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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극의 미니멀라이프 - 냉장고 세탁기 없어도 괜찮아
아즈마 가나코 지음, 박승희 옮김 / 즐거운상상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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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가는 길엔 늘 고민이 생긴다. 집에서 버스를 타고 내려서 걸어가야 하는 그 길이 만만찮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특히 에코백에 잔뜩 담겨진 책을 어깨에 매고 걸어야하는 길은 고되고 힘들 수 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토로하는 날이면 신랑은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택시를 이용하라며 생각해보란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시간을 택시가 단축해주기 때문에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집에 일찍와서 쉴 수 있는거 아니냐며 이야기한다.

 

 

버스는 왕복 삼천원, 택시는 왕복 만원, 그래도 차액이 칠천원인데. 그 편리함을 선호하는 신랑과 차액 칠천원을 아껴서 차라리 책을 한 권 사겠어 라고 생각하는 내 생각은 서로가 생각하는 효용의 가치가 다를 뿐이라 생각하면서, 가치의 결이 다르다고 해서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의 저자 아즈카 가나코는 도쿄 중심부의 전통가옥에서 살아간다. 흔히 집안에 있는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휴대전화등 생활필수품이라 여기는 것들을 들이지 않고서 자급자족하는 생활을 즐기는 사람이라고 한다. 현대인들이 믿는 생활필수품이 물증만능주의 속에 꽃피어진 피해라면서 무소유의 즐거움을 설파한다.

 

세탁물은 손빨래하는 즐거움으로 냉장고 없는 대신 신선한 식자재를 그날그날 들여와 조리하는 즐거움으로 티비는 필요할때만 벽장 속에서 꺼내보고, 집안의 모든 일은 해가지기 직전까지 해치우고 아이들은 일곱시면 잠자리에 든다고 이야기한다.

 

그녀의 무소유적 가치가 참 이쁘기도 했다. 자급자족하는 생활. 너무 편리함에 길들여져버린 내게는 한번쯤 해보고 싶던 생활이기도 했다. 그러나, 너무 물질 만능주의를 운운하면서 편리함과 풍족함에 길들여져 버린 사람들을 질타하는 듯한 글은 읽는 동안  불쾌감을 안겨주기도 한다.

 

앞서 도서관 이야기를 꺼낸 것처럼 사람들은 저마다 삶의 목적에 따라 효용 가치에 순위를 두고 탄력적으로 살아간다.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기를 돌려 아침 시간을 단축시키고 그 시간에 책을 읽거나 볼 일을 보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그 시간을 자급자족하며 손수 이루는 삶의 즐거움을 맛보고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두 사람의 효용가치는 서로 다를 뿐 그것의 자잘못을 논할수는 없다고 생각을 한다.

 

 

그런면에서 저자 아즈마 가나코는 자급자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삶의 기쁨에 대한 이야기보다도 이런 생활이야말로 삶이며 인생이라고 말하는 듯한 태도에 긍정적인 마음이 싹 가시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본받고 싶은 이야기도 있더랬다. 뭐든지 직접 보고 구입한다던 이야기.

 

" 그 가게에 가면 항상 그 사람이 있으니까요. 카페도 개인이 운영하는 곳을 좋아해요. 저는 쇼핑도 '이 가게에서' 산다기보다 '이 사람에게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물건이 목적이라면 어디서 사든 똑같지만, '이 사람에게 산다'는 것은 거기서만 가능하죠"(p168)

 

요즘은 클릭 한번이면 집앞까지 배달되는 편리함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맞대고 물건을 사고 파는 일이 많이 줄어든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이참에 나도 채소는 채소가게에 고기는 식육점에서 옷은 옷가게에서 구입하며 이웃과 정을 쌓아보는 것도 좋을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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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행복하자 2017-03-23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냉장고는 없어도 괜찮을것 같은데.. 세탁기는... 이불빨아야 하는데..
ㅎㅎ 결국 아무것도 양보못할지도 모르겠어요 ㅎㅎ

