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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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혼자 집에 있던 저녁시간. 집안의 불을 모두 꺼봤다. 바로 눈 앞에 손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어둠이 집안의 고요함과 내려 앉아 혼자 있기 두려운 생각을 갖게 했다. 이런 어둠이 찾아올 시간을 위해 '그래도 괜찮은 하루' 라고 말하는 구작가 베니의 이야기는 읽는 동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기였을때 열병으로 잃어버린 소리. 거기에 더해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점차 시력도 잃어가고 있다는 그녀..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 더 이상 평범해지지 않을때 받게되는 공포심의 무게는 한때 수술 후유증으로 목소리를 잃었던때가 떠올라 나는 어떤 글과 말로도 표현해낼 자신이 없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딸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목에 수없이 갖다댔을 엄마와 그런 엄마를 위해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베니는 마치 뿌리는 다르지만 한나무가 되어 서로를 보듬고 자라는 연리지가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고, 우유니 사막에 누워 하늘을 보고 싶고, 바쁜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다는 그녀의 소소한 버킷 리스트의 무게 만큼이나 삶에 대한 꿈과 열정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을 묵직하게 눌러왔다.

 

그래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고 그래도 느낄 수 있는 냄새가 있고 그래도 잡을 수 있는 손과 걸을 수 있는 발이 있으니 그러니 괜찮은 하루지 않냐고 묻는 베니 앞에 '그래. 그러니 괜찮아' 라고 나는 다독일수 없었다

 

내가 베니에게 해주고픈 말이라면  화가 치밀땐 참지말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퍼질러 앉아 소리내어 펑펑 울어버리는게 그게 정말 괜찮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이 힘들면 힘든만큼 토해내고 살아가는게 그게 정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털어내 개운해지면 또 하루의 새것 같은 삶이 찾아오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거기에 덧붙여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도 감사함을 모르고 세상의 진귀한 모습을 봐도 행복할 줄 모르는 나를 대신해 네가 아픈 거라고, 그러니까 너는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가 아니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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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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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리뷰를 올릴때 몇번씩 지우고 다시 올려야 할 만큼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 단어를 유창하게 배열하는 센스도 없고, 공감과 이해를 끌어내는 글은 더욱 못 쓴다. 그래서 이 책이 내겐 필요했다. 집에는 유시민 저자의 책들이 제법 있지만, 현 상태에서 내게 가장 필요한 책을 먼저 읽은 셈이다. 그러나 나와 유시민 저자의 첫 만남은 썩 유쾌한 편이 아니였다고 말해야 할 것 같다.

 

