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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절대지식 - 천만년을 버텨갈 우리 속담의 품격
김승용 지음 / 동아시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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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연설문 하나 제대로 수정하지 못해 외부인에게 의뢰해 고친 정치인이 있다. 말로는 외부 일반인의 의견을 참조한 것이라고 하지만, 참조가 아니라 전적으로 의존했음이 밝혀졌다.

 

수정된 문구를 그대로 읽었음이 - 분명 말했음이 아니라 읽었음이다. 세상에 그렇게 읽기 말투로 연설을 하는 정치인이 지금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서글프다 - 밝혀졌으니 말이다.

 

여기에 자신이 직접 말을 잘 할 수 없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정말로 말을 할 능력이 없었는지 수첩에 빼곡히 적어와서는 그대로 읽어버린 정치인이 있다. - 그 정치인이 그 정치인이다. 일명 수첩공주라고 한다.

 

도대체 우리말 실력이 어느 정도이기에 정치인이 이렇게 말을 할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다 뉴스에서 미국 대통령 오바마가 연설문을 어떻게 고쳤는지를 보여준 방송을 봤다. 참모들이 쓴 원고를 자신이 직접 여기저기 수정해서 고친 연설문.

 

그것도 읽기가 아니라 말하기를 하는 그런 연설문. 그것은 시적 표현이라는 말까지도 들은 연설문이라고 한다. 누구는 농단이라는 말을 듣는 연설문을 가졌고, 누구는 시적 표현이라는 소리를 듣는 연설문을 썼다.

 

차이는 바로 언어에 대한 관심, 또는 언어구사능력이다. 자기 나라 말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느냐에 이런 차이가 나지 않았을까 한다.

 

우리나라 그 정치인은 외국어를 몇 개나 한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정작 우리말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나 보다.

 

그러니 우리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조상들의 지혜가 농축되어 있는 속담을 자신의 연설문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은 더더구나 없었으리라.

 

이 책은 바로 이런 속담에 관한 책이다. 속담에 얼마나 많은 지식이 담겨 있는지, 우리들의 생활이, 정신이 담겨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책이다.

 

속담집은 몇 권 나와 있지만, 이 책은 단순히 속담만을 모아놓은 책이 아니라 그 속담에 관련된 생활, 정신 등을 총망라하고, 현대에 어떻게 변용되었는지, 비슷한 속담과 반대되는 속담은 어떤 것이 있는지를 함께 다루고 있다.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질 수가 없는 작업이다. 사전을 만드는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리듯이, 속담에 관한 책을 내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귀중한 책이라는 것이다. 우리말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데 속담을 활용하여 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즉, 그 사회에서 통용되는 관용구를 적절한 맥락에 사용한다면 중언부언하지 않고도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의도를 효과적으로 잘 전달할 수 있다.

 

말 잘하는 사람들 보면 그 상황에 맞는 언어를 적절하게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상황에 참 잘 맞는 속담이 꼭 들어가기도 하는데...

 

그냥 속담을 찾아보는데서 그치지 않고 읽을 수 있게 만들어 놓은 책이기도 하다. 많은 지식들이 담겨 있기에 속담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자꾸만 우리말이 축소되어 가고 있다. 잊혀져가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 속담을 다룬 이 책, 읽을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상황에 맞게 잘 적용해서 쓸 필요가 있다. 그것이 우리말을 더 살찌울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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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가 들려주는 문화 이야기
전세화 지음 / 예경 / 200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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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이런 말이 있었다. 연예인의 인기도를 알려면 광고를 보면 된다고. 즉, 광고에 얼마나 출연하느냐가 인기의 척도라고.

 

그만큼 광고는 유명 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 꼭 연예인만이 아니다. 유명인이면 광고에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유명한 만큼 광고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쉽다는 이유였으리라.

 

그렇다고 유명인이 나온다고 모두 그 광고를 보고 제품을 사지는 않는다. 아니 꼭 광고만 보고 제품을 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광고를 통해서 제품에 대해서 인지하게 되면 아무래도 제품을 구입할 때 참조하게 된다.

 

내가 알고 있는 것과 모르는 것 사이에서 어떤 것을 구매해야 한다면 많이 들어본 것, 아는 것에서 선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니 광고에 그만큼 투자를 하는 것이다.

 

따라서 광고기획자들은 소비자들에게 호기심과 흥미를 줄 만한 광고를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들이 지나치는 광고는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흥미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광고는 그 시대의 문화를 따르거나 또는 그 문화를 토대로 넘어서는 무엇을 제시해야 한다.

 

그냥 자기 멋대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과 장소에 맞는 광고를 기획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레 당시 유명인을 출연시킨다든가 또는 문화적 공통성이 있는 광고를 만든다든가 아니면 그 시대와는 너무도 동떨어져 이게 무슨 광고인가 생각하게 하는 광고를 만들기도 한다.

