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론 -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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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리 지역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좌를 연다는 게시글을 읽은적이 있다. 수요일 저녁 7시 30분 부터 9시 30분까지. 두시간에 걸친 강좌엔 카뮈의 <이방인>, 카프카의 <변신> , 조지오웰의 <1984>, 최인훈의 <광장>, 황석영의 <무기의 그늘>, 플라톤, 데카르트 등의 주제라 꼭 참여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문제는 버스와 거리. 강좌를 마치고 집으로 오자면  버스를 두번 갈아타거나 버스 정류장까지 20분 걷고 25분에서 30분 간격의 배차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집에 돌아오는 시간까지 계산해보니 얼추 11시도 넘을것 같다는 생각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래서 늘 인문학 강좌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그런데 그런 갈증스런 마음이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읽으며 해소되는 기분을 느꼈다. 공자, 노자, 한비자, 주역, 맹자, 순자등 동양 사상들이 펼쳐지는 1부를 숨가쁘게 따라가다보면  인간 관계와 성찰에 관한 이야기들이 세계사, 조선사와 어울어진 2부와 만나 정말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이야기 곳곳에서 문학(소설, 시, 인문등)과 영화 이야기도 거침없이 아우르시는 모습을 보면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탐구하시는 열정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나 좋았던 부분들은 동양 사상들의 뼈대를 세워볼 수 있었던 점이다. 공자, 순자, 노자, 한비자등의 책을 읽을적에 각 사상가들의 이념이 무엇이고 어떤 견해들이 오늘날까지 전해지는지를  찬찬히 설명해주시는 부분은 그 책을 왜 읽어야 하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을 세울 수 있게 한다. 선생님은 20년동안 옥중에서 힘겹게 읽은 책들을,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읽고 싶은 시간에 마음껏 읽다가 지치면 잠이드는 주체하지 못할 이 호사를 어의하나 싶은 생각에 깊은 감사한 마음이 돋아난다.

 

물론 동서양을 거침없이 횡단하시는 선생님의 강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인간관계에 빗대 우리 사회의 단절된 모습들을 절절히 느낄 수 있었고, 책을 덮으며 세상에서 가장 멀다는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을 성공리에 마쳤다는 생각에 흐믓한 기분도 들었다. 그러나 아쉬운 점이라면, 이 책의 교재가 따로 있었던 점을 생각할때 선생님이 짚어주신는 부분들을 온전히 들여다볼 수 없다는 점이다. 더욱이 페이스북에서 3인 이상의 모임이 있는 분들만 교재를 신청하면 무료로 배송해준다는 글을 읽으면서 책을 구입한 사람들은 모두 받아볼 수 있도록 애초에 구성해 놓지 않는점이 아쉽게 느껴졌다.

 

변화는 결코 개인을 단위로,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는게 아니다. 모든 변화는 잠재적 가능성으로 그 사람속에 담지 되는 것이다. 그러한 가능성은 다만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다가 당면의 상황 속에서, 영위하는 일 속에서,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다.p243

안다는 것은 복잡한 것을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을때, 다시 말하자면 시적인 틀에 담을 수 있을때 비로소 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언어에는 분명 언어 자체의 개념적 의미와 외적인 정서도 함축 되어 있습니다. 삶 속에서 경작된 그 사람의 인품과 체온 같은 것 입니다. 중요한 것은 각 단어의 문자적 의미가 아닙니다. 단어들이 만들어 내는 언술이 더 중요합니다. 언어도 결국은 언술을 구성하는 요소에 불과 합니다p55

시는 진정성의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도 감동하지 않는 것은 아무리 화려한 그릇에 담는다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이 공감하지 못합니다.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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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5-05-24 1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주 노유진 `테라스`에 신영복 선생님이 나오셨거든요.
전, 정말 깜짝 놀랐어요. 무척 젊은 느낌을 물씬 풍기시구요.
계속 이야기 나눠보고 싶은 그런 분이더라구요. 책은 아직이예요. 시작해야 하는데.... ㅋ

해피북 2015-05-26 09:32   좋아요 1 | URL
우와 우와 정말 부럽습니다! 책을 읽었을때두 지식의 양이 참 방대하다고 느꼈어요 어느 쪽이든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 하시는 글에서도 매력이 넘쳐났는데 직접 나오셔서 이야기하시는 모습을 보셨다니 그 마음 이해가되구 부럽습니다 ㅎ 담론 저는 이 책을 거듭 읽어야 어느정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아 이웃님들의 글동냥하며 열심히 배우려구요ㅋ 단발머리님 후에 읽으시구 리뷰 올리시면 찾아갈께요ㅋ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2015-05-26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피북 2015-05-26 09:42   좋아요 1 | URL
아핫 그러시군요ㅎ 저는 빨간 책방의 이동진씨네 카페처럼 볼수 있는곳 인줄알았어요 으흐흐~~ 무튼 저두 팟캐스트 들어봐야겠어요 좋은 정보 감사해요 ㅎ그리구 리뷰 기다릴께요 큽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