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시간을 빌어 이번 학기에 본 영화는 모두 18편, 한 조당 9편의 영화를 봤다. 학생들이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받아들여 주길 바라지만, 쥐 해부를 못해서 실망한 학생도 분명 있을 거다. 내 나름의 최선을 다했으니 별반 후회는 없지만.


내가 느낀 걸 몇가지만 적어 본다.

-학생들의 리포트를 읽다가 “하도 유치해 토할 뻔했다”는 구절이 마음에 들어, 그 다음 시간에 “감상문은 이렇게 솔직하게 써야 한다.”고 말해줬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는 “토할 뻔했다”는 구절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멀미가 났다’든지 ‘트림할 뻔했다’같은 독창적인 표현력이 아쉬웠다.


-그렇게 베끼지 말라고 했는데도 베낀 애들이 몇 명 있다. 같은 소스를 베꼈는지 두명의 리포트 후반부가 판박이인 것도 있고, 줄거리만 베낀 애들도 좀 된다. 난 감상문에 줄거리를 자세히 쓰는 걸 싫어하지만, 사실 줄거리를 요약해서 쓰는 것도 능력이며, 그건 자주 써봄으로써 길러진다. 너무 편함만을 추구하는 세태가 아쉽기만 하다.

 

-한 학생은 리포트의 대부분을 베껴서 냈는데, 최악은 <콘스탄트 가드너>였다. 웬만한 걸 베껴야지 무슨 생각으로 <시네21>에 김지미가 쓴 평을 통째로 베껴왔을까?

“우리는 타자와 사랑을 통해 교감한다고 생각한다. 그 앞에서는 국경도 인종도 사라진다는 이 단어는, 사실 무수한 오해로 겹겹이 쌓여 있다.”

이 두 줄만 봐도 전문가적인 냄새가 풀풀 나는데, 정말 웃긴 건 결말 부분을 다른 데서 베꼈는지 문체가 갑자기 존대말로 바뀐다는 것. 결말에 나오는 “웃지못할 이야기더군요.”라는 말은 본인에게 돌려줘야지 않을까.


-켄 로치의 <빵과 장미>를 틀면서 내심 걱정했다. 이 영화의 의미를 학생들이 과연 이해할까. 청소원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장면이 나왔을 때, 자리에서 일어나 얘기했다.

“참, 제가 미처 얘기 안했는데요 이거 만든 감독이 좌파예요.”

놀랍게도 학생들 중 일부는 매우 흥미롭게 영화를 봤고, 영화가 끝나자 기립박수까지 쳤다. 여기까진 좋았다. 어느 학생이 쓴 리포트를 읽다가 난 거의 쓰러질 뻔했다.




이 학생, 정말 귀엽지 않은가?


-리포트를 채점할 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쓴 것도 만점을 줬지만, 나 역시 인간인지라 다음 구절을 쓴 학생에게도 만점을 줄 수밖에 없었다.

“이번 영화 선택 안목 역시 탁월하셔서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교수님이 마냥 좋았다.”

 

내가 영화를 좋아해서 그렇겠지만, 난 영화를 데이트 수단만이 아닌, 취미의 하나로 여기고 그래서 혼자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는 사람이 멋져 보인다. 우리 학생들 중에도 몇 명쯤은 이번 학기를 계기로 영화의 재미를 느꼈다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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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8 05: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06-11-28 0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하하하핫, 저 학생 너무 웃겨요^^ 진짜 귀엽네요. 마태우스님 멋쟁이(>_<)

BRINY 2006-11-28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대생도 애들 맞네요. 전 며칠전 '구주는 구라파, 유럽이야'라고 설명했다가 '구라파'란 말에' '황구라'를 연상하고 뒤집어진 애들 때문에 웃어야할 지 울어야할 지 모를 상황이었답니다 -.-

chika 2006-11-28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학생, 귀엽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함다! ^^

짱꿀라 2006-11-28 09: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점주신 마태님도 대단하시네요. 너무 좋으신 마태우스님. 제자가 사랑한다고 하겠네요. 점수 잘줘서.

비로그인 2006-11-28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실습시간에 영화를.. 음..
학교 어딥니까? 다시 다니고 싶습니다.. 하하
멋진 교수님!!

프레이야 2006-11-28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탁월한 안목, 교수님이 마냥 좋았다, 에 만점 주시는 님도 학생 못지 않게 귀여운걸요 ㅎㅎ

전호인 2006-11-28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학생들과 교감하시는 교수님의 학습방법에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기회가 될 수 있다면 수강하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해부는 안되고 영화감상만을 얘기하는 것입니다. ㅎㅎ

sweetmagic 2006-11-28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학교로 전근오세요 !

Mephistopheles 2006-11-28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 좌파와 자폐아와의 저 오묘한 줄다리기...ㅋㅋ

비로그인 2006-11-28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승이 귀여우니 제자도 따라하는 군요 :)

기인 2006-11-28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의미심장하네요~ ㅋ 김지미 선배 이름 보고 놀랐습니다 ^^;
요즘은 선배들이 다양한 쪽으로 뻗어나고 있어서 저도 가끔 씨네21보다가 놀랍니다. ^^

마태우스 2006-11-28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앗 김지미님이 선배신가봐요? 님은 정말 폭넓은 인맥을 갖고 계시군요!
고양이님/그걸 사귀제귀라고 합니다
메피님/그러게 말입니다^^
매직님/미국 학교 말인가요.... -.-
전호인님/아네요...아직 멀었지요. 가장 안타까운 건 내공이 모자라다는 건데요 그걸 돈과 정성으로 커버 중....^^
배혜경님/제가 원래 휴머니스트라서요 호홋.
한자님/절대로 가르쳐드릴 수 없습니다^^ 오셔서 진고개신사 부르실까봐요
치카님/젊은 남자학생이라서 그러는 거죠? 다 알아요^^
브리니님/정말요 요즘 애들은 구라파란 말 못듣고 자랐을 것 같아요. 글구 그나이 때 애들은 참 잘 웃잖아요
마노아님/리포트를 보는 전 얼마나 웃겼겠어요^^
속삭이신 분/글쎄요 제 의견은 좀 다른데요 스폰지사라는 회사 덕분에 그런 영화도 계속 개봉하고 수익도 내고 있답니다. 메종 드 히미코도 그렇고 귀향도 거기서 수입해서 흑자 봤답니다. 로치의 보리밭...도 지금 상영중이잖아요. 그런 거 전문으로 하는 극장도 여럿 생겼구요 옛날보단 다양성이 증대된 것 같아요. 물론 이건 서울에 국한된 얘기지만요.

