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 9 - 현제賢帝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9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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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을 시오노 나나미는 '모든 길은 로마에서 시작한다'로 바꾸고 싶다고 한다. 그만큼 로마 시대에는 많은 길들을 만들었다. 사람도 물자도 교류가 잘 되도록 직선으로, 평평하게 길을 냈다고 한다.

 

간선도로만 해도 8만 킬로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엄청나게 긴 도로다. 이 도로에 사람들이 왕래할 수 있는 인도도 설치했다고 한다. 도로 4미터, 좌우로 인도 3미터씩, 그리고 도로와 인도 사이에 배수로를 설치했다고 하고, 도로를 만들기 위해 땅을 파고 자갈과 같은 돌을 넣고, 그 위에 다시 평평하게 반석들을 깔았다고 한다.

 

이렇게 도로를 내면 여러모로 편리하기는 하지만, 적이 침입할 때도 쉽게 해주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적에게도 유리하지만 로마에는 더 유리하기 때문에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음이 있다고 한다.

 

결국 로마는 연결해서 방어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할 수 있으니, 중국이 장벽을 쌓아 방어하는 전략을 쌓은 것과 다른 방법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나라를 방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국민들이 평화롭게 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자기 나라에 대해 자부심을 지니고, 그 나라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면 외침에 대해서 강하게 대응하게 된다.

 

또한 연결해서 방어하는 방법은 다른 민족들을 내치지 않는다. 너와 나라는 구분을 엄격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너와 나가 우리가 되는 방법인 것이다.

 

다른 민족들까지도 동화시키는 그런 정책이 결국 로마의 도로로 나타났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도로는 로마가 세계 최강대국이 되게 하는 한 방책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도로와 마찬가지도 수도에 대해서도 시오노 나나미는 감탄하고 있다. 그들은 도로만큼이나 수도 건설에도 열을 올렸다. 깨끗한 물을 부족하지 않게 로마에 공급하는 수도는, 로마 각지로 퍼져 그들에게 물걱정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게 해주었다.

 

이런 수도 건설과 연결하여 로마에 유행했던 목욕탕, 대중목욕탕은 로마인들의 생활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수도 건설과 도로 건설 또 목욕탕으로 인해 로마에는 전염병이 창궐하는 일을 막을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외적인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의료와 교육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다. 한 사회를 유지하는 기본적인 구조로 건설에 관련된 것도 있지만, 사람들의 건강을 유지하게 하는 의료도, 또 미래를 이끌어갈 사람들을 양성하는 교육도 중요하게 관련된다.

 

로마인들은 전성기에 이들에 대해서 하나도 소홀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로마를 강대국이 되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오현제가 등장해 로마가 안정기에 접어들 때까지, 로마의 사회 기반 시설에 대해 살핀 것이 9권이다.

 

사람이야기와 더불어, 그 사람들이 어떤 사회를 만들려고 했는지, 또 그들이 자신들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했는지, 정책을 실시하는 사람들이 어떤 사고로, 어떻게 정책을 했는지를 잘 보여주는 9권이다.

 

이제 로마는 정점에서 내려오기 시작한다... 다양성이 살아 있는 사회에서 다양성이 사라지는 사회로... 그 시대를 살아가는 인물들 이야기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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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촌 고양이 우리 시대 우리 삶 2
황인숙 지음, 이정학 그림 / 이숲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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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맘이라는 말이 있다.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 그들은 길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역시 사랑한다고 말을 한다. 그만큼 생명에 대한 사랑이 충만한 사람이라는 뜻이리라.

 

시인 황인숙은 남산 해방촌에서 산다. 해방촌에 살면서 고양이 세 마리를 키우고, 동네 고양이들을 위해 먹이를 주기도 한다.

 

물론 동네 사람들 가운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럼에도 황인숙은 길고양이들을 보살피는 일을 그만두지 않는다.

 

생명에 대한 사랑, 그것은 곧 시에 대한 사랑이기도 하다. 이 책 1부는 이러한 해방촌 길고양이와 얽힌 이야기들을 싣고 있다.