'논증의 미학'으로 시작되는 첫째장부터 뭔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마치 저자가 자신과 연관된 정치적 사안에 대한 변론을 하느라 이야기를 끄집어 낸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다. 물론 이런 삐툴어진 시각은 책에 전체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서둘러 거둬들여야 했다. 하지만 책의 마지막에 도달 했을때 나는 세가지 생각으로 정리하며 결국 같은 결론으로 도달했다. 하나는 '시대성'에 대해, 또 하나는 '겸손'에 대해 마지막으로 '문체 반정'에 대해.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 트위터, 북플 등 우리는 sns를 기반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순간의 생각들을 기록하는 공간인 만큼 장문보다는 단문의 글들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누구나 짧은 시간에 읽으며 공유할 수 있도록 쉽고 간략하게 씌여지기 시작했다. 이런 영향은 문단에도 나타나 파울로 코엘료는 트위터의 글을 묶어 『마법의 순간』이란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뿐만아니라 다소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던 책들은 서둘러 개정판을 내어 독자에게 쉽게 다가 갈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열린 출판사에서는 '불멸의 고전'시리즈를 새롭게 개정판으로 내놓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요즘엔 장문 보다는 단문이 유행하는 추세다. 이 책 역시 그런 유행에 편승하는지  요약과 단문 쓰기를 강조한다. 저자는 주제의 내용이 흐려지는 장문 보다는 주제가 확연히 들어날 수 있는 단문을 강조한다. 또한 한자와 외래어 사용을 자제하여 못난 글을 쓰지 않도록 정책이나 칼럼과 책을 예시로 설명한다. 그런데 저자가 예시로든 정책, 칼럼의 상당수가 다른 분의 글이였고 무자비한 잣대로 첨삭하는 저자의 모습에서 과연 옳은 일인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또한 저자가 예시로 들고 있던 『거꾸로 읽는 세계사』엔  시대성을 간과한 이야기가 가득했다. 그 글들이 대부분 한자어와 외래어 사용이 대중적이던 시대의 글이였고, 그 시대의 책들은 지금 읽기엔 다소 버겁게 느껴질 정도로 한자어 사용이 많았다. 그런데 그런 글들을 지금의 잣대를 대어 평가한다는게 형평성에 맞는 일일까? 또한 옛 글 스타일에서 벗어나지 못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질타를 날린 진은영 저자에 대한 비판은 과연 옳은 일일까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 책에 사용된 예시의 글들이 저자 글로만 첨삭을 했다면 큰 불만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분의 글을 서슴없이 비교 삼아 평가하는건 분명 '시대성'을 간과하고 겸손함이 부족한 모습이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빼 놓을 수 없었다. 뿐만아니라 잘못된 글에 대한 예시를 들며  비속어(p193)를 그대로 사용한 점은 30년 저자의 내공을 무색하게 만드는 부분이 아니였나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윤창중 논설 위원의 글을 예시로 첨삭하는 부분에 이르렀을땐, 정조의 '문체반정'을  떠올렸다. 박지원의 '열하일기'의 영향으로 선비들의 글이 단정치 못하다고 판단한 정조는 '자송문'을 지어 올릴것을 명했고 그중에는 박제가라는 실학자가 끼여 있었다. 당시 자신의 의견이 옳다고 생각하면 굽힐 줄 몰랐던 박제가는 정조에게 ' 비옥희 음송인'이란 글을 지어올렸는데 그 내용은 이러하다.

 

 

맛의 경우 젓갈은 짠맛을, 매실은 신맛을, 겨자는 매운맛을 찻잎은 쓴맛을 내는데 젓갈이 짜지않고, 매실이 시지 않으며 겨자가 맵지 않고 찻잎이 쓰지 않음을 책망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지만, 젓갈보고 왜 너는 달지 않느냐, 겨자 보고 너는 왜 시지 않느냐 하는것은 정당한 일이 아님을 이야기하는 글이였다. 이 글을 통해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것은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했음을 느낄 수 있다.

 

 

윤창중 논설 위원의 '뉘엿 뉘엿 해 떨어질 때' 나 '말 못하는 장승처럼' 등과 같이 서정적인 문장의 운율이 어색하고 군더더기가 많다는 이유를 들어 첨삭하는 모습은 겨자보고 너는 왜 단맛을 내지 못하느냐고 묻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보게 되었다. 진정한 글쟁이라면, 단문이든 장문이든 자신의 주제를 벗어나지 않고 자유롭게 개성이 표현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하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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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철나무꾼 2015-05-27 1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이 리뷰 좋아요.
제가 하고 싶은 얘기를 속시원히 해주신거 같아서 더 좋아요.
제 주변엔 유난히, 유시민 팬들이 많아서,
너무 인색하게 굴면 섭섭해하는터라...중간 생략, 이하 생략한 부분이 넘 많았거덩여.

개인의 취향을 표현한다는 건,
다른 사람의 취향은 존중해준다는 말이랑 동격이라는걸,
너무 잘 까먹는 세상에서 사는건 아닌지, 원~(,.)

