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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는 처음입니다만
이시카와 야스히로 지음, 홍상현 옮김 / 나름북스 / 2016년 11월
평점 :
나에 유년기 시절에는 "공산당이 싫어요'라는 표어를 자주 접했던 기억이난다. 공산당이란 북한을 지칭하는 표현이고 북한은 빨간(빨갱이) 집단이란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그래서 공산주의는 악날하고 잔인하며 극악무도한 사람의 집단이기 때문에 '공산주의자'라는 오명을 씌워진 날에는 어디론가 끌려간다는 것과 그런 사람을 보면 당장 신고를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자란 것같다. 그런 공산주의의 창시자가 마르크스인데, 이 마르크스가 오늘날 많이 왜곡되어 있음을 저자 이시카와 야스히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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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닌의 지도 아래 1917년 러시아 혁명이 성공을 거두면서 러시아에서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공산당 정권이 만들어집니다. 레닌은 정치분야에서는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경제분야에서는 다양한 모색 끝에 시장을 활용하면서 사회주의에 접근한다(국가에 의한 통제 경제가 아니라는 겁니다)는 유연한 개혁노선에 도달합니다. 하지만 1925년 레닌이 사망하자 권력을 장악한 스탈린이 모든 권력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개인적 전체 체제를 만들었습니다. (이런한 권력 집중 제도는 레닌 시대는 없었습니다) 동시에 1930년대에는 농업을 강제로 집단화하고(레닌은 농민의 자발적 의제를 존중했습니다)이에 저항하는 사람들은 모두 시베리아 강제 수용소로 보내는 공포정치를 확립합니다.(p12~13)
마르크스의 사상을 이어받은 레닌은 국민들을 위한 다양한 개혁을 시도했지만, 레닌 사후에 권력을 이어받은 스탈린은 공포정치와 독선으로 몰아넣으며 이를 '마르크스와 레닌주의'라는 이름으로 포장함으로써(지금의 북한처럼) 공산주의가 강제적이고 공포적이며 전제적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다. 실로 소가 물을 마시면 우유가 되고, 뱀이 물을 마시면 독이 된다는 이웃님의 이야기가 딱 떠오르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양자오 저자의 <자본론을 읽다>나 카를 마르크스와 프리드리하 엥겔스가 지은 <공산당 선언>을 읽으면서 계급과 투쟁이라는 사상적 개념에 초첨을 맞춘 나머지 어떻게 공산주의가 왜곡될 수 있었는지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을 기회는 없었던 것인데 (아니면 내가 그런 부분을 쉽게 간과하고 넘겨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비로소 공산주의가 어떻게 왜곡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마르크스가 주장했던 개혁안들을 살펴보면 21세 이상의 모든 사람에게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주며, 노동자도 의회의 의석을 갖을 수 있도록 하며, 부자들에게만 이익이 될 수 있는 재판을 국민들에게 무료로 할 수 있도록 하며, 농민을 괴롭히는 봉건적 부담을 폐지하고, 모든 교통 기관을 국유화하여 무산 계급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며, 국가는 모든 노동자의 생활을 보장하고 노동할 수 없는 사람을 부양한다.(p107)등 실로 다양했다.
여성에게 처음 선거권을 주장했던 사람이 다름아닌 마르크스였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1800년대에 주장한 그의 개혁안들이 지금 우리에겐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국민주권의 토대라는 생각을 해보면 실로 대단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사람에 대한 인식이 많이 왜곡되고 변형 변질되었다는 사실이 참 가슴아픈 일이다.
어릴 적 공산주의가 무엇이며 어떻게 탄생되었는지, 그런 공산주의가 어떻게 왜곡 될 수밖에 없었는지, 공산주의가 나쁜 게 아니라 그 개념을 왜곡한 집단이 있고 그 집단의 사상이 나쁘다는 사실을 알려줬다면 지금 어떤 시선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을려나 싶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지은 마르크스 입문서이다. 그래서일까. 술술 읽히면서 머리속에 콕콕 박히는게 이시카와 야스히로씨가 '마르크스 꾼'이라는 호칭이 이해가 된다. 더불어 귀여운 마르크스 그림 덕분에 책을 읽는 동안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