플레져 2006-11-28 13: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한 발음, 안정된 영화 분위기를 유도해보세요 ^^
한때 아파트를 돌며 세탁~ 세탁~ 하시던 아저씨의 목소리를 김밥, 으로 곡해해서
김밥 사먹을까 말까 고민했었답니다...

sooninara 2006-11-28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까지..호호..
마태님..정말 존경스러운 교수님이세요^^

뷰리풀말미잘 2006-11-2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아영엄마 2006-11-28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좌파~ 자폐아~ 진솔한 감상평이군요.. ^^; 학생들로서도 참 색다른 수업방식이었을텐데 여전히 양심없이 남의 글을 자기 글처럼 베껴내는 분들이 계시다는 점은 참 안타깝습니다그려~.

모1 2006-11-28 19: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폐아~~대박이군요. 후후....그나저나 안목이 탁월하신 교수님 운운한 학생..참 놀라운 글발이군요. 그 와중에 그런 것을 쓸 생각을 하다니...
마지막으로 아예 베낀 학생은 참 대단하군요. 대단한 리포트도 아니고 그냥 자유롭게 쓰라고 한 감상문인듯 보이는 것 조차 그렇게 내놓다니 그 학생 자신이 베낀 글이 무슨 내용인지 알고 있는지궁금해요.

마태우스 2006-11-30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1님/제말이 그말입니다. 자기도 잘 모르는 걸 베끼다니...베끼더라도 자신이 소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든다면 좀 낫겠지만.....
아영엄마님/좀 편하게, 거저먹으려는 태도가 안타깝더라구요..
말미잘님/10자 이상, 부탁드립니다^^
수니님/아이 왜이러세요...부끄럽게...
플레져님/세탁과 김밥은 좀 많이 틀리지 않나요? 그때 배고프셨나봐요^^
 

 

 

 

노래 하나를 좋아하게 되면 외워서 완벽하게 부를 때까지 그 노래만 부르는 나, 최근엔 아프로티트 차일드의 ‘Rain and tears'에 필이 꽂혔다. 귀에 익었던 노래라 할지라도 어떤 상황에서 듣느냐에 따라 다르게 들리는 법,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어느 일요일 천안에서 강의준비를 하다가 들은 이 노래는 정말이지 너무 좋았다. 눈물과 빗물은 같은 거지만, 해가 뜰 땐 넌 게임을 해야 한다, 즉 눈물을 빗물이라고 우길 수가 없다, 이 주옥같은 가사는 그날따라 멜랑꼴리했던 내 마음을 따스하게 보듬어 주었다. 그 이후부터 쭉 이 노래를 흥얼거리다 본격적으로 공부에 들어간 건 지난 목요일, 가사를 프린트해 노래를 따라 불렀고, 멜로디 없이 혼자 연습을 했다. 하지만 한글노래에 익숙한 내가 외국노래를 하루만에 완성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본과 1학년 강의실, 수업을 시작하기 전 애들한테 이랬다.

“제가 요즘 연습하는 노래를 불러드리겠습니다. Rain and tears are the same, but in the sun you've got to play the game. 여기서 막혔다. 계속 하라고 요구하는 학생들한테 말했다.

“내년에 본 2 강의 때 완성된 모습을 보여드릴께요.”


내가 아는 어느 분이 우울하다는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 다짜고짜 이 노래를 불렀다. How many times I've seen tears falling from your blue eyes(당신의 푸른 눈에서 눈물이 흐르는 걸 얼마나 많이 봤던가요). 그녀는 나중에, 그 노래 때문에 기분이 좀 풀렸다는 문자를 내게 보내왔다.


테니스를 친 오늘, 횟가루로 라인을 긋던 친구의 뒤를 따라가며 노래를 불러줬다.

“넌 라인 긋는데 내가 노래로 위로를 해주겠다. Rain and tears are the same....

친구의 말이다.

“야, 너 날 괴롭힐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구나!”


사실 난 노래를 그다지 잘 부르지 못한다. 아무리 좋은 가사, 좋은 멜로디의 노래라도 내가 부르면 좋은 노래가 아닌 것처럼 만드는 신통력을 가졌단 뜻이다. 하지만 뭐 어떠랴. 내가 노래를 연습하는 건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인걸. 좋은 노래를 부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그리고 혹시 아는가. 우울했던 그녀의 마음을 풀어준 것처럼, 내 노래가 다른 사람의 마음도 달래 줄 수 있을지.


* 'Rain and tears'를 보내 주심으로써 그 노래를 재발견하게 해주신 그분(남자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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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1-26 1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Mephistopheles 2006-11-26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래방 같이 가요 마태님...^^

2006-11-26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06-11-2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마태우스님의 노래 들어보고 싶어요. 헤헷 :)

춤추는인생. 2006-11-26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낭만적이세요 멋져요.^^

하이드 2006-11-26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녀'가 나라면, 난 '우울이 풀렸다'고 답문자 보낸적 없음!
'왜그러세요?' (어쩔줄몰라하며) 가 나의 대답이었지요 아마도? 흐흐흐

클리오 2006-11-26 1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울한 사람에게, 혹은 학생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마태님, 좋은 사람... ^^

산사춘 2006-11-26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의그의그, 느무 하신다아~
날도 우중충한데 멋진 광경 떠올리게 해주셨어요.
노래하는 미소년, 그 이름... 마태우스...

