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네 집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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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에 대한 아련한 문장과 시대상을 꿰뚫는 날카로운 문장의 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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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10월 20일에 개봉한 작품. 영화 '에이리언'(1987), '블레이드 러너'(1993), '델마와 루이스'(1993), '글래디에이터'(2000), '블랙 호크 다운'(2002), '킹덤 오브 헤븐'(2005), '마션'(2015) 등을 연출한 할리우드 명감독 리들리 스콧의 작품이다. 에릭 재거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션'에서 호흡을 맞췄던 맷 데이먼, 감독의 차기작 '하우스 오브 구찌'에도 출연할 아담 드라이버, 벤 애플렉과 조디 코머가 주연을 맡았다. 각본은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 니콜 홀로프세너가 썼다. 1998년에 개봉(국내)한 명작 '굿 윌 헌팅'에서 맷과 벤은 공동 각본·출연에 나섰는데, 이번 작품에서 또 한 번 두 사람의 공동 각본·출연이 이뤄졌다. 감독과 함께 '글래디에이터', '마션' 등을 함께 연출했던 제작진이 이번 작품에 합류하기도 했다.

작품의 배경은 14세기 프랑스다. 전쟁터에 나가기 위해 '장 드 카루주'(맷 데이먼)가 집을 비운 사이, 한때 그의 친구였지만 원수가 되어 버린 '자크 르 그리'(아담 드라이버)가 장의 부인 '마르그리트'(조디 코머)를 겁탈한다. 마르그리트는 이를 장에게 말하고, 장은 자크의 죄를 알린다. 하지만 자크는 성폭행이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이에 두 사람은 국왕 앞에서 '결투 재판'을 벌이기로 한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결투 재판에서 이기는 사람은 진실이고, 지는 사람은 죽음을 맞이하는 동시에 거짓이 된다. 과연 이 싸움의 승자는 누구이며, 진실은 무엇일까?

영화의 특이점은 세 사람, 즉 장과 자크·마르그리트의 시점을 오간다는 것이다. 세 사람이 사건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만큼, 같은 장면이 다른 맥락에서 펼쳐진다. 시점에 따라 장은 자크의 죄를 밝혀서 아내의 치욕을 씻어주려는 정의의 사도이고, 자크는 마르그리트와 별 문제 없이 성관계를 맺었으며, 마르그리트는 성폭행의 피해자다. 이 방식은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단편집 '라쇼몽'(1917),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1950)와 같다. 하나의 사건을 주제로 각자의 입장에서 진술을 하는 인물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관객은 혼란을 겪게 된다. 마르그리트의 시선에 이르면서 진실이 드러나지만, 한편으로는 그 역시 본인의 입장에서 바라본 것이기에 의심의 끈을 완전히 놓을 수 없었다.

'에이리언'과 '델마와 루이스', '지. 아이. 제인'(1997) 등에서 리들리 스콧 감독은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 서사를 그렸다. 이번 작품에서도 같은 서사가 등장한다. 사람들의 모욕적인 언사, 침묵을 강요받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마르그리트는 사건의 진실을 말한다. 이 부분에서 오늘날의 '미투'가 떠올랐다. 마르그리트를 통해 감독은 주변의 시선과 강요로 침묵하는 사회적 약자에게 연대와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개인적으로 결투장에서 싸움을 구경하는 사람들이 궁금했다. 과연 그들은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있을까? 사건의 진실은 안중에 없고, 승패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건 아닐까? 물론 당시에는 결투에서 이기는 자가 진실인 만큼, 승패가 중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투장을 찾은 사람 중 그 누구도, 결투의 결과 이전에 사건의 진실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았다. 마치 한 사건의 진실보다 이를 두고 벌어지는 언쟁, 가십거리에만 치중하는 현재의 언론 행태와 일부 대중을 보는 듯했다. 물론 나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결투 장면을 보면서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앞서 언급했던, '라쇼몽'을 계승한 연출 방식이 흥미로웠다. 이를 통해 하나의 진실을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인간의 특성을 잘 표현했다. 또 실제 중세 시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고증도 인상적이었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특히 마지막 결투신은 극강의 몰입도를 선사했다. 연출과 연기 모두 극찬을 받아 마땅하다. 왜 감독과 제작진, 배우들이 할리우드 명감독이자 배우로 불리는지 다시 한번 알 수 있는 작품이었다.


