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일 목요일.

시간 한 번 잘 가는구나 그래. 어느새 10월도 중순으로 치닫고 있는 중이다.

오늘은 참 날이 좋았다. 약간 덥기도 한 것 같고. 괜히 바람막이를 들고 나갔다가 더워서 거의 들고 다녔다.

 

은행에 가서 회사에서 싱가폴로 출장가는 직원이 사용할 비용을 환전했다.

달러-엔화-유안화는 일반 은행에도 많지만, 다른 통화들은 기존의 외환은행 지금은 하나은행에 가서 바꿔야 한다. SGD 1,000 우리 돈으로 한 백만원 정도 되나 보다. 가치는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꼬맹이가 내일 쓴다는 생밤을 사러 갔다.

이주 전에 안성으로 캠핑갔을 적에 사방천지에 밤이 떨어져 있었는데... 그 때는 개울에 들어가서 가재 잡느라 밤을 주을 시간이 없었더라고. 그 때 차에 밤을 조금만 쟁여 두었더라면 내일 아주 유용하게 쓸 수 있을 텐데.

 

그리고 왕송호수 부근에도 밤을 주울 수 있는 곳이 있어서 입만 열면 밤 따러 가자 노래를 불렀었는데 올해도 결국 가질 못했네 그래. 그렇다고 나중에 밤 따러 가는 것도 일이고. 암튼 그렇게 해서 산 밤의 단가는 6,900원이다.



다음 코스는 점심이다. 우리 동네에세 제일 갠춘하다고 생각하는 중국집 원차우. 여긴 간짜장이 진리지. 아직 손님들이 몰려 들기 전이라 빨랑 먹고 나가야지. 다행이 자리가 많아서 2인석에 앉아서 혼밥을 땡긴다. 어제 간 해장국집에서는 빈 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4인석에 앉아서 먹었다. 서빙하시는 분에게 혼자인데 자리가 없어서 4인석에 앉아도 되냐고 물으니 상관 없다고 하신다. 장사하시는 분들의 입장도 생각해야지. 혼자 와서 떡 하니 4인석을 차지하는 건 아니니까 말이지.



내 고향은 인천이다. 우리 인천에서는 간짜장을 시키면 무조건 계란 후라이를 하나 앵겨 주었었는데... 그건 인천에서만 통하는 이야기였나 보다. 예전에는 삶은 계란 반쪼가리 아님 메추라기 알이라도 하나 주었었던 것 같은데 물가폭등의 여파인지 이젠 국물도 없어져 버렸다. 그런 게지.

 

타라~ 짜장을 때려 붓고 잘 비빈 다음, 흡입하기 전의 찬란한 자태를 찍어 봤다. 어려서는 단무지랑 같이 나오는 생양파를 누가 먹나 싶었는데 나이가 들었는지 이젠 생양파도 잘 먹는다. 춘장을 찍을 필요는 없고. 생양파의 알싸한 맛이 간짜장의 느끼함을 잡아 준다고나 할까. 마라팜에 게눈 감추듯 바로 흡입해 버렸다. 단가는 7천원, 나름 갠춘한 가격이다. 아 이젠 간짜장도 거의 만원에 육박하게 되었구나 싶다.




하나머니라고 하나은행/카드에서 몇 원씩 적립하는 앱이 하나 있는데...

다음달에 자동차 보험 갱신할 때가 돼서 견적이 얼마나 나오나 견적만 받아도 바로 현금으로 전환할 수 있는 하나머니를 만원 준다고 한다.

이미 삼성화재 견적으로 지난 주에 만원 받아 먹었지.

 

오늘 짜장면은 케이비손보로 간닷!

아침에 악사에서 받은 견적보다 이십만원이나 비싸다. 십년 탄 똥차인데 뭐 보험료가 이래 비싸나 그래. 웃기는 건, 새차는 새차라서 보험료가 비싸고 똥차는 똥차라서 보험료가 비싸댄다. 웃기지 참. 그러니까 결국 보험료는 내리지 않고, 낼만큼 내라는 말이겠지. 만원이라도 이렇게 빼먹어야 내 속이 시원하겠다. 짜장면 고마워요 케이비 손보.



, 이제 밥을 먹었으니 커피 한 잔 때려줘야겠지. 짜장면집으로 가다 새로 생긴 커피집을 하나 발견했다. 너트커피라고 한다. 닝겡들이 없어서 잽싸게 아이스라떼 한 잔을 주문하고 자리를 잡아서 핸드폰 게임질에 전념한다. 내가 주문하자마자, 열댓명이나 되는 이들이 몰켜 들었다. 하마터면 큰 일날 뻔 했다. 옆에서 들어 보니 래스베리 에이드가 만난다고 하던데, 다음 번에 한 번 도전해 봐야 하나 어쩌나.



며칠 전까지만 해도 겨울이 왔나 싶을 정도로 추웠는데 오늘은 다시 덥더라. 온도는 21, 체감 온도는 22도라고 한다. 그러니 더운 커피를 마실 수는 없고 바로 아이스라떼를 주문해서 한 모금 빠니 얼음만 둥둥 뜬다. 커피하우스에서 버티려면 좀 배정을 해가면서 마셔야 하는데...

 

옆에서 주워 들으니 클래식은 산미가 있다고 한다. 아마 좀 신맛이 나는 모양이다. 옆에 쪼끄만 커피나무도 있다고 하던데... 커피는 열대지방에서 자라는 녀석들이 아니었나. 신기했다. 참 단가는 4,500.



 그래도 시간이 남는다. 기증할 책들을 둘 곳을 찾아 삼만리. 중앙공원에 책장 생각이 나서 발걸음을 그리로 돌렸다. 예전에는 시내 곳곳에 이런 곳들이 많았는데 책을 멀리하는 시장님의 등장으로 기존의 좋았던 시스템들은 죄다 사라져 버렸다. 좋은 건 사라지고, 무언가 새로운 건 보이지 않는 그저 그런 삶들의 연속이 아쉽다.

 

내일 아침에 먹을 이탈리언 고로케를 사들고, 사무실로 복귀.

