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빗 (스페셜 에디션) - 내 안의 충동을 이겨내는 습관 설계의 법칙
웬디 우드 지음, 김윤재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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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예술하는 습관을 읽으면서 작가와 화가 등 다양한 일에서 위대한 업적을 낸 131인의 예술인들의 루틴 이야기를 접했다. 깨알 같은 하루도 모이면 상당한 시간이 되고 그 하루하루가 모여서 위대한 업적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역시 위대한 업적은 거저 성취되는 것이 아닌 좋은 습관을 갖고 지속적으로 노력했을 때 이루어진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새해가 되면 나름대로 목표와 계획을 세우면서 어떻게 하면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고민하며 기대와 희망을 갖게 된다. 그런 가운데 만난 해빗은 그동안 내가 읽었던 습관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책 중 단연 최고였다. 흔히 다이어트, 운동, 금연 등을 결심하지만 성공하지 못하고 중단하게 되면 의지가 부족해서라는 결론으로 치부되고 당연시되었다. 그런데 저자 웬디 우드는 습관이 의지력, 즉 의식적 자아는 일상적 행동패턴과 관련이 없으며 광대하고 반쯤 숨겨진 비의식적 자아가 작동하는 데 이것이 바로 습관이라고 했다. 경험표집법이라는 연구법을 습관 연구에 도입하여 실험한 결과 우리 삶에서 습관에 지배되는 행동의 비율은 개인차가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그 습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적으로 43퍼센트를 약간 넘는다는 것을 도출해냈다. 무려 43%나 되는 비중이라니 간과할 수 없는 수치다. 습관 관리만 잘해도 보다 성과를 높일 수 있다는 말이니 귀가 솔깃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습관이 쌓여서 한 사람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목표를 세우고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 의욕에 불타오른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그 의욕은 어디 갔는지 작심삼일을 되풀이하다 꼬리를 감추고 만다. 무언가를 해내고 성공한 사람에게 우리는 보통 의지력이 강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런데 웬디우드는 의지력에만 기댈 때는 좋은 습관을 지속 시킬 수 없다고 했다. 습관에 기댈 때는 우리를 구성하는 더 깊은 부분에 있는 '비의식적 자아(Nonconscious)'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비의식적 자아를 쉽게 설명하면 아침에 일어나 물을 마시고 이를 닦는 등의 행위로 자연스럽게 몸에 밴 행동을 말한다.

 

 ‘습관은 시끄럽고 소모적이며 심지어 전투적인 논쟁에 뛰어드는 대신 즉시적이고 자동적으로 작동한다. 우리의 인생은 이미 습관에 많은 것을 의존하고 있다. 습관은 가장 단순하고 성실한 삶의 일부이며, 우리는 이것을 좀 더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도구가 또 있을까? 토론은 생략하고 바로 일에 착수하라. 이것이 바로 습관의 방식이다.’(P42-43)  

 

  그동안 우리는 시작이 반이다, 는 말로 동기부여를 삼고 일단 시작하는 것을 대단하게 여겼다. 하지만 모든 일이 시작만으로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여러 장애를 만나기도 하면서 중단되기도 한다. 지속되어야만 성취로 이어지는 것이다. 지속을 만들어내는 것이 진정한 습관인 것이다. 하지만 중단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는 것이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공부하기, 다이어트, 각종 자격증 취득하기 등 수 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을 세우지만 성취하는 과정에서 끊임없는 유혹에 노출된다. 웬디 우드는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고 해서 너무 쉽게 무력감을 느끼지 말고 좌절하지 말아야 한다고 격려한다. 우리의 계획과 목표를 방해하면서 그 과제를 달성하는데 더 큰 비용을 지불하도록 몰아붙이는 보이지 않는 세상의 험악한 영향력을 정확히 간파해야 한다고 말한다.

 

  '강철 같은 의지력으로 무장한 수많은 사람들이 왜 어이없고 무기력하게 지속에 실패하는지 살펴봤다. 하지만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습관이 언제, 어떻게, 왜 작동하는지에 대한 단순하고 강력한 법칙을 알면 삶은 지금보다 더 나아질 수 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목표에 상응하는 더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다. 이때는 더 이상 의지력에 기댈 필요가 없다. 일상의 함정 속에서도 좋은 습관을 기르는 방법을 이해시키는 것, 내가 이 책에서 이루고자 하는 단 하나의 목표다.’(P51) 

 

<습관을 설계하는 다섯 가지 법칙>

 

1. 나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배열하라

2. 적절한 곳에 마찰력을 배치하라

3. 나만의 신호를 발견하라

4. 행동과 보상을 긴밀히 연결하라

5. 마법이 시작될 때까지 반복하라

 

  더 이상 자신의 의지와 갈등하며 싸우지 않아도 자동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니 너무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습관 설계의 법칙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우리의 바람을 인생의 일부로 만들 수 있다는 말에 기대감이 생겼다. 습관을 설계한다는 말을 처음 접했는데 신선한 충격이었다. 습관이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몸에 배어지는 것임을 생각할 때 설계한다는 것은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는 주인의식이 담겨있는 말이 아닌가. 저자는 습관이 일상에 뿌리내리는 과정을 보여주는데 좋은 습관 나쁜 습관을 막론하고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좋은 습관이 뿌리내리도록 힘쓰는 것이 중요하겠다.

