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 - 심리학자가 만난 조선의 문제적 인물들
김태형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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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역사를 공부하면서 인간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다. 그래서 철학을 공부하고 심리학을 공부했다. 어찌보면, 역사와 철학, 심리학을 구분한 것은 인간을 이해하기 위한 편의에 의해서 인위적으로 구분한 것이 아닐까? 역사를 만드는 인간의 철학과 심리를 보다 잘 이해한다면 이해되지 않던 역사의 퍼즐들이 잘 맞춰지리라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김태형의 '심리학자, 정조의 마음을 분석하다.'라는 책은 참으로 매력적이다. 정조의 심리만을 분석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융의 심리유형이론을 계승 발전시킨 성격이론으로 조선시대의 문제적 인물인, 이이와 허균, 연산군의 심리를 분석했다. 흥미로운 책 속으로 들어가 보자.


1. 심리학, 나의 마음을 보다.

심리학 서적을 읽으면 새로운 지식을 얻는다는 희열보다는 나 자신을 이해했다는 기쁨이 크다. 이번 책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에 소개된 정조와 이이는 전략가(INTJ) 유형이다. 전략가 유형은 강인한 의지와 전략 수립 능력이 탁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유형에 내가 좋아하는 인물들이 속한다는 사실이 무척 기쁘다. 책을 읽으며 정조와 이이의 삶이 마치 나 자신의 일인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았다. 

사고형(T)의 특성 중에 하나가 놀라운 비판 정신이다. 타인에게 직설적으로 비판의 말을 스스럼 없이 하는 것이 사고형의 특성이라니... 이러한 특성은 정조와 이이에게서 여실히 드러난다. 특히, 정조는 호학형의 군주이지만, 타인의 감정과 처지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부족했다. 이 책에서 예로 든 사례를 살펴보자. 무더운 여름날 좁은 방에서 업무를 보는 정조에게 신하들이 시원하고 넓은 방으로 옮기자고 건의하자, 정조는 논리적인 말로 이를 물리쳤다. '나는 괜찮다.'라는 정조는 말에는 무덥고 좁은 방에서 고생하는 신하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 

이러한 그의 모습은 나에게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것에 치중하여 감정형(F)과의 대화가 상당히 힘든 경우가 많았다. 교무회의 혹은 학년회의에서 나의 주장을 제시했다. 그에 반하여, 회의 시간에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면서, 회의가 끝나고 꿍시렁 거리는 동료 교사를 보면서, 속으로 좀비라고 비난했다. 앞에서 말할 용기가 없으면서, 뒤에서 꿍시렁 거리는 것이 좀비와 무엇이 다른가!

한편, 정조는 실천형(J)으로 강한 신념과 추진력으로 자신의 개혁을 이끌어갔다. 율곡 이이도 자신에 제시한 바른삶을 스스로 실천하면서 학문적 위업을 달성했다. 이러한 특성은 나에게서도 나타난다. 물론, 정조와 이이의 실천력에 비한다면 초라하지만 말이다. 생활기록부 작성을 비롯해서 업무를 틈틈히 계획을 스스로 세워서 추진했다. 그러니, 타 교사들이 나의 속도에 혀를 내두른다. 반면, 나는 겨울방학에 미뤄두었던 생활기록부를 작성하는 동료교사가 이해되지 않는다. 미리미리 계획을 세워둔다면, 생활기록부 작성이 보다 수월한데도 이를 하지 않는 그들이 답답할 뿐이다. 

9도 장원공 이이, 그를 떠올리면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다. 남들은 평생에 걸쳐 도전했지만, 합격의 영광을 누리지 못하고 저세상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9번이나 장원을 했다. 이에 대해서 김태형은 "그에게 과거 시험은 사회 불안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편"(163쪽)이었다고 진단한다. 아버지의 죽음 이후, 4차례나 과거시험에 도전하여 장원을 했다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부모가 떠난 후에 사회에 진출하기 위한 자신감을 얻기 위해서 그는 과거시험을 보았다. 마치, 대학시절, 혹은 사회에 나와서 자격증 시험에 도전하고, 자격증을 받고 나서는 즐거워한 나의 경험과 정확히 일치했다. 용기가 필요할 때, 나 자신도 할 수 있다는 능력을 입증하기 위해서 자격증에 도전했다. 그리고 성취감을 느끼며 나자신에게 말했다. '너는 괜찬은 놈이야, 할 수 있어.'라고...

