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외는 참 외롭다
김서령 지음 / 나남출판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치과에 다녀오는 길에 오랜만에 커피숍에 들러

진하게 우려진 아메리카노와 샌드위치를 시켰다.

그리고 가지고 갔던 책을 몇장 넘겨 읽고 있을 무렵 무릎이 시림을 느꼈다.

 

반바지에 티 한장 걸쳤던게 화근이였다.

고속버스를 탈때도 얇은 담요는 꼭 챙겨다녔는데,

 생각지도 못한 커피숍 방문이라 챙겨넣지 못했다.

 '담요는 꼭 챙겨넣자' 라는 메모를 써넣을 무렵,

 앞으로 가방안에 넣어야할 물품이

얼마나 많아지게 되는 것일까 하는 서글픈 생각이 스쳤다.

 

 

주위를 둘러봤다.

나보다 시원스런 복장의 남녀 커플들.

아이와 함께온 젊은 주부들의 모임.

사람들의 밝은 표정 속에

그 누구도 시린 무릎을 감싸는 이를 보지 못했다.

 

 

문득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과연 어떤 것일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

그것은 축복이 되는 것일까. 재앙이 되는 것일까를 생각해보다 

책에서 이런 구절을 읽게 되었다.

 

 

'젊은 날의 시간과 쉰에 다다른 현재의 내 시간은

밀도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2,30대의 시간이 실크올처럼 촘촘하게 흘러갔다면

현재의 시간은 성글게 짠 삼베같이 허술하게 직조되어 있다.

같은 면적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섬유의 올이 젊은 날에 비해

턱없이 모자란다. 전에는 한 시간 안에

100개의 씨줄을 직조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대략 5,60개밖에

짜낼 수 없다. 그러니 2,30대의 한 시간이 지금의 두 시간과 맞먹게 되고

시간의 속도가 두배쯤 빨라졌음을 황당하게 감각한다.'p125 

 

 

'성글게 짠 삼베' 라는 표현에 시선이 멎는다.

실크올 같아야할 내 젊은 시간은 성글게 짠 삼베 처럼

엉성해지고 삭혀지는 느낌이 든다. 

 

 

조금 더 지나면 두툼한 안경을 써야할테고

작은 글씨와 큰 글씨를 구별해서 읽어야 할테고,

간소하게 지녔던 젊은날의 가방은

세월의 묵직한 만큼의 무게를 달고 낑낑 대며 들고 다녀야 하리라.

생각만 해도 정말 서글픈 일이다. 

 

 

내가 살수 있는날을 60살로 가정했을때 

앞으로 살 수 있는 날은 절반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은 축복이라기 보다 차라리

재앙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어본다.

그러니 김서령 작가의 푸념어린 회한들은 비수처럼 날아들며 

마음에 깊이 박혀버린다.

 

 

' 다시 젊어진다면 내 삶의 목표는 바로 저것에 두겠다.

그러나 다시 젊어질 일이 도대체 없다는 것은

이미 너무나도 명백하다.

이를 어쩌면 좋으냐. 매사 알고 나면 너무 늦다'p124

 

 

 ' 나이 들기 전에 책을 읽어라.

나이 들기 전에 먼 길을 여행해라.

쉰이 넘으면 효율이 절반으로 떨어진다.

그러니 그 이전에 충분히 해두어라!'

누군가 그러게 귀에 쏙 들어오게 충고만 해줬더라도!

그러나 그건 명백한 억지다.

내 귀에 대고 숱하게 경을 읽었던 사람들이 없었다고?

가만 꼽아보면 정다운 눈빛이 줄줄이 지나간다.

그들의 충고가 마이동풍으로 흘러간 건

내가 아직 시간을 감각하기엔 너무 젊었던 탓이렷다.

어느 재치있는 사람의 말대로

과연 청춘은 철없는 아이에게 내주기엔 너무 아까운 보물이였다.p126

 

 

 

올 해 연초에 세웠던 계획들만 되짚어봐도 김서령 작가와 다르지 않다.

'책을 많이 읽자''여행을 다니자''공부를 하자'

순례하듯 해마다 다짐하게되는 계획들이

 끝끝내 회한이 되어 비수처럼 꽂혀 버린다면

그 아픔을, 그 후회를 어이 감당할 수 있을까.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득만권서 행만리로(得萬卷書 行萬里魯)'

 하겠다는 그녀의 다짐에 나도 가만히 읊조려 본다.