 

  윌리엄 제임스는 2의 천성이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습관 연구 분야의 선구자라고 하는데 습관의 진정한 가치를 간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일상을 노력이 필요 없는 정신의 자동 활동 영역에 더 많이 넘겨줄수록, 마음은 본래 처리해야 할 일(Proper Work)'에 더 많은 힘을 쏟을 수 있다.’(P76)  

 

  별도의 노력 없이 자동적으로 많은 일들을 수행할 수 있다니. 아무런 마음의 갈등 없이 자동적으로 비의식적 자아에 저장된 습관대로 살아간다면 성취감은 물론 삶 자체가 기쁨과 행복으로 충만할 것이다. 습관의 힘을 이미 1세기 전에 통찰했다는 점이 정말 놀라웠다. 처리해야 할 일이 넘치는 복잡 다양한 이 시대에 이 격언이야말로 가장 유용하고 훌륭한 정보로 다가왔다.

 

  여러 실험으로 알게 된 것은 습관이란 동기와 의지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같은 일을 반복하면 뇌의 활동이 재조직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또 목표는 습관의 형성에 큰 연관이 없다는 점을 알게 된 것도 흥미로웠다. 우리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마주하며 살고 있다. 내일 무슨 옷을 입을지 어떤 메뉴의 식사를 할지 등 결정하기 위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도 한다. 오바마와 저커버그가 매일 같은 옷을 입었다는 일화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결정하는 일을 줄이려고 노력하기 위해서였다. 정말 위대한 사람은 위대한 일에만 몰두한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습관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수학자이자 철학자였던 앨프리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말로 인용한다.

 

좋은 표기법은 모든 불필요한 일로부터 뇌를 구원한다. 더 중요한 문제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는 그 덕분에 더 똑똑해진다.”(P89)

 

  이처럼 좋은 습관을 형성하고 늘 반복되는 일상에 습관화하면 우리는 인생의 다른 기회와 위기에 훨씬 능동적이고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이런 습관은 우리가 삶에서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수학적 표기법인 셈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성공한 사람은 자제력이 뛰어나다고 믿고 있다. 더불어 투지 또한 대단해서 의지와 싸워 이긴다고 생각했다.

 

<자제력이 뛰어난 사람들의 특징>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려고 굳이 입술을 꽉 깨물지 않는다.

그들은 언제나 같은 시간과 장소에서 특정한 행동을 반복한다.

그들은 생각하지 않고 행동하고, 한번 시작하면 고민하지 않는다.

그들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날마다 작은 성공을 쟁취한다.

그들은 투쟁하지 않는다.(P126)

 

  그런데 또 다른 자신과 갈등하지 않고 위와 같이 자동화된 시스템을 반복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날마다 작은 성공을 하고 그것이 모여서 큰 성공을 이루는 것임을 알았다. 이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진정한 습관이란 목표와 큰 관련이 없고 투쟁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은 웬디 우드가 심리학과 뇌과학을 넘나들며 30년 동안 인간 행동을 연구한 결과의 집약체이며 첫 책이기도 하다. 풍부한 실험의 사례를 들어 알려주는 습관에 관한 이야기가 정말 흥미로웠다. 새벽에 달리기와 요가를 하며 체력을 단련하고 하루 30분 글쓰기로 수많은 논문과 칼럼 글쓰기를 무리 없이 해낸다고 했듯이 딱히 어려운 용어 없이 술술 잘 읽히는 깔끔한 이야기 전개였다. 지금까지 목표와 계획을 이루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성취해 내지 못했어도 자신을 용서하고 다시 시작해보라는 격려의 말이 커다란 용기를 주었다. 또한 개인의 목표 달성을 위해 사회, 국가의 제도적인 뒷받침도 중요하다는 통찰도 빼놓지 않는다. 개인의 의지와 근면에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그것은 개인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이며 실패와 파산의 원인을 개인의 능력부족으로 돌리려는 정부와 국가기관의 아집을 꼬집는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닌 어느 국사 사회에도 해당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 아침형인간의 습관을 만드는데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힘든 나로서는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부작용을 낳기보다는 30분 정도 먼저 일어나는 것으로 도전해 보려한다. 성공한 날도 있을 것이고 실패한 날도 있을 것이다. 실패한 것에 자책하기 보다는 한 두 번이라도 실행에 옮긴 것을 칭찬(보상)하며 반복하면서 늘려가는 것이다. 이전에 읽은 책에서는 습관이 자리 잡는데 21일이면 된다고 했는데 여기서는 세계 최고의 모빌리티 기업의 지원을 받은 석학들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열 번이면 된다고 해서 정말 반가웠다. 그야말로 매직넘버가 아닌가! 도전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자동화된 반복이 정착하게 되면 책읽기나 공부에 좀 더 할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나는 TV시청을 중단한지 7년이 넘었는데도 시간을 여유 있게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늘 아쉬운 부분이었다.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낭비하고 있지 않은지 점검해보고 그것을 하나씩 제거해 나간다면 좋은 루틴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고, 보다 시간적인 여유를 갖게 될 것 같다. 이제 실행을 통해서 확인하는 일만 남았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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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교는 모든 면에서 경제 사회의 조화를 우선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습니다. 법치국가가 없었던 시대에 유대교는 율법과 율령으로 시장에서의 신용과 여신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신이라는 절대 이념을 신용의 원천으로 삼았기에 고대에도 고도로 발전된 결제시스템이 가능할 수 있었지요.

