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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하면서 들을, 이왕이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유익한 것을 찾다가 우연히 유투브에서 문지혁 작가가 운영하는 '문지혁의 보기드문 책'이라는 채널을 발견했다. 제임스 조이스의 epiphany를 설명하는 강의였는데, 작가의 단정한 외모와 차분한 목소리, 무엇보다 진지한 강의가 나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그래서 작가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어디선가 본(아마도 자목련님의 글?) <초급 한국어>의 저자였고, 지난 달 두 권을 연속해서 읽었다.


두 작품의 주인공은 '문지혁', 바로 작가의 이름과 같다. 자신의 이야기와 허구가 섞인 '오토픽션(autofiction)'으로 <초급 한국어>(2020)는 작가가 뉴욕의 한 학교에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쳤던 경험을, <중급 한국어>(2023)는 미국 생활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문지혁이 헤어졌던 연인과 결혼해 불임으로 고생하다가 어렵게 딸을 낳고, 대학에서 시간 강사로 글쓰기 수업을 한 경험을 담고 있다. 


두 소설 다 좋았지만 그래도 더 재미있었던 작품은 <중급 한국어>이다. 이야기는 글쓰기 수업의 커리큘럼(1장'자서전'에서 시작하여 '합평'을 거쳐 11장 '작품집 만들기'로 끝나는)에 따라 진행되는데, 수업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지혁의 일상-결혼생활과 육아, 소설을 쓰기 위한 노력-과 연결되고 그 과정에서 독자 또한 자신의 과거와 일상을 의미있게 되짚어 보게 된다. 


무엇보다 제임스 조이스, 안톤 체홉, 프란츠 카프카, 롤랑 바르트, 레이먼드 카버 등 문학 작품을 읽고 그 주제에 맞는 글쓰기 연습을 하는 수업은 마치 나도 학생이 되어 강의를 듣는 거 같았고, '유년', '사랑', '대화', '환상', '일상', '죽음과 애도', '고통'과 같은 작품별로 제시된 주제어를 보며 '역시 소설은 삶과는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급 한국어>는 '나의 모국어, 어머니께', <중급 한국어>는 '나의 첫 외국어, 채윤에게' 바치는 책으로 채윤이는 문지혁 작가의 딸이다. <중급 한국어>에는 딸을 낳아 키우는 일상의 에피소드가 많이 나오는데, 나는 십여 년 전 나의 어설픈 육아를 돌아보면서 '그래 맞다...아이를 키우는 일이 외국어를 배우는 것처럼 얼마나 어려웠던가...영어나 일어가 아닌 아랍어나 러시아어를 배우는 것처럼 얼마나 낯설고 힘들었던가...' 생각했다. 


두 소설의 제목은 한국어 교재 같아 딱딱하고 지루할 거 같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다. 각 소설 당 두 번, 총 네 번을 나는 큰 소리로 웃었고 문학을 통해 삶을 들여다보는 그 수업이 따뜻하고 즐거웠다.

한 예로 '사랑'을 주제로 한 안톤 체홉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의 수업에서 학생들은 남자 주인공을 쓰레기라 하며 불륜을 주제로 한 이 소설을 혹평한다. 이에 소설 속 지혁은 이렇게 말한다.


[소설이라는 실험실에서 우리에게 허락된 것과 허락되지 않은 것은 어떻게 구분해야 할까요? 소설의 인물들은 옳고 바르고 정의로운 인간이 아니라, 실패하고 어긋나고 부서진 인간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애초에 소설이란 윤리로 비윤리를 심판하는 재판정이 아니라, 비윤리를 통해 윤리를 비춰 보는 거울이자 그 둘이 싸우고 경쟁하는 경기장이 아닐까요? (p.93,94)]


문학 강의를 통해 삶을 돌아보고 삶을 통해 문학 작품을 들여다 보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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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목련 2024-03-05 16: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급 한국어>가 더 좋았어요!!
리뷰도 써야 하는데....

coolcat329 2024-03-06 09:41   좋아요 0 | URL
한국소설을 너무 안 읽어서 늘 한국의 작가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앞으로는 좀 더 관심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자목련님 영향도 어느 정도는 있답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새파랑 2024-03-06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한국어도 잘 못하는데...

곧 <고급 한국어>도 나오는 건가요? ㅋ

문학을 소재로 하니까 재미있을거 같아요~!!

coolcat329 2024-03-06 14:52   좋아요 1 | URL
지혁이 외국인에게 초급 한국어 가르치는 걸 보니 한국말이 외국인에게 정말 어렵겠더라구요. ‘은는/이가‘ 조사 붙이는 거부터 그들에겐 너무 헷갈리는 거죠. <초급 한국어> 읽으면서 우리나라 말이 순간 낯설게 느껴졌어요.
이 책 재밌습니다.👍
 

북플의 대다수의 마니아님들은 동감하시겠지만, 책을 살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 사놓고 바로 읽지도 않으면서 매달 알라딘에서 주는 적립금과 이벤트 당첨금 등 몇 천원을 쓰기 위해 주섬주섬 담다보면 한 달에 꼭 4~5권은 사게 된다. 물론 고수님들은 이 정도 갖고 뭘 그러느냐 하겠지만 이젠 더 이상 책을 꽂을 데가 없는 상황이라 멈춰야 하는데, 오늘도 9월 적립금을 사용하기 위해 중고책 몇 권을 샀다. 

