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니 - Blossom Ag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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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경험이 없지는 않다. 한때 좋아했다 헤어지고, 어느 날, 어떤 장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람이 옛날에 자신이 좋아했던 사람과 닮았다. 거나 똑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런데 그 사람을 제3자가 볼 땐 전혀 아닌데 혼자만 그렇다고 믿는 것.  

영화는 그렇게 한 여자의 착각에서부터 시작이 된다. 그런데 더 문제인 것은 그 상대가 17세 미성년자라는 것이다. 여자는 이미 30세인데 말이다. 여자나 남자나 30세는 나름 의미로운 나이일 것이다. 20세는 젊음이 만개할 나이고, 이제야 바야흐로 뭔가를 뜻대로 해 볼 수 있는 나이라고 위풍당당, 자신만만한 나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20대를 살아봤더니 그렇게 당당할 것도 자신만만할 것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30세는 실수하지 않고, 좀 더 진지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하지만 이 30세에 다시 맞게 된 사랑이란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도 10대 미성념자와의 사랑이라니.  

누군가는 그랬다. 사랑은 미친 짓이라고. 사랑이 어디 이성적으로 다가 온 적이 있던가? 불현듯 다가와 뭔지도 모르게 마음에 불을 질러놓고, 그것을 미쳐 다 감당하기도 전에 또 홀현이 가버리는 것이 사랑이 아니던가? 사랑. 그것에 나이가 있던가? 때가 있던가? 밤낮 구분을 가리던가? 그런데 문제는 새로 시작하는 사랑은 과거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는가를 영화는 묻고 있는 것 같다. 

하긴, 매번 하는 사랑이 새로워서 좋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새로 하는 사랑은 새로운 불안과 새로운 리스크가 따르기 때문에, 전에 하던 사람과 같으면 얼마나 같을 수 있을까? 다르면 얼마나 다를까 꼭 되짚게 된다. 여자는 첫사랑을 기억하지 않는다고?  그말이 맞는 말인지도 모른다. 여자는 실패한 것에 연연해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런데 영화는 또한 그렇지 않다는 가정속에서 시작하기도 한다. 

남자가 첫사랑을 잊지 못해한다는 것은, 그때 내가 이렇게 했으면 그녀와 헤어지지 않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그뒤에 감춰진 정복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 뭐 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비해 여지들은 가질 수 없다면 손을 탈탈 털어버리고 마는 그것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그래서 여자의 사랑은 더 현실이라고 말하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자라고 해서 다시 시작하는 사랑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예전보다 더 분석하고, 두려워하고, 자꾸만 퇴행하려고 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영화의 주인공 조인영(김정은) 참 헷갈리게도 생겼다.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사랑하게 된 남자친구 수가 교통사고로 죽고, 그녀의 사랑은 자연스럽게 그 죽은 남자친구의 쌍둥이 형제인 석에게로 옮겨 간다. 그렇다면 인영이 정말로 사랑한 사람은 누구였을까? 석이 였을까? 아니면 수를 닮은 석이 였을까? 거기다 영화는 한술 더 떠서, 학원 강사인 인영이 나가는 학원에, 똑같은 이름과 똑같이 생긴 석이란 학생을 좋아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더 꼬인다. 말하자면 인영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인 석이를 보면서 사춘기 시절에 이루지 못한 사랑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운 마음을 투사하기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의 진행이 다소 진부하기도하고, 억지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추어적이라고나 할까? 

