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함께 읽기다 -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 이야기
신기수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올해 우리 독서회 회장이 바뀌었다. 전직 회장은 긍정과 화합의 달인이다. 어떤 불량(?) 책에서도 기어이 배울 점을 찾아내고, 들쭉날쭉한 회원들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이끌어 왔다. 새로운 회장은 목표 지향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말하자면, 소장파다. 올해 독서회는 조금 더 활력적이고 다소 힘겨운 도전을 할지도 모르겠다.

 

올해의 첫 책으로는 북바이북 출판사의 『이젠, 함께 읽기다』가 선정되었다. 누구 추천인지 기억나지 않는데, 아마도 회장의 직권상정(?) 인 것 같다. 새롭게 출발하면서 독서회 자체에 대해 까놓고 얘기해 보자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나도 대찬성이다.

 

『이젠, 함께 읽기다』는 ‘숭례문학당’ 이라는 독서공동체에서 공동 집필한 책이다. 숭례문학당의 독서토론 경험을 바탕으로 쓴, 독서토론 길잡이 책이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소개를 보면 숭례문학당은 “2013년 5월 4일, 숭례문 앞에 둥지를 틀었다.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글을 쓰며 노는 학습놀이공동체다. 북콘서트, 원작영화 감상, 인문학 여행, 고전 낭독회 등 책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놀이와 공부법을 실험하고 있다.” 이 책의 발행일이 2014년 9월15일이니, 뭐 그렇게 오랜 경험 끝에 나온 책은 아니다.

 

이 책이 그 자체로 특별할 것은 없다. 잘 쓴 글도 아니고, 매우 감동적인 것도 아니고, 새로운 지식이 많은 것도 아니다. 그러나 내게는, 그리고 우리에게는 매우 유용한 책이 될 것 같다. 일 년 반 동안 지금의 독서회를 하면서 내가 느껴왔던 문제점들이 거의 다 들어 있다. 물론 쌈빡한 해법이 제시된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가 진지하게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논제들을 던져 준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문제는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어려운 것은, 막연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구성원 모두가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문제’로 설정하는 작업이다. 그리고 그 문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제시하는 방법이다. 혼자 나대다가는 무반응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나도 그렇다. 분명 옳은 말이긴 한데 괜히 인정하기 싫을 때가 있다. 마음이 열리지 않을 때는 그 어떤 것도 무용하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 하는 모든 것들에는 공동의 보조가 필요하다. 이 책을 선택한 우리 회장은 현명하다.

 

첫 번째 문제는 책 선정이다. 작년에 독서회가 읽은 36권의 책을 대상으로 간략한 조사를 했었다. 가장 재미있는 책, 제일 유익한 책, 최악의 책으로 나누었는데, 각양각색으로 나타났다. 작년 하반기부터 책을 어려워하는 분위기가 있었고, 참석인원도 줄어들어, 어쩐지 나 때문인 것 같아 고민하다 조사를 했다. 그런데 결과는 의외였다. 엄청 원성을 샀던 책인데 제일 유익한 책으로 꼽은 사람도 몇이 있었다. 모두에게 다 만족스러운, 예컨대 재미도 있고 유익하고 쉬운 책을 찾고 싶지만 아마도 불가능할 것이다. 이 추상적 기준에 대해 각자가 생각하는 구체적인 대상은 천차만별이다. 가능한, 이탈을 막으며 균형을 찾는 것이 무엇보다 숙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책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책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젠, 함께 읽기다』에서도 수준에 맞는 쉬운 책부터 읽으라고 조언한다.

 

「우선 그런 이들에게는 쉽고 친절한 책부터 추천한다. 자기 수준에 맞는 책을 읽을 때 생각도 분명해지고 정리도 잘 된다. 굳이 읽히지 않는 책을 낑낑대며 자학할 필요 없다. 결국 독서란 즐거워야 하는 것이니까. 그렇다면 독자가 죄책감을 갖게 하는 책 읽기란 ‘나쁜 독서’인 셈이다. 그런 점에서 “나도 이렇게 하니 되더라, 더 노력하라!”고 몰아붙이는 책은 불량서적을 넘어 ‘해악서적’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p17

 

지당한 말씀이다. 우리 독서회의 최악의 책도 그 선정이유로 '어려워서'가 가장 많이 꼽혔다. 어려운 책 앞에서는 좌절감을 느끼게 되고, 그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굳이 독서회에 나오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쉬운 책만 읽어야 할까? 그런데 『이젠, 함께 읽기다』는 뒤이어, 앞의 것과는 상당히 다른 말을 한다. 이번에는 다소 어려운 책을 읽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주체적으로 생각하고 인식하고 경험하길 바란다. 창의적 존재를 꿈꾼다. 그렇다면 어찌 책을 읽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습관처럼 사서 읽어 넘기고 꽂아두는 독서만으로는 부족하다. 다소 어려운 책, 낯선 책으로 다가서야 한다. 그에 따른 공부도 기꺼이 즐겨야 한다. 다른 생각을 접하고 자신을 성찰하고,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경험적 독서로 가는 길. 바로 공독이다. p51 」