정신적인 종교가 물질적인 경제를 만들어냈다니, 쉽게 이해하기는 어려운 개념입니다. 그러나 종교라는 신성한 것을 정치와 경제등의 세속적인 것에서 분리한다는 생각은 근대 이후에 생긴 사고방식입니다. 전근대시대에 성聖과 속俗은 분리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근대 이후를 사는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었고 융화되었습니다.
- P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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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たちは彼女のために喜んで、その日のうちに先生に会わなければならないという彼女に私は餞別まで贈って送り出したのである。それから何日か経った日、銀行からお金を下ろす必要があって私は預金通帳をとり出した。残金を確かめようと開いてみてびっくり仰天した。現在高ゼロなのだ!
確か三十万くらいはあった預金。我が家の全財産。それがスッカラカンになっているのだ。


모르는 10대 소녀를 재워주고 며칠 후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간다기에 전별금까지 챙겨주었는데...
며칠 후 은행에 가서 현금을 인출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통장의 돈이 텅 빈 것이다. 전재산 30만엔이 있었는데.
작가는 자신의 조심성 없이 사람을 너무 믿은 것을 후회한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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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 평전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32
도가와 신스케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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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가가 쓴 작품에는 자신의 삶이 투영되기 마련이다. 소세키의 작품 중에서 한눈팔기가 가장 자전적인 소설이다. 이 평전에서는 풍부한 사진 자료가 들어있어서 읽는 재미를 더해 주었다. 작품을 읽어나갈 때는 상상하면서 읽는 것에 비하면 평전은 궁금했던 부분을 해소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인 것 같다. 본가를 떠나 양자로 살아야 했던 불안정한 성장 과정부터 만년의 소세키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다루고 있다.

 

 소세키의 본명은 긴노스케다. 본가에서는 불우했지만 교우관계에서는 좋은 친구를 많이 만났다. 활발한 성격이었지만 도쿄대 예비과정(나중에 제일고등중학교) 시절부터 병치레가 잦아서 학업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한다. 입학 후 2년 후에는 복막염으로 학년말 시험을 치르지 못해서 낙제를 하게 된다. 추가 시험을 봤다면 진학할 수도 있었는데 친구의 충고를 듣지 않고 스스로 낙제했다고 한다. 처음부터 다시 공부하여 수학도 매우 탁월하게성과를 낸다. 그의 강직한 성품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소세키는 자신의 진로를 건축가 그것도 미술적인건축가가 되기를 원했는데 낙제 후에 동급생이 된 요네야마 야스사부로 라는 엄청난 수재가 문학을 전공하도록 권유해서 그 의견에 따랐다고 한다. 그 친구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지금까지 전해지는 작품을 만날 수도 없었겠지.

 

 그런데 그 요네야마는 긴노스케의 표현에 의하면 타고난 성품이 활달했으며 독서와 참선에 대해 논하는 것 이외에는 달리 좋아하는 것이 업었던인물이었는데 안타깝게도 장티푸스로 요절한다.

 

 그 무렵 본가와 양가 사이에서 힘들었던 긴노스케는 자립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하숙을 하거나 사설학원 강사 생활을 하면서 학원 기숙사에서 지내기도 했는데 그런 상황에 마사오카 시키가 등장한다. 소세키(漱石)라는 아호는 시키에게 받은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때부터 소세키라는 이름을 쓰게 된다. 둘은 라쿠고(落語) 공연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서로 잘 맞다는 걸 인정하고 친구가 된다. 모두 자존심이 강해서 문장이나 모리 오가이의 단편소설, 메이지 호걸 이야기기개론에 관해 의견 차이를 보이며 대립하기도 했지만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은 없었다고 한다이렇게 대립과 혼란을 거듭한 교류를 하면서도 소세키와 시키는 도쿄제국대학 영문학과와 국문학과로 각각 진학한다. 학자금 대출을 받아서 공부했다 한다. 졸업 후에 영어교사가 된다. 월급은 3750전인데 학자금 대출금 750전을 갚고 10엔은 아버지에게 보내고 남은 돈 20엔으로 매달 생활해야 했다.

