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 흑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7
스탕달 지음, 이규식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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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Le Rouge et le Noir)은 스탕달(Stendhal1783~1842)이 1830년 발표, 프랑스 근대 문학의 출발을 알리는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로 평가 받고 있다. 

스탕달은 1783년 프랑스 그르노블의 부유한 부르주아 집안 출신으로 본명은 마리 앙리 벨(Marie Henry Beyle)이다. 프랑스 근대 문학의 시초로 불리며 작가 활동 외에도 나폴레옹 시대에는 군인으로 이탈리아 원정에도 참가했고, 감사관 등 여러 직책을 맡다가 1830년 7월 혁명으로 부르주아의 시대가 오자 이탈리아 트리스테 영사로 임명되었고, 동시에 <적과 흑>을 발표, 프랑스 근대 문학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1815년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투에서 패함으로써 몰락한 후 프랑스는 다시 구체제로 돌아가는데 이 시기를 왕정복고 시대(1814~1830)라 한다. <적과 흑>은 이러한 왕정복고 시대의 후반기, 샤를 10세가 통치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스탕달은 이 작품에 '1830년의 연대기'라는 부제를 붙였는데, '소설이란 큰 길을 어슬렁거리는 거울'(2권 p.213)이라는 그의 생각이 이 소설에 잘 드러나 있다.

소설이 거울이라는 말은 소설이 당대의 현실 사회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담아내야 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이 소설을 읽다보면 스탕달의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을 시작으로 나폴레옹 시대를 지나 왕정복고 시대에 왕당파와 공화파, 나폴레옹 보나파르트파로 나뉘어 권력투쟁을 벌이는 혼란한 프랑스 사회가 눈앞에 펼쳐진다. 

많은 정치적 격변을 겪고 귀족, 사제, 부르주아, 평민 각 집단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살았는지 스탕달은 예리하게 보여준다. 


프랑스 대혁명을 거쳐 나폴레옹 제정이라는 엄청난 변화를 겪고 다시 돌아온 왕정이기에 특권을 다시 얻은 귀족들은 '교육을 너무 잘 받은 하류 계층 젊은이들 중에 로베스피에르 같은 자가 다시 나타날'(1권 p.147)것을 두려워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다지고자 한다. 또한 사제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권력을 조종하여 다시 예전의 권위를 누리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고, 신흥세력으로 떠오른 중산계층은 자신들의 탐욕을 노골적으로 보이며 귀족과 성직자 뒤에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린다. 


근데 이런 사회를 어떻게 보여주는가 하면 바로 그 유명한 주인공 쥘리앵 소렐이라는 청년의 눈을 통해 보여준다. 쥘리앵 소렐, 그는 어떤 사람인가? 피라르 사제가 라 몰 후작에게 쥘리앵을 비서로 추천하는 장면이다.


"그 청년은 비록 출신은 무척 비천하지만 높은 기개를 품고 있습니다. 그의 자존심을 언짢게 하면 그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질 것입니다. 그를 바보로 만들게 되는 겁니다." (1권 p.334)


쥘리앵 소렐은 제재소의 막내 아들로 태어나 교활한 아버지와 난폭한 두 형에게 맞으며 자란다. 수려한 외모에 호리호리한 몸매의 미남이지만 틈만 나면 책만 읽는 아들이 아버지는 맘에 들지 않는다. 그는 하층 계급이지만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고 총명하며 고귀한 품성을 갖춘 인물이다. '출세하지 못할 바에는 차라리 천번 만번 죽겠노라'는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으나 위선적인 지배계급을 혐오하고 경멸한다. 그러나 그가 마냥 고결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성공해야 한다 생각과 함께 하층계급 특유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어 늘 계산하고 위선적으로 행동한다. 특히 여자에게 '경험많은 남자'로 보이기 위해 '스스로 규정한 것을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실천'하는 등 늘 자기 자신을 점검한다. 쥘리앵의 이런 모순된 성격은 작품을 더욱 생생하게 만드는데, 나는 이런 쥘리앵의 복잡한 성격과 심리에 묘하게 마음이 끌렸다.  


<적과 흑>은 총 2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쥘리앵의 고향 베리에르(가상의 시골마을)를 무대로 한다. 아버지의 제재소에서 일하던 쥘리앵이 레날 시장 집에 가정교사로 들어가게 되고 레날 부인과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쥘리앵을 짝사랑하던 하녀가 소문을 내 부인과의 관계가 탄로나자 베리에르를 떠나 브장송에 있는 신학교에 가게 된다. 2부의 무대는 파리로 쥘리앵은 피라르 사제의 추천으로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되어 드디어 파리에 입성! 후작의 딸 마틸드와 또 다른 밀고 당기는 사랑을 하게 된다는게 이 소설의 간략한 줄거리이다.


온갖 정치적 투쟁이 난무하던 프랑스 왕정복고 시기, 오직 출세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가혹한 세상에 도전장을 내민 아름다운 그러나 그 내면은 너무나 복잡한 한 청년의 이야기. 무엇보다 사랑하는 남녀 사이에서 나타나는 섬세하면서도 예리한 심리묘사가 매우 뛰어난 소설이다. 특히 여자를 유혹하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머리로 계산하는 쥘리앵의 내적 갈등의 묘사가 굉장하다.

고전 연애소설을 읽고 싶으신 분들, 왕정복고기의 프랑스 사회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한다.


여담이지만 '스탕달 증후군(Stendhal Syndrome)'이라는 말이 있다. '뛰어난 예술 작품을 접하였을 때, 그 충격과 감흥으로 인하여 일어나는 정신적, 육체적 이상 반응'이라고 사전에 나와 있다.