사랑은 나이가 먹음에 따라 성숙해야 하는데 인영의 사랑은 17세 그 나이에서 조금도 자라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사랑은 그렇게 눈이 멀다가도 한 순간 하늘에 안개가 걷히듯 모든 것이 선명해 질 때가 있다. 그것은 헤어진 옛 사랑을 다시 만나게 될 때다. 다시 만나면 잠자고 있던 사랑이 다시 불타 오르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것은 남자나도 마찬가지 아닐까? 그런데도 첫 사랑을 잊지 못해 한다면 아직도 그때에서 벗어나기 싫어하는 앳된 마음인지도 모르겠다. 인영이 십몇 년만에 만난 석이는 지금 만나고 있는 석이와 너무도 다른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인영이 진짜 사랑한 건 누구인가? 17세에 만난 석이만 사랑했을 뿐, 성인이 된 석이도. 예전에 사랑했던 투사했던 지금의 석이도 아니다. 하지만 17세 때 사랑한 석이도 알고보면 진짜 사랑했던 것도 아니다. 죽은 수 때문에 사랑하게 된 것이다. 그러니 인영의 사랑은 집착과 미련에서 시작된 일종의 해프닝 같은 성숙하지 못한 사랑일 수 밖에 없다. 그 모든 것을 일순간 깨달았을 때 그녀가 느꼈을 그 허탈감, 누구보다도 자기 자신에게 부끄러움을 금할 수 없다. 그렇다면 영화를 보는우리도 영원히 사랑의 실체를 붙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모종의 불안감 떨쳐버릴 수가 없다. 사랑인 줄 알았던 상대가 사랑이 아니고, 미움인 줄 알았던 상대가 사랑인 줄 알게 되는 때는 그 사람과 같이 있을 때는 모른다. 그 사람과 헤어져 봐야 알 수 있다. 그래서 사람을 가리켜 존재의 아이러니라고 했는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미성년자와의 사랑을 그린 영화이기도 하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하거나 어색하게 흐르지 않는다. 시종 상큼하고, 설레고, 진지한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어 보면서도 과히 나쁘지 않다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작품 분위기도 마치 감독이 영화를 처음 찍어 보는 양 뭔가 점을 찍듯이 꼼꼼하다는 분위기를 연출한다.(원래 그런 건지, 일부러 그런 건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런데 감히 자신있게 추천은 못하겠다. 그러기엔 아쉽게도 김정은이 청초한 이미지가 다소버거워 보인다. 특히 어린 인영을 맡은 정유미와 대조적여 오히려 그녀의 연기가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도 아주 형편없는 영화라고도 하지 못하겠다. 그냥 볼만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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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0-09-11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전 정지우의 이 영화 생각보다 참 좋았어요.
영어제목이 더 와닿아요. 이 나이에도 그런 걸 꿈꾸지 않나요?
저도 리뷰 쓴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이놈의 저질 기억력이란ㅎㅎ

stella.K 2010-09-11 17:54   좋아요 0 | URL
ㅎㅎ 확실히 프야님과 저는 좀 다른 것 같아요.
저는 나름 작품이 좋다고 해서 기대를 가지고 봤는데
생각할 거리는 줬는데(사실 저렇게 길게 쓸 생각도 안했는데 쓰다보니)
작품은 좀 그렇더라구요.^^

다이조부 2010-09-11 2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정은 사진이 참 아름답게 나왔네요~

20대때 좋아하던 여자애가 이 영화를 무척 좋게 봤다고 했는데,

그 친구 생각날까봐 못 보는 영화목록입니다 소심하게시리~ ㄷㄷ

stella.K 2010-09-12 09:10   좋아요 0 | URL
그 여자분 많이 좋아하셨나 봅니다.
영화 내용은 생각할 꺼리를 주긴하는데 말이죠.^^

마녀고양이 2010-09-12 22: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랑인지 열정인지..... 항상 헷갈립니다. ^^

stella.K 2010-09-13 11:57   좋아요 0 | URL
정말 그렇죠? 흐~

다락방 2010-09-17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였나 스텔라님의 이 글을 보고서는 잽싸게 DVD 보관함에 넣어놨습니다. 사실 이 영화 개봉할 당시에 저는 김정은이란 배우를 좋아하지 않아서 볼 생각도 없었고, 지금도 역시 그 배우를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문득 이 영화라면 봐도 좋지 않을까 싶어지더군요.

언젠가 보게 된다면 저는 어떤것들을 느끼게 될지 무척 궁금해졌어요.

stella.K 2010-09-17 14:4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 이 영화 보고 뭐라고 페이퍼 쓰실지 궁금해집니다.
제 생각엔 이 작품의 완성도는 그다지 높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그안에 내포된 의미는 자못 생각할 것이있죠.
우리가 지금 사랑을 한다면 정말 현재 만나고 있는 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맞나?
다시한번 생각하게되고, 약간은 혼란에 빠질지도 모르는...
김정은은 확실히 호불호가 있어요.^^
 
내 남자의 유통기한 - The Fisherman and His Wife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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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도리스 되리
주연 : 알렉산드라 마리아 라라, 크리스티안 울멘
 

가끔, 돈 없으면 연애도 못하고 결혼도 못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게된다.  사실 그건 일견 맞는 얘기다. 개그콘서트의 '남성인권보장위원회'던가? 거 일명 '남보원'이라는 코너를 보면 되게 웃기긴 한데 사실 맞는 얘기하고 있어, 허를 찔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연애에 있어 남자는 참 취약한 게 많겠구나, 새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어찌보면, 나이들어 연애하는 게 더 안정적일 수도 있을 거 같다. 2,30대 한창 일하고 뭔가의 업적을 쌓고, 돈을 모아야하는 시기에 연애나 결혼은 난제가 아닐 수 없다. 그 나이에 결혼하는 커플들 냉철히 생각해 보면 결국 빚더미 위해서 결혼 서약을 하고, 빚더미 위에서 배우자와의 첫날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잘 살면 그나마 다행이다. 못 살겠다고 이혼하면 그것의 기회비용도 만만치 않다. 그런데 비해 나이들어 연애를 하고, 결혼을하면 그래도 좀 낫지 않을까? 경제적으로도 안정되고, 인생의 지평도 넓어져 그만큼 이해의 폭도 넓어지게 된다. 그러니 삐걱거림도 덜할 것이다.  