8월의 마지막 날, 8월에 산 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새 책



유일한 새 책이다. 글항아리 논픽션 시리즈 중 하나로 부제는 '전쟁, 속임수, 어리석은 제국주의 그리고 현대 중동의 탄생'이다. 국제 분쟁 전문 기자 스콧 앤더슨은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중동 땅에 영국 정보원으로 파견된 토마스 E.로렌스의 이야기를 통해 '현대 중동이 난장판이 되어가는 과정을 스펙터클하게 펼쳐낸다.' 이 책은 현대 중동이 어떻게 지금과 같은 모습이 되었는지, 토마스 E. 로렌스는 과연 어떤 인물이었는지를 세밀하게 묘사한 책으로 중동 역사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아 큰 맘 먹고 구입했다. 880쪽의 무겁고 두꺼운 책으로 벌써부터 부담이 간다. 현재 넷플릭스에서 영화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볼 수 있는데 러닝 타임이 장장 3시간 47분이라 못 보고 있다. 


중고책



쇼스타코비치와 레닌그라드 전투를 다룬 논픽션 <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을 매우 인상 깊게 읽고 바로 구입한 책이다. 쇼스타코비치의 인생과 음악, 당시 레닌그라드 전투 실상을 어느 정도 알았으니 <시대의 소음>을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특히 스탈린 체제에서 한 예술가가 감당해야 했던 내적 갈등을 줄리언 반스가 어떻게 보여줄지 기대된다. 




페르난도 바예호의 <청부 살인자의 성모>를 도서관에서 빌려 읽다가 이상하게도 나와는 안 맞는 책이란 생각에 반납하고 다른 콜럼비아 작가인 후안 가브리엘 바스케스로 갈아탔다. 창비에서 나온 <폐허의 형상>도 찜해 뒀는데, 일단 대표작인 이 책을 먼저 읽어 보려고 한다. 향기로운 커피와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나라인 콜롬비아가 이젠 마약과 폭력을 빼면 이야기할 것이 없는 나라가 되다니, 참으로 안타깝다. 이 책도 바로 마약과 폭력, 광기로 점철된 콜럼비아의 현대사를 다뤘는데, 이런 비극의 역사 속에서 또 어떤 개인의 삶이 추락할지 각오하고 읽어야 할 듯 싶다. 




올가 토카르추크, 선뜻 손이 안 가는 작가이다. 그러나 하기 싫은 부위의 운동도 해야 몸이 균형있게 발달하듯이 읽기 싫은 책도 읽어야 독서 근육이 생기겠지...라는 마음에 억지로 샀다. 사야 읽으니까...




필립 로스의 열혈 팬이신 새파랑님에게 자극을 받아 산 책이다. 미국 3부작 중 첫 번째 작품으로 나머지 두 권 <나는 공산주의자와 결혼했다>와 <휴먼 스테인>은 있는데, 순서대로 읽고 싶어서 구입했다. 중고인데 거의 새 책 수준이라 기분이 좋다.




예전에 골드문트님의 리뷰를 읽고 찜해둔 책인데 이번에 중고로 나왔길래 구입했다. 사막 소녀 랄라의 삶을 통해 사막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그들의 역사를 그려낸 소설로 1980년에 출간되어 아카데미 프랑세즈 그랑프리를 수상했다. <황금 물고기>도 갖고 있는데, 이 책을 먼저 읽어 봐야겠다.




예전에 <지와 사랑>이라는 제목의 책으로 읽었으나 너무 오래전이라 기억이 안 나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배수아 작가 번역의 예쁜 책이 눈에 띄어 구입했다. 



오늘 산 책



내가 읽은 현대문학 단편집 중 가장 좋아하는 책으로 다시 읽고 싶어서 구입했다. 나의 보잘 것 없는 경험으로는 미국 남부 출신 여성 작가들은 뭐랄까...적당히 봐주는 것이 없는 좀 무자비한 데가 있는 듯 하다. 그 중 플래너리 오코너가 최고인 듯 싶다. 




19세기 영국 산업혁명 시대, 한 고아 소년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너무나 유명한 소설이라 안 읽어도 괜찮을 책 중 하나였는데, 완역본에다 한 권이라 맘에 들어서 구입했다. 표지 그림은 오거스터스 에드윈 멀레디(Augustus Edwin Mulready)의 '런던 브리지에서의 휴식'인데 소설과 매우 잘 어울린다. 


이스마일 카다레의 <돌의 연대기>도 주문했는데, 품절이라고 연락이 왔다. 이 책 사려고 금액 맞춰 산건데...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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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31 2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coolcat329 2022-08-31 21:09   좋아요 3 | URL
아! 역시 스콧님은 읽으셨군요! 최애 논픽션이라니 더더욱 잘 샀다 싶습니다.

시대의 소음은 저도 별로라는 생각에 안 읽으려고 했는데 죽은자들...읽고 마음을 바꿨답니다.

폐허의 형상은 스콧님 리뷰 읽고 찜한것이죠. 😉
저는 늘 좇아가기 바쁘지만 좋은 책들 먼저 읽고 소개해주셔서 늘 감사하답니다.