스탕달이 이탈리아 피렌체 산타크로체 성당에서 <베아트리체 첸치의 초상>을 보고 이런 증상을 겪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이 용어가 단번에 이해가 된다. 왜냐하면 이 소설을 읽다보면 스탕달이 얼마나 예민한 사람인지 매 문장마다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탕달이 얼마나 섬세하면서도 예민한 감성의 소유자였는지 슈테판 츠파이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그는 여자 근처에만 가면 어지럽다. 혼란스러워지고, 걱정이 된다. 어떻게 말을 걸고 처신해야 할까 하는 불안감 때문에 거칠고 무례해진다. 도대체 이런 뒤섞임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토록 많은 살덩이, 비계, 뱃살, 이토록 둔중한 마부의 골격이 어떻게 해서 이렇게 거미줄처럼 섬세하고 상처받기 쉬운 감정을 감싸고 있을까? 어떻게 이토록 둔탁하고 나무밑동 같은 재미없는 몸매가 이렇게 복잡하고 자극받기 쉬운 영혼을 에워싸고 있을까?"


유럽 신사 슈테판 츠바이크가 스탕달의 외모를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해서 놀라신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이후로는 계속 칭송이 이어지다가 마지막엔 이런 문장으로 감동을 준다.


"그는 자신과 함께 살았던 동시대인들의 뒤에 물러서 있다가 결국 그들 모두를 능가했다. 발자크만이 예외였다. "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에 나오는 라스콜리니코프는 쥘리앵 없이는 탄생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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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23 07: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적과 흑>이 최초의 사실주의 소설이군요~ 이 책 결말부가 나름 충격이었습니다 ㅋ 스탕달에 대한 츠바이크의 평가가 완전 공감이 가네요 ^^ 저도 이 책 읽고 <파르마의 수도원>이 읽고 싶어지더라구요 ㅋ

coolcat329 2022-03-23 08:30   좋아요 3 | URL
네~저도 발자크가 극찬을 한 <파르마의 수도원> 읽어보고 싶어졌어요.
당시엔 스탕달을 세상이 알아주지 않았지만 발자크만은 스탕달의 진가를 알아 본 유일한 사람이라네요.

잠자냥 2022-03-23 12:02   좋아요 3 | URL
전 <파르마의 수도원>은 아멜리 노통브 소설 읽다가 관심이 생겼어요. 아멜리 노통브는 이 작품 광팬인지... 작품마다 번번이 이 책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근데 사놓고 여태 못(안) 읽고 있음;;

coolcat329 2022-03-23 12:17   좋아요 3 | URL
오 그렇군요! 대체로 <적과 흑>보다 파르마를 더 높게 평가하는거 같아요.

얄라알라 2022-03-23 12:50   좋아요 2 | URL
˝아는 만큼 기억한다˝인지, 저도 노통브 소설 비록 시간차를 두긴했어도 빼놓지 않고 읽어왔는데 <파르마의 수도원> 기억도 못했답니다.

새파랑님, 잠자냥님, coolcat님 대화에 묻어서 한 번이라도 더 찾아보고 갑니다^^

바람돌이 2022-03-23 11:1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런 고전들을 나는 왜 안읽었을까 하면서 이 글을 보네요. 굳이 찾아 읽고 싶지 않았던 책도 이렇게 리뷰를 맛깔나게 써주시면 왠지 꼭 읽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막 들어요. ^^

coolcat329 2022-03-23 12:20   좋아요 2 | URL
사실 저도 이 소설은 필수라는 생각에 의무감으로 읽었어요. 근데 심리묘사가 이렇게 대단할 줄은 몰랐습니다. 감사합니다 😊

물감 2022-03-23 11: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탕달도 발자크랑 비슷한 난이도 일까요? 어쩐지 어렵게 느껴져서 선뜻 도전하기가... ㅋㅋㅋ

Falstaff 2022-03-23 12:52   좋아요 4 | URL
제가 읽은 스탕달은요, 이 <적과 흑> 그리고 <파르마 수도원> 두 권이면 될 거 같습니다. <아르망스>는 읽다가 답답해서 속 터져 술만 늘 수 있고요, <앙리 브륄라르의 생애>는 자서전 비슷한데 저는 읽다가 백쪽까지도 못 읽고 던져버렸습니다. <연애론>은 읽을 생각도 안 해봤고요.
발자크보다 <적과 흑> <파르마 수도원>이 훨씬 진도 잘 나갑니다. 발자크는 그의 세밀묘사 장광설에 나가 떨어질 각오를 좀 해야 무난한데, 스탕달의 경우엔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파르마 수도원>은 저 유명한 워털루 전투 씬 하나만으로도 읽을 가치는 충분하지 않을까 싶네요. 망설이지 마세요. ㅋㅋㅋㅋ

coolcat329 2022-03-23 12:25   좋아요 3 | URL
아 물감님~ 발자크를 하필 <나귀가죽>으로 시작하셔서 정신적 충격이 크셨어요. 😅😅
이 소설은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프랑스 왕정복고 시대만 조금 아시고 시작하시면 훨씬 재미날거에요.
근데 다른 출판사를 권합니다. 번역이 저는 별로 였습니다. 🤔

잠자냥 2022-03-23 12:49   좋아요 4 | URL
발자크 <루이 랑베르>로 시작하지 않으신 게 그나마 다행...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탕달 <연애론> 읽으면 연애 망해요! ㅋㅋㅋㅋㅋㅋㅋ

물감 2022-03-23 13:13   좋아요 3 | URL
와 골드문트님, 저같은 책린이에겐 이런 고급정보가 필요했습니다 ㅋㅋㅋ정말 감사합니다. 적과흑, 파르마수도원 킵해두겠습니다 !

