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0
이반 투르게네프 지음, 이항재 옮김 / 민음사 / 200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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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와 함께 러시아 문학의 3대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투르게네프(1818~1883)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투르게네프는 러시아 오룔 주에서 5000명의 농도를 거느린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귀족 자녀답게 훌륭한 교육을 받은 투르게네프는 모스크바, 페테르부르크 대학을 거쳐 베를린 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프랑스, 영어, 독일어 등 여러 언어에 능통했다고 한다. 그는 베를린에서 러시아의 이상주의자들을 만났고 서구문명을 접하면서 '계몽과 교육과 이성의 힘을 신봉하는 서구주의자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p.444 작품해설) 


무엇보다 투르게네프하면 이탈리아 오페라 가수 폴리나 비아르도와의 그 유명한 사랑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녀를 만난 날을 '성스러운 날'이라고 부를 정도로 투르게네프의 폴리나를 향한 사랑은 사랑을 뛰어넘는 숭배에 가까웠다. 폴리나의 남편, 루이 비아르도와도 친구로 지내면서 세 사람은 국경을 넘어 서로의 집을 넘나들며 보통 사람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관계를 유지해 나간다. 폴리나와 남편은 네 명의 자녀를 낳아 끝까지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았고, 투르게네프는 평생 독신으로 살면서 두 부부와 우정과 사랑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폴리나를 향한 투르게네프의 사랑은 절대적이었고 평생을 그녀 곁에서 맴돌다가 전 재산을 그녀에게 물려주고(!) 그녀가 지켜보는 가운데 죽음을 맞이하였다니 정말 대단한 사랑꾼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첫사랑>은 바로 이런 '사랑의 가수' 투르게네프의 소설 세 편, <첫사랑>, <귀족의 보금자리>, <무무>를 담고 있다. 

<첫사랑>은 1860년 발표, 투르게네프 자신이 '창작이 아니라 나의 과거'라고 말했을 정도로 자전적인 요소가 많이 담겨있는 작품이다. 어린 시절 경험한 사랑의 환희와 고통을 1인칭 화자가 고백하는 형식으로,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열여섯 살 소년의 심리를 서정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그날 하루 종일 나는 몹시도 유쾌하고 자랑스러운 기분이었다. 얼굴에 지나이다가 한 키스의 감촉을 생생하게 느끼며, 환희의 전율 속에서 그녀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나는 이 뜻하지 않은 행복을 너무나 소중히 간직하고 있었기에 심지어 두려워지기까지 했고, 이 새로운 느낌의 원인 제공자인 그녀를 보고 싶지도 않았다. 이제 운명에게 더 이상 바랄 게 아무것도 없는 듯 싶었다. 이제는 '마지막으로 숨이나 실컷 쉬고 죽어도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p.73)]


사랑의 기쁨과 신비, 알 수 없는 두려움까지 담고 있는 이 문장은 주인공이 앓고 있는 사랑의 열병이 얼마나 깊으며, 사랑의 위력 앞에서 인간은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세월이 흘러 화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가 소망했던 모든 것 중에서 과연 무엇이 실현되었는가? 그리고 벌써 내 인생에 황혼의 그림자가 밀려오기 시작하는 지금, 한바탕 휘몰아치고 지나간 봄날 아침의 뇌우에 대한 추억보다 더 신선하고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p.121)]


화자는 한때 자신을 잠 못 이루게 하고 '온갖 흥분과 고통으로 얼룩진' 그 사랑을 이야기하면서도 그 추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말한다. 아름다움보다는 그 미숙함과 아픔으로 인해 떠올리기 싫은 첫사랑, 투르게네프는 우리 모두에게 그 부끄럽고 떠올리기 싫은 첫사랑을 생각해 보라고 이 소설을 통해 말을 하는 것 같다. 


1859년 발표한 <귀족의 보금자리>는 272페이지의 장편소설이다. '애국주의자이자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인 라브레츠키의 사랑과 좌절을 통해 1840년대 귀족 출신의 슬라브주의적 이상주의자들의 사회, 역사적 활동과 그 의미'(p.452 작품해설) 를 묻는 작품으로 역시 사랑 이야기가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결혼해서 파리에 살던 라브레츠키는 믿었던 아내의 외도에 충격을 받고 혼자 러시아로 돌아온다. 러시아로 돌아온 그는 사촌 집을 방문, 사촌의 딸 리자에게 관심을 갖게되고 조금씩 사랑을 느끼게 된다. 그러던 중 프랑스 신문에서 아내의 사망 기사를 읽게 되고, 자유를 느낀 라브레츠키는 리자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근데 다음 날, 죽은 줄 알았던 아내가 딸을 데리고 나타나면서 두 사람의 사랑은 절망적으로 바뀐다.


<귀족의 보금자리>에는 인물들 간의 대화가 많이 나온다. 다양한 대화를 통해 인물들의 심리와 사상, 관점 등이 드러나 당시 러시아 사회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 등을 보여준다.

특히 무조건 서구를 숭배하고 러시아적인 것을 무시하는 서구주의자들을 풍자하면서 그들의 경박함과 속물성을 비판한다. 또한 라브레츠키와 리자의 사랑을 통해 당시 형식적이고 위선적인 러시아 사회 속에서 개인의 행복과 사회 윤리,도덕 사이의 갈등을 다룬다. 