 

어떤 형태로든 소비자의 눈을 잡아야 한다. 눈을 잡고 마음에 닿게 해야 발을 이끌 수 있고, 광고된 제품을 손에 잡히게 할 수 있다.

 

그러니 광고에는 그 시대의 문화가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 말로 하면 광고를 보면 그 사회의 문화를 알 수 있다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광고를 보아야 할까? 이 책은 2004년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광고들,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한 작품들과 우리나라에서 펼쳐진 광고들을 대상으로 광고 읽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냥 광고를 아무 생각없이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광고의 이면에 숨겨 있는 문화까지 읽어낼 수 있게 해주고 있는 것이다.

 

왜 그런 광고가 나왔는지, 그 광고가 의도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그 광고에서 사용한 방법이나 의도는 무엇인지를 기존의 광고를 중심으로 해설해주고 있다.

 

따라서 광고를 보는 재미도 있지만, 그 광고의 문화적 맥락을 읽어내는 재미도 있다. 그런 재미를 통하여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는 광고를 더 넓고 깊이있게 만날 수도 있고.

 

광고에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그 광고를 능동적으로 읽어내려고 하는 사람을 위한 광고에 관한 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광고는 이런 맥락에서 나왔구나, 이 광고에는 이런 문화가 깃들어 있구나 하면서, 광고가 이렇게 변해왔구나까지... 그렇다면 지금 나오는 광고는 이런 맥락에서 이런 문화적, 사회적 상황에서 나오는 거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수동적 소비자가 아닌 능동적 소비자가 되기 위한 광고 읽기를 보여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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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읽는 하멜표류기
강준식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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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너무도 많이 들어본 책. 하멜 표류기. 학창시절에 역사시간에 배운 책이리라. 그런데 그렇게 배웠음에도 이 책을 읽어본 적이 없다. 제목은 마치 읽은 것처럼 머리 속에 박혀 있는데, 실질적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 책.

 

도서관 서가에서 이 책을 보고서 이번엔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다. 제목만 알고 있는 책이 한두 권이 아니지만, 이렇게 그런 책들이 눈에 들어오면 꼭 읽어야지 하는 결심도 한다.

 

하멜, 조선 효종 때 우리나라에 표류해서 무려 13년이나 있다가 다시 네덜란드로 돌아간다. 네덜란드라고 하기보다는 인도네시아라고 하는 편이 좋겠다. 그들의 팽창정책으로 동양에 진출했었고,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다른 나라들로 확대해가는 중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본국인 네덜란드로는 나중에 간다.

 

그가 우리나라에 있는 동안 겪었던 일들, 느낀 점들을 쓴 글이라, 외국인의 눈에 비친 조선의 모습을 아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제목만 보았을 때는 꽤나 두꺼운 책이리라 생각했는데, 무려 13년이나 억류(?)되어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기록이기에 방대한 내용이 있을 거라 추측을 한 것이었는데, 아니었다.

 

하멜표류기 원문은 짧다. 그것은 그가 그때그때 기록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기억에 의존에 조선을 탈출한 다음에 일본에서 작성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대략적인 면만 이 책에 나온다고 보면 되는데, 그럼에도 조선의 모습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하멜표류기를 부록으로 싣고 있다. 완역본이라고 하여 하멜표류기를 싣고 있는데, 채 100쪽도 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완역본을 먼저 읽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여기에 또 부록으로 실린 조선왕국기를 보면 그가 대체로 정확하게 조선을 파악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데...(이 글에서 한글에 대한 대목이 나온다. 우리글인 한글이 우수함을 하멜도 인식하고 있었음에... 새삼 한글의 편리성을 생각해 보게 된다. 298쪽)

 

제목만 알고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 글을 합쳐야 겨우 100쪽일텐데... 왜 학교 다닐 때 읽지 못했는지.. 아니 읽지 않았는지.

 

하여 교과서에서 제목만 보던 하멜표류기를 읽게 해준 책이라는 점에서 좋기도 하지만, 이 책은 이런 하멜표류기를 중심으로 당시의 역사적 사실을 추적해서 풀이해 주고 있다.

 

이 책의 본문이라 할 수 있는 이 부분은 하멜표류기를 순서대로 따라간다. 따라가면서 상세한 주석을 한다. 네덜란드인 하멜의 표류기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그리고 당시 조선에서 발간된 책 속에 나오는 하멜의 이야기를 광범위하게 찾아 정리해 준다.

 

또한 이 책은 역사적으로 하멜이라는 사람의 표류기를 추적하고 있지만, 이 책에서는 또 한 명의 중요한 인물이 나온다. 벨테프레라는 또 한 명의 네덜란드 사람. 이 사람 역시 표류해서 조선에 왔지만, 결국 이 인물은 조선을 떠나지 못한다.

