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은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67
도리스 레싱 지음, 이태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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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도리스 레싱(Doris Lessing 1919~2013)은 페르시아(지금의 이란)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서 태어났다. 1925년 가족이 남로디지아(지금의 짐바브웨)로 이주하면서 어린 시절을 남아프리카의 고립된 농장에서 성장한다. 불행한 유년을 보낸 레싱은 열다섯 살에 집을 떠나 타이피스트, 전화 교환원 등의 직업을 전전하면서 두 번의 결혼과 이혼을 경험한다. 작가가 되기로 결심한 레싱은 한 편의 소설을 들고 1949년 영국 런던으로 향하는데, 그 소설이 바로 <풀잎은 노래한다>이다. 그녀 나이 서른 살이었다.


제목 <풀잎은 노래한다>는 T.S.엘리엇의 시 <황무지>의 '예배당 주변의 나자빠진 무덤들 위에 풀잎은 노래한다'에서 가져왔는데, 책을 다 읽고 나면 풀잎보다는 제목에 생략된 '무덤'이 더욱 연상되는 소설이다. 


이 작품은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식민지 남아프리카를 배경으로 메리라는 한 여인의 몰락 과정을 그리고 있다. 소설은 농장주 리처드 터너의 아내 메리가 원주민 흑인 하인에게 살해되었다는 기사로 시작한다. 

남아프리카에서 영국인 부모 아래 태어난 메리는 가난하고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내지만, 도시로 나와 타이피스트로 일하며 자립에 성공하여 남아프리카 백인 여성으로서 나름 자유롭고 안락한 삶을 산다. 그러나 서른 살이 되도록 결혼을 안한 그녀를 두고 친구들이 '나사가 하나 빠졌든지, 그렇지 않으면 무슨 문제가 있는 게 분명'(p.66)하다며, 험담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된 메리는 큰 충격을 받는다. 평소 남자에게 관심이 없었던 그녀는 '남 얘기 하기 좋아하는 여자들이 그녀가 결혼을 해야만 된다고 말했다는 단순한 이유 때문에'(p.73) 남편감을 찾게 되고, 너무나 마음이 급했던 그녀는 리처드라는 남자를 만나 잘 알지도 못하는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된다. 


리처드는 시골의 농장주로서 성실하지만 자본 없이 시작한 농사였기에 은행에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설상가상으로 하는 일마다 실패해 메리는 생활난에 쪼들리고 고립된 농장 생활로 심한 권태와 외로움을 느낀다. 시작부터 불행이 예상되었던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은 점점 악화되고, 이런 상황에서 집안일을 해주는 하인이 새로 들어오면서 사태는 파국으로 치닫는다. 


<풀잎은 노래한다>는 도리스 레싱의 자전적인 요소를 많이 담고 있는 작품으로 백인이 지배하는 남아프리카 식민지 사회의 병폐를 사실적으로 고발하는 작품이다. 백인 우월주의에 기초한 인종주의와 계급주의, 백인 사회의 존속을 위한 집단적 배타주의와 폭력, 남성과 여성의 갈등과 정체성 등을 다루며 약자를 억압하고 착취하여 이룬 백인 문명을 비판하고 그 미래를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사악한 그 무엇은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녀를 따라다녔기에 그녀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악한 그 무엇이라는 건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녀는 도대체 뭘 하며 지내 왔기에 윤곽조차 제대로 잡지 못하고 있단 말인가? 없다. 그녀가 사악한 그 무엇에 대해 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끌려 다니기만 했을 뿐, 자발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 본 적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었다.(p.333)]


메리는 왜, 무엇 때문에 죽었을까? 메리는 자신의 죽음을 끝내 이해하지 못했을까?

'이 모든 일이 어떻게 시작되었는지'(p.44), 그 진실을 파헤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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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8-27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섯째 아이 읽고 레싱에 정 떨어졨다가 이 책으로 다시 붙였답니다. ^^

coolcat329 2022-08-27 09:16   좋아요 4 | URL
네~ 골드문트님 <다섯째 아이> 안 좋아하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ㅎㅎ

이 책 무엇보다 잘 읽히고 재밌었습니다. 근데 독자에게 안겨주는 메세지는 묵직하네요.

바람돌이 2022-08-27 17:03   좋아요 3 | URL
어 저는 다섯째 아이 때문에 도리스 레싱 좋아하는데..... ㅎㅎ

coolcat329 2022-08-27 18:58   좋아요 2 | URL
저도 좋아하는데, 임산부나 임신 계획있으신 분들은 읽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Falstaff 2022-08-27 20:23   좋아요 2 | URL
<다섯째 아이>를 읽을 때만큼 ˝제발 해피엔드로 끝나라, 해피엔드로 끝났으면 좋겠다.˝라고 기원해본 적이 없던 것 같습니다. 얼마나 섬찟하던지요. 영문학자인 동무님이 픽, 웃으며 하는 말이, 도리스 레싱한테 해피엔드를 바란다고? 바랄 걸 바라라.
저는 이 책 <풀잎은 노래한다>하고 <황금 노트북>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전기 작품과 이후의 것들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작가 가운데 한 명..... 맞죠? ㅋㅋㅋㅋ

새파랑 2022-08-27 12: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이 이렇게 초반부 내용 위주로만 리뷰를 남기시니 궁금 하군요 왜 죽었을까요?🤔

coolcat329 2022-08-27 18:55   좋아요 2 | URL
메리 죽음은...그게 참 단순하지가 않습니다.😥
다양한 답이 나올 수 있겠네요. ㅎㅎ

mini74 2022-08-27 15: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레싱 좋아합니다. 이 책도 런던스케치도 마사 퀘스트도 좋았어요. 다섯째 아이는 전 너무 충격적이고 우울했어요. ㅠㅠ

coolcat329 2022-08-27 18:56   좋아요 1 | URL
미니님 레싱 작품 많이 보셨네요. 다 좋으셨다니 저도 나중에 꼭 읽어보겠습니다.☺️

