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님이 다녀가셨다. 오랜만에 며느리 노릇을 하려니 몸도 마음도 많이 바빴던 2박 3일이었다. 자주 안 오시니 더 잘 해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너무 앞서서 걱정이 컸지만 시아버지는 생각보다 음식을 잘 드셨다. 내가 직접 담근 배추김치랑 물김치도 잘 드셨고, 나물무침이나 찌개도 잘 드셔서 정말 고마웠다.
남편도 서울에서 내려오고 집안이 시끌벅적. 사실 우리 시댁 식구들은 모두 조용한 편이다. 그래서 가라앉는 분위기를 싫어하는 내가 괜히 왔다갔다 하며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내곤 했다. 밥 먹을 때도 이거 맛이 있냐 없냐, 텔레비전을 보면서도 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떠들곤 했다. 괜히 남편 욕도 하고...
어제 시부모님을 배웅해 드리고 난 후 딸아이가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이 바꼈다"고 말했다. 그동안 제주도에 가면 할아버지는 늘 방에서 텔레비전을 보거나 누워 계시고 놀아준 적이 없다 보니 할아버지에 대해 아무 느낌이 없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집에 오셔서 공원이랑 바닷가에 가서 함께 놀아주는 할아버지를 보면서 생각이 바꼈다는 것이다. "제주도 할아버지도 좋은 할아버지야!"
우리 시아버지는 40대 중반에 건강이 너무 안 좋아서 직장 생활을 접으셨다고 한다. 그후 칠순이 되신 지금까지 사회 활동을 거의 안 하고 사셨다. 지금도 여전히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우리 아이들이 제주도에 가도 방안에 누워 있는 모습을 가장 많이 본다. 그렇다 보니 딸아이가 할아버지에 대해 특별한 정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랬는데 이번에 저녁 먹고 공원에 산책도 나가고, 완도 구경길에도 계속 아이들과 놀아주신 덕분에 큰맘 먹고 오신 작은아들네 집에서 손녀딸의 점수를 왕창 땄으니 성공한 육지 나들이셨을 것 같다.
완도타워 올라가는 입구에서. 칠순 동갑이신 시어머니랑 시아버지. 결혼 후 삼남매를 낳고 45년 세월을 사셨다.
이렇게 긴 모래사장을 본 적이 없는 시아버지를 위해 찾아간 신지도 명사십리 해수욕장에서 할아버지 할머니와 손자 손녀.
모래사장에서 야구놀이를 하고 있는 할아버지와 손자.
할아버지가 지칠 때까지 계속 했던 야구 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