 

 18942월 초기 결핵 진단을 받는다. 스가 도라오의 권유로 가마쿠라의 에카쿠사 안에 기겐원(歸源院)에서 참선을 한다. 이때 참선한 내용은 에 그대로 묘사되어 있다. 그 후 마스야마 출신 마사오카 시키의 재회하게 된다, 하숙집에서는 시키가 객혈을 해서 함께 지내지 말라고 했지만 소세키는 시키의 집에서 지낸다. 하이쿠 가인들이 들락거리는 아지트가 된다. 시키는 다시 객혈을 시작하고 매일 늦은 밤까지 하이쿠 모임을 하다가 시키는 도쿄로 올라간다. 시키가 떠나고 나자 소세키는 에히메현에 다소 정이 떨어지고 고독해진다. 이 무렵 결혼 이야기가 나온다.

 

 그러다가 구마모토에 있는 제5고등학교로 전근을 간다. 결혼식은 결혼식 의례대로 세 개의 잔에 세 번씩 모두 아홉 잔의 술을 마시고 부부 서약을 할 때 삼삼구배를 하는데 마침 잔이 하나 모자랐다고 한다. 나중에 교코가 소세키에게 그 이야기를 꺼내자 어쩐지 부부 싸움이 끊이지 않는다며 웃었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열 살이나 아래인 교코에게 자신은 학자라서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당신한테 신경 쓸 겨를이 없다고 했다는 말도 있었다. 신혼여행은 하카타, 다자이후를 일주일 정도 돌고 오아마 온천을 돌아본다. 오아마 온천은 풀베개의 배경이 된 장소이다. 참 어렵게 읽었지만 소세키의 예술관이 잘 나타나 있는 작품이다.

 

 영어 연구를 위해 유학을 하라는 문부성의 명을 받고 유학길에 오른다. 소세키는 일본인이면서 영문학을 전공한 것에 무거운 마음을 갖고 있었다. 백 년도 더 전에 프로이센호를 타고 얼마나 오랜 시간을 가야 했을까. 영어 회화에도 능숙했지만 런던식 억양은 알아듣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리를 익히기 위해 시내 돌아다닌다. 파리에서는 문부성 서기관이 있어서 모든 곳을 안내해 주었지만 런던에서는 스무 번이나 길을 묻고 또 물어서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다는 내용이 교코에게 보낸 첫 편지에 들어있다고 했다. 동양의 이방인이 길을 헤매고 묻고 또 묻는 장면이 생각나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낯선 곳에 가면 누구나 부자연스럽다.

 

 유학생활을 할 때 소세키는 하숙을 자주 옮겼다. 두 번째 하숙집은 아버지와 딸의 관계가 온화함이 없었고 딸이 아버지를 대할 때도 표정이 험악해 보였다. 과거의 냄새에는 양자로 갔던 집에서도 본가에서도 소속되지 못하고 하나의 작은 장애물로 취급되었던 겐조의 불쾌했던 기억(한눈팔기)이 하숙집의 하녀 아그네스와 겹쳤기 때문인지 40일 만에 이사를 간다.

 

 다섯 번째 하숙집을 구할 때는 문학적 취미를 갖고 있는 영국인 가정에 국한됨이라는 내용을 신문광고에 냈다고 한다. 그렇게 들어가게 된 미스 릴의 집에는 할머니가 밀튼이나 셰익스피어를 읽고 프랑스어를 유창하게 했기 때문에 조금 위축되며 대단하게 여겨진다고 시키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그 시절 가족과 연락할 수 있었던 유일한 것은 편지였을 것이다. 문부성의 명으로 원치 않는 유학을 갔기 때문에 불만도 있었고 꽤 외로웠던 것 같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그렇게 뚝뚝해 보이는 사람이 교코에게 쓸쓸함을 호소하며 나처럼 인정에 얽매이지 않는 인간도 의지하고 싶은 마음에 당신이 그립게 느껴지오.”라고 난생 처음 러브콜을 보내기도 했을까.(19012월 편지) 그런 소세키의 마음에도 불구하고 교코는 자주 편지를 하지 않았다. 그 무렵 교코에게 보낸 편지에는 당신의 편지는 달랑 두 통 왔을 뿐이오.”라는 말로 시작된다고 한다.

 

 젊은 시절 자주 읽었던 작가 칼라일의 집을 찾아가는 이야기,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있는 나날에 나왔던 조금은 익숙한 지명 켄싱턴 등 여러 곳이 나왔다. 이 무렵 신경쇠약이 심각해지고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좋지 않은 소문이 전달되기도 한다. 영국 유학시절 흔적이 있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가 생각났다. 나쓰메 소세키 편은 언제 나올까, 학수고대하고 있다.

 

 영국에서 귀국한 소세키는 제일고등학교에 복귀하고 메이지 대학 강의도 하게 된다. 사일러스 마너(Silas Marner)강독과 영문학 개설강의가 진행되었는데 나중에 쇼와 여자대학 학장이 되는 가네코 겐지가 두 강의를 듣고 일기에 쓴 내용이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외국인으로 일본인으로 귀화한 고이즈미 씨와 소세키를 비교하면서 아무리 소세키가 천재라 해도 고이즈미에게 못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던 것이 나중에 멕베스를 다루기 시작하면서 대강당은 청강생으로 가득찼고 가네코도 이 강의를 유익하다고 생각하면서 불만이 수그러지게 된다.