페넬로페 2022-08-28 1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리스 레싱 작가에게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작가에게 소재가 많을 듯 하네요.
이 책도 읽고 싶고 정떨어지고 정붙는 다섯째아이도 읽고 싶네요.
책장에 살포시 놓여있는 ‘19호실로 가다‘도 읽어야하는데~~언젠가는 읽게 되겠죠^^

coolcat329 2022-08-29 15:20   좋아요 1 | URL
첫 작품인데 심리묘사가 뛰어나고 생각해 볼 거리가 많은 작품입니다. 😊
 
죽은 군대의 장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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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산 책이다. 십 년 전 이 책을 왜 샀는지 기억도 안 나지만, 당시 이스마일 카다레라는 작가를 내가 알았다는 것도 신기하다. 발칸 반도의 작은 나라 알바니아를 대표하는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1936~ )와의 첫 만남은 세 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광기의 풍토>를 통해서 였다. 2019년에 쓴 독후감을 찾아 보니 낯선 나라의 이야기라 이해가 안가서 두 번 읽었다고 하면서 조만간 <죽은 군대의 장군>을 읽어봐야 겠다고 글을 남겼는데, 이제야 읽은 것이다. 


'유럽의 화약고'라 불리는 발칸 반도는 고대부터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특히 알바니아는 주변 강대국들의 지배를 역사 내내 받았는데, 20세기 초까지 오스만 제국의 점령 하에 있었기에 국민의 67%가 이슬람교 신자로 주변 국가들과 문화적으로 색다른 차이를 보인다. 

1912년 터키로부터 독립하고 1928년 왕정이 선포되나, 제2차 세계대전 때 이탈리아 파시스트 군대의 침공으로 알바니아는 다시 전쟁에 휩싸인다. 전후 공산주의 정부가 수립되고 독재자 엔베르 호자(1908~1985)의 통치를 받는데, 이 시기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가난한 공산주의 국가의 길을 가게 된다. 


이스마일 카다레는 이런 알바니아의 굴곡진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씀으로써 알바니아라는 나라의 비극적인 역사와 민족의 정서를 세계에 알린 작가이다. 

작가가 1963년에 발표한 <죽은 군대의 장군>은 바로 그 출발을 알린 첫 작품으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알바니아에서 전사한 자국의 병사들의 유해를 수습하기 위해 어떤 나라(소설 속에서 국명이 언급되지는 않지만 역사를 통해 이탈리아 군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의 장군이 군종신부와 함께 종전(終戰) 20년 후 알바니아로 가 그곳에서 죽은 병사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 


이국의 땅에서 비가 내리는 가운데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위협적인 산들을 보며 장군은 알 수 없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지만, 한 문명국의 대표로 적지에 묻혀 있는 병사들을 다시 고국의 품으로 돌려보낸다는 '고귀한 임무'를 수행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한다. 장군은 신부와 함께 지도와 병사들의 명단을 바탕으로 알바니아 인부들을 고용하여 발굴 작업을 진행한다. 

비와 추위를 견뎌가며 알바니아의 거친 산악지대와 황량한 땅을 파헤치는 임무는 장군에게 전장에서 죽은 군인들을 '망각과 죽음으로부터 구'(p.17)한다는 비장한 뜻을 담고 있지만, 땅이 파헤쳐질수록 장군이 마주하게 되는 건 전쟁의 추악한 실체이다. 


어느 날 장군은 자국 병사들이 묻힌 묘지 담벼락에 쓰인 '이것이 우리 적들이 맞은 운명이다!'(p.64)라는 글을 발견한다. 장군은 알바니아인 기사에게 알바니아 인들의 이런 행위는 추악한 도발 행위라며 따지지만 기사는 당당하게 대답한다. 


["20년 전 당신들이 한 짓을 생각해보십시오. 우리 동지들의 가슴에 파시스트 슬로건을 걸어놓은 채 그들을 목매달지 않았습니까. 그래놓고 어린 아이의 낙서가 분명한 이런 문구 하나로 발끈하는 겁니까!"(p.64)]


유해를 발굴하는 과정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병사들의 시신들만이 아니다. 도시 외곽의 군 묘지에서 발견한 한 여자의 유해는 당시 자국의 군대가 매춘부들을 데려와 이 유서깊은 도시에 갈봇집을 만들었고 죽은 여자는 당시 전쟁에 동원된 매춘부들 중 한 명임을 알게 된다. 매춘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카페 주인은 '전선에서 돌아온 군인들이 빗물이나 진흙, 소실된 참호 따위의 괴로운 짐을 이 불쌍한 여자들에게 모두 쏟아놓은 것 같았'(p.90)다고 말한다. 


또한 한 알바니아 농부는 자신의 집에서 일하다 청색대대에 의해 살해된 탈영병의 시신과 그 탈영병이 쓴 일기장을 장군에게 가져다 준다. 일기장에는 무뚝뚝하지만 자신에게 친절한 알바니아 농부들, 주인집 딸을 향한 묘한 감정, 자신처럼 탈영하여 알바니아 농장에서 일하는 자국 군인이 많다는 사실과 보복부대인 청색대대가 벌이고 다니는 학살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이 소설에서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인물이 있는데 바로 청색대대 소속의 'Z대령'이라는 인물이다. 장군과 신부는 유해 발굴을 시작하면서 '대령과 관련된 사항'(p.59)을 알아내야 한다며 대령의 시신을 찾기 위해 특별히 신경을 쓴다. 이 미스터리한 Z대령의 행적을 쫓아가는 과정과 그와 더불어 하나둘씩 밝혀지는 비밀들은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다. 


앞서 알바니아로 떠나기 전 장군은 Z대령의 어머니와 아내를 만나는데, 당시 노부인은 아들이 '군인의 자질을 타고'났으며, '젊고 미덕을 골고루 갖춘 아들'이었다고 회상한다. 대령의 어머니는 줄곧 아들의 이야기만을 하며 "지상의 모든 아름다운 것들에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 아이였다고요!"(p.104)라며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조금씩 드러나는 청색대대의 만행과 알바니아를 떠나기 전 우연히 참석한 결혼식에서 극적으로 알게 된 대령의 이야기는 장군을 큰 충격에 빠지게 한다. 


전쟁의 실체를 마주한 장군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회의감을 갖는다.


