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네요. 갑자기 추워지니까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옷차림에 부쩍 신경이 쓰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시죠? 저는 학교에 다녀오는 지우를 보고 있으면 늘 행복하답니다. 학기 초나 학년 말이 되어가는 지금이나 지우가 늘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기 때문이에요.  

고집은 세고 부족한 건 너무나 많은 아이이기에 늘 염려스러웠는데 3학년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지우는 자신감도 회복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즐거움도 만끽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학교에 공부가 아닌 놀러 간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래서 하루 중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아이가 바로 지우랍니다.  

얼마나 즐거운 일이 많으면 그럴까 싶어 물어보면 아이들과 노는 것 외에도 선생님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지우의 두서도 없고 뒤죽박죽인 이야기 속에는 선생님이 자기를 인정해준다는 뿌듯함이 묻어 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이래 한 번도 자신을 인정해준 선생님이 없었기에 선생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대우에 스스로 의젓해지려는 마음까지 생기는가 보더라구요. 그래서 가끔은 지우가 성숙해져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어리지만...

학기 초에 내뱉은 지우의 한마디, "우리 조인송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잖아!" 저는 이 말에 지우의 행복한 1년을 예감했더랍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해서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한 일 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우아빠가 9월부터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서 출근중이지만 자꾸만 핑계를 만들어 이사를 미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랍니다. 지우가 평생 기억하고 싶은 담임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정말 생각할 때마다 고맙답니다. *^_^* 

지우를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선생님, 찬바람에 감기 조심하세요.       

 

선생님께서 보내신 답장
 

날씨가 추워지는데 신종플루 때문에
마음도 몸도 더 추워지는것 같습니다.
지우가 행복해한다고 하니
정말 남은 시간들이 행복해집니다.
모든 아이들이 지우처럼 행복했으면 하는 욕심이라면
너무 과하겠죠? 


다방면에 아는 것이 많은 지우를 가끔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의 학교 생활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에
다시 한번 교육에 대한 다짐을 새롭게 해줍니다.
아버지에 대해 지우에게 들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어하던데........ 


남은 3학년 동안 지우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 생활을 하기를 빌어봅니다.
이렇게 메일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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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11-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학부모를 만나는 선생님도, 이런 담임을 만나는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1년에 동감합니다. 자꾸 핑계대며 이사를 늦출때 알아봤어요.^^
작년이었다면 진즉 이사갔겠죠~

소나무집 2009-11-21 09:52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다면 진즉 이사갔지요!!!
봄에 학급문고 갖다 주러 가서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 온 게 다지만
아이가 전해주는 말 몇 마디에 바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라구요.
내년에 정년을 앞둔 여선생님인데 늘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요.

마노아 2009-11-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서로에게 복된 만남이네요. ^^

소나무집 2009-11-21 12:50   좋아요 0 | URL
선생님게 일 년 내내 감사한 마음만 갖고 있다가 처음 표현해 봤어요.

꿈꾸는섬 2009-11-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학부모와 선생님이시네요.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소나무집 2009-11-21 1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일 년을 행복할 수 있으니
행운이 맞아요.

hnine 2009-11-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보내는 어머님, 그리고 감사하다고 답장을 써보내시는 선생님, 그 밑에서 어찌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읽는 저도 흐뭇합니다.

소나무집 2009-11-21 12:53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 공부는 뒷전, 늘 놀면서 행복한 아이랍니다.
그 이면에는 이 시기 아이들에겐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철학도 한몫 했답니다.

같은하늘 2009-11-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보내주시는 선생님도 계시는군요.^^
좋은 만남이 지우를 한걸음 성숙하게 해준것 같아 고맙네요.

소나무집 2009-11-29 12:45   좋아요 0 | URL
네, 답장을 보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저도 평생 기억하고 싶은 아이의 선생님이네요.
 

전라남도 도립 완도수목원에서 6개월 동안 140시간의 강의를 마치고 11일 숲해설가 수료식을 했습니다. 6개월 동안 카메라로 담은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하루하루가 새롭기만 합니다. 숲해설가 공부를 할 수 었었던 2009년은 정말 뜻깊은 한 해가 될 것 같습니다.  

6개월 짧지 않은 그 기간 동안 모두 진지하게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고, 시험을 보고 마지막 시연까지 마친 후 드디어 40명 선생님이 숲해설가 1기 동기가 되었습니다.  

