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위에 휴대폰을 7년 쓴 사람이 있다.
어찌나 깨끗이 썼는지 2년도 안쓴 내것보다 더 새것 같다.
나라고 해서 오래 쓰고픈 마음이 없는 건 아니다.
설마 내가 디자인에 싫증이 나서 휴대폰을 자주 바꾸겠는가.
하지만 난, 이상하게도 그게 잘 안된다.
작년 2월인가 이 휴대폰을 산 것 같은데 벌써 노쇠화 증상이 여러 군데서 나타난다.
그 중 하나가 버튼이 닳아버렸다는 거.
문자를 하도 많이 보내다 보니 ‘ㅡ’와 ‘3’이 같이 있는 버튼이 안눌러진다.
내가 가끔 “ㅈㅇ말 짜증나”라는 문자를 보냈다면
그건 오타가 아닌, 버튼의 무덤덤함에서 기인한 거다.
두 번째로 나타난 증상은 폴더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사실.
폴더를 열면 화면이 나타나야 하는데 이 녀석은 그걸 모른 채 깜깜한 화면만 보여준다.
계속 그러면 좋을텐데
혼자서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다.
난 주로 휴대폰을 바지 주머니나 안주머니에 넣고 다니는데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마찰로
버튼이 마구 눌러진다.
폴더가 닫힌 상태에서 버튼을 누르면 원래 작동을 안해야 하지만
폴더를 인식 못하는 이 녀석은 버튼에 충실하게 반응한다.
그래서 난데없이 “찰칵” 소리와 함께 사진이 찍혀 버린다.
언제는 저장까지 완벽하게 마쳐서 날 심난하게 만든다.
지금은 면역이 되다보니 시도때도 없이 찰칵 소리를 내도 신경 안쓴다.
진짜 문제는 세 번째다.
자기 스스로 전화를 건다는 것.
사진촬영 버튼이야 전화기 옆에 달렸으니 그렇다 쳐도
전화번호 누르는 건 폴더가 닫혔는데 어떻게 가능한지 미스테리다.
이걸 처음 안 것이 엄마 때문이다.
내가 전화를 했는데 아무 소리도 안하기에
그 큰 목소리로 “xx야~!”를 열심히 외치다 끊어버렸다고 한다.
뭔 일이라도 있는지 걱정이 돼서 전화를 한 거란다.
그 얘기를 듣고 통화목록을 보니 정말로 내가 30초가 넘도록 전화를 건 거다.
(아침 나절의 일이니 술에 취해서 그런 건 아니다)
주의해야지 싶었는데 그게 또 맘대로 안된다.
언젠가는 ‘1111’이라는 의미없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고
한번은 단축번호 9번에 저장되어 있는 미녀에게 전화를 30초나 했다.
이 녀석의 만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11월 20일, ‘567’에 15초.
-11월 19일, 테니스를 같이 치던 내 친구(단축번호 111번)한테 전화 검.
-11월 14일, 같이 밥먹곤 하는 조교에게 두차례(21초, 27초)간 전화. 조교한테서 “왜 아무말도 안하냐”고 문자가 옴.
만행의 리스트는 이렇듯 끝이 없다.
그래서 난 전화기를 가방 속에 넣는다든지 해 보지만
거기서도 또 전화를 건다.
얼마 전에는 갑자기 화면이 흐린 하늘처럼 변해 버리고
어떤 버튼도 무력해지는 일이 발생했는데
7년까지는 바라지 않지만 3년 쓰는 것도 이렇듯 어렵다.
몇 번 바닥에 내동댕이친 것이 문제였을까.
아니면 바지주머니란 곳이 워낙 스트레스를 많이 주는 곳인가.
그것도 아니면 지나치게 잦은 문자가 힘에 겨웠던 것인지.
보조금도 다시 낮아졌다 하고
얼마 전 고가의 바지를 산 탓에 지금은 새 휴대폰을 사기보단
고쳐서 쓰는 걸 택하련다.
그런데... 고치는 비용이 10만원을 넘는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휴대폰아, 앞으로 안괴롭힐 테니까 나랑 같이 있자.
문자도 알라딘에서 무료문자로 보내고 주머니 하나 사가지고 거기다 넣어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