 

참 어제부터 읽기 시작한 아민 말루프의 신간 이야기도 해야 하는데, 좀 귀찮다. 이만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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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0-13 15:0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냥반은 싱가포르에서 유명한가보죠?^^;;
암튼 잘 읽어 내려가다가 짜장면 사진,, 더구나 비비시고 찍은 사진 보고
먹고잡아서 눙물이 나오려고,,,ㅠㅠ
전 오늘 아들 생일 저녁으로 스테이크를 만들어 먹고
생일 케이크에 지난번에 먹고 맛있다며 사온 티라미쑤까지 먹었는데도
눙물이,,,
정말 맛있어 보입니다. 츄릅

근데 생각해보니 저 어릴적 짜장면이 500인가? 1000원이었던 것 같아요!!!
요즘 여긴 인플레이션 심각합니다요.ㅠㅠㅠㅠ

근데 2, 매냐님 아침에 드실 고로케까지 챙기셨다는 부분 읽고
동질감이!!! 저도 가끔 그런 닝겐이라,,,^^;;;

레삭매냐 2022-10-13 15:22   좋아요 1 | URL
저도 싱가폴에 대해서는
문외한인지라 ㅋㅋ

해외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음식 중의 하나가
짜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름이 자르르~ 흐르는
간짜장은 더더욱 !

맞아요, 짜장면이 예전에는
저렴이의 대명사였었는데...

제가 레이와진이라는 한미
커플 너튜브를 즐겨 보는데
그 집의 돌아가신 어머님이
미국이 40년만에 최악의 인
플레라고 하는 걸 듣고 실감
이 가더라구요.

고로케는 양이 많아서 아침
에 다 못먹습니다. 이틀에
노나 먹는답니다.

얄라알라 2022-10-13 15:1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시장이 바뀌면 도시 풍경이 미묘하게, 특히 접할 수 있는 일상의 서비스며네서 변하더라고요 ...흑흑 왜 하필 책을 멀리하는 시장님이 2022년 등장하신 건지, 제가 그 지역 살지는 않지만 안타까움을 느낍니다....흑흑...

레삭매냐 2022-10-13 15:24   좋아요 3 | URL
그렇습니다 -

이번 선거 끝나고 시장님이
바뀌었는데, 시장실 집기와
리모델링에만 5천만원을 썼
다고 하더라구요...
세상에 - 이거 너무 하시는
거 아입니까 !!!

책은 돈 없다고 안 사주면서
리... 에잉 ~

얄라알라 2022-10-13 15: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근데, 원차우....이거 상호가 딱 맛집일거 같은 느낌^^입니다 가격도 딱 좋아요

레삭매냐 2022-10-13 15:32   좋아요 2 | URL
갠적으로 다른 건 몰라도
간짜장 하나 만큼은 저희
동네 쵝오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넵.

아까 카페에서 근처 남기
짬뽕의 가성비가 최고라
서 해서 검색해 보니,
원차우보다도 천원 더 비
싸네요 ^^

거리의화가 2022-10-13 15: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간짜장 소스가 아주 푸짐해보입니다~ 면도 정갈해보이구요^^ 근데 뭔가 양이 작아보이는데 사진이라 그렇겠죠?ㅎㅎ
저는 원래도 생양파를 좋아했어요. 이상하게 양파가 익히면 왜 더 저는 맛이 없는지ㅋㅋㅋ 본연의 맛을 즐깁니다. 춘장 찍는 것도 안 좋아해서 그냥 우걱우걱 씹어먹어요~^^
매냐님 말씀에 동감해요. 좋은 건 왜 금방 사라져버리는 걸까요?ㅠㅠ

레삭매냐 2022-10-13 16:06   좋아요 3 | URL
빅사이즈 저희 동료가 항상
부족해 보인다고 곱배기
들어갔다가 낭패를 본 적이
있어서요 ㅋㅋㅋ 양이 적은
저로서는 충분합니다.

맞아요, 양파를 볶아서 캐러
멜라이징을 하는 것도 좋지
만 쌩양파 특유의 맛도 아주
좋아라한답니다. 맛을 아시는
분이시군요.

아쉽게도 좋은 건 그렇게 사라
질 운명인가 봅니다.

미미 2022-10-13 15: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늘 점심으로 연어덮밥을 먹고
새로 오픈한 가게에서 흙당밀크티를 사먹었어요.
오늘은 정말 날씨가 좋아서 마음이 붕떠 입맛도 돌았던 느낌?

밤이 아주 토실해보이네요ㅎㅎ
책 기증하러 다녀오셨군요.
아민 말루프 이야기 기다립니다.^^*

레삭매냐 2022-10-13 16:07   좋아요 2 | URL
흙당밀크티 하시니,
언젠가 마신 오키나와 어쩌구
밀크티 생각이 나네요. 넘나
달아서 그만...

접 때 광명동굴 갔다가 체포
해온 밤들은 너무 부실해서
통통한 녀석들로 수배를 했답니
다.

아직은 아니구요, 앞으로 기증
하기 위한 사전답사였답니다.

아민 말루프 열심으로 읽고 있
습니다. 기대해 주셔요.

파이버 2022-10-13 15: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앗 중앙공원 작은북까페 사진에 있는 웅진 어린이 백과사전 제가 어릴때 집에 있던 책인데 넘 추억이네요. 어제까지만해도 추웠는데 오늘 낮은 더워서 땀 송글송글...

레삭매냐 2022-10-13 16:08   좋아요 3 | URL
여윽시 대단하십니다.
울 책쟁이들이 보유한 매의
눈은 피해나갈 수가 없군요 !

저도 유심히 책장에 뭔 책들
이 꽂혀 있는지 살펴 보았답
니다.

넵 오늘 낮에 정말 더웠어요.

stella.K 2022-10-13 18: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칙입니다. 반칙!
어제 오늘 계속 먹을 것만 올리시고! ㅠ

역시 밤은 힘들더라도 까먹는 재미가 있어야죠.
저희집은 깐밤을 사다 먹는데 편하긴 하지만.
잘못하면 입천장이 까질 수도 있어 조심해야 하는디…
짜장이 7천원이면 정말 싼 거죠. 인천은 계란후라이를 얹는군요.
그것도 없어지다니 어찌살아야 좋을지 모르겠슴다. ㅠㅠ

레삭매냐 2022-10-14 09:07   좋아요 1 | URL
접 때 안성으로 캠핑갔을 적에
산에 밤이 지천으로 깔려 있더
라구요. 밤껍질 까는 게 빡시긴
하지만 생밤 맛이 지기더라구요.

살이가 점점 팍팍해지는 그런
너낌입니다.