평점-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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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나무위키


넷플릭스에서 공개(9월 17일)된 '데스 게임' 장르의 드라마. 공개 이후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13일, 넷플릭스는 전 세계 1억 1,100만 가구가 '오징어 게임'을 시청했다고 밝혔다. 게다가 '플릭스패트롤'(글로벌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에 의하면, 16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오늘 전 세계 톱 10 TV 프로그램(쇼)'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로써 9월 23일을 시작으로 24일 연속 1위를 달리게 되었다. 플릭스패트롤에서 순위를 집계하는 총 83개국 중 60개국에서 1위를 기록하며 식지 않는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또 '에미상' 수상 가능성까지 흘러 나오고 있다.

작품의 연출과 각본은 '마이 파더'(2007), '도가니'(2011), '수상한 그녀'(2014), '남한산성'(2017) 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맡았다. 2008년부터 시나리오를 구상했는데, 당시에는 투자를 받지 못해 빛을 보지 못했다. 그러나 감독의 시나리오와 넷플릭스가 만나면서 10년이 지난 시점에 빛을 보게 되었고, 그동안 다양한 장르를 보여 주었던 황동혁 감독의 연출력도 다시금 빛났다.

쌍문동에 사는 '성기훈'(이정재). 회사에서 해고된 후 사업도 해보고, 여러 시도를 했지만 빚만 지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이혼까지 하고, 경마장을 들락날락하면서 노모의 등골을 빼 먹는다. 그러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마주친 한 남자(공유)가 그에게 게임을 제안한다. 게임에서 승리해 돈을 얻은 기훈. 그런데 그 남자가 명함 한 장을 건네며 연락하라는 말을 남긴다. 이에 기훈은 명함의 번호로 전화를 걸고, 어디론가 향한다. 그곳에서 기훈은 친하게 지냈던 동네 동생 '조상우'(박해수)를 만난다. 얼마 후 시작된 게임. 첫 게임은 너무나도 익숙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였다. 별 생각 없이 게임에 임하는 기훈과 상우, 그리고 여러 참가자들. 하지만 그들은 몰랐다. 게임의 결과가 이토록 무섭고 참혹할 줄.

작품에는 큰 빚을 지고 벼랑 끝까지 몰린 456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상금을 두고 사투를 벌이는데, 상금을 따려면 게임 과정에서 타인을 죽게 내버려 두거나 죽여야 한다. 전형적인 '데스 게임' 장르로, '배틀로얄'(2002)과 '헝거게임' 시리즈·'라이어 게임'·'신이 말하는 대로'(2014)·'도박묵시록 카이지'·'아리스 인 보더랜드'(2020) 등의 작품과 장르를 공유한다. 비록 다른 작품을 다 보지 못해 쉽게 단정할 수 없지만, 개인적으로 '오징어 게임'은 인물의 서사와 사회적 메시지에 보다 중점을 둔 것 같다.

데스 게임의 장에서 타인을 향한 연민과 공존을 향한 시도는 일종의 사치다. 그럼에도 '오징어 게임'은 연대와 공존을 말한다. 이를 보여주는 인물이 주인공 기훈이다. 기훈은 인간에 대한 믿음을 말하고, 타인에게 손을 내밀기도 한다. 누군가의 죽음에 슬퍼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기훈이 마냥 선한 것은 아니다. 때로는 꼼수를 쓰기도 하고, 유혹에 흔들리기도 한다. 하지만 이 모습이 보다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남을 죽여야만 살 수 있는 환경에서, 항상 선하게 행동하는 것이 오히려 더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기훈의 모습은, 하나의 목표(주로 '돈)를 향해 끝없이 질주하는 우리의 현실에 메시지를 던진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과정에서 경쟁은 필연적이고 필요하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연대와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시, 세상은 서로가 죽고 죽이는 '아수라장'이 된다. 이는 인간의 세상이 아닌, 정글이나 다름없으며 종국에는 모두가 몰락하게 된다(이와 관련해 황동혁 감독은 '맥스무비'와의 인터뷰에서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결국, 우리의 살 길은 경쟁보다는 연대와 공존일지도 모른다. 코로나19와 격화되는 경쟁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벼랑 끝으로 몰리고, 각자도생이 중시되는 지금에 알맞은 메시지다.