해피북 2017-03-23 18:40   좋아요 0 | URL
저도 어찌어찌 냉장고는 포기할 수 있다지만,,, 음... 이분은 아직 ‘손목터널증후군‘을 겪어보지 않으신 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어여 ㅋㅋ 요거요거 잘못 걸리면 손끝에 통증하고 손가락 마디마디가 부어올라서 한동안 고생 좀 했던 기억이 있어서리 ㅋㅋ 저 역시도 결국엔 아무것도 양보하지 못할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지금 행복하자님 정말 오랜만에 뵌거 같아요~^^ 잘 지내고 계시지요~ 요즘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데 감기 조심하세요^^

지금행복하자 2017-03-23 19:56   좋아요 1 | URL
봄 타나봐요~ 북플 접속이 영 버벅해서 뜸해져요 ㅠㅠ 글 써도 올라가지 않고 랙도 잘 걸리고..
이걸 핑계로 열심히 놀고 있어요 ㅎㅎ

해피북 2017-03-25 02:26   좋아요 0 | URL
ㅎㅎ 봄볕에 지금행복하자님 마음을 흠뻑 빼앗아간거 같아서 아쉬워요~~ 그렇지만 이런날은 그런 봄볕에 마음껏 빠져서 지내는게 더 즐겁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인거 같아요 ㅎㅎ 마음껏 즐기시고 언젠가 책이 그리워지시면 오셔서 책이야기 마구마구 들려주셔요~~ 기다리고(?) 있을께요 ㅎ 지금행복하자님 즐거운 주말 보내셔요^^

서니데이 2017-03-23 0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미니멀라이프도 좋지만, 냉장고 세탁기 청소기는 어쩐지 하루에도 여러번 보는 친구같아서, 다른 걸 줄여야겠네요.^^;

해피북 2017-03-23 18:48   좋아요 1 | URL
저두 당장 ‘미니멀라이프‘라고 실천 할 수 있는 사항이 뭐가 있을까,,, 고민을 해보면 식비를 줄여 간소하게 먹는 것 정도랄까요 ㅎㅎ
오늘은 날씨가 포근하다고 했는데 어제랑 똑같이 쌀쌀한거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감기 걸리기 정말 딱 좋은 시기인거 같아요, 서니데이님 감기조심하시고 맛있는 저녁 식사 하시길요^^

서니데이 2017-03-23 18:51   좋아요 1 | URL
오늘도 바람이 차가워요.
해피북님 따뜻하게 입으세요.^^

해피북 2017-03-25 02:04   좋아요 0 | URL
아웅~ 감사합니다 서니데이님^^
오늘도 포근하다고 했는데 햇살로 나가야지 따뜻하지 그늘진 곳은 너무 춥더라고요 ㅎㅎ 오후 외출때 패팅입고 나가려다가 간신히 참았는데 역시 햇살은 따뜻해서 한시름 놨답니다.
내일은 비온다고 하는거 같던데 외출하실때 우산 잘 챙기시고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단발머리 2017-03-24 13: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세탁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데 일단 한 표 하구요. ㅎㅎㅎㅎ
저는 냉장고도 포기할 수 없네요. 텔레비전은 포기할께요. (집에 없어요^^)

그런데, 궁극의 미니멀 라이프 실천하려면 엄청 부지런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전.... 엄청 게으른데... 청소기도 로봇청소기.... ㅠㅠ