서니데이 2022-10-13 21: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싱가포르 지폐는 처음 보는 것 같아요. 요즘 드라마에서 잠깐 싱가포르 화면을 보았는데, 좋은 곳 같았어요.
간짜장 주문하면 계란 후라이 주는 거 아니었나요?? 늘 그렇게 주시던데.^^
레삭매냐님, 맛있는 음식 사진 잘 봤습니다.
편안한 하루 되세요.^^

레삭매냐 2022-10-14 09:07   좋아요 1 | URL
제가 아는 누군가는 싱가폴
좋다고 노랠 부르더라구요.
추위가 싫다며 싱가폴 가서
살고잡다고요.

저도 싱가폴 달러는 처음 봤
답니다.

저희 동네에서는 간짜장에
계란 후라이 안주네요 힝~

coolcat329 2022-10-14 1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싱가폴 넘 가고 싶은 나라에요. 돈조차도 깨끗하네요. ㅋ
저는 간짜장도 라떼도 안좋아하지만 사진만 보면 너무 먹고 싶어요. 😂

레삭매냐 2022-10-14 10:20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러시군요 :>

싱가폴에는 가보지 못했는데 -
저도 한 번 가보고 싶더라구요.

래플스인가에서 싱가폴 슬링
한 잔하고 싶습니다.
 




나의 책팔기는 계속된다.

어제에 이어 오늘도 집에서 다섯권의 책들을 가져와서 램프의 요정 매장에 팔았다.

 

갈수록 아쉬워지는 마음이란...

매입가가 왜 이렇게 낮아진 걸까. 하긴 램프의 요정이 세상의 모든 책들을 빨아 들이니 어쩔 수가 없는 걸까. 옛날 책들은 모두 정가의 10% 정도 단가로 맞춰지는 그런 느낌이랄까.


매입가가 아쉽긴 하지만, 내 목적은 돈벌이가 아니라 책덜어내기니까 가뿐하게 넘기자!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지난 주말에 산 옷을 교환하러 갔다.

물론 내가 산 건 아니고... 사이즈가 좀 커서 작은 것으로 교환 시도.

홀수층 식당가에 일단 올라가서 1층 내려왔는데, 아니 왜 이렇게 맛나 보이는 집들이 많은 거지. 다만, 단가가 있고(이젠 물가가 많이 올라서 거의 만원 돈이다) 맛 보증이 되지 않아서 다 패스했다. 그냥 귀찮아서 먹을까 싶기도 했는데. 사람들이 많이 없더라.

 

건너편에는 한 때 너튜브에서 원조 논쟁으로 법정 분쟁까지 갔었던 돈까스 프랜차이즈가 들어와 있더라. 사진 한 방 찍는다고 하고서는 잊어 버렸네. 일단 너튜버가 이긴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진 모르겠다.



이 두 권은 매입 불가 판정을 받아서 도로 들고 나왔다. 예전에는 대신 버려 드릴까요라는 대사가 있었는데 이제 그 대사는 사라져 버렸나 보다. 그런데 왠지 버린다고 하고 하급으로 다시 둔갑하는 건 아니고.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검색해 보니 매입가 900원이었는데 그것 참. 책 곰팡이가 피었다고 매입불가 판정을 받았다.

 

예전에 우리 동네에는 오픈 서가가 있어서 그런 책들은 그런 곳에 기증하곤 했었는데 시장 아자씨가 바뀌면서 책도시 명성이 다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다 옛날 이야기가 되었구나.



어제는 김은국 교수의 <순교자> 리뷰가 없어서 한참을 찾았는데 오늘은 콜스 화이트헤드의 <할렘 셔플>의 리뷰가 보이지 않아서 한참을 찾았다. 내가 쓰는 책 리뷰는 책읽기의 완성이기도 하지만, 또 개인적으로는 기록이리기도 하다. 잠시 다음 블로그에 외도를 했었는데 다음 블로그가 서비스를 느닷없이 중단해 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다시 네이버에 기록들을 다시 올릴 판이다. 그런 걸 보면, 서비스의 지속이 참 쉽지 않구나 싶더라. 네이버에게 감사해야 하나.



점심에는 12시 인파가 물러날 즈음에 느긋하게 식사를 즐기기 위해 안부전화 두 통을 하고 제주 은희네 해장국으로 갔다. 해장국도 이젠 만원 시대가 됐다. 깍두기는 한 접시를 더 먹었지만, 공깃밥은 먹을까 말까 하다가 그냥 패스했다. 좀 적게 느껴졌으나 추가주문 안하길 잘했지 싶다. 남기는 건 싫으니까 말이지. 책 팔아서 오늘 점심값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아쉽게도 조금 모자랐다. 며칠 전에 책 정리하다가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 책이 집에 있는 걸 발견했다. 이럴 수가 있나. 중고서점에서 부러 사서 읽었는데. 내일은 그 책들을 가져다 팔아야지. 아이고 억울해라.



< 팔아먹고 털어 먹은 책 총 5권 > (목표치 18% 달성)


14. 사서 / 옌렌커

15. 순교자 / 김은국

16. 할렘 셔플 / 콜스화이트헤드

17.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 옌렌커

18. 우린 모두 똥을 먹어요 / 박재용



돌아오는 길에는 문방구에 들러서 지우개 두 개를 샀다.

책에 적어 넣어 놓은 연필 글씨를 지우다 보니 지우개가 팍팍 닳는다. 이게 습관이 무서운 게 예전에 아주 깨끗하게 책을 볼 적에는 메모 하나 없이 그렇게 읽곤 했었는데 언제부터인가 책에 연필로 메모를 하게 됐다.

 

이게 다 좋은데 이렇게 책을 팔려고 하면 아주 심각한 장애물이 된다. 그래서 하나하나 찾아서 지우개로 빡빡 지워야 한다.

램프의 요정 검수요원들이 매의 눈으로 하나의 오점도 그냥 넘기지 않기 때문이다.

 

파란색 볼펜도 한 자루 사고, 또 고속 충전용 케이블도 샀다. C타입만 사용했는데 또 가끔 5핀 젠더가 필요하기도 해서 이렇게 다양한 젠더가 들어가 있는 녀석을 하나 데려왔다.

 

계속해서 떨굴 녀석들을 사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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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0-12 14: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휴, 근데 아무리 책 덜어내려고 책 팔다가 매입가 균일가 1,000원 / 1,500원 보면 걍 갖고 있게 되더라고요....;;; T_T

레삭매냐 2022-10-12 14:59   좋아요 1 | URL
말씀해 주신 대로, 균일가
매입 생각하면 책 팔지 못
할 것 같습니다.

