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렌마트 희곡선 -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김혜숙 옮김 / 민음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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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뒤렌마트(1921~1990), 그의 희곡을 처음 읽었다. 스위스 베른 주에서 태어난 뒤렌마트는 '기술문명과 자본이 결탁하여 만들어 내는 세계, 개별자로서 갖는 인간의 존재 가치를 억압하는 사회나 체제'를 비판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작가로서, '투쟁적인 작가, 눈치 보는 일이 없는 작가, 서구에서 가장 혹평을 받는 작가'라는 평판을 얻었다.(p.278작품해설 )


이 책에는 두 편의 희곡 <노부인의 방문>,<물리학자들> 을 담고 있다. 

1955년 발표된 <노부인의 방문>은 3막으로 구성, 귈렌이라는 소도시를 배경으로 인간성이 물질의 욕망 앞에서 어떻게 변해가고 무너져가는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섬뜩하게 보여준다. 

경제적으로 파산해가는 작은 도시 귈렌의 시민들은 억만장자 노부인의 방문을 앞두고 분주하게 환영 준비를 한다. 이 작은 도시를 살릴 유일한 방법은 그녀의 돈밖에 없기에 그녀의 방문은 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과거 그녀와 연인 관계였던 소상인 '알프레드 일'은 노부인이 많은 돈을 기부하도록 설득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드디어 요란한 치장에 '온갖 기괴함에도 불구하고 드문 우아함을 갖'춘 모습으로 노부인이 등장한다.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그녀를 보고 시민들은 당황하지만 노부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한마음 한뜻이 되어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1막이 끝날 때 쯤 나는 책을 읽다 벌떡 일어났는데, 그 이유는 직접 읽어보시고 느끼시길 바란다. 단 하나 노부인은 시민들이 바라던 액수보다 훨씬 큰 10억을 기부하겠다고 한 사실! 


<물리학자들>은 2막으로 이루어진 극으로 1962년 발표되었다. 

이 극은 과학발전이 야기하는 인류 멸망의 가능성, 학문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사이에서의 과학자들의 양심, 과학은 국가와 자본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가...등의 문제를 다룬 작품이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엘리트 환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세리제 정신병원의 한 살롱에 세 명의 환자가 격리되어 있다. 이들은 한 때 저명한 물리학자였지만 지금은 정신 이상자로서 한 명은 자신을 뉴턴으로 또 한 명은 아인슈타인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솔로몬 왕이 나타나 자신에게 우주의 비밀을 알려준다고 생각하는 '뫼비우스'이다. 이들은 '각자 자신이 만든 상상의 세계 속에 틀어박혀'(p.183)살고 있다. 

이들의 치료는 '인도주의자이자 정신과 의사로서 명성을 얻고' 있는 곱사등이 여의사이자 이 병원의 설립자인 '마틸데 폰 찬트 박사'가 맡고 있다. 


1막은 이 정신 병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경찰이 수사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아인슈타인이 간호사를 목졸아 살해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3개월 전에는 뉴턴이 간호사를 목졸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던 것이다. 

이런 기이한 상황설정이 처음부터 이 희곡을 흥미롭게 만들고, 이야기는 점점 더 그로테스크하면서 역설적으로 흘러가는데, 그 기이한 긴장감을 여기서 발설하면 안될 듯 하다. 

다만 뒤렌마트가 작품 뒤 부록에서 언급한 것처럼 '역설 속에서 현실이 드러난다'는 사실과 그런 '역설과 마주 선 사람은 현실에 노출'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이 극의 배경이 정신병원인 점은 이런 현실이 품고 있는 위험을 보여주기 위한 중요 장치이며 마지막에 가서 독자는 이 작품이 보여주는 엄청난 역설의 진실에 놀라게 된다. 


역자는 작품해설에서 뒤렌마트가 보여주는 '세계상은 왜곡되어 있고, 두렵게 하고, 놀라게 하며, 거부감을 주고, 모욕을 느끼게 한다'(p.289 작품해설)고 말한다. 그로테스크한 상황을 보며 관객은 그 상황에 이입하기 보다는 거리를 두게되고, 바로 그 거리두기를 통해 관객과 독자는 냉철하게 '현실의 모순을 인식하게'된다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두 작품 속에서 인간은 거대한 사회 속에서 무력한 존재로 그려진다. 물질적 풍요와 과학 기술의 발전 속에서 개개인의 실존은 보이지 않는다. 개인의 저항은 막강한 권력과 자본 앞에서 너무나 보잘 것 없고 그저 집단 속에서 도구로 살아갈 뿐이다. 뒤렌마트는 이런 인간이 살고 있는 세계의 실상을 특유의 그로테스크하고 역설적인 기법으로 '현실에 대응되는 상징적인 상을 만들어 보임으로써'(p.289 작품해설)우리 앞에 펼쳐 보인다. 


나는 이 작품을 두 번 읽었는데, 두 번째 읽을 때 작가가 곳곳에 깔아 둔 복선들이 잘 보여 더 재미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듯이 나도 뒤렌마트는 천재라는 생각이 드는데, 비극인거 같으면서도 희극이고, 희극인거 같으면서도 비극인 이 두 작품을 읽어 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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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13 00: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희곡은 좀 어렵긴 한데, 두번읽어야 되는 책이라니 일단 담겠습니다 ^^

coolcat329 2021-04-13 06:14   좋아요 3 | URL
새파랑님은 두 번 금방 읽으실거에요~~😉

미미 2021-04-13 08:0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그로테스크한 느낌 좋아합니다.ㅋㅋㅋㅋ저는 <물리학자들>특히 궁금하네요!

coolcat329 2021-04-13 08:39   좋아요 2 | URL
네~역설과 그로테스크함이 창출해내는 긴장감이 참 독특했어요. 기회되시면 읽어보셔요~🙂

Falstaff 2021-04-13 08: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들은 이야긴데요, 귈렌의 매춘부 출신 노부인의 이름이 ‘자하나시안‘이잖아요.

자하.... 자하로프, 무기재벌
나시.... 오나시스, 선박왕
안.... 굴벨키안, 석유재벌

에서 따왔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얼굴과 몸매만 가지고 다 늙어 오늘 낼 하는 거부들과 결혼해서 상속받아 졸부가 된 할매였던 것입지요. 당연히 이것도 재주고 능력입니닷!!!!!

coolcat329 2021-04-13 09:25   좋아요 0 | URL
오~~이름 자체가 진짜 억만장자네요! 자하나시안~발음도 입에 착 붙는게 잘 지었어요.😙
 
바보들의 결탁 - 퓰리처상 수상작
존 케네디 툴 지음, 김선형 옮김 / 도마뱀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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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 서른 살의 고학력 뚱보 백수이자 스스로 말하길 '시대착오적인 존재'로 입만 열었다하면 궤변에 사실을 과장, 왜곡하는 그야말로 별종 중의 별종이다. 