그런데도 영화나 드라마는 남녀간의 사랑을 다뤄도 꼭 2,30대에 있는 사람을 다루길 좋아한다. 이런 불공평이 어딨나? 중년은 인간도 아니란 말인가? 물론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인생에 있어서 2,30대만큼 인간이 멋있어 보이는 때가 또 있을까?  

사실 영화 <내 남자의 유통기한>이 좋은 것은, 딱 그 나이 대를 그리 돼 너무 낭만적으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찌보면 이 영화는 한쌍의 남녀 커플이 만나서 어떻게 사랑하고, 어떻게 사랑을 키워가며, 어떻게 그 사랑이 사그라드는가, 즉 말하자면 '사랑의 생태학'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나이들어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싶다. 그만큼 한눈에 반하는 사랑은 젊어서 하는 사랑의 특권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은 다분히 육감적이며, 약간의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찌 한눈에 반하는 사랑을 거부할 수 있을까? 이들 부부도 여느 커플과 다르지 않게 그렇게 눈이 맞아서 결혼을 했다. 그리고 아이도 낳았다. 둘만 사랑할 때는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역시 부부 사이에 아기가 태어나면 사랑만 가지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깨닫게 된다. 그래서 결혼은 사랑과 다르다는 말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오히려 그것에 확신을 주기 보다, 과연 그게 얼마나 중요한데?라고 묻는 영화이기도 하다. 다시말하면, 내 사랑에 개인의 경제력이 얼마나 필요하다고 생각하니?라고 묻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봐야할 것은 '집(공간)'이다. 집은 확실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경제력의 상징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주인공 오토와 이다가 결혼을하고 처음 시작한 곳은 집이 아니라 '집차'다. 그들은 그곳에서도 행복했다. 오래 전 읽었던 하루키의 단편 소설 '치즈케잌 모양을 한 나의 가난'이던가? 하는 소설이 생각났다. 워낙 오래 전에 읽어 내용은 잘 기억은 안 나지만, 가난 다시 말하면 사람의 있고 없음이 그저 객체일뿐 주체는 되지 못한다는 걸, 하루키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가 담긴 수작이다. 그와 같이 이들도 가난해도 행복하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터는 그 낭만적인 집차에서만 지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주인의 눈을 속이고 이다가 만삭이 되어서는 어느 조그만 집에 세 들어 산다. 그도 그럴 것이 주인은 아이를 몹시 싫어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오토가 수의사라는 점을 들어(정확히 수의사는 아니지만 오히려 해양생물쪽이지만) 주인의 병든 개를 돌봐주고 무사히 위기를 넘긴다. 아무튼 이때까지도 둘은 행복하다. 아이가 태어나서 꼼지락거리고, 목욕할 때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데 그것을 보고 행복해하지 않을 부부가 어딨겠는가? 

그런데 한편 이다는 직물 디자이너로 승승장구의 길을 걷게 되지만, 그런데 비해 오토의 삶은 별로 발전이 없다. 그냥 해양생물을 연구하며 가끔 다친 잉어를 돌봐주는 정도다.

            

이때부터 이들은 삐걱거리기 시작한다. 집은 더 넓은 곳으로 이사를 했으며, 바쁜 이다를 위해 오토가 아이를 돌보며 둘은 서로에 대해 불평을 하고, 서로에게 화를 낸다. 이건 여느 부부들이 겪는 것과 똑같다.  잘 되려면 둘 다 잘되면 좋치 않은가? 한쪽이 잘되면 한쪽은 기운다. 그리고 그 기우는 쪽이 아이를 돌보게 되어있다.  

사실 이 영화는 자칫 여자는 사회적으로 성공하면 안되는 것인가를 묻게 만드는 영화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다가 잘 나가자 한때 오토의 친구와 바람을 필뻔 하기도 한다. 물론 여자가 잘 나가면 바람을 핀다는 극단적 해석을 하면 안 된다. 남자나 여자나 사회적 성공을 거두면 거의 대부분의 경우 이런 유혹을 받게 된다. 이다도 예외는 아님을 보여 줄 뿐이다.  오토 역시 아내가 옆에 없으니 성적인 유혹을 뿌리칠수가 없다.  하지만 이들이 나름 현명한 건 각자의 내면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둘은 서로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사실. 하지만 그들은 또 각자 이 사실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을 각성한다.

