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인 이야기 3 - 동서융합의 세계제국을 향한 웅비 그리스인 이야기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이경덕 옮김 / 살림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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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해서 시오노 나나미 책을 읽게 된다. 그리스인 이야기 2권까지 읽고 3권을 이렇게 늦게 읽게 된 까닭은 이 3권이 도서관에 나중에 도착했기 때문.

 

참 단순한 이유다. 그렇지만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조금 늦게 읽게 되니 오히려 더 좋은 점이 있다. 시오노 나나미가 책을 서술하는 특징을 알게 된 것.

 

시오노 나나미는 사람을 중심에 둔다. 그래서 그리스인 이야기, 로마인 이야기 등의 제목을 붙인다. 또 이 사람들이 주로 전쟁과 관련이 있다. 고대부터 중세까지 세계 역사를 바꾸는데 전쟁이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시오노 나나미는 아무래도 세계사적 개인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중요하게 여기나 보다.

 

그가 서술하는 책에서는 위대한 인물이 이룬 업적이 중심을 이루고 있고, 그가 그런 업적을 이루는데 함께 한 사람들은 중요한 사람을 제외하고는 거의 언급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쟁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어야 하는 민중들에 대한 이야기도 배제되고 있고. 이렇게 해서 역사를 위대한 인물이 이끌어가는 듯이, 마치 니체의 용어를 빌리면 초인(超人)을 갈구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시오노 나나미는 위대한 인물이 이끌어가는 역사가 민중들이 만들어 가는 역사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긴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지나간 역사를 인물 중심으로 서술하기 때문에 이런 관점이 보인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번 그리스인 이야기 3권에서는 더 심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알렉산드로스 대왕, 우리가 알렉산더 대왕이라고 부르는 사람. 그는 서양 역사에서 서양 사람들이 인식하는 영토를 인도까지 넓힌 사람이다. 그가 한 일이라고는 군대를 이끌고 계속 동쪽으로 동쪽으로 간 것뿐.

 

하지만 이런 영토 확장에 이어 그가 이룬 것은 민족간의 융합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순혈주의를 주장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페르시아 사람들도 중용했는데, 그것으로 동서양의 문화가 융합되고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물론 때이른 알렉산더의 죽음으로 완성되지는 못했지만.

 

장군이자 정치가로서 능력을 십분 발휘한 알렉산드로스. 그의 동방원정으로 새로운 융합 문화가 형성되기는 하지만 결국 융합의 문화가 꽃피우는 것은 로마에 이르러서야 가능했음을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한편의 영웅 대서사시를 읽는 듯한, 전쟁이 일어나는 장면을 잘 묘사해 주고 있어서 그 자체로 흥미를 지니게 하는 책인데... 알렉산더의 전쟁 영웅으로서의 모습보다는 그가 융합을 추구하는 정치가로서 지닌 모습에 더 강조점을 두고 읽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한 책이기도 하다.

 

물론 그처럼 한 사람에게 세계의 운명을 맡겨서도 안 된다는 생각을 하고. 그의 죽음 이후 마케도니아는 사분오열되고 말았으니 말이다.

 

위대한 한 사람의 업적은 후대에 계승되기 힘듦을 생각하게 하는 책이기도 했으니... 우리는 어떤 정치를, 어떤 인물을 우리 대표로 뽑아야 할지 생각하게 되는 그리스인 이야기 3권, 알렉산드로스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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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리아 원정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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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쓴 로마인 이야기 4,5권은 카이사르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에서 카이사르가 정치가이자 군인만이 아니라 저술가임도 강조하고 있는데, 그가 쓴 대표적인 책이 '갈리아 원정기'와 '내전기'다.

 

로마인 이야기에서 카이사르 부분을 읽었으니 '갈리아 원정기'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마침 도서관에도 책이 있다. 카이사르가 간결한 문체를 구사했다고 하는데, 번역이라고 하지만 문체가 간결함은 알겠다. 또한 서술에도 군더더기가 없음도.