이 심상치않은 인물의 묘사가 첫 장부터 시작되는데, 예사롭지 않다. '살덩어리 풍선같은 머리통 윗부분을 쥐어짜듯' 덮고 있는 초록색 사냥모자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 '검은 콧수염', '두툼한 입술', '거들먹거리는 파랗고 노란 두 눈', '육중한 엉덩이', '부픗부픗한 살들', 양쪽 입 주면의 '포테이토칩 부스러기' 등이 그를 묘사하는 단어들이다.


수시로 트림을 하고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오, 유문! 유문이 또 닫히고 있어!" 라며 가스로 부푼 배를 끓어 안고 끙끙 앓으며 침대 위에서 난리를 친다. (유문-사진 참조)

또한 뻔뻔하고 매우 이기적이며 때로는 교활하기까지 하다. 

더 웃긴 건 그는 석사학위까지 받은 고학력자로 중세철학에 해박하고 그 시대를 신봉하기까지 하는데, 그의 이런 해박한 지식과 과대망상이 어우러져 빚어내는 말과 행동들이 정말 기가 차게 웃기다. 그는 중세 체제가 붕괴하면서 '고결했던 인류가 이토록 저열하게 타락'했다며,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이 세기를 몹시도 혐오'하며 홀로 악으로 가득찬 세상과 싸운다. 


그의 방에는 '신학과 기하학'이 사라진 타락한 현대문명을 비판하는 글들로 가득찬 노트들이 바닥 여기저기에 널브러져 있는데, 그에게 이 노트들은 '지성의 조각들'이며, 언젠가는 이 글들이 '역사에 길이 빛날 위대한 비평 작업'이 되리라 생각한다. 


이런 거만한 과대망상에 빠져 입만 벌렸다하면, "인류의 미래를 위해 너희 모두가 불임이기를 바란다."(p.86) 와 같은 독기서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내고, 유일한 가족인 엄마에게도 "어머닌 고해실에서 채찍으로 좀 맞았어야 하는데 말입니다."(p.98)라며 패륜적인 말도 서슴치 않는 그의 고약한 언변에 나는 또 책 위로 얼굴을 파묻고 얼마나 'ㅋㅋㅋㅋㅋ' 했는지... 


자신의 방에 들어오려는 엄마에게 말하는 이그네이셔스를 보자.


"대체 지금은 왜 들어와 계신지 모르겠군요. 어째서 갑자기 제 성역을 침범하겠다는 강박을 갖게 되신 거랍니까? 이 성역이 낯선 영혼의 침입이라는 트라우마를 겪고서 다시는 예전 상태로 돌아가지 못할까봐 심히 우려스러운데요." 


"어머니, 지금 제 노트를 밟고 계시잖습니까. 제발 좀 비켜서 주시겠습니까? 소화기능을 망친 걸로도 모자라 두뇌의 결실마저 망쳐버려야 만족하시렵니까?"


"맙소사, 이렇게 전적으로, 이렇게 철저하게 습격당하고 포위당한 인간이 역사상 또 있을까. 대체 어머니를 이토록 광적인 흥분 상태로 몰아간 게 뭐란 말입니까? 지금 제 콧구멍을 공격하고 있는 이건 혹 싸구려 와인 냄새인가요?" (p.80)


아들과 단지 이야기 나누려고 들어온 엄마에게 '습격', '포위' 라는 단어를 쏟아내는 저 냄새나는 뚱보를 어쩌면 좋은가...대학원까지 나와 집에서 뒹굴거리며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이상한 글들이나 써대는 주제에 수시로 엄마에게 잔소리해대며 말대꾸하는 그가 얄미워 주둥이를 한 대 때려주고 싶기도 하지만...'아, 이그네이셔스! 널 어쩌면 좋니' 알 수 없는 애정과 측은한 마음에 도저히 미워할 수가 없다.


음주운전으로 건물을 파손한 엄마에게 건물주가 배상액 $1,020 을 청구하자, 참다못한 엄마는 백수 아들에게 이젠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고 요구한다.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다 마지못해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자신이 그토록 경멸한 자본주의 체제와 '정면 대결'을 벌이게 되는 이그네이셔스. '은둔하고 명상하고 연구하는 일'에서 잠시 떠나 취업전선에 뛰어든 그는 가는 곳마다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욕을 먹고 무시당하며 조롱받지만, 끝까지 자신의 벨탄샤웅(세계관)을 고수, 이 과정에서 만나는 '뉴올리언스의 하류 인생들'과 어우러져 한바탕 벌이는 난장판은 큰 웃음을 선사한다. 


1960년대 초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바보들의 결탁>은 1981년 퓰리처상 수상, 뉴욕타임즈 선정 '지난 25년간 출간된 최고의 미국 소설'로 격찬을 받은 책이다. 

뉴올리언스는 작가 존 케네디 툴(1937~1969)의 고향으로 작가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하고 싶다. 왜나하면 이 작품은 그의 사후 11년만에 세상에 나오게 되었고 엄청난 상업적 성공과 함께 퓰리처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대학을 우등으로 졸업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는 박사 과정을 밟던 중 군대에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 강한 확신이 있었으나, 출판사에서 계속 거절을 당하자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큰 실망을 하게 된다. 거기다 '지나치게 현실적인 기대를 걸었던 어머니'와의 갈등과 '이런저런 삶의 무수한 절망을 이기지 못하고 차츰차츰 심각한 편집증과 우울증'(p.554 작품해설)에 빠지게 되고, 결국 1969년 어머니와 크게 싸우고 가출한 후 자신의 차에서 사체로 발견, 32살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러나 훗날 그의 어머니 셀마는 아들의 원고를 들고 백방으로 나서고, 1976년 당시 로욜라 대학에서 강의하던 워커 퍼시에게 아들의 원고를 읽어달라고 간절히 부탁, 귀찮은 마음에 몇 페이지 읽어보고 형편없다며 거절하려던 퍼시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이 원고의 경우는 계속 읽었다. 계속해서 읽어나갔다. 처음에는 그만 읽어도 될 만큼 형편없는 원고가 아니어서 낙심한 채로,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짜릿한 흥미를 느끼면서, 그러다 점차 강도를 더해가는 흥분상태로, 급기야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심정으로 나는 읽고 있었다. 이렇게 훌륭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p.7 서문)