산림청에서 인증(산림청 인증 제12호)해주는 숲해설가 과정이라서 전남 각 지역에서 많은 분들이 강의를 들으러 오셨더랍니다. 그 중엔 이미 숲해설가로 활동중인 선생님도 열 분 이상이나 있었고(산림청 인증 교육을 받은 숲해설가만 수목원 등에서 근무 가능), 교수님 못지 않은 지식을 갖고 계신 분도 있어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전시관 앞에서 바라본 완도수목원. 완도수목원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난대 수목원입니다. 완도 오봉산의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넓은 면적의 자생 수목원이지요. 붉가시나무를 비롯한 상록활엽수가 많아 겨울에도 진초록 빛깔을 자랑합니다.


강의의 3분의 2 정도는 강의실에서 이루어진 이론 수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가끔 지루하고 졸린 적도 있었지만 열정적인 강사님들의 강의를 들을 때마다 또다른 세상이 하나씩 열리는 걸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여름 교육생들이 졸릴 것을 염려한 강사님은 이렇게 기타를 준비해 와 노래를 불러주며 졸음을 쫓아주기도 했답니다.


가끔은 이미 숲해설가로 활동중이신 선배님을 모시고 아침부터 모여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전 숲해설을 들으러 간 날은 각자 싸온 도시락을 먹으며 새록새록 정을 쌓기도 했지요.
 
강의실 수업을 듣다 숲으로 가면 졸음도 싹 달아나고 정말 신이 났지요.


강의를 듣는 연로한 선생님들의 진지한 모습, 다시 봐도 여전히 존경스럽네요.
   
광주에서 오신 숲해설가 선생님의 실습 강의가 있던 날, 세 시간 반이라는 시간이 후~딱 지나갔던 기억 아직도 생생합니다.  


수생 곤충에 관한 수업. 몸을 안 아끼고 물 속에 있는 곤충을 잡던 선생님들의 모습, 참 아름다웠습니다.


이미 완도수목원에서 숲해설가로 활동중이신 송연희 샘에게 자연 놀이도 배웠구요.


학위만 없었지 박사급의 전문 지식을 가지고 계셨던 보성의 위주현 샘, 강사님들도 선생님의 해박한 설명 앞에선 늘 감탄을 했지요. 


강의실에서는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앉아 계시다가 숲에만 들어가면 좌중을 휘어잡던 한병채 샘의 짜릿한 유머, 그 유머가 그립지만 진도까지 찾아가기엔 너무 멀어요. 


곤충을 채집해서 표본을 만들던 날이네요.  
 
걸어다니는 백과 사전이라는 별명을 가진 유한춘 박사님과 함께 한 야외 수업 시간. 


무엇이든 물어볼 때마다 척척 대답을 해주시던 완도군수 출신의 차관훈 샘(가운데 안경 쓰신 분)과 일일이 설명을 적으시던 진도군 면장님 출신의 김병옥 샘. 


강의실 수업과 야외 수업을 모두 마치고 필기 시험까지 치룬 후 드디어 시연의 날. 직접 쓴 시나리오를 가지고 교육생과 강사 앞에서 데뷔(?)를 해야 했지요. 꼼꼼하게 자료 사진까지 준비해왔던 최연소 교육생 순빈 씨.
      
진도군 의원 출신이신 장재호 샘. 소형 마이크까지 준비해 오는 철저함을 보이셨어요. 구수하고 안정된 목소리, 듣는 이를 휘어잡는 말솜씨는 이미 명해설가임을 증명하고도 남았습니다.  


해남에서 오신 이광훈 샘. 숲해설 교재의 잘못된 점까지 지적하며 보충을 해주셨지요.  


집에서 캐 오신 맥문동을 보며 듣는 강우원 샘의 해설도 정말 인기짱이었습니다. 


일곱 가지 끼에 대한 설명으로 시작한 정흥열 샘의 해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교육생들이 해설을 할 때마다 꼼꼼하게 체크하고 계시던 윤은주 강사님과 박종석 연구사님.


이렇게 모든 과정을 마치고 수료식 날이 되었어요. 완도수목원 원장님께서 일일이 수료증과 인증서를 주셨습니다. 완도수목원에서 함께 했던 6개월은 숲과 자연도 공부하고, 인생도 공부하고, 사람살이도 배웠던 소중한 시간이었답니다. 숲해설가 인증을 받고 수료를 했지만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라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수료식을 마치고 단체 사진도 찍었구요. 언제 또 만날 수 있으려나...  벌써 모두가 그립습니다.