["그래도 제겐 자부심이 있었습니다. 우리 군인들의 관이 이 사람들 사이를 지나갈 때 우리의 죽음이 그들의 삶보다 더 아름답다는 걸 그들에게 보여줄 작정이었죠. 그런데 이곳에 도착하고 나니 상황은 딴 판이었습니다. (...) 맨 먼저 자부심이 사라졌고, 곧이어 그 어디에서도 엄숙한 구석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환상들이 깨졌죠. 이제 우린 전쟁이 낳은 불쌍한 어릿광대가 되어 전반적인 무관심 속에서 수수께끼 같은 야유의 시선을 받으며 떠돌고 있어요. 이 나라에서 싸우다 쓰러진 사람들보다 더 가련한 모습으로 말입니다." (p.170)]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알바니아의 적국이었던 나라의 장군과 신부의 눈을 통해 바라 본 1960년대 초 알바니아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그 풍경에는 죽음의 냄새가 짙게 베어 있다. 험한 산악지대와 계속되는 악천후 속에서 알바니아인들의 눈에는 원한이 서려 있고, 설상가상으로 유해 발굴 도중 인부 한 명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죽는 사고가 나자 장군을 향한 알바니아인들의 분노는 더욱 깊어진다. 작업이 진행될수록 드러나는 전쟁의 실체에 장군의 불안은 점점 더 깊어지고 결국엔 자신이 맡은 이 임무가 얼마나 가식적이고 헛된 일이었는지 깨닫는다. 

알바니아인의 입장이 아닌 외국인의 입장에서 바라 본 알바니아의 모습이기에 그 공허함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찾아 떠난 여정에서 장군이 가지고 돌아간 것은 무엇일까? 

떠나는 날 장군은 비바람이 부는 비행장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날씨가 춥다는 말 외에는. 

'사방이 비와 죽음이다. 그러니 다른 걸 찾게나.....'(p.302)

알바니아 노인의 이 의미심장한 말은 그에게 전쟁이 야기한 파괴와 슬픔을 상기시키지 않았을까?

추악한 전쟁의 본얼굴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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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19 17:0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건 순전히 제 자랑질인데...

책의 맨 뒤에 보면 독자모니터
로 제 이름이 꽝!하고 박혀 있
답니다 :>

진짜 오래 전이네요.

coolcat329 2022-08-19 17:09   좋아요 6 | URL
오! 혹시 김형* 맞나요?
우와 우와 정말 멋지셔요!👍
성함에 줄 쳐놨습니다!

레삭매냐 2022-08-19 17:11   좋아요 4 | URL
네, 맞삽니다.

Falstaff 2022-08-19 19: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이 책을 읽으셨네요.
이젠 카다레의 다른 책들을, 마치 순례자처럼 찾아다니시겠군요. ㅋㅋㅋㅋ
제 경우로만 말씀드립자면, 대박은 아닐지언정 스쳐 지나지 못할 작가입니다.

coolcat329 2022-08-19 20:21   좋아요 4 | URL
제가 찾아보니 카다레의 책을 여섯 권이나 갖고 있더라구요. 알바니아라는 나라와 자국의 문학을 세계에 알린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들어요.
적국의 장군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자국의 음울한 현실을 보여주는 방식도 좋았고 무엇보다 소설에 유머가 있는 점이 좋았습니다.

Falstaff 2022-08-19 20:27   좋아요 3 | URL
헥! 여섯 권이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제가 멍게 앞에서 여드름 짰습니다. ㅜㅜ

coolcat329 2022-08-19 20:32   좋아요 3 | URL
아 근데 이 중에 두 권만 읽었습니다. ㅋㅋ 왜 이렇게 모았는지는 저도 모르겠지만요.😅

새파랑 2022-08-19 20: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야기 자체가 흥미롭네요 ㅋ 게다가 레삭매냐님의 독자모니터(?) 라니~!!

알바니아는 정말 낯선 나라인데 궁금합니다 ㅋ

coolcat329 2022-08-20 07:46   좋아요 3 | URL
저도 알바니아라는 나라를 이스마일 카다레 덕분에 알게 되었어요. 발칸반도 여러 나라 중에서도 존재감이 좀 약한 나라였는데 문학을 통해 상위권으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래서 대단한 작가라고 생각해요.

mini74 2022-08-20 10: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10년 전 책을 발견하고 이렇게 또 멋지게 리뷰 쓰시고, 뭔가 10년전 적금 찾은 기분이시겠어요. 알바니아란 나라 이름만 들어봤는데 궁금해지네요. 매냐님 독자모니터에 쿨켓님 별 다섯개라니 ㅎㅎ

coolcat329 2022-08-21 07:18   좋아요 2 | URL
10년 전 적금 찾은 기분! 😆 어쩜! 제 마음을 딱 표현하셨어요~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2-08-20 14: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고등학교 세계사시간에 배운 문장이 생각납니다.
유럽의 화약고ㅡ발칸반도~~
이스마일 카다레 작가 처음 알게 되었어요.
알바니아라는 나라에 대해서도 잘 몰라요.
문학을 통해 역사를 알고 새로운 것을 알게 되는 것이 넘 좋아요^^

coolcat329 2022-08-21 07:21   좋아요 3 | URL
자연이 참 아름다운 곳인데 화약고라는 별명이 붙었으니 안타깝습니다. 여행 못가도 책으로 이렇게 배우고 여행갈 수 있으니 즐겁지요~😚

바람돌이 2022-08-20 18: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얼마 전에 이 작가님 책 피라미드가 나와서 찜해놓기만 했네요.
쿨캣님 덕분에 어떤 작가인지 알게되었어요.
알바니아는 저는 장미오일 유명하다는것만 알아요. ㅠ.ㅠ

coolcat329 2022-08-21 07:25   좋아요 2 | URL
아! 피라미드도 있죠. 구해야 겠습니다~^^
알바니아가 또 유명한 게 벙커더라구요. 호자가 외세의 침입에 대비해 전국을 요새화한다고 수십만 개의 벙커를 지어놨는데 큰 돈 들여 지은 벙커가 무용지물이라고 합니다. ㅠ

scott 2022-08-24 23: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프랑스에서 엄청 유명(20세기 명작으로 평가) 한데 이 작품을 프랑스어로 번역한 사람이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알바니아 출신으로 어렸을때 가족이랑 프랑스에 난민 신청한 )여서 널리 알려 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알바니아
사악한 푸틴이 노리고 있음

coolcat329 2022-08-25 15: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수프 브리오니가 바이올리니스트였군요. 1945년 잿더미가 된 알바니아 돕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왔다가 ‘잘못된 계급‘ 이라는 이유로 감옥에 갇혔는데, 그 때 이 소설을 프랑스어로 번역했다고 하네요. 푸틴이 노리고 있다니 제발 좀 그만했으면 좋겠습니다.ㅠ
 