 

많은 동네에서 길고양이들을 흔치 않게 볼 수 있게 된 지금, 이 책은 조금 시일이 지난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길고양이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는 이 책에서 언급한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길고양이들 처지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시인은 길고양이와 얽힌 이야기를 하면서 비와 주차 차량 이야기를 한다. 비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시인. 발이나 옷이 젖는 것도 좋아 비가 오면 한정없이 걸었다는 시인이, 길고양이를 돌보면서부터는 비가 마냥 좋지만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길고양이에게 준 먹이가 비로 인해 불어터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또한 장마가 되면 길고양이들이 너무도 안 좋은 환경에서 지내야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길가에 주차되어 있던 차량은 부정적인 생각에서 고마운 존재로 바뀌게 된다. 적어도 그렇게 주차되어 있는 차량 밑에서 길고양이들이 비를 피하거나, 더위를 피하거나 쉴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들에게 어떤 존재도 상황에 따라서 변할 수 있다는 것, 시인은 이렇게 길고양이를 통해서 존재들의 다양한 의미를 생각하게도 해주고 있다.

 

읽다가 황인숙 시인이 낸 시집이 있는 것이 기억나서 시집 차례를 죽 훑어보았더니, 고양이에 관한 시가 두 편이 있다. 대충 훑어본 것이라 아마도 더 많은 시들이 있을 수도 있지만...

 

그 시들은 다음과 같다.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이 다음에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윤기 잘잘 흐르는 까망 얼룩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뿐사뿐 뛸 때면 커다란 까치 같고

공처럼 둥굴릴 줄도 아는

작은 고양이로 태어나리라.

사기그릇의 우유도 핥지 않으리라.

가시덤풀 속을 누벼누벼

너른 벌판으로 나가리라.

거기서 들쥐와 뛰어놀리라.

배가 고프면 살금살금

참새떼를 덮치리라.

그들은 놀라 후닥닥 달아나겠지.

아하하하

폴짝폴짝 뒤따르리라.

꼬마 참새는 잡지 않으리라.

할딱거리는 고놈을 앞발로 툭 건드려

놀래주기만 하리라.

그리고 곧장 내달아

제일 큰 참새를 잡으리라.

 

이윽고 해는 기울어

바람은 스산해지겠지.

들쥐도 참새도 가버리고

어두운 벌판에 홀로 남겠지.

나는 돌아가지 않으리라.

어둠을 핥으며 낟가리를 찾으리라.

그 속은 아늑하고 짚단 냄새 훈훈하겠지.

훌쩍 뛰어올라 깊이 웅크리리라.

내 잠자리는 달빛을 받아

은은히 빛나겠지.

혹은 거센 바람과 함께 찬 비가

빈 벌판을 쏘다닐지도 모르지.

그래도 난 털끝 하나 적시지 않을걸.

나는 꿈을 꾸리라.

놓친 참새를 쫓아

밝은 들판을 내닫는 꿈을.

 

황인숙, 새는 하늘을 자유롭게 풀어놓고, 문학과지성사. 1992년 4쇄. 14-15쪽.

 

  고양이

 

당신의 손끝이 내 등을 스치면

별들이 벌떼처럼 날아오르죠

당신의 손은 게을러요

당신의 손을 핥을 때

당신의 무릎에 턱을 비빌 때

떨어지는 몇 개의 별처럼

야아옹 서글피 당신을 부르는 걸

자, 그만. 하고는 마시지요

별은 내 마음에도 제멋대로 나타나

내 기분을 변덕스럽게 해요

나뭇가지 중에서도 하늘거리는

윗가지에 앉아

어지럽도록 흔들리는 게

나는 좋아요

별들이 반짝이는 건

몹시 흔들리기 때문이죠

내가 새조롱에 달려든다면

당신은 눈살을 찌푸리겠지만

나는 당신의 새를

해치려는 게 아니어요

그저 그들과 함께 가벼이

당신 앞에서

반짝거리고 싶을 뿐

 

당신의 손은 게으르죠.

 

황인숙, 슬픔이 나를 깨운다. 문학과지성사. 1997년 재판 2쇄. 74-75쪽.

 

고양이에 대한 시인의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고 할 수 있다. 자유롭게 살고 싶은 고양이로 태어나고 싶다는 화자의 소망은, 그렇지 못한 고양이들의 현실과 겹쳐져 사람만이 아니라 갇혀 있는 존재, 자유롭지 못한 존재들에 대한 안타까움을 불러일으킨다.

 

그럼에도 두 번째 시는 집에 있는 고양이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고양이가 화자가 되어 이야기하고 있다.