선생님들~  함께 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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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섬 2009-11-17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너무 멋지세요. 축하드려요.^^

소나무집 2009-11-17 08:47   좋아요 0 | URL
6개월 동안 숲해설 공부한다고 다른 일은 모두 뒷전으로 놓고 살았어요.
남편 권유로 시작한 공부였는데 나중엔 제가 더 열성이 되어가지고는...
꼭 숲해설가가 되지 않더라도 아이를 키우는 모든 이들이 공부하면 좋겠더라구요.
저도 그런 의미에서 대만족한 공부였어요.
가까이 있는 자연을 우리는 너무 모르고 살잖아요.

노란우산 2009-11-18 1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재미있는 시간을????

소나무집 2009-11-19 08:27   좋아요 0 | URL
약오르지롱~

치유 2009-11-18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님 정말 대단하세요..정말 수고많으셨어요..
선생님들 모두너무 행복해보여요..

소나무집 2009-11-19 08:29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정말 유익하고 보람차고
내 인생 최고의 공부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자연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까지 알게 해주었거든요.

같은하늘 2009-11-18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멋지신 소나무집님~~ 축하드립니다~~~
소나무집님이 계실때 그곳에 가봐야할텐데...
그런날이 올라나? ㅜㅜ

소나무집 2009-11-19 08:32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멋질 것까지는 없고요,
저 혼자 신이 나서 책을 찾아 읽고, 탐구하고 그랬더랍니다.
정말 유익해서 숲해설가 과정은 기회가 되면 공부해 보라고 권하고 싶네요.
저 완도살이 한 달 정도 남았어요.
언릉 오시어요. 숲해설에, 관광해설까지 책임질께요. ㅎㅎㅎ

2009-11-20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1-21 09:53   좋아요 0 | URL
숲해설가가 멋져 보이긴 하지만 실제 하기엔 쉬운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돈이 되는 것도 아니고 사명감이랑 봉사 정신이 투철해야 하니까요.

2009-11-2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09-11-21 0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수고하셨네요~~ 짝짝짝!!
좋은 공부 하셨으니 이제 열심히 나눠주셔야죠~ ^^

소나무집 2009-11-22 10:07   좋아요 0 | URL
님,고마워요.
숲해설 공부하고 나니까 어딘지 제가 성장한 느낌이 드는 거 있죠?

2009-12-06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소나무집 2009-12-06 23:26   좋아요 0 | URL
고마워요.
 

좀전에 시어머니께서 전화를 하셨다. 통화를 하다가 어머니랑 나랑 둘이서 울먹이다가는 전화를 끊고 말았다. 동갑이신 시어머니랑 시아버지께서 올해 칠순을 맞이하셨는데, 두 분이 모두 음력 12월에 생신이다 보니 요즘 칠순을 어떻게 할 것인가 논의중이다. 환갑 때도 시어머니께서 극구 말리는 바람에 자식들이 모이지도 않고 지나갔기에 칠순은 좀 잘해 드리고 싶은 마음들이었다.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겨울이니 육지에 있는 온천이나 다녀오시겠다고 하셨다. 처음엔 정말 온천이 가고 싶어 그러는 줄 알고 그러시라 했는데, 몇 번인가 통화를 하다 보니 제주도에서 모이면 친척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고, 자식들도 부담이 가니 육지로 나와서 그야말로 간단하게 보내시겠다는 의도셨다.  

40대 초반부터 아버님이 직장을 그만두고 자리 보존을 하고 계셨기에 자식 삼남매를 키우는 건 어머니의 몫이었다. 당시로서는 거금의 퇴직금을 받았던 아버님은 시골에 집 한 칸 마련하고 나머지 돈을 전부 주식 투자를 하셨고, 3년도 되지 않아 어머니께 빚만 떠안겼다고 한다. 그때 아주버니는 대학 1학년, 내 남편 고2, 아가씨가 중3이었다고 하니 얼마나 눈앞이 캄캄했을까? 그래도 어머님은 온갖 힘든 일을 다하면서 아버님 병수발에, 자식들 뒷바라지를 하셨다는 말을 남편으로부터 들었다. 그때 너무 고생을 많이 해서 지금 허리가 아프신 듯.