쿨캣님, 저의 나귀가죽 소감을 기억하시는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탕달이 발자크 보다는 낫다는 의미로 듣고 도전해보겠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잠자냥님, 제가 나귀가죽을 별한개도 겨우 줬는데, 루이 랑베르는 집어던지다 못해 불태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애론도 패스하겠사와요!

coolcat329 2022-03-23 14:53   좋아요 5 | URL
잠자냥님/ <연애론> 당시 몇 년이 지나도록 27권밖에 팔리지 않아서 출판사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 ‘성스러운 책‘이라 했답니다. ㅋㅋㅋ
루이 랑베르 ㅋㅋ 그 정도군요

새파랑 2022-04-09 11: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캣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다음번에는 파르마의 수도원 읽으시죠 ^^

coolcat329 2022-04-09 11:42   좋아요 2 | URL
아 이 책이었군요 ㅋㅋ
네 감사합니다!
그렇지않아도 파르마 사놨습니다☺
 
사피엔스 (무선본)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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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약 250만 년 전 아프리카 동부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부터 인류는 시작된다. 약 2백만 년 전 고향을 떠나 유럽, 아시아, 북아프리카의 넓은 지역으로 이주한 이 '남쪽의 유인원'(오스트랄로피테쿠스의 뜻)들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른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는데 그들이 바로 우리가 많이 들어 알고 있는 네안데르탈인, 호모 에렉투스 등이며 지금 유일하게 남아 있는 우리 종인 호모 사피엔스도 역시 이 때 생겨났다. 


유발 하라리가 마흔도 안 된 나이에 발표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사피엔스>는 7만 년 전, 아프리카의 변두리에서 별 볼일 없는 존재였던 호모 사피엔스가 어쩌다가 지구의 지배자이자 더 나아가 파괴자까지 되었는지, 7만 년 전에 일어난 인지혁명, 1만 2000년 전의 농업혁명, 500년 전부터 시작된 과학혁명이라는 세 가지 큰 틀을 제시해 설명하는 책이다.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p.19)


이 질문은 바로 이 책의 주제와 연결된다. 


250만 년에 걸친 거대한 인류 역사를 경제학, 인류학, 생물학, 역사학, 현대 과학 등 다양한 학문을 넘나들며 다양한 역사적 사례와 예시를 통해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어 청소년이 읽어도 좋을 인문 교양 도서이다. 

무엇보다 거대한 인류 역사의 흐름을 담고 있기에 그 내용이 굉장히 방대할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자신만의 참신한 시각으로 몇 개의 키워드를 선택해 명료하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간혹가다 보이는 작가의 냉소적인 유머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수렵채집인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1의 물결 다음에는 농부들의 확산과 함께 벌어졌던 멸종의 제2의 물결이 왔고, 이 사실은 오늘날 산업활동이 일으키고 있는 멸종의 제3의 물결에 대한 중요한 관점을 제공한다. 우리 조상들이 자연과 더불어 조화롭게 살았다는 급진적 환경보호운동가의 말은 믿지 마라. 산업혁명 훨씬 이전부터 호모 사피엔스는 모든 생물들을 아울러 가장 많은 동물과 식물을 멸종으로 몰아넣은 기록을 보유하고 있었다. 우리는 생물학의 연대기에서 단연코 가장 치명적인 종이라는 불명예를 갖고 있다. 만일 좀 더 많은 사람이 멸종의 제1의 물결과 제2의 물결에 대해 안다면, 스스로가 책임이 있는 제3의 물결에 대해서 덜 초연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만일 우리가 이미 얼마나 많은 종을 절멸시켰는지를 안다면, 아직 살아남은 종들을 보호하려는 의욕이 좀 더 생길 것이다. - P117

농업혁명은 안락한 새 시대를 열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농부들은 대체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욱 힘들고 불만스럽게 살았다. 수렵채집인들은 그보다 더 활기차고 다양한 방식으로 시간을 보냈고 기아와 질병의 위험이 적었다. 농업혁명 덕분에 인류가 사용할 수 있는 식량의 총량이 확대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여분의 식량이 곧 더 나은 식사나 더 많은 여유시간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인구폭발과 방자한 엘리트를 낳았다. 평균적인 농부는 평균적인 수렵채집인보다 더 열심히 일했으며 그 대가로 더 열악한 식사를 했다. 농업혁명은 역사상 최대의 사기였다. - P124

그러면 왜 역사를 연구하는가? 물리학이나 경제학과 달리, 역사는 정확한 예측을 하는 수단이 아니다. 역사를 연구하는 것은 미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지평을 넓히기 위해서다.우리의 현재 상황이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다.그 결과 우리 앞에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가령 유럽인이 어떻게 아프리카인을 지배하게 되었을까를 연구하면, 인종의 계층은 자연스러운 것도 필연적인 것도 아니며 세계는 달리 배열될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 P342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에게 부족했던 것은 증기기관 같은 기술적 발명이 아니었다 (그거라면 공짜로 베끼거나 사들일 수도 있었다). 이들에게 부족한 것은 서구에서 여러 세기에 걸쳐 형성되고 성숙한 가치, 신화, 사법기구, 사회정치적 구조였다. 이런 것들은 빠르게 복사하거나 내년화할 수 없었다. 프랑스와 미국이 재빨리 영국의 발자국을 뒤따랐던 것은 가장 중요한 신화와 사회구조를 이미 영국과 공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중국인과 페르시아인은 사회에 대한 생각과 사회의 조직 방식이 달랐던 탓에 그렇게 빨리 따라잡을 수 없었다. - P399

