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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읽는 철학이야기 - 2020 세종도서 교양부문
강성률 지음 / 글로벌콘텐츠 / 2020년 1월
평점 :
그동안에 읽었던 철학 관련 책과 달리 표지부터 흥미를 끌었다. 흔히 철학은 어렵다는 고정관념과 함께 우리에게 비춰졌던 철학자들의 이미지, 사상과 명제를 설명하는 식의 딱딱한 철학 관련 책도 철학과 친해지는 기회를 방해한 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이야기의 내용을 상기시켜주는 그림이 삽입되어 있고 중요한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주석을 해당 페이지에 실어 놓아서 참고하기에도 편했다. 보통 주석이 맨 끝에 놓이는 것을 생각할 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다보면 독서의 흐름이 끊기기도 하는 등 맥을 놓치기도 하는데 이런 점을 보완해 주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저자는 현재 1988년부터 광주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며 교내외에서도 다양한 역할과 학회활동을 펼쳐오면서 칸트철학 권위자로 평가받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2500년간의 고독과 자유』,『청소년을 위한 동양철학사』,『칸트, 근세 철학을 완성하다』, 장편소설『땅콩집 이야기7080』등 다수 있다. 이『거꾸로 읽는 철학 이야기』는 어렵고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철학과 근엄한 모습으로 다가오는 철학자들의 이미지를 ‘거꾸로’뒤집어 보고 철학자들의 인간적인 면모를 통해서 다른 사고로 바라보는 지평을 열기 위해서 썼다고 한다. 저자의 말대로 성인을 대상으로 집필되었지만, 삽입된 그림으로 흥미와 호기심을 갖게 하고 핵심 단어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있어서 청소년 이상이라면 무난히 소화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동서양의 철학자에 대한 이야기가 함께 들어있는데, 우리의 신라, 조선시대를 살았던 유명한 선비들도 만날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야기의 구성은 1. 명언에 대한 뒷담화(?) 2. 황당한 궤변 시리즈 3. 출생의 비밀 4.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 5. 모범생과 문제아 6. 금수저와 흙수저 여섯 개의 장으로 되어있다. 철학자를 떠올릴 때 가장 먼저 상기시켜주는 것이 명언이 아닐까 싶다. 또한 황당하지만 들어보면 거기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그럴듯한 궤변, 출생하고 성장하기까지의 배경은 철학자이기 전에 한 인간이 성장하여 사회생활을 할 때 가장 기본이 되는 것으로 그 사람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첩경이 아닌가 싶다. 그것이 저명한 철학자의 이야기라면 더욱 귀가 솔깃해질 수밖에 없다. 많이 알려진 노자나 공자, 맹자 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서양 철학자들에 대해서는 잘 몰랐는데 그들의 내밀한 성장 배경을 알게 되어서 흥미로웠다. 이 덕분에 고정관념으로 자리한 그들의 철학 사상에 대해 재고해 볼 수 있는 기회도 가질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1장 명언에 대한 뒷담화(?)
수없이 인용되는 “너 자신을 알라”, “악법도 법이다”는 소크라테스의 명언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런데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은 델포이 신전 현관 기둥에 쓰여 있는 말이라고 한다. ‘gnoth seauton’, 원래는 ‘너를 알다’라고 하는 평어체인데 나중에 “너를 알라”라는 명령체로 바뀌었다고 한다. 소크라테스가 40세 무렵에 그의 친구이며 제자였던 카이레폰이 델포이 신전에 가서 아폴로 신에게 아테네에서 가장 현명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는데, 소포클레스와 에우리피데스도 현명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모든 사람 중에서 가장 현명하다는 신탁을 듣는다. 정작 소크라테스는 그 새겨진 글을 외고 다니며 자신이 ‘무지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 그 자체가 철학의 시작이라는 것, 그로 인해 우리가 알고 있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존재하게 했다는 것이다.
