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만세 매일과 영원 6
정용준 지음 / 민음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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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정용준의 첫 에세이집이다. 아쉽게도 작가의 소설은 <선릉 산책>에 있는 단편 2개를 읽어 본 게 전부라 잘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이 책을 구입한 이유는 <소설 만세>라는 제목이 참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거의 모든 책을 알라딘에서 구입하는데 이 책은 지난 달 아는 분이 하는 북카페에서 샀다. 요즘 신경 쓸 일이 많아 책이 손에 잡히지 않았는데, 밤에 자기 전 이 책을 읽으면서 소설과 문학에 대한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달되어 행복한 마음으로 잠들 수 있었다. 


작가는 '소설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것' (p.23)이며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p.45)이라고 말한다. 

뉴스나 기사는 사건을 그저 보여줄 뿐, 그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설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한 사람의 마음 속에 들어가 우리가 보지 못하는 것을 묘사함으로써 보여줄 수 있다. 며칠 전부터 캐서린 앤 포터의 단편을 한 편씩 읽고 있는데 '정말 모든 소설은 한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자 한 사람의 특별함과 고유함을 포착해 독자에게 설명하는 일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만이 갖는 가치란 무엇일까...작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무너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할 수 있는 것을 하도록 돕는 것. 희망이 없지만 그것이 곧 절망도 아니라고 말해 주는 것. 서서히 기울어지는 것들을 바로 세울 수 없더라도 그것을 버티고 선 이들의 삶에 "수고했어. 최선을 다했어.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어." 말해 주는 것.(p.50)]


나는 이 문장을 읽으며 참혹한 삶의 현장에서 버티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떠올랐다. 뉴스는 페스트로 아수라장이 된 상황만을 자극적으로 전달할 뿐이지만, 소설은 페스트의 공포에 맞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꿋꿋이 하는 사람들, '버티고 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담담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소설 만세'라는 제목은 '10여 년 전 한 동료 소설가가 책에 서명과 함께 쓴 문장'(p.9)이라고 한다. 내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이 책을 산 것처럼 정용준 작가도 이 문장이 좋아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가 이렇게 첫 에세이집 제목으로 삼은 것이다. 여기서 '만세'는 '좋아 죽을 것 같은 표정으로 손을 번쩍 드는 만세'(p.10)가 아니라 소설을 쓰는 자신에게 용기를 불어 넣어주는, 일종의 자신에게 거는 '애처로운 주문'과도 같은 '만세'이다. 


<소설 만세>는 작가의 소설에 대한 애정과 진심을 담고 있는 책이다. 20대 중반 작가가 되기로 마음을 먹고 문예 창작과에 진학하지만 문학 문외한이었기에 (기형도가 섬 이름인 줄 알았다고 함 ㅋㅋ) 남들보다 더 피나는 노력을 해야 했던 이야기는 '읽기와 쓰기'에 대한 저자의 절실함을 느끼게 해준다. 학교 근처 인터넷이 안 되는 고시원을 얻어 글쓰기에 전념한 2년의 시간, 늦게 글쓰기를 시작해 문학을 향한 열정 외에는 가진 게 없던 자신에게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한승원, 나희덕, 이장욱, 이승우와 같은 스승 작가들, 그러다 이제는 어엿한 소설가가 되어 대학 문예 창작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글쓰기는 어렵고 막막하다는 자신의 마음 고백을 담고 있다. 소설가가 되기까지 자신이 배우고 깨달은 것들을 겸손한 어조로 차분히 풀어 나가는 저자의 글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 


<소설 만세>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소설가로서 좀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열망이다. 그러나 글쓰기는 소설가에게도 참 어려운 일이다. 특히 '나만의 생각과 아이디어로 가득한 자신의 소설'(p.130)을 읽고 독자들이 '어디에서 본 것 같다, 뻔하다, 재미없다'와 같은 평을 남길 때, 그것은 상처로 남아 다시 새로운 글을 쓰기가 두려워진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더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구하기만 해서는 안되고 '스스로 원해야 한다는 것'을 저자는 강조한다.


[좋은 작가가 되길 원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동사를 필요로 한다. 읽는다. 쓴다. 생각한다. 이렇게 써 본다. 저렇게 써 본다. 고쳐 쓴다. 쓰기를 위해 용기를 낸다. 엉망인 원고를 솔직하게 인정한다. 힘을 내어 고친 글을 읽어 본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고를 폐기한다. 혹은 절대로 폐기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보여 준다. 독후감을 경청한다. 다시 희망한다. 좋은 생각과 이야기가 떠오르면 좋아한다. 이 모든 것을 계속 반복한다. (p.198)]


원하면 원하는 그것을 위해 무엇인가를 계속해야 한다. 이 말은 작가가 자신에게 하는 말이면서 이 책을 읽는 모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일 것이다. 읽고 쓰는 것에 대한 저자의 이런 정직하면서도 성실한 자세와 그 순수한 마음이 나에게도 전해져서 참 좋았다. 나도 내가 원하는 것을 위해 무언가를 계속 하는 그런 끈기와 용기가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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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11-19 2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소설 만세라는 말이 갑자기 훅 마음에 들어오네요. 소설이 ‘단 한 사람의 편에 서서 그를 설명하고 그의 편을 들어주는 것‘ (p.23)이며 ‘한 사람의 삶에 들어가 그의 마음과 감정을 살피는 일‘이라는 말도 참 좋습니다. 제가 소설을 읽는 마음을 잘 표현해준것 같아요. 역시 소설가는 문장이 남다르네요. ^^

coolcat329 2022-11-20 08:00   좋아요 1 | URL
네~ 왜 우리가 소설을 좋아하는지 저 말에 답이 있는 거 같습니다. 소설 더 열심히 읽고 싶어졌어요.😁

페넬로페 2022-11-20 00: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릴때부터 지금까지 저 자신도 정말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제목부터 와 닿아요. 인용해주신 문장도 공감백배입니다. 요즘 저도 일이 많아 소설에 푹 빠질수가 없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ㅠㅠ

coolcat329 2022-11-20 08:07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도 요즘 일상이 분주하시군요. 저 문장에 다 공감하시고 좋아하시는 거 보니 우리는 소설을 통해 이 세상을 이해하고 싶은 열망이 있나봅니다. 바쁜 일 다 정리되고 소설의 세계에 푹~빠질 그날이 빨리 오길 바랍니다~