바람돌이 2022-08-31 22: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플래너리 오코너 언제부터 읽자고 생각만 하고 있는 책.
쿨캣님 읽으시고 리뷰 올라오면 바로 달릴 준비할게요. ^^

coolcat329 2022-09-01 07:14   좋아요 1 | URL
제가 100자평은 썼는데 리뷰를 못썼네요.😅
처음에 좀 읽기 힘들었는데 참고 읽다 보면 정말 오코너만의 세계가 열립니다.

페넬로페 2022-08-31 23: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단편소설에 주는 플래너리 오코너상까지 있더라고요.
이 책 집에 있는데 아직이예요.
저는 집에 있는 책부터 읽기로 해 당분간 ‘책 사지 않을 결심‘을 했어요**

coolcat329 2022-09-01 07:16   좋아요 2 | URL
네 맞아요~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그 상을 받은걸로 알고 있어요.
9월엔 저도 책 사지 않을 결심!해볼까봐요~😆

레삭매냐 2022-09-01 0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리 책쟁이들은 일단 삽니다 -
그런 다음에 나중에 읽으면 됩니다.

저도 어제 그제 잇달아 책들을
샀네요. 뭐 읽으면 되죠 ㅋㅋㅋ

아주 격렬하게 공감하는 바입니다.

coolcat329 2022-09-01 18:03   좋아요 2 | URL
오늘도 9월 감사적립금 천 원을 또 주네요. 😓

새파랑 2022-09-02 20: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언급되어서 영광입니다~!! 저 필립 로스 읽은지도 오래된거 같아요. 전작하고 싶은데 유명한 책들은 다 읽어서 이제 손이 잘 안간다는 😅 열권이나 사셨군요~! 전 저중에 딱 세권읽었네요. 죄책감은 한순간일 뿐입니다 ^^

coolcat329 2022-09-02 19:03   좋아요 1 | URL
새파랑님 요즘 바쁘신 거 같아요. 필립 로스 많이 읽으신 거 같은데 읽을 책이 또 있군요. 😯
죄책감은 한순간! 정말 맞아요.ㅠ
사실 저기서 한 권 더 추가해야해요. 몰랐는데 한 권 더 샀더라구요.
여유있는 주말 되시길요~

mini74 2022-09-02 15:4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적립금이 덫 같습니다. 책쟁이들의 덫....ㅎㅎㅎ 적립금 천원을 놓칠 수 없어, 하면서 덥석 미끼를 물지요 ㅠㅠ

coolcat329 2022-09-02 19:05   좋아요 1 | URL
아휴 적립금 천 원이 왜 그리도 커보이는지요. 🥺 그거 안 쓰면 계속 생각나고 찜찜하고 ㅋㅋ
미니님 좋은 주말 되세요!

scott 2022-09-04 00:18   좋아요 1 | URL
짠돌이 알라딘
적립금 던져 주는 시간을 알려 줬으면 좋겠어요
앱 터치 안하게 ㅎㅎㅎ

얄라알라 2022-09-03 02: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첫 문단을 읽었을 땐, 죄책감...말씀하셔서 8월 한달 이렇게 많은 책을 사셨을지 몰랐어요.

마침 저도 어제 올리버 트위스트 주문했는데, ^^ 반갑네요 쿨캣님 서재에서 보니까

coolcat329 2022-09-03 08:10   좋아요 1 | URL
9월엔 ‘사기‘보다는 ‘읽기‘에 매진해야겠습니다.
올리버 트위스트 사셨다니 저도 반갑습니다~ 즐거운 주말되세요!
 

2021년을 마무리하며 올해 읽은 책들에 대해 생각해 본다.

올해는 참으로 내 수준을 넘는 좋은 작품들을 많이 읽었다. 

좀 더 많은 책을 못 읽은 게 이맘때가 되면 늘 아쉽지만 그래도 올해는 거의 모든 작품이 좋았기에 만족한다. 그 중 여러가지 이유로 인상깊었던 책들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인내심과 싸워 이긴 책


     

 














7월 한 여름에 읽었다. 정말 읽다가 쓰러지는 줄 알았다. 재밌는 책도 아니었지만 올 여름은 이상하게 체력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독후감도 길게 쓰지 못했다. 

헤세가 10여 년에 걸쳐 완성한, 그의 사상을  집대성 한 작품으로 전설적인 유리알 유희 명인 요제프 크네히트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처음 50페이지의 서문이 쥐약인데 이 부분만 넘기면 그래도 읽을 만 하지만 그래도 재밌지는 않다. 1946년 그에게 노벨문학상을 안겨 준 작품이다. 

교육계에 종사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시면 좋겠다. 



▶읽으면서 신 났던 책

















드디어 나도 <백년의 고독>을 읽는구나! 읽으면서 너무나 즐거웠던 책이다.

읽기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 걱정했는데, 웬걸,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봇물처럼 쏟아지는 이야기, 긴 호흡의 문체, 헷갈리는 이름 등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지만 조금 더 집중하고 정신만 차린다면 이 보다 더 재미있는 이야기는 없다. 특히 1권 200쪽의 장남 호세 아르까디오가 죽고 그가 흘리는 피가 온 마을을 돌아 엄마인 우르술라가 있는 부엌까지 흘러오는 장면은 이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웃기지만 슬프고 슬프지만 웃긴 책















표지 그림은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중 한명인 이그네이셔스 J. 라일리이다. 다른 곳에서 프로필 사진으로도 사용 중이다.