그나마 삼남매가 모두 공부를 잘해서 서울의 내노라 하는 대학에 들어가 준 게 어머니의 살아가는 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어려운 살림에 삼남매를 모두 서울로 보냈으니, 어머니도 자식들도 힘겨운 생활이었을 것은 뻔하다. 거기다가 둘째아들(내 남편)은 대학 들어가자마자 데모꾼이 되어 하루도 마음 편하게 한 날이 없었다고... 

난 시어머니를 보고 있으면 정말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평생 살아오면서 당신의 주장을 한 번도 내세워본 적이 없는 분이기 때문이다. 몸이 아픈 아버님과 함께 살다 보니 노심초사 아버님 중심으로만 살아오셨다. 제주도에 갔을 때 마트에라도 함께 가면 어머니는 늘 아버님만 챙기셨다. "이거 아버지가 좋아하는 거니까 사자"면서, 그래서 어머니는 뭘 좋아하느냐고 물으면 "난 다 좋아한다" 그러셨다. 평생 살아오면서 당신이 좋아하는 걸 한 번이라도 사본 적이 있을까 싶은 분. 아니 본인이 좋아하는 게 뭔지도 모르는 분, 우리 어머니는 그런 분이다. 당신보다 아버님을, 자식들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는 시어머니.  

이젠 삼남매 다 결혼해서 나름 잘 살고 있는데도 어머니는 여전히 당신을 뒷전에 두고 싶어하신다. 평생 한 번도 주인공이 되어본 적이 없어서 생신날 하루 주인공이 되는 것조차 어색하고 부담스러우신 분. 우리 시어머니다. 아까 전화 통화하다가 삼남매 너무 잘 키우셨고 생신상 받을 만큼 훌륭한 어머니라고 했더니만 울컥해서 말을 잇지 못하셨다. 조촐하나마 꼭 칠순 잔치 열어서 우리 시어머니의 안쓰러운 인생을 보듬어주고 빛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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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10-30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의 삶이, 참... 눈물 나요. 고마우신 어머님이시네요. 칠순 잔치 꼭 정성껏 베풀어주셔요. 어머님도 이젠 호강도 좀 하셨음 좋겠어요. 아버님 우선이 아니라 어머님 우선인 것들도 좀 생기구요...

소나무집 2009-10-30 23:03   좋아요 0 | URL
저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희생하고 사는 삶이 습관이 되어서 받는 게 어색하신가 보더라구요.
지금도 맞벌이 형님네랑 같이 살다 보니 살림은 어머니 차지예요.

무해한모리군 2009-10-30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의 시어머님 참 존경스럽습니다.
그런 어머님을 헤아려주시는 소나무집님의 마음도 참 제가 보배울점이 많으네요.

소나무집 2009-10-30 23:47   좋아요 0 | URL
저도 어머니가 존경스럽긴 한데 어머니처럼 살고 싶지는 않아요.
젊은 시절 참 힘들게 살았다고 들었는데
그런 말씀 하는 거 한 번도 들은 적이 없어요.
시어머니지만 친정엄마처럼 편하게 생각하니 편해지더라구요.

순오기 2009-10-30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물났어요~ 우리네 어머니들은 끝없이 희생만 하신 삶에 위로를 드려야 해요.
좋은 마음으로 축하하며 공로를 치하해드리면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9-10-30 23:16   좋아요 0 | URL
서평 쓰려고 들어왔다가 결국 서평은 못 쓰고
이거 쓰면서 질질 짜기만 했어요.
시댁 식구들 성향이 뭘 거창하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아마 조촐하게 할 거예요.
그때 제가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글 하나 써서 낭독할까 생각중이네요.

순오기 2009-10-31 10:28   좋아요 0 | URL
음~ 며느리의 마음이 담긴 편지~ 감동하실거 같아요.
꼭 그렇게 해 드리시길...

무스탕 2009-10-30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우리 엄마들은 다 그럴까요? 시대적 상황이 누구나 어려웠던 시절이라고는 하지만 정말 절대적인 희생은 지금 우리는 감히 따를수가 없는 경지에요.
시어머님. 이번엔 맘 편히 잔치의 주인공으로 즐기셨으면 정말 좋겠네요.