이때 묻지 않을 수 없는 건, 과연 사람의 경제력이 사랑에 어느 만큼 관련이 있겠는냐는 것이다. 물론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인간의 경제력은 사랑의 본질을 관통하지는 못한다. 분명 사랑해서 결혼하지만, 사랑은 시간이 흐르면 빛을 잃고 자꾸 없는 것에 눈을 돌리고, 마음을 쓰게 된다. 이것은 또 꼭 물질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그것이 어느 정도 만족이 되면, 자녀에게 눈을 돌린다.  내 자식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렇게 되면 둘의 사랑은 온데간데 없다. 세월이 흐른 뒤에 다시 없던 사랑을 불붙히려 하면 어색하다. 그래서 있을 때 잘하고, 사랑도 길들여야 하는 습관이라고 했나 보다.  

아무튼 이들 부부는 우여곡절 끝에 최고로 좋은 집까지 살아보는 영예를 누렸다. 물론 그것은 단 하루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그들은 다시 자신들이 사랑을 시작하던 그 '집차'로 돌아온다. 객관적으로 보면 한마디로 '쪽박'을 찬 셈이지만 다행인 건 거기서 그들은 잊어버렸던 옛 사랑의 흔적을 찾아내고  오히려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아직도 늦지 않았음을 확인한다는 것이다. 그것은 확실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름다운 기억들의 흔적을 많이 남겨두는 것이 좋은 것 같다. 그래서 길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때 다시 옛 기억을 더듬으며 그것이 하나의 실마리가 되어 길을 다시 찾는 것이다. 그래서도 사랑은 길을 잃지 않는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난 이 영화를 아주 유쾌한 기분으로 봤다. 과연 독일식 엉뚱함과 유머가 얼마나 먹힐까 의문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영화는 아기자기하게 잘 만들었다. 어항속의 두 마리 잉어가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재밌고, 나중에 이 잉어가 이들 부부를 바꿔 놓는데 결정적인 역할을하며, 또 이 잉어가 개구리로 변신하는 것도 웃겼다. 보면서 너무 가난하도 사랑을 못하고, 결혼을 못할 거란 비관을 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을 하게된다. 그런데도 우린 너무 갖춰서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려고 한다.   

감독이 일본에 대해 상당한 인상을 가졌는가 보다. 어쩌면 그리도 일본풍을 강조하던지.  소소한 웃음이 필요하다면 강력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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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8-19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리뷰세요!

제 친구들을 보니, 30대 중반 이후 사랑은 머랄까,, 희생을 잘 못 하게 되는 경향이 있는듯 해여. 20대 - 30대 초반까지는 콩깍지가 씌워서, 단점은 모른척 연애를 하는데.. 이후는 나의 것을 포기하지 못 하는 경향이 더 강해진달까요. 콩깍지가 좀 더 씌어야, 연애가 오래갈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을 조금 했어요.

제 친구들 한정된 이야기일 수도 있어염~~ ^^

stella.K 2010-08-20 11:38   좋아요 0 | URL
하지만 그 단계도 넘어 보세요. 사람만 보입니다.ㅋㅋ

2010-08-19 2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20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8-21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전에 EBS에서 해준걸 본적이 있어요. 저도 참 유쾌하게 보았어요. 아기자기한 맛도 있고, 살다보면 한번쯤 일어날만한 일들이지요.^^ 정말 좋은 리뷰에요.^^

stella.K 2010-08-22 15:05   좋아요 0 | URL
헉, ebs에서요?
하긴 제가 공중파를 잘 안 봐서 어디서 뭘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 영화 정말 좋았어요. 그죠? 고맙습니다.^^
 
추적 - Sleu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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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 케네스 브레나
주연 : 주드 로, 마이클 케인

제목이 역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영낙없는 그쪽 계열의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출연 배우만으로도 이건 충분히 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해롤드 핀터'가 맡았다고 나고해서 놀라웠다. 해롤드 핀터라면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여타의 그것과는 차별성이 있겠다 싶었다. 

가끔, 영화들 중 연극 대본 같은 시나리오가 있다. 예를들면 <이별의 여섯 단계>(이 영화는 윌 스미스의 초기 영화이기도 하다) 나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들은 실제로 연극 대본을 시나리오로 고쳐서 찍은 영화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 역시 1972년 <발자국>이란 연극을 영화로 찍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영화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다가 횡재한 기분이다.