이 못된 놈이 쏟아내는 독설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작가는 이 소설로 1981년 퓰리처 상을 수상했는데, 특이한 점은 이 소설이 작가 사후 11년 만에 출간, 이듬해에 퓰리처상을 받았다는 것이다. 이 소설이 웃기면서도 슬픈 이유는 32살의 짧은 생을 마감한 작가의 우울과 슬픔이 이그네이셔스를 통해 보여지기 때문. 

나는 이 책을 주변의 책 읽는 사람들 몇몇에게 추천했는데 아...다들 반응이 별로이다. ㅠㅠ

그 중에는 이그네이셔스의 수다를 견딜 수 없어 읽다가 포기했다는 사람도 있었는데 난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던데 많은 사람들이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 책도 웃긴데 조금 지저분하고 노골적이라 깔끔하신 분들은 싫어할 수도 있다. 그러나 위화가 펼쳐 보이는 900페이지에 걸친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그 기막힌 이야기의 힘은 대단하다. 

어쩜 이런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이토록 재미나고 아무렇지도 않게 쓰나, 역시 중국인들, 중국작가답다! 

이 소설의 매력은 비극을 희극적으로 그리면서도 또 그 웃음 속에 눈물이 묻어나게 한다는 점.



▶올해의 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책

















올해 내가 가장 관심을 가졌던 작가는 조지프 콘래드 (Joseph Conrad 1857~1924)이다.

영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음은 물론 너무나 놀라운 삶을 산 작가에게 묘하게 끌렸다. 러시아 치하 독립운동을 한 부모, 유배생활, 부모의 죽음을 겪고 외삼촌 보호 하에 있다가 16살에 폴란드를 떠나 20년간 바다에서 선원 생활, 30대 후반에 세 번째 언어인 영어로 소설을 써 세계적인 작가가 된 조지프 콘래드! 변방 폴란드 출신으로 늘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 수밖에 없었던 그가 영어로 글을 쓰면서 토마스 만, 헤밍웨이, 포크너 등 수많은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이것은 바로 그의 파란만장한 삶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언어가 아닌 남의 언어로 쓴 그의 글은 진지하고 심각하며 심오하다. 비록 원서로 읽지는 못했지만 번역된 책으로도 작가가 얼마나 치열하게 글을 썼는지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점이 내가 콘래드에게 매료된 이유이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















'여기는 나무가 끼어 사는 우리 세계가 아니다. 나무의 세계에 인간이 막 도착한 것이다' (p.597)

이 책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미대륙에서 사라져가는 '마지막 3퍼센트'의 원시림을 지키고자 모인 아홉 명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인간이 알지 못하는 나무들에 관한 경이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은 숲으로부터 너무나 많은 것을 받으면서도 그것을 당연하게 생각한다. 나무는 인간이 쓰고 버리는 작물이 아니라 하나의 생명이며, 암울한 미래를 위한 희망이고 무엇보다 신비로운 존재이다. 이 책을 읽고 밖에 나가 나무를 보면 나무가 나에게 향기로 말을 건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읽기 쉽지 않지만 정말 많은 사람들이 읽었으면 좋겠다. 



▶읽고 정말 보람있었던 책

 














7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1933년부터 1945년 동안 나치 독일과 스탈린 치하 소련에서 벌어진 민간인 학살의 역사를 다룬다. '피에 젖은 땅'은 폴란드, 발트 연안,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소련의 서쪽 변방지대를 이르는 땅을 '지칭하는 말로 영어로 'Bloodlands'라 한다. 이 땅에서 12년 동안 약 1400만 명의 사람들이 히틀러와 스탈린의 정책으로 목숨을 잃었다. 그 중 절반은 굶어 죽었다. 특히 나치 독일이 유럽에서 저지른 학살은 많이 알려진 반면 스탈린이 소련 내부에서 벌인 학살은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 책은 그 가려진 진실을 자세히 보여준다. 두 독재자가 저지른 범죄가 어떻게 상호작용 했는지 방대한 자료와 연구로 그 실상을 생생하게 파헤친 <피에 젖은 땅>! 정말 돈이 안 아깝고 눈에서 어떤 막이 제거되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감사한 책















단편 소설을 좋아하게 만들어 준 책이다. 올해 <그레이엄 그린> 단편집을 읽고 단편이 싫어졌었다. 53편의 이야기 중 거의 반을 이해 못했던거 같다. 당분간 단편을 읽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예전에 읽다 만 트레버의 단편이 눈에 들어왔고 하루에 한 편씩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편을 (너무나) 좋아하게 되었다. 23편의 이야기가 다 내 주변 어디선가 일어날 법한, 그런 안타까우면서도 외롭고 쓸쓸한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우리 주변의 보통 사람들이 겪는 외로움, 절망, 후회, 슬픔을 감상적으로 다루지 않고 일정 거리를 두고 묘사하는 트레버의 글에는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따뜻함이 있다. 