 

 그러다가 제자 후지무라 미사오가 암두지감(巖頭之感)’이라는 유서를 남기고 게곤폭포에서 자살하게 된다. 처음엔 수업준비를 해오지 않은 그를 혼낸 것을 마음에 걸려 했지만 삶에 대한 번뇌 때문에 죽음을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다소 안도를 했겠지만 마음은 무거웠을 것 같다. 거기다 자신의 건강도 악화된다. 하녀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쫓아버리고 불같이 화를 내며 교코에게 집중 공격을 하며 친정으로 돌아가라는 말을 반복하는 바람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바람에 별거를 하게 된다. 소세키의 병에 대한 것을 소상히 알게 된 교코는 아무리 학대를 당하더라도 결코 헤어지지 않겠다는 각오로 집으로 돌아온다. 한동안 진정되었다가도 다시 고함을 지르고 물건을 내던지고 교코를 들볶았다니 대작가 소세키가 얼마나 심각한 정신 상태였는지 상상할 수도 없다. 이 무렵부터 수채화를 그리며 위로를 받기 시작한다. 그림엽서에 그림을 그려서 지인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그 무렵 1904210, 러일전쟁이 발발했는데 원래부터 소세키는 무력에 의한 전쟁 자체를 싫어했다고 한다. 이것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에서 구샤미 선생이 러일전쟁 출정 병사의 의연금을 내라는 편지를 받고 그냥 훑어보기만 했다는데 소세키 본인의 태도가 반영된 것이라고 한다. 한번 재미있게 읽은 작품이지만 이런 배경을 모르고 읽었기에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 재독을 하게 되면 더욱 깊이 있는 독서가 될 것 같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도련님, 풀베개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고 있을 무렵 도쿄아사히 신문사에 입사하게 된다. 집필 의욕도 왕성해졌고 문학 지망생 제자들과의 교류도 빈번해졌는데 그때 목요회를 시작한다. 나중에는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나 구메 마사오 등도 참여했고 그들에게 특히 다정했다 한다. 오셀로, 맥베스, 리어왕등의 강의는 첫해의 딱딱한 강의 스타일을 탈피했고 종횡무진 흥미로운 이야기를 펼치면서 학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단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나온 배경은 센다기에 살 때 검은 고양이가 집에 들어왔는데 몇 번이고 내보내도 다시 들어와서 그냥 살게 해달라는 교코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 집에 자주 오던 안마사 할머니가 복을 부르는 보기 드문 고양이니까 키우면 이 댁이 번창할 거라는 말도 솔깃 했을 것이다. 그 예언처럼 문운과 금전운이 상승했다고 한다. 등장인물들은 구샤미(재채기) 도후(고치) 메이테이(몹시 취했음을 가리키는 일본어) 간게스, 도쿠센 등이 나온다. 이들은 타인이 놀림을 받으면 열렬히 환호하고 자신이 그런 경우를 당하면 화를 내는데 고양이 입장에서 보면 인간이란 정말 어리석은 존재라는 것이다.

 

 소세키의 작품에는 죽음에 대한 발언이 자주 나온다. 삶과 죽음에 대한 관심은 소세키의 내면에 있었지만 작품에서는 구샤미의 발언이 최초였다. 그리고 다른 작품에서도 여러 죽음으로 묘사하고 있다. 고양이로소이다는 골계적이고 소탈하고 서민적인 맛이 난다는 등 표면적으로는 익살맞지만 그 이면에는 스스로를 잃어버린 일본인들의 모습을 날카롭게 그려낸 소세키 최초의 걸작이라는 평에 방점을 찍게 된다.

 

 첫 작품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로 작가의 입지를 굳히고는 교직을 모두 그만두고 아사히신문사에 소설기자로 취업을 한다. 평전을 쓴 저자는 직업작가가 된다는 것에 의무와 고통을 동반한다는 것을 아직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말이 나와서 웃겼다. 작품을 쓰는 작가가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창작의 고통은 겪어보지 않으면 모른다는 거겠지.

 

 시마자키 도손이라는 작가가 자주 언급되고 있었는데 소세키와 같은 시대에 있었던 작가인가보다. 최근 읽은 작품 갱부가 나온 내력이 흥미로웠다. 현재 신주코에 있는 소세키 산방기념관인 마지막으로 살게 된 그 집에 이사 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아라이 도모오라는 사람이 자신의 갱부 체험을 소설로 써달라고 부탁해서 소설로 쓰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한동안 서생처럼 소세키의 집에 함께 기거했는데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다가 나타나곤 하는 이상한 남자였다고 한다. 화자인 가 이야기한 것은 그가 구술한 대로이고 사건이나 사태에 대한 감상은 소세키가 덧붙인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소설은 소세키가 인간 심리에 깊이 파고들어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변하는 인간을 그리게 되는 첫걸음이 되었다고.