이사간다고 생각하고 혹독
한 책 다이어트 챌린지를
하기로 마음 먹고 실행 중
이랍니다 ^^ 그래도 억울...

새파랑 2022-10-12 14: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중고 매입가가 싸긴 싸네요. 이달의 적립금이 평균 2천원인데 ㅋ 그래도 레삭매냐님 같은 분들 덕분억 제가 우주점 잘 이용하고 있습니다~!!

레삭매냐 2022-10-12 15:01   좋아요 2 | URL
책의 순환이라는 점에서
누군가(램프의 요정?)는 금전적
이득을 얻을 것이고 또 누군가
는 좋은 책을 비교적 저렴한 가
격에 수급할 수 있게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

그냥 무상으로 기증도 하는데요.

박균호 2022-10-12 15: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나마 지방은 팔지도 못해요....헌책 하시는 분들도 공짜가 아니면 안 가지고 간다고 ㅠㅠ

레삭매냐 2022-10-12 17:39   좋아요 0 | URL
우와 책의 가치가 얼마인데
날로 드실려고...

하긴 책이 또 한 무게가 나
가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
네요 ㅠㅠ

자목련 2022-10-12 16: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방에 살아서 눈물을 머금고 균일가 책들을 쌓아서 택배를 보냅니다.
택배비를 생각해 1만원을 넘겨야 하는데 그것도 어렵더라고요. ㅠ.ㅠ

레삭매냐 2022-10-12 17:43   좋아요 0 | URL
저도 예전에 알라딘에 온라인
으로 박스로 보내곤 했었는데
이것저것 떼고 나니 남는 게
없더라구요 -

균일가 웬수 같네요 증맬루.

2022-10-12 16: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매일 덜어내기 하시는군요!
저도 덜어내기 필요한데 읽은 책이 없어서ㅎㅎ;;
균일가로 보낼 때는 정말 마음이 싱숭생숭해요.
그나저나 해장국 보기만 해도 속이 뜨끈해집니다~🤤

레삭매냐 2022-10-12 17:44   좋아요 1 | URL
저도 그랬답니다 -

매일매일 걷어내는데 열중
하고 있습니다.

요즘엔 책읽기보다 더 책
덜어내기가 집중하는 듯 -

만원빵이긴 한데, 맛있어서
일주일에 한 번은 가게 되
더라구요.

stella.K 2022-10-12 17: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쌀쌀해지니 따뜻한 게 좋아져요.ㅎ

기껏 책 가지고 나가서 다시 들고 오는 것처럼 허망한 게 없더군요.
저는 버려드릴까요 물어 보지도 않던데. 강남점이 하나는 좋고
하나 나쁘고 그런가 봐요.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저에게 보내주시면 제가 버려드릴 수 있는데...
농담임다.ㅋㅋㅋ

레삭매냐 2022-10-13 09:03   좋아요 1 | URL
예전에 램프의 요정에서 정말
빡빡하게 검수하던 시절에는
들고 나갔다가 허탕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답니다. 또
현장에서 거절당하는 경우도
많았구요...

아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땡기셨나요? 보내 드릴 것을 ㅠㅠ
아끕네요.

바람돌이 2022-10-12 2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중고책 매입가격 보니 들고가는 수고비도 안되겠다는.... 저는 그냥 끼고 살아야겠습니다. ㅎㅎ
레삭매냐님 오늘은 책 팔아서 밥을 사먹은 날이네요. 왠지 시같은 느낌이.....

레삭매냐 2022-10-13 09:03   좋아요 0 | URL
밥값이 쬐끔 모질랐답니다
아쉽게도.

저도 그래서 그동안 끼고
살았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다시 읽을 것 같지
않은 책들은 누구에게 주
던 헐값에 팔던 해서 정리
할라구요.

오늘은 쉬어갑니다.

그레이스 2022-10-12 22: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렘 셔플 아직 읽지도 못한게 생각났습니다.
언제 읽나 싶네요ㅠ

레삭매냐 2022-10-13 09:04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 마법에 걸려
있다고나 할까요.

새책을 사서 중고가 될
때까지 읽지 않고 버티
는 주술에 걸려 버린...

그레이스님의 할렘 완독
을 기대해 보렵니다 ^^

psyche 2022-10-13 0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한국 알라딘에서도 중고책 값을 박하게 쳐주는군요. 저는 엘에이 알라딘이 미국이라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에게 값을 후려지는 줄 알았어요. 예전에 큰 맘 먹고 엘에이 나들이 가면서 아이들에게 엄마가 책 팔아 맛난 밥 사준다고 큰소리 쳤다가 밥은 못 사주고 아이스크림만 겨우 사줬거든요. 그 이후 팔려고 꺼내놓았던 책을 다시 책장으로 넣었다지요.

레삭매냐 2022-10-13 09:07   좋아요 0 | URL
이짝만 그런 줄 알았더니만
나성에서도 그런가 보네요 -

램프의 요정이 중고책 빨아
들이는 공룡이 된 다음에는
균일가 매입정책으로 전환된
모양입니다. 서글프네요.

전 눈 딱 감고 죄다 정리하려
고 계획 중이랍니다. 책을 감
당할 수가 없더라구요. 이러
고선 또 공간이 생기면 사들이
겠지만요 -
 


2022년 마지막이라는 연휴의 끝날,

책탑을 허물고 청소도 하고 방구석에 도망치는 거미도 잡으면서 책정리에 나섰다.

 

그동안 방심했던 모양이다. 자주 이사를 다닐 적에는 강제적으로 책정리를 할 수밖에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한동안 이사를 다니지 않다 보니 책탑이 늘고 애써 정리해둔 책방이 또 엉망이 되어 갔다.

 

이럴 때, 모름지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법. 지난주부터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를 가동하기 시작했다. 몇 권은 중고서점에 헐값에 팔고(이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다), 또 몇 권은 주말 대학 동창들과의 여주 엠티에 갔을 적에 친구에게 나눠 주기도 했다.

 

그리고 또 몇 권을 들고 와서 오늘 팔아 치웠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는데, 왜 그러지 못했을까. 항상 후회가 앞선다. 일단 타겟은 다 읽고 다시 읽지 않을 책 그리고 리뷰까지 다 쓴 책들이 일단 후보에 올랐다. 매입가를 조회해 봐서 못팔 책들은 동네 열린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이다. 오늘 저녁에도 가서 몇 권 챙겨서 보내야지.