<무무>는 이 소설집에서 가장 짧은 작품이지만 읽고 나서 가장 진한 여운이 남는 그런 소설이다. 벙어리이자 귀머거리 농노인 게라심과 그가 키우는 강아지 '무무'의 슬프면서도 감동적인 사랑을 담고 있는 이 소설에는 변덕스럽고 자기만 아는 못된 여지주가 나오는데, 투르게네프는 실제로 농노들을 가혹하게 대했던 자신의 어머니를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 이야기 또한 실제로 어머니 영지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하는데, 당시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던 농도들의 삶이 얼마나 피폐했는지 알 수 있다. 

<무무>는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인 농노제도를 비판하고, 착취당하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을 향한 투르게네프의 연민과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투르게네프의 또 다른 작품 '<사냥꾼의 수기>와 함께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 제도의 폐지(1861)를 결심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p.464 작품해설)

오늘 길거리에서 강아지들을 볼 때마다 다 '무무'처럼 보여서 혼자 피식 웃었는데, 그만큼 읽고 난 후의 그 여운이 오래가는 소설이다. 

<첫사랑>이 유명하지만 나는 <무무>가 가장 좋았다. 


게라심과 무무의 슬픈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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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2-18 22: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기에 수록된 <무무> 좋아 합니다 투르게네프의 사냥꾼의 수기도 참 좋은! 도끼옹 도박 빚더미에 올랐을때 그냥 줘서(이자도 안 받고 돌려 받을 생각도 안함) 도끼옹 자존심 더 상하게 만들었던 투르게네프 ^ㅅ^

coolcat329 2022-02-18 22:13   좋아요 3 | URL
저도 무무 참 좋았어요.
네~~저도 투르게네프가 돈 빌려준거 알아요 ㅋㅋ
외모나 신분으로 투르게네프에게 열등감을 느낀것도 같구요. 아무리 도끼님이 소설로 더 인기많고 유명해도 이 사건은 투르게네프 편을 들 수밖에 없어요. ㅎㅎ

미미 2022-02-18 2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저랑 독서 취향이 많이 비슷하신거같아요ㅎㅎ
저 이 책 읽고싶어서 최근 찜해두었는데ㅎ <무무>가 벌써부터 끌립니다~♡
근데 설마 저 벽돌..!?😱
투르게네프의 사랑은 브람스의 클라라에 대한 사랑과 닮았네요.
시대순으로 보면 브람스가 투르게네프를 닮은건가요.
빨리 읽고 싶네요ㅜㅜ

scott 2022-02-18 23:15   좋아요 3 | URL
장그르니에 섬
충격이셨다면
무무는 미미님 패쓰!

투르게네프랑 풍채가 비슷해 보이지만
실제로 투르게네프는 훤!칠!

두사람 옆집 이웃 사이(바덴바덴 휴양지에서 클라라 슈만 옆에 삼)

전 어렸을때 무무 오디오로
듣고 잠 못잠요 ㅎㅎㅎㅎ

미미 2022-02-18 23:19   좋아요 3 | URL
네! 저 벽돌이 의심스러워서 줄거리 찾아보고 경악했네요. 😭

coolcat329 2022-02-19 07:05   좋아요 2 | URL
미미님 이 책 찜해두셨군요. 미미님과 독서취향 비슷해도 독서의 폭은 저보다 훨씬 넓으시죠~☺

근데 제가 그림을 괜히 올렸나봐요. 눈치가 빠르신 미미님 ㅠㅠ

mini74 2022-02-18 22: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무무 못 봅니다 ㅠㅠ 이름만 들어도 ㅠ 과부지주마님이 얼마나 밉던지요 ㅠ

미미 2022-02-18 22:58   좋아요 3 | URL
앗 저도 무무만 패스해야할거 같아요. 장 그르니에 <섬>도 충격이었는데ㅠㅠ

mini74 2022-02-18 23:00   좋아요 3 | URL
저 막 펑펑 울었어요. 미미님도 힘드실 듯 합니다 ㅠㅠ

미미 2022-02-18 23:19   좋아요 2 | URL
ㅠㅠ아.. 지금 띵합니다

coolcat329 2022-02-19 07:08   좋아요 3 | URL
아 ㅠㅠ 두 분에겐 더 슬픈 ...😢

페넬로페 2022-02-19 01:3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작가 투르게네프의 개인적 사랑이 무척 지고지순하면서도 위험하네요~~
그런 사람이 쓴 자전적 사랑이 담긴 얘기들이 궁금하고~~
무무도 읽고 싶네요^^

coolcat329 2022-02-19 07:11   좋아요 4 | URL
첫사랑은 정말 자기 이야기라고 하네요. ㅎ 정말 사랑예찬론자같아요.
무무는 반려견을 키우신다면 힘드실 수도 있네요. 🥺

새파랑 2022-02-19 08: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첫사랑만 읽어봤었는데 무무가 좋으셨다니 이 책으로 다시 읽어봐야 겠어요. 리플보고 사진을 다시 보니 더 슬프네요 ㅜㅜ

coolcat329 2022-02-19 09:25   좋아요 2 | URL
이 책에서 가장 짧은 소설인데 여운은 가장 오랜 남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길거리 강아지만 봐도 무무 생각이 나서 말이죠...ㅠㅠ

레삭매냐 2022-02-22 1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투르게네프는 부끄럽게도
<아버지와 아들> 읽다만 게
전부네요 ... ...