해피북 2015-05-27 21:39   좋아요 0 | URL
저두 이 책 읽으며 양철나무꾼님의 글 생각을 많이했고 공감한 부분이 많았어요

제게 글 재주가 더 있다면 조리있게 쓰고 싶은데 ㅎ 부족한 실력이 한탄스럽더라구요 ㅋㅂㅋ

cyrus 2015-05-27 20: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유시민 씨가 글을 잘 쓴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요. 오히려 말빨이 좋은 이미지가 너무 강해서 사실 이 책이 나왔을 때 시큰둥했어요.

해피북 2015-05-27 21:42   좋아요 0 | URL
아핫 그렇군요 저는 이 책을 시작으로 `나의한국현대사`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읽어볼 생각인데 이 책과는 다른 시각이 생기길 바라고 있답니다ㅎ

yureka01 2015-05-27 20: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의 최고봉은 시죠.^^.

해피북 2015-05-27 21:4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시죠 시! ㅋㅂㅋ,,

비로그인 2015-07-03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수리뷰에 당첨되신 것을 축하드려요.
역시 멋진 리뷰에 대한 당연한 결과죠.
얼마나 반가운지 폰으로 인사드리려고 했더니 이렇게 연결이 안 되더라구요.
지금에서야 인사드리네요.

해피북 2015-07-03 23:53   좋아요 0 | URL
오마낫 감사합니다~^^아리님 이렇게 칭찬해주시니 부끄러워요 꺄~~~ 앞으로두 열심히 써볼께요 ㅋㅂㅋ,, 꿀밤되세욧

비로그인 2015-07-05 18: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일온거 보고 클릭해서 들어왔는데, 기대했던 것 보다 괜찮은 서평을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해피북 2015-07-05 22:48   좋아요 0 | URL
크리미영님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더 열심히 읽고 써야겠다는 힘을 얻게 되었어요!!
꿀밤보내시구 좋은 이야기 많이 나눠요ㅋㅁㅋ,,

2020-10-21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커피 한 잔 할까요? 1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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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이였던가. 향기를 맡을 수 있는 앱이 개발되는 중이라는 기사를 본것 같다. 그런 앱이 개발된다면 책에서도 향기를 맡을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나는 제일 먼저 이 책을 펼쳐들고 곳곳에서 뿜어져나오는 원두의 향기를 폐 깊숙이 담아 두고 싶다. 로스팅에서 추출까지 세세히 그려진 그림들을 쫓다보면 원두의 향기가 막 퍼져 나올것만 같은 착각을 들게 한다.

 

커피 마니아들에 의하면 원두에 따라 다양한 맛이 난다고 한다. 신맛, 단맛, 쓴맛을 느끼거나 과일향이나 초콜릿향까지도 맡을 수 있다고 한다. 나도 커피를 무척 좋아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원두의 본연의 맛과 향을 느낀적이 없다. 집 근처엔 체인점 형식의 커피숍만이 즐비할뿐. 로스팅에서 부터 원두를 추출해 갓 내린 맛좋은 커피를 마셔보는게 소원 아닌 소원이 되어버렸는데 책을 읽으며 내 소원은 엄청난 갈증으로 변해버렸다. 졸린 눈을 비비며 갓 내린 향긋한 커피 한 모금으로 시작하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라면, 필히 이 책은 행복을 넘어 저주가 되어버릴것만 같다.

 

거기에 더해 손님들의 기분과 마음을 이해하고 한 잔의 커피에 담아내는 커피숍이 있다면 어떨까? 그런 커피숍이 있다면 평생회원증을 끊어서라도 다니고플것 같은데 '2대 커피'의 박석 아저씨네 커피숍이 그렇다. 한 잔의 커피를 마주하고 앉아 들던 생각, 만나는 사람들, 바라보는 경치를 방해하지 않는 마음, 무표정한 사람들이 가득한 지하철에서 커피봉투를 살짝 열어 향기를 공유하는 자상함, 그리고 그 향기를 맡으며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들이 전해지면서  이 책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것 같았다.