이런 페이퍼 처음 써 보는데 '아 내가 이 책도 읽었었구나...'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니 좋다. 올해 80여 권의 책을 읽었는데 내년에는 100권 이상을 읽고 싶다. 북플 이웃님들 올해도 많이 배웠고 즐거웠습니다. 님들을 만나서 제 삶이 얼마나 풍성해졌는지 몰라요.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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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1-12-31 12:5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레이엄 그린> 단편집을 읽고 단편이 싫어졌었다.˝ 에서 빵터졌습니다. ㅋㅋㅋㅋㅋㅋ 저는 그레이엄 그린 <사랑의 종말>을 읽고 그레이엄 그린이 싫어졌는데 ㅋㅋㅋㅋ 그린도 참 재주꾼이네요? ㅋㅋㅋㅋㅋ

내년에는 위화의 <형제>에 도전해볼까 싶어지네요! ㅎㅎ

coolcat329 2021-12-31 14:50   좋아요 2 | URL
이해를 못하니 자연히 싫어지더라구요.ㅎ
<형제>는 아래 폴스타프님 말씀대로 비위가 약하시면 조금 거부감이 드실 수도 있지만 잠자냥님은 더한 것도 많이 읽으셨으니~^^

새파랑 2021-12-31 12:5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중에 네권 읽었네요~! 조셉 콘래드 저도 올해 접했는데 완전 좋더라구요. 암흑의 핵심은 제 인생책중 하나로~!! 저도 비밀요원은 곧 읽어보겠습니다~!!

쿨캣님 올 한해 독서에 고생하셨습니다. 내년에도 같이 화이팅 해요 ^^

coolcat329 2021-12-31 14:54   좋아요 2 | URL
콘래드 좋으셨군요~^^비밀 요원도 좋아하실거에요.

올해 새파랑님 알게 되서 자극도 받고 즐거웠습니다. 내년에도 즐겁게 만나길요~

미미 2021-12-31 13:00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피에젖은땅>저도 올해의 책 중 하나예요! 연말에 이렇게 정리해보고 서로 공유하며 곱씹는것 너무 행복한일입니다ㅎㅎ

coolcat329 2021-12-31 14:55   좋아요 3 | URL
이런 글 처음 써 보는데 나름 한 해를 돌아보는 시간이라 좋네요.
미미님 늘 북플의 활력이었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Falstaff 2021-12-31 13:50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유리알 유희>가 나이 들어 유일하게, 근사하게 읽은 헤세인데요. ㅋㅋㅋ 헤세는 10대에 읽어야 한다고 믿는 인간이라서요. 근데 10대에 <유리알 유희> 읽은 큰 아이는 제일 재미 없었던 헤세라고 하더군요. 대빵 웃겼습니다. ㅋㅋㅋㅋ
잠자냥님, <형제>는 일단 모옌 <개구락지>부터 읽어보시고 마음에 들면 시작하시지요? ㅋㅋㅋ 쿨캣 님 말마따나 좀 지저분한 게 자주 나와서 말입죠. ㅋㅋㅋ 귀엽게 지저분하긴 합니다만.

coolcat329 2021-12-31 15:01   좋아요 3 | URL
10대에 이 책을 읽다니 아드님도 대단하네요.
제 글을 다시 보니 유리알 유희 읽지 말라는 글 같아서 고치고 싶어지네요. 당시 저의 상태가 문제였는데 말이죠. ‘근사한‘ 책 저도 깊이 동감합니다.

페넬로페 2021-12-31 13:5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제가 대학생때 유희알 유희 읽다 던져 버렸어요. 지금 읽어도 분명 어려울 것 같아요. 백년의 고독은 2월에 읽을 예정이고 오버스토리 구비되어 있습니다~~
조셉 콘래드는 내년에 꼭 읽어볼께요.
쿨캣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olcat329 2021-12-31 15:04   좋아요 3 | URL
저도 읽었으니 페넬로페님 문제 없습니다. 다만 초반 50페이지 서문만 통과하시길요~~
내년에 좋은 책 많이 준비하셨군요. 올해 페넬로페님 만나서 좋았습니다. 내년도 즐거운 독서 화이팅!

mini74 2021-12-31 14:0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윌리엄 트레버 피에 젖은 땅~~ 저도 넘 좋았어요 인내심과 싸워 이긴 책 ㅎㅎ 전 잠시 인내심과 화해하고 덮어놓은 책들이 좀 되네요 ㅎㅎ 쿨캣님 즐거운 연말 새해 보내세요 ~

잠자냥 2021-12-31 14:22   좋아요 3 | URL
미니 님 <비에 젖은 땅> 하니까 완전 다른 책 같아요. ㅋㅋㅋㅋ 뭔가 우수에 찬 연인들 나오는 책 같음. ㅋㅋㅋㅋㅋㅋㅋ

mini74 2021-12-31 14:27   좋아요 3 | URL
헉 오타 고쳤는데 반영이 안되나봐요 ㅠㅠ 폰으로 쓰니까 ㅔ ㅐ 등 온갖 오타가 난무합니다 ㅠㅠ 그래도 자냥님 웃으셨다니 뭐 ㅎㅎㅎ제가 북플계 오타의 왕 아닐까합니다 ~~

coolcat329 2021-12-31 15:09   좋아요 2 | URL
네 올해 참 좋은 책들을 만났어요. 다 북플 이웃님들 만나 알게 된 책들입니다. 미니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coolcat329 2021-12-31 15:11   좋아요 2 | URL
잠자냥님/정말 그러네요! ㅋㅋ

han22598 2021-12-31 16: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버 스토리...세상사람들 중에 저는 포함이 못 된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프네요 ㅠㅠ 여름에 읽다 포기한 기억에 ㅋㅋㅋ