전략가(INTJ) 유형은 인구의 2%에 불과할 정도로 희귀한 성격이다. 정조와 율곡 이이의 심리분석은 곧 나를 이해하는 과정이기도했다. 그들의 삶을 통해서 나를 반성해본다. 그리고 나를 다독이며 한마디 한다. '강나루! 넌 괜찬은 놈이야, 그런데, 사고(T)만 할 것이 아니라, 감정(F)도 느껴봐.'


2. 심리학, 역사의 진실을 보다.

이덕일의 '사도세자의 고백'을 읽으며, '과연 사도세자가 미치지 않았다는 그의 주장을 믿을 수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덕일의 '세상을 바꾼 여인들'이라는 책을 읽으며, 혜경궁이 남편보다는 당파를 선택했다는 설명을 읽고서는 이덕일의 주장이 믿어지지 않았다. 남편이 없으면 평생 혼자 살아야하는 조선시대에, 남편을 버리고 당파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가? 이를 이해할 수 있는 퍼즐 조각을 김태형이 제시했다. 

우선, 사도세자는 미쳤는가?라는 질문을 풀어보자, 김태형은 사도세자가 미치지 않았다는 근거로, 공적인 자리에서 사도세자의 정신병적 증세가 나타나지 않으며, 15세(조선왕조 실록), 혹은 18, 19세(한중록)에 갑자기 정신병이 발병했다는 기록 자체가 임상 심리학이나 정신병리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이덕일의 주장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덕일은 한중록을 사료 비판하면서, 한중록은 사도세자를 죽인 자신의 가문을 변명하기 위해서 저술되었음을 강조한다. 가문을 위해서 영조와 사도세자를 정신병자로 몰아버림으로서, 자신의 아버지가 사도세자 죽음에 관여한 범죄를 합리화하려했다는 것이다. 이덕일이 동북항일연군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며, 조선시대 비전공자라며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말을 떠올리며 이덕일의 놀라운 통찰력에 감탄한다. 그렇다면, 사도세자가 미쳤다는 기록은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영조실록'이 1757~1758년에 사도세자의 정신병증세가 부쩍 심해졌다고 기록한 것은 아마도 사도세자에게 너무나 불리하게 조성된 인적 환경 때문이었을 것이다."-29쪽


김태형과 이덕일의 주장은 정확하게 일치했다. 그렇다면, 자신의 가문과 당파를 위해서 남편을 버린 혜경궁 홍씨의 심리를 어떻게 설명해야할까? 김태형은 혜경궁을 파파걸이라고 말한다. 건강한 단독자로 세상을 살아가지 못하고 아버지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존재가 혜경궁 홍씨였다. 그러한 그녀가 결혼하고 남편과 아버지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당할 때, 그녀는 남편을 버리고 아버지를 선택했다. 남편을 살리기 위해서 여성에게 약한 영조 앞에서 어린 정조를 부둥켜 않고 눈물로 호소했다면, 남편은 살아날 수도 있었다. 그녀는 매정했다. 심지어 왕위에 즉위한 정조를 암살하려한 자들을 조사해서 처벌하려할 때, 혜경궁 홍씨는 단식투쟁까지 하며 이를 막아섰다. 역모에 연루된 자신의 가문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아들을 지지하고 이해하기 보다는 자기 가문에 타격이 올 것만을 걱정'한 사람이 바로 혜경궁 홍씨였다. 

건강한 단독자로 세상을 살아갈 수 없는 존재와 결혼한다면 그 비극은 이러한 결말을 맺게 된다. 사실, 극단적 마마걸과 사귀어 보았던 나로서는, 그 사귐이 결혼에 이르지 않은 것에 안도감이 든다. 요즘, 파파걸, 마마보이가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판 사도세자가 탄생할 수 있지는 않을까? 건강한 자녀 양육이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3. 심리학, 인간의 마음을 보다.