 

그런데 독서회를 경험해 보면 재미로 시작해서 성찰로 넘어가는 이 과정이 그리 녹록치 않다. 여행서나 수필을 즐기는 사람을 인문학으로 유도하기가 참 힘들다. 많은 회원들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하고 즐거운 책을 좋아한다. 뭔가 불편하게 하고, 반성을 필요로 하고, 깊은 생각을 요하는 책은 중간에서 포기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이미 삶 자체가 고달픈데, 책까지 왜 고민을 해야 하냐는 마음은 이해가 간다. 신데렐라 드라마가 지치지도 않고 인기를 끄는 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일 것이다. 그리고 질문을 던지는 책 보다는 답이 있는 책을 좋아한다. 혜민스님이 인기가 있는 것은 잘 생긴 얼굴과 높은 학벌 이외에도 지혜라는 이름으로 답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숭례문학당의 저자들은 공독을 통해 한 단계 뛰어넘는 독서로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 현실을 보면 언제가 될까 싶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논제를 이끌어 내고, 회원들의 사유를 촉발하고,골고루 발언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손이 되어야 한다. 리더란 딱히 회장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발제자가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돌아가면서 할 수도 있고, 리더의 역할을 해보는 것, 그것 자체가 좋은 훈련일 것이다. 여하튼 재미와 성찰을 잇는 길을 찾는 것, 그것이 어떤 독서회든 다양한 사람이 모이는 곳의 첫 번째 과제가 될 것 같다.

 

두 번째는 주부독서회 특성상의 문제라 할 수 있다. 우리 도서관에는 세 개의 독서회가 있다. 두 개가 주부 독서회이고 하나는 직장인 독서회이다. 처음 가입할 때 나는 도서관에 두 주부독서회의 특징에 대해 문의했다. 나는 전문 분야가 다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학 위주라든가 인문학 위주라든가 뭐 그런 독서 성향 자체의 차이를 예상했다. 그런데 담당 사서가 회장들과 직접 이야기 해보기를 권했다. 먼저 통화가 된 독서회 회장은 생각지 못한 이야기를 했다. 7~8년 된 오래된 독서회이고 회원들도 거의 초기 멤버라 신입회원들이 적응하기가 좀 힘들 것이라고 솔직히 말했다. 책읽기보다 친목이 더 강하다는 뜻이었다. 나는 자연히 다른 독서회를 택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보니 여기서도 그런 문제가 눈에 띄었다.

 

첫 토론회에 나간 날 나는 깜짝 놀랐다. 소위 민증을 까야했기 때문이다. 다들 이름 뒤에 언니나 씨를 붙이거나 그냥 존칭 없이 불렀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는 무조건 ~언니, 어린 사람에게는 ~씨 혹은 ~야 였다. 이건 아니지 싶으면서도 처음부터 튈 수 없어 로마법을 따랐다. 덕분에 나는 졸지에 서열 2위가 되었다. 회원들은 아이디 뒤에 님자를 붙여 부르는 것을 끔찍이 싫어했다. 그런데 언니, 동생의 유사 가족 관계가 되면서 어딘지 분위기 전체가 토론보다는 화기애애함으로 흘러가는 느낌을 받았다. 토론이란 무조건적 수용이나 칭찬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비판이다. 상대의 의견을 정면으로 반박해야 하고, 때로는 불꽃 튀는 논쟁으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것을 피하면 독서토론은 사실 독서 감상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독서토론보다 인간관계를 더 중시하는 회원들도 없지 않다. 물론 나도 우리 독서회의 따뜻함을 참 좋아한다. 그런데도 독서회는 기본적으로 독서회여야 한다. 시간상의 문제, 개인적인 문제 등으로 토론회가 끝나고 밥 먹는 자리에만 참석하는 회원들도 있다. 그것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그렇게라도 얼굴을 보여 주는 회원들이 고맙다. 그런데 그러다 보니 자연 뒤풀이 자리가 계모임으로 흘러가기 쉽다. 나는 뒤풀이 모임이 토론회에서 못 다한 이야기, 치열하게 논쟁을 주고받았던 회원과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회원들도 많을 것 같다. 개인적인 고민, 아이들 이야기, 인간적인 이야기 등을 더 좋아할 수도 있고 그것이 실제로 독서회의 결속에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야기들도 책을 통해 논의될 때 훨씬 더 객관성을 가지고 서로에게 보다 잘 이해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일이년 함께 독서회를 하다보면 수다를 떨 때보다 더 자기 삶을 속속들이 드러내게 된다.