아마 이 워커 퍼시라는 작가는 뉴올리언스 특유의 사투리를 '걸쯕하고도 생생하게, 아주 풍부하고도 가장 정확하게 구사한'(p.558 작품해설) 이 소설을 자신의 언어로 읽었기에 더욱 재미있고 문학적인 면에서도 걸작으로 다가왔을것이다. 번역으로 읽어야 하는 나는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역자가 후기에서 아쉬워하는 점도 그 부분이다. 너무나 풍부한 뉴올리언스 사투리를 도저히 번역본으로는 살릴 수 없었다며, 개중에는 보통 미국인도 이해하기 힘든 문장도 있었다고 한다. 


그 어디서도 찾아보기 힘든 유일무이한 캐릭터 이그네이셔스. 그가 빚어내는 갖가지 소동과 1960년대 뉴올리언스 도시가 간직한 독특한 분위기와 삶의 모습들이 코믹하게 펼쳐지지만, 그 웃음 뒤에는 알 수 없는 슬픔과 가슴저림이 따라오는데, 그건 작가의 이런 삶이 이그네이셔스와 겹쳐지기 때문일 것이다. 죽은 아들의 소설을 읽은 엄마의 마음은 또 어떠했을까...


뉴올리언스에 가면 실재로 이그네이셔스의 동상이 작품 속에 나오는 커낼 거리에 세워져 있다고 한다. 동상이 여러번 도난당할 뻔해 전시된 자리를 바꿔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색다른 코미디 걸작을 만나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한다. 

이 작품은 웃기는 거 하나만으로도 별 5개 받을 자격이 된다!


참고로 이 소설은 북플 친구 폴스타프님의 2017년 독서 시상식에서 "웃다가 오줌쌌어 상"을 받은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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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4-08 16: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
그 사이에 이 책이 품절이네요!!
아이고 아까워라. 정말 웃다가, 웃다가 그만 발 뻗고 한바탕 울어버리고 싶은 책인데요!!!

coolcat329 2021-04-08 19:13   좋아요 1 | URL
품절인데 가끔 중고서점에서 보이더라구요. 최고의 블랙 코미디 소설이에요~!

새파랑 2021-04-08 17: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극찬에 폴스타프님상 받은 책이어서 관심이 가는데 품절이라니..

coolcat329 2021-04-08 19:18   좋아요 1 | URL
중고서점에서 몇 번 봤네요. 기회되시면 꼭 읽어보세요. 출판 거절 이유가 소설에 요점이 없다고 했다는데 저는 이 캐릭터에 열광한 쪽이었습니다. 호불호가 나뉜다고 역자가 그러네요.

미미 2021-04-08 19: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저런상도 있었나요?!! 해당글 궁금하네요! 일단 찜하고 다 뒤져봐야겠어요. 제발..

coolcat329 2021-04-08 19:20   좋아요 2 | URL
네 ㅋ 이 작품과 경쟁작들도 있답니다ㅋㅋ

scott 2021-04-08 20: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걸작 코메디 넘 잘팔려서 완판!
품절 된걸 까요??
저도 일단 찜 ㅎㅎ

coolcat329 2021-04-09 07:09   좋아요 1 | URL
잊혀져가는 책 중 하나같아요. 기회되시면 읽어보셔요~^^

페넬로페 2021-04-08 23:0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재미 있을것 같아요^^
검색하니 도서관에 있네요
저도 찜합니다**

coolcat329 2021-04-09 07:10   좋아요 2 | URL
재밌게 읽으시길요~~

얄라알라북사랑 2021-04-08 23: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 부픗부픗한: 이 단어 오늘 처음 보았어요^^ 네이버까지 검색했네요.
2. 유문: 이 단어 중학교인가 고등학교 교과서 이후 처음 보았어요.
3. 이그네이셔스: (제 눈엔) 넘나 얌체 캐릭터.

리뷰만 봐도 진짜 재미있을 것 같아요!^^

coolcat329 2021-04-09 07:17   좋아요 0 | URL
저는 유문이 뭔지 이 책 읽고 알았네요 😬 이 소설 키워드 중 하나가 ‘유문‘일 정도로 많이 나오거든요. ㅎㅎ
 
분신 열린책들 세계문학 116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석영중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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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주 도스토옙스키는 그들 모두를 완결이라곤 없는 무한한 곳으로 내몰아 버린다. 자기 분열을 일으키는 문제적 본성의 인간들만이 그에겐 예술적으로 형상화할 가치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완벽하고 성숙한 인물들을 나무에서 열매를 흔들어 따내듯 흔들어 내친다. 그는 고통을 앓는 자들만을 사랑한다. 자신의 삶을 격상하고자 노력하면서 분열된 형식을 취하고, 혼돈으로 머무르면서 운명을 변화시키려고 하는 자들만을 그는 사랑한다. 

(<도스토옙스키를 쓰다>, 슈테판 츠바이크, 세창미디어)


도스토옙스키의 두 번째 소설 <분신>을 읽다가 츠바이크의 도스토옙스키의 얇은 평전을 펼쳐보니 위의 문장에 줄이 쳐져 있었다.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야꼬프 뻬뜨로비치 골랴드낀이 아닌가.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동분서주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분열과 혼돈으로 빠져드는 문제적 인간.


주인공 골랴드낀은 9등 문관 관리다. '꽤 크고 웅장한 건물 4층 자기 집'도 갖고 있고, 부자는 아니지만 먹고 사는데는 문제가 없다. 오히려 얼마나 악착같이 돈을 모았는지 숨겨놓은 지갑 속엔 750루블이나 되는 지폐가 들어있기까지 하다. 벗겨진 머리에 외모는 다소 볼품 없으나 본인은 자신의 모습에 만족한다. <분신>은 이런 주인공 골랴드낀이 어느 날 자신과 똑같은 분신(分身)을 만나 겪게 되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책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독자는 알게 된다. 이 사람이 좀 이상하다는 사실을...

자신의 모습이 남에게 어떻게 보여질지 굉장히 예민하고 아는 사람을 만나면 아는 체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다가 숨어버리고, 바로 또 자신의 그런 바보같은 행동을 후회하는 등 끊임없이 머리 속에서 자신과 남을 의식한다. 

