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제주도에서 시아버지랑 시어머니께서 오시는 날이다. 우리가 제주도에서 더 먼 곳으로 이사를 가기 전에 한 번 다녀가신다고... 시어머니야 그동안 몇 번인가 오신 적이 있고, 뭐 익숙해질 만큼 익숙해져서 어려운 거 하나 없는데 시아버지는 솔직히 어렵다.
일단은 우리집에 방문하신 게 신혼 초에 딱 한 번 있었고, 이번이 두번째. 사실 시아버지께서 이번 작은아들네를 방문하기로 결심하신 건 엄청난 사건이다. 그동안 워낙 집 밖을 나서지 않고 사신지라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왠일인가 했을 정도다. 딸네 아들네 다 육지에 살고 있어도 제주도를 벗어나 본 지 어언 10년이 다 됐다.
또 어려운 이유 중에 하나는 음식 준비하기가 까다롭다는 것이다. 시아버지께서는 매운 걸(고춧가루 들어간 음식)을 전혀 드시지 않고 낯선 재료나 향, 모양만 보고도 젓가락 한 번 들지 않는다. 그래서 시댁에 갔을 때도 보면 늘 드시는 것 한두 가지 외에는 반찬으로 생각하지도 않는 듯. 그러면서 말씀은 "난 뭐든 잘 먹는다"고 하신다. 아, 정말 고민이다. 장은 봐다 놓았는데 시아버지 생각하면서 만들 메뉴가 적당치가 않으니 원...
또 한 가지 문제는 이부자리다. 손님은 많이 들락거려도 집에서 자고 가는 손님이 그리 많지 않으니 여분 이불이 없다. 그나마 한 채 있던 거 남편이 서울 가면서 가져가버렸다. 이틀 저녁 주무실 건데 이불 한 채 마련하기도 부담스러워서 생각만 하다가 말았다. 그래도 시부모님 예우로 마련했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보일러 따뜻하게 피워놓고 얇은 여름 이불이라도 겹겹이 덮고 어찌 자봐야지...
거기다가 다음 주 화요일은 아이들 중간고사다. 그동안 숲해설가 과정 막바지 숙제며 뭐며 하느라 아이들 시험 공부에 전혀 신경을 못 써서 주말에 좀 봐줘야지 했는데 시부모님 오신다고 하니... 이번 시험은 정말 기본 실력으로 보게 생겼다.
걱정 때문인지 새벽 일찍부터 잠이 깬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