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지금까지 아들을 키우면서
아들이 특별히 뭘 좋아한다거나 열정을 가지고 무슨 일을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심지어 열정을 가지고 놀았던 적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읽고 또 읽던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왔다는 소식에 사인회에 가겠다고 했다.
그래서 지난 일요일 오후 나도 만사 제쳐놓고 즐거운 마음으로 동행했다.
원주에서 점심을 먹고 강남 교보문고에 도착하니 세시.
사인회 시작 시간은 여섯시.
그런데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얼른 신간 <제3인류> 1, 2권을 사서 우리도 줄을 섰다.
나중에 번호표를 나눠주었는데 26번이었다.
한 자리에서 10분 정도 앉아 있는 것도 힘들어하는 아들이
세 시간을 저렇게 앉아서 책을 읽으며 기다렸다.
이 녀석도 좋아하는 일이 생기면 근성을 갖고 하긴 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들어서
바라보는 마음이 좋았다.
드디어 저 앞에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도착했다.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고 야단법석이 일었다.
아들도 나도 이런 경험이 처음인지라 모든 게 신기해~
더 재미있었던 건 베르나르 베르베르도 등장하는 순간부터 내내
자신을 촬영하는 사람들을 찍으며 즐거워했다.
얼굴 가득 웃음이 번져 있어 장난끼 많은 소년으로 보였다.
61년생이라는 게 믿어지지 않을 만큼.
우리 아들 베르나르 베르베르 옆에 앞아서 사인을 받는데 좀 떨렸다고...
아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길 바란다.
내가 "방금 전에 사인 받은 친구가 우리 아들인데 당신을 무지 좋아해요." 하고 한국어로 말했더니
"I Understand...."
뭐라 뭐라 영어로 몇 마디 더 했는데 기억이 안 나고.
사인을 받고 나서 아들에게 작가 성격이 무척 좋아 보인다고 했더니
울 아들 소설로 보아서는 절대로 성격이 좋을 만한 사람이 아니란다.
집에 와서도 내내 사인 받은 책을 끼고 누워서 행복해하는 아들을 보니 나도 행복했다.
코앞에 닥친 기말 고사 걱정도 안 되고
오랜만에 엄마 노릇을 제대로 한 기분이 들었다.
책 사이즈가 작아서 들고 다니기 딱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