coolcat329 2022-03-09 08:03   좋아요 0 | URL
부끄럽긴요. 재밌는 책들이 너무 많잖아요. 😉

mini74 2022-03-08 18: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당선을 감축드리옵니다 ㅎㅎㅎ제가 더 신나는 ㅎㅎ

coolcat329 2022-03-09 08:05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 미니님도 감축드립니다😉

새파랑 2022-03-08 18: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쿨캣님~!! 당선 축하드려요~!!!!

coolcat329 2022-03-09 08:04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새파랑님도 축하드립니다 🎉

물감 2022-03-08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당선 축하해요!
투르게네프는 <아버지와 아들>밖에 안읽어봤는데 저는 살짝 버겁더군요. 이 책은 좀 읽기 쉬운 편일까요 ㅎㅎ

coolcat329 2022-03-09 08:06   좋아요 0 | URL
물감님도 축하드립니다! 아버지와 아들 안 읽어서 모르겠지만 이 책은 쉽습니다~~🙂

얄라알라 2022-03-1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coolcat님 축하드립니다!
 
파워 오브 도그
토머스 새비지 지음, 장성주 옮김 / 민음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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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제인 캠피온의 영화 '파워 오브 도그'(The Power of the Dog)의 동명 원작 소설이다. 토마스 새비지 (Thomas Savage 1915~2003)가 1967년 발표한 소설로 당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으나 상업적인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2001년 <브로크백 마운틴>의 저자 애니 프루의 해설이 담긴 판본으로 출간되어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2021년에는 한국어로도 번역, 2022년 나에게도 온 소설이다. 


워낙에 광활한 서부를 배경으로 한 영화를 좋아해서 보려고 했는데, 마침 책이 눈에 띄었고 이상하게도 영화보다는 책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이 강하게 들어 웬만해서 새 책을 사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샀다. 여기엔 북플 이웃인 잠자냥님의 리뷰도 한 몫을 했다. 


<파워 오브 도그>는 토마스 새비지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그는 유타 주 솔트 레이크 시티 출생으로 어머니는 당시 아이다호 주의 유명한 양 목장 소유주의 딸이었다. 두 살이었을 때 부모가 이혼하고, 어머니가 몬태나 주의 부유한 목장주와 결혼하면서 대가족의 일원으로 성장, 이런 어린 시절의 경험은 훗날 작가의 작품에 풍부한 소재가 되었다.


'소 불까기는 언제나 필이 도맡았다'라는 다소 충격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파워 오브 도그>는 숫소를 거세하는 묘사로 시작한다. 단순히 거세했다가 아니라 거세의 과정과 그 처리를 보여줌으로써 처음부터 독자의 마음을 바짝 조여들게 만든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난 다음 이 첫 장면은 더욱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작품의 주인공 필과 조지 형제는 몬태나 주 서남부에서 목장을 운영하는 목장주이다. 버뱅크 목장은 '인근에서 가장 큰 목장'으로 형제는 목장의 공동 소유주이다. 

형인 필 버뱅크는 마흔 살로 목장 일에 최적화되어 있는 마초같은 남자이다.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소탈한 그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머리가 비상하고 말타기, 밧줄 던지기, 목공, 박제, 수학, 체스, 밴조 연주, 휘파람 부는 솜씨 등 다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필을 두고 사람들은 "아깝기도 하지!" 라고 말하며 뭐든지 될 수 있는 그가 체력만을 필요로 하는 목장에서 그 재능을 썩히고 있음을 안타까워 한다. 또한 어린 시절 우러러 보던 카우보이 '브롱코 헨리'를 숭배하며 그와 함께 말을 타던 시절을 그리워 한다. 일할 때 절대 장갑을 끼지 않고 목욕도 남들이 없는 개울가에서 혼자 몰래 하며 머리도 잘 깍지 않는다. 무엇보다 나약하며 어리석은 자들을 싫어하는데, 일명 '암사내'라 불리는 여자같은 남자들, 거들먹 거리며 술주정 하는 인간들, '스스로를 동정하는 인간들'을 혐오한다. 이런 인간들에게 경멸 섞인 말을 내뱉어 모욕감을 주고 자신의 말로 인해 상대가 상처를 받을 때 희열을 느낀다. 


반면에 서른여덟의 동생 조지는 퉁퉁하고 무뚝뚝하며 느리다. 어떤 취미나 관심사도 없다. 그러나 심성이 착하고 사려가 깊으며 똑똑하진 않지만 기억력이 좋고 느리지만 꾸준하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필과는 다르게 '남에게 연민을 느끼는 재능도 탁월'하다.

이렇게 극과 극의 성향을 지닌 형제이지만 목장을 운영하는데 있어서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며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 두 사람은 '짝꿍이자 형제 이상'의 관계이다. 


이렇게 형제가 같이 목장을 운영하며 말을 타기를 25년,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침실을 같이 쓰는 이 두 형제에게 어느 날 한 여자가 나타난다. 남편을 여의고 식당을 운영하며 아들을 키우며 살아가는 로즈는 가축 계류장인 마을로 천 마리의 소 떼를 몰고 온 버뱅크 목장 일꾼들을 손님으로 받게 된다. 이곳에서 로즈는 조지를 만나게 되고 얼마 후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남편을 따라 버뱅크 목장의 저택에서 살게 된 로즈가 목장 저택에 처음 도착한 날, 필과 잠깐 단둘이 남게 되자 어색함을 깨기 위해 "저기, 필 아주버님, 이렇게 있으니까 참 좋네요." 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자 필이 빙그레 웃으며 한 말. "누구보고 아주버님이래."