우리는 다른 모든 동물의 운명을 깡그리 무시할 때만 현대 사피엔스가 이룩한 전례 없는 성취를 자축할 수 있다. 우리는 스스로를 질병과 기근으로부터 보호해주는 물질적 부를 자랑하지만, 그중 많은 부분은 실험실의 원숭이, 젖소, 컨베이어 벨트의 병아리의 희생 덕분에 축적된 것이다. 지난 2세기에 걸쳐 수백억 마리의 동물들이 산업적 착취체제에 희생되었으며, 그 잔인성은 지구라는 행성의 연대기에서 전대미문이었다. 만일 우리가 동물권리 운동가들의 주장을 10분의 1만이라도 받아들인다면, 현대의 기업농은 역사상 가장 큰 범죄를 저지르는 중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구 전체의 행복을 평가할 때 오로지 상류층이나 유럽인이나 남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잘못이다. 인류만의 행복을 고려하는 것도 마찬가지로 잘못일 것이다. - P535

인간의 능력이 놀라울 정도로 커졌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스로의 목표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으며 예나 지금이나 불만족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인 듯하다. 우리의 기술은 카누에서 갤리선과 증기선을 거쳐 우주왕복선으로 발전해왔지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강력한 힘을 떨치고 있지만, 이 힘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생각이 거의 없다. 이보다 더욱 나쁜 것은 인류가 과거 어느 때보다도 무책임하다는 점이다. 우리는 친구라고는 물리법칙밖에 없는 상태로 스스로를 신으로 만들면서 아무에게도 책임을 느끼지 않는다. 그 결과 우리의 친구인 동물들과 주위 생태계를 황폐하게 만든다. 오로지 자신의 안락함과 즐거운 이외에는 추구하는 것이 거의 없지만, 그럼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한다. - P5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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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2-03-15 16: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산 줄 알고 나의 계정에서 검색해 보니 안 샀네요.ㅋㅋ
유발 하라리의 다른 책을 샀고 반 이상 읽은 걸로 기억해요. 찾아봐야겠어요.
인간에 대해 연구해서 쓴 글은 언제나 관심이 가지요.^^

coolcat329 2022-03-16 08:41   좋아요 3 | URL
너무 이런 쪽으로 무식해서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는데 너무 재밌더라구요~

새파랑 2022-03-15 17:1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표지랑 제목을 많이 봐서 익숙한데 정작 저는 이 책을 안읽어봤어요 😅 유발 하라리가 이 책을 마흔 전에 썼다는게 놀랍네요 ㅋ

coolcat329 2022-03-16 08:52   좋아요 3 | URL
유발 하라리가 76년생 이더라구요. 중반까지는 소설만큼 재밌었어요~😊

scott 2022-03-15 17: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죠! 이제 인류는 디지털 사피엔스로 진화 중 ^ㅅ^

coolcat329 2022-03-16 08:56   좋아요 3 | URL
작가 말이 다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쪽으론 아는게 없으니 그저 작가의 통찰과 시선이 참 재밌고 놀라웠어요.😉

mini74 2022-03-16 1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미있게 읽었어요 ㅎㅎ 만화책으로도 나왔는데 서점에서 꼬맹이가 읽고 있는거 보고 놀랐어요. 요즘 애들은 우와 하면서요 ㅎㅎ
 
불편한 편의점 불편한 편의점 1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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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불편한 편의점>은 <망원동 브라더스>로 2013년 세계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한 김호연 작가의 다섯 번째 장편 소설이다.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는 편의점이 그려진 표지의 이 책을 많은 사람들이 읽고 좋아하는 걸 보니 일상 속 소소한 행복, 사람 사이에 오가는 따뜻한 위로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절실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청파동 다세대 주택 골목 1층에 자리 잡은 Always 편의점을 무대로 펼쳐지는 고단한 인생들의 사연을 따뜻하면서도 유쾌하게 담은 <불편한 편의점>은 '독고'라는 미스터리한 노숙자를 주인공으로 한다. 독고는 서울역에 기거하는 덩치 큰 노숙자로 알코올성 치매를 앓고 있어 말도 어눌하고 행동도 느리다. 이런 그가 어느 날 정년퇴직한 역사 교사이자 현재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염영숙 여사가 날치기 당한 지갑을 찾아주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더럽고 지독한 냄새를 풍기는 노숙자이지만 정직하고 경우가 바른 독고에게 염 여사는 앞으로 배가 고프면 언제든지 자기 편의점에 와서 도시락을 먹으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야간 알바 자리가 비게 되고 급하게 사람을 구해야 하는 염 여사는 독고를 야간 알바로 고용한다. 자신의 과거도 기억 못하며 말과 행동이 어눌한 독고가 눈치 있게 손님을 상대해야 하는 편의점 알바를 할 수 있을까 싶지만 웬걸, 독고는 그 누구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배울 뿐만 자기만의 방식으로 손님 응대해 나간다. 


이야기는 독고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전개되는데, 저녁 알바를 맡고 있는 20대 취업준비생 시현, 오전 알바로 생계를 꾸려가는 50대 오선숙, 퇴근 후 밤마다 참참참(참깨라면+참치김밥+참이슬)으로 삶의 고단함을 달래는 마흔넷의 영업사원 경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글을 쓰러 청파동으로 온 30대 희곡 작가 인경, 사업 자금을 위해 호시탐탐 편의점을 노리는 염 여사의 아들 민식, 민식의 의뢰를 받아 독고의 뒷조사를 하는 흥신소 곽씨가 그들이다. 이들이 독고에게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는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고민이자 아픔이다. 독고는 이들을 진심으로 대하며 그때마다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말을 해주는데 그의 입에서 무심코 나오는 말들은 묘하게도 듣는 이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다. 


