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에 도서관 소장 도서를 2 권 대출하였다. 그 중 `하루키 소설 속에 흐르는 음악`을 아침 출근 통에 읽다가 전철에 놓고 내렸음이 이제서야 생각이 난다. 책을 놓고 내린 경위는 퍼득 생각나지 않는다.
지하철 분실물 센터에 연락해봤지만, 분실물 중에 책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분실한 책이 내 것이 아니고 대출 도서이지 않는가. 만약 내 것을 분실하였다면 재수 없는 일로 치고 말면 그만이다.
대출 기간이 아직 열흘 이상 남아있지만, 책이 수중에 없으니 어떻게든 변상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먼저, 새 책을 구입할 수 있는지 알아본다. 2002 년에 출판된 책이고, 하루키 붐이 식은 탓에 현재 책은 더 이상 출판되지 않는 것 같다. , 온라인 서점 재고도 품절 상태에 있다. 새 책으로 갚을 수는 없겠다.
도서관에 문의해 보았다. 분실한 대출 도서를 대신하여 새 책을 구하기 어려우니 현금으로 변상해도 되는지 물었다. 현금은 아니 되고 현물로만 변상 가능하다고 한다. 내부 협의를 거쳐 대체 도서를 정해서 연락해 줄 테니 기다려달라는 답변을 들었다.
내가 분실한 책이 분실물로 습득되어 나한테 되돌아오는 것이 물론 좋다. 덤으로, 내가 몸담고 있는 사회의 구성원이 건전한 시민의식을 가졌다는 믿음이 굳건해질 테고.
아니면, 책을 좋아하는 이가 가져갔다 하더라도 나쁘지 않겠다.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생면부지 누군가한테 기부하는 선행이 될 테니. 내 꼴은 말이 아니지만, 내 마음이 한결 풀린다.
한편으로 이런 생각도 든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 중에서, 누군가 읽다가 공공장소에 흘려진 책을 자기 것인양 가져가는 양심불량이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