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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쓰기 - 서울대 나민애 교수의 몹시 친절한 서평 가이드
나민애 지음 / 서울문화사 / 2020년 3월
평점 :
책을 읽고 서평이라는 것을 쓰기 시작한 지 3년이 훨씬 지났지만 글쓰기는 갈수록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던 중 서울대학교 기초교양강의를 진행하고 있는 나민애 교수의 <서평 특강>으로 엮어진 이 책을 만나게 되어 무척 반가웠다. 서평이 무언지도 잘 모르는 어설픈 상태에서 블로그를 시작했는데 이 책을 읽고 보니,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시작할 수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실력이 늘지 않았을까 싶다. 저자는 2007년 문학평론가로 등단하여 현재까지 250편 가량의 평론을 발표했다고 한다. 그로부터 매년 최소 200명 이상의 학생들을 만났고 200편에서 400편에 달하는 학생들의 서평, 영화평, 감상평을 읽고 첨삭했다하니 많은 시간 동안 읽고 쓴 내공이 담겼을 거라는 기대감에 고무되었다. 저서로 《내게로 온 시 너에게 보낸다》, 《‘제망아가’의 사도들》등이 있으며, 2015년부터 현재까지 동아일보에 주간 시평 코너 <나민애의 시가 깃든 삶>을 담당하고 있다.
‘쓰기’란 삼형제 중의 막내와 같다. 쓰기는 결코 ‘혼자’서, 혹은 ‘먼저’ 태어나지 않는다. 모든 쓰기는 콘텐츠라는 이름의 큰형, 콘텐츠 이해라는 둘째 형 다음에 태어난다. 그러므로 쓰기를 위해서는 읽고, 이해하기를 동반해야 한다. 이 삼형제를 한꺼번에 다루기 가장 좋은 영역이 바로 ‘서평’이다. ‘읽고 이해하고 쓴다’는 3단계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쓰기의 절대룰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리하자면, 서평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다. 그것은 공부와 글쓰기의 접점이다.’(P6-머리말 中)
우연한 계기로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내게 예스블로그는 글쓰기의 기쁨과 힘듦을 동시에 가르쳐주었다. 문학이냐 실용서적이냐 등 분야에 따라 글쓰기의 느낌이 다르고 수고를 들이는 시간도 달랐다. 어떤 날은 잘 써지고 어떤 작품은 작성해 둔 초안으로 며칠 동안 수정을 거듭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완성된 리뷰를 게시하고 나면 얼마나 후련했던지. 결코 누가 시켜서는 못하는 일이다. 그래서 서평은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고 공부와 글쓰기의 접점이라는 말에 무한 공감하게 된다.
이 책은 1부 서평 체급 정하기, 2부 서평러의 기초 체력 키우기, 부록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 으로 구성되어 있다. 100자 이내의 짧은 글부터 5,000자 이상의 긴 글까지 모두 서평으로 보는데 자신의 상태를 점검해 보고 난이도에 따라 단계별로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울트라 상급자부터 상급자, 중급자, 초급자, 그 외 특수한 상황까지 단계별 설명이 나와있다.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점 비교.
위의 사진을 보면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점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우리가 초등학교 때부터 계속 써왔던 독후감은 ‘마음의 소리’와 ‘내 영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것이라면 서평은 ‘이해와 판단의 목소리’ 즉, ‘분석과 판단’이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술, 음악, 영화 등 장르는 다르지만 기본 골자는 비슷하다. ‘분석 ? 판단 ? 평가’ 이 3가지 요소가 들어가는 것이 서평의 정의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서평의 정의를 볼 때 서평을 쓰기 위한 책읽기의 방법은 일반적인 독서와 달라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상에 치우치다 보면 독후감이 되고 만다. 반면, 중간의 비판의 단계에서 너무 멀어지게 되면 너무 딱딱한 학술논문이 될 우려가 있다. 그래서 서평은 감상과 비판이 적절히 조화된 2단계 독서에 집중할 것을 권하고 있다.
책을 좋아해서 글쓰기 능력을 키워보고자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서평을 씀으로 해서 어떤 이득을 얻을 수 있을까. 그 많은 세상의 책을 다 읽을 수는 없다. 궁금한 책의 정보를 우리는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책의 줄거리와 주제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아는 것으로는 중요한 의미가 되거나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읽어보아야 한다고 했다. 직접 읽기를 통해서 책 속에 들어있는 사람들의 의견, 생각, 숨소리, 웃음소리, 고통, 신음, 비판, 미움, 용서, 사랑, 분노 등 온갖 소리의 외침과 숙고해야 할 문제들을 통해서 생각하는 방식과 생각해야 할 방식을 배우고 고민하는 것, 바로 이것이 서평을 쓰면서 얻을 수 있는 ‘두뇌의 소득’이라고 했다. 이것만으로도 우리가 서평을 쓰는 수고와 노력의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2부에서는 100자 리뷰인 단형 서평부터 장형 서평까지 서평쓰기의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준다. 중형 서평은 우리가 흔히 소통을 위해서 쓰는 블로그 서평에 해당하고 장형 서평은 아카데믹한 학술 서평의 세계까지 다루고 있다.