2017-03-25 0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 - 힘든 하루의 끝, 나를 위로하는 작은 사치
히라마쓰 요코 지음, 이영미 옮김 / 인디고(글담)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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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혼밥이란, 아주 간단하게 먹을 수 있다는 일종의 자유 시간이었다. 반찬이나 국거리를 특별히 챙기지 않고 간단하게 한끼 해결하며 그 시간에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그래서 혼자 먹는 날이면 빵이나 콘푸라이크 또는 라면을 먹지만 라면을 먹는 날도 거의 없었던 듯하다. 특별히 시원한 맥주가 먹고 싶은 날은 맥주가 그날의 식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히라마쓰 요코가 지은 <혼자서도 잘 먹었습니다>를 읽으며 혼자 먹는 일의 즐거움을 깨달았다고나 할까. 누구보다도 자신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떤 곳을 가고 싶은지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시간. 그게 바로 혼자 먹는 시간이라는 사실을 느꼈다. 늘 누군가를 위해서라는 단서를 붙여놓고 식탁을 차리던 난 왜 한번도 나를 위한 근사한 식탁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일까 싶은 생각들. 누구보다 소중한건 내 자신인데. 이런 생각을 떠올리니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가 떠오른다. 배고플때는 흥분하지 말고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며 무엇이 먹고 싶은지, 어느 가게가 좋을지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선택하고 음식 앞에서도 성급하게 젓가락을 들지않던 그 의젓함! 입안에 퍼지는 풍미에 감격하며 천천히 식사를 즐기던 그 모습!

 

카페에서 차와 케익을 먹는 일까지 혼자해봤지만,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건 내성적인 내겐 극복하기 어려울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집에서 내가 나를 위한 한끼 식탁을 차리는건 어렵지 않을거 같다. 이런 야심한 밤에도 당장 돈까스가 생각나는걸 보니 내일 점심은 돈까스를 튀겨야겠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그런 돈까스 한입 베어물며 작은 사치를 즐겨볼까나.

 

 

그런데 왜 이책이 에세이로 분류 되었는지 모르겠다. 각 챕터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그래서 처음 이 책을 읽기 시작 했을때는 너무 혼동이 와서 무슨 말인지 이해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그러니까 보통 에세이집이라고 하면 자기에 관한 이야기이던가, 자기를 둘러싼 주변 이들의 이야기를 뜻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실존 인물들은 아닌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다면 소설쪽에 가깝지 않을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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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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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때 한 베트남 사람이 "왜 하필 라오스 같은 곳에 가시죠?"라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자.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단 말인가?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라오스까지 가려는 것이니까. 여행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p159)


 

그때 한 사람이 내게 "왜 하루키를 읽는거죠?"라고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자.. 좋은 질문이다. 아마도, 하지만 내게는 아직 대답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그 무언가를 찾기 위해 지금 하루키를 읽으려고 하는 것이니까. 누군가를 알아가는 방식이란 본래 그런 것이 아니겠는가. (하루키의 글을 빌려서..)

 

하루키를 읽고 생각했다. 그러나 여전한 물음표가 있다. 한 사람을 이해하는데 고작 한 권의 책으로 될까만은, 이 책을 읽으며 그나마 알게된 사실이 하나있다. 그는 사실적인 부분을 풍성하게 만들어 글로 옮기는 재주는 뛰어나지만, 그의 글 속에는 감성이 없다고나 할까.

 

그냥 내 의견이 그렇다는 것이다. 그러니 혹여 하루키 팬들께서 이 글을 보시고 노여워하지 마시기를! 뭐 어쨌거나 내가 느낀 부분을 생각해보자면 이렇다.

 

보통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은 이렇다. <소소책방 책방일지>의 조경국저자, <내 사랑의 시간들>의 이보영씨, <페루, 내 영혼에 바람이 분다>의 손미나씨, <처음보는유목민여인>배수아씨,<혼자 책 읽는 시간>의 니나상코비치,<나의문화유산답사기>유홍준 교수님등이다.

 

책을 읽어봤던 사람들이라면 알겠지만 이 책들엔 풍성한 감성들이 넘쳐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난했던 일들을 끄집어내놓기도 하고, 때론 한숨을 눈물을 웃음을 행복을 전해주는 그런 이야기들에 고개를 끄덕이게되던. 원래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라고 은근히 다독이던 이야기들에 재미를 느끼곤 했다.

 

그렇지만 하루키의 글에는 사실을 사실적으로 풍성하게 만드는 글솜씨는 뛰어나지만,  어떤 감정을 이끌어주는 이야기들을 찾지 못해서 조금 건조하다는 생각을 잔뜩 했다.