 

카이사르가 왜 갈리아 전쟁을 했는지는 그만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쓴 책에 나와 있는 내용은 분명 당시 로마 사람들이 읽을 것을 염두에 두고 서술했으리라. 그러니 그의 의도를 완전히 파악할 수가 없지만, 한 가지 그는 로마를 좀더 강한 평화를 유지하는 나라로 만들기를 원했던 것만은 확실하다.

 

갈리아는 여러 부족으로 흩어져 있지만, 그 때문에 로마에도 언제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부족이었고, 이들은 게르만 족과 연합하거나 아니면 게르만 족에 쫓겨 로마 쪽으로 몰려와 로마에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로마에 완전히 종속하게 만들고자 한다. 그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 갈리아 족들의 풍습, 성향 등을 철저히 연구한다. 갈리아 족은 뭉치면 넓은 영토와 많은 인구와 또 강대한 군대를 거느리겠지만 이들은 각 부족들이 독립적인 생활을 하지 하나로 합치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카이사르가 갈리아 원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 그렇게 여러 갈리아 족들과 전쟁을 하는 기록이 바로 이 책이다.

 

전쟁이라기보다는 갈리아 족에서 보면 로마 침략기라고 할 수도 있겠는데... 로마 입장에서 보면 카이사르는 갈리아를 정복함으로써 로마 국경을 확장한 것만이 아니라 로마가 외부로부터 위협을 받지 않게 한 사람이 된다.

 

카이사르의 성공기가 바로 이 책이지만, 이 책에서 한 가지 카이사르의 성향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시오노 나나미가 이 책을 바탕으로, 또 다른 사료(史料)들을 바탕으로 했겠지만, 카이사르는 항복한 부족을 무조건 처벌하지는 않는다.

 

적장이라고 해도 목숨을 무조건 뺏지도 않는다. 그는 목숨을 뺏음으로써 그 부족들의 원망을 사는 일을 하지 않는다. 물론 로마인을 해치거나, 약속을 두 번 이상 어긴 부족에 대해서는 강하게 처벌을 하지만.

 

평화를 전쟁으로 유지한다는 것이 모순되지만, 전쟁을 하더라도 최소한의 원망, 증오가 남도록 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총 8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7편까지는 카이사르가 썼다고 하고, 8평는 히르티우스가 썼다고 한다. 카이사르로서는 7편까지가 갈리아 전쟁의 핵심이고, 8편에 서술되어 있는 일들은 뒷마무리에 해당한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물론 그 뒤의 일들이 글을 쓰지 못하게 했을 수도 있겠지만... 전투 장면에 대한 묘사가 자세하지는 않지만, 이 책에 나와 있는 갈리아 인들의 성향으로 보아 지금 유럽이 많은 나라들로 나뉘어 있는 것이 오늘날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로마 역사에 대한 1차 사료로서 이 책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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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5 - 율리우스 카이사르 (하)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5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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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계속 헷갈렸다. 카이사르가 이렇게 대단한 인물이었어? 하는 생각이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으니 말이다. 내가 어릴 적에 읽었던 위인전기에 있던 인물이니 위대한 인물이라고 평가받는 것은 맞는데, 어릴 적 기억과 역사 시간에 배운 기억과는 다르게 이 책이 읽히는 까닭이 무엇일까?

 

상권에서 느끼지 못했던 헷갈림, 이율배반적이라고 할 수 있는 카이사르의 모습. 카이사르는 내게는 시저로 다가왔다. 다음이 케사르, 그리고 지금에서야 카이사르로 다가오는데, 발음만큼이나 그에 대한 평가가 자꾸 달라진다는 생각이 든다.

 

몇 가지 생각할거리.

 

1. 민중파 지도자가 독재자가 된다?

2. 난세에는 법가가 평시에는 유가가 득세하는 것 아니었나?

3. 정치적 재능과 군사적 재능, 그리고 지적 능력과 세상을 내다보는 안목이 일치하지 않으면?

 

카이사르는 분명히 민중파다. 원로원에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다. 그리고 그는 끊임없이 원로원을 개혁하려고 한다. 원로원이 귀족정치의 대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귀족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는데 일치단결해 있다.

