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독 : 케네스 브레나 |
| 주연 : 주드 로, 마이클 케인 |
제목이 역시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연상케 한다. 그래서 영낙없는 그쪽 계열의 영화일거라고 생각했다. 원래 미스터리나 스릴러를 딱히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출연 배우만으로도 이건 충분히 보고 싶어졌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해롤드 핀터'가 맡았다고 나고해서 놀라웠다. 해롤드 핀터라면 영국의 유명한 극작가가 아니던가? 그렇다면 이 영화는 여타의 그것과는 차별성이 있겠다 싶었다.
가끔, 영화들 중 연극 대본 같은 시나리오가 있다. 예를들면 <이별의 여섯 단계>(이 영화는 윌 스미스의 초기 영화이기도 하다) 나 <욕망이란 이름의 전차> 같은 경우가 그렇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영화들은 실제로 연극 대본을 시나리오로 고쳐서 찍은 영화들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 역시 1972년 <발자국>이란 연극을 영화로 찍은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이런 영화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자다가 횡재한 기분이다.
원제는 sleuth '탐정' 혹은 '형사'다. 한국식 제목도 그렇고, 원제도 그렇고 이런 고감도 스릴러에는 둘 다 맞지 않아 보인다. 추적이라면 쫓고 쫓기는 뭔가가 있어야 하는데 과연 이 영화에 그런 게 있나? 물론 반전의 반전은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가지고 추적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치 않나? 또한 형사라면 원톱일텐데, 이 영화는 투톱이면서 출연진의 전부다. 이를테면 주드 로와 마이클 케인. 조연도 없다. 물론 형사가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주드 로가 위장해서 나오는 것뿐 형사가 이야기의 열쇠를 쥐고 있고 마무리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건 추리 작가로 나오는 마이클 케인이다.
이 영화는 무엇보다 카메라 워크가 독특하다. 첫 장면도 톡특하거니와 뭔가의 등장인물의 속내를 내비치고 싶어하듯 ,전체를 보여주기 보다 부분 부분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보여주려고 하고있다. 예를들면 한컷 안에 두 사람을 동시에 보여 주려하기 보다, 이번엔 마이클 케인을 다음 번엔 주드 로를 고루 배치해서 보여주고, 그 중에서도 그 사람의 얼굴, 또 그 얼굴 중에서도 특정 부위(여기선 주로 눈이 해당이 되겠지만)를 보여주고 그런 배우들의 표정을 눈여겨 보라고 권하는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으론 마치 스토리가 있는 사진을 보는 것도 같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독특함은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마이클 케인과 주드 로. 단 두 사람 밖에는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연극에서는 일인극도 있고, 이인극도 있지만, 영화에서 단 두 사람만이 88분이라는러닝 타임을 이끌어 간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기도 하다. 물론 여자 하나를 놓고 두 남자가 서로 속고 속이는 두뇌 게임을 펼치지만 여자는 끝까지 등장하는 법이 없다.

더구나 앤드류(마이클 케인)의 집이란 한정된 공간만 보여주고 있다. 그것도 주로 실내. 아무리 두 걸출한 배우라고는 해도 두 사람만 보여준다는 건 한계가 있어 보인다. 앤드류의 집은 상당히 럭셔리 하다. 집 자체도 지능적으로 잘 꾸며져 있다. 그야말로 요즘 나오는 똑똑한 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 하다. 그중 거실에서 침실로 올라가는 승강기가 보는이로 하여금 마음을 사로잡는다. 스포일러가 되겠지만, 나중에 틴들 그러니까 주드 로가 앤드류를 복수하려고 가두는 곳이 이 승강기이고, 앤드류 앞에서 까불다 그의 총세례를 맞고 튕겨져 나가 우아하게 죽는 곳도 이 승강기이다. 그러니까 이 승강기는 여러모로 이 영화에선 쓸모가 많다.
이 영화는 말했던대로 여자 하나를 두고 본남편과 내연남이라는, 두 남자의 3전2승제의 싸움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 싸움에서 이긴 자가 여자를 차지하게 된다. 여자의 남편되는 앤드류는 이대로 순순히 여자를 내어줄 수 없다는 쪽이고, 내연남인 틴들은 여자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굳이 여자를 갖고 있어 뭐하냐고 뻔뻔스럽게 나온다. 그러다 틴들이 된통 당하는, 한마디로 '용감한 자가 미인을 차지 한다'로 시작해서 '남의 집 여자를 탐하지 마라'로 끝나는 영화다. 그도 그럴 것이 상대는 추리 작가다. 아무리 노련한 배우라고 해도 추리 작가의 치밀하고 대범함을 어찌 감당하겠는가? 더구나 상대는 자존심 강한 늙은 남자다. 늙었다고 얕보지 마라. 세상을 좀 더 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패기의 젊음이가 아니라 세상 살기에 능수능란한 늙은 사람일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결말은 좀 모호하다. 원래 홈그리운드의 잇점이라고 젊은 틴들이 늙은이의 집에 와서 죽는 건 어찌보면 당연해 보이기도 한다. 그런데 앤드류가 틴들에게 총을 쐈던 건 질투도, 겁없이 까불어서도 아니다. 오히려 앤드류의 동성애적 성향을 틴들이 냉소했기 때문인데 쏜 것이다. 약간은 삼천포로 빠진 것 같아 아쉽다.
게다가 별로 들어나지는 않지만, 여자가 내연의 남자가 실컷 놀아나다 다시 자기 남편에게로 돌아가겠다고 하는 것도 섞연치 않다. 그 돌아가겠다는 이유가 남편이 돈이 많아서인데 역시 그 이유 때문에 남편에게로 돌아오겠다면 여자는 모르긴 해도 싸움만 부추기고, 백치미를 제대로 갖춘 여자인 듯 싶기도 하다. 그래도 난 위에서 열거한 이 영화의 독특함 때문에 이런 시시콜콜함을 들어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주드 로의 1인2역도 볼만했지만(난 이 배우 잘 생기기도 했지만 연기도 곧잘 한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는 마이클 케인을 위한 영화란 생각이 든다. 배트맨 시리즈에서 집사인 조역으로 나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존재감이란 그것을 훨씬 뛰어 넘는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 사람이 배트맨에서 조역을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에서 무한 신뢰가 가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긴, 배트맨에서 주인공을 맡을 수는 없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