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풍경 을유세계문학전집 135
E.T.A. 호프만 지음, 권혁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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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거 앨런 포, 보들레르, 차이콥스키를 비롯한 근현대 예술가를 매료시킨 호프만의 걸작’ 이란 책 소개는 그의 작품을 읽기도 전, 잔뜩 기대감에 부풀게 했다. 왜 ‘호프만’의 글이 낭만주의 문학의 대가로 손꼽히는지 읽어본다면 알 수 있다. 끝없는 상상력과 경계를 허무는 환상적인 글이 전해주는 이미지는 책의 제목 ‘밤 풍경’과도 참 잘 어울린다.

‘밤 풍경‘ 서정적인 단어로 생각되지만, ’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호프만‘은 ’밤‘, 즉 어둠에서 오는 영역을 잘 활용했는데, 살인, 방화, 강도의 사건들이 등장하여 공포를 조성한다. 주로 인간의 파멸이 떠오를 정도로 끔찍하고 소름돋는 이야기들은 지독히도 깊고 음험한 인간 내면의 모습을 펼쳐놓은 듯 하다.

어린아이의 눈을 뽑아간다는 ‘모래사나이’
부부에게 보석을 가져다주지만 꺼림직한 ‘이그나츠 데너’

두 소설이 가장 인상깊었다. 기괴함에 공포가 극대화되는 느낌이 든다. 환상문학을 읽을 때면 ‘멍’해질 때가 종종, 실은 꽤 있었는데, 이번 ‘호프만’의 작품은 몰입하며 재미있게 읽혀서 독서의 다양성을 한 단계 넓히고 높이고 싶은 분들이라면 권하고 싶은 고전문학이다.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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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이진민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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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힘은 강력하다. 한 나라의 ‘언어’를 배운다는 건 그 나라의 역사, 문화를 통틀어 바라보는 것과 같다. 이는 여행지에서 현지인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어 외국어를 배우거나, 어느 나라의 문화에 빠져 언어를 배우게 되는 과정과 같은 맥락이라 생각된다.

‘모든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한국과 미국, 독일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여러 문화를 경험하다보니 보는 시야가 남다르게 느껴졌다. 현재 독일에서 거주하는 작가는 책에 인상깊은 혹은 마음에 새겨진 단어의 이야기를 담았는데 글에서 느껴지는 애정과 다정함이 독서를 하는 내내 따뜻했다.

기억하고 싶은 단어들은 소리내어 읽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오래 소리내어 읊어본 단어는 ‘게펠트’였다. 저자가 부여한 이 단어의 서사가 예뻐 여러 번 읽어봤다. ‘내가 당신을 통해 존재한다.’ 세상에 모든 문장이 ‘나로’ 시작하지 않는다는 그녀의 깨달음은 모네의 그림을 바라보는 내게도 큰 울림을 주었다.

언어 자체에 담긴 철학도 존재하지만, 이를 자신의 삶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저자가 선택한 단어와 그 단어의 이야기를 읽는 시간이 무척 즐거웠다. 무엇보다 내게도 마음에 새겨두었던 단어들이 있었음을 상기시켜주어 오랜만에 추억 여행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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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줄리 클라크 지음, 김지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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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플라이트> 스릴러로 무엇으로부터 도망쳐 새 삶을 살길 원하는 두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공항에서 신분을 뒤바꾼 두 여자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미국 정계에서 신임을 얻어 탄탄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쿡 가문’의 며느리 ‘클레어’는 다정한 부부란 여론의 이미지와 달리 남편의 폭언, 폭력에 신음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또 다른 여성, ‘아비’는 수녀원에서 자라 버클리 화학과에 재학 중이었으나, 남자친구의 성화에 못 이겨 마약을 만들다 퇴학 당한다. 정작 남자친구는 아무 처벌도 받지 않는다. 학교를 그만둔 뒤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한 ‘아비’에게 접근한 ‘덱스’의 제안으로 마약을 만들며 살아간다.