 

원로원을 우리나라 국회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국정을 이끄는 한 축에 국회가 있는데, 그 국회의원의 숫자가지고 논란이 많다. 선출 방식 가지고도 논란이 많고. 예전 로마도 그랬다. 그 놈의 원로원 의원들이 제 권리를 지키려고 바둥거리는 모습이, 참.

 

기득권을 지키려는 세력과 개혁하려는 세력이 맞붙으면 결국 힘을 지닌 쪽이 이긴다. 그런데 그 힘이 어디에 있는가? 군사력? 아마도 카이사르 시대 로마라면 군사력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냥 군사력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군사적 재능이 뛰어난 폼페이우스같은 사람도 카이사르의 상대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물론 시오노 나나미의 평가에 의하면 카이사르는 군사적 재능에 정치적 재능까지도 타고난 사람이라고 하니, 그가 그 시대에 우뚝 설 수밖에 없었겠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카이사르는 민중파의 대표로 원로원을 무력화시킨다. 그가 원하는 로마의 방향에 원로원은 이미 장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카이사르는 원로원을 무력하게 하면서 자신이 종신 독재관이 된다.

 

국회가 제 구실을 못하니 대통령이 헌법을 개정해 자신의 집권을 영구화하는 것과 비슷한 일이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일이다.

 

차이는 카이사르는 이제 막 제국이 되어가는 로마를 이끌 방향으로 종신 독재관이 되려 했다면 우리나라에서는 권력을 물려주어야 할 때 물러나지 않고 그것을 꼭 그러쥐려고 했다는 데 있다. 역사에서 누가 평가를 받는지는 역사의 흐름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명확하다.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럼에도 인정할 수 없는 것은 '나 아니면 안 돼'라는 생각이 결국 독재로 갈 수밖에 없다는 것. 그것이 관용을 바탕으로 한 독재라고 해도 독재는 독재다. 카이사르가 민중파로 불리는 것은 로마가 더 지속해가기 위해서는 민중들의 삶이 나아지는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그것을 카이사르가 실시했기 때문이다. 귀족정치를 대변하는 원로원을 견제하는 쪽에 섰기 때문이기도 하고.

 

카이사르가 정권을 잡았을 때, 당대 지성인라고 할 수 있는 키케로는 카이사르 반대편에 선다. 그는 철저하게 원로원 중심의 정치를 원한다. 지식과 교양이 넘치는 키케로임에도 그는 귀족정치의 틀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그에게는 정치 감각이 없기 때문이다. 안락한 생활에 빠져 민중들의 삶은 원래 그런 것이려니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는 달리는 차를 뒤에서 잡아당기는 꼴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카이사르가 암살당하고 잠깐 기쁨에 차 있던 그 역시 죽임을 당하니 말이다. 하지만 키케로가 꼭 잘못 판단했다고 할 수 있는가?

 

그가 귀족정치에 눈 멀어 민중을 중심에 두는 정치에 무관심했다고 할 수 있는가? 물론 그는 민중들의 삶에 그다지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음은 확실하다. 다만, 그가 제정을 그렇게도 반대했던 이유는, 제정은 그럴 만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도 너무도 막강한 권력을 준다는 데 있다.

 

늘 능력있는 황제가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고, 황제는 선출이 아니라 세습이니 갈등이 있고, 조금 더디더라도, 또 기득권을 누리려고 하더라도 많은 숫자 때문에 서로 견제가 가능한 원로원 중심의 정치가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이런 키케로를 시대 감각이 없는, 시대를 내다볼 줄 모르는 사람으로 평가하는 시오노 나나미의 관점이 과연 옳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된다.

 

여기에 더해 카이사르는 관용을 베풀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들조차도 모두 용서해주었다. 로마인이 재판도 없이 사형당하는 일이 없도록 했다. 그가 종신 독재관이 되어서 한 일도 원로원 의원들의 서약을 받고 경호원들의 호위 없이 다니는 일이었다. 반대파에게도 이전 권한을 그대로 주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그가 계속 살아있었다면 법의 기반 위에 관용이라는, 법가라는 토대 위에 유가의 정치를 펼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역사는 가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법으로만 제국을 이끌어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구 소련이 무너지게 된 이유, 민중파들이 정권을 잡고 종신 독재관이 되고, 법을 정비해서 반대파들을 숙청했지만, 결과는 오래 유지되지 못했다는 것. 즉, 법만을 중시하면 유연함을 잃고 경직되기 쉽고, 경직되면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것을 역사가 보여주고 있는데...