먼저 블로그 서평의 기본 조건 세 가지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너무 길면 안 읽힌다.
너무 어려워도 안 읽힌다.
핵심적 한 방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조건 이 룰을 따르기보다는 책의 분야와 서평의 특성을 고려하여 차별화하는 전략도 필요하리라 생각된다. 실용적인 책이라면 상세한 정보를 알려주려는 생각에 길어질 수도 있고 또 리뷰대회에 제출할 서평이라면 좀 분석적이고 비판적인 평가 부분을 포함시키다 보면 장형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블로그 서평 쓰기의 단계별 작전에서는 4단계로 보여준다.
1단계 - 제목 달기
2단계 - 게시물 상단에 전체 서지 다 밝히기
3단계 - 줄거리 소개/ 내용 요약은 앞부분에 배치한다
4단계 - 영리한 인용과 핵심 포착. 여기서 진검 승부다
제목 달기의 중요성을 처음 알았다. 그동안 서평 제목을 짓는 일이 좀 귀찮기도 하고 혹은 잘 떠오르지 않아서 대개는 책 제목으로 사용했다. ‘책 제목’, ‘저자’, ‘키워드’는 서평 제목의 3대 요소인데 이외에도 번역자, 출판사, 출간 연도 등이 다 서지사항이며 이것을 밝히고 확정하는 것이 모든 서평의 가장 기본 스텝이라고 한다. 다만, 제목에 모두 쓰게 되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2~3개만 쓰는 것이다. 덧붙이면, 꼭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은 없지만 검색이 가능하기 위해서 최소한 책 제목, 저자, 키워드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으로는 이렇게 배운 바를 반영하여 제목 짓는데도 정성을 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3단계의 줄거리 소개/ 내용 요약 부분은 소설책, 이론서와 학술서, 시집, 에세이, 실용서의 경우에 적합한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4단계는 우리가 진짜 서평러인지 가늠하는 단계로 가장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좋은 서평을 위한 책읽기는 방법이 달라야 한다고 했다. 그 방법은 바로 ‘왜’와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독서를 해야 하는데 위의 사진은 이 질문을 쉽게 해주는 전략으로 제시하고 있어서 소개해 본다. 책의 분야에 적합한 질문을 뽑아 놓았는데 이 중 1~2개 정도를 선택해서 집중적으로 다룬다면 서평의 방향과 주제를 결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장형 서평은 아카데믹한 학술 서평이나 서평 대회에 제출하려는 경우 등 전문가 냄새를 좀 풍기고 싶다고 할 때에 적당한 서평이다. 먼저 전체 구성을 나누는 방법이 나온다. 글이 긴 만큼 앞 - 중간 - 끝의 삼단 구성으로 나누며 각 부분에 들어가야 할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서두에는 정확한 텍스트 정보와 저자의 간략한 소개 등이 들어간다든가 중반부에는 강약 있는 요약으로 줄거리를 넣고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하는 노하우를 알려준다. 서평 쓰기에서 바로 이 부분이 제일 어렵지 않나 싶다. 책읽기를 다 마치고도 어떤 것을 분석해야 할지 헤매기 일쑤다. 의욕이 앞선 나머지 줄거리를 요약할 때도 이것도 저것도 넣다보면 장황해지는데, 과감하게 잘라내야 하듯이 분석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즉, 책을 통째로 분석할 수는 없으니 전략적으로 찾아서 세부 사항을 대상으로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메모지에 적으면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야 한단다. 마지막으로 평가 부분에서는 괜히 위축되거나 전문가인 척 할 필요도 없고 서평의 대상인 책에 ‘새 이름’을 붙이고 ‘복권(復權)’을 해주고 ‘재발견’한다는 목표로 성실하고 다각도에서 읽고 조사하고 생각하는 자세로 하면 된다. 마지막으로 부록에 나오는 서평 쓰기 실전 활용 꿀팁에서는 책의 분야에 따라 다루어야 할 차별화 리스트를 비롯하여 좋은 서평의 예시 등 유용한 팁이 들어있다.
‘내 생각 쓰기가 바로 서평의 핵심’(P127)이며 서평의 과정은 ‘질문’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그 질문은 ‘왜’와 ‘어떻게’이다. 지난 달 책을 읽고 서평 쓰면서 참 힘들었던 작품이 떠올랐다. 역사적 배경이 들어간 문학작품이었는데 왜 그렇게 힘들게 마무리 했을까 생각해 보았다. 물론 그 역사적 배경지식의 부족한 부분도 있었지만, ‘왜’라는 질문과 ‘어떻게’라는 질문의 과정이 생략된 채 우선 빨리 끝내야겠다는 마음이 급해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다양한 도표와 유용한 TIP, 풍부한 예시를 보여주며 강의를 듣는 듯 실감나고 재미있게 읽었다. 곁에 모셔두고 두고두고 활용할 수 있는 책을 만나서 든든한 마음이다.
책 안에 적혀 있는 내용만 가지고
서평을 완성한다는 생각을 버려라.
서평을 정말 잘 쓰려면, 책에 쓰여 있지 않은
‘책의 내면’을 읽어야 한다.
(P167)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