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 개정판 다빈치 art 12
이중섭 지음, 박재삼 옮김 / 다빈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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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영혼의 편지"를 읽다 매료되어 고흐 평전을 주문하면서 한국의 반 고흐 같은 이중섭의 이 책도 같이 샀어요.



"이중섭 1916-1956 편지와 그림들"

이중섭이 일본에 있는 처와 자식들과 왕래했던 편지들과 그의 작품들로 구성된 책이랍니다. 생각보다 작아 크기는 문고판인데 가격은 반 양장본 가격이에요. 그래도 아주 고급진 종이 (얇고 빤딱 빤딱한)에 이중섭의 그림이 삽화로 아주 잘 들어가 있어서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1916년

평양 근처 평원군의 부농의 막내로 태어나 유복하게 살다 1.4 후퇴 후에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았던,

일본 여성과 결혼 후 두 아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일본에 있었던 (그가 죽음을 맞이할 때도 그는 한국에 처와 자식은 일본에),

새로운 소재의 발상이라는 평을 받은 은종이 그림이 뉴욕 현대 미술관에 기증되기도 했던,


하지만, 혼신의 힘을 다해 준비했던 전시회에서 기대 이하로 성과를 얻지 못하자

(고흐도 생전 유화는 1점을 팔았다지요)


가족에 대한 미칠듯한 사랑과 그리움,

부유하고 베풀었던 자에서 유리걸식하는 자로의 전락을 잊게 해준 존재 (그림)의 상실감,

전쟁으로 고통 받는 이웃 (민족)을 등지고 자기만 안락한 일본의 처자식에게 갈 수 없다고 말하게 해준 그 그림 의 실패로,

(자신은 그림으로 민족의 아픔을 세계에 알리고 싶어했고, 동시에 처자식에게는 그저 사랑으로 몹시 가고 싶었던)


세상과 단절하고 (이 세상에서 특등으로 사랑하는 아내와도)

음식을 거부한 채

1956년

41세의 나이로 요절한

ㅇㅣㅈㅜㅇㅅㅓㅂ

의 그림과 이야기에요.



그의 글자들이 가식처럼 느껴질 만큼  첫 편지부터 마지막 편지까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이 (유치하리만큼) 수 많은 수식어와 함께 무한히 반복되었답니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를 알고 그의 번뇌와 청진함을 엿보게 되니 페이지가 줄어듦이 그의 삶의 길이로 느껴져 고요한 바다에 갑자기 몰려온 파도처럼 슬픔이 밀려왔답니다.



그의 수많은 편지는 이렇게 자신의 그림으로 자작한 편지지에 개구지게 또 다정하게 쓰여졌답니다.



전시회를 마치면 아빠가 자전거를 꼭 사갈 테니 조금만 기다리라는 말이 수없이 반복된 그의 편지에서 중섭의 두 아들에 대한 애틋하고 깊은 그리움이 느껴졌어요. 편지에 동봉된 이 그림에서도 그대로 나타나있구요.



이렇게 그는 소박하고 정겹게 가족과 함께하고 싶었지만, 수백킬로 떨어진 곳에서 혼자 번뇌와 좌절에 고통 받으며 자학 속에 끝내 홀로 숨졌답니다.

전시회의 실패로 그는 그림으로 무위도식했다는 자괴감에 바쁜 삶의 기척이라도 느껴지면 병상에서 일어나 이 층에서 아래층 화장실까지 청소를 하고 노는 아이들을 불러 씻기며 이제부터는 자신도 세상에 봉사하며 살겠다고 이야기했다는 대목에서는 불운한 천재 화가의 모습이 애잔하게 느껴졌답니다. 그리고 지금 저희 식구가 이렇게 모여 살아가는 것에 감사하기도했구요.


재미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로만 알았던 이중섭 그의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간적인 고뇌를 엿볼 수 있는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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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7-21 18: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갱도 아내에게 편지를 보냈는데, 내용이 완전 깹니다. 가난한 예술가가 쓰는 현실적인 편지가 무엇인지를 보여줍니다. 낭만적인 이중섭 편지와 무척 비교됩니다. 고갱은 아내에게 돈을 부쳐 달라고 부탁하거든요.

초딩 2015-07-21 20:20   좋아요 0 | URL
ㅎㅎ 그 깨는 내용 보고 싶네요. 고흐 이중섭에 이어 밀레와 고갱의 책들을 읽어가려합니다 :) cyrus 님 서재 잘 참고 하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15-07-22 0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예술가는 작품보다 그가 살아낸 삶에서 더한 위로를 전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제 장바구니에도 같은 책이 있는 것 같아요^^; 반가운 마음에 댓글을 남겨요.

초딩 2015-07-22 13:09   좋아요 1 | URL
그래서 마크 로스코처럼 그림과 관객 사이에는 아무것도 존재하면 안된다는 말에 완벽하게 동의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해아로가 읽는 `소년이 온다`는 소년이 운다로 보이기도하는군요 :) 좋습니다.
달아로가 읽는 태엽감는새는 모든 것을 잊고 글을 정신 없이 쫓고있습니다.
4권 중고를 발견하고 신나게 주문했던 밤이 지나버렸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