위 두 여성은 자신이 처해진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클레어’는 남편으로부터, ‘아비’는 ‘덱스’로부터 꼭두각시와도같은 자신의 삶이 자유롭기를 갈망한다. 그렇게 둘은 우연하게도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만나게 되고 서로의 항공권을 바꾸게 된다. 운명의 수레바퀴는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고 ‘클레어’의 현재와 ‘아비’의 과거가 교차되며 흘러간다.

여성의 위치를 생각한다. 대체로 억압받았고 그래서 억울했던 숱한 역사가 떠오르며 이 두 여성이 부디 현재의 삶을 벗어던지고 진정으로 살고 싶은 인생을 살아가길 응원했다. 그 바람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긴장 속에서 결말까지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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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두사 - 신화에 가려진 여자
제시 버튼 지음, 올리비아 로메네크 길 그림, 이진 옮김 / 비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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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에 가려진 여자 ‘메두사’
‘메두사’ 찰랑거리는 머리카락대신 음침한 뱀이 차지한 머리가 떠오르는 마녀 혹은 괴물. ‘메두사’와 눈이 마주치면 돌로 변해버리는 무서운 전설은 모두가 아는 것일테다. 그런데 이런 ‘메두사’의 모습들이 그녀가 원한 것이 아니었다면 어떨까?

동화나 전설이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체로 선과 악이 뚜렷하다. 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악’의 존재로 태어난 이는 많지 않다. 악인의 과거를 들여다보면 어쩐지 측은한 마음이 들기도 하는데, 디즈니에서 다룬 ‘크루엘라’와 ‘말레피센트’의 선과 악이 공존하는 인물들을 보며 느끼는 바가 많았다. ‘메두사’도 그런 면에서 그녀의 과거를 들춰보면 마녀나 괴물로 부르는 것이 합당하지 않을 수도 있지 않을까?

‘메두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알게 되면 이제 이전처럼 대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메두사’는 세 자매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 불사신이었던 두 언니와 달리 능력이 없었다. 그녀는 매우 아름다웠는데, 그 아름다움이 포세이돈이 집착을 한다. 거기에 더해 그녀의 아름다움을 질투해 저주를 내린 아테네. 두 신이 아름다운 한 인간의 삶을 파탄냈다. ‘메두사’는 아름다워 신들에 의해 희생된 것이다.

아름다워서 신을 꿰어 낸 것이라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고 이제는 저주를 받아 손가락질 받은 ‘메두사’의 기구한 삶. 편견과 부조리로 점철된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가 언제나 가려진 이야기에 더 매진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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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런 제닝스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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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처하여 섬에 고립되어 등대지기로 살아가는 인물 ‘새뮤얼’. 그는 일흔살의 노인으로 한 섬에서 23년간 유일한 주민이자 등대지기 역할을 해왔다. 어느 날 의식을 잃은 산 남자가 등장하며 ‘새뮤얼’의 삶은 변곡점을 맞는다.

홀로 살다 남자를 보살피며 ‘새뮤얼’은 과거를 회상한다.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진행된다. 그가 겪은 생은 야만의 시대였다. 비인간적인 폭력이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식민지 지배를 받은 기억, 독립 후에도 이어진 불온한 시대였던 군부독재까지.

‘새뮤얼’은 그런 불온한 시대에 독재자에 맞선 시위에 참여했다가 23년간 감옥에 갇혀야했다. 안타까운 역사를 보며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직접 겪은 역사는 아니지만, 그런 역사를 딛고 나아가려는 우리나라를 발견할 때마다 아픔과 자부심을 가진다. 그러니 더욱 과거를 잊지 말아야겠지.

이 책의 작가 ‘캐런 제닝스’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역사의 상흔을 직접적으로 다룬 본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를 안다면 이 작품을 이해하기가 더 수월할 것 같다. 하지만 역사를 몰라도 저자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또렷하게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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