원제는 sleuth '탐정' 혹은 '형사'다. 한국식 제목도 그렇고, 원제도 그렇고 이런 고감도 스릴러에는 둘 다 맞지 않아 보인다. 추적이라면 쫓고 쫓기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 영화에 그런 게 있나? 물론 반전의 반전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추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치 않나? 또한 형사라면 원톱일텐데, 이 영화는 투톱이면서 출연진의 전부다. 이를테면 주드 로와 마이클 케인. 조연도 없다. 물론 형사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주드 로가 위장해서 나오는 것뿐 형사가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고 마무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건 추리 작가로 나오는 마이클 케인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카메라 워크가 독특하다. 첫 장면도 톡특하거니와 뭔가의 등장인물의 속내를 내비치고 싶어하듯 ,전체를 보여주기 보다 부분 부분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보여주려고 하고있다. 예를들면 한컷 안에 두 사람을 동시에 보여 주려하기 보다, 이번엔 마이클 케인을 다음 번엔 주드 로를 고루 배치해서 보여주고,  그 중에서도 그 사람의 얼굴, 또 그 얼굴 중에서도 특정 부위(여기선 주로 눈이 해당이 되겠지만)를 보여주고 그런 배우들의 표정을 눈여겨 보라고 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으론 마치 스토리가 있는 사진을 보는 것도 같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독특함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 단 두 사람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극에서는 일인극도 있고, 이인극도 있지만, 영화에서 단 두 사람만이 88분이라는러닝 타임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물론 여자 하나를 놓고 두 남자가 서로 속고 속이는 두뇌 게임을 펼치지만 여자는 끝까지 등장하는 법이 없다.  

 

더구나  앤드류(마이클 케인)의 집이란 한정된 공간만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주로 실내. 아무리 두 걸출한 배우라고는 해도 두 사람만 보여준다는 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앤드류의 집은 상당히 럭셔리 하다. 집 자체도 지능적으로 잘 꾸며져 있다. 그야말로 요즘 나오는 똑똑한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그중 거실에서 침실로 올라가는 승강기가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나중에 틴들 그러니까 주드 로가 앤드류를 복수하려고 가두는 곳이 이 승강기이고,  앤드류 앞에서 까불다 그의 총세례를 맞고 튕겨져 나가 우아하게 죽는 곳도 이 승강기이다. 그러니까 이 승강기는 여러모로 이 영화에선 쓸모가 많다.  

이 영화는 말했던대로 여자 하나를 두고 본남편과 내연남이라는, 두 남자의 3전2승제의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싸움에서 이긴 자가 여자를 차지하게 된다.  여자의 남편되는 앤드류는 이대로 순순히 여자를 내어줄 수 없다는 쪽이고, 내연남인 틴들은 여자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굳이 여자를 갖고 있어 뭐하냐고 뻔뻔스럽게 나온다. 그러다 틴들이 된통 당하는, 한마디로 '용감한 자가 미인을 차지 한다'로 시작해서 '남의 집 여자를 탐하지 마라'로 끝나는 영화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추리 작가다. 아무리 노련한 배우라고 해도 추리 작가의 치밀하고 대범함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더구나 상대는 자존심 강한 늙은 남자다. 늙었다고 얕보지 마라. 세상을 좀 더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패기의 젊음이가 아니라 세상 살기에 능수능란한 늙은 사람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좀 모호하다. 원래 홈그리운드의 잇점이라고 젊은 틴들이 늙은이의 집에 와서 죽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앤드류가 틴들에게 총을 쐈던 건 질투도, 겁없이 까불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앤드류의 동성애적 성향을 틴들이 냉소했기 때문인데 쏜 것이다. 약간은 삼천포로 빠진 것 같아 아쉽다.  

게다가 별로 들어나지는 않지만, 여자가 내연의 남자가 실컷 놀아나다 다시 자기 남편에게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섞연치 않다. 그 돌아가겠다는 이유가 남편이 돈이 많아서인데 역시 그 이유 때문에 남편에게로 돌아오겠다면 여자는 모르긴 해도 싸움만 부추기고, 백치미를 제대로 갖춘 여자인 듯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난 위에서 열거한 이 영화의 독특함 때문에 이런 시시콜콜함을 들어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주드 로의 1인2역도 볼만했지만(난 이 배우 잘 생기기도 했지만 연기도 곧잘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마이클 케인을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집사인 조역으로 나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란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배트맨에서 조역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무한 신뢰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긴, 배트맨에서 주인공을 맡을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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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2010-08-16 1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롤드 핀터의 작품이라는 사실에서 관심이 가네요.

stella.K 2010-08-16 14:21   좋아요 0 | URL
헤롤드 핀터를 아시는군요. 나름 멋진 영화였어요.
꼭 한번 보세요.^^

마녀고양이 2010-08-1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이클 케인,, 참 멋지고 좋은 배우예요.
검색해보니 2000년 기사 작위도 받았네요. 정말 그럴만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주드 로, 지난번에 내이름은 알피 라는 영화를 보고 깔깔댄 기억이.. ㅋ
은근히 매력적이죠?

stella.K 2010-08-16 15:56   좋아요 0 | URL
오, 그래요? 그 영화에선 웃기게 나오나 보죠? 주드 로.
한 번 뵈야겠군요.
마이클 케인은 정말 그럴만 하다고 생각해요.^^
 
해피 피트 - Happy Fee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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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본다고 보는 축에 속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영화는 또 언제 개봉했다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우선, 펭귄의 특징을 너무도 잘 살린 영화하라는 생각이든다.  동물의 특징을 잘 살려 이야기를 만드는데 탁월하기로야 디즈니를 따라갈 수 있을까? 우리가 혐오해 마지않는 쥐도 디즈니의 손을 거치면 '미키 마우스'가 되고, 오리에 기운을 불어 넣어주면 '도날드 덕'이 된다. 하지만 꼭 디즈니만 그러라는 법은 없을 것이다. 