 

사람과 함께 어울리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모습이 표현되어 있는데, 이것이 어찌 고양이뿐이겠는가. 우리들의 손은 어쩌면 그렇게 게으른지도 모른다.

 

우리 앞에서 반짝거리고 싶어 행동하는 존재들을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 시. 내가 주변 사람들, 주변 존재들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시.

 

고양이를 통해 나를 바라보게 만드는 그런 시라고 할 수 있는데, 이 책 역시 마찬가지다.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들과 황인숙이 경험하고 생각한 이야기들이 함께 실려 있으니 여러가지를 느끼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쉽게 만나는 길고양이들을 먹이까지는 주지 못하더라도 좀더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고.

 

덧글

 

수필을 읽는 재미가 인생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데, 시가 젊음에 해당한다면, 소설은 중년에 해당하고, 수필은 노년에 해당한다는 말이 있는데, 수필은 자신이 살아온 세상을 돌아보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글이다.

 

이 글에서 이런 말을 읽고 이 말이 마음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기술이란 뒤를 잇는 세대의 눈에 장애가 아니라 도움을 주는 존재로 비치게 하는 기술, 경쟁상대가 아니라 상담상대라고 생각하게 하는 기술이다." - 앙드레 모루아의 글이라고 한다.

 

"영광의 공허함을 알고 무명의 한 존재로 편안함을 얻으려는 기분" - 누군가의 말인지 모른다고 한다.  이 말 역시 앙드레 모루아의 글이라고 하는 글도 있다. (239쪽)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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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보 칼맨, 디자인으로 세상을 발가벗기다 - 대화 11
이원제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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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디자인에 관심을 지니고 있지만, 어떤 디자인이 좋은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디자인이 우리 일상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살아가면서 디자인을 딱히 의식하지는 않고 있다.

 

어쩌면 숨쉬는 것과 같이 디자인도 그냥 삶에 묻혀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존재를 드러내려 한다. 그리고 드러난 디자이너들이 있다.

 

우연히 헌책방에서 티보 칼맨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 책을 보았다. 그동안 전혀 듣지 못했던 이름이다. 책을 펼치니 그가 디자인한 작품들이 나오는데... 내가 모르고 있었던, 아니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던 '컬러스COLORS'라는 잡지의 편집자이자 디자이너로 활동했단다.

 

물론 그가 차린 회사도 있고, 다른 많은 작품도 있지만, 디자인을 감상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실생활에 접목시틴 뉴욕 42번가 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했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에게서 배울 점은 디자인을 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적 소양을 쌓으라고 하는 것, 디자인이 그림을 잘 그리거나 상상력이 뛰어나거나에서 그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바탕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특정한 재주에 매몰되는 것이 아니라 삶을 전체적으로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지라는 것, 그렇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 티보 칼맨이 주장하는 디자이너의 자세다.

 

여기에 그는 '버내큘러'라는 말을 강조한다.

 

'버내큘러'라는 단어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특정 문화나 지역에서 사용하는 일상 언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버내큘러'는 많은 시간, 열악한 수단, 가난의 결과입니다. 뉴욕에서 볼 수 있는 버내큘러로는 할렘가의 스페인 식료품점 간파이라든가 얼음 배달 트럭을 치장한 그림 등이 있죠. 그런 것들에는 아름다움에 대한 진정한 고민들이 담겨 있습니다. (83쪽)

 

이것은 바로 사람들, 특히 서민들의 삶과 동떨어진 디자인을 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로 들린다. 그래서 그를 사회주의적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도 한다는데, 사회주의적이라기보다는 공공성을 살리는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하는 편도 어울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디자인이 생활과 떨어질 수 없다면 생활에서 사람들에게 좀더 잘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이너가 할 일이 아닌가 한다.

 

그가 한 말을 마지막으로 인용한다. 그의 생각이 잘 드러나 있는 말이다.

 

많은 디자이너들은 디자인이 최종 산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디자인은 하나의 언어이며 최종 산물을 위한 수단이자 커뮤니케이션의 한 방법일 뿐입니다. 문제는 무엇을 커뮤니케이션하느냐입니다. 버거킹이냐, 아니면 의미 있는 다른 어떤 것이냐? (1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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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9 - 현제賢帝의 세기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9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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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대한 저작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는... 제정에서 공화정으로, 다시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가는 과정이 길기도 긴데, 제정이 되어서 또 몇백 년 동안 세계 제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니, 로마인 이야기가 길어질 수밖에 없다.