어느 교육청에서 유대인 밥상머리 교육을 예로 제시하며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학부모교육을 했다. 이를 본 어느 기자는 교육청을 비난하는 기사를 썼다.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교육청이 반성과 대책을 내놓기 보다는 가정탓을 한다는 요지의 기사였다. 그런데,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다보면, 학교에서의 교육보다 생애 초기의 가정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다. 이것은 영조와 연산군, 허난설헌, 폐비 윤씨 등의 역사적 인물의 사례에서도 증명된다. 

영조와 연산군의 공통점이 무엇인지 아는가? 병든 자아를 가졌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괴팍한 성격의 영조는 어머니의 출신이 낮다는 열등감에 휩싸였으며, 형을 독살했다는 협의를 받고 있다. 그의 이러한 병든 자아는 결국 자신의 아들을 뒤주 속에 넣어 죽였다. 이러한 사실은 비단 이덕일의 책에서만 서술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다른 학자들의 책에서도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사도세자의 죽음은 그의 폭주를 막는다. 


  "그의 죽음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폭주하던 영조를 멈춰세웠다. (중략) 영조의 무의식은 극도로 증오하던 아들이 죽고 나자 문득 깨달았을 것이다. 자신이 중오한 대상은 아들이 아니라 죄의식과 열등감으로 일그러진 바로 자기 자신임을"-56쪽


가장 소중한 아들의 생명을 거두고 나서야 영조는 폭주를 멈추고 개혁의 길을 본격적으로 가게 된다. 영조의 경우는 너무도 큰 희생을 치루긴 했어도, 그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러나, 연산군의 사례는 그러하지 않다. 연산군의 비극의 시작은 계유 정난에서 부터 시작된 죄과의 결과였다. 가장 직접적으로는, 과부트리오(정희왕후, 소혜왕후(인수대비), 안순왕후)와 마마보이 성종에게서 그 원인을 찾는다. 안순왕후는 아들 제안대군의 부인을 두번씩이나 내쫓았고, 소혜왕후는 아랫사람에게 살벌하게 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국법을 어긴 수하를 비호하고, 정당하게 법집행을 한 수령을 벌주었다. 저자 김태형은 이들 과부 트리오의 심리를 '병든자아'라고 규정한다. 결국, 병든 자아를 가진 과부 트리오는 집안이 한미한 폐비 윤씨를 내쫓으려 성종을 부채질한다. 마마보이 성종은 과부 트리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폐비 윤씨를 내쫓고 그녀에게 사약까지 내린다. 

단독자로 홀로 서지 못하는 마마보이 성종은 자신의 아들을 조선 최고의 폭군으로 만들었다. 어린아이(ENFP) 성격유형을 가진 연산군은 마마보이로 자라난다. 죽음의 공포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서 과부 트리오에게 의존하고, 훈구파의 눈치를 본다. 그러나 인수대비가 죽자, 그는 폭주하기 시작한다. 2번의 사화를 거치면서 그는 무절제한 삶을 살아간다. 어린아이 유형의 성격을 가진 연산군은 연예인이 되었다면 탁월한 스타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제대로 된 부모를 만나지 못했고, 성격에 맞지 않는 왕이 되어서 불행한 삶을 살게 된다. "왕비가 칠거지악을 지었으면 버리면 그만이지 왜 꼭 죽여야했는가?"(357쪽)라는 연산군의 절규는 건강한 가정만이 행복한 인간을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해 준다. 

비단, 영조와 연산군의 사례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제대로 사랑을 받지 못한 허균과 허난설헌이 비극적 삶을 살아야했던 것도 행복한 가정 환경이 그들에게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머니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지 못한 허난설헌과 허균이 어머니의 품이 아니라 비현실적인 신선세계를 동경하거나, 율도국 건설을 꿈꾼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판타지와 SF 영화 속 히어로 물에 빠져들고 있는 우리를 보면서, 어쩌면 허난설헌과 허균의 가정에서 벌어졌던 비극이 우리사회에도 만연하지 않는지 우려해본다. 