그래도 이런거 머리속에 깊게 남아서, 몇년이 지난면 다시 찾게 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이 남아 있긴 합니다. ㅎㅎ
백년의 고독이 잼나셨다는 리뷰가 훅 들어오네요. 2022 리딩 리스트에 넣어두겠습니다.
결산 리뷰 남겨주셔서 감사해요^^

coolcat329 2022-01-01 15:01   좋아요 2 | URL
책도 나의 당시 컨디션과 날씨 등 영향을 받더라구요. 모든게 최고로 맞아떨어질 때 나의 북리스트에도 오르는게 아닐까 싶어요. 다음에 다시 도전해 보셔요~😉

얄라알라 2022-01-01 17: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세상 모든 사람들이 읽었으면 하는 책˝으로 coolcat님께서 강력 밀어주시니, 강력 담아갑니다!

coolcat329 2022-01-07 22:48   좋아요 0 | URL
네~~잘 읽히는 책은 아닌데 읽고 나면 정말 겸손해져야겠다, 숙연해지는 책입니다.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2-01-02 21: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백년의 고독, 을 안 읽었으면 어쩔 뻔~~~, 이중 그거 하나 완독했네요.ㅋㅋ

coolcat329 2022-01-07 22:47   좋아요 0 | URL
오 <백년의 고독> 넘 좋죠!

scott 2022-01-07 17: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쿨켓님 이달의 당선 추카!! ✌관왕!^^

새파랑 2022-01-07 17: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쿨캣님의 어마어마한 21년 리스트 다 다시 담아야 겠어요 ㅋ 당선 축하드려요 ^^

mini74 2022-01-07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넘 좋았던 리뷰 역시!! 축하드립니다

coolcat329 2022-01-07 22: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상에 이런 일이! 부끄럽습니다. 스콧님, 새파랑님, 미니님 감사합니다. 님들도 축하드립니다. 😊
 

매달 중고책을 조금씩 사들이고 있지만 이렇게 공개하는건 처음인 듯 싶다. 특히 올해는 책구매 욕구를 많이 억눌러 스스로 잘했다고 칭찬을 했지만 마지막 달이라 그 의지가 조금 꺾였다. 

모두 다 알라딘 광활한 우주점에서 샀고 그 중 '알라딘 광주점'을 칭찬한다. 책 상태가 '상'이 아니라 거의 '최상'에 가까웠고 포장도 가장 깔끔했다. 



<이 얼마나 천국 같은가> -존 치버

현대 단편소설의 대가로 알려진 존 치버가 쓴 마지막 장편소설. 배송비 아끼려고 금액 맞추다 고른 책이지만 죽기 전 작가는 무엇을 두고 '천국' 같다고 했는지 궁금하다. 

내년엔 존 치버의 단편도 꼭 읽어봐야겠다. 


<문학을 읽는다는 것은> - 테리 이글턴

영국에서 영문학 교수로 재직 중인 테리 이글턴의 '아주 특별한 문학 강의'이다.

테리 이글턴은 우리가 문학을 좀 더 분석적으로 읽음으로써 우리 삶을 더욱 즐길 수 있다고 하는데, 첫 장을 읽다가 어려워서 일단 중단한 상태이다. 문학 입문서인데 이것도 어려우니 살짝 자괴감이 들었지만 모르는건 모르는대로 뛰어넘으며 읽어보려고 한다. 셰익스피어부터 해리 포터까지 광범위하게 다룬 점이 흥미롭다.


<북호텔> -외젠 다비

책 고르다 몇 번 만난 책인데, 제목의 '북'이 Book을 뜻하는 줄 알았다. 근데 북쪽을 뜻하는 그 북이었다. 이 책 역시 금액을 맞추기 위해 고른 책으로 줄거리를 읽고 마음에 들어 선택했다. 1929년 프랑스 '포풀리스트 상'을 받은 소설로, 이 상은 시대의 사회상과 사람들의 생활을 현실적으로 묘사한 소설에 수여하는 상이라고 한다. 1929년 대공황의 여파로 피폐해진 프랑스 서민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소설이며 1938년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피로 물든 방> -앤젤라 카터

꼭 한 번 읽고 싶었던 작가였다. 나는 무섭고 섬뜩한 이야기를 우아하고 세련되게 표현하는 영화와 책을 좋아하는데 앤젤라 카터가 그런 스타일인거 같다. 책 뒷표지에 '영문학의 마녀'라고 쓰여있는데 저자가 이 별명을 좋아했을지는 모르겠으나 나라면 좋아했을 거 같다.


<토니와 수잔> -오스틴 라이트

예전부터 정말 읽고 싶었던 소설이었는데 이제야 구입했다. 영화 '싱글맨'의 감독 톰 포드가 두번 째로 만든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이다. 솔 벨로우, 이언 매큐언, 사라 워터스 등의 찬사가 이 책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다시, 올리브>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요즘 읽고 있는 책이다. 70대에서 80대로 넘어가는 올리브의 이야기. 3분의 2정도 읽은 지금의 소감은 '인생은 후회'라는 것. 자신이 인간으로서 아주 조금 나아졌다고 느끼는 지금, 그런 모습을 헌신적인 남편이었던 헨리가 전혀 못 보고 떠난 것에 대해 너무나 괴로워하는 올리브...