 

「매달 한 번씩 전주에서 먼 길을 마다 않고 올라오는 주부 인정씨는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앎에 대한 열망이 커진다고 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을 하고 산다는 게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다”는 그녀는 꽤 오랜 시간 책 읽기를 실천해왔지만 주부들이 모였다 하면 먹고 마시고 수다 떠는 모임으로 빠지는 데 아주 넌더리가 났다고 고개를 저었다. 수다로 끝나는 독서모임은 그녀를 만족시키지 못했고 성장시키지도 못했다. p81」

 

세 번째는 발제와 진행의 문제다. 대부분의 회원들은 발제를 두려워한다. 사실 ‘주부’라는 말로 통칭되는 집단에는 가족 관계에서의 역할 이외에는 어떤 공통점도 없다. 엄마나 아내로서의 역할이 아닌 개인적 삶에서의 공통점은 없다는 것이다. 우리 회원들만 해도 일찍 사회에 진출한 사람부터 문학 박사과정을 한다고 오랫동안 학교에 있었던 사람까지 다양하다. 발제에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10여년을 문학 텍스트만 공부한 사람과 거친 사회생활을 헤쳐 온 사람이 같을 수는 없다. 비슷비슷한 사람들이 있을 때보다 이렇게 두각을 나타내는 회원이 들어오게 되면 조금 더 위축되는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사실 수강료도 안내고 공짜로 텍스트를 읽고 분석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다. 그런데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발제와 비교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좋은 발제는 매끄러운 말이나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실제 경험에서 더 많이 나올 수 있다. 남들이 학교에서 추상적 삶을 배울 때,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생생한 경험들이 책 속의 문자에 더욱 생기를 불어넣을 수 있다. 전체를 요약하는 힘이 부족하면, 가슴에 탁 꽂히는 문장에 집중하여 자신의 삶을 엮어내면 더 할 나위 없는 발제가 될 수 있다.

 

진행상의 문제도 비슷한 점이 있다. 많이 알고 많이 읽은 사람이 많이 발언하게 된다. 더듬더듬하거나 주춤주춤하는 사람들의 말을 잘라먹고 들어오는 경우도 있다. 참고 기다려주고 들어주어야 하는데, 오히려 개입하는 것이 그 사람의 부담을 덜어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다. 토론에서 최고로 좋은 공부는 새로운 관점을 접했을 때이다. 더듬더듬하더라도,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고 있는 것, 비스듬히 기울여야 비로소 보이는 것을 툭 건드리는 발언이 최고다. 그 한마디야말로 나의 사유를 촉발하는 강력한 기호이다. 그리고 이것이 문제제기의 능력이다. 『인간이 그리는 무늬』의 저자 최진석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왜 토론이 되지 않을까요? 할 말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할 말이 없는 걸까요? 문제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문제의식이 없을까요? 세계에 대하여 호기심이나 관심이 없기 때문입니다. 왜 호기심이 없을까요? 욕망이 발동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왜 욕망이 발동되지 않을까요? ‘자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자기가 독립적 주체로 우뚝 서 있는 것이 아니라, 배운 대로 움직이기만 하려고 준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창의성도 바로 질문에서 시작됩니다. 질문도 없이 어떻게 새로워질 수 있겠습니까? 인간의 동선에 대한 질문이 없이 어떻게 그 동선이 나아가는 방향을 앞 설 수 있겠습니까? p153」

 

토론은 이론이나 말하는 능력이 아니라 관점이다. 새로운 관점. 물론 원활한 토론을 위해서는 몇 가지 기본적인 태도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 태도의 바탕은 열린 마음이다.

 

「또 토론자가 갖춰야 할 태도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바로 열린 마음이다. 누구와도 거리낌 없이 대화하겠다는 자세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솔직한 대화를 나누기는 쉽지 않다. 다른 참여자들과 소통을 위해서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 .... 더불어 긍정적인 태도를 갖춰야 한다. 같은 말이라 해도 긍정적인 말과 부정적인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곧바로 영향을 미친다. ..... 상호관계성의 이해도 중요하다. 토론은 대화와 마찬가지로 서로 주고받는 것이다. 제한된 시간에 이루어지는 독서토론은 참여자들에게 균등한 발언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물론 진행자가 그것을 관리하지만 다른 토론자들도 배려해야 한다. 발언권을 독점하려하지 말고 다른 토론자들도 배려해야 한다. 진정한 대화의 대가는 잘 듣는 사람이다. p201~2」

 