 


오늘은 위의 네 권들을 팔아서 총 13,100원을 벌었다. 한 점심값에 아이스라떼 한 잔 값 정도가 되겠구나 그래. 책장도 정리하고 용돈벌이고 하고 생각보다 짭짤하다.


소장할 줄 알고 샀던 책도 과감하게 다이어트 중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도저히 책을 줄일 방법이 없더라. 그러니까 정말 꼭 갖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들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리해야겠다는 결심이다. 워낙에 책이 많다 보니 어쩔 수가 없지 싶다. 가혹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 팔아먹은 책 총 4권 > (목표치 13% 달성)


10. 리가의 개들 / 헨닝 만켈

11. 바보 / 엔도 슈사쿠

12. 뷰티풀 라이프 1 / 다카기 나오코

13. 서쪽으로 / 모신 하미드



어제 점심 먹고 나서 우연히 들른 이목동 루비노커피.


1층부터 3층까지 커피하우스라니 놀라웠다.

우리는 2층에 있었는데 2층은 카공족들의 천국 같은

느낌이랄까.



3층 루프탑에는 날 좋은 날 가면 좋지 않을까 싶었다.


작년 해바라기 씨앗을 구한 기억으로 이번에도 구하

러 갔으나 실패 - 사진이라도 남기려고 했으나 갑자

기 등장한 차량 때문에... 아끕다.


지난주에 책덜어내기 챌린지 1탄으로 겁나 램프의 요정을 문질러댔다.

나는 매장에서 균일가로 1,400원에 팔았고, 램프의 요정은 나에게 1,400원에

산 책을 8,600원에 팔고 있었다. 아니 이거 너무 하는 거 아닌가?

자그마치 6배 장사라니.

 

왜 이렇게 입맛을 씁쓸한 거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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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1 1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장 볼때마다 요새 한숨이 늘어가는...ㅠㅠ 다이어트해야할 시점이 지난듯합니다. 매냐님처럼 덜어내기 챌린지 도전해야할 것 같아요.
근데 1400원 -> 8600원? 차이가 너무 크네요;;;

레삭매냐 2022-10-11 17:58   좋아요 2 | URL
그러쵸, 그러쵸!
몰랐으면 덜 억울할 텐데
알고 나니 더 아끕더라구요 에잉~

오늘 저녁에도 또 책덜어내기 프로
젝트 가동해 보렵니다.

내일 팔 책들이랑 또 기증할 책들
이랑 분류할라구요.

올해 안으로 100권 덜어내기 가능
하겠죠? ㅋㅋㅋ

stella.K 2022-10-11 18: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사를 안 다니셨다면 모르긴 해도 나름 경제적인 안정을 이루어 가셨다는
뜻도 되지 않나요? ㅋ
파는 것도 일인데 대단하시네요.
책 팔면 금방 책 사고 싶어지던데….ㅎㅎ
바보 읽어보고 싶네요.

레삭매냐 2022-10-11 19:33   좋아요 2 | URL
쿠르트 발란데르 같은 추리력
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예리하신...

오늘 저녁에도 기증하러 나설
계획이랍니다.

책 사는 건 최대한 자제해 보는
것으로.

새파랑 2022-10-11 19: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슈사쿠의 바보가 겨우 2500원이라니 슬프네요 ㅜㅜ

레삭매냐 2022-10-12 00:46   좋아요 2 | URL
팔 때는 그렇지만 살 적에는
더 높은 가격으로 변신하리라
믿슙니다.

2022-10-12 09:42   좋아요 1 | 수정 | 삭제 | URL
아! 새파랑님, 균일가 400원 책도 종종 있었습니다.

근데 참, 책을 이렇게 내보내고 나면 그렇게 섭섭하죠....^^;;;

하이드 2022-10-11 20: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진짜 응원합니다. 저도 올해 안에 100권 정리 목표로 하고 있는데, 아직 한 권도 못 덜어냈어요. 글 올려주실때마다 자극 받고, 저도 힘내고 있습니다.

레삭매냐 2022-10-12 00:47   좋아요 1 | URL
하이드님의 책덜어내기
챌린지를 응원하는 바입니다!

더욱 분발해 보겠습니다.

미미 2022-10-11 20: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서재방에 PC책상까지 책으로
가로막혀서 PC하려면 그걸 다 치우고해야하는 난감한 상황입니다.😭 레삭매냐님 책덜어내기 챌린지 👍👍

램프의 요정 무시무시하군요
슈퍼바이백으로 사들인 완벽한 책들은 정가로 새책만들어 팔고있을거란 합리적의심을
합니다.

레삭매냐 2022-10-12 00:48   좋아요 1 | URL
램프의 요정 둔갑술은 참으로
오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도 책탑 더미에 포위되어
서가를 뒤질 수가 없게 되었
네요. 책을 무한정 꽂을 수 있
는 공간이 너무 부럽답니다.

건수하 2022-10-12 09:20   좋아요 2 | URL
우와 슈퍼바이백을 새 책으로요...?;;;
최상급으로 팔겠지 했는데 새 책은 생각도 못했네요.

햇살과함께 2022-10-11 21: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알라딘 중고서점 책 값이 많이 올라서 예전만큼 매력적인 가격이 아닌듯요… 중고 매입은 대부분 균일가가 많고요.

레삭매냐 2022-10-12 00:49   좋아요 2 | URL
세상의 책들을 램프의 요정
이 다 빨이들이면서 언젠가
이런 시절이 올 줄 알았건만...

그래도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에휴 -

건수하 2022-10-12 09: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정리해야지 하고 일단 한 권을 아는 분께 넘겼습니다 ^^
저는 실질적으로 정리하는 것 말고 100권을 골라 내는 것까지가 목표인데
레삭매냐님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계시네요!

레삭매냐 2022-10-12 10:13   좋아요 1 | URL
한 번 읽고 나서 읽게 되지 않는
책들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싱글맨>이나 <시대의 소음>
처럼 재독 삼독까지 하는 책들도
있지만요 :>

더 빡시게 책덜어내기 해보렵니다.
오늘도 고고씽~!

얄라알라 2022-10-12 09: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카공족의 천국이라는 표현이 저같은 사람 끌어 당기는 광고문구로 보입니다.