 

 1909년 소세키는 남만주철도회사 총재가 된 오랜 벗 나카무라 제코가 귀국하고 함께 여행하기로 한다. 43일의 만주와 한국을 여행하고 만한 이곳저곳이라는 책이 출간된다. 압록강을 건너 평양, 경성, 인천을 거쳐 귀국길에 올랐다.


 여기서는 그 후, 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특히 문은 요요네의 봄이 와서 고맙고 기쁘다는 말에 소스케는 하지만 다시 또 겨울이 올 거라는 말을 잊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좋은 일 궂은 일이 계속 되풀이되는 것을 암시하는 것처럼. 소세키가 참선을 했다는 절 가마쿠라의 엔카쿠사 사진이 나왔다. 가마쿠라는 절이 많기로도 유명한데 둘러본 곳이 몇 개 되지 않는다. 수많은 인파로 들썩이는 곳, 그것을 바라보는 것도 여행의 즐거움이다. 다시 가보고 다시 읽어보고 싶다.

 

 위장병이 악화된 소세키는 온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해서 슈젠지 온천으로 떠난다. 죽음의 시간을 겨우 넘기고 퇴원하여 도쿄로 왔는데 나가요 병원의 원장이 벌써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는 것을 알고 놀란다. 자신은 살아있는데 자신을 치료하라고 명하던 이는 세상에 없는 사람임을 알고 얼마나 놀랐을까. 이런 하이쿠가 짠하게 다가왔다.

 

'떠나는 사람 머무는 사람 결국에는 찾아올 잠깐뿐인 삶 


 문부성이 소세키에게 수여하려 했던 박사학위를 거부했던 일은 유명한 일화다. 평소에도 박사학위만을 위해 공부하는 학자들을 경멸했다 한다.

우리들이 세인들 이상으로 뛰어나려고 노력하는 것은 인간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우리들은 사회에 대한 영예로운 공헌에 의해서만 뛰어나야 한다고 적어 보냈다. 출세를 위한 일이 아닌 인간으로서 해야 할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이야기는 미완의 작품 명암이야기로 마무리된다. 그해에 소세키는 자신이 가지고 태어난 천분만큼을 다하고자 생각한.” 이라는 신년 벽두의 소감을 말한다. 자신의 죽음을 알고 있었을까.

 

여기저기에 묻어둔 감자를 하나씩 하나씩 파내면서 나아갈 것이라고 했던. 그의 계획과 달리 마무리하지 못하고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 그것을 상상하는 우리의 몫으로 남겨놓고. 1916년 영면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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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1-28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근대 문명에 빛과 그림자를 탁월한 시각과 문체로 남긴 소세키에 관한 좋은 평전이네요
이와나미 문고에 교양시리즈물이 번역되었네요.
소세키에 그후와 문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하니 꼭 읽어봐야겠네요.
모나리자님 페이퍼 잘읽었습니다.^.^

모나리자 2021-01-28 2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 일본에도 소세키의 팬이 많은 것 같아요.
작품세계의 배경과 작품에 나타난 그의 흔적을 더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좋았어요.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시나요? ㅎ 왠지 반갑네요.^^
편안한 밤 되세요. scott님.^^

scott 2021-01-29 1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모나리자님 저는 매년 겨울에는 행인과 문을 읽고 여름이 시작되면 그후를 읽어요 봄에는 산시로 그리고 가을에는 몽십야 ^.~

모나리자 2021-01-29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대단하세요! 문은 겨울에 읽기 딱이죠.ㅎ 그 분위기가.. 행인은 제가 블로그 활동 안할 때 오래전에 읽어서 리뷰도 없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전 산시로의 연못을 몇해전에 갔다왔는데.. 문득 그립네요.^^
몽십야는 아직 못 읽고 작품 속에서 인용으로만 만났어요. 와. 소세키 팬을 만나서 정말 반가워요.ㅎ 감사합니다.^^
 
로르샤흐 - 잉크 얼룩으로 사람의 마음을 읽다
데이미언 설스 지음, 김정아 옮김 / 갈마바람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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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렬한 인상의 어디선가 본 듯한 배우를 닮은 헤르만 로르샤흐가 나온 책 표지가 시선을 사로잡아서 기대감에 읽고 싶었다. 어릴 적 물감을 종이에 짜서 반을 접었다 폈을 때 완전한 대칭을 이루는 그림을 보며 신기했던 기억이 있다. 바로 그 데칼코마니 기법의 잉크 얼룩으로 심리검사를 고안해낸 정신과 의사이자 예술에도 조예가 깊었던 로르샤흐의 평전을 만났다. 그 잉크 얼룩 카드 10장은 지금도 남아서 검사에 활용되고 있는데 로르샤흐에 대해 다룬 전기는 한 권도 없었다고 한다. 1954년 앙리 엘렌버거가 간략한 정보만으로 펴낸 40쪽 짜리 전기 형식 논문이 전부였으며 그후 로르샤흐를 다룬 모든 이야기는 엘렌버거의 글을 근거로 삼았다고 한다. 이렇다보니 로르샤흐에 대한 평가가 왜곡된 경우도 있었던 모양이다. 그가 태어난 스위스에서부터 시작하여 세계 곳곳을 둘러보며 그와 관계한 사람들을 만나고 편지 자료 등 수많은 자료를 통해서 그를 재해석하는 과정에서 로르샤흐는 다시 태어난 듯 생생한 드라마틱한 그의 생애를 알 수 있었다.