아니.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리 길을 걸어 인생의 의미를 깨치겠다는

그녀의 포부를 가만히 수정해 본다.

살아오면서 지키지도 못할 무수한 계획들이

비수가 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실행할 수 있는 포부를 지금이라도 세워본다.

득천권서 행천리로! 천 권 책을 읽고 천 리 길을 걸으리.

 

 

 

처음 만나본 김서령 작가의 책 < 참외는 참 외롭다>은

 펼쳐들때 부터 생경한 단어들이 쏟아져 나와

며칠을 물고 늘어졌다.

생경한 단어들이 입에 찰썩 달라 붙어

마치 대사를 치듯 몇번 읊조려 보기도

했다. 그리고 사소함 속에서 위대함을 발견해내는

그녀의 매서운 눈길이 노릇 노릇 발효된 글밥이

되어 마음에 와 닿았다.

백석 시인을 향한 마음이,

윤택수 저자 향한 어린날의 연정이.

깊은 시샘을 일으키기도 했다.

 

 

 

책을 좋아한다는것. 그것은 책을 넘어 저자에 대한

무한한 사랑임을 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런 열렬한 마음을 담아내지 못한

내 마음이 허술하게 느껴진다.

아직까지 부족하다. 많이 부족하다.

내겐 열렬히 사랑할 책이 필요하다.

그러니 읽고 또 읽자. 득만권서. 아니 득천권서로.

 

 

 

나이가 든다는 것,

그것이 추억을 향유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또 '득만권서'를 향해 나아가는 삶의 추진력이 된다는 것이라면,

그리고 세상 만물의 이치를, 사소함의 위대함을, 인생을, 삶을,

가족을 매서운 눈맛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이라면,

그것은 재앙이 아니요. 축복이라 그리 말해도 되는게 아닐까.

 

 

나도. 김서령 작가처럼 나이가 들고 싶다.

그녀 처럼 매서운 눈맛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딸과 아들에게, 때론 남편에게 이세상의 자잘한 일들이

결코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을.

그것을 함께 이야기 나누며 그녀처럼 세월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전철을 탈때면 루쉰의 얄팍한 산문집을 들고 탄다.

몇달동안 책을 바꾸지 않는다.

반복해서 읽어도 새로운게 루쉰이다.

나는 그 이유를 정직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정직한 글을 쓰는 이에게는

괴로울 수 있지만, 읽는이에게는 싱그럽다.

다시봐도 새로운 힘이 느껴진다.'p331

 

 

' 정직하게 진심을 다해 관계를 맺어라!'

'돈을 모으느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마라'

'공부의 즐거움을 깨달아라'

 '오래된 물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라'

'여행을 해라'

'모험을 겁내지 마라'

'물건에 치이지 마라'

'너만의 서재를 가져라'

'이삿짐에 책보다 옷가지가 많은 것을 부끄럽게 여겨라'p332

 

 

'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내게서 점점 열망이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원하는게 뭔지 모호해졌다. 통금, 순종, 방종 모두 해당사항이

없어졌건만 나는 여전히 동해행을 망설이기만 했다.

나는 어느새 걷는걸 두려워하는 사람이 돼 있었다.

내 무릎은 10분만 걸어도 끼익거리는 경고음을 울렸다.

 이래서 7번 국도를 무슨 수로?

그 따윗 것 해봤자 무슨 소용인데? 자꾸 비웃고 도망치고 주저 앉았다'p417

 

 

' 책은 말하자면 한 인간의 생명을 종이 속에 흡착해 둔 물건이다'p199

 

 

' 인생의 숨은 메타포들은 제 몸으로 겪어낸 뒤에야 겨우 맥락을 읽힌다.

어려서는 알 수 없다. 안타깝게도'p180

 

 

' 새해가 밀봉된 시간으로 내 앞에 던져졌다. 8천 7백 시간

압축된 꾸러미다. 이 선물은 포장 상태가 정연해서 흡사 1인분씩

따로 묶인 국수 다발 같다. 24시간 짜리 묶음 중 이미 나는 다섯

개를 풀어 헤쳐 소비했다. 아니 소비라는 말은 온당치 않다.

