라 그는 불임수술이라는 단종 작업에도 이론적 기초를 제공하게 되었는가?


룰루 밀러는 이 점에서 의문을 갖는다. 사람이 사람을 분류하고, 우열을 나눌 수 있을까? 우열을 나누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른 존재의 멸절을 시도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밀러가 찾던 답을 조던은 제시해줄 수가 없다. 아니 조던은 잘못된 답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다른 답을 찾아야 한다.


찾다가 룰루 밀러는 물고기는 없다는 주장을 만난다. 바닷속에 사는 생물들을 물고기라는 이름으로 규정지었는데, 과연 물고기는 존재하는가? 그 많은 생물을 '물고기'라는 범주에 넣어버리면 각 생물의 독립성은 어떻게 되는가?


그들은 독립성을 잃고 그 커다란 틀 속에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 이런 분류가 결국 우열의 사다리를 만들어내고, 우열의 사다리라는 범주 속에서 다른 생물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고, 그 생물들의 생존까지도 우월한 종이 결정하도록 하게 하지 않나.


결국 범주가 우열을 나누는 기준이 되고, 그런 기준에 의해서 다른 존재들에 대한 억압, 약탈, 죽임이 이루어진다는 결론을 나아간다. 그러니 물고기는 없어야 한다. 이 장면까지 읽으면서 [장자]와 [노자]의 글귀가 떠올랐다. 


[장자]의 글귀는 다음과 같다. 장자 '내편' 끝에 실려 있는 글인데...


                                                혼돈칠규(混沌七竅)


  남쪽 바다의 임금을 숙이라고 하고, 북쪽 바다의 임금을 홀이라 하였고,그 중앙의 임금을 혼돈이라 하였습니다. 숙과 홀이 때때로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은 그때마다 둘을 극진히 대접했습이다. 숙과 홀은 혼돈의 은덕을 갚을 길이 없을까 의논했습니다.

  "사람에겐 모두 일곱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쉬는데, 오직 혼돈에게만 이런 구멍이 없으니 구멍을 뚫어줍시다." 했습니다. 하루 한 구멍씩 뚫어 주었는데, 이레가 되자 혼돈은 죽고 말았습니다. 

(오강남 풀이, 장자, 현암사. 347쪽에서)


혼돈이 자연스러운데, 그것을 자신들이 판단해서 질서로 바꾸려고 한다. 즉 어떤 범주를 다른 대상에게 강제로 적용하려 한 것이다.


혼돈이 살지 못하고 죽게 되는 이 결과, 분류라는 이름으로 범주를 나누고, 그 범주에 속하게 다른 개체들을 집어넣고, 또 범주들 사이의 위계를 정해버리는 일. 이는 다른 개체를 자신의 행동으로 죽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오래 된 동양의 지혜가 서양 과학자들의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고도 할 수 있는데, 룰루 밀러 자신의 삶과 연결지어 쓴 이 책에서는 이런 장자의 말을 더욱 실감할 수 있다.


여기에 위계가 얼마나 잘못되었는지는 [도덕경]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지구 또는 우주라고 하자. 이런 지구나 우주의 처지에서는 인간이든, 다른 동물이든, 식물이든 별 차이가 없다. 그냥 우주에 존재하는 것들일 뿐.


노자의 말을 보자.


  하늘과 땅은 편애하지 않습니다.

  모든 것을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합니다.

  성인도 편애하지 않습니다.

  백성을 모두 짚으로 만든 개처럼 취급합니다.

(오강남 풀이, 도덕경, 현암사, 35쪽)


그렇다. 이 우주에 존재하는 것 중에 더 낫고, 더 못함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 그냥 함께 존재할 뿐이다. 함께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특정 집단에 의해서 범주로 나뉘고, 그 범주에 속하지 않으면 배척당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모든 것을 질서로, 틀로 규정지어서는 안 된다. 그냥 개체를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개체들과 함께 살아가는 과정에서는 수많은 혼돈이 있을 수밖에 없음을.