불안한 그는 의사를 찾아가기도 하는데 의사는 습관을 바꿔 산책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 술도 마시면서 밝게 살라고 조언하지만 골랴드낀은 횡설수설 말을 반복, 말재주가 없어서 죄송하다느니, 동문서답에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을 한다. 


"저에겐 원수들이 있어요, 끄레스찌얀 이바노비치, 제겐 적들이 있다고요, 저를 파멸시키려고 서약까지 한 아주 사악한 원수들이 있어요......"(p.26)


또한 시장에 가서 이 상점 저 상점 드나들며 사지도 않을 사치품들을 살 것처럼 흥정하고, 거액의 지폐를 모두 잔돈으로 바꿔 지갑을 두둑하게 만들어 과시도 하지만 결국 그가 산 물건은 장갑과 향수 뿐이다. 


직장에 있어야 할 시간, 시간을 때우기 위해 들른 레스토랑에서 우연히 만난 나이 어린 14등 문관 두 명이 부장이 찾았다고 알려주는데도 그는 말을 돌리며 엉뚱한 이야기를 한다.


"지금까지는, 제군, 그대들은 나를 몰랐어요.(...) 나의 규칙은 이런 것이지요.(...) 일이 잘되면 그것을 고수하고 무슨 일이 있더라도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지게는 하지 않는다. 나는 모사꾼이 아니오, 그리고 그것을 자랑스러워하지." (p.40)


타인의 눈에 자신이 어떻게 보일지 늘 신경쓰고 내면의 열등감은 끊임없이 자신은 '모사꾼'이 아니며 '온순한 사람'으로 '그 누구에게도 종속되어 있지 않'음을 강조한다. 초라해 보이기 싫어 지갑을 두둑하게 불려 시장을 다니며 허세도 부리고, 편안한 사람으로 보이기 위해 넉살 좋은 척 흉내도 내보지만 이 모든 행동은 다른 사람의 눈에는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자신을 파멸시키려는 적들이 있다는 과대망상과 피해의식은 이런 골랴드낀을 더욱 불안한 상태로 빠져들게 한다. 


페쩨르부르크라는 인위적인 도시에서 불안하게 살아가던 골랴드낀에게 드디어 사건이 일어난다. 사실 골랴드낀이 직장에도 안가고 저렇게 시장을 돌아다니며 허세 부리고, 레스토랑 가서 시간을 때운 이유는 이날 오후에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인 5등 문관 베렌제예프의 집에서 그의 고명딸 끌라라 올수피예브나의 생일 만찬이 열리는데, 그녀를 남몰래 좋아하는 그는 초대받지 못했음에도 기어코 그곳에 가려고 하는 것이다. 


"왜 못 가? 다들 가는데....." (p.55)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달성한 역사 속 인물들을 생각하며, 결국엔 몰래 숨어들어 무도회장으로 들어가는데, 그 다음 일은 정말 읽는 나도 낯뜨거워질 정도이다. 


'11월의 눅눅한 밤' 망신만 당하고 쫓겨난 골랴드낀은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를 들으며 자신이 늘 말하던 그 적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느낀다. 


골랴드낀 씨는 지금 자기 자신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완전히 사라져 버리고 싶었다. 이 세상에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재가 되어 날아가고만 싶었다. (p.69) 


장화에서 빠져나간 덧신은 진흙 속에 내팽개쳐지고, 멍한 눈길로 섯다 걷다를 반복, 그러다 펄쩍 뛰다가 '누군가의 추적으로부터' 도망치듯 달리고 '가슴이 찢겨 나가는 괴로움을 느낄 정도로 절망' 한다. 

그리고 드디어...이 책의 제목인 '분신'을 보기 시작한다.


처음에 자신과 똑같은 분신을 보고 놀란 골랴드낀은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그의 슬픈 사연, 즉 '적들의 온갖 모함과 모사로 인해 직장을 잃고 뻬쩨르부르그까지 걸어온 얘기' 등을 들으며 동병상련의 감정을 느낀다. 이제 자신도 혼자가 아니기에 '원수들이 겁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의 안정을 찾은 것이다.


그러나 서로의 비밀을 나누던 전 날과는 다르게 그 다음 날 직장에 나타난 분신은 골랴드낀을 밀어내고 자신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분주하게 일한다.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보고도 직장 동료들은 전혀 놀라지 않는다. 분신은 골랴드낀과는 반대로 업무 능력도 빠르고 정확하며 동료들과는 허물없이 자연스럽게 지내며, 특히 상사의 비위를 잘 맞춰 기분좋게 하는 등 모두가 그를 좋아한다. 자신이 바라던 자신의 모습으로 실재의 자신을 위협하는 분신...

골랴드낀은 너무나 혼란스럽고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지 모른다. 


'혹시 내가 잘못 봤나? 뭔가 잘못돼서 실제로 일어난 일은 그게 아닌지도 모르지.(...) 내가 나를 전혀 다른 사람으로 착각해 버렸는지도 몰라...이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야.'(p.121)


교활한 분신은 동료들 앞에서 골랴드낀의 뺨을 꼬집고 튀어나온 배를 치는 등 우롱하면서 한없이 그를 모욕하며 그의 존재를 위협한다. 골랴드낀은 '자신이 소멸되었다'고 느끼며, 이때부터 골랴드낀은 필사적으로 이 상황을 바로 잡아보고자 각고의 노력을 하지만 점점 더 교활해지고 악해지는 분신 앞에서 그는 점점 '소멸'해 간다.


이후 소설의 절반 정도는 이런 골랴드낀의 심리적 갈등과 그로 인한 답답한 행동들이 큰 사건없이 계속 이어지는데 이 소설이 지루하다고 말이 나오는건 바로 이 점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골랴드낀이라는 자아 분열을 일으키는 한 인간의 행동과 독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면서, 도스토옙스키가 이 소설에서 무엇을 보여주고자 했는지에 초점을 맞춰 읽다보면 참 재미있는 작품이다. 


골랴드낀은 복잡한 인물이다. 순간순간 돌변하는 감정과 생각들, 예를 들면 자신에게 비열하게 구는 분신을 쌍둥이 형제라 생각하며 이해하는듯 하다가도 갑자기 '비열한 놈, 경박한 아첨꾼, 파렴치한 놈!' 이라며 분노하고, 상황을 해결해보고자 분신에게 편지를 쓰면서도 '너무 지나친 거 아닐까?', '화난 게 너무 드러나나?'라며 끊임없이 자기 검열을 한다. 


