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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아즈마 가나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10월
평점 :
도서관 가는 길엔 늘 고민이 생긴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이 만만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에코백에 잔뜩 담겨진 책을 어깨에 매고 걸어야하는 길은 고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날이면 신랑은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택시를 이용하라며 생각해보란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시간을 택시가 단축해주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집에 일찍와서 쉴 수 있는거 아니냐며 이야기한다.
버스는 왕복 삼천원, 택시는 왕복 만원, 그래도 차액이 칠천원인데. 그 편리함을 선호하는 신랑과 차액 칠천원을 아껴서 차라리 책을 한 권 사겠어 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은 서로가 생각하는 효용의 가치가 다를 뿐이라 생각하면서, 가치의 결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의 저자 아즈카 가나코는 도쿄 중심부의 전통가옥에서 살아간다. 흔히 집안에 있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휴대전화등 생활필수품이라 여기는 것들을 들이지 않고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믿는 생활필수품이 물증만능주의 속에 꽃피어진 피해라면서 무소유의 즐거움을 설파한다.
세탁물은 손빨래하는 즐거움으로 냉장고 없는 대신 신선한 식자재를 그날그날 들여와 조리하는 즐거움으로 티비는 필요할때만 벽장 속에서 꺼내보고, 집안의 모든 일은 해가지기 직전까지 해치우고 아이들은 일곱시면 잠자리에 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무소유적 가치가 참 이쁘기도 했다. 자급자족하는 생활. 너무 편리함에 길들여져버린 내게는 한번쯤 해보고 싶던 생활이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물질 만능주의를 운운하면서 편리함과 풍족함에 길들여져 버린 사람들을 질타하는 듯한 글은 읽는 동안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앞서 도서관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목적에 따라 효용 가치에 순위를 두고 탄력적으로 살아간다.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려 아침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 시간을 자급자족하며 손수 이루는 삶의 즐거움을 맛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효용가치는 서로 다를 뿐 그것의 자잘못을 논할수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면에서 저자 아즈마 가나코는 자급자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이런 생활이야말로 삶이며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에 긍정적인 마음이 싹 가시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본받고 싶은 이야기도 있더랬다. 뭐든지 직접 보고 구입한다던 이야기.
" 그 가게에 가면 항상 그 사람이 있으니까요. 카페도 개인이 운영하는 곳을 좋아해요. 저는 쇼핑도 '이 가게에서' 산다기보다 '이 사람에게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물건이 목적이라면 어디서 사든 똑같지만, '이 사람에게 산다'는 것은 거기서만 가능하죠"(p168)
요즘은 클릭 한번이면 집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함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이 많이 줄어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나도 채소는 채소가게에 고기는 식육점에서 옷은 옷가게에서 구입하며 이웃과 정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