소나무집 2009-10-30 23:12   좋아요 0 | URL
우리 세대는 그런 거 못 하죠. 절대적인 희생...
이젠 자식들한테 받아도 되겠다 싶은데 항상, 난 괜찮다, 하세요.
너무 그러니까 싫더라구요. 적당히 요구도 하고 받기도 하면 좋으련만...

꿈꾸는섬 2009-10-30 2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눈물 찔끔거렸어요. 칠순엔 조촐하게라도 잔치를 하셔서 그동안의 고마움을 되돌려 드리면 정말 좋겠어요. 소나무집님 너무 좋은 며느리세요. 저도 배우고 가요.^^

소나무집 2009-11-01 07:29   좋아요 0 | URL
눈눌 흘리게 만들어서 죄송~
저보다 어머니가 너무나 천사표다 보니
안쓰러운 마음에 이런 글 쓰게 되었어요.
새옷 입고 어쩌고 하는 것도 싫다고 하셔서
그건 안 된다고 꼭 새옷 사 드리겠다고 했어요.
이번엔 자식들 생각대로 밀고 나가야 할 것 같아요.

노이에자이트 2009-10-31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부 간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무엇보다도 자식들에겐 살이있는 인간교육이 될 것입니다.

소나무집 2009-11-03 10:47   좋아요 0 | URL
어머니가 착하게 사시니까 자식들도 다 착하게 사는 것 같더라구요.

치유 2009-10-31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무보님의 노고를 인정해 주시고 안스러워하시는 님의 모습이 더 애틋하고 이쁨니다.

소나무집 2009-11-03 10:50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나이 들어가면서 자꾸만 사람의 속마음이 보이네요.
특히 시어머니는 너무 고생을 많이 했고,
몸고생도 고생이지만 마음 고생도 엄청 많이 하신 것 같아서요.
당신이 하고 싶은 걸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분이라는 생각에 정말 잘해 드리고 싶지만 늘 마음뿐이에요.

같은하늘 2009-11-04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옷도 꼭 해드리고 잔치도 꼭 해드리세요.
어머님의 삶이 마음아팠지만 소나무집님의 따뜻한 마음에 감동입니다.
어찌하면 시어머님과 그리 지낼수 있는건지...

소나무집 2009-11-16 11:09   좋아요 0 | URL
네, 알겠습니다.
그냥 이해하니까 가능한 것 같아요.
저도 결혼 초에는 너무 달라서 마음속으로 갈등이 많았거든요.

세실 2009-11-15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두 분 이세요. 참 따뜻해집니다.
그렇게 강한 어머님이 우리 대한민국의 힘이죠.

소나무집 2009-11-16 11:09   좋아요 0 | URL
아름답게 보아주니 고마워요.
맞아요. 어머니들은 다 강한 것 같아요.
세실 님도요.
 

시부모님이 다녀가셨다. 오랜만에 며느리 노릇을 하려니 몸도 마음도 많이 바빴던 2박 3일이었다. 자주 안 오시니 더 잘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걱정이 컸지만 시아버지는 생각보다 음식을 잘 드셨다. 내가 직접 담근 배추김치랑 물김치도 잘 드셨고, 나물무침이나 찌개도 잘 드셔서 정말 고마웠다. 

남편도 서울에서 내려오고 집안이 시끌벅적. 사실 우리 시댁 식구들은 모두 조용한 편이다. 그래서 가라앉는 분위기를 싫어하는 내가 괜히 왔다갔다 하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내곤 했다. 밥 먹을 때도 이거 맛이 있냐 없냐,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떠들곤 했다. 괜히 남편 욕도 하고...

어제 시부모님을 배웅해 드리고 난 후 딸아이가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바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주도에 가면 할아버지는 늘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누워 계시고 놀아준 적이 없다 보니 할아버지에 대해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에 오셔서 공원이랑 바닷가에 가서 함께 놀아주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생각이 바꼈다는 것이다. "제주도 할아버지도 좋은 할아버지야!

우리 시아버지는 40대 중반에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직장 생활을 접으셨다고 한다. 그후 칠순이 되신 지금까지 사회 활동을 거의 안 하고 사셨다.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우리 아이들이 제주도에 가도 방안에 누워 있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다. 그렇다 보니 딸아이가 할아버지에 대해 특별한 정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는데 이번에 저녁 먹고 공원에 산책도 나가고, 완도 구경길에도 계속 아이들과 놀아주신 덕분에 큰맘 먹고 오신 작은아들네 집에서 손녀딸의 점수를 왕창 땄으니 성공한 육지 나들이셨을 것 같다.  