프레이야 2006-11-26 15: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버전으로 듣고파요~ 빗방울이 오다말다 하네요..

해적오리 2006-11-2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녹음해서 올려주세요. 꼭이요.

비로그인 2006-11-26 1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꼭 듣고싶어요.

날개 2006-11-26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도 들려주세요..!

mannerist 2006-11-26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 춤도 추십니다(2년전 홍대 모처에서 목격했음)

기인 2006-11-26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 멋진 마태우스님 :)

chika 2006-11-26 2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우울할 때, 전화할래요!! (으허~ 언제 우울해질까나~? ;;;;;)

하루(春) 2006-11-2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Demis Roussos가 부른 노래를 갖고 계신가 보군요. 슬퍼요. 노래가...

마노아 2006-11-26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기분전환시켜 주세요. 올려주삼~!

짱꿀라 2006-11-27 0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 그런 섭한 말씀을요. 노래를 잘 부르고 못부르고가 문제가 아니고 노래를 듣는 사람 마음에 달려있는 거라 생각를 하는데요. 마태님의 마음에 필이 꽂혔다면, 그것은 마태님에게는 명곡이라는 것이지요. 한주 잘 시작하세요.

아영엄마 2006-11-27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다른 분들은 받으셨는데 저는 주말이 되어도 안 오길래 혹시 분실이라도 되었나 걱정하고 있었어요. 월요일까지 기다려봐야지 하고 있는 참에 아까 문자 받았네요. 바로 답글 보내려다 우체부 아저씨가 우편물 넣어주고 가시는 시간쯤에 내려가보고 답 드려야지 하고 있었답니다. 아흑...저 드디어 책 받았어요!! 고맙게 잘 보겠습니다~~ 대표미녀로 격상시켜주신 점도 감사하옵니다. *^^*

비로그인 2006-11-27 1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께서 노래부르기를 좋아하시나 봅니다. 하하
저의 18번은 '진고개 신사'랍니다.


깐따삐야 2006-11-27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도 추적추적 오는데 Rain and tears를 들으며 곱창 먹으면 짱이겠당...

moonnight 2006-11-27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한테도 불러주셔요오오 ^^ 오늘도 하늘이 잔뜩 흐리네요. 커피 한 잔 하면서 웨스트라이프 신보 듣고 있어요. 분위기 좋네요. 헤헷 ^^

마태우스 2006-11-28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음, 전 요즘 이노래 마스터하고 다른 노래 연습합니다. 어느 미녀분이 주신 You light up my life요
깐따삐야님/님의 미모로 보건대 곱창같이 거친 음식은 못드실 것 같은데... 그렇게 소탈한 면도 있군요!!
한자님/아앗 저와는 세대가 틀리신 거 아닙니까^^ 진고개신사라...
아영엄마님/앗 격상이라뇨 남들 다 알고 있는 거였는데....^^
산타님/호호 그렇죠? 저만 좋으면 되는 거겠죠? 님 덕분에 좋은 한주가 될 것 같습니다. 홧팅.
마노아님/제가 노래 올리는 걸 할 줄 알면 이러고 있겠습니까. 전 제가 사진 올리게 된 것도 무지 기특해요
하루님/앗 데미 로스는 또 누구죠? 그 그룹의 멤버인가봐요? 그 사람 이름을 안다면 님은 음악 전문가시겠네요..
치카님/빨리 우울해지시길!!^^
기인님/멋진 댓글입니다. 추천합니다
매너님/춤은 제가 잘 못추죠... 아는 미녀 중 춤 좋아하는 분이 있는데...
날개님/님과 배드민턴을 치고 나서 제 노래로 피로를 씻는 장면을 그려봅니다^^
주드님/아, 솔직히 말해서 원 가수가 부르는 게 백배쯤 더 좋아요. 전....흐흑.
해적님/녹음기가 없고, 녹음을 한다해도 올릴 줄을 모르는 게 다행이군요^^
배혜경님/제 버젼은 거의 리메이크 수준입니다. 하핫.
춘님/듣기 전엔 듣고싶다 하더니 막상 부르면 외면하더라, 이런 시나리오가 떠오르는군요
클리오님/제게 이런 멋진 댓글을 달아주는 님은 더 좋은 사람.
하이드님/그때 얼마나 무안했다구요 흥!
춤추는 인생님/나이 마흔에 낭만을 알았죠 님은 이미 아는 듯 싶은데...^^
다락방님/아마 듣게 될 겁니다^^
속삭이신 분/그, 그게요 그러니까 그게 그런 게 아니라...그게 그렇답니다.
메피님/이게 다 메피님 덕분이죠^^
속삭이신 분/열심히 하겠습니다.^^
 

 

성룡이 스타덤에 오른 <취권>은 내가 중학교 1학년이던 79년 9월에 개봉했다. 그 영화는 무려 5개월 동안 상영하면서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서울관객 90만을 기록했는데, 이 기록은, 내 기억이 맞다면, 십여년이 지난 뒤 임권택 감독의 <장군의 아들>에 의해 깨졌다. 그때 취권의 인기는 정말 대단했는데, 당시 신문광고에는 이런 선전문구가 실리기도 했다.
‘취권을 보기 위해 서둘러 머리를 깎으신 6학년 여러분...’

그 해 겨울, 난 친구와 함께 취권을 봤고, 짜장면을 먹고 집에 갔다. 어린 애들이 다 그렇듯 난 이 영화를 보고나서 한동안 무술흉내를 냈고, 젓가락 같은 걸 집을 때도 무술의 초식을 구사하는 것처럼 생쇼를 했다.