튼튼한 벽 안에서만 살아갈 수 없고,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모르는 길에서 삶은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룰루 밀러의 이 책은 잘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삶과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삶을 연결지으면서, 우생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장면까지 나아가는 책. 그리고 자신이 혼란스러운 삶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발견되었는지, 그런 발견 과정에서 '물고기는 없다'는 깨달음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다른 존재들을 어떤 범주로 규정짓고, 그 속에 넣어버리는 행위들, 이런 행위들이 자칫하면 위계로 나아가고, 위계는 손쉽게 차별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룰루 밀러는 말하고 있다. 흥미롭게, 그러나 우리 삶을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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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성의태어의 발견
박일환 지음 / 사람in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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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모양을 흉내낸(?) 말을 의성의태어라고 한다. 어떤 말들은 명확히 소리를 흉내내었고, 또 모습을 흉내냈다고 구분할 수 있지만, 소리를 흉내내었는지, 모습을 흉내내었는지 헷갈릴 때가 있다. 딱 의성어, 의태어로 구분하기 힘들다.


하긴 어떤 모습이나 동작에서 소리가 날 때도 있고 안 날 때도 있으니 의태어라고 해서 소리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고, 의성어라고 해서 모습이나 동작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할 수도 없다.


그러니 의성어, 의태어를 굳이 구분하기보다는 그냥 의성의태어로 하자.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것은 세분해도 좋고.


박제천이 쓴 시 '통사론'에 이런 구절이 있다. 


'역사는 주어와 서술어만으로도 이루어지지만 / 시는 부사어를 사랑한다'


그렇다. 단순한 사실 전달이 아니라 감정을 담아서 전달하려면 부사어가 필요하다. 꾸며주는 말, 일명 수식언이라고 하는 말들이 말에 어떤 느낌을 더해준다.


그 중 부사어는 가장 쓰임이 많은데, 부사어를 이루는 말 중에 의성의태어는 표현을 더욱 생동감 있게 해준다.


건조한 말이 아니라 무언가 톡톡 튀는 듯한 느낌을 주는 말, 그런 역할을 바로 의성의태어가 한다. 이 책은 이런 의성의태어에 관하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준다.


동작, 태도, 말과소리, 동물과 식물에 관한 의성의태어를 소개하고 있고, 그 말들의 어원에 대해서도 잘 설명하고 있다.


그 말이 어떤 상황에서 쓰이는지, 또한 어떤 느낌을 주는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말들이 무엇인지를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있어서 의성의태어뿐만이 아니라 우리 말을 어떻게 쓰면 더욱 효과적일지도 생각하게 해준다.


여기에 기존 사전(주로 표준국어대사전과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우리말 샘을 참조했다고 한다)에서 다루고 있는 방식도 비교해주고 있어서 같은 말이라도 사전 편찬자에 따라 어떤 대우를 받는지를 알 수 있다.


사전이 완전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사람들이 많이 쓰는 언어들은 사전에 표제어로 수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그리고 사전이 더욱 풍부하게 그 말의 어원 및 쓰임들을 각종 예를 들어서 수록해주었으면 한다.


요즘은 종이책으로 사전이 발간되기보다는 인터넷으로 다 찾아볼 수 있지 않나? 그러니 사전의 수정 작업도 예전에 비해서는 빨라질 수 있고, 또 용량에 제한받지 않고 수록할 수도 있으니 사전을 보면 그 말의 다양한 쓰임에 대해서 알 수 있게 해줬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의성의태어를 사전에서 찾아 그 말들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책, 읽으면서 그냥 단순한 사실 전달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담은 말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의미를 담은 어휘를 알 필요가 있다는 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박제천 시인의 말처럼 꼭 시에서만 부사어를 사랑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우리가 하는 말에서 부사어를 사랑해야 한다. 그 부사어에 속하는 말 중에 의성의태어는 말맛을 살리는데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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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지의 식탁
박현수 지음 / 이숲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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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약간의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식민지의 식탁이라니... 식민지 음식이 따로 있단 말인가 하는 의구심.


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식민지란 바로 일제강점기를 의미하고, 식탁이란 그 당시 사람들이 조선에서 먹었던 음식을 말한다. 그것도 집에서 먹는 가정식보다는 외식을 할 때 먹는 음식들.


즉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이 아니라 돈을 주고 먹어야 하는 음식들에 대한 소개라고 보면 된다. 근대가 되면서 우리나라에 어떤 음식들이 들어왔고, 그것들이 음식 문화로 자리잡았는지를 알려주는 책.


첫 시작을 이광수의 <무정>으로부터 시작한다. 최초의 근대소설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광수의 <무정>. 여기서 샌드위치가 나온다. 아마 이 책이 아니었다면 <무정>에 나오는 음식은 생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기차 안에서 병욱이 영채에게 음식을 준 장면도 기억이 나지 않는데, 그 음식이 샌드위치였다는 사실을 어찌 기억하겠는가.