전반적으로 배우들의 연기와 메시지가 좋았다. 또 어린 시절 한번쯤 해봤을 게임을 공포의 대상으로 바꾼 설정 역시 참신했다. 세트도 인상적이었는데, 특히 사람들이 이동하는 계단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떠오르게 했다. 하지만 게임이 진행될수록 그곳마저 공포의 대상으로 변했는데, 이 점 역시 흥미로웠다. 생존을 향한 인물들의 절박함도 잘 녹여냈고, 이 과정에서 온갖 인간상을 다채롭게 보여 주었다. 또 경쾌하면서도 신경을 긁는 음악이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풀어주면서 몰입감을 높였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캐릭터를 들 수 있다. 특별히 '장덕수'(허성태)와 '한미녀'(김주령)가 그랬다. 두 인물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데, 강렬함에 비해 허무하게 끝을 맞는다. 또 '지영'(이유미)의 끝도 너무 허무했다. 보면서 '중2병'이 떠오를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신한 소재, 한국인에 맞게 변형한 장르적 설정, 시의적절한 메시지 등이 매력적이었다. 현재 시즌 2에 대한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어떠한 이야기가 전개될지 매우 기대되며, 시즌 1의 매력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평점-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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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어 윌 비 블러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다니엘 데이 루이스 출연 / 월트디즈니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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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2008년 3월 6일에 개봉한 영화로, '리노의 도박사'(1996)를 통해 장편영화 세계에 진입한 후 '부기나이트'(1999), '매그놀리아'(2000), '펀치 드렁크 러브'(2003), '마스터'(2013) 등을 연출한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이다. '제33회 LA 비평가협회상'(2007)에서 작품상(폴 토마스 앤더슨)과 감독상(폴 토마스 앤더슨)·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 등을 수상했다. 이어서 '제65회 골든글로브시상식'(2008) 남우주연상-드라마(다니엘 데이 루이스), '제80회 미국 아카데미시상식'(2008) 남우주연상(다니엘 데이 루이스)·촬영상(로버트 엘스윗)을 받았다. '제58회 베를린국제영화제'(2008)에서는 은곰상: 감독상(폴 토마스 앤더슨), 은곰상: 예술공헌상(조니 그린우드)의 영광을 누렸다. 영화 평론 사이트인 IMDb에서 8.2점, 로튼토마토 신선도 91%, 메타크리틱 93점을 기록했다. '가디언'이 선정한 '2000년대 최고의 영화 100편'에서 1위(2010)를, 'BBC'의 '20세기 가장 위대한 영화'에서 3위(2016)를 차지했다. 아카데미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3회 수상한 다니엘 데이 루이스, 영화 '옥자'(2017) 등에 출연한 폴 다노 등이 등장한다. 영국 록밴드 '라디오헤드'의 조니 그린우드가 음악을 맡았다. 영화 속 그의 음악은 관객의 신경을 긁으며, 극의 복선(?)을 암시하기도 한다.