 

당시 다른 극장에선 <사형도수>라는, 역시 성룡이 주연한 영화가 상영 중이었다. 취권의 위세에 눌리긴 했지만 그 영화도 무려 55만의 관객을 불러 모았는데, 국산영화는 10만, 외화는 30만 정도가 들면 대박이었던 시절인 걸 감안하면 성룡 혼자서 140만의 관객을 동원한 건 거의 신화적이라 하겠다. <취권>을 보기 위해 돈을 탄 것만 해도 엄마에게 죄송했기에, <사형도수>까지 볼 염치는 내게 없었다. 두 개를 같이 본 친구들은 “둘 다 재밌다.”며 내 염장을 질렀는데, 그 이후 성룡이 나온 영화는 죄다 봤지만 <사형도수>는 오래된 빚으로 마음 속에 남아 있었다. 오늘 밀린 잠을 자려다 우연히 TV 채널을 돌리니 마침 <사형도수>가 막 시작하는 중이다. 난 잠자는 걸 잠시 뒤로 보류한 채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소화자 겸 백장천이다


 

27년, 강산이 세 번쯤 변했을 긴 시간이다. 그때 중학생이던 난 지금 마흔살의 배나온 아저씨가 되어 버리고 말았지만, 성룡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귀엽다 (피부는 물론 옛날이 좋지만). 영화 내용이야 뭐 뻔하다. <취권>에서 ‘소화자’라는 무술의 고수로 나온 영감이 이번엔 ‘백장천’이란 고수로 나와 성룡에게 무술을 가르치고, 성룡은 사부의 목숨을 구하며 사형권의 멸문을 막는다는 것. 단순한 스토리와 느려터진 액션, 지금 애들이 보면 하품이 나올지 모르지만, <취권> 이후 성룡에게 홀딱 반해버렸던 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성룡 신화의 기원이 된 그 영화를 봤다. 거지로 변장한 백장천에게 친절을 베푸는 성룡, 그런 성룡이 맨날 두들겨 맞고 사는 처지란 걸 알자 백장천은 바닥에다 발자국 그림을 그려 피하는 법을 연습하도록 한다. <취권>에서 성룡이 반찬을 집는 걸 소화자가 현란한 젓가락 무술로 방해하는 장면이 나온다면, 이번 영화에서 백장천은 사기로 된 밥그릇을 안 뺏기는 묘기를 선보인다. 컴퓨터 그래픽 같은 건 생각도 못했을 테니 다 진짜일 터, 그때 이걸 봤다면 아마 집에서 그릇 깨나 깨먹었을 것 같다.


<사제출마>, <소권괴초> 등의 영화로 명성을 이어나가던 성룡은 <폴리스스토리>를 계기로 현대적인 이미지로 탈바꿈하고, <용형호제>부터는 아예 세계를 무대로 한 대작을 만든다. 그 영화를 찍다가 성룡은 높은 곳에서 떨어져 다침으로써 몇 달간 누워만 있어야 하는 신세가 되기도 했는데, 다행히 다시 일어나 ‘007에 맞먹는다.는 평까지 들은 <용형호제 2>를 비롯해 웃다가 죽을 뻔했던 <시티헌터> 등의 ‘명작’들을 내게 선사해 줬다. 그러고 보면 나는 사춘기의 시작부터 지금까지 성룡과 더불어 살아온 셈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꼭 봐야 할 명작’들을 안보고 성룡 영화나 봤다.”고 후회하기도 했다. ‘성룡 영화는 남는 게 없다’는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였는데, 심지어 난 내가 영화평을 못쓰는 걸 성룡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 적반하장이란 건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다.


내가 식상한 탓인지 성룡이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2000년대 이후 성룡의 영화들은 재미가 좀 덜해졌다. 그럼에도 내가 <턱시도>나 <러시아워 2>같은 범작들도 꼭 극장에서 봐주는 이유는 물론 성룡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지만, 잠시나마 성룡을 미워했던 나 자신에 대한 반성도 있다. 27년이 지났건만 성룡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고, 올해 개봉했던 ‘BB 프로젝트’는 다행히 예전에 느꼈던 재미를 듬뿍 담고 있었다. 만년소년 성룡이 언제까지 영화를 만들지 모르지만, 성룡이 나오는 영화라면 만사를 제쳐놓고 볼 생각이다. 성룡은 그 이름만으로 날 극장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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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6-11-25 1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게 언젯적 기억인지... 저도 <취권>이나 <사형도수> 같은 영화들을 다 봤었지요. 영화평론가 정성일씨도 성룡 영화의 열혈팬인지라 "난 내가 영화평을 못쓰는 걸 성룡 탓으로 돌리기도 했다"는 건 (자인하시는 대로) 둘러대기십니다.^^

또또유스또 2006-11-2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학때 성룡 영화 안보면 간첩이었답니다..
늘 자막 올라가며 보여주는 그 엔지 잠면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님도 저도 벌써 20 여년을 그와 함께 했네요...
어머 화들짝... 전 성룡 아자씨를 러시아워 할때 알았쪄요.. (음.. 안웃기시죠? 압니다 흑..)
저도 성룡영화는 늘 극장에서 봤어요..^^


마태우스 2006-11-25 1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흐음, 정성일님도 오래된 성룡 팬이군요. 어제 시네21에서 <길>에 대한 9페이지짜리 정성일님 감상문 읽었어요. 무슨 말인지 당연히 모르겠더이다^^ 하여간 지금은 그런 둘러대기 안합니다^^

마태우스 2006-11-2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스또님/러시아워라면.... 상당히 후기 작품이군요. 역시 님과 전 다른 세대...수암님하고 놀아야겠다...

