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의 시간 - 아픔과 진실 말하지 못한 생각
조국 지음 / 한길사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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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는 금기가 있다. 예전에는 색깔론에 대해서 맞서는 것 자체가 금기였다. 색깔론이 힘을 발휘할 수 없는 시대가 되자, 페미니즘에 반대하는 시각이 금기가 되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죽음을 둘러싸고 박원순 시장을 옹호하는 발언 자체자 금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금기가 생겨났다. 조국을 옹호하는 발언 자체가 금기가 되었다. 조국 사태가 발생했을 때, 나도 숨죽였다. 이 사회의 금기를 깰 용기가 없었다. 단지 조국 교숙가 쓴 '조국의 시간'을 구입하며 '나는 조국을 지지한다.'며 스스로를 위로했다. 조국 가족을 멸문지화의 위기로 몰아 넣은자가 야권의 강력한 대권후보가 되었다. 그의 민낯을 드러내는 연속된 실언과 망언이 계속되면서 다시 조국을 떠올렸다. 이제 '조국의 시간'을 읽을 용기가 생겨났다. 조국이 하고 싶었던 말! 내가 그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 우리 모두가 가슴속에 새겨 들어야하는 말들을 이제 읽어보자.


검찰개혁은 고 노무현 대통령의 꿈이었다. 정치 보복의 칼날 앞에서 쓰러져야만 했던 바보 노무현을 떠나 보내면서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다. 그중에 나도 있었다. 많은 시민들이 그의 운구행렬을 바라보며, 투표로 복수하자고 외쳤다. 그러나 박근혜가 정권을 재창출하면서 투표로 복수하자는 외침은 이뤄지지 않았다. 촛불혁명으로 문재인 정권이 탄생하면서 비로서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 박영수 특권은 칼날을 휘둘렀다. 정의가 바로 선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었다. 박영수 특검에서 활약하던 윤석렬이 검찰총장이 되면서 정의로운 세상이 될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그것은 가시밭길의 시작이었다. 그 가시밭길을 조국일가는 온 몸으로 걸어야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단지 조직에 충성할 뿐입니다.'라는 윤석렬의 명언을 우리는 기억한다. 여기서 조직이 검찰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미처 깨닫지 못했다. 보수 정치인에 대해서는 사정의 칼날을 감추고, 조국을 비롯한 진보진영에게는 '인디언 기우제'식의 수사가 이뤄졌다. 그 가시밭길 속에서 수구 언론이 나팔수 역할을 했다. 언론의 무차별적 조국 비난보도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S대를 비롯한 서울지역 대학생들이 조국을 비난하는 시위에 참석했다. 그들의 논리는 '공정'이었다. 진보지식인이 사회적 특권을 이용해서 자녀를 명문대에 진학시켰고, 이것이 공정에 어긋난다는 말이다.

그래, 명문대를 진학하지 못한 이땅의 흑수저들은 그러한 비난을 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명문대생은 조국을 비난할 자격이 있을까? 진학을 담당한 경험이 있는 분들의 말에 의하면, 그 시절에는 부모를 통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이 대부분 이뤄졌다한다. 조국만이 아니고, 강남만의 일도 아니다. 그리고 이러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의 폐해로 인해서 체험학습이 생기부에서 삭제되고, 해외봉사활동이 입력불가가되었다. 서울지역 대학에 진학한 학생들 중에서도 부모의 인간관계를 이용한 체험학습과 봉사활동이 조국가족 이외에는 없었을까? 입시현실에 무지한 기자, 혹은 한쪽눈만 뜬 기레기들이 조국을 천하의 범죄자로 만들었다. 진보인사에게만 가혹한 도덕의 칼날에 무슨말을 할 수 있을까?

부유한 집안의 서울대학교 교수인 조국! 그가 시류에 영합하여 편히 살려했다면 그의 가족은 영화를 누리며 달콤하게 살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가 왜? 검찰 개혁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을까?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랜 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습니다."-265쪽

  "상설조직과 자체수사 인력을 갖춘 공수처가 있었다면, 결과는 달랐을 것이다. MB는 대선전, 적어도 취임전 기소되었을 것이다."-117쪽


조국은 행동하는 지식인이다. 학자로서 지식인으로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 검찰개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깨달았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 자신의 모든 것을 던졌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 조국은 가족을 희생양으로 내 놓아야했다.

언론 검찰, 보수시민들의 조리돌림 속에서도 그는 죽지않았다. 살아서 우리에게 왔다. 사실 조국 사태 속에서 조국이 제2의 노무현이나, 제2의 노회찬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제발 그가 살아서 우리에게 돌아오기를 고대했다. 만주의 항일무장투쟁을 공부하면서, '생존이 최고의 투쟁인 시기'라는 표현을 인상 깊게 읽었다. 그랬다. 조국에게 이 시간은 생존이 가장 큰 투쟁의 성과였다. 그가 살아서 '조국의 시간'을 썼다. 그의 고민을 시민과 공유하며,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되새긴다. 조국! 살아 돌아와서 고마워요!

조국을 비난하는 사람들에게 조형근 선생의 말을 해주고 싶다. 


  "위선이 악이 선에 바치는 경배"

  "위선은 역겹지만 위선마져 사라진 세상은 야만이다."-359쪽


조국은 강남의 금수저인 자신이 진보 지식인으로 활약하면서도, 기득권을 버리지 못한점을 이 책에서 반성한다. 일부 시민들은 기득권을 버리고 도덕군자처럼 조국이 살길 바랬나보다. 이들은 너무도 순진하다. 현실에서는 절대 선의 존재는 있을 수 없다. 속세를 버리고 산사로 들어가 홀로살아간다한들, 어찌 때가 묻지 않겠는가? 고려시대 사찰에서도 국왕을 따르는 승려와 문벌귀족을 따르는 승려 사이의 다툼이 있었다. 

단지 우리는 옷에 구정물이 튀어도 이를 부끄럽게 여기며, 자신이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떳떳하게 살아가려 노력할 뿐이다. 그러면서도 현실의 유혹에 고뇌하는 나약한 존재가 우리이다. 그러나, 우린 염치가 있고, 부끄러움을 안다.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세력과는 엄연히 다르다. 우리의 옷에 구정물이 묻었다고 우리를 버리고 국민을 개, 돼지로 보는 세력을 선택한다면, 결론은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다.



조국은 재기할 수 있을까? 15년전, 공개 강좌에서 한 시민이 "'조국이 대통령감이다.' 라는 말을 많이 듣는데, 대통령에 도전하실 생각은 없으신지요."라고 질문했다. 그때, 조국 교수는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다고 겸손해했다. 겸손한 사람, 정의를 지키려는 사람, 약자를 보듬어주려는 사람! 그 사람이 조국이다. 조국에게는 할일이 남아있다. 조국이 가족을 제물삼으며 공수처의 출발을 고대했지만, 공수처에 걸었던 기대는 실망으로 되돌아 오고 있다. 염치없지만, 조국에게 다시 정치로 뛰어들기를 부탁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조국이 복권되어 다시 이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길 바란다. 박근혜 처럼 대통령의 사면령이면 끝나는 일이 아니라서 깊은 탄식이 터져나온다. 조국! 그는 언제쯤 복권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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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10 15: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강나루 2022-01-13 16:16   좋아요 1 | URL
그때를 떠올리며 읽었더니 금새 다읽었습니다.
로스쿨가는 따님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