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 요코 할머니의 책을 두 번째로 만났다.
첫 번째는 <사는 게 뭐라고>였는데 깔깔대며 읽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두 번째 만난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는 분명 사노 요코 할머니건만.. 분위기가 달라졌다. 뭔가 시크하긴 시크한데, 바른사람의 시크함이랄까? 의아해하며 표지를 살펴보니 전작 <사는 게 뭐라고>와는 번역자가 달랐다. 역시 출판사도 달랐다.
그리고 보니 번역서 경우에는 작가의 성격뿐만 아니라 번역가의 성품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전작 <사는게 뭐라고>의 번역가 이지수님의 경우에는 덜렁덜렁 얼렁뚱땅거리면서도 세상의 이치를 짚어내는 솜씨가 좋았다. 이래서 작가를 하는구나 싶은 생각을 갖게 했다. 내가 좋아하는 연애인을 떠올리자면 마치 공효진씨 같다고나 할까. 러블리한 매력의 공효진씨지만 때론 시크하면서도 덜렁거리는 모습이 사노 요코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에 반해 <열심히 하지 않습니다>에서는 바른 성품이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걸 뭐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까칠하고 특이함에 둘러싸였지만.. 뭔가 바르다. 말투가 너무 바른 사람이 되어버린 거 같다. 뭔가 덜렁이던 모습이 사라졌지만 그 유머러스함이나 시크함은 여전한 사람..마치 김희애씨 같다고나 할까. 언제나 시크하면서도 유머러스함이 있지만 선을 넘지 않는 바른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며 왠지 두 인격체의 사노 요코를 만난 거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여전한 통찰력들. 느닷없이 소환되는 어린 시절의 기억들 때문에 빠르게 읽어내지 못하고 있다. 여전한 사문 난독(斯文難讀). 여전한 입담. 그녀 사노 요코를 다시 만나고 있어 정말 기분 좋은 밤이다.
ps. 에이~ 그래도 이건 아니지싶다. 책 표지에 번역가 소개도 없다니.. 이 책을 번역하신 서혜영님 무지무지 서운하셨겠다는..번역가 서혜영님 재밌게 잘 읽고 있습니다.(모리사키 서점들의 나날들도 재밌게 잘 읽었어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