후회없는 삶이란 없겠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후회하려면 지금 내 가족, 친구들에게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한 편씩 읽고 있는데 참 좋다.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폴스타프님과 잠자냥님의 극찬으로 구입한 책이다. 애니 프루의 <시핑 뉴스>를 읽다 지루해서 포기했는데 이 단편집은 정말 기대된다. 원제는 <Close Range:Wyoming Stories>으로 황량하고 광활한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11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 황량한 벌판(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카우보이의 노래 같은) 이나 끝없는 설원(파고, 헤이트풀8 같은)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좋아하는데 작가가 이런 배경을 어떻게 글로 묘사했을지 기대된다. 


<골짜기의 백합> -오노레 드 발자크

정말 중고로 나오길 호시탐탐 노렸던 책이다. 그것도 '상'등급.

발자크의 책은 <고리오 영감>,<나귀 가죽>,<미지의 걸작> 세 권만 읽어봤는데, <골짜기의 백합>은 발자크의 낭만성이 최고로 발휘된, '프랑스 연애소설에 영향을 준 명작'이라고 책 뒷표지에 쓰여있다. 왕정복고기의 인간 군상을 어떻게 묘사했을지도 기대된다. 


<무엇이든 가능하다>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다시,올리브>를 읽다가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어 구입했다. 작가의 단정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가 묘하게 내 마음의 약한 부분을 건드려 자꾸 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게 한다. 

이 소설 또한 <올리브 키터리지>와 <다시,올리브>처럼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소설집이다. 


<호텔 뒤락> -애니타 브루크너

모르는 작가인데 책을 고르다 눈에 들어와 구입했다. 일단 제목에 호텔이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이상하게 끌린다. 호텔에 모인 여러 인간들의 이야기가 펼쳐질거란 기대 때문일까?

작가는 이 소설로 1984년 '18세기 소설의 전범'이라는 심사평으로 부커상을 수상했다.

호텔이라는 단어, 200페이지 조금 넘는 두께 그리고 부커 상. 안 살 이유가 없다. 


<드리나 강의 다리> -이보 안드리치

196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이보 안드리치. 잘 모르는 작가이나 폴스타프님과 스콧님의 극찬으로 찜해뒀다가 이번에 구입했다. 이번에 구입한 책 중 가장 난위도가 높은 책인거 같다. 발칸 반도에서 400여년 동안 벌어진 민족, 종교 간의 공존과 분쟁을 다룬 역사를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여기저기 자료 찾아보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어야 할 책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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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2-29 10:29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와우 득템 하셨네요? ^^ 저도 광주점 몇번 주문했었는데 좋았던 기억이 나네요~! 드리나 강의 다리 저도 읽어야 하는데 ㅜㅜ

중고는 이상하게 많이 사도 비싼 느낌이 안들더라구요 ㅋ 그래서 막 사게된다는 ㅋ

coolcat329 2021-12-29 16:10   좋아요 3 | URL
네~저도 오히려 중고가 푸근하고 편하더라구요. 막 줄긋고 읽어도 부담안가구요~

잠자냥 2021-12-29 10:3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호텔 뒤락> 재미납니다! 문장도 좋았던 기억.
<북호텔>도 저는 좋았어요. 이 작품은 마르셀 카르네 감독의 흑백 영화도 좋습니다요. 책과 비교해서 보는 맛도 쏠쏠합니다.

암튼 좋은 책들 많이 득템하셨네요!

coolcat329 2021-12-29 16:13   좋아요 3 | URL
늘 잠자냥님 글 통해 좋은 책들 많이 알게되네요~~감사합니다 ~~

scott 2021-12-29 10:5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작품만 선별 하신 쿨켓님! 저 책탑 속 책들 전부 감명 깊게 읽었습니다.2022년 신년 독서 설레임으로 가득 ^^

coolcat329 2021-12-29 16:13   좋아요 2 | URL
네~~1년 안에 다 읽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Falstaff 2021-12-29 10:59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드리나 강의 다리>에 오신 것, 앤젤라 카터 클럽에 가입하신 것, <뒤락 호텔>에 묵기로 하신 것, 엽기발랄한 스무살의 골짜기에 핀 백합을 선택하신 것, 드디어 황량한 와이오밍의 등뼈꺽인 산에 오르기로 하신 것, 모두 축하합니다! 탁월한 선택 하신 겁니다!!!

coolcat329 2021-12-29 16:14   좋아요 2 | URL
아이고~~이렇게 멋지게 글을 남겨주시니 너무 기쁩니다! 폴스타프님 감사합니다 ~

페넬로페 2021-12-29 11: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중고책으로 좋은 책들만 사셨네요.
제가 몰랐던 책도 있고요.
쿨캣님의 22년 독서 계획에 있는 책들을 미리 보네요~~
올해도 수고 많으셨고
내년에도 화이팅 입니다^^

coolcat329 2021-12-29 16:15   좋아요 3 | URL
네 내년에 다 읽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페넬로페님 늘 글 남겨주시고 감사합니다. 화이팅!