레삭매냐님, 챌린지 꾸준하게 정주행하고 계시네요^^ 연말이면 댁에 여유공간이 환하게 생기겠어요 응원드립니다.

레삭매냐 2022-10-12 11:31   좋아요 1 | URL
얄라알라님의 응원으로 카페 사진
한 장 더 투척했습니다. 넘나 좋더
라구요 :>

백권으로는 어림도 없답니다 ㅠㅠ
삼백권 정도는 해야 여유가 생기지
않을까요 ㅋㅋㅋ
이것저것 다 불가능해 보이네요.
감사합니다.

얄라알라 2022-10-12 11:51   좋아요 1 | URL
오!!! 공부를 위한 공간 느낌이 확 납니다. 공부할 땐 통창과 높은 천장이 중요합니다 ㅎ

감사드려요 레삭매냐님!

2022-10-12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0-13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교자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1
김은국 지음,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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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세계문학전집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과연 어떤 책이 전집에 들어갈지 참 궁금했다. 여러 권의 책 중에서도 특히 발자크의 그동안 국내에 소개되지 않았던 <나귀 가죽>, <루이 랑베르>와 함께 가장 관심이 갔던 책이 바로 지금은 작고하신 김은국 교수의 <순교자>였다. 한국전쟁을 시대적 배경으로 해서, 종교와 이데올로기의 대립 그리고 진실을 추적하는 추리소설 양식까지 두루 갖춘 김은국 교수 최고의 걸작 <순교자>가 한국전쟁 발발 60주기를 즈음해서 재출간됐다.

 

1932년 함흥 출신으로, 한국전쟁을 직접 체험한 김은국 교수는 전쟁이 끝난 후 제대하고서 미국으로 건너가 본격적인 학자의 길을 걸었다. 대학에서 정치외교와 역사를 전공하고, 존스 홉킨스와 하버드 같은 유수의 대학에서 문학을 추가로 더 연구했다. 미국 국적을 취득한 김은국 교수는 Richard E. Kim이라는 미국 이름으로 자신의 첫 소설인 <순교자>1964년에 발표한다. 그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순교자> 외에도 한국 삼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심판자>(The Innocent, 1968)<잃어버린 이름>(Lost Names, 1970)이 있다. 그는 풀브라이트 교수로 서울대에서 1982년에서 이듬해인 1983년까지 영문학 강의를 맡기도 했다.

 

<순교자>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10월의 평양을 시간과 공간적 배경으로 한다. 전쟁 초반의 열세를 딛고, 국군과 UN군은 평양을 점령한다. 소설의 화자 이 대위는 육군 특무대 소속으로 정보국장인 장 대령으로부터 은밀한 지령을 받는다. 전쟁 발발 당시, 인민군에게 집단 처형당한 일단의 목사들을 조사하라는 명령이다. 종교탄압이라는 측면에서 훌륭한 선전전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 대위는 집단 처형에서 살아남았다는 신 목사와 한 목사의 행적을 좇기 시작한다. 신 목사의 증언을 통해, 화자인 나 이 대위는 전쟁발발 당일 모두 14명의 목사 중 12명이 처형을 당하고 신 목사와 한 목사만이 기적적으로 살아남게 되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그것은 신의 개입이었노라는 신 목사의 말에, 이 대위는 그에게 묻는다. 그들의 창조주가 자신의 피조물인 인간이 세상에서 겪는 이 참담한 고통을 알고 있느냐고.

 

장 대령은 공산군 비밀경찰에게 처형당한 12명의 목사에게 합동 추모 예배를 통해 순교자의 지위를 부여하고, 상호의 대적과 싸워나갈 것을 주문한다. 죽음마저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그의 모습에서 연민이 느껴졌다. 이 대위가 전쟁 중에 알게 된 해병대 출신의 박인도 대위가 알고 보니, 순교한 12명 중의 한 명인 박 목사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박 대위는 자신의 아버지를 광신도로 규정하면서, 그가 과연 죽음의 순간을 평소 자신의 언행대로 의연하게 맞았는지를 캐묻는다.

 

하지만, 이 대위가 조금씩 밝혀내는 처형에 대한 진실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 이들을 불편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대위의 상관인 장 대령은 서슴지 않고 양심마저도 가공해낼 것을 주문한다. 젊은 혈기에 불타는 이 대위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자신이라면 진리를 밝혀내야 한다고 강변하지만, 노회한 장 대령은 어떤 이들은 그 불편한 진실을 달가워하지 않을 거라는 묵시록 같이 들리는 예언을 날린다. 순교로 포장된 목사들의 죽음에 대한 추악한 진실이 한 꺼풀씩 벗겨지면서, 이야기는 중공군의 개입이라는 역사적 사실 앞에 부서진 수레바퀴 마냥 나뒹군다.

 

김은국 교수가 말했다시피 순국, 순직 같은 용어는 모두 살아남은 이들이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말이다. <순교자>에서는 더 나아가, 전쟁이라는 제로섬 게임에서 생존한 이들이 어느 특정한 목적을 종교인들의 죽음을 이용하려는 의도에 일침을 가한다. 이 대위라는 지식인은 종교나 정치에 상관없이 양심에 따른 진실을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군과 종교계를 대변하는 장 대령과 일단의 목사들은 인민군에게 죽은 12명의 목사에게 애써 순교자라는 명칭을 부여한다. 이런 프로파간다는 시간을 초월해서 재생산된다는 아주 간단한 역사의 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순교의 이면에는 죽음 앞에서 벌어진 수치스러운 배교 행위의 비밀이 오롯하게 숨어 있다. 그래서 공산 치하에서 목숨을 구걸하고 살아남은 종교인들은, 도저히 자신의 양심에 반하는 위선의 탈을 쓰고 있을 수가 없어서 양심선언을 한 신 목사를 유다라고 부르면서, 서슴지 않고 돌을 던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결백한 이들보다 그 끝을 알 수 없는 죄를 지은 이들이 항상 심판의 순간에 앞장서지 않았던가.

 

하지만, 양심선언을 했던 신 목사는 돌아온 탕자 아들처럼 기성 교계와 화해를 하고 다시 그들에게 돌아가 목자로서의 삶에 투신한다. 광신자였던 아버지 박 목사에게 반발했던 박인도 대위 역시 온갖 고난을 온몸으로 체험했던 <욥기>의 주인공 욥이 당하는 불의를 하나님이 보지 않았다는 구절을 읊조린다. 이렇게 그들은 희망을 잃은 세대와 화해를 시도한다. 평생 신의 은총을 기대하며 구원을 간구했던 신 목사는 자신이 종국에 찾아낸 사실은 괴로움과 죽음에 무력한 인간 존재였노라고 고백한다.