이렇게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나온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다. 소설이 사람들의 삶을 보여주는 문학이니, 소설 속에 나온 음식들은 당시 사람들에게 친숙한 음식일 수밖에 없다. 또한 소설가가 자신의 작품 속에서 언급할 정도라면 이미 사회에 하나의 문화로서 자리를 잡았다고 할 수 있고.


<무정>이라는 소설부터 시작해서 거의 발표된 연대 순으로 음식들을 등장시킨다. <무정>에 이어서는 염상섭이 쓴 <만세전>이다. 물론 예전에 읽었을 때는 음식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책을 통해서나 이인화가 먹게 되는 음식이 무엇일지 생각하게 된다.


<무정>이나 <만세전>에 나오는 음식은 여행하면서 먹는 음식이다. 기차라는 근대 문명의 도구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끼니를 해결하는 음식들. 그만큼 식민지를 만들기 위해서 제국주의는 철도를 부설하고, 기차를 운용했으며, 그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또 기차와 기차를 연결하는데 바다로 막혀 있으면 배를 이용해서 연결을 시키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개발하게 된다. (관부연락선이라는 말이 바로 일본과 조선, 그리고 만주의 철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 배를 의미한다고)


낯선 음식이었을 것이다. 기차라는 문물도 낯설었을테니.. 그러다 이런 문물이 일상이 되면서 다른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제는 가게에서 파는 음식들 이야기로 가게 된다. 현진건이 쓴 <운수 좋은 날>이다. 바로 설렁탕이야기. 지금도 많이 먹는 설렁탕이니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 없을 듯하지만 아니다. 설렁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실려 있어서 읽을수록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다. 왜 하필 현진건이 김첨지 아내를 통해 '설렁탕'이 먹고 싶다고 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그다지 비싸지 않은 가격에 영양이 좋아 보양식으로 많이 먹었다는 사실.


이제 책은 선술집, 카페, 빠에 대한 이야기로 가다가 김유정으로 오면 시골 주막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감자'도 빼놓지 않고. 


30년대가 되면 서양식이 소설에 나오기 시작한다. 카페는 기본이다. 이상이 '제비'라는 카페를 차렸다는 사실도 우리가 알고 있지 않은가.


이런 이상과 친구인 박태원이 그들이 자주 모이는 장소로 '카페'를 선택했다는 사실. 이상도 선술집을 무척 좋아했다는 사실이 이 책에서 언급된다.


여기에 <날개>에 나왔던 미츠코시 백화점에서 파는 음식들 이야기가 나오고, 조선호텔에서 파는 음식들까지 다양한 일제강점기 시대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저자는 소설을 통해서 당시 어떤 음식들이 만들어졌고, 사람들이 즐겨 찾았으며, 그것들의 가격은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준다. 그래서 이 책을 읽으면 당시 발표되었던 소설을 만나게 되고, 그 소설을 통해서 음식을 만나게 된다.


이렇듯 일제강점기에 사람들이 외식으로 먹었던 음식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소설과 음식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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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숲 - 사람과 동물이 함께 살아가는 도시의 자연 순간들
피터 S. 알레고나 지음, 김지원 옮김 / 이케이북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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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숲'


이 '어쩌다'란 말에서 숲이 아닌데, 숲이 되어버렸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렇다면, 어디가 숲이 되었을까? 바로 도시다.


도시, 삭막한 공간이라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이 도시에도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다. 인간만이 아니라. 


도시는 철저하게 인간을 위한 공간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편리를 위해서 만들어낸 공간이고, 자신들의 생활이 최적화 되도록 설계한 공간이다. 그래서 도시는 인간에게 좋지 않다고 여겨지는 생물들이 들어올 수 없도록 차단되어 있다.


일부러 그렇게 하지 않았더라도 도시를 둘러싸고 있는 도로들이 그런 통로를 막는다. 얼마나 많은 동물들이 죽임을 당했는지 알고 있지 않은가. 소위 로드킬이라고 불리는 죽임들.


그럼에도 도시에는 동물들이 살아간다. 반려동물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야생동물들도 도시에서 살아가려 하고 있다.


비둘기와 같은 새들이야 이제는 친숙해졌고, 길고양이들도 익숙해졌으나, 멧돼지는 아직도 친숙해지지 않았다.