타인의 눈을 의식하는 그는 늘 머리 속으로 자문자답을 한다.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까짓것 가자...' 하다가도 한 걸음도 못 가 숨어버리고, '인사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 내가 그러면 안 될거 뭐 있어?', '아니야, 내가 올 곳은 여기가 아니었어.' 등 그의 이런 병적인 독백은 이 책의 묘미이다.


골랴드낀은 왜 이렇게 병이 든 것일까...

그 이유가 직접적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분명 어떤 한 가지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골랴드낀의 유난히 예민한 성격, 분신의 고백대로 사회로부터 받은 일련의 모함과 사건들, 러시아 관료 사회가 갖고 있던 고질적 병폐와 뻬쩨르부르크라는 숨막히는 도시에서 개인의 정체성 상실 등 골랴드낀이 아플 이유는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는 자신의 두 번째 소설인 <분신>을 걸작이 될거라고, '주인공 골랴드낀은 자기가 발견한 가장 위대하고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전형이라고 자만'(p.246 작품해설) 했다고 역자는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것이 자만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지금도 이런 골랴드낀이 겪는 고통은 현대인들에게도 해당되기 때문이다. 남의 시선 의식, 타인과의 비교 그로인한 상대적 박탈감과 열등의식, 그것을 메꾸기 위한 허세와 과시욕 등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둘러보면 이런 것들이 난무함을 느낄 수 있다. 

물론 골랴드낀처럼 극단적으로 분열을 일으키는 경우는 그리 흔하지는 않지만, 현대인들은 불안감, 우울증, 공황장애, 애정결핍, 소외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지금은 괜찮다 하더라도 언제 이런 병들이 나를 덮쳐 올지 모르고, 이미 이런 병에 걸려 있지만 골랴드낀처럼 본인은 못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역자 석영중은 <분신>은 '이후 도스또옙스키 문학의 가장 중요한 테마를 예고'하는 작품으로 '앞으로 자기가 쓰게 될 위대한 소설들의 정수를 담아 두었'다고 말한다. 따라서 앞으로 읽게 될 그의 작품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나는 부끄럽게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을 딱 두 권, <가난한 사람들>과 <분신>만 읽어보았다.

이 책은 북플 친구인 Falstaff 님의 '만시지탄'을 부르짖는 리뷰를 읽고 바로 구입해 읽었는데, 우연히도 발표 순서대로 읽게 되어서 잘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츠바이크 표현대로 그는 진정' 병적 영혼의 가장 위대한 해부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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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4-02 14: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부끄럽지 않습니다~! 이제부터 읽어 나가면 되죠!

coolcat329 2021-04-02 16:10   좋아요 2 | URL
그쵸~~감사합니다. 제 독서를 늘 풍성하게 해주시는 잠자냥님~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1-04-02 14: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맞아. 지금부터 읽으면 되지. 또 안 읽으면 뭐 어때요? 다른 작가도 많은데 말이죠. ㅎㅎ
아 저 지금 츠바이크 책 읽고 있는데 또 이분은 왜 이렇게 표현들이 죽이는지.... 막 맘이 떨리는거 있죠. ^^

coolcat329 2021-04-02 16:11   좋아요 1 | URL
아~~츠바이크 책 읽고 계시군요. 표현이 정말 죽이죠! 네~!떨리는 맘 저도 동감입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

물감 2021-04-02 15: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더 부끄럽게도 도끼슨생 책을 읽어본적이 없어요ㅎㅎ언젠간 연이 닿으면 읽는거죠 뭐... 저를 보며 위로받으세요🙂

coolcat329 2021-04-02 16:12   좋아요 2 | URL
아! 물감님 위로ㅋㅋ 감사합니다! 언제 읽으시면 리뷰 기대하겠습니다.

Falstaff 2021-04-02 15: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크.... 제 낚시도 통한다는 말씀입죠? 와, 즐겁습니다. ㅋㅋㅋㅋ
(써놓고 보니깐 댓글로 엄청 안 어울리네.)

잠자냥 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다. 차근차근, 시간은 많아요. 돈이 없어서 그렇지. ㅋㅋㅋㅋ

coolcat329 2021-04-02 17:51   좋아요 2 | URL
어머, 무슨 말씀이세요. 제 돈 젤 많이 축내게 하신분이 폴스타프님하고 잠자냥님이신데요.ㅎ 쌓아놓고 읽지 않아서 티가 안났나보네요. 😥 차근차근 잘 읽어 보겠습니다 ~

scott 2021-04-02 15:4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흔히들 도스토 예프스키 장편들을 최고작으로 치지만 중편작들에서 빛나는 명작들이 많습니다. 츠바이크 평가처럼 병적일정도로 집착하고 분열하고 분투하는 인간의 내면을 도끼 선생처럼 파헤쳐 해부한 작가가 없을정도죠 본인 스스로 간질 발작 일으키는것을 주기적으로 겪으면서 작품을 써내려가서 더더욱 문장속에 인간이 겪는 모든 고통을 녹여냈어요. 분신은 영화도 잼 나요 ^.^

coolcat329 2021-04-02 16:39   좋아요 1 | URL
간질에 사형직전도 경험하고 참...어떻게 또 이런 삶이 있는지요...본인이 평생 고통과 불안 속에서 살았네요.ㅠㅠ

영화는 혹시 더블 어쩌구 인가 그건가요?

페넬로페 2021-04-02 15: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창조주 도스토옙스키!
절묘한 표현이네요^^
도스토엡스키 작품의 정수를 담아둔 책 ‘분신‘ 은 꼭 읽어야할 작품이네요.
저도 기회되면 읽겠습니다^^
한 작가의 작품을 발표순서대로 읽는것도 괜찮을 것 같아요^^

coolcat329 2021-04-02 17:47   좋아요 3 | URL
그쵸~! 츠바이크가 쓴 도스토옙스키 글은 또 참 비장합니다.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잠자냥 2021-04-02 16: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또 다른 분신 이야기, 자매품(?) 나보코프의 <절망>도 있어요......(스윽 들이밀기)

coolcat329 2021-04-02 17:43   좋아요 2 | URL
아! 나보코프 한 번도 안 읽어봤지만 이렇게 추천해주시니 꼭 읽어보겠어요~!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04-02 18:18   좋아요 3 | URL
햐.... 낚시는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쿨캣님! 이거 여차 잘못해서 옆구리에 바늘 걸리면 쌍코피 납니다. ㅋㅋㅋㅋ

잠자냥 2021-04-02 18:28   좋아요 2 | URL
쿨캣 님도 대일밴드 마련해 놓을게요~~~ 옆구리에 딱!