  "어머니 관계가 나쁜이는 혁명의 낙오자가 되지만, 아버지 관계가 나쁜 이는 혁명의 배신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269쪽)라고 김태형은 말한다. 행복한 가정, 사랑스럽고 따뜻한 부모가 되지 않는다면, 이 사회를 행복하고 아름답게 만들 수 없다. 무기력한 아버지 이원수 밑에서 자라난, 율곡 이이는 집요하게 선조를 설득해서 개혁을 완수하지 못했다. 가정의 행복은 이뤘지만, 국가의 개혁을 이뤄내지 못하고 그는 죽었다. 그 댓가는 참혹했다. 누나 매창과 부인은 왜적에게 죽임을 당하고 국토는 황폐화되었다. "국가 차원에서 화목한 대가정을 건설하는데 실패한다면, 개인 차원의 화목한 대가정도 마을 차원의 이상촌도 실현이 불가능"(200쪽)하다는 진리를 율곡 이이의 사례는 보여준다. 밥상머리 교육의 중요성! 행복한 가정의 중요성을 절감한다. 한국 사회를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개개인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의 관심과 조력이 필요하다. 이번 대선 후보들은 이에 대한 관심과 정책을 마련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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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22-01-20 23: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사료에서는 사도세자가 닥치는대로 주변 사람들을 죽였다고 기록되고 김복준 교수님의 해석은 사도 세자가 오늘날 보면 연쇄 살인범이다라고 하시더라구요. 이런 저런 해석 읽으면서 역사를 알아갑니다.

mini74 2022-02-10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글 재미있게 읽은 기억납니다. 축하드려요 *^^*

강나루 2022-02-11 14:46   좋아요 1 | URL
mini74님, 고맙습니다.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이하라 2022-02-10 18:5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축하드립니다^^

강나루 2022-02-11 14:46   좋아요 0 | URL
이하라님, 감사합니다.
풍성한 주말 보내세요.

서니데이 2022-02-10 22: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강나루 2022-02-11 14:46   좋아요 2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bookholic 2022-02-12 0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 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늘 좋은 책 소개 고맙습니다...

강나루 2022-02-12 07: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2-12 06: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주말과 휴일 보내세요!

강나루 2022-02-12 07:3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thkang1001 2022-02-12 09: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강나루님! 감사합니다!
 
대사와 함께 떠나는 소아시아 역사문화산책 - 터키에서 본 문명, 전쟁 그리고 역사 이야기
조윤수 지음 / 렛츠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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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접종을 했을 즈음부터 읽기 시작했다. 소아시아사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책은 예상외로 불친절했다. 해당 유적지를 방문한다면, 방문지에 대한 지도를 친절하게 제시해야했다. 그러나, 불친절한 커다란 지도를 한장 제시할 뿐, 해당 유적지가 터키의 어느 부분에 위치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 인터넷에 신세를 져야했다. 가볍게 읽을 수는 있지만, 불친절한 자료제시에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 

한가지 위로라면, 조윤수 대사가 제시한 사진 자료를 통해서 미처 알지 못한 소아시아의 다양한 유물 유적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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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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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는 금기가 있다. 예전에는 색깔론에 대해서 맞서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 색깔론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자,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시각이 금기가 되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 자체자 금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금기가 생겨났다. 조국을 옹호하는 발언 자체가 금기가 되었다.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도 숨죽였다. 이 사회의 금기를 깰 용기가 없었다. 단지 조국 교숙가 쓴 '조국의 시간'을 구입하며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조국 가족을 멸문지화의 위기로 몰아 넣은자가 야권의 강력한 대권후보가 되었다. 그의 민낯을 드러내는 연속된 실언과 망언이 계속되면서 다시 조국을 떠올렸다. 이제 '조국의 시간'을 읽을 용기가 생겨났다. 조국이 하고 싶었던 말! 내가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새겨 들어야하는 말들을 이제 읽어보자.


검찰개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었다. 정치 보복의 칼날 앞에서 쓰러져야만 했던 바보 노무현을 떠나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중에 나도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그의 운구행렬을 바라보며, 투표로 복수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박근혜가 정권을 재창출하면서 투표로 복수하자는 외침은 이뤄지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면서 비로서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 박영수 특권은 칼날을 휘둘렀다. 정의가 바로 선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박영수 특검에서 활약하던 윤석렬이 검찰총장이 되면서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그 가시밭길을 조국일가는 온 몸으로 걸어야했다.