["내가 말이 너무 많았죠? 너무 힘들어서......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고......독고 씨가 들어줘서 좀 풀린 거 같아요. 고마워요."

"그거예요."

"뭐가요?"

"들어주면 풀려요." (p.108)]


선입견으로 처음에는 다가가기 어려웠던 관계가 진솔한 대화를 통해 공감과 위로로 바뀌는 과정이 7개의 에피소드에 걸쳐 나오는데 매 장면이 훈훈하다. 우리 인생도 이렇게 독고 말대로 쉽게 풀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이렇게 푸근한 적이 없었던거 같다.

'이렇게 경우도 바르고 성실하게 일하는 독고가 어쩌다가 알콜 중독으로 치매까지 걸리고 노숙인 신세가 되었을까?' 궁금증이 깊어지는 가운데 소설 끝에서 밝혀지는 그의 사연은 소설 내내 남의 이야기를 듣던 독고가 마침내 우리에게 들려주는 참회록이자 고백이다. 


[삶은 관계였고 관계는 소통이었다. 행복은 멀리 있지 않고 내 옆의 사람들과 마음을 나누는 데 있음을 이제 깨달았다. 지난 가을과 겨울을 보낸 ALWAYS 편의점에서, 아니 그 전 몇 해를 보내야 했던 서울역의 날들에서, 나는 서서히 배우고 조금씩 익혔다. 가족을 배웅하는 가족들, 연인을 기다리는 연인들, 부모와 동행하던 자녀들, 친구와 어울려 떠나던 친구들...... 나는 그곳에서 꼼짝없이 주저앉은 채 그들을 보며 혼잣말하며 서성였고 괴로워했으며, 간신히 무언가를 깨우친 것이다. (p.252,253)]


소시민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웃음과 위로를 느끼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한다. 이 책은 중학교 추천도서일 정도로 재미있으며 가독성이 매우 높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 이웃들이 겪는 삶의 애환을 무겁지 않게 그러나 따뜻하고 진솔하게 그리고 있다.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불편한 편의점>을 찾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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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2-03-07 21: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편의점 사장님 너무 다정해서 가슴 찡한 대목이 많았어요! 현실에서 과연 이게 가능할까? 어른동화같단 생각을 했지만 이런 이야기, 쿨캣님 말씀처럼 이런 위로도 필요하다고 느꼈네요^^*

coolcat329 2022-03-08 06:54   좋아요 2 | URL
어른 동화 맞아요~^^ 현실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렵지만 소설속에서라도 마음먹고 노력한대로 풀리는 삶들을 보니 참 좋더라구요. 염여사, 독고씨 캐릭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사람의 온기를 저도 나눈거 같아요.☺

mini74 2022-03-07 21: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갔더니 인기순위더라고요. 예약이 엄청난 책이었습니다 ㅎㅎ 따뜻한 이야기인가 봅니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 어울리는 책같아요 *^^*

coolcat329 2022-03-08 06:58   좋아요 2 | URL
이책 도서관에서 빌릴 수 없어 다른 경로로 구했답니다.ㅎ 사람들이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가 따뜻한 위로, 공감, 소통에 있는거 같아요.
이 책의 성공때문인지 요즘 비슷한 분위기의 책들이 속속 보이네요.

scott 2022-03-07 23: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중학교 추천 도서!ㅎㅎ
위로와 따스함이 필요한 시대!
이책은 중학교 교과서에 수록되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ㅅ^

coolcat329 2022-03-08 06:59   좋아요 4 | URL
네 저희 아이 중학교 겨울방학 추천도서더라구요.ㅋㅋ
교과서 수록 저도 찬성입니다. ㅎㅎㅎ

새파랑 2022-03-08 07:3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웃음과 위로가 되는 책이군요~! 저랑은 잘 안맞을 확률이 높겠군요 😅 참참참 처음 보는 조합인데 왠지 맛있어 보입니다 ^^

coolcat329 2022-03-08 09:04   좋아요 2 | URL
네 ~그럴거같습니다.ㅋㅋ
저는 편의점 잘 안가는데 이 소설 읽으니 가고 싶더라구요.ㅎ
 
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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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은 <쇼코의 미소>와 <내게 무해한 사람> 두 권의 단편집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최은영 작가가 2021년 발표한 첫 장편소설로 증조모, 할머니, 엄마, 나 4대에 걸친 여자들의 우정과 사랑의 이야기이다. 


서른두 살의 지연은 이혼 후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바닷가 근처 희령이라는 곳으로 직장을 옮겨 이사를 간다. 지연은 이사 간 아파트에서 거의 20년 동안 연락이 끊겨 만나지 못했던 할머니를 우연히 만나고, 할머니를 통해 일제시대의 증조모를 시작으로 할머니와 어머니, 그 주변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일제 강점기 위안부로 끌려가지 않기 위해 아픈 어머니를 두고 개성으로 도망쳐야 했던 증조모 '삼천', 남편이 유부남인 줄도 모르고 속아 결혼해 결국엔 딸과 함께 버림 받은 할머니 박영옥, 그런 할머니 밑에서 아비 없는 자식으로 세상의 눈치를 보며 오직 평범한 삶만을 갈망하던 엄마 길미선, 결혼 후 남편의 외도로 자신의 삶을 사랑할 수 없는 화자 지연의 이야기를 통해 여자이기에 겪어야 했던 아픔을 최은영 작가만의 차분하면서도 정성이 담긴 문체로 보여준다.