 

벨테프레는 박연이라는 이름으로 조선인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는 하멜 일행이 표류해 왔을 때 통역으로 이들과 만난다. 이들과 조선을 이어주는 역할을 그가 하는 것이다.

 

이런 그의 역할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왜 하멜이 13년이나 조선에 억류되어 있어야 했는지를 알게 해준다. 조선의 쇄국정책 뿐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속에서 그들의 존재를 감추려고 했던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하멜은 조선을 탈출한다. 13년이나 살았는데도 탈출을 했다는 것은, 조선이 그에게는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없도록 하는 나라였다는 말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이 책의 본문에서 언급하고 있지만, 하멜표류기는 참 건조하다. 그가 백성들과 만나고 생활한 일상의 모습은 이 표류기에서 나오지 않는다. 그들 일행 중에는 조선인과 함께 산 사람도 있을텐데...

 

이들이 억류되고 감시받는 생활을 했다고는 하지만 표류기 곳곳에서 그들이 그래도 자유로운 생활을 했음을 알 수 있는데, 하다못해 이들은 스님들과 교류를 많이 했고, 스님들에 대한 이야기가 제법 나오기도 한다. 단지, 스님들 뿐만이었겠는가.

 

탈출하는 배를 친한 조선인에게 부탁해 구입했다고 하는 장면에서는, 분명 이들은 당시 조선인들과도 교류를 했음을 알 수 있는데, 그런 사실이 표류기에서는 거의 서술되지 않고 있다. 

 

하멜의 생활도 이렇게 무미건조하지는 않았을텐데, 그런 일상이 드러나지 않는 것이 좀 아쉽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당시 조선의 모습이 눈에 보이듯 다가온다.

 

역사책 속에 갇혀 있던 책이 직접 읽혀지면서 더 생생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리라. 하여 그의 표류기가 서양에 동양의 작은 나라 조선을 알려준 긍정적인 역할을 했음도 기억하게 되고, 이런 서양인들과의 만남에서 그렇게 크게 배운 것이 없었던 조선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 책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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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16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2-16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겨울호랑이 2016-12-16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kinye91님 좋은 리뷰와 책소개 감사합니다^^

kinye91 2016-12-16 11:3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2016-12-16 1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한국의 바둑 천재들 - 흑백 돌로 슬기를 겨루는 천재들의 창의력 이야기 한국의 천재들 시리즈
유한준 지음 / 북스타(Bookstar)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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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결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었다. 시작 전에는 이세돌이 이길 것이라고, 인공지능이 아직은 바둑에서는 안될 것이라고 예상을 했는데, 결과는 4대1로 알파고의 승리였다.

 

사람들은 경악했다. 인공지능이 이제는 바둑까지도 인간을 이기다니, 이제 곧 인공지능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아니 호들갑이 아니라 그것이 현실이 되고 있다.

 

자율주행차가도 그 중의 하나고, 의료계에서는 이제는 로봇이 수술을 하게 한다는 말도, 법조계에서는 인공지능에게 판결을 맡기자는 말도 나오곤 했었다. 그만큼 인공지능은 인간의 삶의 영역을 잠식해 들어오는 위험요소가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인공지능이 우리 삶을 잠식하기 전에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가 생각하면, 인간이 인공지능과 다른 점이 있고, 그 점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에 들어오기 힘들다는 생각을 한다.

 

적어도 아직까지는이다. 나중에야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그 중 한 영역이 바로 창의성 아닌가 한다. 인간만이 지닐 수 있는 틀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움직임, 틀을 벗어난 생각, 따라서 없던 것을 만들어내는 능력, 있던 것에서 전혀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내는 능력, 이것이 바로 인간의 특성 아닌가 한다.

 

이런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것이 바로 바둑이라는 것이고, 따라서 바둑에서는 인공지능이 아직도 인간에게는 상대가 안 된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바둑은 361개의 점에 차례로 돌을 놓아 승부를 가리지만, 그 돌들이 각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관계를 맺으며 집을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바둑에는 고도의 창의성이 필요하다. 관계를 만들어가는 능력도 필요하고, 상대와의 관계속에서 자신의 집을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것을 잘하는 사람이 바로 바둑의 고수고, 그런 사람들 중에 대표적으로 김인, 조훈현, 서봉수, 이창호, 유창혁, 이세돌, 박정환 등을 들고 있는 것이 이 책이다.

 

그렇다고 이 책은 바둑에 관한 책만은 아니다. 알파고와의 대결을 중심으로 바둑 이야기를 풀어가고 있다. 바둑이야기도 나오지만, 주로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 인간이 인공지능과 어떻게 다른지를 바둑 기사들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여기에 바둑 기사들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기도 하고, 바둑 일화도 나오고 하여 흥미를 더해주고 있다.