가끔 언론에 도심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을 보면, 우리에게 도시는 멧돼지가 나타나서는 안 되는 지역인가 보다.


멧돼지만으로도 이렇게 호들갑을 떠는데, 만약 멧돼지보다도 더 무섭다고 여겨지는 동물들이 도시에 나타난다면 어떻게 할까?


이 책은 그런 상황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야생에 살던 동물들이 도시로 오게 된 모습을, 미국 도시의 상황을 통해서.


저자는 보브캣을 보았을 때로 이 책을 시작한다. 야생에 있는 동물을 도심에서 봤을 때의 놀라움, 신기함. 그러다가 자세히 살펴보니 더 많은 동물들이 있음을 알게 된다. 다람쥐, 흰꼬리사슴, 캘리포니아모기잡이, 코요테, 흑곰, 흰머리수리, 퓨마, 박쥐, 땅다람쥐, 참새, 바다사자 등을 언급한다.


이 중에 참새는 우리에게도 친숙하니까 빼자. 다만 저자는 그 많던 참새가 도시에서 줄어든 이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참새가 많았다가 많이 줄지 않았는가. 그것은 바로 우리의 생활 방식 때문이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는데...


얼마 전에 언론에서 '가마우지'를 다뤘다. 본래 철새였던 가마우지가 거의 텃새가 되어 양식장의 송어들을 먹어치우고 있다는 뉴스.


이 책에서 다룬 것과 비슷한 이야기다. 야생동물들이 자신들의 먹이를 찾아 인간에게 점점 더 다가오는 것. 동물들도 살기 위해서, 인간이 살고 있는 도시로 올 수밖에 없음을 다루고 있는 이 책에서 공존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우리는 고라니나 멧돼지가 농작물을 파헤쳤다는 기사, 가마우지가 송어를 잡아먹어 양식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는 기사 등등을 접하면서 그 동물들을 어떻게 퇴치할까를 이야기한다.


퇴치가 아니라 공생이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가 주장하는 것이 바로 이것이다. 이들을 퇴치할 생물로만 여길 때 결국 피해는 인간에게도 오게 된다.


그러니 여러 동물들과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가마우지나 멧돼지, 고라니 등이 왜 인간 근처로 자꾸 오겠는가. 그들이 살아갈 생태계가 파괴되어 먹이를 구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들도 살아가야 하므로.


아마 이대로 가면 지리산에 방사된 반달곰들도 미국의 흑곰들처럼 도심으로 내려올지도 모른다. 그들이 살아갈 생태계를 자꾸 잠식해 들어가면.


저자의 말을 인용한다.


'인간이 자연을 바꿀 수 있다 해도 완전히 통제할 힘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자연과 상호작용하고, 자연을 키우고, 우리의 공통된 미래를 계획하는 방식을 좀더 의도적으로 이끌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자연을 지배하고 조작하고 소소한 것까지 전부 통제하려 하는 옛날 방식에 집착하거나 단편적인 해결책으로 전체적인 문제를 계속 풀려고 하면, 도시에서든 다른 곳에서든 사람과 야생동물 사이에 공존 같은 건 이룰 수 없을 것이다. 공존에는 통제가 아니라 보살핌이 필요하다. 응징이 아니라 호혜가 필요하다. 상황이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는 게 아니라는 걸 이해하는 겸손함을 갖고서 상호 번성을 위한 배경을 만들어야 한다.' (357쪽)


도시로 내려오는 야생동물 때문에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이런 야생동물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 책은 야생동물을 보호하자는 관점에서 쓰였다고 보면 된다.


우리 역시 해마다 겨울철에 철새들을 위해서 많은 곡식을 논에 뿌리는 일을 하기도 하지 않는가. 이런 일을 하면서도 도심에 나타나는 동물들, 또 인간의 일에 피해를 주는 동물을 퇴치하라고도 한다.


인간은 지구에서 최고의 포식자다. 다른 생물들의 생태계를 파괴하는 삶을 살아왔다. 그런 결과로 예측할 수 없는 질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제는 공존을 생각할 때다. 최종 포식자로서 인간이 계속 존속하려면 생태계의 다양성 유지가 필요하다. 그런 다양성 유지에 도시로 오게 되는 동물들과 공존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공존할 것인가? 답은 없다. 그 답을 찾아가야 한다. 저자는 바로 그 점을 지적하고 있다. 미국 도시에 나타나는 수많은 야생동물들, 단지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여러모로 참조할 부분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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