새파랑 2022-11-20 1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설 만세 입니다~!! 정용준 작가님 책은 한권 읽어봤는데 쿨캣님 리뷰를 보니 함부러 평가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

coolcat329 2022-11-21 08:32   좋아요 2 | URL
정용준 작가님 책 읽어 보셨군요. 저도 <선릉 산책> 마저 읽으려구요~ 새파랑님의 소설 사랑은 북플에서 유명하죠~ 저도 소설 만세! 즐거운 한 주 되세요!

scott 2022-11-23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읽는다. 쓴다. 생각한다. 이렇게 써 본다. 저렇게 써 본다. 고쳐 쓴다. 쓰기를 위해 용기를 낸다.]
이 말은 누구에게나 힘이 되는 문장인 것 같습니다
뇌 건강을 위해서 라도
소설 만쉐 !!^^

coolcat329 2022-11-24 08:50   좋아요 2 | URL
요즘 뇌건강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고 있습니다. 매일 글쓰시는 스콧님 늘 감탄하고 있네요. 오늘도 건강한 하루를 위하여~^^

페크pek0501 2022-11-27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민음사에서 책을 내다니... 대단한 작가인 듯합니다. 제가 무식한 거겠죠? 작가들이 좀 많아야지요.
저는 쓰다가 완결시킬 자신이 없으면 미완성인 채로 글을 저장해 둡니다. 미완성 폴더, 라고 있거든요.
한번은 거기서 꺼내 글을 완성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보관해야 놔야 한다는 쪽이에요.

coolcat329 2022-11-28 09:24   좋아요 2 | URL
페크님 오랜만이에요.
글을 많이 쓰시니 미완성 폴더도 있으시군요. 워낙 안 쓰니 미완성일 것도 없네요. 많이 추워졌어요. 건강 잘 챙기세요~^^

레삭매냐 2022-11-30 1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런 점에서 저도 계속해서
읽고, 꾸준하게 독후감을 생
산하고 있답니다 ㅋㅋㅋ

기타 치기랑 목공도 배워 보
고 싶은데, 접때 젓가락 한
번 깎은 다음에 목공은 접어
버렸습니다.
 
빈 옷장 - 개정판 아니 에르노 컬렉션
아니 에르노 지음, 신유진 옮김 / 1984Books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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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옷장>은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가 1974년에 발표한 데뷔작이다. 

낙태 전문 산파에게 불법 낙태 시술을 받는 충격적인 장면에서 시작하는 소설은 폭력적인 세상에서 소외되고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 세상과 싸우는 한 소녀의 뼈아픈 성장을 담고 있다. 


소설의 주인공은 '드니즈 르쉬르'로 그녀의 부모님은 도시와 멀리 떨어진 변두리에서 노동자와 하층민을 상대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한다. 청결하고 프라이버시가 보장된 생활은 아니었지만, 모든 것이 자기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듯한 유년 시절은 가난한 동네 여자아이들의 그것과 비교했을 때 드니즈에게 큰 행복감을 안겨준다. 부모는 억척스럽게 돈을 벌어 딸을 사립학교에 보내고 이 때부터 드니즈 앞에는 새로운 세상이 펼쳐진다. 부르주아의 청결하고 세련된 예의 바른 세상이...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세상이...


선생님과 부르주아 학생들은 자신이 속해 있던 카페와 식료품점, 부모님, 빈민층, 동네 친구들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이다. 쓰는 언어나 냄새, 행동 모든 것이 다르다. 드니즈는 도저히 좁혀질 것 같지 않은 두 세계 사이에서 혼란스럽다. 그녀가 학교에서 처음 배운 것은 모욕감과 수치심이다.


[나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다......그렇게 믿고 싶지 않은데. 왜 나는 저 아이들과 달라야 하는가, 배에 단단한 돌덩이가 들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눈물 때문에 눈이 따갑다. 이제 더 이상 예전과 같을 수 없다. 이것은 모욕이다. 학교에서 나는 모욕을 배웠고, 모욕을 느꼈다.(p.66)]


드니즈는 학교 친구들이 풍기는 여유로움과 편안함 앞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느낀다. 그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리기 위해 자신의 본모습을 감추고 매번 말을 꾸며내거나 과장을 하고 잘 보이려고 가게 물건도 갖다 주지만 그들과의 거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집과 학교라는 철저히 분리된 이중 생활 속에서 드니즈는 학업에 몰두한다.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공부를 선택한 드니즈는 반 친구가 대답하지 못하는 선생님의 질문에 자신이 대답할 때 자신이 '그 여자아이의 따귀를 제대로 때린 것'(p.80)과 같은 희열을 느낀다. 


[이 계집애들아, 자, 드니즈 르쉬르다, 얼간이, 음탕한 년, 그러나 어쩔 수 없다. 나는 너희들보다 잘한다. (...) 나를 괴롭혔지, 엿이나 먹어라. (p.80)]


뛰어난 학업 성적으로 선생님과 학우들로부터 인정을 받음으로써 두 세계를 오가며 자기만의 사는 법을 터득한 드니즈. 그러나 부모를 향한 수치심은 갈수록 심해진다. 유년 시절 부모는 가게를 찾아오는 노동자, 하층민들 보다 우월한 존재였다. 그러나 학교에서 부르주아 세계를 접한 드니즈의 눈에 자신의 부모는 '중요한 사람들 앞에서 횡설수설하는 초라한 사람'(p.111)일 뿐이다. 그들은 예의를 모르고 높은 사람 앞에서는 말도 못하며 늘 불결한 차림새이다. 무엇보다 드니즈가 가장 치욕스럽게 생각하는 점은 '팔을 벌리고 흡입하며, 말도 하지 않고'(p.132)먹는 모습이다. '그들은 왜 다른 사람들과 다를까?'(p.131) 드니즈는 부모를 볼 때마다 '신분 상승'의 꿈으로부터 멀어짐을 느끼고 그들을 증오하며 진짜 가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드니즈는 부모를 증오하는 자신이 '괴물'같이 느껴진다. '차라리 그들이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p.133) 좀 나으련만, 부모는 드니즈가 원하는 모든 것을 사주고 카페 일도 시키지 않는다. 오직 자식의 성공과 행복만을 바라는 부모에게 이런 마음을 품고 있으니 드니즈는 자신의 배은망덕함에 죄책감을 느낀다. '이유 없이 자신의 부모님을 사랑하지 못하는 것, 그것은 견딜 수 없는 일이다.'(p.135)


