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많이 차가워졌네요. 갑자기 추워지니까 걸어서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의 옷차림에 부쩍 신경이 쓰입니다.  

선생님, 안녕하시죠? 저는 학교에 다녀오는 지우를 보고 있으면 늘 행복하답니다. 학기 초나 학년 말이 되어가는 지금이나 지우가 늘 학교 생활을 즐거워하기 때문이에요.  

고집은 세고 부족한 건 너무나 많은 아이이기에 늘 염려스러웠는데 3학년 한 해를 보내는 동안 지우는 자신감도 회복하고 학교 생활에 대한 즐거움도 만끽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학교에 공부가 아닌 놀러 간다고 생각하는 아이, 그래서 하루 중 학교에 있을 때가 가장 즐겁다고 말하는 아이가 바로 지우랍니다.  

얼마나 즐거운 일이 많으면 그럴까 싶어 물어보면 아이들과 노는 것 외에도 선생님 이야기를 종종 합니다. 지우의 두서도 없고 뒤죽박죽인 이야기 속에는 선생님이 자기를 인정해준다는 뿌듯함이 묻어 있습니다.

학교에 입학한 이래 한 번도 자신을 인정해준 선생님이 없었기에 선생님에게서 느껴지는 그런 대우에 스스로 의젓해지려는 마음까지 생기는가 보더라구요. 그래서 가끔은 지우가 성숙해져간다는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어리지만...

학기 초에 내뱉은 지우의 한마디, "우리 조인송 선생님은 좋은 선생님이잖아!" 저는 이 말에 지우의 행복한 1년을 예감했더랍니다. 그리고 그 예감이 적중해서 엄마로서 아이와 함께한 일 년이 정말 행복했습니다. 

지우아빠가 9월부터 서울 본사로 발령이 나서 출근중이지만 자꾸만 핑계를 만들어 이사를 미루고 있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선생님과 헤어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랍니다. 지우가 평생 기억하고 싶은 담임 선생님을 만난 것 같아 정말 생각할 때마다 고맙답니다. *^_^* 

지우를 기다리다가 문득 생각나서 몇 자 적어봅니다. 선생님, 찬바람에 감기 조심하세요.       

 

선생님께서 보내신 답장
 

날씨가 추워지는데 신종플루 때문에
마음도 몸도 더 추워지는것 같습니다.
지우가 행복해한다고 하니
정말 남은 시간들이 행복해집니다.
모든 아이들이 지우처럼 행복했으면 하는 욕심이라면
너무 과하겠죠? 


다방면에 아는 것이 많은 지우를 가끔 칭찬해주는 것이
아이의 학교 생활에 이렇게 많은 영향을 주는 것에
다시 한번 교육에 대한 다짐을 새롭게 해줍니다.
아버지에 대해 지우에게 들었습니다.
많이 보고 싶어하던데........ 


남은 3학년 동안 지우가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학교 생활을 하기를 빌어봅니다.
이렇게 메일 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댓글(10)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순오기 2009-11-2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학부모를 만나는 선생님도, 이런 담임을 만나는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1년에 동감합니다. 자꾸 핑계대며 이사를 늦출때 알아봤어요.^^
작년이었다면 진즉 이사갔겠죠~

소나무집 2009-11-21 09:52   좋아요 0 | URL
작년이었다면 진즉 이사갔지요!!!
봄에 학급문고 갖다 주러 가서 선생님 얼굴 한 번 보고 온 게 다지만
아이가 전해주는 말 몇 마디에 바로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생기더라구요.
내년에 정년을 앞둔 여선생님인데 늘 아이들의 입장을 생각해주는 마음이 느껴져요.

마노아 2009-11-21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다운 풍경이에요. 서로에게 복된 만남이네요. ^^

소나무집 2009-11-21 12:50   좋아요 0 | URL
선생님게 일 년 내내 감사한 마음만 갖고 있다가 처음 표현해 봤어요.

꿈꾸는섬 2009-11-2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좋은 학부모와 선생님이시네요.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이에요.

소나무집 2009-11-21 12:51   좋아요 0 | URL
맞아요.
아이들 키우면서 좋은 선생님을 만난다는 건 일 년을 행복할 수 있으니
행운이 맞아요.

hnine 2009-11-21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따뜻한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써서 보내는 어머님, 그리고 감사하다고 답장을 써보내시는 선생님, 그 밑에서 어찌 아이가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읽는 저도 흐뭇합니다.

소나무집 2009-11-21 12:53   좋아요 0 | URL
우리 아이 공부는 뒷전, 늘 놀면서 행복한 아이랍니다.
그 이면에는 이 시기 아이들에겐 공부보다
노는 게 더 중요하다는 담임 선생님의 철학도 한몫 했답니다.

같은하늘 2009-11-25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을 보내주시는 선생님도 계시는군요.^^
좋은 만남이 지우를 한걸음 성숙하게 해준것 같아 고맙네요.

소나무집 2009-11-29 12:45   좋아요 0 | URL
네, 답장을 보내주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어요.
저도 평생 기억하고 싶은 아이의 선생님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