오래 전, 누군가는 나에게 물었다. 동물 중에 좋아하는 동물은 뭐가 있냐고? 글쎄, 개나 고양이는 기본이니 제외하고, 나는 돌고래를 좋아한다고 했었다. 그 귀엽고 선한 인상인 돌고래를 어찌 싫어할 수 있을까? 거기다 똑똑하기까지 하다잖는가? 하지만 하나를 더 추가하자면 역시 그건 펭귄이 될 것이다.  그 뒤뚱거리는 그 날지 않는 새를 싫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확실히 인간은 똑똑하다.(가끔 그 똑똑함이 비열한데 작용해서 기분을 상하게도 하지만) 펭귄의 이 특징을 잘 살려 이미지화 했으니 말이다. 저 새끼 펭귄의 얼굴 좀 보라. 너무 귀여워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다. 그리고 새끼 펭귄의 움직임은 다른 어른 펭귄과는 확연히 달라 분명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실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무튼 제작진들이 꽤 오랫동안 펭귄을 관찰한 노력의 산물은 아닐까 한다. 

게다가 그 많은 펭귄들이 노래하고 춤도 추며 팝뮤지컬의 향연을 펼쳤다. 어찌 즐겁지 않으랴? 더구나 주인공 멈블은 탭댄스의 귀재다. 멈블이 탭댄스를 출 때마다 나는 소리도 소리지만, 하얀 눈위에 선명히 나타나는 펭귄의 발자국은 영화의 사실감을 한층 더 극대화 한다. 

 

하지만 이야기 스토리는 영화의 특징만큼이나 즐거운 것은 아니다. 우리의 주인공 멈블은 그렇게 탭댄스의 귀재여도 그가 사는 동네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리고 원래부터 멈블은 알을 깨고 나오는 것도 늦었고, 펭귄의 세계에선 기본적으로 노래를 잘 불러야 하는데 음치다. 또한 그것이 아빠 펭귄이 멈블이 알에 있었을 때 잘 품어 줘야하는데 실수로 한번 팽개쳐지고 말았다. 아빠는 그 때문에 죄책감 속에 멈블이 그런 것이 자기 탓 같아 괴롭다. 더구나 춤을 추라고 하면 그들이 잘 추는 춤을 추는 것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탭댄스를 춘다. 생각 또한 다르다. 멈블은 그가 보는 세계 이상의 것을 상상하고 보려고 하는데, 군집생활을 해야하는 펭귄의 세계에서 이것은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은 현대의 인간 사회의 상황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상황과 너무도 흡사하다. 우리는 남과 같지 않으면 못 참아하지 않는가? 그래도 저 펭귄 무리는 자기 몸 외엔 가진 것이 없으니 서로 서로 돕고 살지 않으면 종(種)을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인간의 상황은 종(種)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이고, 상대적인 것이 훨씬 더 많다. 같지 않으면 느껴지는 박탈감, 열등감 같은 것이 바로 오는 그런 류의 것이다. 

사실, 같아지면 지배층의 관리는 훨씬 편해진다. 그리고 사고는 고정이 되고 협소해진다. 하지만 이렇게 사회는 피지배층에 관한 지배층으로만 유지되는 것마는 아니다. 좀 더 나은 독창적인 생각이 변혁을 가져오는 법이다.  하지만 그러기는 또 얼마나 어려운가? 사회는 이러한 사람을 찾고 있다고, 그런 사람이 인재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보면 사회는 나와(또는 우리와)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존재를 싫어하거나 두려워 한다. 부모 또한, 내 자식이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소외당하거나 고생할까봐 근심하며,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가도록 종용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얼마 전 이민을 간 친구가 생각이 났다. 그 친구는 남매를 두고 있는데, 맏이인 아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동안 했었다. 그 아들은 보석 같은 아인데 유감스럽게도 가공된 보석이 아닌 원석 그대로의 보석이었다. 그래서, 이를테면 부모의 관점에서 뻔히 보이고 아는 것을  그 아들은 꼭 굳이 몸으로 부딪혀 보고 체험해 봐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니 이 친구는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그것은 그 아이가 머리가 안 좋아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과정 속에서 스스로의 세계를 확장시켜 나가는 중이었다. 결국 그 친구는, 이 아이의 다른 점을 인정하기가 그토록이나 힘들었던 것이다. 친구의 시각에선 '다른'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보여졌던 것. 그러니 이 아이와 이 친구의 시각이 '이해'의 관점에 머물 때까지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을지 아이를 키워 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 힘든 시간을 거너와 두 모자가 잘 지낸다.  