이 소설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인상적인 점은 여성들이 서로를 향해 보여주는 애틋하면서도 다정한 마음이다. 증조모 삼천과 새비 아주머니, 할머니와 새비 아주머니의 딸 희자, 엄마와 명희 아줌마, 지연과 친구 지우, 이들의 서로를 향한 따뜻한 마음은 인생의 고비마다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 주고, 고달픈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된다. 

다음은 개성을 떠나 고향으로 떠난 새비 아주머니가 삼천에게 보낸 편지로 그 애틋함과 그리움이 눈물겹다.


["삼천아, 새비에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야. 개성도 그렇니. 너랑 같이 꽃을 뽑아다가 꿀을 먹던 게 생각나. 그걸 따다가 전을 부쳐 먹던 것두, 같이 쑥을 캐다가 떡을 만들어 먹던 것도. 인제 나는 꽃을 봐도 풀을 봐도 네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어. 별을 봐도 달을 봐도 그걸 올려다보던 삼천이 네 얼굴만 떠올라. 새비야, 참 희한하지 않아? 밤하늘을 보면서 그리 말하던 네가 떠올라. 이것도 희한하구 저것도 희한한 우리 삼천이가 생각나누나."(p.120,121)]


반면 소설에서 남자들은 '새비 아저씨'를 제외하고는 비겁하고 실망스럽다. 속이고 바람을 펴도 죄책감은 커녕 오히려 당당하고 절대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위안부로 끌려갈 뻔 한 증조모를 개성으로 데리고 온 증조부는 자기 덕분에 위기를 모면한 증조모를 평생 '빚쟁이 대하듯'하고, 영옥은 딸이라는 이유로 함부로 대한다. 또한 길남선이 중혼인줄 알면서도 딸 영옥을 결혼시켰고, 본부인이 나타나 길남선이 떠나자 딸에게 남편하나 묶어두지 못한다고 오히려 영옥을 꾸짖는다. 영옥의 남편 길남선도 영옥에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신의 행동에도 이유가 있었다며 딸을 호적에는 올려줄테니 키우기나 하라며 오히려 큰소리치며 떠난다. 

사실 저 시대 남자들이 대체로 저렇게 무책임하고 가부장적이었으니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하지만, 여자들은 다 따뜻하고 인간적으로 좋게 그려진 반면 남자들은 새비 아저씨를 빼고 모두 비겁하고 나쁘게 그려진거 같아 조금 작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다음은 지연이 지하철에서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고 자는 모르는 여자를 보며 하는 생각이다.

[나어깨빌려여자들떠올렸그녀들에게어깨빌려여자들있었거라생각했. 얼마피곤했으이렇정신, 조금이라편하좋겠다고 생각하는 . 별 것 아한 그 마음때로사람한다생각. 어깨기대사람, 어깨빌려주사람. (p.299,300)]


서로가 서로에게 어깨가 되어주는 세상, 작가 최은영은 이런 세상을 바라며 이 소설을 쓰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제목이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는 캄캄한 밤이 아니라 서로의 얼굴을 보며 따뜻한 눈빛과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밝은 밤'이라고 지은 것이 아닐까...


오랜만에 한국 소설을 읽으니 정말 마음이 편하고 좋았다. 몇년 전 <쇼코의 미소>를 읽었을 때도 그랬지만 최은영 작가의 책을 읽고 나면 마음이 따뜻해지고 그 마음을 내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진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누군가 졸면서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대도 짜증이 안 날거 같다. '얼마나 피곤했으면 사람들이 다 보는 지하철에서 이렇게 졸까...' 안쓰러운 마음이 들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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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3-02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밝은 밤>드라마로 제작 되면 좋겠다는 생각 했습니다.

coolcat329 2022-03-02 22:26   좋아요 2 | URL
오 저두요~^^

mini74 2022-03-02 22: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소코의 미소 밝은 밤 둘 다 좋아요. 편하고 따뜻한 이야기. 쿨켓님 리뷰도 따뜻합니다 ~

coolcat329 2022-03-02 22:27   좋아요 2 | URL
감사합니다. 따뜻한 미니님~☺

새파랑 2022-03-02 22:4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읽으신 한국소설이군요~! 저도 비인간적이고 우울하고 섬뜩한 책을 읽다보면 이런 따뜻한 책이 읽고 싶더라구요. 저도 최은영 작가님 책은 다 읽었는데 따뜻하고 좋았습니다~! <내게 무해한 사람>도 좋아요 ^^

coolcat329 2022-03-03 07:37   좋아요 2 | URL
네~중간중간 마음의 정화가 필요합니다.😅
<내게 무해한 사람>도 기억해 두겠습니다 ~

singri 2022-03-03 01: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리뷰만 읽어도 좋네요. ^^

coolcat329 2022-03-03 07:38   좋아요 1 | URL
편지가 마음을 뭉클하게 하죠? 감사합니다 ☺

바람돌이 2022-03-03 0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에서 삼천과 새비아주머니의 관계도 좋았지만, 화자의 할머니 박영옥씨가 너무 멋지더라구요. 그 연세에 손녀를 대하는 모습이 너무 멋지달까?

coolcat329 2022-03-03 07:46   좋아요 1 | URL
오 저두요. 영옥할머니 이야기도 쓸걸 그랬어요. 80 다 되신 노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씩씩하게,지혜롭게 사시는 모습이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손녀를 대하는 모습도 넘 멋지구요.

