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김기영 감독의 전작 '하녀'와 비슷한 구조다. 아니, 내용도 그닥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단지 다르다면 '하녀'는 가정부에 관한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첩에 관한 이야기고, <하녀>에서는 주인 여자가 소극적인 반면, 여기서는 본처가 엽기, 대담하다는 것 정도랄까?
어느 곤충인지 모르겠지만(듣고도 잊어 먹었다. 요즘 나의 기억력은 새다.), 암수 교미가 끝나면 수컷을 잡아 먹는 암컷 곤충의 이야기를 모티프 겸 첫 번째 시퀀스로 나온다. 상당히 흥미로운 시작이지만, 이것 역시 <하녀>처럼 하나의 이야기를 가상으로 펼치는 식이다. 이야기는 남녀의 부도덕한 면과 권력의 관계를 을 부각시켜 진행하다가, 끝은 도덕적인 교훈을 주고자 하는 것으로 끝을 맺고 있다.
이 이야기는 당시로선 이렇게 밖에는 보여줄 수 밖에 없었으리라. 솔직히 지금도 본처와 첩과의 관계를 전면에 내세운 작품은 흔한 소재는 아니다. 그러니 당시는 어땠겠는가? 현실에서 가상으로 들어갔다 다시 현실로 나오는 방식은 어쩌면 감독의 꼼수에서 나온 방식일 수도 있겠다.
물론 가상의 이야기가 펼쳐질 땐 김기영 감독 역시 마초는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그리도 남자 하나를 두고 여자 둘이 신경전을 벌이고 싸우는지? 남자는 중간에서 거의 하는 일도 없다. 두 여자 사이에서 흔들리는 것 밖에. 하지만 이야기가 끝날 땐 그 역시 도덕주의자란 생각을 했다. 끝에 가서는 '우리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냐?'며 끝을 맺고 있으니, 도덕의 전복과 사수를 왔다 갔다 하는 셈이다.
나아가, 감독은 페미니스트였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1970년 대 초에 여성을 이다지도 당당하게 그려낼 수 있을까? 영화든 소설이든 여성을 수동적으로 그리기 일색인 그 시대에, 처와 첩의 관계라면 무조건 머리부터 잡아 뜯어 놓는 그렇고 그런 통속극을 만들어 놓기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남자들의 역할은 그다지 비중을 크게 잡지 않으며 오히려 여자들의 역할을 부각시켰다. 그리고 이것은 <하녀>에서도 마찬가지다.
흰쥐를 이용한 효과라든지, 갓난 아기의 시체를 냉장고에 너놓은 방식은 확실히 엽기적이고 당시로선 파격적이었을 것이다. 이것은 보는 이로 하여금 충격을 주기 위함이겠는데, 지금이라면 어떤 방법으로 사람을 놀래켰을지 좀 더 연구해 봐야할 부분은 아닌가 싶다.
섹스신 역시 비교적 리얼하게 펼쳐 보일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지금이야 그 보다 더 했겠지만 어디 그 시대에 그러기가 쉬운가?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데 또 문제가 될 요소는 당시의 정조관념과 요즘의 정조관념이 다르다는 것에 있다. 그러니 어디다 포커스를 맞혀야 할지 난감해진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의 여자 주인공(윤여정)의 경우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술집 작부가 되고, 사생활이 복잡한 여자가 되지 않기위해 첩의 길을 택하는 것으로 되어있지만, 오늘날의 시대는 자유연예 시대다. 물론 오늘날에도 그런 여자가 있지 말라는 법은 없겠지만 이 한계를 어떻게 다른 관점으로 보게 할 수 있을까?
이 영화는 특이하게도 영어 자막이 나온다. 그런 것으로 봐 해외에서 주목 받기도 했던 모양인가 보다. 과연 외국에선 우리나라의 처와 첩의 관계를 어떻게 봤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영화는 전작인 '하녀' 보다 어느 면에선 연출력이 다소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따귀는 또 얼마나 서로들 잘 때리는지? 딱, 딱 하는 소리 장난 아니다.ㅋ
그래도 주목할만한 건, 김승옥 작가의 원작이고 그가 직접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는 것인데 그 원작이 어떨지 상당히 궁금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