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발명이 되나요? - 그들만의 사랑법을 발명한 연인들의 역사
김형민 지음 / 어마마마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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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도 발명을 할 수있을까?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라는 쌕시한 제목의 책을 팟캐스트'내일을 여는 역사'를 통해서 처음 들었을 때 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간 질문이다. '발명'이란 없었던 것을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사랑은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하면서 부터 이미 있었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사랑은 발명할 수 없다. 그러나, 사랑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지구상의 수많은 커플들 숫자 만큼이나 다양한 사랑이 있고, 새로운 사랑이 시작될때마다 새로운 사랑이 발명되는 것은 아닐까? '사랑도 발명이 되나요?'에 실린 30편의 사랑 이야기 중에서 인상 깊은 발명된 사랑을 살펴보자.


1. 상처 받은 영혼의 사랑

'24시간 돌아다닌다'라는 말을 할 때, '제 이사도라야'라는 말을 흔히들 한다. 이사도라 던컨은 한 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하고 수많은 남성들을 만나서 세상을 헤메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아이를 자동차 사고로 저 세상에 먼저 보낸다. 그리고 그녀의 눈에 들어온 남성은 자신의 자녀를 닮은 예세닌이었다. 이사도라 던컨보다 18살이나 어린 남성과 사랑에 빠진 것은 그를 통해서 자녀를 만나고 싶은 이사도라 던컨의 어긋난 사랑 때문이다. 그 어긋난 사랑은 비극으로 끝을 맺는다. 예세닌은 폭력적인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정신병원에 갖히는 신세가 되었고, 예세닌은 동맥을 끊는다. 

이사도라 던컨은 왜? 한남자에게 정착하지 못했으며, 진정으로 사랑한 남성을 비극으로 보내야했을까? 여러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배운 나로서는 그녀의 어린시절의 비극을 원인으로 말하고 싶다. 프로파일러 배상훈 교수와 철학자 강신주는 어린시절이 불행한 사람은 행복해 지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해야한다고 말한다. 술주정뱅이 아버지가 싫었고, 술주정뱅이 남편이 싫어서 이혼했는데, 재혼한 남성이 술주정뱅이인 경우가 의외로 많다. 어려서 불행한 사람은 그 불행에 익숙해져 있기에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불행하게 만든 사람을 불러들인다. 이사도라 던컨은 성적으로 자유분방한 아버지 밑에서 행복한 가정생활을 하지 못했다. 불행한 어린 시절에 갖혀서, 결혼을 한다하더라도 이혼을 당할 것을 두려워하여 한남자의 여인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불행한 어린 시절을 딛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사랑하는 남성을 선택하는 정면대결 보다는 남성이 자신을 버리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남성을 버리는 쉬운 길을 선택한 것이다. 결국, 사랑하는 자녀를 저 세상에 보내고 나서는, 자녀에게 해주지 못한 사랑을 예세린에게 쏟아붓는 잘못된 사랑을 한다. 

교육학과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아버지로서의 삶의 무게를 알았다. 오늘 우리 부부가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우리 자녀의 미래 행복을 결정한다. 한사람에게 정착하지 못하는 바람둥이들은 진정한 사랑을 부모로 부터 받지 못한, 사랑에 고픈 자들이었다.


2. 가면을 사랑하는 사람.

TV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은 연예인을 할머니들이 꾸짖고 욕하는 경우가 있다. 드라마나, 영화속의 배우가 실제 삶에서도 그러한 삶을 살아갈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과 배우가 만난다면, 그들은 행복한 사랑을 이룰 수 있을까?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은 은막위의 화려한 삶보다는 평범한 삶을 살길 바랬다. 히틀러가 정권을 잡지 않았다면 그녀는 평범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녀가 히틀러를 피해서 미국에 정착했고, 헐리우드의 영화 산업은 그녀를 은막위의 화려한 스타로 만들었다. 평범한 어머니로서, 아내로 살길 바랬던 그녀와는 달리, 그녀의 남편 안드레아 도티는 그녀가 현실에서도 은막위의 화려한 삶을 살기를 바랬다. 오드리 헵번이 자신의 기대와는 다른 평범한 스위트홈을 꿈꾸자, 안드레아 도티는 바람을 피운다. 결국 그녀의 결혼 생활은 파국을 맞이한다. 어쩌면 그녀가 영화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오히려 더 행복했을 수도 있었다.

만인의 여인 오드리 헵번이 아름다운 이유는, 이러한 불행을 인류에 대한 사랑으로 승화시켰다는데 있다. 그녀는 유니세프의 대사로 활동하면서 기아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돕기 위해서 노력한다. 그녀의 뜻을 이어받아 '오드리 헵번 재단'은 세월호에서 꺼져간 생명들을 추모하기 위해서 '기억의 숲'을 조성했다.