 

책은 '2대 커피숍'을 운영하는 박석 아저씨와 아르바이트생 강고비(광고비라는 애칭이 있음) 을 중심으로 커피숍을 찾아주는 사람들의 이야기들로 채워가고 있다. 책의 뒷면에는 <커피 한잔 할까요?>의 탄생에 도움을 준 바리스타와 커피숍의 사진이 실려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한거 같다. 다음 2화엔 더 깊고 풍부한 커피 이야기와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득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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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5-21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동네에 있는 조그만 카페가 좋더라고요. 커피맛은 잘 모르지만, 그냥 조용히 커피 마시기에 분위기가 조용해서 좋아요. ^^

해피북 2015-05-22 15:0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저두 체인점 카페보다 아기자기하게 꾸며놓은 카페가 더 좋더라구요 저희 동네는 그런 카페가 많지 않아 아쉬워요^~^

봄덕 2015-05-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었군요. 커피 마니아들의 커피 사랑이 절절하게 녹아 있어서 또 다른 세계를 체험한 느낌이었어요. 허영만 화백과 그 문하생들이 대단해 보이기도 했어요.^^

해피북 2015-05-22 15:05   좋아요 0 | URL
넵 ㅋㅂㅋ,, 이 책 읽으면서 커피 마시고 싶다는 생각 참 많이 했어요 커피를 마실때 드는 생각들을 잘 표현하신거 같아요 ㅎ

단발머리 2015-05-24 19: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동네에도 예쁜 커피숍이 하나 있는데요. 조금 멀어서 지선버스 타고 나가야되서 자주 못 가는데요. 책도 많고, 도도한 고양이 두 마리가 있고요. 주인 아저씨도 (저보다 어리신가?) 아주 멋지시구요. 아... 거기 가고 싶네요. 빵 굽는 타자기. 커피숍 이름이예요. 폴 오스터 책 제목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구요.... ^^

해피북 2015-05-26 09:28   좋아요 1 | URL
빵굽는 타자기. 이름두 참 이프네요 고양이가 함께하는 곳이라 재밌는 이야기도 많을것 같구요 자주 못가는 곳이지만 어딘가 가볼곳이 있다는것 만으로도 행복하실거 같아요 ㅎ 부럽습니다^~^

수이 2015-05-26 1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커피 한잔 하고파요_ 아...... 이 만화책 펼쳐놓고 :)

해피북 2015-05-27 21:35   좋아요 0 | URL
저두 이 책 읽으며 커피 마시고 싶어 고통스러웠어요ㅋㅂㅋ

비로그인 2015-05-26 15: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기자기한 까페가 좋아요.
그리고 향 좋은 커피와 사람의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곳이 있다면
매일 출근도장을 찍을 거예요. ^^

해피북 2015-05-27 21:36   좋아요 0 | URL
그쵸그쵸 저두 아기자기하면서 주인장님이 갓 내린 커피향 가득한 곳이 좋은데 그런곳을 찾기 쉽지 않더라구요 ㅎ

달팽이개미 2015-10-08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낮에 동네서점에 산책갔다 만지작 만지작..했던 책인데 구입해서 보고싶어졌어요~ㅎ이 책을 사가지고 들어오는 날엔 커피 한 잔도 꼭 챙겨야겠어요~읽다가 한 모금씩^^ 상상만해도 해피해져요~~~!!!ㅋ

해피북 2015-10-11 16:09   좋아요 0 | URL
ㅎㅎ 지금은 구입하셨을지 모르겠어요. 맞아요 커피 한 모금의 행복과 위안과 열정!
저는 커피를 마셔야 하루를 잘 보낼 수 있어서 아메리카노 한 잔은 꼭 마시거든요.
그래서 이 책을 읽던 저녁시간에 좀 힘들었어요 ㅎㅎ 얼마나 커피가 마시고 싶던지요.
그런데 음.. 혹시 아기자기 귀여운 캐릭터를 좋아하신다면 실망하실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딱 고 부분이 참 아쉬웠거든요. 조금만 더 귀엽게 그려주시지 하던 생각때문에 말이죠 ㅋㅋ
 