드니즈는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부르주아 남학생들을 만나며 가벼운 연애가 가져다 주는 '자유와 쾌락'을 맛본다. 또한 다양한 부르주아 문화와 취향을 흡수하고 문학과 철학 책을 읽으며 '끝없는 우월감' 느끼면서 부모로부터 더 멀리 가기 위해 공부에 매진한다. 그 결과 마침내 드니즈는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는데,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삶 앞에서 자신을 다시 한번 채찍질하는 그녀의 모습은 비장하기까지 하다. 


[내가 아무리 학위를 쌓아 놓아도 절대 숨기고 싶은 것, 내 가족의 추함, 주정뱅이들의 바보 같은 웃음, 내가 얼마나 천박한 말투와 몸짓으로 채워진 멍청한 년이었는지를 감출 만큼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5년 전, 6년 전 르쉬르 딸의 모습을 문화나 시험으로 억누르지는 못할 것이며, 늘 그 위에 침을 뱉을 것이다! (p.189)]


드니즈는 대학생이 되고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마음으로는 부모와의 관계를 끊는다. 

신분 상승의 욕망으로 가득 찬 드니즈는 '대단한 집안', '교양있는 가정'의 법대생 마크를 만나 속수무책으로 그에게 빨려 들어간다. 그녀는 자신의 출신과 환경을 다 알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세련된 마크의 태도에 편안함을 느끼고, 그런 그의 부르주아적 취향을 닮고 싶어한다. 

그렇게 드니즈가 욕망했던 부르주아의 세계...과연 그 세계는 드니즈에게 구원이 되었을까?


사립학교를 다니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세계와는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게 된 소녀, 드니즈.

그녀는 자신의 '빈 옷장'을 자신이 욕망하는 것들, 부르주아적인 세련되고 우아하며 고급스러운 것들로 채워 넣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지만 결국 남은 것은 뱃속의 '수치심의 조각들'(p.214)뿐이었다. 

마지막에 '어디서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가.'(p.214) 라는 그녀의 물음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것임을 새삼 느끼게 해준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그 정도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누구나 소설 속 드니즈가 겪는 그런 소외감과 이질감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있다. 서울에서 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교실의 반은 강남에서 온 친구들이었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는 송파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강남과 송파가 서울과 시골의 차이만큼 극명하지는 않았지만, 그 작은 교실 안에서도 '강남 대 송파'라는 알 수 없는 두 세계가 있었고, 강남에 속하지 못한 나는 더 자세를 꼿꼿이 하고 옷도 잘 입고 다니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엄마가 많이 아프셔서 집안이 많이 우울했고 당시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고등학생으로서의 특권을 누릴 수 없었다. 한마디로 속은 많이 외로웠는데 강남의 부유한 집 친구들처럼 여유있고 세련된 친구로 보이고 싶어서 나 자신의 어두운 면을 철저히 감추며 지냈다. 


드니즈는 천박하고 무식한 부모에게 큰 증오를 느꼈지만 나는 자식의 교육과 미래에 무관심한 부모가 원망스러웠으며 오히려 자식 교육에 극성인 부모를 둔 친구들이 너무나 부러웠었다. 특히 엄마는 아프시기도 했지만 워낙에 말이 없으시고 주변에 무관심해 정말 그 존재감이 너무나 작았는데, 나는 아직도 이 점이 너무나 싫고 슬프다. 그래서 나는 엄마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히려 드니즈의 엄마처럼 천박할지라도 자신을 표현하고 내가 뭔가가 되기를 바라는 엄마였다면 나는 좋았을 거 같다. 학교에 가면 겉으론 웃고 있지만 속은 불안했고, 집에 오면 아무 말 없이 힘들게 움직이는 엄마를 보며 동정심보다는 나의 외로움이 더 크게 느껴졌다.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며 그 때의 외로움과 소외감이 떠올라 중간에 가슴이 아팠다. 작가가 드니즈를 통해 쏟아내는 말들이 나의 말과 섞여 나의 상처를 되돌아보게 했고,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고, 지금의 나는 어떻게 되었는가...자꾸 생각하게 되었다.


원래 내 이야기를 잘 안하는데 이 소설은 워낙에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이다 보니 나 또한 내 이야기를 끄집어 내게 되었다. 

작가의 정제되지 않은 언어와 만나 더 생생하면서도 아프게 다가온 이야기 <빈 옷장>, 나의 상처와 다시 만나는 시간, 나에게 그런 상처가 있었음을 다시 깨닫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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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09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11-09 23:33   좋아요 0 | URL
스콧님도 이 소설 많이 슬프셨군요. 친구들도 생각나시고...
저도 이 소설이 저에게 이렇게 다가올 줄 몰랐습니다.
아니 에르노 책은 연달아 못 읽겠습니다.😥
<세월>은 내년으로 미뤄야 겠네요. 편한 밤 되세요~

2022-11-09 23: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11-09 23:36   좋아요 0 | URL
프레이야님~제 이야기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가슴을 후벼 파는 소설은 처음인 거 같습니다. 편한 밤 되세요~

2022-11-10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11-10 07:46   좋아요 0 | URL
오~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프레이야님의 따뜻한 글에 저 또한 마음이 따뜻해졌네요.
미세먼지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

2022-11-10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11-10 12:17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의 100자평 읽어서 기억합니다. 어딜가든 비교가 되고 나의 위치를 살피게 되지만, 예민한 청소년 시기엔 저런 문제들이 더욱 크게 다가오는 거 같아요.
댓글 감사하구요~
좋은 하루 되세요~😊

얄라알라 2022-11-10 11: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coolcat님,토탁토탁.....어렵사리 말씀 풀어놓으셨네요...