완도타워 올라가는 입구에서. 칠순 동갑이신 시어머니랑 시아버지. 결혼 후 삼남매를 낳고 45년 세월을 사셨다. 


이렇게 긴 모래사장을 본 적이 없는 시아버지를 위해 찾아간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 


모래사장에서 야구놀이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    



 
할아버지가 지칠 때까지 계속 했던 야구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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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9-10-1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할아버지, 할머니, 손자, 손녀.. 가족 모두 즐거운 시간이었겠어요.
완도는 사진으로만 봤지만 정말이지 멋진곳 투성이에요!

소나무집 2009-10-22 11:05   좋아요 0 | URL
완도는 자연 자체가 그냥 아름다워요.
그래서 아무렇게나 사진을 찍어도 멋지게 나오는 것 같아요.
멀지만 한번쯤 다녀갈 만한 동네라지요.

꿈꾸는섬 2009-10-20 0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족에 대한 이해가 예뻐요. 시부모님 오셔서 힘 드셨겠지만 오랜만의 나들이 정성껏 모신 걸 어른들도 아셨을거에요.^^ 참 좋은 가족이세요.

소나무집 2009-10-22 11:05   좋아요 0 | URL
오시기 전까지는 걱정 때문에 힘들었는데
막상 오신 후에는 그냥 즐겁게 놀았어요.

같은하늘 2009-10-21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온가족이 모두 행복한 시간이셨겠어요. 소나무집님은 조금 힘드셨겠지만...^^
그래도 정성을 들이는 며느리 마음 모두 이해하셨을거예요.
고생하신 님을 위해 주물럭주물럭~~ 어깨 안마~~^^

소나무집 2009-10-22 11:07   좋아요 0 | URL
님, 고마워요.
시부모님도 이젠 그냥 잘 해 드리고 싶은 마음뿐이네요.

순오기 2009-10-23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명사십리, 우리도 내일 보는 건가요?^^
행복한 시간 보기 좋으네요~~ 조부모와도 자주 접해야 정이 드는 듯.

소나무집 2009-10-25 08:08   좋아요 0 | URL
네~
 

오늘은 제주도에서 시아버지랑 시어머니께서 오시는 날이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에 한 번 다녀가신다고... 시어머니야 그동안 몇 번인가 오신 적이 있고, 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서 어려운 거 하나 없는데 시아버지는 솔직히 어렵다.  

일단은 우리집에 방문하신 게 신혼 초에 딱 한 번 있었고, 이번이 두번째. 사실 시아버지께서 이번 작은아들네를 방문하기로 결심하신 건 엄청난 사건이다. 그동안 워낙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사신지라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왠일인가 했을 정도다. 딸네 아들네 다 육지에 살고 있어도 제주도를 벗어나 본 지 어언 10년이 다 됐다.

또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음식 준비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시아버지께서는 매운 걸(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을 전혀 드시지 않고 낯선 재료나 향, 모양만 보고도 젓가락 한 번 들지 않는다. 그래서 시댁에 갔을 때도 보면 늘 드시는 것 한두 가지 외에는 반찬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듯. 그러면서 말씀은 "난 뭐든 잘 먹는다"고 하신다. 아, 정말 고민이다. 장은 봐다 놓았는데 시아버지 생각하면서 만들 메뉴가 적당치가 않으니 원...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부자리다. 손님은 많이 들락거려도 집에서 자고 가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으니 여분 이불이 없다. 그나마 한 채 있던 거 남편이 서울 가면서 가져가버렸다. 이틀 저녁 주무실 건데 이불 한 채 마련하기도 부담스러워서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그래도 시부모님 예우로 마련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보일러 따뜻하게 피워놓고 얇은 여름 이불이라도 겹겹이 덮고 어찌 자봐야지... 

거기다가 다음 주 화요일은 아이들 중간고사다. 그동안 숲해설가 과정 막바지 숙제며 뭐며 하느라 아이들 시험 공부에 전혀 신경을 못 써서 주말에 좀 봐줘야지 했는데 시부모님 오신다고 하니... 이번 시험은 정말 기본 실력으로 보게 생겼다.

걱정 때문인지 새벽 일찍부터 잠이 깬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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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6 18: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0-19 1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