국감장에서 '혹시 조직을 사랑합니까'라는 질문에 '대단히 사랑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혹시 사람에게 충성하는거 아니에요'라는 질문이 이어지자, '저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라고 답했다. 여기서 조직이 검찰이라는 사실을 나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보수 정치인에 대해서는 사정의 칼날을 감추고, 조국을 비롯한 진보진영에게는 '인디언 기우제'식의 수사가 이뤄졌다. 그 가시밭길 속에서 수구 언론이 나팔수 역할을 했다. 언론의 무차별적 조국 비난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S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조국을 비난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그들의 논리는 '공정'이었다. 진보지식인이 사회적 특권을 이용해서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켰고, 이것이 공정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그래, 명문대를 진학하지 못한 이땅의 흑수저들은 그러한 비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명문대생은 조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진학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그 시절에는 부모를 통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이 대부분 이뤄졌다한다. 조국만이 아니고, 강남만의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의 폐해로 인해서 체험학습이 생기부에서 삭제되고, 해외봉사활동이 입력불가가되었다.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부모의 인간관계를 이용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이 조국가족 이외에는 없었을까? 입시현실에 무지한 기자, 혹은 한쪽눈만 뜬 기레기들이 조국을 천하의 범죄자로 만들었다. 진보인사에게만 가혹한 도덕의 칼날에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부유한 집안의 서울대학교 교수인 조국! 그가 시류에 영합하여 편히 살려했다면 그의 가족은 영화를 누리며 달콤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왜? 검찰 개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을까?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랜 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265쪽

  "상설조직과 자체수사 인력을 갖춘 공수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MB는 대선전, 적어도 취임전 기소되었을 것이다."-117쪽


조국은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조국은 가족을 희생양으로 내 놓아야했다.

언론 검찰, 보수시민들의 조리돌림 속에서도 그는 죽지않았다. 살아서 우리에게 왔다. 사실 조국 사태 속에서 조국이 제2의 노무현이나, 제2의 노회찬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제발 그가 살아서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고대했다. 만주의 항일무장투쟁을 공부하면서, '생존이 최고의 투쟁인 시기'라는 표현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랬다. 조국에게 이 시간은 생존이 가장 큰 투쟁의 성과였다. 그가 살아서 '조국의 시간'을 썼다. 그의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되새긴다. 조국! 살아 돌아와서 고마워요!

조국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조형근 선생의 말을 해주고 싶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져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359쪽


조국은 강남의 금수저인 자신이 진보 지식인으로 활약하면서도,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점을 이 책에서 반성한다. 일부 시민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도덕군자처럼 조국이 살길 바랬나보다. 이들은 너무도 순진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선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 속세를 버리고 산사로 들어가 홀로살아간다한들, 어찌 때가 묻지 않겠는가? 고려시대 사찰에서도 국왕을 따르는 승려와 문벌귀족을 따르는 승려 사이의 다툼이 있었다. 

단지 우리는 옷에 구정물이 튀어도 이를 부끄럽게 여기며,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떳떳하게 살아가려 노력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유혹에 고뇌하는 나약한 존재가 우리이다. 그러나, 우린 염치가 있고, 부끄러움을 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세력과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의 옷에 구정물이 묻었다고 우리를 버리고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세력을 선택한다면, 결론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조국은 재기할 수 있을까? 15년전, 공개 강좌에서 한 시민이 "'조국이 대통령감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대통령에 도전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라고 질문했다. 그때, 조국 교수는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겸손한 사람,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 약자를 보듬어주려는 사람! 그 사람이 조국이다. 조국에게는 할일이 남아있다. 조국이 가족을 제물삼으며 공수처의 출발을 고대했지만, 공수처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염치없지만, 조국에게 다시 정치로 뛰어들기를 부탁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국이 복권되어 다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 박근혜 처럼 대통령의 사면령이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깊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조국! 그는 언제쯤 복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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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나루 2022-01-13 16:16   좋아요 1 | URL
그때를 떠올리며 읽었더니 금새 다읽었습니다.
로스쿨가는 따님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겠네요.