저는 영화 개봉할 때, 플친님들 글에서만 보고 개봉관 못갔었는데 ‘이 소설이 원작인가보네요..

coolcat329 2022-11-10 12:19   좋아요 0 | URL
오~이 소설 영화도 있군요.
아니 에르노의 첫 작품이라 읽어봤는데 그녀의 소설은 연속해서 읽기엔 좀 버겁네요. 쉬었다가 내년에 또 읽어보려고 합니다.
맛점하세요~~^^

새파랑 2022-11-10 12:0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의 지난날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이군요. 그래서 더 의미가 있으실거 같아요. 이래서 소설을 읽는거 같습니다 ^^

coolcat329 2022-11-10 12:26   좋아요 1 | URL
쓰면서 다 지워버릴까 하다가 저는 한 번도 제 이야기를 글로 써본적이 없다는 생각에 그냥 써봤습니다. 뭐랄까...속이 좀 후련해지는 느낌이 드네요.
저도 소설이 제일 좋습니다.
어젯밤 <소설 만세>라는 정용준의 에세이를 읽다가 잤는데요, 소설 좋아하시는 새파랑님 좋아하실 거 같네요.
근데 여기서도 아니 에르노 얘기가 나와 조금 놀랐어요. ㅋ
맛점하세요!

페넬로페 2022-11-10 16: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소설도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인 이야기인거네요. 이상하게 작가의 경험이 많이 담긴 책을 읽을 때 저의 경험들이 많이 생각나더라고요.
이유는 다르지만 쿨캣님의 지난날에 대한 경험에 제 것과 비슷한 것이 들어있어 공감했습니다^^

coolcat329 2022-11-10 21:07   좋아요 1 | URL
아니 에르노는 보니까 거의 모든 작품이 자신의 이야기인 거 같아요.
개인적인 이야기로 보편적 공감을 이끌어 내는 작가라는 말이 맞는 거 같아요. 페넬로페님 편한 밤 되세요~🌛

레삭매냐 2022-11-11 2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캇트님은 아니 에르노를
읽으시는군요.

프랑스 문학가라는 점에서
제가 요즘 빠져 있는 발자쿠
선생과 공통점이...

소설읽기는 결국 자기 구원과
자기 투사의 길이 아닌가 생각
해 보게 됩니다.

coolcat329 2022-11-16 18:45   좋아요 2 | URL
아~ 자기 구원을 위해 더욱 열정을 갖고 소설을 읽어야 겠습니다.😊

물감 2022-11-16 1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역시 자신의 얘기가 들어가야 글이 더 풍성해지고 생명력을 가지게 됩니다.
잘 읽었어요. 아니 에르노 독파 중이신가요? 저는 <단순한 열정> 하나 읽었는데 그냥 그래가지고 더 읽어야 하나 잘 모르겠어서 ㅎㅎㅎ 그나마 분량이 다 짧다는 장점은 있네요...

coolcat329 2022-11-16 18: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독파 중은 아니고 어쩌다 보니 읽게 되었답니다. 근데 당분간 더는 읽고 싶지 않네요.😅

호우 2022-11-20 08: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에르노의 책들은 모두 이어져 있는 거 같네요. 사건과 빈 옷장이 같은 얘기를 하고 세월에 다시 언급되고. 자신의 살아 온 삶을 솔직하게 모두 글로 풀어내는데 읽다 보면 나의 상처를 헤집어 보게 되는 거 같아요. 그래서 공감하게 되는 지점도 있고 아프기도 하고 그렇더군요.

coolcat329 2022-12-18 13:27   좋아요 1 | URL
어머 호우님~제가 님의 댓글을 오늘에야 봤습니다. 작가의 솔직한 글에 제 자신의 마음과 숨겨진 상처를 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내년에는 <세월>을 읽어 보려구요~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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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독서법에 관한 다양한 책을 쓴 일본의 사이토 다카시 교수는 <독서력>에서 이런 말을 했다.


"교양서는 한층 광범위한 지식 체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준다. 한 권을 읽으면 보다 수준 높은 책을 두 권, 세 권 더 읽고 싶어진다."


지난 달에 전원경의 <예술, 도시를 만나다>를 읽고 유럽 역사, 그 중에서도 650년에 걸쳐 유럽을 호령했던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에 큰 흥미를 느꼈다. 오스트리아의 빈과 스페인의 마드리드를 여행하며 알게 된 합스부르크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 분량이 많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드라마틱하고 다채로워 더 알고 싶다는 독서욕을 유발했다.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무서운 그림>시리즈로 유명한 나카노 교쿄의 책으로 일본에서는 2008년에 발표되었다. 이 책은 앞으로 출간될 예정인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 첫 번째 책으로 10월 25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하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전시에 맞춰서 이번에 국내에 출판된 듯 하다. 

사실 조금 가볍지 않을까 싶어 도서관에서 빌려 보려고 하다가 명화가 실린 책이라 소장 가치가 있을 듯 하여 구입했고, 거의 다 읽어 갈 무렵 사이토 다카시 교수의 말대로 좀 더 깊이가 있는 '보다 수준 높은 책'을 갈망, 올해 7월에 나온 합스부르크 가문 통사를 다룬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를 또 구입했다. 


유럽 최고의 가문 합스부르크가는 '스위스 북동부의 시골구석'(p.12)에서 시작되었다. 시골의 보잘것 없는 호족이었던 합스부르크가가 유럽 역사의 중심으로 등장하게 된 계기는 13세기 초 합스부르크가의 루돌프 백작이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되면서부터 였고, 이때부터 650년에 걸친 화려한 왕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당시 신성로마제국 황제는 7명의 선제후가 선거로 결정했는데, 이들은 '최대한 무능하고 자신들의 꼭두각시가 될 만한 남자'(p.16)를 찾았고 그렇게 선택된 인물이 바로 합스부르크가의 루돌프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들의 바램과는 다르게 55세의 루돌프는 우연히 찾아온 이 행운의 기회를 놓치지 않을 만큼 그 누구보다 야심만만한 인물이었다. 마르히펠트 전투(1278년)의 승리로 보헤미아를 비롯한 오스트리아 일대를 손에 넣었고, 이후 본거지를 스위스 산속에서 오스트리아로 옮겼다. 그는 오직 합스부르크가를 지키고 확장하는 데 남은 10년의 인생을 쏟아부었으니 합스부르크가의 왕조 성립에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또 한 명의 영웅으로 15세기 말, 독일 왕 겸 신성로마제국의 황제가 된 막시밀리안 1세(1459~1519)가 있다. '중세 최후의 기사'라는 칭호를 얻었던 그는 26년 중 25차례나 원정을 떠났고 항상 최전선에서 싸우며 영토를 부르고뉴, 에스파냐, 헝가리까지 확장, 국호를 '독일 국민의 신성로마제국'으로 바꾸는 등 합스부르크가를 명문가로 끌어올렸다.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 