 

9권에서야 현제의 시기, 즉 우리가 오현제라고 알고 있는 왕들이 등장한다. 피비린내 나는 내전을 거쳐서 이제 로마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것이다.

 

안정기에 접어드니, 그때 황제가 된 사람들이 현제(賢帝)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들은 앞선 황제들보다 길게 통치를 한다.

 

물론 오현제 시대를 여는 네르바는 2년도 채 통치를 하지 못한다. 그는 고령에 황제가 되었고, 그래서 자기 정책을 펼치기도 전에 죽음에 이른다. 다만, 그가 현제라는 소리를 듣는 것은 후계자를 잘 지목했다는 것이다. 능력 있는 후계자를 알아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는 현제 소리를 들을 만하다.

 

네르바가 지목한 사람은 트라야누스. 그는 상당한 능력을 발휘하여 로마 영토를 확정하게 된다. 또한 로마를 안정기에 접어들게 하고, 온갖 공공건축물을 건설한다. 웅장한 로마 건축물들을 많이 만들게 되는 시기.

 

이런 공공건축물을 많이 만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나라가 안정되었다는 얘기가 된다. 외적으로부터의 침입 걱정이 없어지고, 경제가 살아나면서 사람들이 살만해지니까 이런 건축물을 지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트라야누스가 죽은 뒤 그 뒤를 잇게 되는 하드리아누스. 그는 로마에 머물러 통치하기보다는 로마 속주에 해당하는 곳을 순방하면서 통치를 한다.

 

황제가 순방하여 직접 그곳의 현실을 보고, 거기에 적합한 정책을 펼치는 것. 하드리아누스 황제 대에 이르러 로마는 이제 전쟁의 위협에서 완전히 벗어난다.

 

유대가 반란을 일으켰지만, 이를 진압하여 예루살렘에서 유대인을 쫓아낸 것이 하드리아누스 황제라고 하니, 유대인들은 시오니즘 운동 등을 통해 팔레스타인으로 돌아오는데 천 년 넘는 세월을 보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대인을 말 그대로 디아스포라로 만들어버린 황제가 하드리아누스 황제인데, 그가 로마 제정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꽤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의 통치를 거쳐 이제 로마는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되기 때문이다.

 

전쟁의 위협이 없어지면 안보가 해결이 되는 것이고, 안보가 해결이 되면 그 평화로운 시기를 이용해 식량문제, 즉 경제 문제에 전념해서 경제 역시 살아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살기 좋은, 그야말로 태평성대를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하드라이누스 뒤를 이은 안토니누스 피우스. 피우스라는 이름이 자비를 뜻한다고 하니, 이 황제 때는 말 그대로 안정기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로마에 필요한 일들을 하지만, 자신을 드러내는 일은 하지 않는다.

 

이제 황제가 돋보이는 정책을 굳이 펼치지 않아도 로마는 잘 유지되는 나라가 된 것이다. 그러니 이 안토니누스 피우스 시대야말로 로마인들에게는 행복했던 시절 아니었을까.

 

여기까지가 9권이다. 오현제 중에 한 명,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언급하지 않았다. 아마도 철락자 황제로 불리는 아우렐리우스는 한 권을 할애해도 좋을 거라고 여겼는지도 모른다.

 

여기에서 이 황제들이 연이어 즉위하는 과정을 보자. 동양과 다르게 로마 황제는 원로원과 시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하지만, 전 황제가 지목하면 이의 없이 다음 황제로 등극할 수 있었으니, 거기에 많은 차이를 둘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러나 황제가 세습되지 않고 양자 관계를 통해서 지목되었다는 것, 너무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지 않게, 적어도 30이 넘어서 황제가 될 수 있게 능력 있는 사람들 중에서 엄선해서 양자를 삼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후계자 양성과정이 엄격했다고 할 수 있는데, 능력 있는 후계자를  선정했기에 로마 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세계 제국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자질 있는 지도자가 선출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한 나라의 발전 정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오현제 시대에는 이렇게 능력 있는 후계자들이 연이어 등장하고, 또 이들이 20년 정도를 통치하면서 자신의 정책을 펼칠 수 있었기에 로마가 더욱 발전할 수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이 책에서 로마 황제의 3대 책무를 이야기하고 있다.