오르부아르 오르부아르 3부작 1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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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부아르>는 프랑스 작가 피에르 르메트르(Pierre Lemaitre 1951~)가 2013년 발표한 작품으로 같은 해 프랑스 최고 문학상인 공쿠르상을 수상했다. 르메트르는 추리 소설 작가로 이미 많은 상을 받았지만, 세계 3대 문학상의 하나인 공쿠르 상이 장르 문학 작가에게 주어졌다는 사실은 당시 꽤나 이례적인 일이었던 듯 하다. 번역을 한 임호경씨도 이분이 뜰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나 크게 뜨게 될 줄'은 몰랐다며, 마침내 번역 의뢰가 들어왔고 '첫 페이지부터 독자의 멱살을 붙잡'는 이야기를 '폭풍흡입'하듯이 읽었다고 한다. 그러나 번역은 그리 만만찮았다고 하는데, 이야기는 워낙 재미가 있어 술술 읽히지만 문학적인 뉘앙스와 테스트 속 상징과 은유, 작가의 유머와 아이러니를 한국어로 표현하는 건 쉽지 않았다고 역자 후기에서 밝힌다. 그것은 이 소설이 대중성은 물론 문학성까지 겸비했다는 뜻이겠다.


1차 세계대전이 끝나가던 시기인 1918년 11월, 휴전 협정 체결 이야기가 나오면서 병사들의 마음 속에는 살아서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싸우고자 하는 의지는 약해진다. 그러나 모두가 다 전쟁이 끝남을 기뻐하는 것이 아니었다. 몰락한 시골 귀족 출신인 도네프라델 중위는 이번 전쟁에서 공을 세워 '세상에서 다시 한자리 차지해야 한다는 광기에 가까운 욕구'(p.41)를 지닌 인물로 113고지를 바로 눈 앞에 두고 전쟁이 끝나려 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그러던 차에 종전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독일군의 동태를 살피라는 이해할 수 없는 명령이 내려지고, 제일 나이많은 병사와 가장 어린 병사 둘이 정찰병으로 보내진다. 그리고 곧바로 들려오는 세 발의 총성과 함께 프랑스 병사들 사이에서는 독일군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자는 분노에 찬 소리가 터져 나온다. 

결국 1918년 11월 2일, 전쟁이 끝나기까지 채 열흘도 안 남은 시점에서 프랑스 병사들은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과 탄환을 뚫고 적진을 향해 돌진하고 그 와중에 프랑스 병사 알베르는 정찰병의 죽음이 독일군에 의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이를 본 프라델 중위에 의해 포탄 구덩이에 매몰된다. 이런 알베르를 동료 병사 에두아르가 구하게 되는데 에두아르는 그 과정에서 포탄 파편에 맞아 얼굴 반쪽을 잃게 된다. 여기까지가 이 소설의 약 10분의 1에 해당되는 내용이다. 


전쟁의 상처만을 안고 세상으로 다시 돌아온 두 사람, 그러나 세상은 이런 그들을 받아주지 않는다. 전쟁 전 은행 출납원이었던 알베르는 에두아르를 돌보며 샌드위치 광고맨으로 겨우 생활을 이어가고, 신분을 바꿔치기해 외젠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온 에두아르는 모르핀에 의지해 그야말로 절망적인 나날을 이어간다. 

국가는 전사자들을 영웅시하며 추모 기념비를 세운다며 호들갑을 떨지만 정작 전쟁에서 살아 돌아온 상이군인들은 외면한다. 전쟁마저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는 비열한 사회에서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들을 잃은 병사들은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하는가...


에두아르는 이렇게 돌아가는 세상을 신문을 통해 보다가 어느 날 마음 깊은 곳에서 '뭔가가 돌아오고 있'음을 느끼며 부조리한 세상을 상대로 황당한 사기극을 계획하는데, 그것은 바로 전사자 추모 기념비를 이용해 일확천금을 버는 것! 처음에는 비윤리적이라는 이유로 계획을 거부했던 알베르도 삶에서 그 어떤 희망이 보이지 않자 사기극에 찬성하는데 재미있는 건 이 사기극을 나도 응원하고 즐기게 된다는 점이다. 


이 소설의 원제는 'Au Revoir Là-haut'으로 '천국에서 다시 만나요'라는 뜻이다. 프랑스는 1차 세계대전 당시 군의 명령에 불복종거나 반란을 일으킨 병사에게 사형을 선고했는데, 이 책의 제목은 1914년 12월 4일 국가 반역죄로 총살형을 받은 병사, 장 블랑샤르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가족에게 남긴 말에서 가져왔다고 한다. 그의 말은 이 책의 제사로도 인용되었는데, 다음과 같다.


신께서 우릴 다시 만나게 해주시길 바라는 하늘에서 만나요.

나의 사랑하는 아내여, 천국에서 다시 봐요……


작가는 '감사의 말'에서 장 블랑샤르를 비롯해 모든 1차 세계대전 전사자들을 생각할 때면 가슴이 뭉클해진다고 고백한다. 

국가에 의해서 영문도 모른채 전쟁터로 끌려가 사라져 간 젊은이들과 전쟁에서 운좋게 살아 돌아왔어도 다시는 예전처럼 살아갈 수 없었던 수많은 상이군인을 생각하면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3년 전 이 책의 후속작인 <화재의 색>을 재미있게 읽었지만 뻔한 전개에 조금 실망했는데, 이번에 읽은 <오르부아르>는 1차 세계대전의 전장을 배경으로 처음부터 강렬하게 시작해 도네프라델이 벌이는 공동 묘지 사업 비리, 알베르와 에두아르의 우정과 갈등 그리고 사기 계획, 에두아르 아버지인 페리쿠르 씨가 추모 기념비 사업에 엮이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등이 시종일관 긴박하게 전개, 독자는 중간에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다. 