막시밀리안1세는 당시 최고의 신부감이었던 부르군트 공국의 마리아와 결혼했는데, 이 결혼을 통해 '애쓰지 않고도 합스부르크가에 막대한 부와 영토가 굴러들어왔던 것'(p.37)을 계기로 혼인 외교를 중시하게 되었다. 따라서 자녀들을 에스파냐 왕가와 결혼 시키는데, 이 이중 결혼의 조건은 '어느 한쪽의 가계가 단절될 경우 남은 쪽이 영지를 상속한다'(p.37)는 것. 

이 조건 때문인지는 몰라도 두 가문에 돌연사가 잇달아 일어나고 이로 인해 미남왕 펠리페의 아내이자 카를5세의 어머니인 후아나는 '광녀 후아나'라는 명칭까지 얻게 되니 출발부터 참 흥미롭다. 


아래 그림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가 막시밀리안의 요청으로 그린 <막시밀리안 1세>의 초상화로 1519년 막시밀리안이 서거한 직후의 작품이다. 재위 내내 최전선에서 싸웠으니 말년에 얼마나 지쳤을까...그림으로도 그 피로감이 전해진다.



이 아름다운 아이는 누구일까? 순간 나의 눈을 사로잡은 10장에 나오는 명화 <라이히슈타트 공작>이다. 조지3세의 궁정 화가로 '모델을 실물보다 매혹적으로 그리는 재능 덕분'(p.176)에 전 유럽 왕족, 귀족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았던 화가 토머스 로런스(1769~1830)의 그림이다. 그러나 이 그림은 보정 작업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실제로 소년의 용모가 매우 뛰어나 이로부터 10년 뒤 186센티미터의 아름다운 청년이 된 그는 수많은 여성들을 한숨짓게 했다고 하니까. 


합스부르크가에 이토록 아름다운 인물이 있었다니 궁금하지 않은가?

힌트를 주자면 아버지는 '유럽을 뒤흔든 희대의 영웅'(p.177)이었고, 어머니는 합스부르크가의 황녀로 이 소년은 '혁명의 아들과 고귀한 순혈 사이에서 태어난 적자'(p.177)이다. 


맞다. (혼자 묻고 혼자 대답하니 조금 민망하지만) 바로 나폴레옹과 프란츠 2세의 딸 마리 루이즈 사이에서 태어난, 태어나자마자 바로 '로마 왕'이라는 칭호를 얻은 나폴레옹 2세(1811~1832)이다.

그러나 소년의 일생은 짧고 불행했다. 나폴레옹이 엘바 섬에 유배되자 어머니 마리 루이즈는 아들을 데리고 빈 친정으로 돌아간다. '합스부르크가 입장에서 나폴레옹은 너무나 증오스러운 적'(p.184)이었는데, 그의 아들이니 아무리 합스부르크가의 피가 섞여있다 해도 마냥 예쁘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메테르니히 재상은 그를 '작은 나폴레옹'이라며 귀찮아했고 자연스럽게 그는 '합스부르크의 고귀한 죄수'(p.185)로 거의 감금되다시피 한다. 게다가 어머니 마리 루이즈는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나 남편 나폴레옹과 아들을 버리고 파르마에서 새 살림을 차렸으니 참으로 비호감 인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프란츠2세는 나폴레옹과의 관계를 끊게 할 의도로 그가 7세 때 라이히슈타트 공작이라는 작위를 내린다. 그러나 공작은 후에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고, 아버지를 숭배하며 아버지와 같은 군인이 되기로 결심하지만 건강이 허락하지 않아 폐결핵을 앓다 21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다.


영웅과 고귀한 혈통 사이에서 아름다운 외모를 갖고 태어나 크게 될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던 라이히슈타트 공작의 이 짧고 불행한 삶이 나는 참 인상적이었다. 저 아름다운 그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니 신기하게도(당연한 일이지만) 나폴레옹의 그 총명한 눈이 떠올라 소름이 끼쳤다. 얼굴은 나폴레옹을 몸매는 호리호리한 엄마를 닮은 듯 하다. 라이히슈타트 공작은 처음엔 쇤브룬 궁전 내의 합스부르크가 묘지에 묻혔다가 제2차 세계대전 때 히틀러가 지배 하에 있던 프랑스를 회유하기 위해 공작의 유해를 오스트리아에서 프랑스로 옮겼다. 그래서 현재 '나폴레옹 부자는 파리의 앵발리드에서 영원히 함께 잠들어 있다'(p.192)니 아버지를 숭배했던 아들과 유일한 자식을 죽어서라도 만난 나폴레옹 입장에서는 얼마나 다행인가...


저자 나카노 교쿄는 13세기 루돌프 1세부터 20세기 프란츠 요제프까지 12장에 걸쳐 알브레히트 뒤러, 베첼리오 티치아노,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에두아르 마네 등 유명 화가들이 그린 명화를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들의 다채로운 삶을 재미있는 일화를 곁들어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미술 작품을 통해 들여다보는 합스부르크가의 이야기인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진입장벽이 낮은, 합스부르크가 입문서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책이다. 


한국과 오스트리아 수교 130주년을 기념하여 국립중앙박물관과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이 협력하여 개최하는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홍보 엽서가 책 속에 들어 있었다. 이 엽서를 가지고 오면 작은 선물을 준다고 해서 얼리버드로 할인 티켓을 사뒀다. 언제 갈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그림 구경하고 밥 먹고 커피 마실 걸 생각하니 가슴이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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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11-02 17: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포그 뮤지엄에 가봤지만
정작 가서는 윈슬로 호머의
그림들과 조각들 구경에
넋이 빠져서 미처 미소년
그림은 못 보았네요...

