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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지프 신화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43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6년 6월
평점 :
이방인을 읽고 부조리에 대해 생각을 '시작'했었고, 백년 동안의 고독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그 부조리에 '취했고', 이제 시지프의 신화로 마치 '영원 회귀'한 것처럼 다시 카뮈의 부조리에 흠뻑 빠져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 글자를 익히고 처음 책을 접한 이처럼 온통 파란줄을 그어가며.
"다만 어느 날 문득, "왜?"라는 의문이 솟아오르고 놀라움이 동반된 권태의 느낌 속에서 모든 일이 시작된다."
...
"권태는 기계적인 생활의 여러 행동이 끝날 때 느껴지지만, 그것은 동시에 의식이 활동을 개시한다는 것을 뜻한다"."
p29
7시 5분까지 5분을 더 부여해서 청승을 떨겠다는 나의 다짐은 뒤로한 채 7시 8분 이제 7시 59분이 되었다. 남은 것이라고는 짙은 생각의 반복과 그것으로 어김없이 같은 모양으로 뱉어진 망상의 잔재인 몇 문장들. 어떤 우표 소인을 찍어야 할지 난감한 수취인 불명의 그 문장들. 그 애석함이란.
"그리하여 이 언덕들, 다사로운 하늘, 이 나무들의 윤곽이 지금까지 우리가 부여해 왔던 허망한 의미를 단숨에 잃어버리고서 이제부터는 잃어버린 낙원보다도 먼 존재로 변해 버리는 것이다" p31
전국을 전 세계를 전 우주를 먹이를 찾아 줄지어 다니는 개미처럼 쏘다녀도 결국 또 이 벤치에 그 떠돌아다니기 이전에 앉아 있던 그 벤치에 다시 앉아있다. 생경하기도 비슷하기도 했던 장소와 사람들. 그것에 대한 '체험'은 억울함을 느끼며 '추억'의 더미에 '회상'을 희망하며 내팽개쳐졌다. 항상 어김없이 이 벤치에 다시 앉아 건물 사이로 보이는 보도와 행인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모든 것이 부질없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앉아 있음은 다른 장소와 시간에게는 역시 과거의 한 장면일 뿐임을 생각하면 이마저도 부질없어진다.
"즉, 세계의 두꺼움과 낯섦, 이것이 바로 부조리다" p32
"비합리와 인간의 향수 그리고 두 가지의 대면에서 솟아나는 부조리, 이것이 바로 한 실존이 감당할 수 있는 모든 논리와 더불어 필연적으로 끝나게 되어있는 드라마의 세 등장인물이다." p49
"그 어느 경우에든 부조리함은 두 항의 비교에서 생겨난다" p52
'상대적'인 것은 참 편리하다. 검은 것이 있으니 흰것이 있을 수 있다고 간명하게 말할 수 있으니. 정.반.합의 변증법도 이런 식일까? 그 변증법의 '모순'도 말이다.
그리고.
"부조리를 의식하게 된 인간은 영원히 그것에 매인다" p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