또 ‘악법도 법이다’는 말이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다르게 해석해야 함을 알게 되었다. 당시 소크라테스의 철학이 정치적인 면과 상당 부분 맞물려 있던 것을 생각할 때 아테네를 중심으로 델로스 동맹과 스파르타를 중심으로 한 펠로폰네소스 동맹이 맺어져 이들 도시국가들이 30년 동안 전쟁을 치르게 되는데 스파르타가 승리하게 된다. 아테네에는 스파르타식의 귀족정치와 과두정치가 세워졌는데 소크라테스는 바로 이 귀족주의적 정파에 ‘이념적 무기’를 제공하고 있었던 바, 또 한 차례의 정부 전복에 의해 민주주의자들이 권좌에 올라서게 됨으로써 누명을 쓰고 고소를 당하기에 이른 것이다. 죽마고우였던 크리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탈출을 권했지만 자신은 아테네 시민으로서 특권과 자유를 누려왔는데 그 법이 자신에게 불리해졌다고 해서 그 법을 지키지 않는 것은 비겁하지 않은가, 하며 단호히 거절했다는 데서 ‘악법도 법이다’는 말이 나오게 된 배경이라고 한다. 고정관념처럼 굳어진 철학자의 명언이 재해석되는 느낌이다. 이밖에도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던 스피노자, 정신적인 사랑을 고귀하게 표현하는 ‘플라토닉 러브’는 플라톤과는 아무 관계가 없다는 재미있는 뒷담화도 들려준다.
2. 황당한 궤변 시리즈
많이 들어본 유명한 궤변 중의 하나가 황희 정승의 두 계집종의 다툼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누구를 콕 찍어서 잘못을 이야기 한 것이 아니라,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며 양쪽이 다 옳다고 했던 이야기를 그저 재미있게만 느꼈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유연하고 관대한 판결이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억울한 쪽은 있기 마련이다. 결국 황희 정승의 ‘양시론(兩是論)’적 발언은 어느 한쪽에 자신이 부정적으로 남지 않으려는 처세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궤변이 한 사람의 금전상의 이익을 해칠 수 있다면 사정은 달라지지 않을까. ‘궤변(詭辯)’이란 말 자체가 자신이 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이리저리 따져서 말하는 모습을 담은 글자라고 한다. 프로타고라스의 말을 빌리자면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며 인간의 감각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감각에 의존하는 모든 지식이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진리는 객관적 사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변하는 우리들 주관에 있다는 결론에 이르고 더 나아가 소피스트 고르기아스에 이르면 유용한 변론이란 객관적 진리를 논의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누구나 그렇게 믿도록 설명하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역시 상대주의적 입장을 취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한 언어유희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허무맹랑한 말솜씨로 장난을 치는 느낌 또한 떨칠 수 없지만 궤변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재미있다.
3.출생의 비밀
이 장에서는 키르케고르의 이야기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덴마크의 코펜하겐에서 부유한 집에 태어났지만 그의 어머니 안네는 그 집의 하녀였고 전처가 자식 없이 세상을 떠나자 그의 아버지는 안네를 강간하여 임신케 하였고 당시 교리에 금지되어 있는 재혼을 감행했다는 사실. 원래 양심적이고 종교적이었던 그 아버지는 이 사실을 두고 평생 괴로워했다고 하는데. 그런 인물이라면 좀 더 나은 방법을 썼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다. 이 사실을 키르케고르는 스물두 살에 알게 되는데 그에게는 ‘대지진’이라고 부를 만한 사건이었다. 어려서부터 신체도 허약했고 열일곱 살에는 아버지의 소원대로 신학과에 입학하지만 문학과 철학 쪽으로 관심이 기울어지고 방탕한 생활이 이어진다. 상당한 유산을 상속받았지만 그런 쪽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고, 또 23세에는 자살미수 소동까지 벌어진다. 그의 정신적 충격이 얼마나 컸는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부분이다. 부침 있는 그의 삶은 1855년 10월 20일 『순간』제 10호를 준비하다가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마흔 두 살의 짧은 생을 마치게 된다. 또 병실에 누워있을 때 불화로 끊고 살았던 목사 형이 찾아왔는데 끝내 만나는 것을 거부했다고 한다. 종합해 보면 자녀를 둔 부모의 삶은 어떠해야 하는지, 자녀에게 있어 부모의 위치란 얼마나 중요한지, 인간이란 강한 것 같으면서도 나약한 존재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이런 면을 보면 강하고 근엄할 것 같은 철학자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지고 인간이란 누구나 똑같은 존재라는 측은지심이 느껴진다.
4. 좋은 부모와 나쁜 부모
여기서는 아버지의 선한 영향력과 나쁜 영향력, 어머니의 선한 영향력과 부재에 따른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증자와 파스칼, 밀, 키르케고르, 사르트르 마하비라, 맹자, 구라마습, 이이, 아우구스티누스 등 많은 철학자가 여기에 속한다. 성장하는 배경을 다루는 데서는 몇 명의 철학자는 겹치는 부분도 있다.