 

김은국 교수는 <순교자>에서 교()에 대한 부분보다 순()의 의미에 더 치중할 것을 주문한다. 그는 모든 인간에게 공평한 죽음 앞에서, 인간이 욕망하는 오욕칠정의 무상성을 냉정하게 꼬집는다. 또 어떻게 보면, 살기 위해 평생의 신앙과 종교마저도 헌신짝처럼 내버린 배교자에 대한 질책으로도 들린다. 이제는 빛과 소금의 기능을 잃어버린 채, 약자와 마음이 가난한 자를 배척하는 작금의 세태에 대한 일갈에 악다구니하는 세상살이에 혼탁해진 자신을 추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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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화가 2022-10-11 13: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매냐님 리뷰 감사합니다. 관심이 가서 일단 담아놓았어요~^^
그러고 보니 침묵도 읽어야 하는데 아직 못 읽고 있네요ㅠㅠ 교보다는 순에 치중했다고 하셔서 뭔가 안심(!)이 됩니다^^;

레삭매냐 2022-10-11 14:52   좋아요 2 | URL
최근 리뷰는 아니고, 요즘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를 진행하다가 예전에 분명히
읽고 리뷰를 쓴 것 같은데 보이지 않아
서 재업하게 되었답니다 :>

처음이 작가분이 직접 번역하신 버전
이랑 느낌이 좀 다르다랄까요.

mini74 2022-10-11 13:5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 새파랑님 리뷰 읽고 담아 놓고 잊고 있었어요 ~ 순교와 배교 정치와 사상 … 순에 대한 의미 부분 참 좋아요 매냐님 ~

레삭매냐 2022-10-11 14:57   좋아요 4 | URL
예전 리뷰 기록이 없어져서리...

기록을 위해 남기게 되었답니다 :>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2-10-12 15: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침묵> 만큼 <순교자>도 좋았었습니다 ㅋ 일단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다는~!!

레삭매냐님은 리뷰도 별도로 남기시나 보네요. 역시~!!
 


어제와 오늘 대학 동창네 부부가 여주 강천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는 타운하우스에 방문했다. 대학 졸업 후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친구들도 보게 돼서 너무 좋았다.

 

오랜 친구들과의 모임, 기억을 재조립하고 또 새로운 추억들을 만드는 그런 순간들이었다.

장소를 흔쾌히 제공하고 또 친구들이 야영하다가 입 돌아갈까봐 민박집까지 잡아준 호스트 부부에게 너무나 감사했다.

 

혼자 갈 생각에 그전주에 두시간반짜리 트래픽을 경험한 나는 한숨부터 나왔다. 하지만 근처 수원에 사는 기러기 아빠 친구 덕분에 아주 편하게 갈 수가 있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어제 의왕역으로 지하철을 타러 가니, 수원 하행선이 지체된다고 한다. 뭐 되는 게 없구만 그래. 다행히 친구가 의왕역으로 픽업을 와서 차 얻어 타고 이번에는 다른 친구 한 명을 성대역으로 픽업하러 고고씽. 친구가 인생김밥집으로 명명한 <자연김밥>에서 유부김밥 네 줄을 사서 다음 코스인 별다방으로 이동. 그런 다음 최종 집결지인 지지대 휴게소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아 난 그전에 의왕역스마일꽈배기에서 꽈배기를 사 갔던가.

 


여주가는 영동고속도로는 아니나 다를까 완전 꽉 막혔더라. 하긴 연휴의 첫날이니 오죽하겠냐만. 그렇게 두 시간 정도를 달려 여주에 도착. 남한강이 멀찌기 보이는 그들의 타운하우스는 정말 멋졌다. 별장 같은 느낌이랄까. 올해 2월에 인천집을 정리하고 이사왔다고 하는데, 잘 꾸며 놓고 살더라. 그 집은 동물애호가들이 많아서인지 댕댕이 두 마리에 냥이 세 마리가 있더라. 역시 댕댕이들은 마당에 있는 집에서 살아야 하나 보다. 힘 좋은 리트리버 녀석이 계속해서 들이대는 바람에 나의 옷은 온통 개털천지가 되었다. 요즘 털갈이 시즌이라고.



친구가 집안장식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 느낌이었달까. 땡땡의 패널이 있어서 물어 보았더니, 자기랑 큰딸이 땡땡을 좋아한다고. 술장고 옆에는 여행지에서 사온 자석들이 매달려 있었는데 나의 초라한 설렉션과 너무 비교가 되더라. 그게 먼지가 많이 끼고 그래서 생각보다 다루기가 쉽지 않은데 말이지.



두툼한 통삽겹살과 소시지부터 시작해서, 그야말로 한상 잔치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역전의 용사들답게, 숱한 막걸리와 조지아 와인 그리고 소맥을 말아 대면서 말이지. 시간이 그렇게 흘렀건만 기력은 쇠하지 않았고, 전투력은 밤이 깊어갈수록 불타 올랐다. 서로 가장 먼저 뻗는 1호가 될 수 없다면 버팅기는 장면들이 왜 그렇게 웃기던지. 이건 멜론 하몽.



칠리를 얹은 감튀. 친구 녀석 하나는 계속해서 감튀에서 카레맛이 난다며.

니 벌써 취했나. 다시 봐도 침이 도는구만 그래.



오래전 첫 엠티에서는 요리를 못한다고 그렇게 구박 먹던 친구들이 이제는 베테랑 요리사로 변신해서 다양한 요리들을 내놓기 시작했다. 새우 감바스까지! 바삭하게 구운 바게트 빵을 새우 감바스 베이스로 깐 올리브 기름이 찍어 먹으니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이거 순 먹으러 온 거 아닌가.



늦게까지 불멍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갖고, 우리는 친구가 빌려준 민박집으로 향했다. 게스트가 10명이나 되다 보니, 수용 인원이 넘쳐서 원래는 집마당에서 야영을 하기로 했었는데 그전에 장렬하게 전사한 1호와 2호는 마루에 그리고 여성동지들은 게스트룸에서 자기로 하고 나머지 멤버들은 민박집으로 고고씽. 길가다 만난 어느 교수님은 자기 집에 방이 많이 굳이 돈 쓰지 말고 당신 집에서 자고 가라신다. 세상에나 인심도 좋으셔라, 감사합니다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아침에 일어나 부리나케 씻고 메인 캠프로 이동. 아침 준비로 분주했다. 어제 미처 못 먹은 유동골뱅이를 먹어야 한다고, 아침댓바람에 골뱅이 무침이 상에 올라왔다.