성은이감사 2022-07-19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윤석열이 조직에 충성한다고는 증언한적은 없지요. 사랑합니까 물으니 예라 답 했을뿐. 본인의 기억왜곡은 좀 빼주세요

강나루 2022-07-20 04:15   좋아요 0 | URL
사람의 기억에 부분적 왜곡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서 확인하고 급히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 그들만의 사랑법을 발명한 연인들의 역사
김형민 지음 / 어마마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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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발명을 할 수있을까?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라는 쌕시한 제목의 책을 팟캐스트'내일을 여는 역사'를 통해서 처음 들었을 때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질문이다. '발명'이란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부터 이미 있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사랑은 발명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커플들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이 있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때마다 새로운 사랑이 발명되는 것은 아닐까?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에 실린 30편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은 발명된 사랑을 살펴보자.


1. 상처 받은 영혼의 사랑

'24시간 돌아다닌다'라는 말을 할 때, '제 이사도라야'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이사도라 던컨은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수많은 남성들을 만나서 세상을 헤메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아이를 자동차 사고로 저 세상에 먼저 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남성은 자신의 자녀를 닮은 예세닌이었다. 이사도라 던컨보다 18살이나 어린 남성과 사랑에 빠진 것은 그를 통해서 자녀를 만나고 싶은 이사도라 던컨의 어긋난 사랑 때문이다. 그 어긋난 사랑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예세닌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정신병원에 갖히는 신세가 되었고, 예세닌은 동맥을 끊는다. 

이사도라 던컨은 왜? 한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했으며, 진정으로 사랑한 남성을 비극으로 보내야했을까?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배운 나로서는 그녀의 어린시절의 비극을 원인으로 말하고 싶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와 철학자 강신주는 어린시절이 불행한 사람은 행복해 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싫었고, 술주정뱅이 남편이 싫어서 이혼했는데, 재혼한 남성이 술주정뱅이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려서 불행한 사람은 그 불행에 익숙해져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을 불러들인다. 이사도라 던컨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지 못했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갖혀서, 결혼을 한다하더라도 이혼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한남자의 여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사랑하는 남성을 선택하는 정면대결 보다는 남성이 자신을 버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남성을 버리는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사랑하는 자녀를 저 세상에 보내고 나서는, 자녀에게 해주지 못한 사랑을 예세린에게 쏟아붓는 잘못된 사랑을 한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아버지로서의 삶의 무게를 알았다. 오늘 우리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자녀의 미래 행복을 결정한다. 한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부모로 부터 받지 못한, 사랑에 고픈 자들이었다.


2. 가면을 사랑하는 사람.

TV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예인을 할머니들이 꾸짖고 욕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배우가 실제 삶에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과 배우가 만난다면, 그들은 행복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은 은막위의 화려한 삶보다는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랬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히틀러를 피해서 미국에 정착했고, 헐리우드의 영화 산업은 그녀를 은막위의 화려한 스타로 만들었다. 평범한 어머니로서, 아내로 살길 바랬던 그녀와는 달리,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 도티는 그녀가 현실에서도 은막위의 화려한 삶을 살기를 바랬다.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평범한 스위트홈을 꿈꾸자, 안드레아 도티는 바람을 피운다. 결국 그녀의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이한다. 어쩌면 그녀가 영화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행복했을 수도 있었다.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러한 불행을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는데 있다. 그녀는 유니세프의 대사로 활동하면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녀의 뜻을 이어받아 '오드리 헵번 재단'은 세월호에서 꺼져간 생명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기억의 숲'을 조성했다.

현실에서 만난 남자들은 오드리 헵번의 가면을 사랑했다. 오드리 헵번은 영화속 가면을 벗고 진정한 사랑을 원했다. 오드리 헵번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인류애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인류애는 우리의 세월호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다. 


3. 동지와 연인의 사랑.

부부이지만, 삶의 가치관이 달라서 갈등을 겪는 부부가 많다. 사랑할 때는 안보이던 것이 결혼하고 나서는 보이기 시작해서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문익환과 박용길, 이수자와 윤이상, 김병곤과 박문숙, 임화와 지하련의 사랑은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의 사랑이야기이다. 