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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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 지역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연다는 게시글을 읽은적이 있다. 수요일 저녁 7시 30분 부터 9시 30분까지. 두시간에 걸친 강좌엔 카뮈의 <이방인>, 카프카의 <변신> , 조지오웰의 <1984>, 최인훈의 <광장>,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플라톤, 데카르트 등의 주제라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와 거리. 강좌를 마치고 집으로 오자면  버스를 두번 갈아타거나 버스 정류장까지 20분 걷고 25분에서 30분 간격의 배차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계산해보니 얼추 11시도 넘을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늘 인문학 강좌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갈증스런 마음이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으며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공자, 노자, 한비자, 주역, 맹자, 순자등 동양 사상들이 펼쳐지는 1부를 숨가쁘게 따라가다보면  인간 관계와 성찰에 관한 이야기들이 세계사, 조선사와 어울어진 2부와 만나 정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이야기 곳곳에서 문학(소설, 시, 인문등)과 영화 이야기도 거침없이 아우르시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시는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좋았던 부분들은 동양 사상들의 뼈대를 세워볼 수 있었던 점이다. 공자, 순자, 노자, 한비자등의 책을 읽을적에 각 사상가들의 이념이 무엇이고 어떤 견해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지를  찬찬히 설명해주시는 부분은 그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선생님은 20년동안 옥중에서 힘겹게 읽은 책들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은 시간에 마음껏 읽다가 지치면 잠이드는 주체하지 못할 이 호사를 어의하나 싶은 생각에 깊은 감사한 마음이 돋아난다.

 

물론 동서양을 거침없이 횡단하시는 선생님의 강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간관계에 빗대 우리 사회의 단절된 모습들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고, 책을 덮으며 세상에서 가장 멀다는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생각에 흐믓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의 교재가 따로 있었던 점을 생각할때 선생님이 짚어주신는 부분들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페이스북에서 3인 이상의 모임이 있는 분들만 교재를 신청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는 글을 읽으면서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모두 받아볼 수 있도록 애초에 구성해 놓지 않는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변화는 결코 개인을 단위로,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는게 아니다. 모든 변화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그 사람속에 담지 되는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은 다만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다가 당면의 상황 속에서, 영위하는 일 속에서,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다.p243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때, 다시 말하자면 시적인 틀에 담을 수 있을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는 분명 언어 자체의 개념적 의미와 외적인 정서도 함축 되어 있습니다. 삶 속에서 경작된 그 사람의 인품과 체온 같은 것 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 단어의 문자적 의미가 아닙니다. 단어들이 만들어 내는 언술이 더 중요합니다. 언어도 결국은 언술을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 합니다p55

시는 진정성의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도 감동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화려한 그릇에 담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공감하지 못합니다.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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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5-24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노유진 `테라스`에 신영복 선생님이 나오셨거든요.
전, 정말 깜짝 놀랐어요. 무척 젊은 느낌을 물씬 풍기시구요.
계속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그런 분이더라구요. 책은 아직이예요. 시작해야 하는데.... ㅋ

해피북 2015-05-26 09:32   좋아요 1 | URL
우와 우와 정말 부럽습니다! 책을 읽었을때두 지식의 양이 참 방대하다고 느꼈어요 어느 쪽이든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 하시는 글에서도 매력이 넘쳐났는데 직접 나오셔서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셨다니 그 마음 이해가되구 부럽습니다 ㅎ 담론 저는 이 책을 거듭 읽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이웃님들의 글동냥하며 열심히 배우려구요ㅋ 단발머리님 후에 읽으시구 리뷰 올리시면 찾아갈께요ㅋ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15-05-26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05-26 09:42   좋아요 1 | URL
아핫 그러시군요ㅎ 저는 빨간 책방의 이동진씨네 카페처럼 볼수 있는곳 인줄알았어요 으흐흐~~ 무튼 저두 팟캐스트 들어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ㅎ그리구 리뷰 기다릴께요 큽큽~♡
 
