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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와 오늘 대학 동창네 부부가 여주 강천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는 타운하우스에 방문했다. 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보게 돼서 너무 좋았다.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 기억을 재조립하고 또 새로운 추억들을 만드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장소를 흔쾌히 제공하고 또 친구들이 야영하다가 입 돌아갈까봐 민박집까지 잡아준 호스트 부부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혼자 갈 생각에 그전주에 두시간반짜리 트래픽을 경험한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근처 수원에 사는 기러기 아빠 친구 덕분에 아주 편하게 갈 수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의왕역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니, 수원 하행선이 지체된다고 한다. 뭐 되는 게 없구만 그래. 다행히 친구가 의왕역으로 픽업을 와서 차 얻어 타고 이번에는 다른 친구 한 명을 성대역으로 픽업하러 고고씽. 친구가 인생김밥집으로 명명한 <자연김밥>에서 유부김밥 네 줄을 사서 다음 코스인 별다방으로 이동. 그런 다음 최종 집결지인 지지대 휴게소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 난 그전에 의왕역스마일꽈배기에서 꽈배기를 사 갔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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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아니나 다를까 완전 꽉 막혔더라. 하긴 연휴의 첫날이니 오죽하겠냐만.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달려 여주에 도착. 남한강이 멀찌기 보이는 그들의 타운하우스는 정말 멋졌다. 별장 같은 느낌이랄까. 올해 2월에 인천집을 정리하고 이사왔다고 하는데, 잘 꾸며 놓고 살더라. 그 집은 동물애호가들이 많아서인지 댕댕이 두 마리에 냥이 세 마리가 있더라. 역시 댕댕이들은 마당에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나 보다. 힘 좋은 리트리버 녀석이 계속해서 들이대는 바람에 나의 옷은 온통 개털천지가 되었다. 요즘 털갈이 시즌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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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집안장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이었달까. 땡땡의 패널이 있어서 물어 보았더니, 자기랑 큰딸이 땡땡을 좋아한다고. 술장고 옆에는 여행지에서 사온 자석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나의 초라한 설렉션과 너무 비교가 되더라. 그게 먼지가 많이 끼고 그래서 생각보다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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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툼한 통삽겹살과 소시지부터 시작해서, 그야말로 한상 잔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전의 용사들답게, 숱한 막걸리와 조지아 와인 그리고 소맥을 말아 대면서 말이지. 시간이 그렇게 흘렀건만 기력은 쇠하지 않았고, 전투력은 밤이 깊어갈수록 불타 올랐다. 서로 가장 먼저 뻗는 1호가 될 수 없다면 버팅기는 장면들이 왜 그렇게 웃기던지. 이건 멜론 하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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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리를 얹은 감튀. 친구 녀석 하나는 계속해서 감튀에서 카레맛이 난다며.
니 벌써 취했나. 다시 봐도 침이 도는구만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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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첫 엠티에서는 요리를 못한다고 그렇게 구박 먹던 친구들이 이제는 베테랑 요리사로 변신해서 다양한 요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새우 감바스까지!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빵을 새우 감바스 베이스로 깐 올리브 기름이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이거 순 먹으러 온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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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까지 불멍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우리는 친구가 빌려준 민박집으로 향했다. 게스트가 10명이나 되다 보니, 수용 인원이 넘쳐서 원래는 집마당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전에 장렬하게 전사한 1호와 2호는 마루에 그리고 여성동지들은 게스트룸에서 자기로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민박집으로 고고씽. 길가다 만난 어느 교수님은 자기 집에 방이 많이 굳이 돈 쓰지 말고 당신 집에서 자고 가라신다. 세상에나 인심도 좋으셔라,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리나케 씻고 메인 캠프로 이동. 아침 준비로 분주했다. 어제 미처 못 먹은 유동골뱅이를 먹어야 한다고, 아침댓바람에 골뱅이 무침이 상에 올라왔다.
다도를 한다는 친구가 식사 뒤에는 차를 끓여서 모두에게 대접해 주었다. 세상 고급진 엠티가 아닐 수 없었다. 무려 세 종류의 차를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비가 온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마당에 펼쳐둔 캠핑 의자들을 수거해서 철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목감에 사는 친구에 데려다 준다고 해서 아주 편하게 집에 올 수가 있었다. 장거리 여행 때는 내가 만날 운전을 해서 피곤했었는데 세상 편한 엠티였다.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로 가져간 6권의 책들은 한 친구에게 몰빵으로 안겨 주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나 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이 시간들이 그렇게 추억으로 각인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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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어먹은 책 총 6권 > (목표치 9% 달성)
4.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라헐 판 코에이
5. 우물과 탄광 / 진 필립스
6.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7. 댄싱 대디 / 제임스 굴드-본
8.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알랭 제르보
9.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 파트릭 모디아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