 

 1884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난 헤르만 로르샤흐는 화가인 아버지 울리히와 따뜻하고 활기찬 성품을 지닌 어머니 필리피네의 사랑 속에서 자랐다. 12세에 어머니가 당뇨병으로 세상을 떠나고 아버지는 이모 레기나와 재혼을 하지만 오래 살지 못하고 병을 앓다가 세상을 떠난다. 그때부터 헤르만과 아나 파울 세 남매는 새엄마 레기나와 불협화음을 일으킨다. 이때 고등학생인 헤르만은 레기나와 대화를 통해서 남을 사랑할 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을 이해하고 동생들에게 새어머니에게 날을 세우지 말라고 타이른다. 일찍부터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섬세함이 있었던 듯하다. 여동생 아나에게 있어 아버지와 어머니의 존재였던 헤르만은 일찍 철이 들었고 아픈 아버지를 보면서도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떠올리며 정신병원에서 일하는 의사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인간의 영혼은 세상에서 더없이 흥미로운 존재라고 생각했고 사람이 할 수 있는 가장 위대한 일은 아픈 영혼을 치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톨스토이주의자의 강렬한 마음과 트레구보 같은 러시아인에게 느낀 호감 때문이었다.

 

 저는 러시아 사람들을, () 상반된 요소가 뒤섞인 러시아 사람들의 정신과 진심 어린 감정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 그토록 쾌활하면서도 슬플 때 울부짖을 줄 알다니, 질투가 나도록 러시아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 그리스와 로마 사람처럼 세상을 보고 빚어낼 줄 아는 능력, 독일 사람처럼 세상을 느낄 줄 아는 능력, 이런 능력들이 한 번이라도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까요?(P75) 

 

 이것은 대문호 톨스토이에게 쓴 편지라고 한다. 이렇게 풍부하고 현실감 있는 자료는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얼마나 러시아를 사랑했으면. 아내도 여섯 살이나 연상인 러시아인인 올가와 결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감성적인 그에 비하면 올가는 화가가 나면 무엇이든 내던지며 격렬한 반응을 보여서 로르샤흐도 올가를 무서워했다고 한다. 사랑하면서도 무서워했다니.

 

 사람들에 대한 낯가림이 있었지만 여러 언어를 배우고 특히 러시아어는 유창할 정도로 학업성적은 거의 상위권을 차지했다. 자연을 사랑했으며 인간의 마음을 읽고 싶었다는 로르샤흐에 대한 생애를 읽으면서 경외감이 일었다. 지금도 잊을 만하면 뉴스 기사에서 접하게 되는 조현병 환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병원에서 일을 하면서 그들과 생활하면서 검사를 통해서 대화를 하는 사례가 많이 나와서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나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읽는 내내 흥미로웠던 것은 20세기의 위대한 위인들이 총집합한 것처럼 20세기의 역사적 상황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리학의 거장 카를 융, 프로이트를 비롯하여 톨스토이, 헤켈, 레닌, 아인슈타인, 슈바이처 등과 사람이었다는 것이 놀라웠다. 사상 처음이자 유일무이한 로르샤흐 평전이라는 이 책을 만난 덕분인 것 같다.

 