그나마 영화에선, 엄마 펭귄과 여자 친구 글로리아가 멈블을 이해하는 쪽에 섰으니, 멈블은 전혀 외롭지마는 않다. 그리고 멈블이 사는 곳은 그래도, 키 작은 펭귄이 사는 곳은 다른 사고방식이어서 오히려 지내기는 거기가 훨씬 좋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펭귄의 주 식량인 물고기가 점점 줄어드는 것에 대해 기성세대는 그것이 신의 저주 때문이라고 고정된 주장을 하는 반면, 멈블은 그것이 외계인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멈블의 이런 주장이 단번에 받아들여지기 만무하다. 그래서 그것을 증명하고자 모험을 떠난다.   

남과 다르다면 그것 때문에 위축되지 말고 오히려 '용기'를 가져 볼 일이다. 내가 생각하고 이해하는 것들을 증명하고자 하는 용기 말이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과감히 말하라. 기존의 사고방식에 길들이려 하기보다, 다름을 인정하는 관용의 사회가 더 성숙하고 평화를 유지하는데 긴요해 보인다.  사실, 군국주의나 전체주의는 당장의 평화는 유지될 수 있을지 몰라도 그것은 또 어느 땐가 새로운 사고방식과 세대 가 오면  무너질 불안한 평화다.  

이 영환의 또다른 특징은 사람을 직접 등장시켜, 우리 인간의 무지가 펭귄을 어떻게 위협하고 있는지를 설득력있게 보여준다. 또한 멈블의 그러한 노력이  유엔의 안전보장 이사회의 안건으로까지 채택된다는 과장되지만 귀여운 호소력까지 담고 있어 보면서도 키득키득 웃게 만든다.     

이 애니메이션은 한마디로, '미운 오리 새끼'의 새로운 변형이며, 팝뮤지컬을 접목시켜 즐겁게 녹여냈지만, 한번쯤 사고를 환기시켜주는 메시지도 담고 있어 이래저래 즐겁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특히 나는 이 작품을 한 겨울이 아닌 더운 여름에 볼 수 있게 돼서 더 즐거웠다. 혹시라도 놓치고 보지 않은 분은 늦게라도 꼭 챙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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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8-11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너무 더워서 저곳으로 도망가고 싶어요~ ㅎㅎ

stella.K 2010-08-12 10:44   좋아요 0 | URL
지금 대구에 계시는군요. 막간을 이용해서 한번 보시면 시원하실텐데...!^^

blanca 2010-08-12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이거 세 살짜리랑 같이 볼 수 있나요?^^;;

stella.K 2010-08-12 14:35   좋아요 0 | URL
분홍 공주요? 글쎄요...분홍 공주가 나름 조숙하다면요.ㅎㅎ
조금 어려워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저 펭귄은 좋아하지 않고는 못 베길 걸요?ㅋ
혹시 분홍 공주님이랑 보게 되거든 저한테도 좀 알려주세요. 아이들은 뭐라고 할지 궁금해지네요.^^
 
충녀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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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종료


 

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전작 '하녀'와 비슷한 구조다. 아니, 내용도 그닥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단지 다르다면 '하녀'는 가정부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첩에 관한 이야기고, <하녀>에서는 주인 여자가 소극적인 반면, 여기서는 본처가 엽기, 대담하다는 것 정도랄까? 

어느 곤충인지 모르겠지만(듣고도 잊어 먹었다. 요즘 나의 기억력은 새다.), 암수 교미가 끝나면 수컷을 잡아 먹는 암컷 곤충의 이야기를 모티프 겸 첫 번째 시퀀스로 나온다. 상당히 흥미로운 시작이지만, 이것 역시 <하녀>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가상으로 펼치는 식이다. 이야기는 남녀의 부도덕한 면과 권력의 관계를 을 부각시켜 진행하다가, 끝은 도덕적인 교훈을 주고자 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당시로선 이렇게 밖에는 보여줄 수 밖에 없었으리라. 솔직히 지금도 본처와 첩과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흔한 소재는 아니다. 그러니 당시는 어땠겠는가? 현실에서 가상으로 들어갔다 다시 현실로 나오는 방식은 어쩌면 감독의 꼼수에서 나온 방식일 수도 있겠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가 펼쳐질 땐 김기영 감독 역시 마초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리도 남자 하나를 두고 여자 둘이 신경전을 벌이고 싸우는지? 남자는 중간에서 거의 하는 일도 없다. 두 여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 밖에.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 땐 그 역시 도덕주의자란 생각을 했다. 끝에 가서는 '우리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며 끝을 맺고 있으니, 도덕의 전복과 사수를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나아가, 감독은 페미니스트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0년 대 초에 여성을 이다지도 당당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영화든 소설이든 여성을 수동적으로 그리기 일색인 그 시대에, 처와 첩의 관계라면 무조건 머리부터 잡아 뜯어 놓는 그렇고 그런 통속극을 만들어 놓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남자들의 역할은 그다지 비중을 크게 잡지 않으며 오히려 여자들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하녀>에서도 마찬가지다.  

