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제자들의 대화록인 《논어》 첫 단락에는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라는 유명한 구절이 나온다. "벗이 멀리서 찾아오니 기쁘지 아니한가"라는 말인데 왜 벗을 ‘우友’라고 하지 않고 ‘붕朋’이라고 표현했는지 궁금해서 한자 어원 사전을 찾아본 적이 있다. ‘우’는 ‘죽마고우’라는 고사성어에서 알 수 있듯 어린 시절 함께 뛰놀았던 친구를 주로 가리키고, ‘붕’은 같은 선생님에게서 배운 학우들을 주로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니 "유붕자원방래불역락호"는 동창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난 기쁨을 표현한 말인 동시에, 같은 선생님에게서 배우는 학우들을 소중히 여기라는 인생 조언이기도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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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밖의 만남이었다. 초면이라 누구인지 모른다. 이강룡, 그리고 <과학의 위로>.

첫만남의 어색함을 이겨내고자 저자 소개를 보았다. 저자 프로필을 요약하면 이렇다.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공부하였고, 대학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였다. 한겨레신문사 등을 거쳐 2004년부터 전업 웹칼럼니스트, 작가,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남다른 수상 이력도 있다. 정보통신문화신서 공모전에 당선(작가로 데뷔), 그리고 ‘우리말글 바로쓰기 운동’을 기획한 성과로 문화부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저자는 문과 출신 지식인이다. 그러나 마흔 무렵부터 스스로 과학을 공부하였다고 한다. (과학 만학도가 되는 계기가 있지 않았을까 자못 궁금하다.) 인문학적 시선으로 깨달은 과학의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책에 담아냈다. 그래서 <과학의 위로>를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이런 과학 책을 읽고 싶었다!

“인생의 반고비에 어두운 숲속에 있었다.”

단테가 지은 <신곡>의 첫 문장. 저자는 빛의 속성과 관련되는 과학의 원리를 설명하기 앞서 이를 인용한다. 세상살이가 복잡다단하니 역경이 있음이 즉각 이해된다. <거울과 등불>이라는 책을 꺼내보이며 빛은 깨달음이나 진리의 상징임을 상기시킨다. 빛과 어둠의 대조, 계몽(enlightenment), 가시광선, 광자, 마이크로파, 열 등으로 이어진다. 빛이 직진한다고만 알고 있었지만, 빛이 꺾이는 현상(투명한 유리잔 속 빨대는 수면에서 꺾인다)을 체감할 수 있음을 말한다. 빛이 꺾이면 허상이 생긴다. 그래서 신기루라는 착시를 보게 된다. 빛이 휘는 성질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다른 예를 또한 든다.

“”“
아스팔트로 포장된 도로가 있다. 이 아스팔트 양쪽은 모래밭이라고 해보자. 잘 달리던 자동차의 오른쪽 앞바퀴가 갑자기 모래밭에 닿으면 자동차의 진행 방향은 어떻게 될까?
”“”

물음표 다음에 이어지는 문장에 정답이 있다. 그러나 나는 물음표에서 멈췄다. 잠시 책을 덮었다. 정답에 눈길이 닿기 전에 스스로 먼저 생각해보고 싶었다. 답이 맞으면 기쁨 두 배가 된다. 맞히지 못하더라도, 공자의 가르침대로, 새로 배우는 기회로 삼으면 된다.

“”“
영국 천문학자 아서 에딩턴은 1919년의 개기일식 때 휘어진 별빛을 관측하여,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맞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무거운 물체는 주변의 시공간을 움푹 패게 하므로, 그 옆을 지나는 빛도 그 굴곡을 따라 휘게 된다는 것이 일반 상대성 이론의 내용이다. 태양 뒤에 있으므로 지구에서는 관측될 수 없다고 여겼던 별이 우리 눈에 보인 것은 빛이 샛길로 휘어져서 왔기 때문이었다.
”“”

저자가 예시하는 과학의 원리를 복습하듯이 이해하면서 더불어 과학사의 주요 사건을 알게 된다. 어려운 문제를 단순하게 만드는 과학 이론과 중요한 발견이 있었다. 이론을 증명하려는 노력의 실패 사례가 있었고, 실험 방법을 달리하는 성공 사례가 따랐다는 사실을 알았다.