* 덧 : 조각가 이름이 이제야 기억났네요.
오노레 다미에 !!!

coolcat329 2022-11-02 19:15   좋아요 2 | URL
오! 포그 미술관에 가보셨군요~
저는 호머 그림하면 민음사 호손 단편집이 떠오릅니다.
표지가 호머 그림이거든요. 근데 재미가 없어 몇 년을 붙잡고 있다보니 표지만 매일 보네요.ㅎ

오노레 도미에의 작품 중 조각도 있군요. 화가들이 다 쟁쟁하니 토마스 로렌스 그림은 묻힐 수도 있겠어요.

페넬로페 2022-11-02 19: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650년동안 왕조가 유지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대단하단 생각이 들어요.
국립박물관 전시 저도 가보고 싶어요.
얼리버드는 아깝게 놓쳤어요^^

coolcat329 2022-11-02 19:46   좋아요 2 | URL
그러고 보면 조선왕조 오백년도 대단한 거 같아요.ㅎㅎ
전시회 내년 3월초까지니 기회되시면 가셔도 좋을 거 같아요. 고종이 오스트리아 황제에게 선물한 갑옷과 투구도 전시되어 있다더라구요~

바람돌이 2022-11-02 21: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합스부르크가 진짜 특이하죠. 유럽 대부분을 호령했는데 국민국가를 이룬 건 또 아니고.... ㅎㅎ
한동안 나가노 교코의 책을 많이 읽었었는데 요즘은 좀 너무 가벼워져서 안들게 되더군요.그런데 쿨캣님덕분에 이 책은 또 살짝 관심이 가네요. ^^

coolcat329 2022-11-03 08:31   좋아요 1 | URL
네~나카노 교코 책 쉽고 명쾌해서 좋은데 다 읽고 나면 좀 가볍다? 라는 느낌이 있어요. 근데 참 재밌기도 해요~ 앞으로 나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시리즈(부르봉, 로마토프 등등 나올 예정)도 흥미로워 모아 볼까도 싶고요.

새파랑 2022-11-02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쿨캣님의 독서는 대단합니다 ㅋ 꼭 작은 선물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

coolcat329 2022-11-03 08:35   좋아요 1 | URL
사실은 올해 제 독서 목표가 전쟁사와 관련된 책들 읽는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합스부르크로 넘어왔네요. ㅎㅎ 작은 선물이 뭘까 저도 궁금합니다. 나중에 알려드릴게요~

scott 2022-11-03 00: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시회 그림 구경하고 고 밥 먹고 커피 마실 걸 생각하시닌 쿨켓님의 행복한 모습이 마구 그려집니다 ㅎㅎ

깊어 가는 가을에 전시장 나들이 !
이보다 더 좋은 나들이가 없죠 ^^

coolcat329 2022-11-03 08:37   좋아요 1 | URL
아 더 추워지기 전에 갔다 와야하는데 말이요~~그러고 보니 가을과 전시회 참 잘 어울립니다. 스콧님 감사합니다~

mini74 2022-11-03 0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럽습니다 쿨캣님 혼자서 밥 막고 그림 구경하고 커피 마시다니 ㅎㅎ 이 책 고민중입니다 ㅎㅎ

coolcat329 2022-11-03 08:40   좋아요 1 | URL
미술에 관심 많으신 미니님 이번 전시회 보시면 좋을텐데 멀리 사시죠?
이 책은 제 수준에는 참 적절했으나 미니님에게는 조금 가벼울 수도 있을 듯 하네요. 근데 나카노 교코가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니 재미는 보장입니다.
아참! 저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미니님께 땡투하고 샀습니다. (샀다가 땡투안해서 취소하고 다시 샀다는 말을 굳이 하겠어요~ㅋㅋ)

mini74 2022-11-03 12:03   좋아요 1 | URL
앗 고민되네요 쿨캣님 리뷰가 너무 좋아서 ㅎㅎ 고맙습니다 ~~

라로 2022-11-03 12: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볼드체로 인용하신 글, ˝교양서는 한층 광범위한 지식 체계로 들어가는 입구가 되어준다. 한 권을 읽으면 보다 수준 높은 책을 두 권, 세 권 더 읽고 싶어진다.˝ 정말 제 경우에는 맞는 말인 거 같아요!! !! 책도 읽고 전시회도 가시게 되면 두 배로 오래 기억하실 것 같아요.^^; 암튼 언제 가실지 모르지만 다음에 전시회에 대한 글을 올리시면 이 리뷰를 기억할게요. ^^

coolcat329 2022-11-03 18:43   좋아요 0 | URL
꼬리에 꼬리를 무는 책읽기도 큰 즐거움입니다. 다만 큰 맘먹고 세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게 문제에요~^^
 
단순한 열정 (무선) -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99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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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이후로 나는 한 남자를 기다리는 일, 그 사람이 전화를 걸어주거나 내 집에 와주기를 바라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p.11)]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아니 에르노(Annie Ernaux 1940~)의 대표작 중 하나인 <단순한 열정>은 연하의 외국인 유부남 A와의 사랑, 정확히는 불륜을 담은 작품으로 1991년 발표되었다. 

67쪽의 짧은 소설로 늘 직접 체험한 것 만을 쓰는 작가 답게 자기 자신의 이야기이다. 

A는 파리 주재 소련 대사관의 직원으로 '나'와 불륜 관계를 맺고 있는 유부남이다. A는 작가가 10년 후 2001년에 발표한 <탐닉>에서도 나오는데, 작가가 A를 만나며 적은 일기들을 모은 책이다.  


'나'는 하루종일 그를 기다린다. '나'에게 미래란 '약속 시간을 알려올 그 사람의 전화'(p.13)일 뿐이며, 그 사람이 오기 전엔 아무 일도 할 수 없다. 그가 떠난 뒤엔 그가 '내게 남겨 놓은 정액을 하루라도 더 품고 있기 위해 다음 날까지 샤워를 하지 않'(p.17)는다. 늘 그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자신을 꾸미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그와의 관계를 수월히 하기 위해 아들들에게도 오기 전에 미리 연락 해줄 것을 당부해 놓는다. 또한 그의 전화가 한참 동안 오지 않으면 그 사람의 전화가 오기를 빌면서 거지들에게 적선을 하기도 한다. 그와 함께 있던 날 커피 포트가 떨어져 타버린 카페트를 볼 때면 '그 사람과 함께 보낸 열정적인 순간을 떠올릴 수 있어서 행복'(p.24)할 뿐이다. 