물감 2022-03-03 13: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이 책도 자주 보이네요, 유명한가봐요. 나중에 읽어보겠습니다ㅎㅎ

coolcat329 2022-03-03 17:42   좋아요 1 | URL
네~저도 이 책이 자주 눈에 띄더라구요. 물감님 리뷰 기다릴게요~~
 
목로주점 1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3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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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자연주의 문학의 대가 에밀 졸라(Emile Zola 1840~1902)의 대표작 중 하나인 <목로주점>은 제2제정하의 프랑스 사회상과 민중의 삶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자 졸라가 기획한 20권의 루공-마카르 총서 중 7번째 작품이다. 1877년 출간된 이 소설은 당시 민중의 삶을 너무 노골적으로 묘사했다 하여 비판을 받았으나 상업적으로는 대성공을 거두어 작가에게 경제적인 안정과 작가로서 성공을 가져다 주었다. 

졸라는 소설의 서문에서 '<목로주점>은 민중을 묘사한 최초의 소설로 거짓 없이 진실을 얘기하는, 민중의 향기를 담은 소설'이라고 말한다. 세탁부인 하층민 여성을 주인공으로 소설을 쓴다는 거 자체가 사회적으로나 문학적으로 금기시되는 분위기 속에서, 졸라는 <목로주점>을 통해 '민중의 삶을 파고 들어가 자신의 시선과 목소리를 민중의 그것과 하나가 되게 하려고 시도한 작가'(p.350, 2권 작품해설)였으니 그의 작품세계는 가히 독자적이라고 할 만하다. 


졸라가 처음에 생각했던 <목로주점>의 제목은 '제르베즈 마카르의 소박한 삶'이었다고 한다. 

주인공 제르베즈는 고향에서 늘 술에 취해 폭력을 일삼던 아버지 밑에서 자라다 건달 같은 남자 랑티에를 만나 열네 살에 클로드(루공-마카르 총서 14th <작품>의 주인공)를 낳고 열여덟 살에 에티엔(루공-마카르 총서 13th <제르미날>의 주인공)을 낳는다. 두 사람은 랑티에의 어머니가 남긴 유산을 가지고 두 아이를 데리고 파리 외곽으로 온다. 하지만 랑티에는 동네 여자랑 바람이 나 도망치고, 22살의 제르베즈는 세탁부 일을 해가며 아이들을 홀로 키운다. 그런 그녀에게 같은 건물에 사는 함석공 쿠포가 다가오고,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않겠다고 다짐한 제르베즈에게 그는 끈질기게 청혼, 결국 두 사람은 결혼을 한다. 두 사람은 열심히 일하며 꾸준히 저축을 한 덕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게 되고 그 사이 딸 나나(루공-마카르 총서 9th <나나>의 주인공)도 태어난다. 나나가 3살이 되던 해 제르베즈는 자신의 세탁소를 차리고 싶다는 꿈을 갖는데 그 꿈이 이루어지려는 찰나 이들 부부에게 비극이 일어난다. 지붕에서 일을 하던 쿠포가 딸 나나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보려다가 아래로 추락한 것이다. 세탁소를 차리려던 돈은 쿠포의 치료비로 다 나가게 되고 치료를 받으며 쉬던 쿠포는 어느 정도 회복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위도식하는 즐거움'에 빠져 술집을 전전하며 빈둥거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평소 제르베즈를 흠모하던 옆집 청년 구제가 가게를 얻는데 드는 돈을 빌려주고 마침내 제르베즈는 그토록 꿈꾸던 자신의 세탁소를 차리게 된다. 세탁소는 나날이 번창하고 제르베즈는 자신의 꿈이 이루어졌음에 행복해한다.


[제르베즈는 자신이 과거에 꾸었던 꿈에 대해 얘기했다. 어느 날 무일푼 신세로 거리로 나앉게 되었을 때 간절히 바랐던 것은 일을 하고, 빵을 배불리 먹고, 몸을 누일 조그만 방 한 칸을 마련하고, 아이들을 잘 키우고, 남자한테 맞지 않고, 자신의 침대에서 죽는 것이었다. 이제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지고도 남은 셈이었다. 그녀는 모든 것을 가졌고, 그것도 꿈꾸던 것 이상으로 가졌다. (p.221 1권)]


그러나 제르베즈의 이런 성취감을 비웃듯 불운은 살금살금 그녀 곁으로 다가온다. 쿠포는 술에 빠져 알콜중독 증상을 보이며 점점 더 허세를 부리며 난폭해지고, 설상가상으로 제르베즈의 삶에서 최고의 날이었던 그녀의 생일날 랑티에가 돌아오면서 그녀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통속적인 이야기이다. 지금 봐도 그 막장스러움에 있어서 결코 뒤지지 않는 스토리가 당시엔 얼마나 충격적이었을까 싶다. 첫 장 세탁장에서 두 여자가 벌이는 난투와 거침없는 욕설을 시작으로 매 장면마다 펼쳐지는 여러 인물들의 파렴치한 행동들과 노골적인 상황 묘사는 때로는 기가 차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졸라는 서문에서 '악취를 풍기는 우리 변두리에서 살아가는 한 노동자 가족이 돌이킬 수 없이 전락해가는 과정'을 그리고자 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졸라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적인 기질과 주변 환경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문학을 통해서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쿠포의 알콜중독이 심해지고 랑티에까지 얹혀 살게 되면서 자기 통제력을 잃어 가던 제르베즈에게 아버지의 알콜중독 성격과 평생을 남편에게 구타를 당하며 살다 간 어머니의 무기력함이 나타나 그녀의 삶을 변화시키는 점이 그러하다. 