이 날부터 로즈의 삶은 지옥이 된다. 필은 자신이 어떻게 하면 로즈의 비위를 상하게 할지 잘 알고 있고, 특별한 대화 없이도 로즈의 신경을 긁는 법을 안다. 로즈는 필이라는 존재가 주는 위압감과 광활한 목장에서 느끼는 외로움에 나날이 지쳐가고 괴로워하다가 조금씩 술에 의존하게 된다. 그리고 여름이 되어 필이 '암사내'라고 부르는 열여섯 살 로즈의 아들 피터가 여름 방학을 보내기 위해 목장에 오게 되고 이야기는 또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이 소설은 필이라는 인물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막대한 부와 신분, 모두가 우러러 보는 여러가지 재능과 목장주로서의 유능함까지 겸비한 그가 왜 그리 비뚤어지고 모난 사람이 되었을까? 모든 것을 다 가진 듯 보이는 그가 왜 그렇게 남의 약점을 너그럽게 봐주지 못하고 그것을 조롱하고 짓밟으면서 자신은 그토록 비밀스러운 사람이 되었을까? 도대체 무엇이 두려워 스스로 외로운 삶을 선택해 살아가는 것일까? 좋고 싫은 걸 왜 그렇게 분명히 정해 놓고 그 안에서 사람을 평가하고 스스로를 악인으로 만드는가?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복잡하고 묘한 인물인 필 버뱅크. 로즈를 조롱하고 괴롭힐 때는 참 징그럽게 싫다가도 술에 취해 자신도 모르게 털어놓을 사연 때문에 술 마시기를 두려워 하는 모습은 그도 약한 인간임을 알 수 있다.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필이라는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을 중심으로 긴장 속에서 전개된다. 조만간 끔찍한 일이 터질 것 같은 불안감과 인물들 사이의 흐르는 묘한 심리는 독자의 마음도 서서히 끓어오르게 만들고 마지막엔 그 섬뜩함에 전율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제목 '파워 오브 도그'는 성경 시편 22장 20편에 나오는 말이다.

                                                                 

"칼에 맞아 죽지 않게 이 목숨 건져 주시고 저희 하나뿐인 소중한 것, 개의 아가리에서 빼내 주소서." (Deliver me from the sword, my precious life from the power of the dogs.)


책을 다 읽고 개들의 힘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 생각해보게 된다. 성경에서는 사탄을 의미하는 거 같은데, 이 소설에서 악은 무엇일까? 역시나 단 하나의 단어로 말할 수 없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다시 읽으면 무심코 지나간 대화나 묘사에 깔린 힌트로 더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소설이다. 주말에 영화를 봐야겠다. 베네딕트 컴버배치가 이해하고 연기한 필 버뱅크는 어떨지 기대된다.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캐스팅을 잘 한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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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io99 2022-02-12 00:4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번에 아카데미상 12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습니다. 본다고 해 놓고 못 보고 있었는데, 챙겨 봐야겠네요.

coolcat329 2022-02-12 08:57   좋아요 4 | URL
오 그렇군요! 영화가 더욱 기대됩니다 ~☺

바람돌이 2022-02-12 0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이영화가 제인 켐피온 감독이군요. 피아노의 그 감독 맞죠? 아 영화도 진짜 궁금한데 그래도 꾺 참고 있다가 책 먼저 읽고 영화볼래요. ^^

coolcat329 2022-02-12 09:00   좋아요 3 | URL
네 맞습니다 😚 책을 먼저 읽으면 영화 속 필을 이해하는데 좋을거 같습니다. 필이란 인간이 상당히 복잡한 인간이거든요. 🤔

잠자냥 2022-02-12 08: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새 책 사셨는데 마음에 드셨다니 참 다행이에요! “누구 보고 아주버님이래.” 이 대사 정말 소름끼치죠?

영화는 어떻게 보실지 궁금합니다~ ㅎㅎ

coolcat329 2022-02-12 09:04   좋아요 4 | URL
네~^^기대보다 더 재미있어 몰입해 읽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로즈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많이 와닿더라구요.
한국 드라마 속 무서운 시어머니가 ˝내가 왜 니 어머니야˝ 이 대사와 맞먹는 그런 막강 대사였네요.😥

미미 2022-02-12 09: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책 조만간 읽으려고 책상위에 준비된 책이라 일단 마지막 문단만 읽었는데요. 한 문단만으로도 기대가 더 커졌습니다~♡ 다읽음 리뷰 다시 볼래요.🤭

coolcat329 2022-02-12 13:54   좋아요 3 | URL
오~미미님도 사셨군요.
재밌게 읽으시길요~~😉

미미 2022-02-12 14:09   좋아요 2 | URL
저는 도서관에서 빌렸어요! 예약하고 10흘만인가 받았어요ㅎㅎ

mini74 2022-02-13 10:5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을 예정 ㅎㅎ 이라 실눈 뜨고 봤어요. 쿨캣님 굉장히 재미있다니 기대가 됩니다. 영화도 평이 좋군요 !!!

coolcat329 2022-02-13 11:36   좋아요 3 | URL
네~제 글은 거르시고 책으로 직진하셔용~^^ 영화도 아주 훌륭하더라구요☺

scott 2022-02-14 00: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화보고 뜸들였다가,,,
쿨켓님 리뷰 읽고

킨들 구매 완료 ^ㅅ^

coolcat329 2022-02-14 08:39   좋아요 2 | URL
오~원서로 읽으시니 부럽습니다 👍 맘에 드셨으면 좋겠습니다.☺

singri 2022-02-14 00: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돈윈슬로가 쓴 개의 힘도 있어서 헷갈렸던 책이에요. 개의힘이 유명한거였네요.