시간이란 국수 다발처럼 먹어치워 없애는게 아니라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 내는 원재료에 가까우니

 차라리 털실 뭉치 같다고 할까.

새 털실 꾸러미를 헐었으니

무얼 어떻게 짜야 할지 사방에서 궁리가 넘쳐난다.

새해 나의 계획은 간단하다.

 너무 어려운 무늬를 짜 넣겠다는 욕심이

부질 없다는 걸

알아버렸다. 단순한 무늬가 더 아름답다는 것도 깨달았다.'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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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5-08-20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었어요.
이분이 또 수필집을 낸다면 전 또 망설이지 않고 또 읽을 거예요.
요즘은 매일 더 재미있고 더 쉽게 사는 방법에 대해서 생각한답니다.
몇년 전만 해도 그렇게 사는 삶에 가치를 두게 될 줄 몰랐어요.

해피북 2015-08-20 22:10   좋아요 0 | URL
앗 저는 hnine님 덕분에 읽게 되었어요 ㅎ 산문을 좋앙사고 쓰기위한 사람들에게 권한다던 첫 이야기부터 기억이 새록새록납니다 좋은책 알려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딸에게 주는 레시피
공지영 지음, 이장미 그림 / 한겨레출판 / 201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다 읽은 책은 친구들과 함께보라는 메세지를 담아 동생에게 주고, 공지영을 좋아하시는 어머님께 드리고자 한권 더 구입했다. 어머님과 시금치 샐러드 레시피를 따라했던 수다도 떨고, 초간단 레시피로 차려본 소박한 식탁위에 인생이란 결국 이렇게 소박해 지는것이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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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5-08-25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다 읽은 책들을 이웃들에게 주는데, 이 책은 저도 한 권 소장해보고 싶더라구요.
아직 구매를 안 해서 못 읽어봤어요. ^^

해피북 2015-08-27 07:03   좋아요 0 | URL
앗 아리님은 책을 나눠주시는 멋진 일을 하시는군요^~^ 저는 책에 대한 집착도 많고 먼 훗날엔 헌책방도 하고 싶다는 바램이 있어 왠만한 책들은 다 끼고 살아요 ㅎㅎ 이 책으로 공지영씨 처음 느껴봤는데 청춘들에게 건내고픈 이야기가 많아서 좋았습니다 ㅎ 구입하시면 재밌게 읽으시구 소문내주세용 ㅋㅂㅋ
 

많은 지식인들에 추천 목록에서 빠지지 않고 회자 되는 책이 있다면 <논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막상 책을 읽어보면 쉬이 읽을 수 없어 낭패감을 맛보기도 한다. 우리에게 흔히 알려진 학이(學而)편이나, 위정(爲政)편 외에도 간간히 들어봄직한 글들이 있지만, 정확한 배경지식이 없이는 온전히 내용을 다 이해하긴 어렵다.

 

이번에 유유 출판사에서 동양고전강의 3번째 <논어를 읽다>라는 책이 출간되었다. '공자와 그의 말을 공부하는 법' 이란 부재를 달고 있는데, 특이한 점은 <논어>에 대한 이론 해설서가 아니라 <논어>의 가치와 사상을 통해 '공자'라는 인물을 탐구할 수 있는 안내서라는 점이며 오랜시간 강의를 통한 노련미가 엿보이는 양자오 저자의 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였다.

 

 

이 책을 통해 그동안 <논어>는 학문의 즐거움을 노래한다는 인식에서  지극히 '인본주의' 사상에 기반을둔 학자의 관점이 새롭게 생겨났고 그런 관점에서 살펴본 사상들을 왜 이 시대에 읽어야만 하는지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더불어  패권논리가 대세인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 책을 쉬이 읽을 수 없다던 신영복 선생님의 글 (담론)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그중 하나의 예로  '인재시교(因材施敎- 인물에 맞게 가르치는 교육방식)사상을 꼽아본다.

 

 

" 다음은 『선진』편의 일곱째 장입니다.

 

계강자가 물었다. "제자들 중에 누가 배움을 좋아합니까?"