웃기지만 슬프고, 너무 재미있지만 깊이가 있으며, 해피엔드이면서 비극이기도 한 소설 <오르부아르> 이 여름이 가기 전에 강력히 추천한다. 

지구는 늘 대재앙이나 역병으로 황폐화되기 일쑤고, 전쟁은 이 둘의 조합에 불과하다. 그를 탄환처럼 꿰뚫은 것은 죽은 이들의 나이였다. 대재앙은 만인을 죽이고, 역병은 아이들과 노인들을 죽이지만, 젊은이들을 그렇게 대량으로 학살하는 것은 오직 전쟁뿐인 것이다. - P3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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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2-08-13 21:0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우 쿨캣님의 강력추천이라니.
냉큼 담아갑니다. 쓰신 글을 봐도 재밌을듯요. ^^

coolcat329 2022-08-14 10:05   좋아요 1 | URL
네 이 책 재미하나는 정말 보장합니다~~^^

레삭매냐 2022-08-13 22: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영화 짤과 그래픽 노블로 만났는데
정작 책은 사두기만 안 읽고 있네요.
그것 참.

coolcat329 2022-08-14 10:07   좋아요 2 | URL
아 그래픽노블 매니아답게 보셨군요. 저는 그래픽노블 도서관에 신청했답니다. 가면 그림이 궁금해서요~^^
책 정말 재밌습니다. 사두신 책이니 언젠간 읽으시겠지요?😊

새파랑 2022-08-14 11: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추 작품이군요. 쿨캣님 강추는 흔하지 않은데..게다가 1차세계대전 배경이라니 더 관심이 가네요~!!

coolcat329 2022-08-14 12:56   좋아요 2 | URL
앗 그런가요? 😆
이 책 두꺼운데 책장이 훌훌 넘어갑니다.
1차 세계대전 후 전사자 기념비를 둘러싸고 파리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페넬로페 2022-08-14 19: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요즘 계속 이 시대의 스토리를 읽으시네요.
전쟁 후의 웃픈 얘기, 관심 백 입니다~~

coolcat329 2022-08-16 10:13   좋아요 1 | URL
<피에 젖은 땅> <봄의 제전> 이후로 전쟁에 대한 관심이 점점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 책 666페이지인데요 정말 잘 읽힙니다.

mini74 2022-08-15 11: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인용문이 확 와닿네요. 젊은이를 대량으로 학살하는 전쟁 ㅠㅠ

coolcat329 2022-08-16 10:13   좋아요 1 | URL
그쵸? 저 문장이 잊히질 않아서 써봤습니다.

scott 2022-08-15 22: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작가 애정 하는 작가 입니다 ㅎㅎ
<오르부아르> 명작 중 명작!

늦깍이 작가지만 오래도록 작품 활동 해줬으면 하는 작가입니다 ^^

coolcat329 2022-08-16 10:15   좋아요 2 | URL
스콧님이 좋아하는 작가로군요! 이 분 지금 루이즈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 시리즈의 3 권 쓰고 계시겠죠? 그건 1940년대 2차 세계대전이 배경일 듯 싶은데요, 기대됩니다~

mini74 2022-09-08 09: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축하드려요. 추석연휴 즐겁게 보내세오 *^^*

coolcat329 2022-09-08 18:34   좋아요 1 | URL
아~감사합니다.미니님도 즐거운 명절되세요😘

새파랑 2022-09-08 1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당선 축하합니다~!! 역시 전쟁소설의 장인 쿨캣님 ^^

coolcat329 2022-09-08 18:35   좋아요 2 | URL
아 ㅋㅋ 감사합니다. 부끄럽고 많이 부족하지만 전쟁소설 더 열심히 읽겠습니다.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
M. T. 앤더슨 지음, 장호연 옮김 / 돌베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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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은 미국의 소설가이자 클래식 음악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는 M.T. 앤더슨(1968~ )이 2015년 발표한 책이다. 부제는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로 쇼스타코비치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역사상 가장 긴 포위전으로 기록된 레닌그라드 전투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는 1906년 러시아의 마지막 차르 니콜라이 2세가 다스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1917년 혁명을 거쳐 레닌, 스탈린, 흐루쇼프로 이어지는 격동의 세월을 살다 갔다. 저자는 70년에 걸친 쇼스타코비치의 생애를 좇아가며 2차 세계대전 중 가장 길고 처참한 전투였던 레닌그라드 포위전과 그런 레닌그라드에서 폭격을 견디며 그가 작곡한교향곡7번》에 얽힌 극적인 이야기를 생생한 130컷의 도판과 함께 유려한 문장으로 서술한다. 


이 책의 주인공은 참혹한 레닌그라드 전투 속에서 탄생한 일명 '레닌그라드 교향곡'으로 불리는교향곡7번》이다. 1941년 6월 22일 독일은 소련을 침공하고 9월에는 레닌그라드를 공격, 역사상 가장 긴 포위전을 벌인다. 독일군의 872일 동안의 포위는 100만 명이 넘는 레닌그라드 사람들을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게 만들었는데, 1942년 1월과 2월에만 대략 20만 명이 죽었다고 한다. 사람들은 시체를 끌고 갈 기력이 없어 거리에는 시체가 버려진 채로 방치되었고 '아파트 건물 전체가 시체 세입자들로 가득했다.' (p.375) 

그렇지 않아도 스탈린의 공포정치로 고통을 받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에게 독일의 공격은 그야말로 또 다른 혹독한 시련이었다. 처음에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같은 소비에트 위성국에서는 나치의 침략을 돕기까지 했다고 하니 스탈린의 폭정이 얼마나 심했는지 알 수 있다. 


쇼스타코비치는 1941년 7월 19일 독일이 레닌그라드로 진격해 올 때 《교향곡7번》의 작곡을 시작한다. 