나는 <단순한 열정>을 읽으며 나 자신과 소설 속 '나'를 비교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이유는 소설 속 '나'가 지금의 내 나이와 거의 같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 책은 단순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지금 내 나이의 여자가 이런 중독과도 같은 열정적인 사랑을 할 수 있다니...그에 비하면 난 거의 노인이 아닌가 싶어서... 나 자신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도 사랑에 빠져 천국과 지옥을 왔다갔다 한 적은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거 같다. 무엇보다 오십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런 열정을 발산할 수 있다니 참으로 놀라웠고 내가 너무나 늙은 느낌이 들어 순간 당혹스럽기까지 했다. ㅠㅠ 


사랑에 빠지는 순간은 달콤하지만 막상 사랑의 본 궤도에 오르면 행복보다는 고통이 따름을 우리는 알고 있다. 사랑 역시, 혼자가 아닌 둘이서 하는, 일종의 인간 관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우 내밀하면서도 감정에 기반한 특수한 인간 관계이기에 더 큰 고통을 수반하는지도 모르겠다.

사랑하는 과정에서 알게 되는 자신의 내밀한 감정들과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은 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한다. 

<단순한 열정>의 '나'도 그렇다. 


[그 사람 덕분에 나는 남들과 나를 구분시켜주는 어떤 한계 가까이에, 어쩌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곳까지 접근할 수 있었다. (...)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p.65,66)]


사랑의 쾌락과 기다림의 고통, '버려졌다는 상실감'과 같은 내면의 감정을 외면하지 않고 글로 써내려 간 '나'는 이 과정에서 무엇을 얻게 되었을까? '나'는 자신이 글을 쓰는 이유가 '오로지 한 사람만을 향해 이루어졌던 그때에 머물고 싶었기 때문'(p.52)이라고 하지만, '나'가 글을 쓰면서 만난 것은 다름 아닌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자신의 감정을 낱낱이 기록함으로써 자신이 몰랐던 또 다른 자신과 만난다는 것은 고통을 수반하는 아픈 일이겠지만,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처럼 '나' 즉 인간 아니 에르노는 좀 더 성숙한 인간이 되지 않았을까...


작가는 다음의 멋진 문장으로 글을 끝맺는다.


[어렸을 때 내게 사치라는 것은 모피 코트나 긴 드레스, 혹은 바닷가에 있는 저택 따위를 의미했다. 조금 자라서는 지성적인 삶을 사는 게 사치라고 믿었다. 지금은 생각이 다르다. 한 남자, 혹은 한 여자에게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가 아닐까. (p.67)]


'사랑의 열정을 느끼며 사는 것이 바로 사치'라는 말에서 순간 고개를 끄덕였다. 나 자신을 갖다 바치는 그런 열정적인 사랑은 흔하지 않기에 사치가 맞다.

그러나 나는 이런 사치는 하고 싶지도 않고 할 수도 없다. 사치라는게 분수에 맞지 않는 생활을 하는 것인데, 난 작가처럼 이런 기다림을 할 자신도 없고 사랑 때문에 나 자신을 잃고 싶지도 않기 때문이다. 지금 내 상황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불륜일 텐데 생각만 해도 머리 속이 복잡해진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사랑을 솔직히 기록함으로써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졌다고 하지만 나에겐 그런 에너지도 없을 뿐더러 이렇게 내 마음을 글로 표현할 재주도 없다. 


다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사치는 부리고 싶다. 어쩌면 나 자신을 사랑하는 건 사치가 아니라 반드시 필요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모른 채 타인의 사랑에 자신을 옭아매려고 한다. 지금 나에게 필요한 건 남자가 아니라 나 자신의 행복이고 건강이며 내 삶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열정적인 사랑은 소설을 통해 대리 만족을 느끼는 걸로 만족해야겠다. 


작가의 용기와 당당함이 인상적이었고 이어서 작가의 첫 작품 <빈 옷장>을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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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30 18: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댓글 달아서 죄송합니다만 리뷰 잘 읽었습니다! 매냐님 서재에서 댓글 다신 것 봤지만 이렇게 님의 서재에 글을 읽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덕분에 단순한 열정이 읽고 싶네요! 짧은 책이라는 리뷰를 보고 스킵했던 책인데.^^;;;

coolcat329 2022-10-30 20:52   좋아요 2 | URL
라로 님~반갑습니다. 죄송하긴요~저야 말로 라로님 글 몇 번 읽은 적이 있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동네 도서관에서 아니 에르노 책 구할 수 없어 몇 권 예약해 둔 상태인데 이 책이 가장 먼저 연락이 와서 읽게 되었습니다. 저도 짧아서 좀 놀랐는데 내용은 강렬합니다. 🤭

라로 2022-10-31 06:37   좋아요 2 | URL
님께 땡투하고 사서 읽으려고 했더니 이미 산 책이라고 나와요!!ㅠㅠ 제 기억이 이렇습니다요.^^;; 어쨌든 정식으로 반갑습니다. ^^

coolcat329 2022-10-31 07:36   좋아요 0 | URL
아~마음 감사합니다. 이미 산 책이라고 알려주니 참 좋습니다.😅

레삭매냐 2022-10-30 21: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예전에 교보문고에서
선 자리에서 다 읽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가히 충격적이었더라는.

coolcat329 2022-10-31 07:38   좋아요 2 | URL
저도 첫 문장부터 움찔했습니다.🤤

새파랑 2022-10-31 11:5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읽고 움찔했습니다 ㅋ 이 책 좋았고 다른책도 한권 더 읽었는데, 그 이후로는 손이 안가더라구요 ㅎㅎ

전 개방(?)적인 인간이 아닌걸로 ㅋ

coolcat329 2022-10-31 21:11   좋아요 1 | URL
ㅋ 저도 프랑스 여자가 아닌 한국 여자라 참 버겁습니다.

scott 2022-11-01 23:5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상황, 이런 감정을
이런 문장으로 쓸 수 있는 작가는 아니 에르노가 유일한 것 같습니다.

