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역사 : 근대 - 당신에게 가장 가까운
황현필 지음 / 역바연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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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역사강사 황현필 선생의 <요즘 역사> 강의를 너튜브로 시청했다. 지난주에 시작한 프로그램인데, 한국 근대사 강의를 마치고 말미에 교보재 추천해달라는 요청에 자신의 저작인 <요즘 역사 근대>편을 자신 있게 소개해 주었다. 말이 필요 없지. 어제 저녁 퇴근하고 나서 도서관에 가서 바로 읽기 시작했다. 이미 흥선대원군 편을 읽고 또 최근에 굽시니스트 작가의 한중일 세계사로 단련이 되어 그런지 내용들이 쏙쏙 들어왔다. 금방 다 읽었다.

 

일단 근대사의 시작점에 작가는 흥선대원군 이하응을 배치했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대원군을 근대화를 저해한 정권욕에 불타는 독재자라고만 생각했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다른 면들을 볼 수가 있었다. 우선 아들을 고종으로 즉위시킨 다음, 60년간 이어진 권문세족들의 세도정치를 일소해 버렸다. 임진왜란 이래, 비대해진 비변사도 해체하고 예전의 의정부 시스템으로 복귀를 시도했다.

 

조선의 법궁인 경복궁 중수는 무리한 토목공사였다고 비판 받았지만, 이 역시 당시 기득권층의 프로파간다가 아니었나 싶다. 초기까지만 해도 경복궁 재건은 백성들에게 환호를 받았지만, 화재로 두 번째 공사에 들어가면서 비용이 급증하고 또 일반 백성들의 노역까지 동원하게 되면서 비판이 일었다. 비용 문제로 원납전을 양반들에게 강제 징수하고, 당백전 발행으로 인플레이션까지 발생하게 되었다.

 

그 외에도 지역을 장악한 양반들을 겨냥해서 서원 철폐에 나서 기득권 타파한 점에 대해서도 작가는 높이 평가한다. 무엇보다 문란해진 삼정을 바로 잡기 위해 양전사업으로 은결을 찾아내고 양반들의 토지겸병을 제한하면서 자영농 육성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호포제 실시로 양반에게도 군포를 징수하기 시작했고, 무력화된 환곡 시스템을 개혁하기 위해 민간이 운영하는 사창에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다만 병인박해로 무려 8,000여명에 달하는 천주교도들을 학살한 사실에 대해서는 냉철하게 비판을 가한다. 그리고 결국 대원군은 며느리 민비와의 권력투쟁에서 일패도지해서 권불십년의 신화를 남기고 결국 정치 무대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대원군이 19세기 초에만 대권을 잡았더라도, 과연 저자의 주장대로 조선이 일본에게 국권을 피탈당하게 되었을까라는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문제가 아닌가 싶다.

 

100년이 되지 않는 조선의 근대에는 참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일본에 의한 강제 개항을 필두로 해서, 저자가 조선 최고의 악녀로 꼽는 민비의 국가 사유화, 군인들의 반란이었던 임오군란을 막기 위해 청군의 개입, 일단의 개화파들의 의한 갑신정변, 동학교도들이 일으킨 동학운동, 이를 빌미로 조선에 개입한 일본과 청나라의 전쟁 등등... 국운이 쇠하는 가운데, 이 시대를 산 사람들의 생각이 어떠했을지 조금은 궁금해졌다.

 

연대순으로 이런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면서 저자의 분석과 비판이 첨가된다. 청년 김옥균이 주축이 되어 일으킨 갑신정변의 취지는 좋았지만 어디까지나 엘리트 계급에 의한 개혁 시도는 다수 민중의 지지를 얻지 못했고 일본의 배신으로 단 3일 만에 진압되었다. 정변의 수괴 김옥균에 대해 앙심은 품은 고종과 민비를 자객을 보내 끊임없이 김옥균을 괴롭혔다. 물론 국내에 남은 정변을 주도한 이들의 가족들은 모두 참화를 당했다. 결국 홍종우가 상하이에서 김옥균 암살에 성공했다. 김옥균의 경우에서 보듯이 항상 이상주의가 냉혹한 현실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점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현충원에 안장된 서재필에 대해 맹렬한 비판을 아끼지 않는다. 갑신정변에 참가했다가 멸문지화를 당한 서재필은 미국으로 망명하여 미국 시민권들을 취득했다. 그가 과연 미국에서 어떤 식으로 독립운동을 했는지에 대해 작가는 질문을 던진다. 개인적으로 너튜브 방송에서 인간 서재필을 어떻게 다룰지 좀 궁금해졌다. 해방 공간에서 어쩌면 이승만을 대신해서 한국정부의 대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었다고 했던가. 저자는 그가 현충원이 아닌 양화진의 외국인묘지에 묻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나름 일리 있는 주장이라고 나는 동조한다.

 

조선시대 선조, 인조 듀오와 더불어 최악의 암군이라고 저자가 규정한 고종이야말로 구한말의 문제적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조선 시대 대부분의 군주들은 보국안민이라는 기치 아래 백성들을 통치했다. 하지만, 대원군의 섭정이 끝난 이래 민비의 사주 덕분인지 어쩐지 고종은 국가 조선의 이익에 앞서 개인의 사욕과 안위를 우선했다. 매관매직 30년으로 나라의 질서를 어지럽혔고, 그렇게 공직에 오른 탐관오리들은 상전들에게 바칠 뇌물을 마련하기 위해 백성들에게 본격적인 가렴주구를 시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임오군란으로 조선에 주둔한 청나라의 파견군 사령관 위안스카이는 이후 십년간 조선에서 왕노릇을 했다. 파도처럼 몰려드는 서세동점의 시대에 적절하지 못한 대처로 결국 일본에 의해 강제 퇴위되어 망국의 군주가 되지 않았던가. 이런 암군에게 무슨 동정이 필요한지 모르겠다. 그의 파트너였던 민비 역시 부창부수였다. 오죽하면 임오군란 당시, 반란을 일으킨 군인들의 구호가 '민비를 죽이자'였을까. 군인들의 손에 민비가 잡혔더라면, 일본 낭인이 아닌 조선의 군인들에게 죽음을 맞지 않았을까. 그러니 이제 후대의 창작물에서 각색된 명성황후 타령은 그만 했으면 좋겠다.

 

일단 <요즘 역사> 근대 첫 번째 이야기는 이완용을 필두로 한 친일파 대신들이 무기력하게 일본에게 조선을 팔아먹은 경술국치로 마무리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했는데, 여전히 매국뽕으로 가득한 인사들이 정치인 행세를 하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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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민아 2024-06-19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현필 님 너튜브는 저도 애시청합니다. 이 책, 유익해 보입니다~추천 감사드려요~

레삭매냐 2024-06-20 00:15   좋아요 0 | URL
어제 저녁 분을 미처 보지 못했네요.
오늘 시간 내서 감상하려구요.

<요즘 역사> 독서는 유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