또한 제르베즈가 사는 환경은 어떠한가. 가난한 노동자들이 모여 사는 아파트는 늘 욕설과 비방이 난무하는 곳이다. 자기의 이익에 따라 여기 붙었다 저기 붙었다를 반복하며 서로 헐뜯고 남이 잘 되는 꼴을 보면 시기하고 질투한다. 졸라는 이런 하층민들이 특별히 악하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라 '배움이 부족하고 , 거친 노동과 비참함이 지배하는 환경 때문에 망가진 것뿐이'라고 서문에서 밝힌다. 

가난한 환경과 타고난 유전적 기질이 그토록 열심히 억척스럽게 살던 제르베즈를 음식에 집착하고 술에 의존하는 나태한 인간으로 만들어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졸라는 자신의 첫 자연주의 소설 <테레스 라캥>서문에서 자신의 소설이 '무엇보다도 과학적인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자신이 그리는 인간은 '신경과 피에 극단적으로 지배받는 인물들'이며 그들은 단순한 인간이 아닌 '인간이라는 동물들'이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기질과 환경에 지배당하는 인간의 삶을 자신의 소설 속에서 보여주고자 노력한 작가, 에밀 졸라. 그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한 인간의 삶을 결정짓는데 유전적인 기질과 주변 환경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점엔 어느 정도 동의한다.

'백문이 불여일독'이라고 읽어봐야 그 맛을 알 수 있는 소설 <목로주점>, 19세기 프랑스 노동자들의 삶과 사회를 아주 자세히 들여다 보고 싶은 분들은 꼭 읽어보시길 바란다.  


1권 표지 <세탁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렉 (1864~1901)

낮에 세탁부로 일하고 밤엔 로자 라 루즈라는 이름으로 캬바레에서 노래부르며 몸도 팔던 카르망 고댕을 모델로 한 이 작품은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로트렉 작품 가운데 최고가로 낙찰되었다고 한다. 

로트렉은 조용하고 병약한 그녀를 굉장히 아꼈다고 한다. 세탁으로 거칠어진 손과 유난히 새하얀 셔츠가 대비되면서 당시 여성 노동자의 고단한 삶의 무게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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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3-01 14:4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랑티에 진짜 발암중의 발암인 놈입니다 ㅋ 에밀 졸라의 작품을 보면 유전의 힘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ㅎㅎ

목로주점 표지 보면 저 앞 머리카락 때문에 잘 보일까? 라는 걱정이 듭니다 😅

coolcat329 2022-03-01 16:19   좋아요 5 | URL
진짜 발암인간입니다. 근데 빨래터에선 그렇게 잘 싸우던 제르베즈가 왜 랑티에한테는 화도 안 내는지 참으로 이해가 안 가더라구요. ㅠ

미미 2022-03-01 15:1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문학동네 세문집 표지가 늘 적절하단 생각이 들어요! 이 그림도 제르베즈와 무척 어울렸는데 역시 모델이 세탁부였군요. 투잡을 해야만했던 고된삶이라니...랑티에와 쿠포에게 우리나라 막장의 김치 싸다구를 날려주었다면 얼마나 통쾌했을까요 ^^*

coolcat329 2022-03-01 16:21   좋아요 7 | URL
세탁부를 그린 화가가 많은데 저는 로트렉의 이 그림이 제일 좋더라구요.
표지를 잘 선택한거 같아요.
김치싸다구 ㅋㅋ 그놈들 김치도 아깝습니다.

잠자냥 2022-03-01 17:07   좋아요 5 | URL
ㅋㅋㅋㅋㅋㅋ 김치도 아까운 놈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페넬로페 2022-03-01 17:12   좋아요 5 | URL
김치 싸다구
우리나라의 전매특허~~
랑티에와 쿠포에게도 날리고 싶어요~~

scott 2022-03-01 17:17   좋아요 5 | URL
싸다구 요렇게
👋💨

페넬로페 2022-03-01 17: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정리된 글로 다시 한번 목로주점을 읽습니다. 그때의 느낌이 다시 떠오르네요.
알라딘 서재의 좋은 점은
제가 놓친 부분을 새롭게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전 이 책의 내용에 너무 몰두하느라 책의 표지는 그냥 무심코 넘어 갔거든요.
로트렉의 ‘세탁부‘ 이군요.
이 책을 읽어서인지 그림의 분위가 남달리 느껴지는데요^^

coolcat329 2022-03-02 07:50   좋아요 3 | URL
네 이제는 로트렉 이 그림 보면 목로주점이 바로 떠오를거 같아요~

mini74 2022-03-01 20:0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아요 ~ 로트렉의 세탁부 저도 좋아하는 그림이에요. 그 당시 멸시받던 이들을 따뜻하게 있는 그대로 그려준 화가, 어찌보면 화가와 작가의 시선이 닮은 것 같기도 합니다 ~ 쿨캣님의 좋은 서평 잘 읽었어요 ~

coolcat329 2022-03-02 10:46   좋아요 1 | URL
미니님도 이 그림 좋아하시는군요~파리의 밑바닥 인생들이 로트렉을 있는 그대로 받아줬기 때문에 로트렉도 그들을 이런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좋은 하루되세요~

레삭매냐 2022-03-04 10: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목로주점> 1권이 지금 제 책상
위에 있는데...

제법 읽었네요. 다시 분발해서 달
려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