영화의 제목인 '데어 윌 비 블러드'(there will be blood)는 성경 구절의 "there will be blood"(출애굽기)에서 왔다. 1898년, 금을 캐던 '다니엘 플레인뷰'(다니엘 데이 루이스). 1902년의 그는 석유를 캐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플레인뷰를 찾아온 '폴 선데이'(폴 다노). 그는 플레인뷰에게 석유가 있는 땅을 알려준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플레인뷰는 자신의 양아들(석유를 캐던 중 사망한 인부의 아들을 플레인뷰가 입양)을 앞세우면서 가족애를 강조하고, 인부들과의 유대감까지 만들어낸다. 드디어 석유가 나오고, 이때부터 근처에서 교회(제3계시교)를 운영하는 '엘라이 선데이'(폴 다노, 1인 2역)와 플레인뷰의 협력·반목이 이어진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국이다. 이 시기 미국에서는 서부 개척이 끝나고 자본주의가 태동하기 시작한다. 또 19세기 말, 사람들 사이에서는 캘리포니아의 석유로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식이 생긴다. 이에 '골드 러시' 못지않은, 부를 향한 이동이 시작되었다. 그 결과, 석유가 나왔던 지역은 인부와 사업가, 심지어 범죄자 등으로 북적거리게 된다. 미국 서부에서는 19세기 말부터 석유 재벌이 탄생했는데, 이로써 이들의 자본을 원하던 기독교와의 결탁·대립이 시작된다.

이 같은 시대 속에서 다니엘 플레인뷰는 석유로 큰돈을 벌려는 업자이자 욕망(성공)에 충실한 인물이다. 욕망을 이루기 위해 그는 근면성실함을 중시하는 청교도적 삶을 살아간다. 엘라이 선데이는 마을에서 교회를 운영하는 종교인으로, 신도인 마을 주민들을 속여 먹는다. 하지만 엘라이의 교회는 돈이 필요한 상황에 처하고, 이에 엘라이는 플레인뷰와 손을 잡는다. 영화 속 두 인물의 협력은 의미심장하다. 바로 이들이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즉, 플레인뷰와 엘라이의 결탁은 각자의 욕망을 위해 뭉친 자본과 종교를 의미한다. 이 연합은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이자 핵심을 이루었으며, 지금까지 미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결국, 앤더슨 감독은 자본을 상징하는 플레인뷰와 종교를 대표하는 엘라이의 합작·대립으로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이야기한다.

한편 두 인물이 협력하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 대표적으로 석유를 캐는 과정에서 죽음을 맞는, 플레인뷰의 인부들을 들 수 있다. 해당 인물들을 통해 영화는, 미국 자본주의가 자본과 종교의 협력 및 대립 과정에서 희생된 이들의 피 위에 서 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의 제목이 미래형인 것을 고려했을 때, 앞으로도 피 흘릴 사람들이 있을 것임을 말해준다. 이와 같은 점에 초점을 맞추면 '데어 윌 비 블러드'는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돌아보고, 현재의 시스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미국을 넘어, 모든 자본주의 사회를 향한 메시지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영화를 보면서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갱스 오브 뉴욕'(2003)이 떠올랐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세계에서 가장 화려하고 번영한 도시인 뉴욕의 근간을 파헤쳤다. 이로써 뉴욕을 넘어 미국이라는 나라의 근간을 돌아보고, 현재를 숙고하도록 만들었다. 반면 앤더슨 감독은 미국 자본주의의 근간을 보여주고, 성찰의 기회를 전달했다. 이를 참고했을 때, 두 작품의 주제는 달라도 문제의식과 메시지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을 듯하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매우 괜찮았다.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감독 중 한 사람인데, 이동진 평론가의 말처럼 "시대상"을 보여주는 작품에 강한 것 같다. 그의 다른 작품들, 그 중에서도 특정 시대상을 그리면서 해당 시대와 지금에 관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품을 챙겨 보고 싶어졌다. 감독의 연출에 더해 주연 배우들의 연기 역시 훌륭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욕망을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의 광기를 잘 묘사했다. 특히 엔딩 장면의 모습은 '갱스 오브 뉴욕'에서 연기했던 '빌 더 버처'의 광기와 잔인함을 그대로 갖고 온 듯했다. 아니, 보다 업그레이드시켰다. '데어 윌 비 블러드'를 통해 두 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았는데, 그 이유를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루이스를 상대하면서 1인 2역을 맡았던 폴 다노의 연기도 환상적이었다. 대선배 앞에서도 전혀 긴장하지 않고 본인이 해야 할 연기를 멋지게 소화했다. 진정한 프로의 모습이다. 교회에서 악령을 내쫓는다며 벌이는 쇼, 세례를 받으러 온 플레인뷰를 때리며 몰아붙이던 장면은 작품 속 그의 연기력이 폭발하는 지점이었다.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통해 알게 된 배우인데, 향후 개봉할 '더 배트맨'(감독 맷 리브스)에서 빌런인 '리들러' 역할을 맡는다. 어떤 연기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후반부로 가면서 이야기가 늘어졌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루함을 느꼈고, 극의 힘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럼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작품 속 메시지, 극의 시대적 배경을 몸소 체험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연출이 매우 좋았다. 이 덕에 앞으로 이어질 앤더슨 감독의 활약에 기대감을 갖게 되었다.