 

하루키의 책이 에세이도 있고 소설도 있는데 너무 성급한 판단일지도 모른다. 고양이라디오님의  조언처럼 에세이가 맞지 않은 사람도 있고 소설이 맞지 않은 사람도 있고 아니면 둘 다 영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또 이 한 권으로 부족할 수도 있다.

 

그래서 stella.k님의 조언대로 따르기로 했다.

 

" 암튼 꾸준히 관심을 갖고 도전하다 보면 읽게되는 것같아요. 다른 것도 다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렇다고 너무 조급해하진 말구요. 하루키 말고도 읽을 게 얼마나 많은데. 언젠가 그분이 오십니다."

 

언젠가는 오실 하루키사마를 위해 조금 자리를 비워두고 너무 깊이 생각하지도 너무 모른다 자책하지도 말자고 생각한다. 하루키신드롬이란거 나 하나쯤 모른다고해도 크은 사단이 나는것도 아니고. 단지 일본 문화를 배우고 싶던 마음에 조금 허전함을 남겨두는 것 뿐이라며. 앞으로 더 알아가자고 느꼈던 시간이었다.

 

ps. 갑자기 소환해버린 '고양이라디오님'과 'stella.k님'께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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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02-07 16: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미안하기는요?
언젠가 하루키사마가 오신다니깐요.
뭐 벌써 임했네요.ㅋㅋㅋ

제가 지난 번에 말씀 드렸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저는 1Q84 다시 읽고 있거든요,
조금 감탄하면서 읽고 있습니다.
말씀하신대로 감성적인 부분이 부족하지만
그 시대 이슈나 사회적 현상들을 잘도 엮더라구요.
이전에 제가 발견하지 못했던 것들입니다.
책을 워낙에 늦게 읽어 완독까지는 상당할 것 같습니다.
그 사이 다른 책도 읽어야 할 것 같고.
그래도 읽어보려구요. 하루키는 그 책을 5년에 걸쳐 썼다는데
저는 그에 비하면 새발의 피일텐데 독자로서 읽어주는 게 맞는 것 같더라구요.^^

해피북 2017-02-08 09:36   좋아요 1 | URL
으흐흐~~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멋진 말을 해주셨는데 혼자 알고 있기 아까워서 허락도 안받고 적었는데 이리 유쾌하게 받아주셔서 행복한 아침입니다 ㅋ

그런데 IQ84가 5년에 걸쳐 탄생한 책이었군요! 책의 역사를 아는 순간 부터 더 살갑게 느껴지는 맛이 있으니 읽는 구절마다 얼마나 즐거우실지 짐작이갑니다 ㅎ 완독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리더라도 하루키사마와 진솔하게 만났다면 그 시간이 마냥 부럽게 느껴지는데요. 그러고보니 마냥 하루키사마를 알려고하지 말고 책에 대해 조사도 해보고 이해하는 시간도 필요할거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ㅎ 저는 고양이라디오님이 무난히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을 몇 권 소개해주셔서 기회가 될때 시작해보려고 해요 ㅋ댓글 정말 감사드리고요 즐겁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북프리쿠키 2017-02-07 16: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상실의 시대때부터 그분이 오셨는데
이 책은 살짝 실망이었습니다.ㅎ최근엔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또 그분이 오셨어요~
흠 뭐랄까 집밥같이 질리지 않는 그만의 오리지낼러티ㅎㅎ
취향문제니 그 분이 안 오실수도^^;


해피북 2017-02-08 09:40   좋아요 2 | URL
ㅎㅎ 무수히도 많은 그분의 책 중에서도 오실때도 있고 안오실때도 있다니 왠지 위안이 되네요 ㅋㅂㅋ. 맞아요~ 이 책은 살짝 실망이었습니다. 또 시드니라는 책도 있는데 같은 마음이 드는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고요. 그러고보니 저희집엔 에세이류 밖에 없어서 소설책을 들여다볼 생각을 못했던거 같아요 ㅋ 저도 그 질리지 않는 집밥같은 맛을 찾아봐야겠습니다. ㅋ 댓글 감사합니다. 즐겁고 행복 가득한 하루 보내세요^~^