 

관용 정치를 하려던 그를 암살한 사람들이 별다른 대책도 없이, 그저 한 사람을 제거한다고 해서 역사의 수레바퀴가 멈추는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황제가 로마에 나타나지 않게 하기 위해 카이사르를 암살했다고 하지만, 이들의 암살은 옥타비아누스에게도 이어서 로마는 제정시대에 돌입하게 된다.

 

카이사르에 의해 후계자로 지명된 옥타비아누스. 기억은 참 얄궂어서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 암살 당시 겨우 18세였음을 생각지도 못하고 있었는데... 겨우 18살의 옥타비아누스가 카이사르가 죽어서야 유언장에 의해 양자로 입적이 되고, 그때부터 그가 여러 위기를 거치고 로마 최고의 존재로 서게 됨을 모르고 있었는데...

 

카이사르가 의도적으로 했든 아니든 그가 옥타비아누스를 후계자로 지목한 이유는 군사적 재능보다는 정치적 재능이 뛰어났기 때문이라고 하니...  

 

아마도 카이사르는 자기 대에서 전쟁을 끝내고 이제는 평화시대가 된 로마를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자신이 종신 독재관으로서 로마를 이끌어가지만 그는 명확하게 로마가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판단하고 준비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 꽃을 옥타비아누스, 즉 아우구스투스가 피우게 되지만.

 

이렇게 먼 후대에 과거를 보면서 시대의 흐름을 이야기할 수는 있다. 이미 흘러온 역사를 토대로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의 흐름에 맞서 그 흐름을 막으려던 사람도 있다. 그때는 시대를 읽지 못한 사람으로 평가받았겠지만 먼 후대에는 오히려 현대를 예측한 선구자 소리를 듣는 사람도 있다.

 

귀족정치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작은 나라에서 패권국가로, 제국으로 넘어가는 로마의 격동기... 그때 등장한 인물, 카이사르.  그가 한 일과 그의 운명은 지금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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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4 - 율리우스 카이사르 (상)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4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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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가 패권국가가 되면서 원로원과 평민들이 갈등을 일으키는 장면이 3권이었다. '승자의 혼미'라는 제목으로, 이제는 다른 국가체제를 마련해야 할 때임을 알려주는 그런 혼란.

 

이 혼란에 마침표를 찍는 사람이 등장하는 것은 역사에서 당연한 일인데, 이때 로마에서는 카이사르가 이 역할을 하게 된다.

 

가문은 명문이지만 자신이 속한 집안은 두드러지지 않았던 집안에서 태어난 카이사르. 그의 아버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고 하고, 어머니 아우렐리아만 잘 알려져 있다. 아들을 훌륭하게 키운 어머니로서.

 

카이사르에 대한 평가는 이탈리아 일반 고등학교에서 쓰이고 있는 역사 교과서에 이렇게 나온다고 한다.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자질은 다음 다섯 가지다.

지성.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 지속적인 의지.

카이사르만이 이 모든 자질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10쪽)

 

이런 평가를 받는 카이사르지만 30대 이전에는 로마에서 이름을 날리지 못한다. 그는 30대까지를 힘든 상황에서 그 상황을 이겨내면서 견뎌왔던 것이다.

 

그렇다고 그가 그 상황에서 허우적거렸다는 이야기는 없다. 오히려 유쾌하게 지냈다고 추측할 수 있게 전개되고 있다.

 

돈이 없음에도 수많은 빚들 지고 살아가는 카이사르. 또 너무도 당당히 연애를 하는 카이사르. 사적으로는 온갖 여성들을 유혹하고 그들과 함께 지내지만 공적으로는 엄격함을 유지했다는 카이사르. 무엇보다도 그 많은 여성들과 교제했음에도 누구 하나 카이사르를 미워하거나 비난하지 않았다는 것. 그에게는 인간적인 매력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거치면서 그는 차근차근 준비했는지도 모른다.어쩌면 현재 정국을 개편하기 위해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이 필요한지를 이때부터 준비했다고 보는 편이 좋겠다. 정권을 잡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혁하기 위해서는 행운에 맡겨서도 안 되고, 또 기회만 기다려서도 안 된다.