새파랑 2021-04-02 17:1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책 지금 읽고 있는데 왠지 너무 웃기더라구요. 갑자기 웃어서 앞에사람이 이상하게 처다보던데 ㅋ 저도 도스토예프스키 완독을 목표중입니다^^

coolcat329 2021-04-02 17:46   좋아요 2 | URL
ㅋㅋ 네 혹시 어느 부분이셨나요? 저는요 딱 한 장면이 있어요. 쫓겨나서 망신살 뻗쳤는데 또 두리번 거리며 혼자 키득키득 웃는...ㅠ 이 부분 보면서 ‘아, 이거 연기하려면 진짜 힘들겠다‘ 이렇게 책에 써놓기까지 했답니다.ㅋㅋ

새파랑 2021-04-02 18:05   좋아요 2 | URL
그부분도 재미있더라구요. 전 아직 절반만 읽어서^^ 저는 분신(?)을 만나서 술먹는 부분이요. 갑자기 친해져서 형제(?)처럼 지내자고 하고, 자는사람한테 욕하고~장면이 그려지더라구요 ㅋ

coolcat329 2021-04-02 18:15   좋아요 2 | URL
아 ㅋㅋㅋ 소소하게 웃긴 부분이 많습니다. 웃긴데 슬프고 슬픈데 웃기고 ...

han22598 2021-04-04 04: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도끼옹의 까라면 까는 형제들의 이야기밖에 읽은 게 없는데 ㅎㅎㅎ 저도 ‘분신‘ 요책 읽을 책 리스트에 넣어둘게요 ^^

coolcat329 2021-04-04 07:17   좋아요 1 | URL
네~중편이고 이름도 안 헷갈려서 금방 읽으실 거에요~
 
암흑의 핵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
조셉 콘라드 지음, 이상옥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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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 읽은 헝가리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가 20대에 프랑스어를 배워 소설을 발표, 세계적인 작가가 되어 참 대단하다 생각했는데, 여기 또 그런 사람이 있다. 


조지프 콘래드(Joseph Conrad, 1857~1924), 폴란드 태생으로 1874년 폴란드를 떠나 프랑스 남부 항구 도시 마르세이유에서 상선 선원이 된다. 20대에 영국 상선 선원으로 일하며 영어를 배우기 시작, 1886년 영국으로 귀화하여 30대 후반에 영어로 소설을 써서 발표한다. 그리고 영문학사에서 위대한 영국 작가를 거론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 되었으니 참으로 놀랍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1899년 발표한 <암흑의 핵심>은 그가 1890년 벨기에 기선의 선장으로 (1866년 선장 자격증 취득) 고용되어 아프리카 콩고에 갔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콘래드는 콩고에서 아프리카 원주민을 문명화한다는 명분하에 유럽 제국이 저지르는 잔혹한 식민주의를 목도하는데, 이것은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건으로 남게된다. 아무 생각이 없는 '한 철저한 짐승'에 불과했던 자신이 콩고를 체험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한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p.178 작품해설)고 한 비평가에게 보낸 편지에서 고백하는데, 이 작품은 작가의 이런 사유가 녹아있는 작품이다. 


템즈 강에 떠 있는 넬리(Nellie) 호는 템즈 강 하류로 나아가기 위해 조수가 썰물로 바뀔 때를 기다리고 있다. 정박한 배 위에서 강을 바라보며 침묵하고 있는 사람들 중, 선원으로서 세상 경험이 많은 말로가 콩고에서의 잊을 수 없는 체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어린 시절부터 가고 싶었던 미지의 땅 아프리카, 마침 벨지엄령(領) 콩고의 무역회사에 선장 자리가 비어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말로는 숙모의 도움으로 그 선장직 자리를 얻게 된다. 말로는 항해 30일이 지나서야 콩고 강 하구에 다다르고, 마침내 중부 주재소에 도착하지만 타고 가기로 했던 기선은 난파되어있고, 그곳에서 몇 개월을 체류하며 배를 수리한 뒤, 다시 콩고 강 상류 오지로 배를 몰고 가서 내륙 주재소 소장으로 있는 커츠라는 사람을 만나 데리고 나온다는게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말로는 커츠를 만나러 가는 동안 몇몇 직원들에게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데, 그는 '천재'이자 '연민과 과학과 진보', '가장 귀한 직원', '비범한 사람' 등으로 칭송받고, 무엇보다 '다른 모든 교역소에서 수집한 상아를 모두 합친 것만큼 많은 상아를 보내'오는 그야말로 회사 입장에서는 '더없이 중요한 인물'이다.

말로는 커츠라는 인물을 만나기 전부터 궁금해진다. 커츠라는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우러러 보는 것일까. 그냥 '일 자체가 좋아서 일에 집착하는 그런 멋진 녀석'(p.73)일까...


그건 내 항행(航行)의 끝이요 내 체험의 절정이기도 했지. 그 체험은 내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해, 그리고 내 자신의 사상 속에, 일종의 빛을 던져주는 듯했어. 또 그것은 참으로 어두웠고 연민의 정을 일으켰으며 그 어떤 면에서도 비범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주 분명하지도 않았지. 그래, 아주 분명하지가 않았어. 그런데도 일종의 빛을 던져주고 있는 듯했다구. (p.17)


말로는 처음에 이런 의미심장한 말로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말로는 콩고에서 무엇을 보았던 것일까...

빛을 보았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또한 커츠라는 인물은 어떤 사람일까...

말로가 커츠를 향해 콩고 오지 속으로 들어갈수록 나의 마음도 온통 이 신비스러운 인물에게 기울어진다. 커츠라는 인물을 쫓아 책장을 넘기면서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나 또한 암흑의 세계로 서서히 빨려들어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이런 두려움을 동반한 호기심이 쉽게 읽히지 않는 이 책을 끝까지 읽게 했다. 