달팽이개미 2017-02-13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느 순간 폭닥 빠져 읽다가 또 어느 순간에 슬몃 발을 빼낸 작가이도 해요~ㅋ 슬몃 발을 빼낸 시간동안 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뭐부터 만나면 저도 다시 그 분을 영접할 수 있을지 ㅎㅎ 흥미로운 리뷰였슴돠! ^ ^

해피북 2017-03-04 16:4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순간 폭닥 빠져 읽다가 또 어느 순간에 슬몃 발을 빼낸 작가라는 표현이 크은~~ 위안이 되네요 ㅎ 달팽이 개미님을 포옥 빠뜨린 책은 어떤 책이고 또 슬며시 발을 빼게 만든 책은 어떤 책일지 궁금함이 생깁니다. 하루키씨의 명성 만큼이나 많은 분들에게 사연이 있는듯 한데 이런 이야기도 묶어서내면 참 재밌을거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ㅋㅋㅋ 뭐. <제인 오스틴 북클럽>이라는 소설처럼 <하루키의 북클럽>내지 <하루키와 징검다리>라는 뭐 그런 이야기들이요 ㅋㅋㅋ
 
미식견문록 (문고본) 요네하라 마리 특별 문고 시리즈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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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차려진 음식을 한 입 떠먹는 순간 맛의 평가가 끝나는 것처럼, 책도 한 페이지를 읽어보면 책의 평가가 끝나버리곤 한다. 재밌는 책일지 진부한 책일지 때론 무슨 내용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끝나버릴지 판단이 서곤한다. 그러나 그중 10% 정도는 오판단으로 자칫 소중한 책을 던져버릴뻔 했던적도 있음을 고한다.

 

명절에 이불에 폭 파묻혀 읽기 시작했을적에 천천히 아껴가며 읽자고 생각했다. 요네하라 마리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된 날이기도 했고 워낙에 평판이 자자해서 그 즐거움을 만끽하고 싶었기 때문인데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하여 정신을 차려보니 그만 중간쯤 당도해 있음에 화들짝 놀랐다.

 

첫 페이지부터 재밌었다. 제목이 미식 견문록이라고 해서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닌 기행문쯤으로 짐작했는데 그것보다는 음식에 기원을 찾아 이야기를 파헤쳐 나가는 솜씨가 참 매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음식의 뿌리를 찾아 수없이 많은 사전에 대한 언급을 할때면 김연수 저자의 <소설가의 일>에서 사전에 관한 이야기들이 떠오르기도 했고 음식에 곁들인 재미난 일화를 읽을땐 <내 밥상위에 자산어보>를 쓴 한창훈 저자가 떠오르기도 했다.

 

뛰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여 바깥의 어스름함에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번역자의 소감을 읽고 있었다. 마지막장 까지 즐겁게 읽고 책을 덮으며 이 책은 첫 시작부터 마지막 번역자의 소감까지 어느 것 하나 버릴것이 없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내가 이 책을 다 읽고 이야기하고 싶었던 부분을 쇼지 사다오라는 '베어먹기 시리즈'의 저자가 '뜻밖의 음식사'라는 타이틀로 해설을 다 해버리고 말았다. 어쩜 내가 하고 싶던 이야기를 조목조목 재밌게도 써 놓으셨는지! 그러니 어쩌랴. 이 글을 옮길 수밖에!

 

요네하라 씨는 '안심되는 사람'이다.

그리고 '듬직한 사람'이다

또한 '푸근한 사람'이다

내 멋대로 단정해버렸지만, 실은 나는 한 번도 요네하라 씨를 만난 적이 없다. 그러나 요네하라 씨가 쓴 글을 읽고 있으면 언제나 그런 생각이 든다.