실존주의 철학자 장 폴 사르트의 아버지는 해군 장교였고 어머니는 슈바이처의 사촌으로 자존심이 무척 강한 여인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사르트르가 두 살 때 인도차이나 전쟁에서 얻은 후유증으로 죽어서 아버지의 존재를 처음부터 없는 것이나 다름없는데, 아버지 없는 어린 시절이 오히려 축복이었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좋은 아버지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만일 나의 아버지가 오래 살았다면, 그는 나의 머리 위해 군림하며 나를 억압하고 있었으리라… 나는 내 위의 어떤 존재도 인정하지 않는다.”(P115)
어째서 그랬을까. 아마도 대단한 독서가였던 외할아버지의 사랑과 문학적 호기심을 충족할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또 하나는 어머니가 재혼하게 되어 의붓아버지 밑에서 살아야 했는데 그의 생애 중 ‘가장 불행한 3~4년’이었다고 한다. 특별히 구박이나 미움을 받지는 않았지만 눈치를 보게 되는 분위기와 환경이 자유를 향한 욕구가 더 커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아버지라는 존재를 모르다가 의붓아버지가 나타나자 낯설게 느껴지고 불편했을 수도 있다. 어쩌면 아버지 없는 ‘자유’를 누구보다 더 누렸을 법하지만, 유난히 자유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다는 걸 보면 감수성 있고 예민했던 그의 정신을 오래도록 지배했던 힘든 부분이 아니었을까 짐작케 했다. 세상에는 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개성과 특성이 존재하는 걸 보면 이해 못할 부분도 아닌 것 같다.
‘맹모삼천지교(孟母三遷之敎)’는 어머니의 선한 영향력을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한 이야기다. 선한 영향력은커녕 어머니의 부재로 인해 66년 동안의 삶이 방황의 연속이었던 루소의 삶도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다. 교육론을 이야기한 그의 작품 『에밀』을 한동안 옆구리에 끼고 다니며 읽은 적이 있었다.『에밀』은 ‘에밀’이란 이름의 고아가 태어나서부터 결혼에 이르기까지 25년 동안 현명한 교사의 이상적인 지도를 받는 과정을 그렸다고 한다. 루소의 성장 배경을 전혀 모르고 읽었다. 보통 고전이라면 작가의 유명세와 긍정적인 끌림으로 읽는 경우가 많지 않을까. 그래서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전적으로 믿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이 ‘거꾸로’읽는 방법을 착안해 낸 저자의 책이 더욱 유용하게 다가왔다.
그는 다섯 명의 아이들을 모두 고아원에 보내버린다.(나중에 다른 책에서도 접하게 되었다.) 16세 때는 집사로 일하면서 그 집의 남작부인과 연인사이로 발전하거나 매춘부와 난잡스런 관계를 맺는 등 기이한 행동을 하며 혼란스런 삶을 살았다. 가난한 시계공 이었던 아버지에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것과 태어난 지 열흘 만에 출산 후유증으로 죽은 어머니에 대해 많은 자책감을 느꼈다고 하는데 그러한 마음이 역설적으로 반영되어 『에밀』이란 작품을 쓴 것은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좋은 교육을 받고 어머니의 사랑을 충분히 받으며 자랐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한 정신적 반항으로 아이들을 고아원에 버리는 기행을 벌이고 정상적인 사랑을 통해 가정생활을 영위하지 못했다. ‘타산지석(他山之石)’을 논하면서 남의 잘못을 보면 그러지 말아야지 뉘우치며, 배워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은 잘못을 되풀이하는 나약한 인간의 삶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5.모범생과 문제아
모범생으로 간주할 수 있는 철학자로는 공자, 주자, 헤겔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데 아무래도 문제아였던 철학자들에게 관심이 쏠린다. 문제아였음에도 그것을 어떻게 극복하게 되었는가가 더 궁금하기 때문이다. 에피쿠로스, 안셀무스, 마르크스, 니체, 야스퍼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이 중 야스퍼스의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하이데거와 더불어 20세기를 대표하는 실존주의 철학자로 불리는 야스퍼스는 독일의 작은 도시 올덴부르크에서 부유하고 자애로운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는데 문제는 어린 시절부터 몸이 너무 약하여 부모의 병간호를 받아야 했다는 점이다. 심한 천식에 시달리고 피부병을 앓기도 했으며 모범이 될 만한 영재는 결코 아니었다고 한다. 또 김나지움 시절에는, 신분이나 계급 등의 외적인 것으로 우열을 가리는 것을 용인할 수 없으며, 음주 등으로 소란을 피우는 것 역시 저속하며, 거창한 의식이 싫다는 이유로 어느 조직에도 가담하지 않고 고립을 자처했기에 비웃음을 사기도 한다. 어떤 조직에 속하거나 사람들과의 관계 자체에 어려움을 갖고 있었던 듯하다. 아마도 자신의 병약함이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가장 커다란 불편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그런 그에게 김나지움 졸업은 해방감을 느끼게 했는데, 건강상의 문제는 항상 따라다녀서 열여덟 살에는 기관지 확장증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그는 동기생인 에른스트 마이어의 누이를 만나 삶의 의욕을 느끼면서 바뀌어간다. 결혼을 하고 건강을 위해 규칙적인 생활을 평생 동안 실천하면서 여든 여섯 살의 장수를 누렸다고 한다. 당시의 의학 수준과 다른 철학자들의 짧은 삶을 비교해 볼 때 대단한 일이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노력했기에 이룰 수 있었던 성취로 보인다.