Mephistopheles 2006-11-25 14: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머리가 커서 취권을 보고 화들짝 놀랐었어요...그 영화에서 성룡이 맡았던 역활이
바로 "황비홍"이라는 사실을 알고요..^^ 실제인물 황비홍..그러니까 이연걸이 연기를
한 황비홍과 동일인물이더라구요.. 그건 이연걸의 황비홍 시리즈 중에 "철계투오공"
이라는 영화에서 황비홍이 이런 대사를 하더라구요..
"내 각은 무영각이고 권은 취권이다..아버지가 술을 먹지 말라고 한 이유는 내 권이
너무 강하여 사람을 죽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라고요..^^

성룡...이소룡...로망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비로그인 2006-11-25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세대가 홍콩무협영화 관람 1세대이지요.
취권등 권격영화이전에는 검법, 장풍의 시대였지요.
왕우, 로레등이 스타였답니다.


모1 2006-11-25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v에서 하는 취권 본적이 있어요. 잘 기억 안나지만 비틀거리면서 상대방과 싸우던 것만 기억나네요. 줄거리는 전혀 몰랐는데..오늘 처음 알았습니다. 참고로 저희 아빠도 성룡좋아하세요. 저는 그냥그냥..

hnine 2006-11-25 1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중학교 1학년때 '취권'보고 성룡에 빠져 한참을 고생(?)했습니다 ^ ^

전호인 2006-11-25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에도 유선방송에서 성룡의 취권을 하더이다. 엊그제도 잠시 채녈을 돌리다가 나온 듯 한데..... 울 아들이 빡쎄게 좋아한답니다. ^*^

paviana 2006-11-25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고3때 야자 땡땡이치고 성룡영화보러 갔다가 동생한테 들켰던 적도 있어요..
제가 최초로 전신브로마이드를 방에 붙여놓은게 성룓입니다.^^

짱꿀라 2006-11-26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소룡의 무술영화와 성룡의 무술 영화 정말 짱이죠. 저도 크면서 많이 보고 자란 세대랍니다. 근데 마태님. 영화 너무 좋아하시는가보네요. 평을 이렇게 잘 써주시니.......
그것도 재미나게요. 잘 읽고 갑니다. 행복하세요.

마태우스 2006-11-26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아앗 제가 영화평을 잘쓴다구요? 절대 아닌데... 하여간 님과 제가 같은 세대라는 걸 알게되어 반갑습니다
파비님/오오 전신누드 브로마이드라니.... 저도 보고 싶군요^^ 글구 동생한테 걸리면 뭐 어떤가요^^
전호인님/아들이 올드한 영화에 취향이 있으시군요^^
hnine님/그죠? 근데 그게 고생이 아니라 즐거움 아닌가요^^
모1님/님과 저는 세대가 틀려서 그런가봐요 옛날엔 그런 식의 유머가 아주 잘 먹혔답니다^^
한자님/제가 이소룡을 초딩 때 봤는데요, 영화가 좀 무섭단 생각이 들었어요. 근데 취권은, 너무 친근하게 다가와서 절 사로잡았죠. 왕우에 대해선...별반 좋은 감정은 아니어요. 원표, 홍금보는 좋아하지만.
메피님/나중에야 이소룡이 일찍 죽은 걸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지만, 그런 요절이 이소룡을 신화로 만든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성룡도 신화의 반열이라 생각하지만요.

산사춘 2006-11-26 15: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부라더랑 밥상머리에서 맨날 젓가락 무술 하다가 디지게 혼나고 그랬시유.
글고 BB프로젝트에 원표도 나와서 넘 반갑반갑~
성룡이랑 원표랑 홍금보랑 엎치락 뒤치락 하는 영화들 넘 그리워요.

마태우스 2006-11-2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사춘님/흐음...역시 님은 귀엽습다^^ 님과 제가 똑같이 주성치를 좋아하는 걸 알았을 때 어찌나 반갑던지요^^
 

 

 

 

 

주위에 휴대폰을 7년 쓴 사람이 있다.

어찌나 깨끗이 썼는지 2년도 안쓴 내것보다 더 새것 같다.

나라고 해서 오래 쓰고픈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설마 내가 디자인에 싫증이 나서 휴대폰을 자주 바꾸겠는가.


하지만 난, 이상하게도 그게 잘 안된다.

작년 2월인가 이 휴대폰을 산 것 같은데 벌써 노쇠화 증상이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버튼이 닳아버렸다는 거.

문자를 하도 많이 보내다 보니 ‘ㅡ’와 ‘3’이 같이 있는 버튼이 안눌러진다.

내가 가끔 “ㅈㅇ말 짜증나”라는 문자를 보냈다면

그건 오타가 아닌, 버튼의 무덤덤함에서 기인한 거다.


두 번째로 나타난 증상은 폴더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

폴더를 열면 화면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 녀석은 그걸 모른 채 깜깜한 화면만 보여준다.

계속 그러면 좋을텐데

혼자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다.

난 주로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나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찰로

버튼이 마구 눌러진다.

폴더가 닫힌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원래 작동을 안해야 하지만

폴더를 인식 못하는 이 녀석은 버튼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난데없이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혀 버린다.

언제는 저장까지 완벽하게 마쳐서 날 심난하게 만든다.

지금은 면역이 되다보니 시도때도 없이 찰칵 소리를 내도 신경 안쓴다.


진짜 문제는 세 번째다.

자기 스스로 전화를 건다는 것.

사진촬영 버튼이야 전화기 옆에 달렸으니 그렇다 쳐도

전화번호 누르는 건 폴더가 닫혔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미스테리다.

이걸 처음 안 것이 엄마 때문이다.

내가 전화를 했는데 아무 소리도 안하기에

그 큰 목소리로 “xx야~!”를 열심히 외치다 끊어버렸다고 한다.

뭔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한 거란다.

그 얘기를 듣고 통화목록을 보니 정말로 내가 30초가 넘도록 전화를 건 거다.

(아침 나절의 일이니 술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니다)

주의해야지 싶었는데 그게 또 맘대로 안된다.