 

그럼에도 바둑의 장점을 이야기하면서, 바둑에서 느낄 수 있는 인간의 장점을 찾도록 하고 있다. 그런 장점을 살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인공지능과 인간의 차이라는 점을 생각하게 하는 그런 책이다.

 

좀더 깊이 있게 인공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하려면 이 책에서 더 나아가야 한다. 이 책에서는 그 문제를 제시했을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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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누구나 아는 죽음 - 한국전쟁과 이승만의 거대한 적들 이야기
신기철 지음 / 인권평화연구소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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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억울한 죽음들이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는 죽음들, 그 자식들 대에까지 고통이 전가되는 죽음들.

 

우리나라에서 이런 죽음은 주로 좌익이라는 말과 연결이 된다. 좌익이라는 말로 죽음을 정당화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좌익은 곧 빨갱이고, 빨갱이는 우리 사회에 있어서는 안될 암적 존재이기 때문에 도려내야 한다. 이렇게 몇 해 전에, 지금 탄핵소추를 당해 탄핵 심판을 받고 있는, 검찰조사와 특검 조사를 받아야 하는 박근혜 정권에서도 한 정당을 해산했다. 좌파라고.

 

그 정당의 해산 과정에서 이상하게 50년대의 진보당 해산 사건을 보는 듯했으며,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의 죽음이 연상되었는데... 그럼에도 정당해산은 강행이 되었고, 지금은 그것을 주도했던 정권이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어떤 이들은 이런 국민들이 좌익의 농간에 놀아나고 있다고도 한다. 이 정권이 몇몇의 농간에 농단당했음에 다른 이들도 그럴 거라고 생각을 하는지...

 

이 책에서는 이런 억울한 죽음들이, 그러나 우리나라에 만연했던 죽음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지금은 진실이 많이 밝혀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완전히 밝혀지지는 않았다.

 

하긴 김구와 여운형 같이 유명한 정치인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도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으니, 이들보다 지명도가 약한 사람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이 완전히 밝혀지기는 더욱 힘들다고 보아야 한다. 그만큼 자료도 남아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이 소중하다. 전국적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고, 이런 노력의 결과를 어느 정도 담고 있기 때문이다.

 

해방후 좌익계열에서 활동했다고 해서 학살당한 사람 이현열, 박세열과

국군이 정비되기 전에 주로 김구와 가까웠다는 이유로 숙청당한, 이들은 좌익이 아니었음에도 좌익이라는 혐의를 받고 학살당한 전호극, 이상규와

일제시대에 독립운동을 했지만 해방후에 억울하게 학살당한 박원근, 오홍탁, 어수갑과

전쟁 시기 어쩔 수 없이 남아서 살기 위해 해야 했던 일 때문에 학살당한 이봉린, 이하영, 전재흥.

이렇게 열 명으로 이 당시의 반인권적 학살을 고발하고 있다.

 

 

비단 이들뿐만이 아니다.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억울한 죽음들이 얼마나 많은가. 이들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규명될 때 우리나라의 역사가 바로 서는 것 아니겠는가. 국정교과서 따위가 아니라 말이다.

 

읽으면서 참담한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자신의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니, 그것도 죽이기 참 편한 전가의 보도가 있었다니. 이 전가의 보도가 지금도 남아 있어서 가끔 우리에게 휘둘러진다는 사실을 생각하니.

 

많이 완화되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좌익은 빨갱이고, 종북이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이런 칼을 휘두르면 위축된다. 무언가 비판을 하는 사람을 위축시키는 데는 이만한 칼도 없다. 이것이 해방이후 우리나라에서 지속된 행위고, 이런 행위가 트라우마로 우리 국민들 마음 속에 남아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죽음에 대해서 국가가 진실을 밝히고 사죄해야 한다. 이것이 먼저 이루어져야 우리 마음 속에 있는 트라우마가 극복될 수 있다.

 

그때서야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반성과 사죄가 없는 화해가 어디 있단 말인가. 그리고 화해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억울한 죽음, 빙산의 일각만 밝혀졌다. 그나마 진실을 밝히려는 유족들의 끈질긴 노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런 유족들의 모습이 잘 나타나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진실을 규명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또 어떤 면에서는 국가가 조직적으로 감추고 있기 때문에 유족들이 더 힘들게 진실 규명에 다가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하나하나 진실이 밝혀지고 있다. 진실이라는 빛을 어둠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어둠은 아무리 캄캄해도 결국 빛에 의해 물러가게 되어 있으니.

 

정권에 의해 억울하게 당한 죽음들, 이제는 진실이 밝혀지고 국가는 그에 대해 사죄하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국민이 화해하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이 책이 그렇게 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든다. 감춰진 진실을 드러내는 역할을 이 책이 하고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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