coolcat329 2022-02-14 10:08   좋아요 3 | URL
오~돈 윈슬로의 <개의 힘>을 아시는군요! 아주 예전에 읽었는데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에요.
저도 이 책 보고 돈 윈슬로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반갑습니다 😁

singri 2022-02-14 10:19   좋아요 4 | URL
김은희 작가가 강추라고해서요. 절판이라 사보지는 못하고요ㅜ

coolcat329 2022-02-14 10:25   좋아요 4 | URL
김은희란 작가를 모르지만 강추라니 반갑네요. 저도 정말 돈 윈슬로 <개의 힘>강추에요.
절판이라 아쉽습니다.

coolcat329 2022-02-14 10:27   좋아요 4 | URL
아! 김은희 작가 찾아보니 유명한 드라마 작가군요! 킹덤, 지리산...

singri 2022-02-14 10:31   좋아요 4 | URL
김은희도 킹덤할때 주지훈이 추천해서 읽었대요. 드라마덕후라ㅋ
암튼 이책도 흥미돋네요

얄라알라 2022-02-15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DUNE]이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기사를 읽으며, [the power of the dog]이란 제목 처음 봤는데 coolcat님 리뷰 읽으니, 완전 재밌겠는데요. ˝누구보고 아주버님이래˝ 이 응수 대사에서 완전 긴장도 급상승....영상으로도 재미있겠어요^^
 
나는 고백한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69
자우메 카브레 지음, 권가람 옮김 / 민음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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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발카르카의 비에 젖은 거리를 걸으며 비로소 나는 내 가족 중 한 사람으로 태어난 것이 결코 용서할 수 없는 실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권 p.11)


'현존하는 최고의 카탈루냐 작가, 자우메 카브레'(Jaume Cabré 1947~)가 2011년 발표한 <나는 고백한다>(Jo Confesso)의 첫 문장은 이렇게 의미심장하게 시작한다. 

비 내리는 거리를 걸으며 집으로 가는 길에 삶의 중요한 무언가를 깨닫는 62세의 아드리아 아르데볼. 알츠하이머 판정을 받은 그는 자신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 자신의 삶을 기록으로 남긴다. 이 소설은 평생을 사랑한 한 여인에게 보내는 편지이자 자신의 내밀한 고백이다. 


골동품 상점을 운영하며 물건을 사고 파는 일에만 집중하는 아버지와 말이 없는 차가운 어머니 밑에서 외로운 유년을 보내던 아드리아는 아버지의 금고 속에 있는 바이올린 '비알'에 관심을 가진다. 아버지의 비극적인 죽음 후, 열세 개의 언어를 구사하는 대학자가 되어 학문적으로 명성을 얻지만 사랑하는 연인 사라와의 만남과 이별을 겪으며 삶의 행복과 괴로움을 겪기도 한다. 

그러던 중 바이올린 '비알'에 얽힌 역사와 비밀이 서서히 밝혀지면서 아드리아는 아버지가 병적으로 집착한 수집욕이 과거의 끔찍한 범죄와 연루되어 있음을 알게 되고, '비알'에 얽힌 역사를 추적해 나간다. 이 소설은 바로 이 '비알'이라는 이름을 가진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벌어진 사건과 그에 얽힌 여러 인물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 과정에서 작가는 600년이라는 시간을 넘나들며 인간에 의해 자행된 '악'을 여러 형태로 보여주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중세 스페인의 종교 재판과 나치의 유대인 학살이다. 14세기의 기독교만이 절대 진리라는 믿음이 20세기에는 아리아인만이 위대한 인종이라는 믿음으로 다시 나타났듯이 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계속 나타남을 작가는 보여준다. '악'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중세 종교 재판이나 나치의 잔악무도한 범죄처럼 인간들의 실질적인 행위 속에서 발현되었고,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평범한 인간들의 일상 속에도 악은 도사리고 있음을 소설은 여러 인물들을 통해 보여준다. 

14세기 종교의 얼굴로 나타난 악이 20세기 인종주의의 얼굴로 나타났듯이 악은 그 모습을 조금씩 바꾸며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소설 속 드라고 그라드니크 수사는 캐속을 벗어버리고 소총을 들고 직접 악과 싸우기로 결심하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런 악의 속성, 악은 바로 '인간에 의존'한다는 악의 본질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아드리아는 축적된 악의 역사가 자신의 삶을 흔들고 있음을 느끼고 '악이란 무엇인가' 고민한다. 


[악이 머무는 곳을 찾고 싶었으며, 그것은 어느 한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또한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여러 사람의 마음속에 있을까? 악이란 왜곡된 인간 의지의 결과물일까? (...) 악이란 악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 신이 존재한다면 악으로 인해 빚어진 결과 앞에서 냉담한 그의 태도는 논란이 될 만하다. 신학자들은 어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가? 그것을 더욱 아름다운 말로 치장할수록 본질적으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3권 p.327)]


아드리아의 고민처럼 악이란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어렵다. 악은 다양한 인간의 여러 행동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인간은 이런 악으로부터 그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 600년전의 악이 20세기의 아드리아의 삶에 영향을 미친 것처럼 악은 쌓이고 쌓여서 어떻게든 그 모습을 드러낸다. 