[eBook] 서민의 기생충 같은 이야기
서민 지음, 지승호 인터뷰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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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오래된 일이다. 그땐 경향신문을 구독했었다.  mbc 사장님의 각종 비리 혐의로 총 파업 사태가 일어났던 시점이였는데 끝맺은 말은 '우리 아내를 사장으로~!' 라는 칼럼이 참 인상적이였고 글쓴이가 서민교수님이였다.

 

칼럼의 내용은 생각이 잘 안나지만, 마지막 맺은 말이 가장 인상적이라 사진을 들여다q봤었다. 나중에 '컬투쇼의 베란다쇼'란 프로그램을 보며 방송인인 줄 알았다. 더 나중에 택시 기사님을 통해 기생충 교수님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요 근래에 다락방님과 보슬비님에 의해 책이 있다는 사실도 알았다.

 

최근에 나온 『집나간 책』을 구매해놓고 배송을 기다리는 시간에 『서민의 기생충같은 이야기』를 읽었다. 인터뷰어 지승호님과의 솔직 담백한 대화 형식의 이야기들이 꾸밈없이 술술 읽힌다. 무엇보다 '기생충 학자'라는 특이한 이력이 인상적이다. 기생충을 자신에의 몸에 테스트를 해볼 정도로 일에 대한 사랑이 남다르신 분 같다. 더불어 기생충 학자들이 줄어들고 있는 현실에 개탄해하시며 자신이 '막내'임을 한없이 슬퍼하시던 모습에 큭큭 거리게 된다.

 

때론 거침없이 사회를 비난하며, 의식없이 사회적 현상에 휩쓸리는 국민들을 안타까워 하신다. 읽으면서 따끔거리며 아프기도 했다. 내가 참 사회적인 문제에 무관심하고 살아가고 있구나 싶었다. 유홍준 교수님의 말씀을 빌려 세상 참 편하게 살고 있다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그리고 칼럼에서 눈치는 챘지만, 아내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이 남다르신거 같다. 아내에 대한 사랑하는 마음이 담뿍 느껴진다. 아내 만큼 사랑하는 강아지들에 관한 이야기도 참 흥미롭게 읽었다. 얼마전에 알라딘에서 활동한다는 글을 읽고 '마태우스'란 서재를 검색해 들어가 흥미로운 글을 읽었다. 자신은 사랑하는 개들을 위해서 아내분과 절대 같은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혹여 사고가 생겨 개들만 남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서라는.. 그 글을 읽고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던 마음에 큰 반성이 들었다.

 

책은 어릴적 아버지와의 기억으로 부터 출발해 기생충 학자가 되기까지, 기생충 학자로써의 삶과 현재의 모습들이 교차되며 의료 민영화 사업에 대한 이야기, 책과 글쓰기, 앞으로의 계획등 폭넓게 다루고 있어 다양한 생각거리를 던져준거 같다. 『집나간 책』을 읽기 위해 읽어본 책이였는데 꽤 잘 읽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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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5-19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왠 e북 ...😢😢😢😢

봄덕 2015-05-19 14:31   좋아요 0 | URL
워밍업 북~~ 좋은 표현인데요.ㅎㅎ 기생충 이야기, 재밌게 쓰시는 분이죠. 집 나간 책. 저도 읽어야 하는데, 어떤 이야기일 지, 궁금해요. 아마 책에 대한 이야기, 빌려준 책에 대한 이야기려나... 인기 있는 책이라면 돌려보는 재미도 있는 책인데, 혹시 발이나 바퀴가 달렸을까요?? ㅎㅎ

2015-05-20 11: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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