내용을 떠나서 콘래드의 문장은 나를 사로잡았고, 작가의 눈에 비친 아프리카 오지의 잡힐 듯 하면서 잡히지 않는 묘사가 정말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아>라고 하는 낱말이 허공에서 울리고 있었어.(...) 백치같은 탐욕의 색채가 마치 시체 썩는 냄새가 확 풍기듯이 모든 것 속에 번지고 있었다네. (...) 그런데 밖을 바라보면, 대지 속의 그 작은 공지(空地)를 둘러싸고 있던 말없는 밀림은, 마치 악이나 진실처럼, 무언가 위대하고 정복될 수 없는 존재가 되어 내게 엄습해 왔으며, 이 어처구니없는 침입이 종식되기를 참을성있게 기다리고 있는 듯했어. (p.52,53)


울타리 저편에서는 밀림이 달빛을 받으며 유령처럼 서 있었고, 그 희미한 떨림 사이로, 그리고 을씨년스러운 뜰에서 들려오는 그 연약한 소리 사이로 대지의 침묵은 그 신비로움, 그 웅대함, 그리고 그것이 감추고 있는 생명의 경이로운 실체를 우리의 가슴에 절실히 와닿게 하고 있었다네. (p.59)


이 생명체의 정적(靜寂)은 평화로움과는 조금도 닮지 않고 있었네. 오히려 그것은 어떤 헤아리기 어려운 의도를 감싸고 있는 달랠 수 없는 세력이 지닌 정적이었어. 그래서 그 정적은 마치 복수라도 할 듯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지. (p.77)


우리는 어떤 선사시대의 대지, 그것도 어떤 미지의 유성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대지 위를 방황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 우리는 마치 어떤 저주받은 유산을 멋모르고 소유했다가 결국은 깊은 고뇌와 잇따른 고통을 대가로 치른 후 굴복하고 만 최초의 인간이 된 기분이었네. (p.81)


콘래드가 묘사하는 자연은 어머니처럼 편안하고 마냥 선하지 않다. 사람의 왕래가 없는 길은 어둠 속 오지로 뻗어있고 조용하다. 그것은 말없이 지켜보고 있고, 인간으로서는 알 수 없는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다. '상아'를 찾아 이리저리 헤매는 인간의 탐욕으로 시체 썩는 냄새가 진동하는 밀림은 복수의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 소설은 시종일관 이런 분위기로 나를 압도했다.

시적이면서도 그림같은, 손에 잡힐 듯 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문장은 내 눈앞에 어떤 그림을 펼쳐보였고 나는 그 암흑 속으로 더듬대며 한 발씩 걸어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사실 민음사 번역이 몇 군데 이해가 안가 을유문화사의 <어둠의 심연>을 함께 읽었는데, 이 책에 1897년 발표한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의 서문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이 서문에서 콘래드는 예술가의 '창조적인 임무'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왜 내가 이토록 콘래드의 문장에 강하게 압도당했는지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소설은-만약 그것이 예술이 되기를 조금이라도 갈망한다면-본성에 호소합니다. (...)효과적이 되기 위해 그런 호소는 감각을 통해 전달되는 인상을 주어야 하며, 사실 호소는 그 외에 다른 방식으로는 이루어질 수가 없습니다. (...) 감수성은 설득의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입니다."


"제가 지금 성취하려는 작업은 글의 힘에 의거해서, 당신들이 들을 수 있도록, 느낄 수 있도록-무엇보다도 '볼 수 있도록'-해주는 것입니다. 그것이, 그것만이 중요한 것입니다. 만약 제가 성공한다면, 당신은 자신의 공과에 따라 그곳에서 격려, 위로, 공포, 매력 등 당신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뿐더러, 어쩌면 당신이 깜빡 잊고 요구하지 못한 진실도 살짝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서문, 을유문화사 p.227)


독자가 듣고 느끼고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예술가의 임무이며, 감수성이란 설득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는 콘래드의 말은 내 가슴에 그대로 들어왔고,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대성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가 느낀 이미지를 글로 묘사함으로써 독자는 그 안에서 꿈틀거리는 두려움, 공포, 경이로움을 느끼고 그런 '감각을 통해 전달되는 인상'만이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해준다고 콘래드는 믿는다. 작가가 '제시하는 비전이 보는 이들의 마음속에서 피할 수 없는 연대 의식'을 일깨운다는 그가 작가로서 가진 신념을 나는 이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암흑의 핵심>을 이야기할 때 보통 서구 제국주의와 인종주의를 예리하게 비판한 작품이라는 말이 뒤따른다. 그러나 나는 이 소설이 어느 정도 제국주의를 비판하기는 했으나, 영국의 식민주의를 다른 유럽의 식민주의와는 다르게 긍정적으로 본 점, 또 미치기 전의 커츠를 서구 제국주의가 표방하는 이상을 가진 사람으로 긍정적으로 묘사한 점으로 볼 때 콘래드를 완전한 반제국주의자로 보기 어렵기도 하다. 한마디로 이 소설에서 콘래드가 제국주의에 대해 보여주는 입장은 다소 모호한 점이 있다. 

그래서 나이지리아의 작가 치누아 아체베는 이 작품을 향해 "한 보잘것없는 유럽인의 정신적인 와해를 위한 소도구로 아프리카를 전락시키는 이 허무맹랑하고도 그릇된 교만함이 눈에 보이지 않는단 말입니까?" (<어둠의 심연>작품해설, 을유문화사) 라며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어떤 비평가는 이 작품을 거론하면서 '제국주의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던 콘래드가 원주민들이 유럽의 지배를 벗어나서 자유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제국주의가 종식되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이야말로 작가의 비극적 한계'(작품해설, 민음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는 비록 콘래드가 이 소설에서 제국주의에 대해 몇 군데에서 양가적인 태도를 취하고 아프리카 인을 야만적으로 묘사하기는 하나, 19세기 후반이 유럽의 식민지 경쟁이 한창 무르익었던 시기임을 감안할 때 작가가 이런 분위기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역자도 해설에서 20세기의 정치적 잣대로 19세기 말의 한 지식인 작가의 정치적 소신을 가늠하는건 공평하지 않다며, '콘래드는 여러 편의 <정치 소설>을 썼지만 그의 목표는 <정치>에 있지 않고 <소설>에 있었다'(작품해설, 민음사)고 말한다. 