[최초의 모래 알갱이는 눈을 간지럽힌다. 그리고 손의 가시가 되더니 뱃속에서 불덩이로 변하고, 호주머니에서 걸리적 거리기까지 하다가 좀 더 나쁜 운과 만나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한다. 모든 것, 그러니까 모든 삶과 이야기는, 사랑하는 사라, 이처럼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무해한 모래 알갱이로부터 시작되는 거였어. (2권 p.123)]



묵직한 주제와 독특한 서사 기법이 인상적인 <나는 고백한다>는 작가가 소설 속에서 아드리아의 입을 빌려 말하듯이 '살아있는 경험의 진실'(2권 p.343)로 쓴 훌륭한 문학이다. '악'이라는 거대한 주제를 관념적, 학술적으로 풀어낸 것이 아닌 문학이라는 예술적 상상을 동원해 구체적 사건과 인물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예술적 아름다움을 맛보고 난 후의 삶은 예전과 달라"(2권 p.309)라고 말한 아드리아의 말처럼 독자에게 큰 감동을 준다.


대단한 소설이다. 구체적 사건과 인물을 통해 보여주는 '악의 보편성과 구체성', 그 '악'을 예술은 어떻게 보여줘야 하는지에 대한 사유, 서사와 구성의 독창성 등 자우메 카브레라는 작가는 어쩜 소설을 이렇게 입체적으로 쓸 수 있을까, 읽으면서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모른다. 천 피스짜리 직소 퍼즐을 맞추는 기분이랄까... 빨리 퍼즐을 맞추고 싶어 안달이 나면서도 퍼즐이 하나하나 맞춰질 때마다 느껴지는 그 짜릿함은 이 소설의 굉장한 매력이다. 


처음에는 서사기법이 너무 자유분방해 한 100페이지까지는 책을 뒤적이며 얼마나 헤맸는지 모른다. 현실에서 갑자기 14세기로 갔다가 18세기, 20세기, 현재를 종횡무진 왔다 갔다 하는데, 문장 줄이 바뀌지도 않고 갑자기 시간과 시점이 바뀐다. 1인칭 화자가 나와 독백을 하다가 갑자기 3인칭 화자가 등장하여 전체적 상황을 설명하고, 한 문단 심지어 한 문장 안에 다른 시공간과 시점이 섞여 있어서 처음엔 '이게 뭐지?' 당황했다. 그러나 뭐든지 자꾸 읽고 들으면 이해되고 들리듯이 이 소설의 구성과 서사에 익숙해졌고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다시 말하지만 놀라운 소설이고, 읽으면 반드시 큰 보람과 뿌듯함을 안겨 줄 소설이다. 


부실한 글을 마치려고 하는데 이 문장이 눈에 들어와 한 마디 더 하려고 한다. 


["악이 대가를 치를 필요가 없다면 인류는 끝장난 거야." (3권 p.35)]


그래, 악은 반드시 대가를 치뤄야 하는데 무엇으로 치뤄야 하는가...이미 피해자가 겪은 고통과 죽음은 되돌릴 수 없는데 말이다. 소설 속 부덴 박사처럼 '악을 어떻게 바로 잡을지 생각해 보'는 수밖엔 없는가. 그저 속죄하고 또 속죄하는 수밖에는 없는가. 그러나 분명한 건 소설 속 고해 신부의 말처럼 천국에 그를 위한 자리는 없다는 것이다. 용서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악은 계속될 것이다. 악은 인간이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늘 있어 왔고 그것이 악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악...이 소설이 미완성으로 끝난 이유가 아닐까 싶다. 

그렇기에 인간은 누구나 "Jo Confesso"를 마음속으로 되뇌면서 살아야 한다. 누구나 자기도 모르게 악을 실행할 수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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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2-06 11:14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세 권의 시리즈네요.
천국과 지옥이 있어야 하는 이유는 바로 그 ‘악‘때문이지요.

coolcat329 2022-02-06 13:44   좋아요 5 | URL
천 페이지가 넘는 대작인데 미완성으로 끝납니다. ‘악‘이라는게 그만큼 끝도 없이 되풀이된다는 뜻 아닐까 싶어요.

새파랑 2022-02-06 11: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다 읽으셨군요~! 이 책 다 좋다고 하셔서 저도 읽으려고 사놓았는데 어렵다고 하셔서 쉽게 접근을 못하고 있습니다 😅 몇일동안 읽으셨는지 궁금합니다 ^^ 10일은 잡아야 할까요?

coolcat329 2022-02-06 13:47   좋아요 5 | URL
아...저는 1월에 개인적으로 일이 많아서 1권을 읽다 다시 처음부터 읽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다 읽는데 열흘도 넘었습니다.ㅠㅠ
저를 기준으로 삼으시면 안되구요 ㅎㅎ
새파랑님은 버지니아 울프도 여러 권 읽으셨잖아요. 제 생각엔 포크너나 울프보다 쉬울 거 같아요. 새파랑님은 일주일 안에 다 읽으실 거 같은데요. 😚