["나는 교향곡7번 레닌그라드》를 아주 빠르게 썼다.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사방이 전쟁이었다. 나는 인민들과 함께 있어야 했고, 궁지에 몰린 조국의 이미지를 만들어서 음악에 새기고 싶었다."(p.275)]


9월 3일 첫 악장을 완성하지만 그 날 이후로 독일군의 폭격기가 도시를 덮었고 화염에 휩싸인 도시에서 쇼스타코비치는 9월 8일, 2악장의 작곡을 시작한다. 그가 새 교향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소식이 권력자의 귀에 들어가고 그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레닌그라드 시민들에게 희망의 메세지를 전한다.


["한 시간 전에 최근에 작업하고 있는 대규모 관현악곡의 2악장을 마무리했습니다. (...) 내가 왜 이 사실을 여러분에게 말할까요? 그것은 지금 라디오를 듣고 있는 레닌그라드 인민들이 우리의 도시에서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알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 나의 삶과 작품은 레닌그라드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 새 작품을 들고 다시 방송에 나와 나의 노력에 대한 정당하고 다정한 평가를 기다리겠습니다." (p.302)]


폭탄이 쏟아지는 포위된 도시에서 쇼스타코비치가 레닌그라드를 위해 곡을 만들고 있다니 당시 레닌그라드 시민들에게 이 사실은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까...


쇼스타코비치는 고사포가 불을 뿜고 폭탄이 떨어지는 가운데 밤낮없이 작곡에 매진하여 9월 29일 3악장 아디지오를 마무리한다. '죽은 자를 위한 레퀴엠처럼' 들리는 3악장은 '폭격기들이 레닌그라드를 화염과 먼지와 죽어가는 사람들의 울음으로 채웠을 때 쇼스타코비치가 쓴 음악'(p.319)이다.

그리고  쇼스타코비치 가족은 당국으로부터 대피명령을 받고 10월 1일 레닌그라드를 탈출한다. 쇼스타코비치는 레닌그라드를 떠나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떠나기로 하고 모스크바를 거쳐 쿠이비셰프에 도착 그곳에서 4악장을 작곡한다. 그리고 마침내 1942년 3월 5일,교향곡 7번 레닌그라드》초연이 사무일 사모수트의 지휘로 쿠이비셰프에서 열린다. 

청중은 압도되고 '당국은 신이 났고 지식인들은 감동했다. 전 세계 지휘자들이 앞다투어 연주하겠다고 했다.' (p.405) 


교향곡7번》의 악보가 서방에 전달되는 과정은 이 책의 프롤로그에 나오는데,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한다. 252페이지 악보는 30미터 길이의 마이크로필름에 담겨 독일의 포위망을 뚫고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거쳐 대서양을 지나 브라질에서 미국으로 건너간다. 그리고 교향곡7번》은 1942년 런던과 뉴욕에서 초연되는데, '포위된 레닌그라드 이야기와 여러 대륙을 넘어온 마이크로필름 이야기가 미국인들을 쇼스타코비치 열병'(p.422)으로 들끓게 만들었다. 


수백만 가정이 라디오로 연주를 들으며 전쟁에 나간 아버지, 남편, 아들을 생각하고 '자신의 삶을 들었다.' 한 전기 작가는 '러시아 어머니의 눈물인 동시에 미국 어머니의 눈물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대성공이었다. 교향곡7번》덕분에 미국의 원조는 가파르게 늘었고 이제 소련은 적이 아니라 힘을 합쳐야 하는 동맹국이라는 인식이 싹트게 된다. 


1942년 8월 9일, 전 세계를 감동시킨《교향곡7번》이 드디어 레닌그라드에서도 울려 퍼졌다. 

그날의 연주는 확성기를 통해 독일 군 적진까지 퍼져 나갔다. 세월이 흐른 뒤 당시 독일 군이었던 군인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에게 느리지만 강력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우리가 결코 레닌그라드를 차지하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서서히 들었습니다."(p.450)


《레닌그라드》교향곡은 모든 사람들에게 각기 다르지만 어떤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미국인에게는 동맹국으로서의 연대감을, 러시아인들에게는 승리의 희망과 레닌그라드 주민으로서 자긍심을 갇게 했고 이는 생존을 향한 의지로 이어졌다. '교향곡으로 인해 레닌그라드 주민들의 희생은 러시아의 자부심이 되었다.'(p.451) 


소비에트 당국은교향곡7번》을 '반(反)나치 투쟁의 찬가'로 치켜세웠다. 그러나 쇼스타코비치가 교향곡7번》에 담은 메세지는 파시즘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 스탈린에 대한 저항을 담고 있다는 주장이 솔로몬 볼코프가 쓴 쇼스타코비치 회고록 <증언>에 나온다. 그 책에서 쇼스타코비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나는 이 주제를 작곡할 때 인간성을 위협하는 또 다른 적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 히틀러가 범죄자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그것은 스탈린도 마찬가지다 …… 사실 나는 7번》을 《레닌그라드》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것에 불만이 없지만, 포위된 레닌그라드를 그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스탈린이 파괴했고 히틀러는 그저 마무리했을 뿐인 레닌그라드에 관한 것이다.(p.366)]


쇼스타코비치는 자신의 곡을 하나의 주제로 한정지으려 하지 않았다. 쇼스타코비치가 말했듯이 '이 음악은 온갖 형태의 공포, 예속, 영혼의 속박에 관한 것'(p.365)이었고, 반히틀러, 반스탈린의 주제를 넘어선 인간의 영혼을 말살하는 모든 악에 대한 것이었다. 


쇼스타코비치는 1975년 8월 9일에 세상을 떠났다. 1942년교향곡7번》이 레닌그라드에서 초연된 바로 그날이었다. 


"내 교향곡은 대부분이 묘비다" (p.485) 


그가 죽기 직전에 남긴 말이다.

책 제목처럼 그의 곡들은 죽은 자들을 위한 것이었다. 독일군의 공격과 포위로 죽거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곡이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을 위한 곡이기도 했다. 레닌그라드에 갇힌 사람들에게 현실을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줬고, 결국 그들은 레닌그라드를 지켜냈다.