6.금수저와 흙수저
왕족 출신의 철학자로 의천, 석가모니, 구마라습, 아우렐리우스를 명문귀족 출신으로 플라톤, 베이컨, 러셀, 완적을 부유한 가정 출신으로 아리스토텔레스, 포이어바흐, 비트겐스타인 등, 선비나 하급관리 집안 출신, 가난한 집안 출신부터 더 지독한 가난 속에서 성장했던 사상, 철학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여기서는 다산 정약용의 이야기가 눈에 띄었다.
조선 정조의 문신이자 실학자, 저술가, 시인, 철학자, 과학자, 공학자인 다산 정약용은 많은 사람들이 흠모해 마지않는 위인 중의 하나이다. 유배지에서 가족의 안녕을 걱정했으며 나라의 위안을 걱정하며 수많은 저술을 남겼다. 누님의 남편인 이승훈과 학문적으로 명성이 높은 이가환을 만났는데 이승훈은 조선에서 최초로 천주교회에서 세례를 받은 인물이고, 이가환은 이승훈의 외삼촌이자 성호 이익의 종손이었다. 정약용은 이들을 통해 성호의 학문을 접하고 실학사상의 토대를 다졌다고 한다.
열성적인 가톨릭 신자였지만 신해박해 당시 조상의 제사를 허락하지 않는 교황의 교서가 내려지자, 대부분의 양반 신자들과 함께 배교했다고 한다. 또한 교우를 고발하고 도망간 신자를 붙잡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며 수사에 협조했다고 한다. 매부 이승훈은 “천 사람을 죽여도 정약용을 죽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고 자신이 정약용에게 세례를 주었다고 자백할 정도였다는 이야기도 알게 되었다. 나중에 이 일에 대해 참회했다는 내용도 있는 걸 보면 없는 일은 아닌가 보다. 그동안 알고 있던 실학자 정약용에 대한 이야기 맞아? 하고 반문하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고고한 철학자들도 한 가지 흠결도 없이 완벽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들도 똑같은 인간이고 보면 남보다는 내가 살아야 했을 것이고 보살펴야 할 가족을 생각했을 것이다.
위대한 철학자들 입장에서 본다면 그들의 감추고 싶었던 비밀 이야기를 알아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왠지 전보다 인간적인 면이 느껴져서 더 친숙해진 느낌도 들었다. 위대한 사상과 명제를 낸 철학자들도 알고 보면 우리와 똑같이 희로애락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것, 그 공감대만으로도 충분했다. 환경은 사람을 지배한다는 것도 어느 정도 맞는 말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좋은 환경을 떨쳐내고 세상 사람들과 함께 고통을 짊어진 현인들도 있었고 역경을 이겨내고 훌륭한 업적을 이룬 위인들도 있었다. 어쨌든 모두 주어진 상황에서 치열하게 살아서 자신들의 언어를 세상에 내놓은 것은 분명하다. ‘거꾸로’ 보는 방법으로 동서양의 여러 철학자의 이야기를 제공해 준 저자 덕분에 철학은 어렵다는 편견과 두려움을 떨쳐낼 수 있었다. 알고 보면 재미있고 우리의 삶의 질을 조금이라도 높여줄 수 있는 철학에 많은 독자들이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면 좋겠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