아니 에르노 첫 작품도 충격적인데
읽다보면
아니 에르노가 들려주는 여성의 삶, 엄마의 삶, 그리고 아버지의 삶으로 나눠진 각기 다른 세대들이 관통한 시대의 모습이 그려집니다.


coolcat329 2022-11-02 08:49   좋아요 2 | URL
빈 옷장 곧 읽으려고 대기 중인데 마음을 열고 읽어야겠네요.

scott 2022-11-09 15: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이달상 진심으로 추카합니다!
아니 에르노 <세월> 사알짝 추천 합니다^^

coolcat329 2022-11-09 18:06   좋아요 1 | URL
오~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받으니 기쁘네요~
<세월> 그렇잖아도 진작에 스콧님께 땡투하고 사뒀답니다.
이따가 <빈 옷장> 리뷰 쓸 예정입니다.

페넬로페 2022-11-10 19: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려요.
요즘 계속 아니 에르노 작가의 작품 읽으시네요.
저도 어서 이 작가에 입문하고 싶어요**

coolcat329 2022-11-10 21:1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마 샀으면 또 책장에 꽂아두고 안 읽었을 거에요. ㅋ
올해는 에르노 책은 그만 읽구요, 내년에 또 읽어볼까 합니다. 단순한 열정 짧아요. 한 번 🔥맛 느껴보세요. 😁
 
황금 물고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5
J.M.G. 르 클레지오 지음, 최수철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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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물고기>는 2008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르 클레지오(J.M.G. Le Clézio 1940~)가 1996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작가의 후기 대표작 중 하나이다.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p.112) 자신의 뿌리를 찾아 세상을 떠도는 흑인 소녀 '라일라'의 고난한 여정을 그리고 있는 <황금 물고기>는 르 클레지오의 아름답고 서정적인 문장이 빛나는 작품이다. 

한 소녀의 거친 인생 역정을 다루고 있지만, 차분하면서도 서정미 넘치는 문장 덕분에 책을 읽는 것이 아닌 책 속을 유영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마침내 라일라가 고향에 도착해 자신이 태어난 땅을 만지며 어머니의 손길을 느끼는 장면에서는 보잘 것 없는 물고기에서 '황금 물고기'로 거듭난 라일라의 모습에 눈이 부셨다. 모든 성장은 이처럼 눈부시지 않을까...

예닐곱 살 무렵에 나는 유괴당했다. - P9

처음으로 나는 멀리 떠나고 싶었다. 저 산들을 넘어 힐랄의 나라로 가 내 엄마와 내 부족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나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 모든 것은 존재하지 않고, 나 자신이 귀고리를 들여다보며 지어낸 것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 P84

나는 급류를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처럼, 지금처럼 다른 사람들, 다른 사물들 사이를 누비며 살아가고 싶었다. - P112

나는 어렸을 적부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를 그물로 잡으려 했다고 생각했다. 그들은 나를 끈끈이에 들러붙게 했다. 그들을 그들 자신의 감상과 그들 자신의 약점으로 내게 덫을 놓았다. - P116

밤이면 모든 것이 달라졌다. 나는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되었다. 그리하여 톨비아크, 오스테를리츠, 레오뮈르 세바스토폴 역으로 다른 바퀴벌레들을 만나러 갔다. 우리만이 아는 길을 통해 지하철 통로 안으로 들어서면 북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그 소리에 몸을 떨었다. 그야말로 마술적인 소리였다. 저항할 수 없었다. 나는 그 음악에 이끌려 바다와 사막을 건넜다. - P154

나는 위험한 사람들은 마르시알이나 아벨이나 조라나 들라예 씨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위험한 사람들은 그들의 희생자들이었다. 그들은 동조자이기 때문이었다. - P205

이제 나는 음악을 귀가 아니라 내 온몸으로 듣고 있었으며, 전율이 나를 감싸고, 살갗을 자극하고, 신경과 뼈까지 아프도록 파고드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들을 수 없는 음들이 내 손가락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 나의 피와 나의 숨결, 그리고 얼굴과 등에서 흘러내리는 땀과 한데 섞였다. - P264

나는 다른 이름, 다른 얼굴을 가지고 돌아왔다.
오래전부터 나는 이 순간을 기다려왔다. 이제 나는 내가 받았던 것을 되돌려줄 것이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면서도 언젠가는 이런 순간이 오도록 하기 위해 그 모든 노력을 기울여왔던 것인지도 모른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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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10-28 20: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어요! 밤이면 바퀴벌레가 되었다니...카프카 증후군인지 이런표현에 솔깃솔깃ㅎㅎ 말씀대로 서정적인 문장들도 좋네요^^*

coolcat329 2022-10-29 07:35   좋아요 3 | URL
문장이 서정적이면서도 흡입력이 있어 굉장히 잘 읽힙니다.☺️

Falstaff 2022-10-28 21: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휴, 압도적으로 즐거웠던 클레지오였습니다.
원래는 ˝압도적인 대표작˝이라고 썼다가요, <사막>, <섬> 같은 것이 생각나서... <아프리카인>도? ‘대표작‘은 뺐습니다. ㅋㅋㅋㅋ 하여간 매력적인 작가입니다.

coolcat329 2022-10-29 07:39   좋아요 3 | URL
클레지오가 작품이 많더라구요. 예전 골드문트님 강추로 읽었는데 서정적인 문장에 푹 빨려들어갔습니다. <사막>도 있는데 이 소설도 한 소녀의 성장 이야기로 비슷한 거 같아 나중에 읽으려구요.

새파랑 2022-10-29 16: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주인공이 물고기인가요? ^^ 표지가 물고기 비늘 같아보입니다 ㅋ

coolcat329 2022-10-29 22:00   좋아요 2 | URL
아프리카(모로코로 추정) 흑인 소녀가 주인공입니다~ 소녀가 세상을 표류하는 모습이 마치 물고기가 자신의 근원을 찾아 떠다니는 모습 같아 제목이 황금 물고기인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