언젠가는 ‘1111’이라는 의미없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한번은 단축번호 9번에 저장되어 있는 미녀에게 전화를 30초나 했다.

이 녀석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1월 20일, ‘567’에 15초.

-11월 19일, 테니스를 같이 치던 내 친구(단축번호 111번)한테 전화 검.

-11월 14일, 같이 밥먹곤 하는 조교에게 두차례(21초, 27초)간 전화. 조교한테서 “왜 아무말도 안하냐”고 문자가 옴.

만행의 리스트는 이렇듯 끝이 없다.

그래서 난 전화기를 가방 속에 넣는다든지 해 보지만

거기서도 또 전화를 건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화면이 흐린 하늘처럼 변해 버리고

어떤 버튼도 무력해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7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3년 쓰는 것도 이렇듯 어렵다.

몇 번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바지주머니란 곳이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곳인가.

그것도 아니면 지나치게 잦은 문자가 힘에 겨웠던 것인지.

보조금도 다시 낮아졌다 하고

얼마 전 고가의 바지를 산 탓에 지금은 새 휴대폰을 사기보단

고쳐서 쓰는 걸 택하련다.

그런데... 고치는 비용이 10만원을 넘는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휴대폰아, 앞으로 안괴롭힐 테니까 나랑 같이 있자.

문자도 알라딘에서 무료문자로 보내고 주머니 하나 사가지고 거기다 넣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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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6-11-24 18: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도...좀 촌스럽게 하지만...허리에 휴대폰..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2006-11-24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스탕 2006-11-24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제가 사용하는 휴대폰이.... 내년 1월이면 3년이 되는군요.
핸펀고리 끼울수 있는 조각이 부서져 나가고, 이어폰 꽂는곳을 덮어주는 고무조각이 없어지고,
액정 한구탱이에 금이가고, 껍질에 생활기스좀 나고, 안테나에 이빨자국 슬쩍 있고...
뭐 이정도면 아직은 쓸만하네요 ^^;

비로그인 2006-11-24 2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예 작동 안 하는 거랑 혼자서 전화거는 거랑 뭐가 더 나은지 잘 모르겠네요;; 제 이전 폰은 죽어버렸었거든요. 전화도 안 걸리고 문자도 안 보내지고, 전화가 와서 받으려고 시도하면 바로 뚝 끊기고.. 문자는 어딜 그렇게 방황하다 오는건지 상대방이 보낸 게 저한테 도달하는데 3일씩 걸리고-_-

클리오 2006-11-24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버튼이 잘 안눌러져 문자 보내는게 좀 힘겹긴 하지만... 그냥 좀더 버텨볼래요.. 거의 3년 되어가네요 저도...

2006-11-24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적오리 2006-11-24 2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건 만으로 4년하고 3개월 되었는데요.. 흑백이라서 남들이 골동품이라고 부르지요. 괜찮았었는데 요즘 들어서 혼자 켜졌다 꺼졌다 하고 통화중에 잠시 혼자 꺼져주고 그러네요..

모1 2006-11-2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번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이 문제였을까---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요? 아무래도 전자제품은 충격에 약할듯..

춤추는인생. 2006-11-25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저는 휴대폰을 맨날 떨어뜨리는데 그럴때마다 미안해라면서 매만져줘요^^
제휴대폰의 장수비결은 저의 애정표시에 있다고 생각되어지는데.ㅎ
님도 그렇게 해주셔요. 가끔은 니가 있어 정말 다행이야 사랑해..말해주세요.^^

비로그인 2006-11-24 22: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 저는 휴대폰이 없습니다. 사실은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답니다.
저에게 좋게 보이는 휴대폰(국내 출시 안됨..) 하나 소개 할께요.
저는 이 휴대폰이 한국에 출시되면 구입을 생각해보고 아니면 영 살 생각이 없답니다.
내일 제 서재에 놀러 오시기를.. 하하


비로그인 2006-11-24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도대체 어디 회사거길래... 기계가 좀 이상한 것 같은데요??

짱꿀라 2006-11-25 0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님, 3년 정도 쓰시면 오래 쓰시는거죠. 제 마눌님은 1년에 한번 정도는 꼭 휴대폰이 바뀐답니다. 잃어버리지, 물속에 빠뜨리지 기타 등등 벌써 휴대폰 바꾼게 벌써 10개가 넘는답니다. 힘을 내세요. 님보다 더한 사람도 제 옆에 있거든요. 주말 잘 보내세요.

하늘바람 2006-11-25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완전 헌 휴대폰이지요

2006-11-25 09: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태우스 2006-11-25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 분/목에 거는 건 좀 부담이 되는게요 목이 아플라구하구...그러면 휴대폰 끈이 자주 끊어진답니다. 지금도 한달에 하나 정도 끊어지는데... 하지만 님이 핑크색 주머니를 떠주신다면....^^ 아네요. 그냥 마음만 받겠습니다. 근데 님 낯이 익은데 혹시 ㄷㄼ에서 보신 분 아니어요?
하늘바람님/님도 깨끗이 오래 쓰시나봐요..
산타님/제가요 옛날에 소변 보다 빠뜨린 적이 있거든요 집에서. 그 이후부턴 물에 빠지는 걸 겁나게 조심합니다. 음, 그래도 제가 1년보단 오래 쓰니 위안을 삼을께요^^
크리미슈슈님/애니콜인데요....저희 엄마가 참 깨끗이 오래 쓰세요....
한자님/지금 함 가보겠습니다. 도대체 어떤 폰이기에...두근두근
춤추는인생님/아 바로 그거였군요 맞다, 애정!!!
모1님/표현이 그래서 그렇지 아주 살짝 떨어뜨린 정도인데...흑..
해적님/그래도 참고 쓰시는 걸 보니 휴대폰을 많이 사랑하시나봐요^^
속삭이신 분/설마요 제 맘이 걸었죠^^
클리오님/음. 님도 3년이 힘들다면 전 어림없겠군요. 7년은 정말 대단해요...
콰, 콸츠님/아예 죽어버렸다면...저보다 더 어려우시군요. 으음....
무스탕님/어머 안테나를 무셨군요!@ 장난꾸러기...!^^
메피님/허리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허리에 차죠^^