평점-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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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네이버 영화


8월 18일에 개봉해 28일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인질'. 단편 영화 '어떤 약속'(2011)을 연출했던 필감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다. 류승완 감독과 그의 아내인 강혜정 씨가 운영하는 영화사 '외유내강'의 작품이기도 하다. 한국 영화계를 대표하는 배우 중 한 명인 황정민(황정민 역), 영화 '마차 타고 고래고래'(2017)와 '데자뷰'(2018)에 출연했던 김재범(최기완 역)에 더해 이유미(반소연 역), 류경수(염동훈 역), 정재원(용태 역), 이호정(샛별 역) 등의 배우가 출연했다.

어느 날, 톱스타 황정민이 사라진다. 신작 영화 개봉에 맞춰 잡아 놓은 인터뷰 일정을 앞두고 없어졌는데, 도대체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걸까? 그는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감금되어 있다. 황정민을 납치한 자들은 최기완, 그의 부하인 염동훈·용태·샛별이다. 리더인 기완은 황정민에게 저녁 10시까지 몸값을 바치라고 요구한다. 10시까지 요구한 몸값이 도착하지 않으면, 황정민은 그들의 손에 죽게 된다. 이에 황정민은 살아남기 위한 사투를 벌인다.

영화의 장르는 액션 스릴러로, 납치된 인물의 탈주 과정을 그린다. 영화의 기본적인 설정이 재미있는데, 주연 배우가 본인을 연기한다. 이는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배우 오약보 납치 사건(2004년에 발생)을 기초로 제작된 영화 '세이빙 미스터 우'(2016)를 모티브로 삼고 있다. 본인을 연기하면서 삶을 향한 절박함을 보여준 황정민의 연기는 두말할 것 없이 훌륭했다. 납치범들의 리더인 김재범은 처음 보는 배우였는데, 황정민을 협박하고 기싸움을 벌이는 장면에서 보여준 연기가 일품이었다. 창백한 얼굴로 인질을 위협하는 모습에서 살기와 공포를 느꼈다. 다른 납치범들도 각 캐릭터의 특성을 잘 살렸다. 이 덕분에 황정민과 납치범들이 마주하는 장면에서 긴장감이 극대화되었다.

이처럼 좋은 점도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존재했다. 우선 극의 중후반에 생뚱맞은 캐릭터가 등장했다. 워낙 극의 흐름에 안 맞는 인물이다 보니, 그의 존재와 행동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감독의 무리수로 보인다. 또 중반부터 기완이 밖으로 나가는데, 기완이 외부를 돌면서 팽팽하게 이어져 왔던 인질과 납치범들 사이의 긴장감이 무너져버렸다. 잘 끌고 왔던 긴장감이 없어지면서 몰입감도 떨어졌다. 납치범 캐릭터들의 서사가 부재해, 무기를 만들고 내부 갈등을 겪는 그들의 행동이 와 닿지 않았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설정, 배우들의 좋은 연기, 중반까지 이어졌던 팽팽한 긴장감 등이 뇌리에 박힐 정도로 강렬했다. 이 같은 강점이 있었기에 감독의 다음 장편을 기대하게 되었고, 차기작에서도 액션 스릴러에 도전했으면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평점-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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