 

착실히 준비하면서 자신이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기회가 왔을 때는 과감하게 실행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혁을 할 수 있다. 이 점을 카이사르가 보여주고 있다. 그 준비성, 치밀함, 과단성, 집행력 등등.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행했던 사람, 카이사르. 그런 그에게도 자신이 꿈을 펼칠 수 있게 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었으니...

 

4권은 카이사르의 유년시절부터 루비콘 강을 건너는 장면까지 이어진다. 40대가 되어서야 이제 자신의 이름을 드날리는 카이사르.

 

갈리아 전쟁을 통해서 장군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며, 그런 전쟁에 대한 기록을 함으로써 문필가로서의 모습도 보여주는 카이사르. 부하 장병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알며, 전쟁에서 지휘관이 어떠해야 하는지도 몸소 보여주는, 또한 작은 것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신의 목표를 위해서는 너무도 치밀하게 준비하고 실행하는 카이사르.

 

그러니 그에게는 지성과 설득력, 지구력, 자제력과 지속적인 의지가 갖춰진 거의 유일한 인물이라는 평이 어울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4권에 나와 있는 카이사르의 모습은 황제가 되기 위한 카이사르가 아니라 평민들이 처지에 서서, 원로원 체제로는 로마의 본질을 지킬 수 없다고 생각한 평민파로서의 카이사르다. 그를 평민과는 정반대 입장에 서서 정치를 했다고 여기기 쉬운데, 그것이 아님을 알려주는 4권이다.

 

사회 개혁을 꿈꾸는 사람들, 카이사르에게서 배울 것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게 하는 4권이었다. 이제 5권에서는 루비콘 강을 건넌 카이사르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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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인 이야기 3 - 승자의 혼미 로마인 이야기 시리즈 3
시오노 나나미 지음, 김석희 옮김 / 한길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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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포에니 전쟁까지 치르면서 카르타고를 멸망시킨 로마. 이제 외부의 적은 거의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적이 외부에 있었을 때 결속되었던 단결이 외부 적이 없어짐으로써 내부에서 적을 만들어내는 방향으로 향했고, 그로 인해 내부 결속이 깨지는 과정이 바로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이 3권은 그 과정을 다루고 있다.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데, 정체(政體)가 경제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 상황. 또는 사회개혁을 하지 않으면 로마에 멸망당했던 나라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시대.

 

시오노 나나미는 이 권의 제목을 '승자의 혼미'라 붙였다. 이제 로마는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다. 강대국이 된 로마를 어떤 나라로 만들 것인가가 논의되기 시작하는 때. 이 때 등장한 형제가 바로 그라쿠스 형제다. 무려 9살 차이가 나는 형제라는데, 두 형제가 모두 평민을 대변하여 정책을 펼친다. 그러다 원로원 중심의 권력자들에게 살해당한다.

 

이들은 전쟁이 없는 나라에서 이제는 경제, 복지 쪽으로 눈을 돌리고, 가난한 사람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지 않으면 로마도 다른 나라의 전철을 밟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개혁을 추진한다. 그러나 개혁은 늘 방해를 받는다. 기득권 세력들에게 개혁은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권리, 이익을 나누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국민들의 지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라쿠스 형제도 평민들의 지지를 받았지만, 그들은 결정적일 때 이 형제를 지켜주지 못했다. 그라쿠스 형제에게는 무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 이것이 그들을 비극으로 이끈다. 하지만 이들이 내세웠던 개혁정책들은 그들과 반대편에 서 있던 사람들에게 이어지게 된다.