흰쥐를 이용한 효과라든지, 갓난 아기의 시체를 냉장고에 너놓은 방식은 확실히 엽기적이고 당시로선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주기 위함이겠는데, 지금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놀래켰을지 좀 더 연구해 봐야할 부분은 아닌가 싶다. 

섹스신 역시 비교적 리얼하게 펼쳐 보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그 보다 더 했겠지만 어디 그 시대에 그러기가 쉬운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데 또 문제가 될 요소는 당시의 정조관념과 요즘의 정조관념이 다르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어디다 포커스를 맞혀야 할지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여자 주인공(윤여정)의 경우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술집 작부가 되고, 사생활이 복잡한 여자가 되지 않기위해 첩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오늘날의 시대는 자유연예 시대다. 물론 오늘날에도 그런 여자가 있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이 한계를 어떻게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영어 자막이 나온다. 그런 것으로 봐 해외에서 주목 받기도 했던 모양인가 보다. 과연 외국에선 우리나라의 처와 첩의 관계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영화는 전작인 '하녀' 보다 어느 면에선 연출력이 다소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따귀는 또 얼마나 서로들 잘 때리는지? 딱, 딱 하는 소리 장난 아니다.ㅋ  

그래도 주목할만한 건, 김승옥 작가의 원작이고 그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인데 그 원작이 어떨지 상당히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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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체오페르 2010-08-09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다양한 영화를 보시는군요. 처음 보는 영화입니다.
하녀도 못 봤지만... 비교될만 하네요.
그 시대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것도 신선하구요.

그 곤충은 사마귀 입니다. 그냥 보기엔 섬뜩하지만 암컷의 주위돌리기,수정확률높이기,영양공급등 자연의 이치가 담긴 생존전략이죠.

stella.K 2010-08-09 22:54   좋아요 0 | URL
아, 그렇군요. 사마귀! 고마워요, 루체님.

사실은 이 영화 졸면서 보느라고 약간 고생했습니다.
중간에 끌까 하나가 참고 끝까지 봤죠.
옛날 방화라 그다지 보기가 좋았던 게 아니어서 권할만 하지는 않아요.
물론 그 시대 영화 환경이 감독을 받혀주지 못해 안타깝지만...
최근 하녀가 리메이크가 되서 혹시 이 영화도 리메이크되면 어떨까?
생각하며 쓴 리뷰랍니다.^^

카스피 2010-08-09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충녀는 아마도 원판 필림이 소실되서 외국에 자막으로 보낸 영화를 다시 들여왔다고 하더군요.뭐 예전 필림이 없는 것이 이 한편만은 아니겠지만 오래된 국산 영화들이 보존이 잘 안되있느것이 좀 창피하긴 합니다^^

stella.K 2010-08-10 10:42   좋아요 0 | URL
오, 그리 된 사연이 있었군요. 정말 창피하네요.
그래도 그나마 그렇게라도 보존하게 되었으니...ㅜ

Tomek 2010-08-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제 사건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명보극장 살인사건이랬던가... (김기영 감독님 표현을 빌어) 극장 사장님이 세컨드를 들였는데, 청초한 여대생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본처는 워낙 교양있는(?) 집에서 자라, 남자들의 아랫도리 문제에 참견을 하는 것은 경망스러운 짓이라 생각하고 지나갔다고 했어요. 하지만, 선을 그어야 했기에, 영화에서처럼, 12시간씩 서로 남편을 나누어가졌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허무함을 참을 수 없었는지 결국 칼로 찔러 남편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하녀>도 그렇고 <충녀>도 그렇고... 김기영 감독은 당시 사회문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풀어낸 기이한 감독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김기영 감독은 자신의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기행을 벌였었는데, <하녀>는 <화녀>와 <화녀 82>로 리메이크 했고 <충녀>는 <육식동물>로 리메이크 했습니다. 문제는 하나같이 다끝내줬다는 점이지요! :D

stella.K 2010-08-10 10:44   좋아요 0 | URL
와, 그게 그렇게 된 거로군요.
참, 토멕님은 쵝오십니다!^^

2010-08-10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10 1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