요네하라 씨라면 언제 어디서 어떤 궁지에 몰리더라도 독자들은 안심할 수 있다. "요네하라 씨니까"하고 안심할 수 있다. 물로 외모나 체격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요네하라 씨의 글은 푸근한 '어머니 말투'를 느끼게 한다. 마치 '어머니가 자식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처럼.

아무튼 어머니가 들려주시니까. 하고 아이들은 안심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그처럼 독자들은 어느새 자식이 되어 어머니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사이, 이 책 한 권을 다 읽는다.

듬직한 어머니는 어떤 곤경에 처해도 끄떡없다. 첫 장 「닭이 먼전 달걀이 먼저냐」에서도 요네하라 씨는 곤경에 처한다. 사람들은 대개 크게 당황할 테지만, 이런 엄청난 위기에서도 요네하라 씨는 약간 당황할 뿐이다. 국제 문제와 관련된 통역 때, 발언자가 한 말의 의미를 몰라도 잠시 당황 했을 뿐 금방 정신을 가다듬고, 제목대로 이야기를 닭과 달걀로 옮겨가고 병아리가 불쌍했던 이야기로 옮겨간 뒤, 닭이 불쌍하다고 하다가도 이 또한 금방 툭툭 털고 일어나 우적우적 먹어대기 시작한다.

이즈음에서 아이들은 어머니의 꿋꿋함에 푹 빠진다. 어머니만 따라가면 안전하다며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이 책 한 권에는 온통 먹는 애기들만 37편이 나온다. 한 얘깃거리로 시작해서는 늘 의외로 전개되며 어느 때는 헛소문, 뜬소문, 뒷소문을 들려주지만, 결국에는 깊이 있는 지식을 보여준다.

어느 장이건 지식이 넘치지만, 그 지식은 숨막히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 한 가락이 되니, 독자는 ' 요거 한번 써먹어야겠네"라고 할 만한 이야깃거리 서너가니는 금방 수확하게 된다<p268~269>

 

쇼지 사다오 씨의 말처럼 이 책은 펼치는 순간 어느새 다 읽게 된다. 우화와 신화가 똬리를 틀고 역사와 일화가 뒤썩여 원래 있었던 하나의 이야기 덩어리 같은 느낌에 몰입하다 보면 러시아의 속담도 감자의 수난도 터키 꿀엿과 철갑상어 그리고 대단한 먹성에 관한 이야기들도 너무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책 후반에 실린 동생에 관한 이야기.  동생의 이름이 '우이치'라고 했는데 응아라는 발음과 비슷해 많은 놀림이 있었다던 일화와 먹성 좋은 동생에 관한 짤막한 이야기가 즐거웠다. 그 동생이 <언니 마리>라는 책을 최근에 출간한 것을 발견하고 빨리 읽어보고 싶어 서점에 뛰어가고 싶은 심정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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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2-01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마리 여사와 친해지면 몇 시간 내내 수다를 떨어도 지루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

해피북 2017-02-02 17:07   좋아요 1 | URL
ㅎㅎㅎ 수다를 몇 시간 떨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cyrus님께 들으니 왠지 큭큭거리게 됩니다. 아. 그러고보니 제가 늦게 알게된 작가님이신가봐요. 다들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해주시는걸 보면 말이죠 ㅎ 늦게라도 알게된걸 감사하게 생각해야겠죠^^ 말씀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2017-02-01 2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2-02 17: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17-02-02 01: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네하라 마리 책은 한번도 못 봤네요 이름은 들어봤지만...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기는 하네요 책 제목으로 보면 맛있는 음식 이야기일 것 같은데 그것보다 음식 역사군요 음식과 거기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 있을 것 같습니다


희선

해피북 2017-02-02 17:12   좋아요 0 | URL
오~ 저는 이름도 처음 들어봤는데요 ㅎㅎ 음식에 깊은 역사..도 맞지만 왠지 깊은 이야기보다는 재치있는 이야기라고 해야 좋을거 같아요 ㅎㅎ 제겐 꼭 맞는 좋은 책이었답니다. 기회가 되신다면 희선님도 요네하라 마리를 만나보시길 바래요^^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ㅎㅎ

2017-02-13 22: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출하려고 가방에 책을 넣기 위해 보다가 배시시 웃었다. 책장 위에 살포시 놓인 아담한 책 한 권이 반가웠기 때문이다.