굶주림과 추위로 죽어가던 레닌그라드 시민들은 이 곡에서 희망을 봤고 '하나 된 일체감'을 느꼈다. 절망이 희망으로, 죽음의 도시가 생명의 도시가 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저자는 이것을 이야기의 힘이라고 말한다. 나치의 눈에 인간 이하로 보였던 사람들이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만들고 그 위력을 보여줬다. 

쇼스타코비치는 너무도 많은 우리 인민들이 죽었고, 심지어 친척들도 모르는 곳에 묻혔다. 내 친구들도 많이 그런 일을 당했다. 메이예르홀트나 투하쳅스키의 묘비를 어디에 세우겠는가? 오로지 음악만이 그들을 위해 그렇게 할 수 있다." (p.485)고 말한다.


사실 내가 이 책을 읽은 이유는 쇼스타코비치보다는 레닌그라드 전투때문이었다. 쇼스타코비치가 누군지도 잘 몰랐고 그의 교향곡은 더더욱 몰랐다. 그런 내가 유투브에서 쇼스타코비치 교향곡을 찾아듣고 심지어 듣다가 눈물이 차오르기까지 했다.

예술가들의 생애는 늘 그 시대에 내가 있다는 착각에 빠지게 하는데,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며 포위된, 공습경보가 울리고 폭탄이 떨어지는 레닌그라드의 한복판에서 쇼스타코비치의 음악이 확성기를 통해 울려 퍼지는 상상을 했다. 

당시 사람들이 들었을 그의 음악, 그가 레닌그라드에 바치는 그 음악이 절망에 빠진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였을지는 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저자의 말대로 '말은 주제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다.'(p.185) 이 책을 읽으면 쇼스타코비치의교향곡7번》이 무조건 듣고 싶어진다. 그리고 계속 반복되며 점점 소리가 커지는 1악장의 침략 에피소드는 잠이 드는 순간까지 머리 속에서 울린다. 

조만간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을 읽으려고 한다. 


1912년 쇼스타코비치 삼남매 (조야, 드미트리, 마리야 쇼스타코비치)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정장을 차려입고 작곡을 한 쇼스타코비치


1942년 8월 9일, 교향곡7번》레닌그라드 초연에서 카를 엘리아스베르크가 레닌그라드 라디오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있다.


말년의 쇼스타코비치. 그는 총 15곡의 교향곡과 15곡의 현악4중주를 작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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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2-08-05 13: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대부분의 감상자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전곡음반을 사는 경우에 7번 <레닌그라드>를 제일 먼저 듣더군요. 아는 분이 로스트로포비치 지휘의 전곡을 샀다고 포장 뜯자고 해서 가봤더니 첫 곡을 저더러 고르라고 하더라고요. 전 11번 <1905>를 선택했었습니다. 4악장 ˝경종˝을 듣기 위해서요.

쇼스타코비치는 30년대에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 공연했다가 스탈린이 초연을 보고 측근한테 명령합니다.
˝저새끼더러 A4 용지 20매 이상으로 반성문 써오라 그래.˝

ㅎㅎㅎ 사실 이 사건 이후에 쇼스타코비치는 자주 스탈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습지요. 백퍼 제 생각으로는 그가 정권에 잘 보이려고 했던 가장 중요한 장르가 교향곡 아니었겠느냐, 하는 건데, 아이고오오오오.... 그냥 제 생각이니까 아니더라도 타박하지 말아주세요. 흑흑흑....

coolcat329 2022-08-05 19:18   좋아요 2 | URL
아 <므첸스크의 레이디 맥베스>때문에 쇼스타코비치가 하루 아침에 인민의 적으로 낙인 찍히죠. 이 책에도 그 이야기가 나오는데 스탈린이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에서 공연을 보다가 중간에 나와버려요. 그러고 하는 말이 ˝이것은 음악이 아니라 혼란˝이라고 합니다. 쇼스타코비치 정말 살 떨렸을 거 같아요. 골드문트님 말씀대로 쇼스타코비치가 스탈린 정권에 저항만 한 것이 아니라 순응도 했다고 책 저자도 말합니다. 그 예가 교향곡 5번인데 이 곡이 쇼스타코비치의 목숨을 살립니다. 쇼스타코비치를 영웅이 아닌 한 인간으로 그리며 균형있는 시각으로 묘사하고 있어 더 좋았습니다.

저도 골드문트님의 픽~ 11번 4악장 들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페넬로페 2022-08-05 13: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쇼스타코비치의 7번 교향곡 탄생은 인종과 민족을 넘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동같아요.
거의 900일 동안의 레닌그라드 봉쇄시에 주민들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읽는 모습도 그렇고요.
전쟁은 슬프지만 그런 시기에도 예술은 인간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이가봐요^^

coolcat329 2022-08-05 19:23   좋아요 3 | URL
아 맞아요~ 레닌그라드 봉쇄중에도 도서관은 계속 문을 열었다고 하네요. 책을 읽다가 죽은 사람들도 있었구요. 전쟁 중이라 예술이 더 필요한 시기였을 수도 있네요. 예술가들이 더욱 위대해 보입니다.

레삭매냐 2022-08-05 14: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쇼스타코비치보다 레닌그라드
포위전이 궁금해서 이 책을 샀습니다.

그리곤 망각해 버렸네요. 쿨캇트님의
리뷰로 다시 독서욕이 자극되네요.

아니면 그전에 줄리언 반스의 <시대
의 소음>을 다시 읽어볼까요.

* 결국 너튜브에서 교향곡 7번을 찾아
서 듣고 있네요. 클라우스 마케라라는
젊은 핀란드 출신 지휘자의 프랑크푸
르트 실황이네요. 참 아이러니하네요.

coolcat329 2022-08-05 19:37   좋아요 3 | URL
저랑 같은 이유로 이 책을 사셨군요! 반갑습니다~~
앗 유투브 저도 그 젊은 핀란드 남자 지휘를 봤습니다. 96년생이라더군요!!! 20대에 그런 지휘를 하다뇨! 무엇보다 러시아 작곡가의 곡을 독일인들이 연주하고 핀란드인이 지휘하디니 쇼스타코비치가 봤다면 굉장히 기뻐했겠죠? 예술로 인간은 국적과 인종을 넘어 하나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공연이었어요.