남의 말에 수시로 끼어드는 사람이 있다. 물론 즉각적인 반박과 의견개진은 토론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이상적인 토론은 4~5명의 토론자들이 갑론을박하며 불꽃 튀는 싸움을 하는 것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한다. 그런데 토론자가 많아지면 모든 토론자들에게 발언할 기회를 골고루 주어야 한다. 참석자 모두 한마디씩 돌아가면서 감상을 말하는 순서에서 무슨 생각이 떠올랐다고 차례를 기다리지 않고 불쑥불쑥 끼어든다면 좀 곤란하다. 물론 틀린 정보라든가 당장에 꼭 해야 할 말은 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자기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좋다. 물론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 그러면 자기는 다른 말을 하거나, 그 말에 조금 더 보태어 말하면 된다.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은 대개 생각도 많으니 남들이 하지 않는 이야기를 들려주면 더 좋을 것이다.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 콩닥거리는 가슴으로 할 말을 되뇌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끼어드는 것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만든다. 이런 문제들은 진행자가 적절히 조절해야 하지만, 스스로 깨달아야 한다. 이 책에는 이런 사례도 있다.

 

「운 좋게 강연장에서 회장이라는 50대 남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의 자세는 꼿꼿했다. 다른 말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사서는 조용히 속삭였다. “다른 회원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면, 책을 잘못 읽었다며 다시 처음부터 읽어보라고 혼낸대요.” 그런 이유 때문일까. 독서회는 신입회원이 수혈되지 못한 채 기존 멤버들만 세미나 형식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자기 생각을 좀처럼 바꾸려 하지 않는 그에게 책은 양식이 아니라 독이었다. p41」

 

『이젠, 함께 읽기다』는 독서토론회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책이다. 현실적인 고민들을 함께 논의할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될 것이다. 그렇다고 공동저자들이 하는 모든 말을 수긍하는 것은 아니다. 저자들도 말하듯이 독서의 기본은 비판적 시각이니까. 내 눈에도 몇 군데 의문스러운 대목이 보인다. 여기서 그 이야기까지 한다면 이미 너무 길어진 글을 새롭게 시작해야 하는 지난하고 지루한 작업이 될 것이므로, 한 군데만 짚고 끝내려 한다. 219쪽이다. “인문학이 밥 먹여 주나?” 라는 윤호의 당돌한 질문, 사실은 오랫동안 제기되어 온 흔한 질문,에 저자들이 하고 있는 답변과 내 생각은 좀 다르다.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하면 아무 문제가 없는 삶일까? 그렇다면 돈 걱정 없는 부자들은 인문정신을 기르면서 살고 있을까. 물질적으로 풍족한 삶이 전부일까.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는 이런 질문들에 선뜻 답할 수 없을 만큼 인생은, 또 인간은 간단하지 않다는 데 있다. p219」

 

이 말의 전제는 먹고사는 문제와 인문학이 관계없다는 것이다. 나는 먹고사는 문제의 틀을 결정짓는 것, 그 룰을 결정하는 것이 인문학이라고 생각한다. 먹고사는 문제를 지금과 다른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그것이 내가 인문학을 특히 철학을 읽는 이유다. 논거는 말씀드린 대로 생략한다. ^^;;

 

 

 

추기 : 오늘 빠뜨린 것. 쓰기에 관한 것. 독서 감상문이든 독서 후기든 쓰는 문제에 대해 이번 토론회 때 이야기 할 것!  잊지말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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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07 20: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2-07 2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세실 2015-02-08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처음 시작할때 주제에 따른 토론회를 만드는것도 중요하더라구요. 문학, 철학, 역사 이런 식으로....
저도 독서모임은 토론이 주가 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으로 잡답은 가급적 못하게 합니다. 대신 점심 먹으면서는 잡담으로ㅎ
부담스러워하는 회원은 탈퇴하는데 냅둡니다^^ 그릇이 작은거죠.
회장님 당선 축하드립니다. 리더의 역할 중요해요.
독서토론회 책 선정 수준을 높이고, 토론 위주로 하시길 적극 추천합니다^^

말리 2015-02-08 10:46   좋아요 0 | URL
핫;; 제가 회장이 된 것은 아니고요. 저보다 훨씬 적극적인 분이 되었습니다. 3월 첫 토론을 통해 독서회의 방향을 잡고 새로운 시도를 해보아야지요. 응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세실 2015-02-08 15:18   좋아요 0 | URL
회장이 바뀌었다를 회장이 되었다로 읽었어요^^ 이런~~~

책통자 2015-02-11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문현답... 책보다 더 좋은 서평이네요... 길고도 깊은 리뷰, 감사합니다....

말리 2015-02-11 18:39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긴 글을 읽어주시고 격려까지 해주시니 더 없이 감사합니다.

샐리 2015-02-12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공감이 많이 되네요. 안내서 공유할게요 감사합니다.^^

말리 2015-02-12 16:47   좋아요 0 | URL
적지 않은 분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읽어주시고 댓글 남겨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