그리 크지 않은 가방인데도 책을 가뿐히 넣고도 텅텅 빈듯해서 무척 좋았다. 드디어 읽고 싶은 책을 고민 없이 넣을 수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기뻤다. 나쓰미 소세키의 이 작은 책은 내 지루한 일정에 작은 활력을 넣어줄터다

이 책은 민음사에서 펴낸 쏜살문고 시리즈다. 1966년 창립 연대의‘활쏘는 사람들‘이라는 정신을 계승하고자 만든 총서라고 하는데 문고본이 사양길로 한번 접어 들었던 경험이 있는 만큼 좀 더 다양한 분야와 다양한 이야기로 오랜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어쨌거나 책을 가지고 병원으로갔다. 총 예상 진료시간은 3시간 가량이라고 했지만 환자도 많아 예상 시간을 넘겨버렸다. 그러나 나는 화가나지도 짜증나지도 않았다. 책을 읽을 시간이 충분하다며 만세를 불렀다. 링겔을 꼽은 왼손이 불편했지만 한 손에 들어오는 사이즈라 상관없이 책을 읽었다.
행복했다.

민음사에서 나온 문고본 중에 이 책을 첫 타자로 삼은건 바로 이 첫 문장 때문이였다.

˝ 유리문 안에서 바깥을 내다보면 서리막이를 해 놓은 파초, 빨간 열매를 맺은 낙상홍 가지, 멋대로 우뚝 서 있는 전봇대 같은 게 바로 눈에 띄는데, 그 밖에 딱히 손에 꼽을 만한 건 거의 시선에 들어오지 않는다. 서재에 있는 내 시야는 아주 단조로우면서도 아주 좁다˝
(유리문 안에서 p7)

요즘들어 넓게 생각하지 못하고 내 서있는 자리 만큼으로 생각하고 말을하고 행동하고 있다 느끼던 참이기에 서재에 누워 유리에 비친 모습만을 바라보는 소세키의 시선이 나와 같구나 생각이 들었던 참이다.

문고본을 한 손에 쥐고 읽다보니 속도가 붙어 읽으면 읽을수록 걱정스럽기 까지했다. 140페이지 가량의 짧은 수필이 간간히 그림과 어울어져 브레이크를 걸기가 애매했던 것이다. 결국 단숨에 읽어버렸다.

1915년대에 아사히 신문에 기고했던 수필이자 지병을 앓던 나스메소세키의 마지막 수필집이 되어버린 이야기엔 만년의 사색과 내면의 풍경이 담겼으나, 책을 덮으며 문득 그의 책들이 떠올랐다.

<도련님>,<마음>,<나는 고양이로쏘이다>의 에피소드들과 상당히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 느껴지는 마음을 지울 수 없었던거 같다. 그래서 문고본이라는 새로운 시도에도 불구하고 신선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 아쉬웠다.

첫술에 배부르랴. 벌써 실망하기엔 이르다.앞으로의 발전을 기대해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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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00: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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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00:3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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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23: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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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02:2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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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16: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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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09:4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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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16: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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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5 23: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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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1-15 13: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래전부터 문고본을 펴낸 출판사들이 독자들의 관심을 많이 받았으면 좋겠어요. 범우문고, 서문문고가 출판 역사는 깊은데, 사모으면서 읽는 독자가 많지 않습니다. ^^;;

해피북 2017-01-15 16:40   좋아요 1 | URL
아! 그리고 보니 저희집에 범우문고 책 몇 권과 살림에서 나온 책도 있는데 ㅎ 서문문고도 있군요~~ 저부터 눈 밝은 독자가 되어야겠어요 정보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 시간 보내세요^~^

2017-01-19 09:4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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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10: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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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10:2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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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9 10:5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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