 

(1) 안전보장, 즉 외정 (2) 국내 통치, 즉 내치 (3) 현대식으로 바꿔 말하면 사회간접자본 정비 (91-92쪽)

 

9권에서 다룬 세 명의 황제, 트라야누스, 하드리아누스, 안토니누스 피우스는 모두 이 세 가지 책무를 잘 수행한 황제라고 할 수 있다.

 

어디 이 세 가지 책무가 로마 황제의 책무만이겠는가. 지금 우리 시대를 사는 정치가들에게도 반드시 필요한 책무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번 권은 어떻게 하면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치가가 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정치학 책이라고 해도 좋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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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8 - 위기와 극복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8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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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정은 확립되었다. 누구도 황제라는 지위를 거부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자리에 누가 앉느냐를 생각할 뿐이다.

 

원로원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황제 권력을 견제한다고 하지만, 그 견제는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편이다. 황제라는 지위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다. 자신들의 권력이 유지되는 동안은.

 

그렇다면 황제는 어떤가? 동양처럼 세습 황제라는 개념이 명확하지 않던 시대에, 이들은 능력자들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았을까?

 

핏줄에 집착했던 아우구스투스는 세습 황제들을 만들고 싶어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고, 그런 핏줄에서 폭군이라 할 수 있는 황제(칼리굴라, 네로)가 나왔으니 절대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되는 것이 문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네로를 자살로 이끈 다음에 과연 나라가 평온해졌을까? 그렇지 않다. 핏줄이 끝났다. 이제는 능력이다. 그런데 한 사람이 절대 권력을 쥘 수 있다. 욕망이 있는 사람에게는 목숨을 걸 만한 일이다. 권력욕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 문제가 없는 일이겠지만.

 

이제 많은 권력 다툼이 일어난다. 권력 다툼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는 사람은 군사력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다. 자고로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로마 역시 마찬가지다. 군사들의 지지라고 하기보다는 군사령관의 지지를 받는 사람이 황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공석인 황제 자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군사령관들이다. 원로원 의원들은 이런 일에 목숨을 걸려고 하지 않는다. 적어도 혼란기에는.

 

8권은 그래서 군단장, 군사령관 출신의 황제들이 난립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갈바로부터 시작하여, 오토, 비텔리우스까지 몇 년 안에 황제들이 죽고, 죽이고 하는 과정을 거치고, 드디어 안정기에 접어드는데, 베스파시아누스 황제로부터 시작된다.

 

베스파시아누스가 황제가 되어 로마는 차츰 안정기에 접어들고, 그 아들 티투스가 대를 이어 로마를 중흥시킨다. 그러나 티투스가 일찍 죽고 동생인 도미티아누스가 황제가 되어 로마는 제정이 안정기에 접어든다.

 

다만, 도미티아누스는 폭군으로 기록이 되고, '기록말살형'이라는 중형을 받는데, 시오노 나나미의 주장에 따르면 도미티아누스는 폭군이라기보다는 원로원과의 권력싸움에서 밀려난 사람이라고 한다.

 

즉 로마 권력을 놓고 제정이라고 해도 원로원이 견제하는 구조를 지니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도미티아누스가 암살당하고 - 특이하게도 그는 원로원이나 군단들의 반란으로 살해당한 것이 아니라 가정사로 인해 살해당했다고 할 수 있다고 하는데... 기록말살형에 처해지고, 암살자들이 모두 처형당해서 구체적인 살해 동기와 과정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한다 - 네르바가 즉각 제위를 이어받음으로써 제정이 계속되게 된다.

 

네르바는 원로원 의원이었고, 나이도 많았으며 친도미티아누스도 반도미티아누스파도 아니었기 때문에 황제로 추인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후계자를 잘 임명함으로써 로마 오현제 시대를 열어간다고 한다.

 

이제 로마는 오현제 시대에 접어든다. 이들이 오현제라고 인정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세습이 아닌 능력있는 후계자를 지명했다는 데 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이렇게 한 사람에게 절대권력이 주어지면 언제든 폭군이 등장하거나 또는 살해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이 바로 이런 정치구조가 지닌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로마인이야기를 사람에 대한 이야기에 더해 정치구조에 대한 이야기로 생각하면서 읽어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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