공자께서 답하셨다. "안회라는 자가 배움을 좋아했는데 불행히도 명이 짧아

죽었고 지금은 없습니다"

 

『선진』편의 셋째 장은 다음과 같습니다.

 

덕행은 안연, 민자건, 염백우, 중궁이고 언어는 재아, 자공이며 정사政事는 염유,계로

문학은 자유, 자하이다.

 

『선진』편 스물두째 장입니다.

 

자로가 물었다.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부형父兄이 있는데 어찌 듣고 바로 행하겠느냐?" 염유가 물었다.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합니까?"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들으면 바로 행하라." 공서화가 물었다.

"유가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 스승님은 '부형이 있다'고 하셨고

구가 들으면 바로 행해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스승님은 '들으면 바로 행하여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제가 혼란스러워 감히 여쭙겠습니다."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구는 물러나는 성격이라 격려한 것이고, 유는 두 사람 역할을 하므로 물러나게 했다"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의 현실은 지극히 주입식 교육에만 머물고 있으며 모두가 똑같은 역량을 발휘해주길 기대할뿐이다. 각자의 특성에 맞춘 눈높이식 교육이나, 진로 상담은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인지라 염증을 느낀 학부모들은 대안학교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그러나 공자의 교육 방식을 살펴보면 지극히 개인의 특성을 중시하였다. 모두가 공자에게 똑같은 가르침을 받고 배움의 열의를 보이지만, 순수한 학문의 열정은 제자 '안회'에게서 찾아내고 덕행, 언어, 정사, 문학의 범주를 나눠 특성에 맞는 제자들을 가려 뽑기도 했다. 또한 제자의 성격에 맞는 조언과 당부도 잊지 않는 스승덕분에 제자 스스로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통제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여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공자는 말했다. '예가 아니면 보지 말고, 예가 아니면 듣지 말고, 예가 아니면 말하지 말고, 예가 아니면 행하지 마라'고. 이익에 의한, 이익을 위한,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 시대에 '인'이 중심이 되는 세상. 내것이 아닌 '우리'를 함께 생각하는 문화, 정치, 교육이

뿌리내린다면 이 각박하고 건조한 세상이 한층 따뜻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양자오 저자의 바램처럼, <논어>가 단순한 암기식 책이 아니라 공자가 품고 있는 사상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느낄 수 있을때 한층 지혜와 통찰력이 커질 수 있음을 공감하게 되었다. 또한  '내 인생의 한 권의 책'을 꼽아달라던 기자의 물음에 <논어>를 꼽았다던 신영복 선생님의 마음 역시 이해하게 되었다.( 담론에서는 세 권의 책을 꼽았는데 <논어><자본론><노자>였다는.. 이 책들 역시 놓치지 않으리!!)

 

 

"논어는 이미 갖춰진 간단한 답을 결코 내주지 않습니다. 우리 스스로 사유하고 이끌어 내게 하지요. 이점도 <논어>를 읽는 큰 즐거움 중 하나인데, 어쩌면 도전적인 즐거움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p115 <논어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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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누나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 신랑이 자주 신는 신발은 세켤레.

운동화 하나, 구두 하나, 슬립온 하나.

 

결혼 초엔 운동화 한 켤레로 인생을 즐기는 모습에 소박함을 느껴

쇼핑몰에서 나름 엄선해본 신발을 들이밀며 개중 마음에 드는게 어떤것이 있는지

물었다. 그랬더니 단박에 '필요 없어'라는 대답이 날아들었다.

그러면서 내게 물었다. 자신은 운동화 있는데 왜 사야하느냐고.

 

결혼 초엔 쇼핑을 나갈때 마다 실랑이 벌이는게 일이 되어버렸던 적도 있다.

신랑왈 집에 바지도 있고, 티도 있는데 왜 또 사야하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

그러면서 말끝마다 붙는 말은 '누가 본다고' 였다.

 

그래서 내가 대답했다. 

'하루 삼시 세끼를 먹잖아.

밥상에 놓이는 밥은 똑같을지라도 어떤날은 된장찌개. 어떤날은 김치찌개.

어떤날은 부대찌개를 먹고 싶고 그렇게 먹은날은 행복감을 느끼기도 하지?