콘래드가 이 소설에서 하고 싶었던 궁극적인 이야기는 제국주의 비판이 아니라 커츠라는 인물을 통해 인간 본성 속에 도사리고 있는 악, 다시 말해 '암흑의 핵심'을 제국주의라는 정치적 상황을 이용해 보여준 것이고 그것을 어둠, 암흑의 이미지로 뛰어나게 묘사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 책은 그렇게 쉽게 읽히지 않았다. (역자에게는 죄송하지만, 을유의 <어둠의 심연>이 훨씬 읽기 편했고, 제목도 '어둠의 심연'이 소설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콘래드의 또 다른 대표작 <로드 짐>과 <비밀요원> 읽기를 앞두고 꼭 이 작품을 먼저 읽고 싶었다. 고지식한 편이라 시대순으로 읽어야 마음이 편하고 중편이라 먼저 집어든 책이 이렇게 나를 심리적으로 짓누를 줄은 몰랐다.(좋은 의미로...)


위에서도 말했듯이 내용보다는 작가의 분위기를 끌고 나가는 압도적인 문장이 너무 좋았고, 눈에 보이는 세부적인 묘사가 아닌 작가가 실제로 체험한 그 인상을 이렇게 문장으로 보여준 점이 대단하는 생각이 들었다. 8월쯤 읽게 될 그의 나머지 두 작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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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31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 같은 소설을 읽어도 역시 아는 만큼 보이나봐요. 저도 너무 좋긴 했는데 이렇게 설명할 수가 없었어요! 덕분에 정리해 볼 수 있네요. 다시 읽어보고 싶은 작품^^

coolcat329 2021-04-01 08:04   좋아요 1 | URL
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셨다니 감사합니다. 할 말이 많았는데 제가 글 쓰는 힘이 약해 다 쓰지 못했네요. ㅠ

scott 2021-03-31 23: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역쉬 예리!! 민음사 번역보다 을유 勝!! 콘래드의 문장 묘사에 탐복 쿨캣님에 리뷰에 감탄을 ^ㅎ^

coolcat329 2021-04-01 08:09   좋아요 2 | URL
에고...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레삭매냐 2021-04-01 00: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을유문화사 버전으로
보았던 것 같은데, 기억이 하나도
나질 않네요...

coolcat329 2021-04-01 08:15   좋아요 2 | URL
방금 을유 <어둠의 심연> 레삭님 리뷰 읽고 왔습니다. 2009년에 읽으셨더군요. ㅎㅎ 기억이 안 나실만 하네요.ㅎㅎ 이 책은 정말 ‘다양한 텍스트 해석‘이 나올 수 있다는 의견에 동감이에요.
 
동급생
프레드 울만 지음, 황보석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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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1932년 2월에 내 삶으로 들어와서 다시는 떠나지 않았다.' 라는 인상적인 문장으로 시작하는 <동급생>은 프레드 울만 (Fred Uhlman 1901~1985) 의 중편소설이다. 작가는 독일 출생이지만 히틀러가 집권한 후 독일을 떠나 몇 군데를 전전하다가 영국에 정착한 화가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1971년 노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처음에는 주목받지 못하다가 1977년 재출간되면서 큰 화제가 되었다. 


<동급생>은 1930년대 초 독일 서남부 슈투트가르트를 배경으로 유대인 소년과 독일 귀족 소년 사이의 순수하면서도 낭만적인 우정을 섬세하게 보여준다. 

유대인 의사의 아들인 한스 슈바르츠는 16살로, 어느 날 그가 다니는 학교에 귀족 집안의 소년이 전학을 온다. 그의 이름은 콘라딘 폰 호엔펠스. 그는 한스가 이상형으로 꿈꾸던 바로 그런 친구였다. 한스는 '그의 당당한 자세, 예의 바름, 우아함, 잘생긴 용모에 끌렸'고, 친해지기 위해 서서히 다가간다. 


한스의 뜻대로 두 소년은 친구가 되어 함께 기차 여행도 하며 시도 읊고, 삶과 종교에 대한 진지한 대화도 나누며 둘만의 우정을 키워 나간다. 

그러나 그 누구도 방해하지 못할 듯 보이던 이들의 우정도 시대를 뒤덮고 있는 광기 앞에서 조금씩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한스가 처음에 콘라딘을 보고 강하게 끌린 것은 그가 '우리 역사의 일부'인 호엔펠스 가문이었기 때문이다. 이 명문가가 배출한 인물들을 한스는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들이 바로 자신의 나라 독일을 빛낸 인물들이었기에 한스는 그들의 후손인 콘라딘과 그토록 친구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또한 한스의 아버지는 합리적인 인물로 '유대인들과 기독교도들에게서 동시에 존경 받는 평판 좋은 의사'이다. 그는 동화된 유대인으로서 시온주의자를 혐오한다. 이스라엘이 2천년이나 지난 지금 팔레스타인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이탈리아인들이 로마 시대에 한 때 독일을 점령했다는 이유로 독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것만큼이나 터무니 없는 짓'(p.82)이라고 생각한다. 


한스와 한스 가족은 자신들이 유대인이라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다. 혈통만 유대인일뿐 그들은 조국인 독일을 사랑하고 독일을 위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독일의 국민이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세계는 더 이상 그들이 알던 세계가 아니며 그것은 한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그토록 친해지고 싶었던 친구와의 반짝이던 우정도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소용돌이 속에서 그 빛을 잃어가고 한스와 콘라딘은 각자의 길을 가게 된다.


평온하던 시절 한스와 콘라딘은 매일같이 고민하며 이야기했다.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무슨 목적을 위해? 우리 자신의 이익만을 위해? 인류의 이익을 위해? 어떻게 해야 이 잘 안 되는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을까?' (p.70)


이 책의 잊을 수 없는 마지막 문장은 두 소년이 함께 나누던 이런 고민들을 떠올리게 하고 이 책을 다시 읽게 만든다. 영어 제목인 <Reunion> 처럼 이들이 다시 만나 이야기 나누는 그 내밀하면서도 소중한 순간들이 보고 싶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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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03-26 2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얇은데 참 울컥한 작품이죠. 전 이 책 다 읽고 팔아야지 했었는데 아직 갖고 있네요. ㅎㅎㅎ

coolcat329 2021-03-27 06:59   좋아요 0 | URL
네...가슴이 미어진다는게 이런 상황이 아닌가 싶어요. 참...ㅠㅠ

han22598 2021-03-30 01: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책. 작년에 읽었는데, 지금도 그때의 느낌을 잊을 수 없어요. 아마도 앞으로도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아요. 이런 책들...참 대단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coolcat329 2021-03-30 13:31   좋아요 0 | URL
읽으셨군요...맞아요. 이 책의 처음과 끝은 참...잊을 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