미미 2022-02-06 11:33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3권짜리라 계속 미뤄두고 있었는데 빨리 읽고 싶어지는 리뷰네요! 모르고 악을 행할 수 있다는 점도 무서운듯 해요😳

coolcat329 2022-02-06 13:50   좋아요 6 | URL
그쵸? 세 권짜리는 선뜻 손이 가질 않아요. 이 책 워낙 기대를 했기에 저도 올해를 시작하며 읽은건데 이렇게 묵직하면서도 입체적인 소설은 처음인거 같아요. 후회 안 하실 거에요.^^

scott 2022-02-15 22:28   좋아요 2 | URL
미미님 이 책 첫 장 읽자 마자 빛의 속도로 완독 하실겁니다 ^ㅅ^

미미 2022-02-15 22:37   좋아요 2 | URL
앗! 스콧님이 그렇게 말씀하시니 여름 오기전에 도전하겠습니다ㅎㅎ🤭

페넬로페 2022-02-06 15: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같은 책을 읽으며 같은 경험을 한 것이 참 신기해요. 저도 이 책 읽으며 쿨캣님과 비슷한 경험과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너무 방대한 내용이라 리뷰대신 백자평으로 대신했는데 이렇게도 알차고 훌륭한 리뷰를 쓰신 쿨캣님, 대단하세요^^
수고 많으셨어요^^
언젠가 다시 읽어야 할 책 중, 하나입니다~~

coolcat329 2022-02-06 18:55   좋아요 5 | URL
와~저와 비슷하셨다니 정말 반갑습니다 😁
저도 다 읽고 어떻게 써야 하나 막막했는데 작품해설이 도움이 됐습니다. 1권 반 정도 다시 읽었는데 더 재밌더라구요~두 번 읽으면 더 좋은 책입니다.

얄라알라 2022-02-06 16: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2021년 북플에서 뜨거운 찬사 올라왔던 걸 기억하는데, 다시 2022 coolcat님께서도 소개해주시네요. 100페이지까지 왔다갔다 페이지 사이를 오가며 읽으셔서 100페이지까지가 유독 손 떄 탄 책으로 인증될 지 모르겠네요^^

coolcat329 2022-02-06 18:57   좋아요 3 | URL
하도 여기저기 많이 뒤적거리며 펼쳐봐서 책이 새 책 같지가 않습니다. ㅎㅎ
이 책은 꼭 내용 정리를 해가며 읽으시길 추천합니다.

레삭매냐 2022-02-07 10: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언능 읽어야 하는데...
1권 수배해서 읽다가 한눈 팔고
있네요 아주 씨게.

coolcat329 2022-02-07 11:20   좋아요 2 | URL
아 1권 읽으시다가 루이스 사폰으로 가신 거군요 ㅋㅋ
저는 레삭매냐님의 그런 모습이 참 재미있고 뭐랄까 활력이 느껴져 좋습니다. 😆

물감 2022-02-11 07: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이 그렇게나 좋담서요? 다들 만점주시네요, 궁금하게요ㅎㅎ근데 분량의 압박이...

coolcat329 2022-02-11 11:06   좋아요 3 | URL
만점을 안 줄 수가 없는 책이에요. ㅎ 세 권이라 부담이 가지만 좋은 책이니 올 초에 집어 들었습니다. 물감님도 꼭 읽어 보시길요~😊

scott 2022-02-15 22:3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2권으로 넘어 가면 속도가 붙고
3권을 시작하면
완독후에 아쉬워서 1-2-3권 앞 뒤 뒤적이게 됩니다 !ㅎㅎ
민음이 이 책에 오타가 안나와서 신기 ^ㅅ^
 
호텔 뒤락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69
애니타 브루크너 지음, 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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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뒤락 Hotel du Lac>은 애니타 브루크너(Anita Brookner 1928~2016)가 1984년 네 번째 발표한 소설로 '18세기 소설의 전범'이라는 심사평과 함께 작가에게 부커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발표한 그 해에만 5만부 이상이 판매 되었고, 1986년에는 BBC 드라마로도 제작,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호텔 뒤락>의 주인공은 로맨스 소설 작가 이디스 호프이다. 나이는 서른 아홉, 미혼으로 사람들은 그녀가 버지니아 울프를 닮았다고 한다. 작가로서 나름 성공한 그녀는 집도 있고 납세 의무도 잘 지키며 요리도 꽤 잘한다. 원고는 늘 마감일이 되기 전에 보내주고 책이 잘 팔려도 어떤 권리도 주장하지 않는 '신뢰할 만한 성품'을 지닌 조용하고 착실한 사람이다. 다시 말하면 20세기 초 버지니아 울프가 말했던 '자기만의 방'과 일정 수입이 있는 그런 여성이다. 


그런데 이런 그녀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이디스는 죄도 뉘우치고 머리도 식힐 겸 제네바 호숫가에 자리 잡은 '호텔 뒤락'으로 친구들에 의해 떠밀리다시피 해서 오게 된다. 

성수기가 지난 구 월의 끝자락, 사람이 별로 없는 한적한 호텔에서 이디스는 몇 명의 여인들을 만나게 된다.

사별한 남편이 남긴 돈으로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며 주위의 관심을 끌려는 퓨지 부인, 엄마인 퓨지 부인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독립적인 삶을 살지 못하는 딸 제니퍼, 거식증에 걸려 집안의 고귀한 혈통을 잇지 못해 남편에 의해 강제로 호텔로 보내진 모니카, 못된 며느리 눈치보느라 자신의 아름다운 저택에서 살지 못해 호텔을 전전하는 보뇌이유 백작부인.

이디스는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진 이 여인들을 보며 때로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때로는 동정심, 저속함, 경멸의 감정을 느끼며 그들 안에 내재한 각기 다른 결핍을 보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불안정한 삶 속에서 어떤 길을 선택을 해야하는지 고민하는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갖게 된다. 