 당시 의료계는 과학과 인문학 사이의 경계가 생긴다. 심리학의 목표를 과학의 눈으로 정의해야 할지, 개인과 그 개인의 고통을 인문학의 눈으로 더 깊이 이해해야 할지 고민하는 중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로르샤흐가 학생이었을 때는 이러한 상황이 바뀌기 시작한다. 프로이트는 이미 무의식과 성 충동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이론을 수립한 상태였다. 심리학의 고전이라고 할 수 있는, 1899년에 출간된 꿈의 해석이 출판 후 6년 동안 고작 351권이 팔렸다는 흥미로운 이야기도 나온다. 또 카를 융이 블로일러의 조수로 들어가 일을 했는데 계급간의 갈등으로 인한 반목으로 융이 스승인 블로일러를 지워버렸기 때문에 오늘날 블로일러를 모르게 되었다는 일화가 흥미로웠다. 더 성공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다는 생각에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융과 프로이트, 블로일러를 심리학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서 블로일러가 배제된 것처럼 로르샤흐도 그랬다. 로르샤흐와 블로일러의 공통점을 언급한 것이 흥미로웠다. 둘 다 사회적인 배경이 대단하지 않았고, 심각한 정신 질환으로 고통받는 이에게 따뜻한 관심을 보였고, 다른 동료들에게 없는, 자기만의 길을 찾을 때도 남을 존중하고 남에게서 배울 줄 아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따뜻한 인품과 일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잉크 얼룩 실험을 거듭하고 출판사를 설득하는 우여곡절을 통해서 1921심리 진단이 출판된다. 그가 고안해 낸 잉크 얼룩은 오늘날에도 똑같이 쓰인다고 한다. 수십 년 동안 논쟁이 이어지고 있지만 오늘날 로르샤흐 검사는 미국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되고 의료보험 회사에서 검사 비용을 환급할 수 있는 검사가 되었다. 광고계 스포츠계는 물론 영화 예술계로 확산되어 로르샤흐 검사라는 말로 은유되는 것이다. 이것은 로르샤흐 검사 자체가 잉크 얼룩에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지 정해져 있지 않고 수검자가 있는 그대로 느끼는 그대로 말하는 그 특성을 패러디한 문화현상으로 자리 잡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왼쪽은 카드 3번의 초안. 오른쪽은 카드 3번의 초안(위)과 최종본(아래)

 

 

 더 넓은 세계로 나아갈 수 있었던 로르샤흐가 37세라는 젊은 나이에 맹장 파열에 따른 복막염으로 수술대에서 죽음을 맞은 일은 정말 비극이라고 밖에 달리 표현할 수 없었다.

 

 로르샤흐 사후 잉크 얼룩 검사는 미국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 데이비드 모더카이 레비에 의해 처음으로 널리 알려진다. 영국에서는 완전히 외면받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아직도 인기 있는 심리검사라고 했다. 로르샤흐 검사를 추종자 중 가장 영향력이 컸던 사람은 사무엘 j 벡과 브루노 클로퍼였다. 벡은 평생동안 잉크 얼룩 검사를 연구한다. 클로퍼는 가족과 독일을 떠나 카를 융의 보증을 받아 스위스에 입국허가를 받아 취리히 정신기법연구소에서 로르샤흐 검사 일을 수행하다가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에 조수 자격으로 일을 시작한다. 바로 로르샤흐 검사에 관심있는 대학원생과 교직원에게 검사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이 두 추종자는 사이가 좋지 않아 대립을 하곤 했는데 어느 편에 서지 않고 비판을 하면서 지금의 로르샤흐 검사가 되기까지 발전시킨 초기의 개척자의 양심으로 불리는 사람은 마거리트 헤르츠다.

 

 헤르츠는 몇 년 동안 케이스 웨스턴 리저브 대학교의 브러시 재단에서 연구원으로 일하며 여러 인종과 다양한 집단을 대상으로 로르샤흐 검사 기록을 3천 건 이상 갖게 된다. 그것이 책으로 출판되었다면 미국의 로르샤흐 검사 역사를 바꾸었을 텐데 브러시 재단의 연구가 취소되는 바람에 폐기하게 되는데 실수로 소각되는 불상사가 일어나게 된다. 재앙이나 다름없는 이 사건으로 인해 아까운 로르샤흐의 귀중한 자료를 잃은 것이다.

 

 헤르만 로르샤흐가 세상을 떠난지 17년 뒤에는 잉크 얼룩 검사는 심리학과 문화 전반에서 최고의 투사법이자 현대의 성격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거듭나기에 이른다. 다행인 것은 심리학자 에르네스트 G. 샤흐텔(Ernest G. Schachtel(1903~1975)에 의해 로르샤흐의 철학을

가장 근접하게 계승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샤흐텔은 클로퍼가 쓴 저서 로르샤흐 기법전체 인간 경험과 유리되어 있다고 비판하면서 잉크 얼룩 실험의 진정한 목표는 인간 심리를 더 깊이 이해하는 것이고 로르샤흐는 이 목표를 한 번도 잊지 않았다고 설파했다. 오늘날에는 MMPI에 밀렸지만 그것이 등장하기 전까지 미국에서는 수십 년 동안 가장 많이 활용된 성격 검사였다고 한다.

 

 심리학계의 선구자들 가운데 로르샤흐만이 시각을 중요시 하였고 시각심리학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알았다. 이는 친가와 외가 양쪽에서 물려받은 미술적 재능에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평생 지각이 마음과 몸, 세상이 교차하는 지점이라고 믿었다. 사람마다 보는 시간이 어떻게 다른지 알고 싶어했다. 이 책을 통해 심리학의 역사적 배경과 20세기의 역사적 상황까지 돌아볼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었다.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이 평전을 통해 로르샤흐에 대해 알게 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헤르만 로르샤흐라는 인물을 통해 그가 읽어내고 싶었던 인간의 마음이란 얼마나 오묘하고 변화무쌍한 것인지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었다. 그 열정어린 삶이 좀 더 오래 지속되었다면 그 영향력이 좀 강하게 남았을 수도 있었을 텐데.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심리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번역카페에서 제공받은 책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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