동지와 연인의 삶을 살았던 연인 중에서 김병곤과 박문숙의 사랑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의 재판장에서, "검찰관님,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패기를 보인 김병곤의 뒤에는 박문숙이라는 철의 여인이 있었다. "군부독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군부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 투쟁을 하는 남편을 위해서 옥바라지를 하는 것은 기본이요. 자녀들을 키우고, 가족이 없는 민주화 투사의 옥바라지까지했다. 결국 김병곤은 1990년 위암으로 두 딸과 아내를 남기고 저세상으로 간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여기에서 쓰러졌을 것이다. 그녀가 여기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한들, 그 누가 그녀를 나무라겠는가?

김희숙은 다시 일어선다. 생활협동조합운동 간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사료관장, 녹색환경운동 이사장을 맡으면서 남편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루어갔다. 결국, 그녀도 위암으로 남편의 뒤를 따라간다. 

셍떽쥐베리가 부부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이다. 라는 말을 했다. 김병곤과 박문숙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랑을 이어온 존재이다. 두사람의 사랑은 이번생에서도 다음생에서도 이어지지 않을까?


4. 집착과 아집의 사랑.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사랑은 건강한 사랑이었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짐승과도 같은 헬렌 켈러를 헌신적인 설리번 선생님이 가르쳐서 장애를 이겨냈다는 감동적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설리번 선생님을 진정한 참스승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저자 김형민은 설리번 선생님이 고아였다는 사실과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비로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사실 헬렌 켈러가 홀로 설수 있는 길을 설리번 선생님이 막아섰다. 그것은 헬렌 켈러의 사랑을 설리번이 가로막은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설리번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피터라는 남성과 헬렌 켈러는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장님이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없다는 선입견에 헬렌 켈러의 어머니와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의 사랑을 가로 막는다. 결국, 헬렌 켈러는 사랑을 떠나 보내야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가 홀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결국,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니체는 "아직도 나의 제자로 남아있는 제자보다 더 나쁜 제자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 임제스님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고 했다.(살불살조(殺佛殺祖)) 니체와 임제 스님이 그토록 강조했던 것이 무엇이겠는가! 제자는 스승을 뛰어 넘어야만 스승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래서 니체는 자신의 제자로 남아있으려는 제자를 질타했으며, 임제스님은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리번 선생님은 제자가 떠나갈 것을 두려워했다. 제자가 자신을 뛰어 넘을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헬렌 켈러가 행복해지는 길을 가로막았다. 진정한 사랑은 소유하려해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설리번 선생님은 알지 못했다. 


'사랑고 발명이 되나요?'라는 책에는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물이 차오르는 타이타닉호에서 노부부가 두손을 꼭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서부터, 방사능 덩어리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남편의 붕대를 갈아주며 입술을 맞추는 아내의 이야기까지, 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사랑이야기를 감상하며, 나는 어떠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어떠한 반려자로 기억되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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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경칠서 육도.삼략 문화문고 22
성백효 옮김 / 전통문화연구회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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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기본은 무엇일까? 나는 적을 속이는 '궤도(詭道)'라고 생각했다. 손자병법에 전쟁은 속이는 것이라하지 않았던가! 그러했기에, 대학시절, 손자병법을 읽으면서 구체적인 속이는 방법 즉, 궤도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기에 실망을 많이했다. 삼국지에 나오는 다양한 책략과 적을 속이는 방법을 배우고 싶었다. 그래서 손빈병법도 읽어보았다. 그러나, 손빈병법에는 구체적인 진법에 대한 설명은 나오지만, 구체적으로 적을 속이는 방법을 알려주지는 않았다. 


  사회에 나와서 여러 책들을 읽으며 나의 견문과 식견을 넓혔다. 그러던중 만난 것이 바로 '36계'라는 병법서이다. 이 책은 내가 바라던 적을 속이고 전쟁에서 이기는 구체적인 방법 36가지가 제시되었다. 재미있게 36계를 읽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허전했다. 온갖 권모술수로 적을 이길 수 있다면, 조조가 삼국을 통일해야했다. 그러나, 조조의 자손이 세운 위나라도 결국은 사마씨의 진나라에 멸망하고, 진에 의해서 삼국이 통일되지 않았던가! 

  병법서에 대한 나의 갈증은 조선시대, 무과 시험교재였던 무경칠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그 책들 중에서 '육도 삼략'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태공망과 문왕, 무왕과의 대화를 적은 육도와, 태공망의 저서로 알려져 있는 삼략을 읽어본다면, 36계를 읽으며 느꼈던 허전함을 채우지 않을까? 라는 기대감이들었다. 