이디스는 나름 성공한 작가로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한 여성이다. 그러나 부모의 불화로 불행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녀는 '가정적인 사람'과 함께 하는 안정된 결혼 생활을 갈망한다. 


["나는 사랑 없이는 살 수가 없어요. (...) 다른 어떤 힘이 있어도 사랑 없이는 생각할 수도, 움직일 수도, 말을 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고 심지어 꿈도 꿀 수 없어요. (...) 내가 생각하는 완전한 행복이란 저녁이면 사랑하는 사람이 내가 있는 집으로 돌아올 걸 알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온종일 햇볕 따가운 정원에 앉아 책도 읽고 글도 쓰는 거예요. 매일 저녁 그 사람이 올 거라고요." (p.114,115)]


그녀의 소설에서는 '내성적이고 잘난 체하지 않는 여자가 남자 주인공을 차지'한다. '반면에 그런 여자들을 경멸하며 남자 주인공과 격정적인 연애를 했던 유혹녀는 사랑의 난투에서 좌절하고 물러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과 비슷한 내성적인 여자를 소설 속에 등장시켜 이상적인 남자와 사랑이 이루어지게 함으로써 대리만족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사랑은 그녀의 현실에서는 찾아오지 않는다. 현실은 유부남과의 밀회가 전부일 뿐, 그녀의 삶은 행복하지 않다.


이디스는 어떤 큰 잘못을 저질렀기에 호텔 뒤락에 오게 되었을까? 호텔에서 만난 다양한 사연의 여성들은 그녀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안정된 결혼은 그녀의 삶을 불행으로부터 구원해 줄 유일한 방법일까? 

'결코 단 한 번도 내 것이 되어본 적이 없었던, 그럼에도 내가 그렇게 원했던 유일한 삶'(p.212)을 위하여 이디스가 선택한 길은 무엇일까?


호텔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몇몇의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어려운 인생의 답을 찾기 위해 분투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 

작가의 우아한 문체가 좋았고, 별 내용이 없는 듯한 이야기가 묘하게도 재미있었다. 

자신이 갖지 못한 것을 꿈꾸는 우리는 모두 '이디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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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1-15 08:0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는 처음 들어본 작가입니다 ㅜㅜ
주인공이 이디스 여서 이디스 워튼이 떠오르네요.주인공 이름을 이디스 울프로 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게다가 문학동네꺼니까~!!

coolcat329 2022-01-15 10:07   좋아요 3 | URL
저도 처음 들어본 작가에요. 이디스 울프도 어울리네요. ㅎ

레삭매냐 2022-01-15 09: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디스 호프가 무슨 잘못을 저질
렀는지 알려면 책을 닐거야...

문득 사서 읽다만 피터 니콜스의
<록스 호텔> 생각이 나네요.
전혀 1도 상관 없는 -

coolcat329 2022-01-15 10:06   좋아요 3 | URL
네 ㅋ 근데 호텔 들어간 책들만 모아 놔도 재밌을거같네요~

scott 2022-01-25 16: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묘하게 재밌다니
이 책 찜! ㅎㅎ
부커상 수상작들 중 은근히 숨겨져 있지만 좋은 작품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ㅅ^

coolcat329 2022-01-25 19:46   좋아요 2 | URL
네~저는 부커상이 퓰리처보다 더 좋더라구요.🤗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지음, 조동섭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6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첫 번째 이야기를 읽고 나서 번역이 부자연스러운거 같아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번역으로 읽어보니 훨씬 잘 읽히고 이해도 잘 돼서 결국 개정판 새 책을 샀다. 혹시 몰라 킨들 미리보기로 원문도 비교 해봤는데 번역이 많이 아쉽다.
읽으면 어떻게든 읽겠지만 제대로 음미하며 재미있게 읽고 싶은 책이라 미안하지만 이렇게 글을 남긴다. 절판된 책이지만 혹시 중고로 구입하실 분들 참고하시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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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3 2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1-13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잠자냥 2022-01-13 2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하 그렇군요. 저는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 읽었는데 술술 읽혔거든요.

coolcat329 2022-01-14 08:21   좋아요 3 | URL
네 개정판이 훨씬 자연스럽고 이해도 잘 돼더라구요. 개정판이 있는지 몰랐어요.ㅠ

바람돌이 2022-01-14 00:4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애니 프루도 읽고싶은 작가인데 기억해둬야겠네요. 그나 저나 저는 이책 영화로만 봤는데 영화도 정말 좋았습니다.

coolcat329 2022-01-14 08:22   좋아요 3 | URL
영화 봤는지 안봤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책 다 읽으면 영화도 보겠습니다~~

페크pek0501 2022-01-28 14: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표제작을 영화로 먼저 보고 나중에 책으로 읽었어요. 너무 슬픈 이야기입니다. 수작이에요.

han22598 2022-02-03 08:1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번역은 창작의 다른 이름인 것 같아요. 영어를 모르던 시절에는 ㅋ 그저 모르는 언어를 옮겨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하며 읽었던 것 같은데...지금은 번역은 단순히 언어를 옮기는 일 이상이라는 것임을...매우 심하게 깨닫고 있어요..번역가님들에게 무한한 감사를.ㅎ

얄라알라 2022-02-03 18:42   좋아요 0 | URL
저도 최근 백석 시인을 주인공 삼은 [일곱 해의 마지막] 읽고 난 후, 백석 시인이 옮겼다는 러시아 문학서들 읽고 싶어지더라고요. 제2의 창작물일 것 같아서.

han님께서는 번역 능숙하게 하실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