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혼자 집에 있던 저녁시간. 집안의 불을 모두 꺼봤다. 바로 눈 앞에 손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어둠이 집안의 고요함과 내려 앉아 혼자 있기 두려운 생각을 갖게 했다. 이런 어둠이 찾아올 시간을 위해 '그래도 괜찮은 하루' 라고 말하는 구작가 베니의 이야기는 읽는 동안 마음을 아프게 했다.

 

아기였을때 열병으로 잃어버린 소리. 거기에 더해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점차 시력도 잃어가고 있다는 그녀..누구에게나 평범한 일상이 더 이상 평범해지지 않을때 받게되는 공포심의 무게는 한때 수술 후유증으로 목소리를 잃었던때가 떠올라 나는 어떤 글과 말로도 표현해낼 자신이 없다.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딸의 손을 붙잡고 자신의 목에 수없이 갖다댔을 엄마와 그런 엄마를 위해 다시 태어난다면 엄마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베니는 마치 뿌리는 다르지만 한나무가 되어 서로를 보듬고 자라는 연리지가 떠올라 울컥한 마음이 들었다. 남자친구를 사귀고 싶고, 우유니 사막에 누워 하늘을 보고 싶고, 바쁜 아침 출근하는 사람들 모습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싶다는 그녀의 소소한 버킷 리스트의 무게 만큼이나 삶에 대한 꿈과 열정의 무게가 느껴져 마음을 묵직하게 눌러왔다.

 

그래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있고 그래도 느낄 수 있는 냄새가 있고 그래도 잡을 수 있는 손과 걸을 수 있는 발이 있으니 그러니 괜찮은 하루지 않냐고 묻는 베니 앞에 '그래. 그러니 괜찮아' 라고 나는 다독일수 없었다

 

내가 베니에게 해주고픈 말이라면  화가 치밀땐 참지말고 화를 내고  짜증을 부리고 퍼질러 앉아 소리내어 펑펑 울어버리는게 그게 정말 괜찮은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세상이 힘들면 힘든만큼 토해내고 살아가는게 그게 정답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렇게 털어내 개운해지면 또 하루의 새것 같은 삶이 찾아오는 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거기에 덧붙여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를 들어도 감사함을 모르고 세상의 진귀한 모습을 봐도 행복할 줄 모르는 나를 대신해 네가 아픈 거라고, 그러니까 너는 하늘에서 보내준 천사가 아니냐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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