mini74 2021-12-29 11:2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북호텔 저도 재미있게 읽은 책입니다 영화도 있군요. 부러워지는 득템입니다 *^^*

coolcat329 2021-12-29 16:16   좋아요 3 | URL
미니님도 읽으셨군요~~이따 글 읽으러 갈게요~😉

다락방 2021-12-29 11:37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저랑 겹치는 책들이 많아서 너무 씐나요! >.<
<토니와 수잔>완전 빨려들어가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래서 작가의 다른 책도 사뒀는데 아직 안읽고 있어요. 이 모든 책들 다 읽은 후의 감상들을 기다리겠습니다. 후훗.

coolcat329 2021-12-29 16:18   좋아요 3 | URL
아 다락방님과 책이 많이 겹치다니 정말 기쁘네요~^^ 감사합니다 😊

미미 2021-12-29 11: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에게 있는 책은<문학을 읽는 다는것은> 딱 한권이예요😊
<녹터널 애니멀스> 영화로 봤는데 난해하지만 굉장히 인상적이어서 보고난 뒤 분석하는 리뷰들 많이 찾아봤던 기억이 납니다. 원작이라니 <토니와 수잔>당장 구입해야겠어요♡
그리고 노인..파고..헤이트풀 다 제가 좋아하는 영화!! 거의 없는 책들이라 쿨캣님의 리뷰가 더 기대됩니다ㅎㅎ

coolcat329 2021-12-29 16:20   좋아요 3 | URL
테리 이글턴의 책이 있으시군요. 어떠셨나요?
토니와 수잔은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선가 상 받았더라구요. 최고의 각본상인가 그래요.

근데 영화 취향이 저랑 비슷하셔요! 저 타란티노, 코엔 팬이에요~~😚

미미 2021-12-29 16:38   좋아요 3 | URL
테리 이글턴은 아직 읽지 못했어요. 쿨캣님 중단하셨다니 조금 겁이나는데 셰익스피어와 해리포터에 대해서도 쓰였다니 기대되네요.

코엔의 블러드심플도 극장서 보고요. 타란티노 영화는 거의 다 좋아해서 재개봉했을때 극장가서 또 몇개 다시봤어요😆

레삭매냐 2021-12-29 15: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드리나 강> 마저 읽어야
하는데... 어따 두었는지 모르겠
네요.

저도 가지고 있는 책들을 보니
대단히 반갑습니다.

coolcat329 2021-12-29 16:22   좋아요 4 | URL
숨겨진 책들이 많으세요~~😅
이사를 한 번 하셔야 할까요?
저도 반갑고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2-01-02 2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브로크백 마운틴> -애니 프루. 저 이거 영화로도 보고 책도 봤어요. 너무 슬펐어요.
명작입니다. 좋은 단편 많아요.
 

아픈 몸을 이끌고 파주 출판도시에서 하는 민음사 패밀리데이에 다녀왔다. 리퍼브도서를 할인+ 민음북클럽 포인트로 구입할 수 있는기회.
11시쯤 도착했는데 사람이 역시나 많았고 계산하는 줄이 빙둘러 끝이 보이지 않았다. 책 상태도 최상은 아니었고 특히 좋아하는 모던클래식은 종류가 많지 않아 살짝 실망하였으나, 그래도 물을 마셔가며 구석구석 뒤지며 총 7권을 골랐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산 책은 내가 보기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특별판이었다. 밀란 쿤데라가 직접 그린 강아지(책에 나오는 카레닌인듯) 일러스트가 있는 그 책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손에 들려 있어서 쿤데라의 인기를 실감했다.

나는 옆에 같이 있던 <무의미의 축제>를 골랐는데, 영화 <스탈린이 죽었다>의 원작 <스탈린의 죽음>을 도서관에 신청해놨고, 그와 연계해서 읽으면 좋을거 같다고 이동진 평론가가 추천한 기억이 나서 선택했다.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집 <녹턴>은 읽고 싶었던 책이었고, 치누아 아체베의 책들은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를 인상깊게 읽었기에 '아프리카 3부작' 을 다 모으고 싶은 마음에 집어들었다. <면도날>은 작년 <달과 6펜스>를 다시 읽으며 몸의 다른 작품을 읽어봐야지 했던 기억에 골랐고, <핏빛 자오선> 역시 매카시의 대표작이므로 무엇보다 딱 3권만 남아 있었기에 안 고를 수가 없었다. 잔인하다던데...ㅠㅠ

응구기 와 시옹오라는 작가는 잘 모르는데 노벨상 후보로 많이 거론되었던가, 어디선가 많이 들어봤기에 한 번 읽어 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선택했다.  

 

지난 달에도 올해는 필립 로스를 읽어보자 하고 알라딘에서 그의 책을 3권이나 샀는데, 펼쳐보지도 않고 또 이런 짓을 벌였다. 나 스스로가 좀 모자란 듯도 싶고 또 속으론 은근히 부자가 된 느낌이다. 책은 쌓여있고 읽는건 느리고...ㅠㅠ 그래서 책을 안 사기로 마음 먹었는데, 민음사에서 계속 문자가 와서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올해는 정말 책 그만 살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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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삭매냐 2019-05-18 17: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패밀리데이 한 번 가보고는 끊었네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모던클래식이 없는 게, 가지도 않을 거면서 아쉽네요.

coolcat329 2019-05-18 20:33   좋아요 0 | URL
네,저도 이젠 그만 갈까해요ㅎ 점점 사람 많은 곳이 힘들고 때로는 무섭기까지 하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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