마찮가지야. 오빠라는 사람은 매일 똑같은 모습이지만,

어떤날은 젠틀하게 어떤날은 유니크하게 스스로 즐기고 행복함을 느끼고

살아갈 수 있다는데 왜 매일 같은 모습으로만 지낼려고해? '라고.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예전엔 아침에 준비해 놓은 옷을 말없이 입고 출근하던 사람이....

지금은 그 바쁜 출근시간에 자신이 원하는 옷이 아니면 당장에 옷을 찾는다. 

그중에서 특히 난감할 때는 면바지를 찾는 날이다.

세탁 후 다림질을 해 놓아야하는데 덥다는 핑계로

잠시 미뤄둔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찾아대기 때문에...

이걸 좋다고 해야할지, 슬프다고 해야할지 난감한 지고!!

 

 

마다스 미리의 책 <내 누나>를 읽다보니 이런 대목이 있었다.

쇼핑에서 돌아온 누나가 사가지고 온 옷과 어울리는 옷이 집에 없어 투정을 부리자

저렇게 많은 옷을 두고도 옷이 없다고 하는 누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네일아트를 하고

온 날이면 온종일 쇼파에 앉아 예쁜 손톱만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나, 읽지도 않을

책을 사들이고, 스트레칭 책을 따라하는 것은 한 번 뿐이고. 다이어트, 영어 공부, 핀란드 여행은 모두 공수표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꾸 일관성이 없이 이야기하는 누나의 모습을 이해하지 못하는 남동생.

 

 

그러나 남동생이 알지 못하는 한 가지는

그런 행동속에 누나만이 가지고 있는 '행복의 기준'이 있다는 사실이지 않을까.

아무리 많은 옷을 가지고 있어도 서로 어울리지 않는 옷은 입을 수 없고,

매일 들여다 보는 손톱이 알록 달록 예쁘게 꾸며져 있을땐 스스로 대접받는

기분이 들고(하지만 난 아직 네일아트를 해보지 않았다는!)

한 번뿐인 스트레칭으로도 건강해진 느낌이들며,

읽지 않을 책을 사고 영어공부를 하겠다는 결심이나

핀란드 여행을 다녀오겠다는 결심 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어 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행복에 있어 옳고 그른것의 정해진 기준이 무엇이랴.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도에서 마음껏 느끼고 살아가면 그뿐이지 않을까. 

모두 무계획적이고 공수표일 뿐이고, 남이 알아주는 일이 아닐지라도

자기 '만족'과 자기 '행복'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은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렇게 나쁘다고 생각이 들지 않는데?

 

 

 

누나  : 없어, 없었어.

남동생  : 뭐가?

누나  : 아까 사온 티셔츠에 어울리는 바지가 없어.

남동생 : 바지 많잖아.

누나 : 많지만 아무것도 없어.

남동생 : 동화책 제목이야?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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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2015-08-14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많지만 아무것도 없어!! ㅎㅎㅎㅎㅎㅎ. 재밌어요. ㅎㅎㅎㅎㅎ

해피북 2015-08-15 09:33   좋아요 0 | URL
그쵸 그쵸~ 저도 그 부분보고 빵~터졌어요 ㅎㅎ 재밌더라구요^~^

오후즈음 2015-08-1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 정말 그렇죠. 어제 옷을 사와도 옷장을 열면 입을만한 옷이 늘 없잖아요.ㅋㅋ

해피북 2015-08-15 09:35   좋아요 0 | URL
맞아요! 오후즈음님!!
이 무슨 마법같은 일인지, 아무리 옷을 사도 옷이 없는거 같아요 ㅋㅁㅋ,,
늘 그렇쵸? ㅋㅋ

cyrus 2015-08-14 2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편분의 모습을 보니 인터넷에서 떠도는 우스갯소리가 생각이 나요. 남자는 학교 갈 때, 여행 갈 때, 약속이 있을 때든 어디든지 외출을 하면 무조건 가방 한 개만 사용해요. 반면 여자는 학교 갈 때 쓰는 가방, 여행가방, 쇼핑할 때 쓰는 가방, 이렇게 외출할 때마다 쓰는 가방이 세 개 이상이에요. 이래서 남자들은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것을 선호해요.