  '육도삼략'은 보통의 병법서와는 달랐다. 손자병법이 전쟁과 전략, 전술의 원리를 적어 놓았고, 손빈병법이 진법에 대해서 적어 놓았으며, 36계가 전쟁의 계책에 대해서 서술했다면, '육도삼략'은 치국에 대해서 서술하고 있다. 물론, 육도에 적을 공격하고, 적의 공격으로 부터 방어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있다. 그렇지만, '육도 삼략'에는 다른 병법서에는 나와 있지않은 치국의 도에 대해서 자세히 서술되어있다. 육도의 문도와 무도, 삼략의 대부분의 내용이 치국의 내용이다. 한번 그 자세한 내요을 살펴보자.


  "천하는 군주 한 사람의 천하가 아니요. 바로 천하 사람들의 천하이니, 천하의 이로움을 함께하는 군주는 천하를 얻고, 천하의 이로움을 독차지하는 군주는 천하를 잃습니다."-21쪽


  지금으로부터 3천년전, 이미 군주 독재를 경계해는 내용이 병법서에 쓰여져있다. 군주 혼자서 독재를 하지 말라는 이러한 내용은 현대의 정치가들도 귀를 귀울여야하는 내용이다. 그뿐이아니다. 군주의 사치와 향략을 경계하기도 한다. 


  "요임금이 (중략) 궁궐의 담과 지붕과 방을 곱게 칠하여 꾸미지않고 (중략) 띠풀과 찔래가 들에 가득하였으나 제거하지 않았습니다. 사슴 갖옷으로 추위를 막고 삼베옷으로 몸을 가리며, 겇친 좁쌀로 밥을 지어먹고 머위와 콩잎으로 국을 끌였으니"-23쪽


 위의 글은 요임금 시기가 신석기 시대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그 시대상을 끌여들여, 청동기 시대인 주나라의 현실에 대입한, 무리한 주장이라고 평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군주의 사치와 향략을 경계했다는 점에서 자못 놀라운 내용이 병법서에 적혀있다는 점은 분명히다. 

  지도자의 검소함에 이어서, 임금과 장수의 솔선 수범을 강조한 내용도 있다. 


  "장수가 진흙길을 갈때 먼저 수레에서 내려 걷고, 병사들이 모두 막사를 정해야 비로소 박사에 나아가고 병사들의 밥이 모두 지어져야 비로소 밥을 먹고"-75쪽


  요즘 유행하는 표현으로 '노빌레스오빌리쥐'를 강조하는 글이다. 눈이 많이 오던 겨울철에, 비상사태에 대비해서 전군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던적이있다. 그때 신문에 미국의 경우, 고위 군간부가 출근해서 상황을 파악하고 병사들은 쉬게하는데 반해서, 한국의 고위 군간부들은 집에서 쉬면서 병사들이 모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게 한다는 글이 보도된적이 있다. 고대의 병법서 '육도 삼략'에 따른다면, 우리의 군대는 지휘관들이 제대로 대처를 하고 있지 못한 경우이다. 


  어떠한가! '육도삼략'이 단순한 병법서로 보이는가? 육도 상당부분과 삼략의 대부분의 내용이 국내정치를 안정시키고 상대 국가를 어지럽게하는 방법을 제시한 치국의 책이다. 태공망은 알았던 것이다. 전쟁에서 이기는 가장 중요한 기본은 국내 정치를 바로잡아 안정시키는 것이다. 백성을 보살피고, 장군과 경대부, 그리고 왕이 스스로 솔선수범하며 바른 행동을 할때, 정치는 안정된다. 정치가 안정되어야, 백성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할 수 있다. 백성이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해야 국가 경제가 좋아진다. 국가 경제가 좋아져야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 태평양 전쟁에서 전체주의 국가 일본이 패망하고 민주주의 국가 미국이 승리할 수 있었던 근본적이 이유는 바로 국내 정치의 안정에 있었던 것이다.!! '육도삼략'은 단순히 적을 속이는 방법을 알려주는 병법서가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바른 도를 알려주는 통치술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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