미미 2022-08-05 14: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이 시기 문학에 푹 빠지신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다보면 음악을 찾아듣게되고 저절로 눈물날것같아요!!

coolcat329 2022-08-05 19:31   좋아요 2 | URL
전쟁사에 관심이 있어 샀는데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에 눈물을 흘렸습니다. 처참한 전쟁의 한가운데서 자신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하는 일을 묵묵히 해낸 예술가의 모습에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새벽에 납치되어 쥐도새도 모르게 사라질까 전전긍긍하는 인간적인 모습도 짠하게 다가왔구요.

바람돌이 2022-08-05 16: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레닌그라드의 인민들에게 삶이 계속되고 있음을 말하는 쇼스타코비치 감동적입니다. 저도 사실 음악보다는 레닌그라드 전투에 더 관심이 많은데 이 책과 시대의 소음 그리고 교향곡 7번까지 함께 챙겨보고 들어봐야겠습니다. 쿨캣님 리뷰가 너무 좋아서 마치 이 책을 읽은듯한 감동을 느낍니다.

coolcat329 2022-08-05 19:35   좋아요 3 | URL
교향곡 7번의 탄생과 레닌그라드 전투가 거의 비슷한 비율로 다뤄지니 예술과 전쟁사,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독서가 되실거라 생각합니다. 제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읽으신다니 정말 기쁘고 감사합니다. 좋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새파랑 2022-08-05 19:5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쇼스타코비치 하면 음악보다는 줄리언 반스의 <시대의 소음>이 떠오르더라구요 ㅋ 쇼스타코비치는 정말 드라마틱한 인생을 산거 같아요. 요 책도 재미있어 보입니다~!!

coolcat329 2022-08-07 08:45   좋아요 1 | URL
<시대의 소음> 읽을 생각 없었는데 이 책 읽고, 읽고 싶어져서 샀어요~기대됩니다~😍

scott 2022-08-11 23: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악마 푸틴은 온갖 시술 해도 못난이 인데
쇼스타코비치는 멋집니다!
항상 작곡 시작 전에 저렇게 멋지게 슈트 입고
작곡을 시작 했던!ㅎㅎ
반스옹의 시대의 소음보다

이 책이 더 명작입니다^^

coolcat329 2022-08-13 10:15   좋아요 0 | URL
쇼스타코비치 슈트입고 작곡! 참 멋지죠~^^
시대의 소음 쇼스타코비치가 나온다니 안 읽을 수가 없네요~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 대산세계문학총서 7
조라 닐 허스턴 지음, 이시영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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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미국 흑인 여성 문학의 어머니'라고 불리는 조라 닐 허스턴 (Zora Neale Hurston 1891/1901?~1960)이 1937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그러나 발표 당시에는 미국 문단에서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1970년대에 와서 그동안 소외되어 왔던 작가와 작품을 재발굴하는 과정에서 재조명되었다.


<그들의 눈은 신을 보고 있었다>는 재니라는 한 흑인 여성이 세 번의 결혼을 하면서 겪는 파란만장한 삶과 그로 인한 역경을 딛고 일어나 독립적인 한 사람으로 성장해가는 과정을 담고있다. 이 소설은 '이 글은 한 여자로부터 시작된다'(p.9)라는 전지적 화자의 말처럼 흑인 여성이 백인과 남성에 종속된 주변인이 아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작품은 흑인 여성이 어떤 것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추구하며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를 다뤘지만, 이는 흑인 여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 모든 인간에게 해당되는 삶의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 

"어떤 장소를 알고 싶으면 그곳에 직접 가봐야 하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잖아. 네 어머니도 아버지도 다른 어떤 사람도 그걸 알려주고 보여줄 순 없어. 모든 사람은 이 두 가지는 혼자 해내야 하지. 하느님을 찾아가는 것과, 자기 자신의 삶을 사는 법을 발견하는 것." - P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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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22-08-03 10: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중고책으로 사냥
하려고 매의 눈을 부릅 뜨고
대기 중이랍니다.

먼저 읽으셨네요.

coolcat329 2022-08-03 14:57   좋아요 2 | URL
특별히 소장하고 싶으신게 아니라면 도서관에서 빌려보시는건 어떠신지요? 책이 얇거든요~^^

얄라알라 2022-08-03 21: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아! 저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이라고는 유일하게 요 작품만 봤지만
작가에게도 작품에도 반했던...

누명(?) 쓰고 억울하게 살았을 그녀의 명예가 늦게라도 회복되었는지....

coolcat329 2022-08-05 07:25   좋아요 1 | URL
이 소설 인상깊게 읽으셨군요. 저는 거창한 제목에 너무 큰 기대를 했는지 조금 아쉬움도 있었지만 흑인 여성이 자아를 찾아 가는 주제는 의미 있어 좋았습니다.
작가가 아동성추행의 오명으로 말년에 쓸쓸한 삶을 살다 갔다죠? 어쩌다 그런 일에 엮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안타깝습니다.

scott 2022-08-04 23: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조라 닐!
원문으로 읽으면 감탄 하게 됩니다! ㅎㅎ

coolcat329 2022-08-05 07:28   좋아요 1 | URL
이 소설이 흑인 남부 방언을 생생하게 살려내서 원서로 읽으면 읽는 재미가 쏠쏠할 거 같긴 한데, 저는 원서까지는 ㅎㅎㅎ
스콧님은 원서로 읽으셨군요~~부럽습니다~~

얄라알라 2022-08-05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 조라 닐 허스톤 읽던 그 즈음에 톨스테인 베블렌의 ‘유한계급론‘ 보았던지라, 소설 속 여 주인공이 일하지 못하도록 남편이 어깃장 놓는 장면이 무척 인상 깊게 기억에 남아 있어요. 저자가 당시로서는 굉장히 선구적인 학문을 했고 또 그 지식과 훈련 경험을 소설 쓰는 데서도 십분 활용했다는 점에서 맘에 들었었나봐요. 글고 저도 coolcat님 처럼 제목보다 다른 스케일(?)에 조금 당황하긴 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