마노아 2006-11-25 1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폰이랑 상태가 비슷하군요. 전 언니가 형부 휴대폰 바꾼다고 그거 리모델링(?)해서 준다네요. 푸하핫... 감사히 받아야죠ㅡ.ㅜ

moonnight 2006-11-27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워낙 관리하실 인맥이 넓어서 폰이 힘든가봅니다. 근데 저 혼자 전화거는 건 참말로 신기하네요. ;;;
 

 

 

 

 

만나는 순간부터 우린 그다지 좋지 않았다.

새로 취임한 학장이 불러서 가봤더니

난이 너무 많이 들어왔다고, 하나 골라서 가지란다.

털달린 동물만 좋아할 뿐 식물엔 그다지 취미가 없어서

“안가져가면 안될까요?”라고 물었더니 “주는 사람 성의를 생각해서 가져가라!”고 한다.

놀라서 냉큼 집어온 게 가장 조그맣고 볼품없는 난이었다.


굶는 동물만 보면 먹을 걸 주는 나는

희한하게도 식물에겐 냉담해

내가 여기 발령받은 기념으로 받은 난마저 이미 말라죽게 한 경험이 있다.

그 난이 죽으면 난 학교에서 잘린다,고 스스로 주문을 외웠건만

나의 게으름은 고쳐지지 않았다.

그래서 난, 이 난도 오래 못가겠지 싶었다.

일주일에 한번씩,을 표방하면서

매우 불규칙적으로 물을 줬다.

가끔씩 말라죽는 줄기가 생기면 과감히 뽑았다.

하지만 이 난은 놀라운 생명력을 발휘했고

뽑은 줄기 숫자만큼 새로운 줄기를 자라게 했다.

그 난은 그렇게 내 방의 가족이 되었고

이따금씩 예뻐 보일 때도 있었다.

그것과 관계없이 줄기는 가끔 시들었고

난 그때마다 과감히 줄기를 뽑아냈다.


내가 아는 미녀가 올해 초 내 연구실을 방문했다가 창틀에 올려진 난을 발견했다.

“분갈이 좀 해야겠다.”

그녀가 대뜸 한 말이다.

그녀에게 잘보이려고 춘분 때 하겠다고 했다가 좀 친해지니까 만사 귀찮아져서

추분 때 한다고 둘러댄 뒤 추분마저 그냥 지나쳤다.

그 뒤 생각이 바뀌어 “분갈이는 웬 분갈이? 그냥 수명껏 살다 가면 되는거지!”라는,

귀차니즘의 절정기에 달한 사람의 심정이 되었다.

하긴, 나같은 인간이 일주에 한번씩 물 주는 것만 해도 어디냐?


그러던 내가 낙엽이 다 떨어진 11월 말에 개과천선을 해버렸다.

출근을 하다가 병원 앞에 있는 꽃집의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옮겨 적었고

1분간, 진지하게 분갈이에 대한 상담을 했다.

“화분 가져오시면 저희가 무료로 해드릴께요.”

‘무료’라는 말에 고무된 나는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길에 화분을 맡겼다.

내가 들고간 난을 본 주인 아주머니,

“너무 줄기 수가 적어서 볼품이 없을 것 같네요. 제가 알아서 예쁘게 해드릴께요.”

난이 없어진 내 방이 쓸쓸하게 느껴진 걸 보니 조금은 정이 들었나보다.




그리고 어젯밤, 저녁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난 맡겼던 난을 다시 찾아왔다.

듬성듬성 나 있던 난의 줄기는 세배, 아니 다섯배 정도로 증가되었고

하얗고 볼품없던 화분은 검은색의 멋진 화분으로 변했다.

난을 맞을 준비를 전혀 안하고 있다가 그 난이 도착하고 나서야 부랴부랴 자리를 만들었다.

창틀에 잔뜩 놓여져 있던 워크숍 관련 책들을 캐비넷에 넣으니

화분이 올라갈 자리가 생겼다.

창문에 줄기 끝이 닿는 게 마음이 아팠지만

마땅히 올려놓을 곳이 거기밖에 없으니 할 수 없다.

난이 볼품있게 변하니 내 시선도 변했다.

예전엔 저게 왜 안죽나,며 째려봤다면

오늘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그 난을 바라본다.


그 난을 보고 있자니

지저분,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내 연구실에 그나마 볼만한 거라곤

벽에 붙은 이효리 사진이 아니라 그 난 뿐인 것 같다.

다시 말해서 연구실에 비하면 난이 너무 과분하단 소리.

결심을 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연구실 청소를 좀 하자고.

쓸데없는 건 다 버리고 최소한 어지럽진 않도록 정리를 하고 살자고.

그래봤자 며칠 못가겠지만

그래도 당장은, 난에게 부끄럽지 않은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다.

난아, 그동안 미워했던 거 미안해.

앞으로 잘 지내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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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06-11-24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 보니...줄기 숫자가 열배는 더 늘어난 것 같군요^^

2006-11-24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또또유스또 2006-11-24 17: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꽃집이 어딥니까..
제 머리를 부탁하면 저리 10배 늘어 날까요?
전 2배도 감지덕지 할텐데...
전화번호를 알려 주셔요 흑...
그리고 마태님은 뭐든 이쁜 걸 좋아하시는 군요 -,.- 음....

moonnight 2006-11-24 1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벽에 붙은 이효리 사진.. ^^; 방에 푸른식물이 있으면 분위기가 달라지죠. 전 얼마전에 말라죽어버린 화분 버렸어요. 흑. ㅠㅠ; 연구실에 난을 다시 맞게 되신 거 축하드려요. ^^

Mephistopheles 2006-11-24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을 부추로 보는 저는 대체 뭐란 말입니까?

