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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품격 -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ㅣ 고두현의 황금 서재 1
고두현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7년 12월
평점 :
경제경영서도 좀 품격을 가질 수 없을까? 쏟아지는 책더미 속에서 좋은 책을 골라내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일정한 주제에 따라 누군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 가이드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은 독서 초심자는 물론이고, 책 좀 읽는다고 하는 독자도 소망하는 일이다. 미지의 길을 걷는 사람에게도, 익숙한 길을 걷는 사람에게도 단순히 길잡이만 해주는 게 아니라 가고자 하는 곳의 배경이나 역사를 들려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길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여정이 아니라 여정을 즐기는 여행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관광과, 속깊은 여행이 다른 이유다.
‘독서는 앉아서 하는 여행이고, 여행은 서서 하는 독서’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독서는 저자와의 대화이지만, 가끔씩 저자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경험을 하게 된다. 저자가 상정한 독자의 수준이 너무 높거나, 관심사가 서로 다른 경우다.
최근에 독서와 관련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자기계발 시장을 대상으로 하는 실용적인 독서법 책은 거명하기 민망한 제목을 달고 출간되기도 한다. ‘천재’라거나 ‘기적’이거나 ‘1등’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다.
최근에 나온 영화평론가인 이동진의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건축가이자 정치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진애의 <여자의 독서>, 스테디셀러에 오른 광고인 박웅현의 <책은 도끼다>도 그들만의 독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여러 명사들의 독서 이야기를 담은 <지식인의 서재>도 꾸준하게 주목을 받은 책이다.
그런데, 이들 대부분의 책들이 문학에 많이 할애돼 있다. 회사원, 즉 비즈니스맨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경제경영 도서에 대해 믿을 만한 책을 추천해 주는 책은 없어 늘 아쉽던 차였다. 몇몇 저자들이 출간한 책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함량 미달이거나, 밀도 있고 체계적인 도서 분류는 물론이고, 신뢰할 만한 무게감 있는 내용 소개가 아쉬웠다.
최근에 ‘고두현의 황금서재’란 타이틀로 나온 3권의 ‘품격’ 시리즈는 이런 아쉬움을 해소해 주는 책들이다. <생각의 품격>, <경영의 품격>, <교양의 품격>은 생각, 경영, 교양을 주제로 세부 주제를 나눠서 각 권마다 70여 권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보다 매력적인 요소는 저자다. 그는 ‘늦게 온 소포’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시인이자, 경제신문사에서 출판과 문화부만 담당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언론인이기도 하다. 시인의 감성과, 기자의 이성을 두루 갖춘 그의 글은 단아하고, 핵심을 찌른다.
대부분의 경제경영서들이 글 읽는 맛이 없다. 그러다 보니 문학 독자 중에서 꼭 필요한 경제경영서적도 도저히 글 맛이 없어 책을 보지 못하겠다는 하소연을 하는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시리즈는 표지의 품격 만큼이나 격조가 넘친다.
정말 그런지 궁금하신 독자들은 서문부터 열어보시라! 친절하게 독자의 마음을 읽어내는 속깊은 가이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고심하고 다듬은 생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소개된 책의 원문을 읽어보게 될 것이다. 그런데,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여기에 느낀 그 책의 맛을 원문에서는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과장된 책 소개를 해서가 아니다.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하는 말이 있다. 사실, 어떤 내용보다 더 중요한 건 그걸 대하는 태도와 해석, 상황과 문맥을 읽어내는 판단력이다. 20매 내외로 너무 아쉽지도 너무 길지도 않은 분량의 독후감이자 독서칼럼이기도 한 각 꼭지의 글들은 경영과 세상에 대한 시인의 단상이자, 에세이로도 읽힌다. 일독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