 

형제가 죽은 뒤 마리우스가 등장하지만 정책면에서는 징집병을 지원병으로 바꾸는 것 외에는 별로 한 것이 없고, 그는 군사적으로 성공할 뿐이다. 그와 술라의 시대에 여러 정책들이 입안된다. 그 중에 하나가 동맹국 사람들에게도 시민권을 주는 것. 그라쿠스 형제가 처음 제기했지만 그땐 통과되지 못했던 법안이 이때 통과가 되고, 이것으로 인해 기득권 세력의 반발을 산다.

 

나나미는 이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건국하는 과정에는 어떤 나라도 이질분자를 너그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패권국이 된 이후에도 이질분자를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국가는 드물지 않을까.' (142쪽)

 

이것이 과거에 일어난 일만이 아님을 최근 미국을 보면 알 수 있다. 이주민의 나라라 할 수 있는 미국이 엄청난 장벽을 쌓고 있지 않은가. 역사는 이래서 현재를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러나 로마가 앞으로도 더 오래동안 지속되는 이유는 비록 동맹시 전쟁이라는 전쟁을 겪었지만, 이들에게 로마 시민권을 주었다는 데 있다. 아직 로마는 발전할 여지가 더 있는 것이다.

 

형제의 개혁이 실패한 다음 원로원을 강화하는 정책을 펼치는 술라가 등장한다. 술라는 추방당하지만 군대를 이끌고 로마로 진군한다. 내전이 시작된다. 피비린내 나는 싸움. 이 싸움에서 이긴 승자가 로마를 이끌게 된다. 그러나 이들이 이끈 군대들은? 나나미는 이렇게 말한다.

 

'전쟁이란 오래 계속될수록 당초에는 품지 않았던 증오심까지 고개를 쳐들게 되는 법이다. 전선에서 싸우는 사람은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도 모르게 된다. 오직 증오심만이 그들을 몰아세운다. 내전이 처참한 것은 목적이 보이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173쪽)

 

또 미국이다. 노예제 문제로 남북전쟁을 겪은 미국. 이들도 내전을 겪었다. 내전을 겪을 당시 전쟁 당사자였던 민중들은 과연 노예해방이라는 대의에 대해 생각했을까? 아니다. 바로 눈 앞에 있는 적, 그 적을 물리치는 것만 생각했을 것이다. 이것이 내전이 위험한 것이다. 끝나고도 그 상처를 치유하려면 오래 걸리니까.

 

술라, 그는 쿠테타로 집권을 하지만 그가 원한 로마는 공화제 로마다. 그는 이 점에서 확고하다. 평민들이든 귀족들이든 탁월한 누군가가 절대 권력을 쥐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자신이 반대했지만 이미 실행되고 있는 법안들을 모두 폐기하지는 않는다. 그는 독재자였지만 시대 흐름을 읽을 줄 아는 독재자였기 때문이다. 다만 자신이 믿고 있는 공화제가 유지되어야 한다는 조건에서. 

 

따라서 술라는 공화제가, 원로원 중심으로 지속되게 하기 위한 법안을 만들어 놓는다. 그러나 술라가 아무리 이런 법안들을 마련해 놓았어도 그것은 그가 살아있을 당시에만 유효하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법안을 무력으로 깨뜨리는 모습, 무력으로 법안을 만들어내는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술라가 죽자 그 후예들은 술라가 만들어논 법을 무시한다. 그들에게는 무력이 있다. 무력으로는 못할 것이 없다. 내전을 통해 술라가 만들어놓은 로마 공화제 원칙은 다시 그 후예인 폼페이우스에 의해 무너지게 된다.

 

이제 로마는 절대자가 등장할 때인 것이다. 법이 아무리 정비되어 있어도 힘을 가진 자가 등장해 법을 무시하기 시작하면 법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절대적인 힘을 지닌 자가 절대자가 나오지 못하는 법안을 만들었다. 이런 모순 속에서 로마는 승자의 시대를 보내는 것이다. 그래서 시오노 나나미는 이 시대를 '승자의 혼미'라고 했다.

 

폼페이우스가 힘으로 법을 무력화시키고, 자신이 절대자가 되고 싶어했겠지만, 절대자는 그가 만들어놓은 길로 다가오고 있다. 그것이 다음 권에 등장하는 율리우스 카이사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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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09:0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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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18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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