무스탕 2006-11-24 1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 집에 난순이들이 젤로 오래된것이 7년정도 됐네요.
잘 키워주지도 이뻐해 주지도 않는데 저리도 오래 살아주는거 보면 혹시 난이 아니고 잡초??
그래도 꽃피는거 보면 난이 맞나봅니다 ^^;
새 옷 입고 새로 자리잡은 난순이랑 잘 지내세요~

다락방 2006-11-24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잘 지내세요, 마태우스님. 난하고 사이좋게 말이죠 :)

아영엄마 2006-11-2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난하고 잘 지내지 못했어요. 미안해 난아~ 크흑...

클리오 2006-11-24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데 난 줄기가 늘어난건 그동안 증식한건가요, 아님 화원의 서비스인건가요, 아님 기적인가요? ^^;

해적오리 2006-11-2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문에 줄기 끝이 닿는 게 마음이 아팠지만"
감동적이네요. 사무실 제 자리 뒤에 있는 말라가는 난이 생각나면서 뜨끔하고 있습니다. 마태님은 참 마음이 따뜻하신 분 같아요....


비로그인 2006-11-24 2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하고 비슷한 점이 있으시네요...! ^^

제가 선물받는 화분은 족족 죽여서 내버리게 되는 화려한 이력이 있어서
화분이나 꽃선물을 받으면 그 왕부담- 말로 다 할 수가 없었죠.
저도 자신을 식물성 이라기 보다는 동물성에 가까운 사람이라고 평가하거든요.
나중엔 화분 돌보는 걸 포기해 버렸는데요.

마지막으로 받은 화분 2개가 있어요.
카랑코에 랑 산슬베리아.
사진 찍어서 올려드리고 싶을 정도로 너무나 탐스럽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이전까지 몰랐던 관심을 새로이 한다는 것은 많은 변화를 준답니다.
저도 화분이 잘자라서 스스로 대견해 하는 참이었어요.

난화분이 더 잘 자라길 바랍니다 ^^

세실 2006-11-24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저 연두빛은 꽃대가 올라오는 건가요? 자세히 보니 3개는 보이는데..
이쁘게 잘 가꾸세용~~ 아님 충청권 이벤트할때 저에게 쏘시던가요~ 히.

모1 2006-11-24 2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로 꼭 잘 지내시길....저 지난번에 알로에 화분 썩혀서 죽어서 마음이 아팠어요. 물을 너무 많이 줬었나...봐요. 며칠에 한번씩 줬는데..흑흑...

비로그인 2006-11-24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태우스님의 난 바라보는 마음이 이쁩니다.

비로그인 2006-11-24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정말 멋져요! 앞으로는 더 훌륭한 난이 되도록 해주세요~ ㅎㅎ

기인 2006-11-25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연구실 난 꽤나 죽여봤습니다 ㅜㅠ
난 때문에 연구실까지 바뀐다니~ 정말 훌륭한 난이네요~ ㅎ

마태우스 2006-11-25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인님/님도 혹시 무관심으로 죽이셨나요?^^
크리미슈슈님/난이 멋지다는 건가요 제가멋지다는 건가요?
한자님/오타입니다. '마태우스님의 날 바라보는 마음이 이쁩니다'죠
모1님/물은 적당히, 아셨죠?^^
세실님/그 연두빛 말이죠 그게 향기를 나게 한데요. 어차피 냄새는 못맡지만...
고양이님/으음, 님도 식물을 잘 죽이시나봐요. 역시 동물에 강한 사람은 식물에 약점이 있다는....
해적님/오늘을 계기로 물 좀 주시길&^&
클리오님/2만2천원 안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꽃집아주머니가......
아영엄마님/그거야 님이 난초시니까....^^
다락방님/님과 더 사이좋게 지낼래요^^
무스탕님/와와 7년.... 설문조사 결과가 있는데요 휴대폰 7년 쓰는 것보다 난 7년 키우는 게 더 어렵다더라구요. 물론 뻥이지만...^^
메피님/난은 원래 부추를 개량한 거죠. 그러니 님은 난의 기원을 보시는 겁니다
달밤님/제게 간만에 댓글달아주신 거, 축하드립니다^^
유스또님/에 또 제가 이쁜 걸 좋아하죠. 호호호. 빔 모으고 있는 중...
속삭이신 분/2만2천원! 글구...지금은 좀 덜 우울한가요?? 글구...척하면 다 알죠.

페일레스 2006-11-26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법정 스님의 무소유라는 글이 생각나는군요. 마태님도 점점 집착에 빠지는 겁니까? 흐흐. 농담입니다. 예쁘게 잘 키우셨으면 좋겠습니다. ^^

혜덕화 2006-11-26 0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이 너무 예쁘네요. 저 난에 꽃이 피면 그 자태와 향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꼭 꽃을 한 번 피워보시기 바랍니다. - 정성을 들인다고 꽃이 피는 건 아니더군요. 저도 가끔씩 생각날 때 물 주고 천대했던 난이 꽃을 피우니 얼마나 난에게 미안하고 고맙든지.......님의 귀차니즘 정도면 꽃을 기대해도 좋을 듯^-^

마태우스 2006-11-26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덕화님/어 난에도 꽃이 핍니까? 몰랐습니다. 꼭 꽃을 피우도록 할께요. 꽃 피면 사진 찍어 올리겠습니다
페일레스님/전 욕심이 별로 없는 편이라서 난 하나쯤엔 욕심 가져도 될 것 같아요^^ 책은 안읽었어도 제가법정 스님의 무소유를 실천하는 사람이랍니다^^

비로그인 2006-11-26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연히 마태우스님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