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내가 미처 모르고 있던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속칭 기레기라고 불리며 언론 본연 업무 대신 다른 일로 주목을 끌던 국내 유수의 언론들이 알고 보니 수출역군이었다는 사실이었다. 놀랍군. 그렇다면 국내에서 생산된 뉴스나 기사들을 외국으로 송출하는 걸까?
물론 그건 아니었다. 그들의 생산물은 정도의 고품격 퀄리티를 담보하지 않는다. 국내에서 생산된 신문지들이 자그마치 해외 각국으로 수출된다는 거다. 그렇다면 과연 소비처는 어느 나라였을까? 주로 동남아 각국에서 많이 애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저 멀리 세계 인구 5위의 인구대국 파키스탄(어제 처음 알았다)과 가나에도 많이 수출된다고 한다. 으응, 가나? 그 가나 초콜렛의 나라 가나? 오래 전에 아마 가나가 골드코스트라는 이름으로 불렸었지. 그리고 아프리카에서 거의 처음으로 식민지에서 독립한 나라로 기억한다. 갑자기 국뽕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국내 신문들이 동남아를 석권하고 이역만리 파키스탄과 가나까지!!!
근데 그 나라 사람들이 한글을 아나 보다. 한글로 인쇄된 신문이 왜 필요하지? 아니면 한글 부교재로? MBC 스트레이트는 그런 게 아니라고 나의 무지를 준엄하게 일깨운다. 그네들이 대한민국의 신문이 필요한 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자, 이제 카메라가 빙빙 돌아간다. 동남아에서 나는 과일이 유명한 건 모두가 아실 것이다. 바로 그 과일을 포장하기 위해 엄청난 분량의 종이 포장지가 필요하다고 한다. 국내에서 모자라니, 당연 수입선을 해외로 돌려 품질 좋고 가격도 싼 한국 신문들이 대량으로 필요한 것이다. 친환경 잉크(콩기름?)로 제작되어, 인체에도 무해하고 또 기름을 잘 흡수하여 음식물 포장에도 적합하다는 게 현지인들의 증언이다. 역시 우리나라 유수의 신문에서 만든 신문들이 그런 국제사회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런 빼어난 경쟁력을 갖추고 있었구나. 그 외에도 이케아 같은 매장에서도 한 번 펴보지도 않은 한국 신문들을 소품이나 기타 물건을 포장하기 위한 용도로 비치해 두고 있더라.
다시 카메라는 신문지를 수출하는 업체로 렌즈를 돌린다. 그곳에서 듣자하니, 컨테이너 하나당 300만 원 정도의 이익이 남는다고 한다. 잘 나가는 업체는 한 달에 천 개 정도의 컨테이너를 해외로 수출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한 달 장사가 30억 정도 되는 셈이다. MBC의 추산에 따르면 신문 한 부 만드는데 드는 비용이 이것저것 다해서 800원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윤전소에서 바로 따온 따끈따끈한 신문들의 폐지가격은 80원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신문 찍어내면 찍어낼수록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닌가. 도대체 왜 이런 밑지는 장사를 왜 하는 걸까. 아, 업자들이 국내에서 이렇게 생산된 고품질의 폐지 신문들을 해외로 수출하면서 국내에서 기존에 이 신문들을 이용해서 계란판 만들던 회사들이 가격인상으로 낭패를 보고 있다고 한다.
그렇게 수출된 우리의 귀중한 수출품의 대부분은 중국으로 넘어간다고 한다. 중국에서도 재활용 수입에 대한 규제가 엄격해져서 예전처럼 마구잡이로 수입이 되지 않는 모양이다. 웃기는 것 중의 하나는 언론들이 생산한 신문지가 국내에서 선순환이 되지 않으면서 종이값이 올라가고 그것은 다시 신문(지) 제작 단가 상승의 원인이 된다는 거다. 어쨌거나 세상은 요지경이다.
스트레이트는 단순하게 신문지들이 해외에 수출되는 현상만을 겨냥하지는 않는다. 진짜는 밑지면서도 윤전기를 계속해서 돌리는 진짜 이유에 방점을 찍는다. 그것은 한동안 논란이 되었던 신문의 유료부수를 인증하는 ABC인지 뭔지 하는 업체로부터 인증을 받기 위한 꼼수였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정부의 세금 보조로 이어진다. 아니 근데 왜 언론사가 국민의 세금을 지원 받는 거지? 단지 ‘언론사’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국의 정기 세무조사도 거부하지 않았나? 지원은 웰컴 앤 쌩유지만, 우리는 어떠한 규제도 거부한다? 왜냐고? 우리는 언론사니까. 할 말이 없다.
내 생각에 다른 이유 하나는 일등신문 백만 유료부수라는 타이틀이 아닐까 싶다. 그걸 무기로 해서, 광고주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나 하는 합리적 추정이다. 이렇게 영향력이 있으니 자연히 지면 광고의 단가를 올려 주셔야 한다는 거다. 그렇게 언론은 진실 보도라는 본연의 업무 대신에, 영업을 추구하는 일개 사기업이 되고 만 것이다. 그런데 많은 비용이 드는 지면 광고는 누가 사갈까? 개인이? 그럴 리가... 물론 개인이 살 수도 있겠지만 주요 고객은 바로 대기업일 것이다.
기업이 광고 수주라는 명목으로 언론사를 길들이게 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언론사도 기업인 이상, 태생적으로 이익추구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런데 자신에게 광고라는 달콤한 멋잇감을 던져주는 기업에 문제가 있다면, 과연 그런 기업에게 철저하게 을일 수밖에 없는 입장인 언론사가 과감하게 주인님을 물 수 있을까? 바로 이 지점이 경언유착이 시작되는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수년 전에, 다수 언론에 종사하는 이들이 어느 기업 사장인가에게 보낸, 충성 맹세를 하는 문자들이 공개되어 사람들의 공분을 산 적 있다. 수오지심조차 모를 댕댕이스러운 그들의 모습에서 분노보다, 왠지 밥벌이의 어려움이 떠올랐다. 다들 그렇게 해서라도 먹고 살려고 노력하는구나.
아침마다 회사로 배달되는 경제신문이라는 언론들은 대놓고, 수치들을 가지고 자신이 원하는 입맛대로 기사를 주무르기 일쑤다. 물론 그들이 팩트를 말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 팩트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하고 해석하는가가 문제다. 팩트를 비틀고, 꼬는 방식으로 그들은 외눈박이 독자들의 입맛에 착 달라붙는 새로운 퓨전 요리를 생산해낸다. 자신들의 생산물을 주로 소비하는 열혈애독자들과 주인님의 입맛에 맞는 그런 기사를 말이다.
지난주에 아버지하고 가짜 뉴스 때문에 싸웠다. 안부 전화를 드리려고 했는데, 아버지의 도발에 그만 넘어가 버렸다. 나도 해당기사를 찾아보았는데, 아버지가 하시는 말씀과 전혀 다른 내용이었다. 일개 지자체가 발주한 용역 보고서에 대한 기사를 보고 마치 정부에서 엄청난 비용(자그마치 5조원!!!)을 들여 북한을 지원한다고 (기정사실로) 해석하시는 패기에 그만 할 말을 잃어 버렸다. 자나 깨나 불조심, 아니 가짜 뉴스를 조심해야겠다. 21세기에 호환, 마마보다 무서운 것 같다.