해피북 2015-08-15 09:40   좋아요 0 | URL
우스갯소리가 아닌걸요!!!! ㅋㅁㅋ,,
여자들이 모두 패션니스트가 아니지만,
옷에따라 장소에따라 구두, 옷, 신발, 악세서리까지 모두 바뀔 수 있어요 ~~
그런면에서 여자들은 일상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면이 많은것 같구,
남자들은 변함없는 안정적인 일상을 추구하며 묵직하게 지내는 편을 선호하는게
아닌가 싶은 생각도 해봤답니다. 그런데 cyrus님은 어떤 스타일이시려나 궁금해지는걸요 ㅋ 단순함을 선호하시는지 아니면 변화를 추구하시는지 말이죠ㅋㅁㅋ~

보슬비 2015-08-1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요상하지요.
집에 걸린 옷들은 옷들이 아닌가... 맨날 옷이 없다고 느껴지니 말이지요..ㅠ.ㅠ;;

해피북 2015-08-18 23:25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ㅜㅜ 이상하게 옷이 없어요.
있어도 없어요 정말 ㅋㅁㅋ,,
바지를 꺼내놓으면 위에 옷이 없고, 위에 옷을 꺼내면 아래 바지가 없고 말이죠.
아! 그렇다고 제가 패션 리더는 절대 절~~대 아닌데 말이죠.
그냥 청바지에 티 하나를 입어도 색깔이 안맞으면 입을 수가 없어서 ㅋㅋ
남자들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들만의 세계인가봐요 ㅎㅎ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52 백종원이 추천하는 집밥 메뉴 1
백종원 지음 / 서울문화사 / 2014년 8월
평점 :
품절


요즘 우리 신랑과 밥을 먹다보면 "백종원 아자씨에게 감싸패라도 드려야지!"라는 말을 듣곤 한다. 결혼 초부터 요리학원에 다녀보라는 둥, 건강보다 더 중요한것은 맛이니 msg를 마음껏 사용해보라는 둥의 갖은 구박을 받으며 음식에 대한 자신감이 상실되어갈때즘 만나게된 백종원님.

 

처음엔 티비를 통해 한 두가지 따라하던게 맛있다는 칭찬을 받게 되면서 책도 구입하게 되었고 책에 소개된 메뉴중에 오징어 볶음, 오이초무침, 매운 콩나물 무침, 달걀찜을 만들어보았는데 모두 흠족한 미소를 지으며 밥을 먹는 신랑을 보면서 성공했음을 느꼈다.

 

먼저 오징어 볶음을 할때 살짝 데쳐서 하는것을 처음 알게 되었는데 오징어의 쫄깃한 식감이 살아남을 느꼈다. 이후 양념의 비율! 우리집 양념중에서 고춧가루가 매워 3큰술에서 2큰술만 사용하는 식으로 가감하여 사용했더니 입맛에 딱 맞는 오징어 볶음이 되어 덮밥으로 먹어봤다.

 

또는 매운 콩나물 무침. 요 콩나물 무침에 간장을 사용하는것을 처음 알게되었는데 흥건한 물이 생기긴 하지만 양념이 맛있다는 평가를 (신랑에게) 받아 좋았고 마찬가지로 오이초무침, 달걀찜도 간이 잘 맞아 좋았다.

 

백종원님의 요리를 하다보면 음식에 '간'과 식재료의 '식감'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끼게 되었고 그런 부분들을 살려 음식을 만들수 있어 자신감이 슬그머니 상승중이라는.

그런데 요즘 백종원님이 여러가지로 힘든 시간을 보내시는 모양이라 참 안타깝다. 좋은 의도를 가지고 시작된 일이 특정한 사람들의 비방때문에 상처로 남는것 같아 보기에 안쓰럽다. 부디 마음 잘 추스르시고 앞으로도 좋은 음식 이야기 많이 들려주시길 기대해본다.

