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앗!
또 사노 요코 할머니의 책이 나왔나 보다. <사는 게 뭐라고><죽는 게 뭐라고>에 이어 <자식이 뭐라고>까지 마음산책에서 나온 이지수님의 번역본이다.
이제 막 읽기를 끝낸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다른 출판사의 다른 번역가였지만, 이 책에도 상당 부분 아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정말 시크하고 직설적이면서 때와 장소에 따라 효를 달리하는 아들이라니 일명 차도남이 아닐까 상상하기도 했다. 그런 아들에 관련된 이야기만 톡 떼어낸 책이 아닐까, 그래서 궁금하다. 사노 요코의 이야기 그리고 이지수님의 톡톡 튀는 글맛은 어떠할는지.
' 그대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꽃이 되었습니다'
길을 걷다 만나게 되는 꽃마다 탄성을 지르곤 했다. '아! 나도 이 꽃 이름 아는데'하면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십중팔구 다른 꽃이며 다른 모양새를 지녔다. 그럴때 마다 정말, 정말 지상에는 꽃의 종류도 많구나 하는 생각에 안타깝다. 이렇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만질 수도 있는데 나는 너에 이름도 모르는 구나 싶은 생각. 그래서인지 꽃도감 식물도감이 나오면 참 반갑다. 산책 길에 곁에 끼고 하나하나 이름을 찾아 불러주고 싶다. 그러게 나는 계절과 함께 흘러가고 싶어진다.
한강 작가님이 수상한 맨부커상은 노벨 평화상과 프랑스 콩크르 문학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 중의 하나인데 영미소설을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를 번역했던 데보라 스미스씨와 함께 수상하였고, 수상 과정을 지켜보며 나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첫 째는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씨의 나이가 28세로 너무 젊었다는 것과 오직 한국 책을 번역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웠다는 점. 그리고 그녀가 상을 수여 받을 때 기쁨의 눈물을 흘리느라 한강 작가님의 격려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반해 두 번째로 한강 작가님은 정말 덤덤하게 상을 받아들이던 모습이 기억에 남았다.
작은 목소리로 조근조근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보아 좀처럼 크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는데, 큰 상을 받는 자리임에도 의젓하게 또 태연하게 혹은 덤덤하게 상을 수여하시는 모습에서 한 편으로는 존경심과 또 한 편으로는 놀라움이 교차되기도 했다. 무튼 데보라 스미스씨의 감격의 눈물이 번역이라는 작업의 고충을 말하는거 같아 안쓰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더랬다.
여하튼, 요즘 <채식주의자>가 품절 사태를 빚고 있다고 한다. 그래도 이왕 읽을꺼라면 신작 <흰>부터 <채식주의자>와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까지 모조리 읽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한 없이 맑고 깨끗한 투명한 인간(흰)과 폭력에 노출된 가엽고 힘없는 인간(채식주의자)의 이야기를. 작가님이 그 고통스런 작업에서 어떻게 걸어나오셨을지.. 느껴보고 싶어진다.
어떤 책은 용기가 필요하다.
한때 <7년의 밤>을 읽은 동생이 내게 책을 권한 적이 있다.
아주 열성적으로. 꼭 읽으라며 들이밀다시피 했지만, 나는 끝끝내 읽지 못하고 책장에 꼽아 두었다. 내가 읽지 않는 이유는 하나. 마음이 불편하면 잠자리가 뒤숭숭하고 마지막 장에 도달할때까지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읽었던 '피로 쓴 글은 피로 읽어라'라는 표현처럼 고통스럽게 쓰인 책은 고통스럽게 읽어야 며, 가시밭길로 인도하는 책은 발에 가시가 박힌다 한들, 그렇게 읽어야함을 느꼈다. 그래서 어떤 책은 읽기 전 큰 용기가 필요하다. 이 책도 그렇다. 피의 냄새, 폭력과 죽음이 공존하는 세상으로 발을 딛기 위해 큰 호흡이 필요하며 올해는 호흡을 가다듬고 도전해 보고 싶다. 이번에는 내가 동생에게 꼭 이 책을 들이밀 테다.
오~~
위화님의 에세이 집이 나왔다.
기존 작품집이라면, <허삼관 매혈기>를 재밌게 읽어서 좋아하는 작가이긴한데 좀체 책 소식이 뜸해서 잊고 살았는데.. 이렇게 에세이집이 나와서 반갑다.
이 책은 격변하는 중국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 속에는 여행과 독서에 관련된 이야기도 담겼다고 하니 꼭 살펴보고 싶은 책이다.
그림책에 관련된 책만 보면 왜 이렇게 마음이 찌르르한 것인지. 변변한 그림책 한 권 마음속에 품지 못하고 유년기를 보냈으면서도 그림책만 떠올리면 마음이 한 없이 편안해지면서 한 없이 맑아지는 기분이 든다. 작가도 그래서였을까. 그림책에서 받았던 위로에 대한 에세이 집이라고 하니 꼭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