 

다도를 한다는 친구가 식사 뒤에는 차를 끓여서 모두에게 대접해 주었다. 세상 고급진 엠티가 아닐 수 없었다. 무려 세 종류의 차를 번갈아 가면서 마셨다. 비가 온다는 뉴스가 있었는데 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기 시작해서, 마당에 펼쳐둔 캠핑 의자들을 수거해서 철수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목감에 사는 친구에 데려다 준다고 해서 아주 편하게 집에 올 수가 있었다. 장거리 여행 때는 내가 만날 운전을 해서 피곤했었는데 세상 편한 엠티였다.

 

책덜어내기 프로젝트로 가져간 6권의 책들은 한 친구에게 몰빵으로 안겨 주었다.

 

오랜 친구들과 함께 했던 모든 순간들이 행복했나 보다. 또 시간이 지나면 이 시간들이 그렇게 추억으로 각인되겠지.



< 털어먹은 책 총 6권 > (목표치 9% 달성)


4. 바르톨로메는 개가 아니다 / 라헐 판 코에이

5. 우물과 탄광 / 진 필립스

6. 나는 완벽한 멕시코 딸이 아니야 / 에리카 산체스

7. 댄싱 대디 / 제임스 굴드-본

8. 폴리네시아, 나의 푸른 영혼 / 알랭 제르보

9. 잃어버린 젊음의 카페에서 / 파트릭 모디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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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2-10-10 11: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메냐님 음식 사진 매번 볼 때마다 참 잘 찍는다 싶어요.
먹음직스럽게 잘 찍으십니다. 음식사진 어려운데요.
멜론 하몽 우와!
좋은 시간 즐거운 시간 보내신 게 마구마구 전해집니다.
여주 남한강이 멀리 보이는 타운하우스, 그런 비슷한 거 꿈꿉니다^^
책 방출도 하시고 굳굳!!

레삭매냐 2022-10-10 11:08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음주컷이라 -
게다가 요즘에는 디카도 귀찮아서
안 들고 다니고 걍 핸드폰으로 막
찍하게 되더라구요.

예전 필카 시절의 절박함(?)과 초
고도의 집중력은 다 사라져 버렸
더라는.

아주~ 부럽더라구요.
아침 8시 40분부터 수상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도 봤구요. 대단한
열정가들!

책은 오늘도 덜어내려고 준비 중
에 있답니다.

서니데이 2022-10-10 1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 휴일 잘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 페이퍼도 음식 사진이 아주 예뻐요.
요리책이나 잡지에 나오는 사진처럼 근사합니다.
그리고 맛있을 것 같은 느낌도 들고요.
날씨가 많이 차가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시고, 편안한 휴일 보내세요.^^

레삭매냐 2022-10-10 12:08   좋아요 1 | URL
네, 이틀 잘 놀고 먹고 와서는
집안 대청소와 정리하느라 분
주하네요 :>

비가 온다고 했는데 날이 개었
다 흐렸다 오락가락하네요.

내일은 더 추워진다고 하네요.
감사합니다.

바람돌이 2022-10-10 14: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친구를 만나면 먹방은 기본이죠. 저도 친구들하고 어디 1박이라도 하게 되면 모두가 들고 온 음식들이 무슨 1박이 아니라 한달살기라도 할듯한 기세라죠. ㅎㅎ
이렇게 한번씩 만나서 회포도 풀고 해야 우정도 더 돈독해지고, 나의 스트레스도 풀리고, 역시 책도 좋지만 사람과의 만남도 좋지요.
레삭매냐님 글을 읽다보니 저도 같이 행복해지는 기분이에요. ^^

레삭매냐 2022-10-10 16:2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살림하는 집에서 엠티를
하다 보니, 더 풍성하지 않았나 싶
습니다.

아 먹방 동영상을 돌렸어야 했는데
까비 -

요러코롬 또 추억을 쌓아야 다음번
에 할 말이 생기지 싶습니다 ^^
미래를 위한 현재의 만남 !!!

라로 2022-10-10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마직막 알흠다운 사진이 골뱅이 무침입미꽈!!! 어떻게 저런 칼라가 나옵미꽈!!!
너무 먹고 싶게 스리,,,,ㅠㅠ
그나저나 저렇게 뭉칠 수 있는 친구분들이 계시다니 넘나 부러워요!!!
저도 있긴 한데 (예전 성당 친구들!!) 내년엔 꼭 얼굴이라도 볼 수 있기를...
어쨌든 저 자려고 하다가 매냐님 글 열고,,, 엄청 배 아파하며 침대로...ㅠㅠ

레삭매냐 2022-10-10 16:29   좋아요 0 | URL
참고로 골뱅이 무침은 토욜 저녁이
아니라 주일 아침에 맹글어서 먹은
거랍니다. 세상에 무려 아침에 골뱅
이를! 데이라잇이라 때깔이 더 곱게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과 친구들의 1/4 정도 밖에 모이지
못했지만 그래도 거의 고정 멤버들
인지라 넘넘 좋았답니다.

부디 성당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갖게 되시길.

새파랑 2022-10-10 15: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레삭매냐님은 친구분들도 다 고급(?)스러우신거 같아요~!! 저는 친구들 만나면 회 아니면 삼겹살인거 같은데 . 술은 당연히 소맥 ㅋ 즐거운 주말보내사거 같아 보기 좋네요~!!

레삭매냐 2022-10-10 16:31   좋아요 1 | URL
그렇지 않고요, 모두가 각양각색의
닝겡들이랍니다.

누구는 빨간색 쏘주만 먹겠다고
지가 마실 쏘주를 6병 사와서 네 병
까고 2호가 되었답니다.

또 누구는 막거리파라서 자기가 마
실 거 사와서 마시고. 묵직한 바디
감의 조지아 와인이 좋다고 네 병
수급해서 노나 먹고...

엄청나게 두터운 통삼겹을 훈증해서
먹었는데, 기름이 잘잘 흐르는 것이
입에 허겁지겁 욱여 넣느라 미처 사
진으로 남기질 못했네요 냐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