“”“
빛은 직진하지만, 공간이 휘어져 있을 때는 굴곡을 따라 움직인다. 이것을 ‘페르마의 원리’ 또는 ‘페르마의 최소 시간 원리’라고도 부른다.
”“”

영화 <컨택트>의 원작인 테드 창의 소설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페르마의 원리를 설명하는 구절이 있다고. (“광선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선택하기 전, 자신의 최종 목적지를 알고 있어야 한다.”)

”그것은 당신 인생의 이야기, 즉 ‘지금 여기’를 소중히 여기면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이야기인지도 모른다“며 빛의 속성을 연구한 페르마의 원리를 통해 저자는 지식뿐 아니라 위로를 안겨준다.

과학 책을 읽고 싶다. 앞으로 더 많이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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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3-04-12 16: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븐 유투브도 운영하시는데, 정말 추천드립니다. 저도 이 책 너무 재밌게 읽었네요. 저도 이렇게 열심히 과학 공부해보고 싶어지고

오거서 2023-04-12 19:37   좋아요 1 | URL
유투브를 찾아보려는 생각을 못했어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yamoo 2023-04-12 19: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의위로.. 좋은책소개 감사합니다!!

오거서 2023-04-12 19:38   좋아요 1 | URL
천만의 말씀입니다. ^^;
좋은 책을 써주신 작가님께 감사를 돌려 드리겠습니다. ^^

그레이스 2023-04-14 09: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도 읽고 싶네요!
 
알라딘 커피 기프트 세트 - 드립백, 드립백 홀더, 내열 머그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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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버라이어티 팩(5종)과 모비딕 모양 드립백 홀더 은 마음에 든다. 홀더는 아주 쓸만 하다. 하지만 내열유리 머그 잔은 약해 보여서 그런지 쉽게 깨질 것 같다. 겉포장 박스를 장식하는 예쁜 그림이 선물의 호감도를 조금이나마 올리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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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년 4 월 1 주 (4/3 ~ 4/9) 신간 적바림.

매주 신간 목록을 정리하는 일은 고되고 반복적인 과정을 거쳐야 한다. 신간 목록을 정리하면서 개인적인 기록을 남기기도 하는데 나만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하지만 신간 목록을 공유한다면 좀더 보람 있겠다 싶다.

TOP 10 선정된 목록을 정리하기 위한 방법으로 마인드맵 역시 크게 도움이 된다. 그리고 노션 페이지와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는 방법을 시험하였지만 아직 완성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 투비컨티뉴드 플랫폼이 제공하는 글쓰기 기능으로 신간 목록을 정리하는 방법을 시험 적용해 보았다.

https://tobe.aladin.co.kr/n/55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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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년 3 월 5 주 (3/27 ~ 4/2) 신간 목록을 정리하면서 중간중간 느낀 바를 기록하였다. 하나 더.

재치 있고 엉뚱한 느낌의 제목들을 만났다. 살면서 한번쯤 이렇게 상상해 본 적이 있는지?
*아쿠아리움이 문을 닫으면 (셸비 반 펠트 지음)
너무 기발하다. 그리고, 이런 과학적 상상력은 어떤가.
*만일 물리학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정창욱 지음)

한편, 다른 주간보다 의문형 제목이 많은 것 같더라. 추려 보면 이렇다.

*나는 왜 나에게 솔직하지 못할까 (일자 샌드 지음)
*나는 왜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쓸까? (낸시 콜리어 지음)

*그들은 왜 사무실을 없앴을까 (브라이언 엘리엇 외 지음)
*왜 내 월급은 항상 부족한 걸까 (데이비드 벅마스터 지음)
*영어 때문에 나만큼 아파 봤니? (김재흠 지음)
*넌 안녕하니 (소노 아야코 지음)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테퍼니 프레스턴 지음)
*개가 보는 세상이 흑백이라고? (매트 브라운 지음)
*나는 왜 저 인간이 싫을까? (사이토 히토리 지음)

오늘 덤으로,
책읽는나무 님이 읽고 있는 책의 제목을 외워 두었다. <내가 빵을 굽다니, 찬장 속 밀가루가 웃을 일이다> (박채란 지음) 책 제목을 되뇌이면서 웃음을 참아 보려고 하였지만 혀끝에 맴도는 제목 때문에 웃음보가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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