 

아참 책에서는 실리지 않았지만, 만능간장은 정말 최고인거 같다. 무엇보다도 손질한 꽈리고추를 뚝배기에 넣고 만능간장 한 국자, 물 한 국자 (우리집 국자는 정말 작다)를 넣고 한소큼만 끓인 후 불을 끄면 맛있는 고추 장조림 맛이 난다는!! 이 외에도 엄청난 활용도를 자랑하는 만능간장! 더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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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8-01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이 책은 꼭 사야겠어요. 평이 너무 좋네요. 1차 도전 음식은 계란찜입니당*^^*

해피북 2015-08-10 16:12   좋아요 0 | URL
아웅~~ 계란찜 맛있게 만들어 드셨는지 모르겠어요 ㅎㅎ 단발머리님의 계란찜 도전기 기대하고 있을께요 꺄~~ㅋㅂㅋ

fledgling 2015-08-01 15: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증말 맛있어요~ 죽어요 죽어~ 끝내주쥬? 싸악~ 비쥬얼 직이쥬~ 효과음과 함께 더욱 즐거운 요리시간입니다! 아 마리텔 백종원 휴방이라 아쉽네요~ ebs에서 나온3부작 아시아 음식탐방 다큐도 볼만해요. 백종원 진행~ 음식에 미친 남자!

해피북 2015-08-10 16:14   좋아요 1 | URL
그렇츄~~ 그렇츄~~ ㅋㅂㅋ, 후라이팬을 후라이빵이라고 발음하는 요리 연구가의 센스를 요즘 마리텔에서 느끼지 못해 참 아쉽습니다!! 그리고 저 ebs에서 나온 3부작 너므흐~ 좋아해요 ㅎㅎ 그 `요리 연구가`라는 타이틀 다큐 보고 이해할 수 있었답니다 ㅎㅎ 즐거운 오후 시간 되세요!!

양철나무꾼 2015-08-01 16: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백종원 님의 장점은 요리가 아니라 음식이라는데 있는것 같아요.
우리가 맨날 파티하고 요리 먹는 사람들이 아니라, 음식먹는 사람들이잖아요.
사람들 곁으로 쑤욱 들어온 그를 보면 일부 몇몇의 비방 따위는 암것도 아니지 싶더라구요~^^

해피북 2015-08-10 16:16   좋아요 1 | URL
맞아요!! 음식!! 음식!! <냉장고를 부탁해>라는 프로그램 역시 좋아하지만, 그것 음식이라기 보단 요리에 가까워서 따라하기 힘들더라구요. 하지만 백종원님의 레시피는 일상의 음식들이라서 막 따라해보고픈 마음이 일어나는 ㅋㅁㅋ,, 비방 따위는 호탕한 웃음으로 떨쳐내시고 다시 마리텔로 돌아오셨음 좋겠어요 꺄~~ㅋㅁㅋ

보슬비 2015-08-01 2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저희는 어머니께서 완전 백종원 팬이되셨어요.

저는 사실... 누가 만들어주면 정말 좋겠어요.ㅋㅋ

아, 오징어는 살짝 데치면 물이 안나와서 좋더라구요. 예전에 요리 배울때 레시피 받아서 종종 만들어 먹는데, 거기에 굴소스로 숙주 살짝 볶아서 밑에 깔고 오징어 볶음 올린후, 깻잎에 날치알 살짝 올려서 싸먹으면 또 다른 별미가 된답니다.^^

해피북 2015-08-10 16:19   좋아요 0 | URL
키야~~ 백종원님 팬층은 이토록 두텁고 다양하다뉘~ 실은 저희 엄마도 팬이시라는 ㅋㅋㅋ,, 그리고 백종원님 덕분에 음식하는 남자들이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구요 ㅎ 워낙 쉽고 간단히 알려주셔서 남자들도 따라하기 수월한가봐여 ㅎ

아 보슬비님의 레시피대로 만들어봐야겠어요!! 굴소스가 첨가되면서 깻잎과 날치알의 조합이라! 상상만해도 군침이 도네요 으흣흣!!

비로그인 2015-08-03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요리책 중에서 이 책을 꼭 사보고 싶더라구요.

해피북 2015-08-10 16:21   좋아요 0 | URL
아리님^^ 저는 요즘 반찬 만들때 식탁에 두고 자주 펼쳐보고 있어요 ㅋㅁㅋ
어젠 낙지 볶음을 했는데 괜찮더라구요 ㅎㅎ 제가 워낙에 양념비율을 제대로 못
맞추고 또 낙지 손질법도 몰랐는데 책을 보고 많이 배웠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