현실에서 만난 남자들은 오드리 헵번의 가면을 사랑했다. 오드리 헵번은 영화속 가면을 벗고 진정한 사랑을 원했다. 오드리 헵번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는 자신의 소망을 인류애로 승화시켰다. 그리고 그녀의 인류애는 우리의 세월호 아이들에게도 전해졌다. 


3. 동지와 연인의 사랑.

부부이지만, 삶의 가치관이 달라서 갈등을 겪는 부부가 많다. 사랑할 때는 안보이던 것이 결혼하고 나서는 보이기 시작해서 갈등으로 이어진다. 그런데, 이 책에 소개된 문익환과 박용길, 이수자와 윤이상, 김병곤과 박문숙, 임화와 지하련의 사랑은 사랑하는 존재이면서 같은 길을 가는 동지의 사랑이야기이다. 

동지와 연인의 삶을 살았던 연인 중에서 김병곤과 박문숙의 사랑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 사건의 재판장에서, "검찰관님, 재판장님,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라는 패기를 보인 김병곤의 뒤에는 박문숙이라는 철의 여인이 있었다. "군부독재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군부 독재에 맞서서 민주화 투쟁을 하는 남편을 위해서 옥바라지를 하는 것은 기본이요. 자녀들을 키우고, 가족이 없는 민주화 투사의 옥바라지까지했다. 결국 김병곤은 1990년 위암으로 두 딸과 아내를 남기고 저세상으로 간다. 보통의 여인이라면 여기에서 쓰러졌을 것이다. 그녀가 여기에서 보통의 삶을 살아간다한들, 그 누가 그녀를 나무라겠는가?

김희숙은 다시 일어선다. 생활협동조합운동 간부, 민주화운동 기념사업회 사료관장, 녹색환경운동 이사장을 맡으면서 남편이 이루지 못한 일들을 이루어갔다. 결국, 그녀도 위암으로 남편의 뒤를 따라간다. 

셍떽쥐베리가 부부는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존재이다. 라는 말을 했다. 김병곤과 박문숙 부부는 같은 곳을 바라보며 사랑을 이어온 존재이다. 두사람의 사랑은 이번생에서도 다음생에서도 이어지지 않을까?


4. 집착과 아집의 사랑.

헬렌 켈러와 설리번 선생님의 사랑은 건강한 사랑이었을까?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짐승과도 같은 헬렌 켈러를 헌신적인 설리번 선생님이 가르쳐서 장애를 이겨냈다는 감동적 이야기를 기억한다. 그러면서 우리는 설리번 선생님을 진정한 참스승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저자 김형민은 설리번 선생님이 고아였다는 사실과 헬렌 켈러의 가정교사를 하면서 비로소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었다는 사실을 지적한다. 사실 헬렌 켈러가 홀로 설수 있는 길을 설리번 선생님이 막아섰다. 그것은 헬렌 켈러의 사랑을 설리번이 가로막은 것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설리번 선생님이 자리를 비운 사이, 피터라는 남성과 헬렌 켈러는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장님이 자녀를 낳아 기를 수 없다는 선입견에 헬렌 켈러의 어머니와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의 사랑을 가로 막는다. 결국, 헬렌 켈러는 사랑을 떠나 보내야했다. 설리번 선생님은 헬렌 켈러가 홀로 설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 결국, 헬렌 켈러는 설리번 선생님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니체는 "아직도 나의 제자로 남아있는 제자보다 더 나쁜 제자는 없다."라는 말을 했다. 임제스님은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고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고 했다.(살불살조(殺佛殺祖)) 니체와 임제 스님이 그토록 강조했던 것이 무엇이겠는가! 제자는 스승을 뛰어 넘어야만 스승의 은혜를 갚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스승의 그늘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래서 니체는 자신의 제자로 남아있으려는 제자를 질타했으며, 임제스님은 스승을 만나면 스승을 죽이라고 했다. 그런데, 설리번 선생님은 제자가 떠나갈 것을 두려워했다. 제자가 자신을 뛰어 넘을 것을 볼 수가 없었다. 결국, 헬렌 켈러가 행복해지는 길을 가로막았다. 진정한 사랑은 소유하려해서는 안된다는 진리를 설리번 선생님은 알지 못했다. 


'사랑고 발명이 되나요?'라는 책에는 가슴 시린 사랑이야기가 많이 실려있다. 물이 차오르는 타이타닉호에서 노부부가 두손을 꼭잡고 서로를 위로하며 죽음을 맞이하는 이야기서부터, 방사능 덩어리가 되어버린 사랑하는 남편의 붕대를 갈아주며 입술을 맞추는 아내의 이야기까지, 너무도 감동적인 이야기가 많다. 재미있게 술술 읽히는 사랑이야기를 감상하며, 나는 어떠한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본다. 그리고, 나는 어떠한 반려자로 기억되고 있는지 반성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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